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문해력
 
지은이 : 백승권 (지은이)
출판사 : EBS BOOKS
출판일 : 2023년 10월




  • 일과 관계는 결국 말과 글입니다. 문해력의 핵심과 논리, 스토리텔링과 종류별 키포인트까지,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오피스 문해력


    당신의 문해력, 안녕하십니까?

    일반 문해력과 오피스 문해력의 차이

    개떡과 찰떡

    A: 오늘 어디서 볼까?

    B: 거기 있잖아? 속옷 이름 있는데, 난닝구 말고.

    A: 메리야쓰?

    B: 맞다, 맞아. 호텔 이름 있잖아?

    A: 아. 메리어트 호텔.

    B: 그래, 메리어트 호텔 커피숍에서 보자.


    친구나 지인들과 우리는 이런 식의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뒤죽박죽, 횡설수설, 중구난방.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잘 통합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호의와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최대한 헤아리기 때문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시쳇말은 바로 이럴 때를 가리킵니다.


    이런 소통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친구나 지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특별한 정보나 전문적 식견을 갖고 있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 그렇습니다. 주로 상대의 안부와 자신의 현재 상황을 묻거나 가벼운 에피소드를 나누고 음식, 옷, 영화, 드라마, 음악, 스포츠 등의 관심사를 주 소재로 다룹니다. 기본적인 상식과 약간의 유추, 공감 능력을 갖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친밀감으로 이어진 개인들의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상대방이 전하고 싶은 내용의 드러나지 않은 맥락까지 살펴 주고 가급적 선의로 해석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친구나 지인들과 대화하면 우리는 깊은 행복감을 느낍니다. 상대방이 나를 배려해 주고 있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습니다. 


    또 친구나 지인들과 대화하면 우리는 뿌듯한 자존감을 느낍니다.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나를 무리하게 부풀리거나 꾸미지 않아도 됩니다. 경계심을 갖고 긴장하지 않은 채 ‘무장해제’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줘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마도 모든 소통이 이와 같다면 세상은 천국이 될 겁니다.


    세상의 모든 갈등과 대립, 다툼과 분열은 소통이 어긋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대방을 친구나 지인으로 여기고 대화한다면 공감의 깊이와 넓이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지식의 저주

    우리 삶의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 내 소통, 업무적 관계의 소통은 어떨까요? 업무적 소통은 대부분 수평이 아니라 수직의 관계에서 이뤄집니다. 어떤 내용을 보고하는 사람은 부하 직원이고 보고받는 사람은 상관입니다. 상관에게 보고 내용을 이해시키고 나아가 설득까지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은 오롯이 부하 직원의 몫입니다.


    직장인들은 위계질서 속에서 평정심보다 압박감을 느낍니다. 압박감은 원활한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입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표정이 굳어지며 입 안이 마르고 손에 땀이 찹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어도 상관 앞에서는 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게 마련입니다.


    업무적 관계에서 개인적 관계처럼 호의와 애정을 갖고 부하 직원의 말과 글에 주목하는 상관을 만날 가능성은 절반 이하입니다. “뭔 얘긴지 모르겠네. 좀 알아듣게 설명해 봐.” “용건이 뭔데! 용건만 이야기해 봐.” “내가 그거까지 알아야 하나?” “그건 당신 생각이고. 이거 갖고 설득이 되겠어?” 직장인들은 이런 말을 수시로 듣고 삽니다.


    상관이 특별히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상관은 대체로 여러 이슈를 다루고 판단하기 때문에 부하 직원의 보고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해야 자신이 맡은 여러 일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에너지를 덜 쓰고도 보고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부하 직원이 배려해 주길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구두쇠’입니다. 1948년 심리학자 수전 피스케(Susan Fiske)와 셸리 테일러(Shelley Taylor)는 인지적 구두쇠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심리학에서 사람은 지능과 상관없이 생각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더 복잡하고 노력이 요구되는 방법보다 더 간단하고 노력이 덜 드는 방법으로 가는 경향을 의미한다. 마치 구두쇠가 돈 쓰기에 인색하듯이 사람은 인지적 노력을 하기를 꺼린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관은 가장 철저한 인지적 구두쇠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여러 일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늘 인지적 과부하 상태입니다. 너무 장황할뿐더러 몇 번을 읽어도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보고서를 받으면 상관의 뇌는 폭발 직전에 이릅니다. 그런 상태에서 소통은 개떡 같은 결과 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글쓰기나 말하기 등 소통의 경험이 많고 소통의 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독자와 청자를 중심에 놓고 콘텐츠의 내용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소통의 경험이 부족하고 방법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 정보의 양과 표현의 수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입니다. 이 말은 1989년 콜린 캐머러(Colin Camerer), 조지 로웬스타인(George Loewenstein), 마틴 웨버(Martin Weber) 등 3인의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한 용어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추측하여 발생하는 인식적 편견”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계와 핵심 파악

    일반적 문해력은 정보를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문서, 디지털 콘텐츠, 영상을 보고 이해하고 좀 더 나아가 감상하는 수준을 갖추고자 한다면 독서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또 독서를 통해 얻은 정보와 통찰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고자 한다면 글쓰기, 생각하기가 필요합니다.


    직장인의 문해력은 이러한 일반적 문해력을 기본으로 갖추되 몇 가지 사항을 추가해야 합니다.


    첫째, 관계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업무적 소통은 아주 다양하고 변수가 많은 수직 관계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관계가 놓여 있는 좌표에 따라 보고 내용의 질과 양, 방향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둘째, 핵심 파악 능력입니다. 업무적 소통은 효율성과 신속성을 추구하기에 압축적으로 내용을 주고받습니다. 참조를 걷어 내고 핵심을 추출하는 능력이 곧 보고 능력, 업무 소통 능력을 좌우합니다.


    셋째, 직관적 표현 능력입니다. 업무적 소통은 인지적 한계,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이뤄집니다. 인지적 노력을 덜 들이고 이해의 수준 차이를 넘어서려면 사실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반드시 길러야 합니다.



    문해력의 본질

    핵심

    핵심 요약

    업무 글쓰기는 다른 글쓰기와 달리 직장 내 동료나 상관이 독자입니다. 글을 읽는 대상이 주로 업무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습니다. 오랫동안 팀워크를 맞춰 왔기에 기본적인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습니다. 바로 이런 조건 때문에 핵심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한 것입니다. 업무 글쓰기를 잘한다는 의미는 결국 참조를 배제하고 핵심만으로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업무 글쓰기의 주요 독자는 상관, 대표 등 결재권자입니다. 결재권자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고민과 아이디어 모색으로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핵심은 용건, 주장, 결론, 중심 아이디어를 강조하기 때문에 결재권자가 인지적 노력을 덜 들이고 결정하거나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결재권자는 제한된 시간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업무에 관해 글을 쓸 때는 항상 주목해야 할 하이라이트를 효과적으로 강조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핵심을 잘 전달하면 결재권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직장인들은 콘텐츠, 아이디어, 텍스트를 재료로 글을 씁니다. 콘텐츠는 회사 내에서 일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내용을 포함합니다. 업무와 관련된 상황이나 관계의 이슈, 상관의 지시 사항, 회의 내용, 인터뷰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이디어는 이슈와 관련된 지식, 경험, 판단, 통찰력, 기획력 등입니다. 텍스트는 관련 사내외 보고서, 통계자료, 전문자료, 언론기사, 관련 서적이나 논문 등입니다.


    콘텐츠들에는 핵심과 참조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어 그냥 읽는 것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핵심과 참조를 분리하고 핵심을 논리나 스토리의 맥락에 맞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우선 글의 제목이나 부제목, 소제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좋습니다. 글의 제목엔 주제나 핵심이 간략하게 요약돼 있습니다. 사람들은 신문의 헤드라인, 즉 제목에 이끌려 기사를 읽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제목을 잊어버립니다. 이런 열독 습관에 한 가지 과정만 더 추가하면 좋습니다. 글을 다 읽고 마지막에 제목을 한 번 더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글에 이런 제목을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글의 핵심과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글의 시작과 마무리 역시 대체로 주제문이나 핵심 문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요 단락의 첫 번째나 마지막 문장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말이나 글에서 반복되거나 강조되는 문장이나 키워드를 찾아보는 것도 핵심을 파악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글을 정독한 뒤 세세한 내용에 너무 얽매지 말고 주제문과 핵심 문장만 훑어보면 단락별로 맥락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큰 그림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직접 요약해 보면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신문 칼럼이나 에세이처럼 분량이 많지 않은 글을 선택해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신문 칼럼은 대략 원고지 10매 정도 분량이어서 전체 구성과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글을 쓴 사람의 지식, 경험, 통찰이 밀도 있게 채워져 있어 교양적으로 유익합니다. 특히 시사적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어 업무 글쓰기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논리

    용건과 근거/이유

    세상의 모든 글은 논리 아니면 스토리로 이뤄져 있습니다. 논리만으로, 스토리만으로 쓴 글도 있고 논리와 스토리를 뒤섞은 글도 있습니다. 문해력을 높이려면 글을 읽을 때 논리와 스토리가 각각 어느 부분인지 글의 문맥과 메시지를 만드는 데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알아야 합니다.


    논리는 사람의 이성과 추론에 호소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주장과 의견을 논리의 법칙에 따라 구성하고 체계성, 정합성, 일관성을 갖춰야 합니다. 스토리는 사람의 감성과 정서에 호소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인물, 사건, 배경을 스토리의 법칙에 따라 구성하고 몰입력, 감동성, 개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논리에는 반드시 주장하는 사람의 결정이나 판단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자신의 결정, 판단을 통해 독자나 청자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을 간단히 표현하면 용건입니다. 그러나 용건 자체로 독자와 청자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논증을 통해 용건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그러한 논증의 재료를 근거와 이유라고 합니다. 근거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경험, 사실, 사례, 통계, 인용, 비유 등이고 이유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논리, 추론, 분석, 견해 등입니다.


    구성

    시작, 중간, 마무리

    글은 한 채의 집과 같습니다. 집은 기초, 현관문, 벽, 창, 기둥, 지붕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각 부분에 맞는 재료를 써야 합니다. 기와를 벽에 쓴다거나 유리창을 기초에 쓴다면 집 모양은 뒤죽박죽이 되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건물이 될 겁니다.


    글도 시작, 중간, 마무리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글을 제대로 읽고 쓰려면 시작, 중간, 마무리의 구성에 맞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합니다. 중간 부분이 시작에 온다거나 마무리가 중간에 간다면 갈팡질팡 혼란스럽고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는 글이 될 겁니다.


    글의 시작은 낚시(fisfing)와 같습니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낚아채는 것이죠. 책이든 신문이든 제목이 독자의 시선을 끌어야 선택을 받습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독자는 시작 부분을 읽으면서 계속 읽을지, 아니면 다른 글로 갈아탈지 망설입니다. 불과 30초 안에 독자는 판단합니다.


    글의 중간은 근거를 제시(reasoning)하는 단계입니다. 시작에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낚아챘다면 거기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글쓴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진정성이 높아집니다. 사례나 에피소드를 들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인용을 제시하면 글의 권위가 올라갑니다. 통계나 논리로 풀어 가면 신뢰도가 상승합니다.


    글의 마무리는 메시지(message)를 담고 있습니다. 글쓴이를 이제 읽기를 거의 마친 독자에게 생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메시지입니다. 문학 글쓰기에서는 메시지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실용 글쓰기에서는 반드시 메시지를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홍보문에는 명시적으로 이 상품을 구매하거나 이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는 표현이 들어가야만 독자들이 구매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역지사지

    독자 중심, 결재권자 중심

    글쓰기 경험이 많은 작가들도 간혹 독자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간혹 모니터 위에 독자를 떠올릴 수 있는 사진을 붙여 놓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작가도 이런 마당에 글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인은 오죽할까요? 일반인은 글에 몰입할수록 ‘나 홀로 글쓰기’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업무 글쓰기는 더욱더 ‘나 홀로 글쓰기’ 위험이 큽니다. 일반적 글쓰기는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상식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어 ‘나 홀로 글쓰기’라고 해도 읽는 사람의 적극적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업무 글쓰기는 주로 전문적인 정보를 다룰 때가 많아 ‘나 홀로 글쓰기’를 하면 암호문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읽는 사람보다 글 속에 담긴 정보를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필자와 독자로 관계를 맺습니다. 업무적 소통은 다른 그것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 정도가 더욱 심각합니다. 보고자는 보고 내용을 아주 소상하게 알고 맥락까지 파악하는 반면 피보고자, 즉 결재권자는 보고자보다 정보가 부족하며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보고할 때 글을 쓰는 사람인 보고자가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인 피보고자의 입장에서 내용과 형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독자, 피보고자, 결재권자 중심으로 정보의 양, 표현의 수위를 결정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써야 결재권자가 이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그 지점을 잘 찾아내야 합니다.


    처음엔 결재권자의 정보 수준과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알지 못해 시행착오에 빠질 수 있겠지만 몇 번 겪다 보면 적절한 지점을 만나게 됩니다. “나는 다 썼는데 팀장님이 제대로 읽지 않았어”, “원래 난 이런 스타일로 글을 써”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글쓰기에 사로잡히지 않고 “팀장님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진다면 소통의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기쁨도 맛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지식의 저주'를 벗어나야 독자 중심, 결재권자 중심의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문해력 날개 달기

    글의 최소 단위는 단어입니다. 적절하게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어휘력이라 합니다. 어휘력이 높아야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말과 글을 통한 효과적인 의사 전달이 가능해집니다. 어휘력은 문해력의 필요조건입니다. 어휘력이 부족한데 문해력이 높은 것은 거북이 등에 털이 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휘력은 그 사람의 얼굴입니다. 어떤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은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문화적 배경을 가늠합니다. 어휘력이 높은 사람의 말과 글은 센스 있어 보이고 매력이 넘칩니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정확하고 풍부한 어휘력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확하고 풍부한 어휘력을 갖기 위해 몇 가지 유의할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글에선 특별한 단어보다 익숙하고 친숙한 일상어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현대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 대신 지금 우리가 쓰는 자연스러운 우리말을 사용하면 뜻이 쉽고 빠르게 통합니다.


    - 회사는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익일부터 책임 할당제를 실시한다.

    - 회사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내일부터 각자 자신이 책임을 지는 제도를 실시한다.


    둘째,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외래어 사용을 절제해야 하며 외래어 약어는 처음에는 우리말로 뜻을 밝혀줍니다.


    - 이머징 마켓의 포텐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등하고 있다.

    - 신흥 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계 증시가 폭등하고 있다.

    - 이번 행사엔 GAP 인증 생산자 단체, GAP 인증 농산물 유통급식업체, HACCP 인증 식품업체가 참여한다.

    - 이번 행사엔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생산자 단체, GAP 인증 농산물 유통 급식업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 식품업체가 참여한다.


    셋째, 최대한 단어를 간결하고 압축하게 만듭니다. ‘하여’, ‘되어’를 ‘해’, ‘돼’로 ‘~지 않을 수 없다’를 ‘~이다’로 줄여서 표현하고 ‘대해’, ‘있는’, ‘같은’, ‘의한’, ‘~적’, ‘~의’, ‘~것이다’, ‘을’, ‘를’, ‘이’, ‘가’도 뺄 수 있으면 뺍니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땐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 반드시 뺀다”라고 했습니다.


    - 컨설팅 기관의 진단에 대해 선뜻 동의할 수 없다.

    - 컨설팅 기관의 진단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 항구에 자리 잡고 있는 항만물류 시스템

    - 항구에 자리 잡은 항만물류 시스템


    - 미국 같은 경우에는 시스템에 의한 행정이 잘 정착돼 있다.

    - 미국은 시스템 행정이 잘 정착돼 있다.


    넷째, 빼도 무방한 접속어는 모두 생략합니다. 아래 예문은 접속어를 모두 제거하자 더 자연스러운 문장이 됐습니다.


    - 그 고객은 그 제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그 제품이 탐이 나 일단 온라인 구매를 했다. 그리고 몇 번 사용하다 엉뚱한 이유를 들어 클레임을 제기했다. 그러므로 이런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들의 행위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 대응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


    - 그 고객은 그 제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 제품이 탐이 나 일단 온라인 구매를 했다. 몇 번 사용하다 엉뚱한 이유를 들어 클레임을 제기했다. 이런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들의 행위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 대응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


    다섯째, ‘워낙’, ‘너무’, ‘정말’ 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식어는 최대한 절제합니다. 소설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글에서 ‘매우’, ‘무척’ 등의 단어만 빼면 좋은 글이 완성된다” 고 했습니다.


    여섯째, 핵심 키워드를 도드라지게 표현합니다. 독자는 글을 핵심 키워드로 읽고 핵심 키워드로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바닥에 무작위의 물건을 수북하게 쌓아 놓았다고 가정합시다. 바구니 세 개를 주고 정리하라고 하면 무엇부터 정리할지 몰라 당황스럽습니다. 그런데 바구니에 꼬리표가 달려 있습니다. 장난감, 화장품, 문방구. 그러면 금방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바구니에 달린 꼬리표가 바로 핵심 키워드입니다. 보고서에서 문장의 맨 앞에 괄호를 치고 그 안에 핵심 키워드를 넣거나 보도자료에서 핵심 키워드를 굵은 글씨로 처리하거나 밑줄을 그어 강조하는 것은 독자가 전체 내용을 다 읽기 전에 키워드부터 입력시키려는 것입니다. 키워드가 독자의 머릿속에 진열장을 만들어 글의 내용을 정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휘력을 높이는 빠른 방법은 칼럼이나 신간을 읽는 것입니다. 칼럼과 신간은 당대의 트렌드를 반영하기 때문에 가장 새롭고 앞서 나가는 단어들이 쓰이게 됩니다. 새로운 단어들을 발견할 때는 꼭 그 뜻을 찾아봅시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온라인 사전이 있습니다. 책으로 만든 국어사전은 새로운 언어를 실시간으로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학문적 여과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언어 현실과는 일정한 괴리가 나타납니다. 온라인 사전엔 유의어 반의어도 제공돼 더 풍부하게 어휘력을 늘릴 수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단어의 쓰임, 관용구까지 확인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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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