나는 테슬라에서 인생 주행법을 배웠다
 
지은이 : 박규하 (지은이)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23년 11월




  • ‘What’이 아닌 ‘Why’로 질문하는 일론 머스크의 사고방식과 어제의 계획을 오늘 180도 바꿀 수 있는 테슬라식 실행력을 치밀하게 담아냈습니다.


    나는 테슬라에서 인생 주행법을 배웠다


    마시멜로 챌린지: 공대생 엔지니어,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맨을 꿈꾸다

    네바다 사막 한복판에서 ‘하면 된다’를 깨우치다

    인턴십에서 빛을 발한 MBA의 세 가지 교훈

    - 고민할 시간에 행동하라

    MBA에서 ‘혁신자(Innovator)’라는 수업을 받을 때다. 수업 중 한 세션에서 ‘마시멜로 챌린지(marshmallow challenge)’라는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있었다. 네 명으로 구성된 그룹들에게 제한된 10분 안에 스파게티 스틱 20개와 테이프를 사용해 구조물을 만들고 마시멜로를 구조물 끝에 올려 가장 높은 구조물을 만드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는 구성원들이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협업해야 하는 실험이다.


    내가 속한 팀은 먼저 구성원들 간의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스케치도 해보면서, 그중 가장 좋은 아이디어로 구조물을 짓자는 결론을 내렸다. 팀원들은 구조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3분간 각자 생각을 하고 5분 동안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을 한 후, 남은 2분 동안 구조물을 지어보며 맨 위에 마시멜로를 올려보겠노라고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타이머가 울리고 마시멜로에서 손을 떼는 순간, 구조물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이 마시멜로 챌린지는 나이에 상관없이 하는 대표적인 팀 활동인데, 놀라운 사실은 유치원 아이들이 성인들보다 더 높은 구조물을 빠른 시간에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와 달리 계획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거나 여러 가지 가정을 통해 미리 정답을 도출하기보다는 바로 실험을 하면서 짓기 시작한다. 먼저 손이 가는 대로 스파게티 스틱들을 집어서 이리저리 놓아보고 구조물을 만들어본다. 부러뜨려보기도 하고 마시멜로를 먼저 스파게티 스틱에 꽂아보기도 한다. 물론 초반에는 쓰러지고 부러지지만 재빨리 개선시켜나가며 다시 짓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성공하는 구조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이래서 불가능하고 저래서 안 될 것 같다’며 스스로 제약을 만들지 않고 무조건 높이 쌓겠다는 의지 하나와 그 목표를 향한 지치지 않는 실험정신으로 이를 가능하게 한다.


    나에겐 기가팩토리 디자인이 바로 마시멜로 챌린지와 같은 상황이었다. 최적의 목표를 성취해내기 위해 어떻게 지어져야 할지 아무도 정답을 알 수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각각의 팀들이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전문 역량을 발휘해 과감하게 짓기 시작해야 최소한 이전의 공장보다는 나은 공장이 탄생한다는 것이었다.


    - 문제를 해결할 땐 사고의 프레임을 바꿔라

    MBA 수업 중 ‘모델 기반의 의사결정(Modeling Managerial Decisions)’에서는 데이터를 이용해 의사결정하는 사례들을 많이 다룬다. 이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기초 프레임워크에 따라 결론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즉 비즈니스 결정에서는 어떤 기초 질문을 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무엇을 개선하려고 하는지가 실제 액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디자인팀에서 일하는 동안은 모든 상황에서 100퍼센트 옳은 결정을 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접근법을 사용하면 최대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테슬라의 ‘제1원칙 사고’를 알게 되어 기초 프레임워크를 짤 때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제1원칙 사고’의 핵심 내용은 문제를 풀거나 새로운 것을 개발할 때 기존의 통념대로 미리 가정해서 무궁한 가능성에 제약을 걸지 않고, 우리가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진리로부터 시작해 새로운 발견 및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 기업 경쟁력의 본질을 생각하라

    ‘경쟁자(Competitor)’ 수업에서는 비즈니스가 마켓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을 다루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기업의 이익 구조였다. 물론 기초산업부터 고부가가치산업까지 제각각이지만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역주행: 박수 칠 때가 아닌 편안해질 때가 떠나야 할 때다

    개별 기여자에서 매니저로, 또 다른 성장일기를 쓰다

    테슬라 매니저의 요건 1.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

    매니저가 된 후, 좋은 매니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보았다. 우선 가장 중요한 역량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양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매니저로서 팀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부분에서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팀원 중 한 명이 서플라이어의 품질 이슈 문제로 고민 중이었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서 나도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해 함께 솔루션을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엔지니어링 쪽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 이메일에는 이슈 분석과 물량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다. 문득 서플라이 매니저로서의 역할 및 업무에 대한 통제권을 엔지니어링팀에게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물량에 대한 분석과 다음 단계에 대한 제안은 우리 쪽에서 해야 하는데, 오히려 엔지니어링 쪽에서 제안하니 우리 팀원이 할 일을 안 하거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팀원에게 이메일로 “이러한 업무 내용이 엔지니어링 쪽에서 나온다는 것은 서플라이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간단한 메시지를 보냈다. 몇 시간 뒤 팀원으로부터 장문의 이메일 답변이 왔다.


    물량 및 관련 비즈니스 내용은 자신이 제안했으며, 단지 엔지니어링 쪽에서 그 내용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을 변호하는 내용의 이메일이었다. 순간,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의 예전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나의 매니저가 사사건건 업무에 간섭을 해서 내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었던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보다 나를 보호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괴로워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매니저가 되면 절대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바로 그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오해를 풀었지만, 그건 명백한 나의 실수였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나 자신에게 몇 가지 질문부터 했어야 했다. 가령 ‘그는 어떤 방식으로 매니저와 소통하길 원할까?’, ‘그의 경력상 업무 내용 정리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내가 팀원들에게 서플라이 매니저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었던가?’ 등이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다시 한 번 좋은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테슬라 매니저의 요건 2.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

    두 번째 요건은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다. 질문을 잘 하면 아래로는 팀원들이 더 나은 액션을 취할 수 있고 위로는 나의 매니저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내 디렉터는 이 부분에서 탁월했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미팅에서는 핵심을 꿰뚫는 질문으로 임원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한 질문만으로도 각 팀들이 정확한 방향성을 갖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바뀌면 서플라이 체인을 재구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의 미션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생깁니다. 임원 분들은 포트폴리오에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은 임원들에게 회사의 전략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면서, 시장 및 서플라이 체인의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 변경안을 고민하게 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상사의 말보다 미션 실행이 조직 내 우선순위 중 가장 높다. 또한 그는 1:1 미팅을 하거나 팀원들과의 프로젝트 리뷰 미팅을 할 때도 질문을 통해 담당자들이 더 깊이 고민해볼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러한 질문 방식은 강력한 매니지먼트의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내가 개별 기여자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질문을 통해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컨설턴트로서 팀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냄과 동시에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코칭 툴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배경지식이 많다고 해서 질문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소통이 남달라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디렉터와 함께 일하면서 그의 질문법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아울러 이를 나의 매니지먼트 스타일에 어떻게 적용하면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도 내내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테슬라 매니저의 요건 3. 탁월한 트랙 레코드

    좋은 매니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중 마지막은 ‘탁월한 트랙 레코드’라고 본다. 개별 기여자의 트랙 레코드가 팀 내에서 성장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라면 매니저의 트랙 레코드는 팀과 회사의 범위를 벗어나기도 한다.


    나의 경우 팀의 프로젝트 범위와 수가 늘어나면서 팀원을 충원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특성상 채용은 필요에 따라 생긴 역할에 가장 적합한 지원자를 찾는 것으로 매니저가 직접 나서서 발로 뛰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에서는 매니저가 지원자에게 질문을 할 뿐 아니라, 지원자도 채용자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물론 역할에 대한 질문 위주지만 나의 매니지먼트 스타일과 팀 내에서의 커리어 성장성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결국 매니저 스스로 지원자들에게 자신의 팀 브랜드를 홍보해야 한다.



    Getting Things Done: 실리콘밸리에서는 일단 일이 되게 한다

    일론 머스크처럼 생각하고 테슬라처럼 해내는 법

    일론 머스크가 강조한 ‘제1원칙 사고’의 힘

    가공할 만한 실행력을 보이려면 무엇보다 ‘미친 생각’이 필요하다. 문제를 풀거나 개발을 할 때 현재 산업 영역에서의 제약점을 당연시하고 지금까지 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면 절대로 개선점을 찾을 수 없고 일을 빨리 실행할 수 없다. 이를 완전히 뒤엎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이 비웃거나 말리더라도 매우 철저하게 실리만을 따지거나, ‘제1원칙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이는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방법으로 다른 가정이나 제안에서 유도하지 않고 근원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나는 물리학이라는 프레임이 아주 좋은 사고법이라고 생각한다. 제1원칙 같은 모델을 말한다. 유추에 의해서 추론하기보다는 어떤 문제들을 근본적인 진실로 압축시킨 다음, 거기서부터 다시 생각한다.”


    일론 머스크가 강조하는 ‘제1원칙 사고’는 바로 테슬라의 힘이다. 직관이나 유추에 의지하지 않고 철저히 본질에 접근해서 ‘원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안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Getting Things Done’, 결국 해내고야 만다

    미국에 유학 오기 전, 한국 기업에서 일하며 가장 답답했던 점은 목표 실행을 위한 접근 방법이었다. 상품기획 조직은 시장 개척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여 회사의 제품 로드맵을 설계한다. 제품 기획을 위해 특히 엔지니어링 및 연구소와 일을 많이 했다. 그때마다 회사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전문가 및 부서로부터 합의와 실행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런데 관련 부서의 답변 패턴은 한결같았다. “이런 검증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안 됩니다.”, “이 디자인은 설계를 해보지 않아서 안 될 것 같아요.”, “이런 종류의 견적은 내본 적이 없어서 가격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기존 데이터로 적당히 정리해서 드릴게요.” 각각의 부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매우 신속하고 혁신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업체들과 일하면서도 많이 부딪힌 부분이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대개의 한국 업체들은 개발을 요구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불평하거나, 도저히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구매자로서 가격 구조에 대해 업체들과 논의를 해보면, 대부분 제1원칙을 사용해 사고하기보다는 기존 제품의 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역시 비율상 특정 프로세스는 전체 제품의 가격 대비 ‘이 정도이지 않을까’라고 유추한다. 문제를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절대로 획기적이며 실행 가능한 가격 절감안이 나올 수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는 적어도 이런 답답함은 없었다. 그 바탕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해내고야 말자’는 마인드를 가진 데 있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를 이끄는 제품 리더십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소수의 실리콘밸리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 개발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 수많은 기업, 특히 서플라이어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이 특정 제품의 전문 기업, 예를 들어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기업들보다 지식과 경험의 폭이 넓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실리콘밸리의 기업이라서 특화된 제품을 더 잘 알거나 그에 대한 제조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공장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이 각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친 생각’을 할 수 있는 마인드에 있다. 혹여나 그 미친 생각 때문에 중간에 실패를 하더라도, 그 부분을 극복하며 더 강해지는 실리콘밸리의 리더십은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빼앗기지 않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오늘도 이들은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선원처럼 고도의 집중력으로 각 기업의 사명인 북극성을 바라보며 문제 해결에 여념이 없다.


    ‘What’이 아닌 ‘Why’로 질문하면 얻는 것들

    ‘Why’로 질문해야 하는 이유

    MBA를 다니며 나는 점차 ‘What’보다는 ‘Why’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갔다. 일을 할 때도 ‘Why’에 초점을 맞추면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 ‘왜 이런 제품 디자인이 나왔을까?’, ‘왜 이 제품의 성능은 종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을까?’, ‘왜 그때는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등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은 분명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실리콘밸리도 미국의 교육 문화에서 발전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왜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실제 테스트 결과와 다를까?’, ‘왜 과거에는 구현되지 않았을까?’ 등 끝없이 ‘Why’라는 질문을 한다. 꼬치꼬치 따지듯이 질문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오면 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는 실리콘밸리식 혁신에 여러 형태로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Why’로 질문하면 주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나는 실리콘밸리에 오기 전 상품기획자로 일하며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구매 담당자들을 많이 만났다. 회사의 최신 제품을 소개하고, 어떤 신제품을 개발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그들과 회의를 자주 했다. 그런데 그들은 거시적 차원에서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과 성능 정도는 알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비즈니스 관점의 의견은 내지 못했다. 제품의 디테일이나 기술 등에 관해 깊게 알려는 노력도 부족해 보였고 질문도 스케줄이나 용어에 대한 정의를 파악하는 선에서 그쳤다. 왜 이런 기술이 개발되었고, 왜 미래의 자동차 로드맵이 그러한지 ‘Why’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품기획자로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당시 회사의 기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었다. 그저 고객들에게 기술을 소개하는 역할에 그쳤다. 결국 건설적이고 실리적인 피드백은 없었고 회사의 개발 방향도 큰 혁신이 없이 매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프로그램 또한 별반 새로운 게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Why’로 질문을 하지 않았었고 결국 전반적으로 배터리 및 전기차 분야는 큰 도약 없이 몇 년간 정체기를 겪었던 게 아닌가 한다.


    ‘What’에 초점을 맞춘 질문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제품과 산업 전반에 대한 배경지식은 넓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제품과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떠올리는 등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는 없다. 누군가로부터 ‘무엇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관한 답을 얻었다고 해도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막상 개발이 진행되면 제품 변형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또다시 누군가가 정답을 주길 기다려서는 제시간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다.



    자율주행: 테슬라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법

    테슬라의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살아남는 법

    실리콘밸리 기업에서는 구매 조직뿐 아니라 엔지니어링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여러 종류의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 PM)가 존재한다. 나의 경험상 성공하는 PM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남다른 주인의식과 CEO 마인드를 겸비하고 있다. 이러한 애착은 업무의 자세뿐 아니라 조직문화도 바꾼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자신이 맡은 일만 수동적으로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할 일을 찾아 협업도 하면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PM은 자신만의 시간관리 비법을 갖고 있다

    탁월한 시간관리 능력으로 존경받던 그렉이라는 PM이 있었다. 유난히 미팅이 많았던 그에게 나는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다. 그때 그렉은 우선 내게 자신의 달력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미팅을 표시해놓은 빨간 네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팅이 빼곡했는데 심지어 미팅 시간이 겹쳐 있기도 했다.


    “그렉, 이 많은 미팅을 어떻게 관리해? 숨 돌릴 틈은 낼 수 있는 거야?”

    “케빈, 모든 미팅에 참여할 필요는 없어. 중요한 미팅 위주로 참가하면 돼. 여기엔 수많은 팀들이 각자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려 하잖아. 최종적으로 프로젝트와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게 뭔지 알고 있으면 어떤 미팅이 중요한지 금세 파악이 돼.”


    회사 내부와 외부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PM에게는 매일매일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존경받는 PM들은 그렉처럼 드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과 노이즈를 구분하여 의미 있는 곳에 시간을 쏟는다. 심지어 다른 부서가 주관하는 회사 내부의 미팅도 우선순위에 따라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론 머스크도 직원들에게 필요 없는 미팅에는 참석하지 말고,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만드는 등 실제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라고 조언한다.


    PM에게는 워라밸이 필요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워라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능동적으로 업무를 제어하기 힘들어서 퇴근시간과 주말만을 바라보며 평일을 견디는 수동적인 업무를 할 경우에는 워라벨이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이라면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자신만의 효율적인 방법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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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