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긴급 진단
 
지은이 : 홍사훈, 안유화, 오태민, 김영익, 최배근, 빈센트(김두언), 한문도 (지은이)
출판사 : 베가북스
출판일 : 2023년 12월




  • ‘홍사훈의 경제쇼’에서 국내외 정치, 경제 현안을 정확히 분석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세 풀어준 대한민국 대표 경제 전문가 6인이 2024년의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을 정확히 진단해봅니다!


    한국 경제 긴급 진단


    안유화-중국은 쓰러지지 않는다

    한국, 선진국다운 당당한 자세가 필요할 때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에 자리한 나라다. 지정학적 위치 자체가 열강들의 패권 싸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잘못된 선택에 국운이 기운 적도 많은데, 최근 미·중 갈등 역시 한국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홍사훈 :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매우 심각하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도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리란 말도 많다.


    코로나 팬데믹 전만 해도 대중국 무역수지에서 흑자가 많이 난 것은 반도체 때문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메모리반도체의 30% 정도를 중국이 수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며 무역수지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소비가 다시 늘어나면 반도체 수요도 늘고 한국 경제도 좋아질 텐데, 중국의 소비가 쉽게 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또 다른 측면도 있다. 중국인의 상품 선호도를 조사해보라. 과거에는 똑같은 물건도 ‘Made in Korea’가 붙으면 프리미엄 20% 정도를 줘야 살 수 있었다. 그만큼 중국인들이 자국 제품보다 퀄리티가 높은 한국 제품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기업이 만드는 제품도 한국산과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품질이 좋아졌다. 여기에 사드 문제를 비롯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이어지면서, 두 나라 국민의 상호 호감도가 심각할 정도로 떨어진 상태다.


    문제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예전만큼 호황을 누리기는 힘들어질 거라는 데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도체 굴기를 부르짖으며 엄청난 공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 기술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며 반도체 지원법 등으로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또 어떤가? 정부와 기업들이 합심해 라피더스를 설립하고 잃어버린 반도체산업의 영광을 다시 한번 누리기 위해 뛰고 있다. 대만은 여전히 세계 최고인 파운드리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그동안 잠잠하던 유럽의 주요국들도 기술 종속의 위험성을 깨닫고 반도체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전 세계가 반도체 공장을 짓느라 온통 공사판이다. 결국 더는 예전만큼 한국이 반도체로 이익을 내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은 반도체 무역 비중이 너무 높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 반도체의 무역 흑자가 전체 무역 흑자보다 더 많다. 바꿔 말해 반도체로 벌어들이는 흑자를 빼면, 다른 산업으로 수출해 벌어들이는 게 별로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은 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어떻게 초격차를 유지하느냐의 문제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이후 한국을 이끌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도체에 쏠린 산업 구조를 어떻게든 재정비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이 지점에서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동양 문화에서는 내가 어떤 의견을 말했는데 상대방이 그에 관해 질문을 던지면,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토론 문화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때마침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챗GPT 열풍을 보며 동양의 토론 문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챗GPT가 우리에게 주는 인사이트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챗GPT가 무얼 보여주고 있는가? AI가 인간처럼 문제에 답을 내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 앞으로는 인류가 쌓아 올린 방대한 지식을 활용해 AI가 개개인보다 훨씬 더 정확하면서도 창의적인 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답을 도출하니 도저히 경쟁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AI 기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할 테고, 인간과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결국 AI 기술, 챗GPT를 누가 더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즉 ‘누가 더 좋은 질문을 하는가?’에서 경쟁력의 차이가 생기게 될 것이다. 실제로 챗GPT를 사용해 보면,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질문에 따라 답이 제각각이다. 좋은 질문을 할수록 답의 퀄리티도 높아진다. 이제는 질문을 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전통적으로 질문하는 것, 나와 다른 생각을 말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동양 문화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릴 때부터 답을 푸는 교육만 했지, 질문하는 교육에는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된 질문이 안 나올 테니 말이다.


    중국이 과학기술위원회를 설립해 원천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듯이, 한국도 앞으로는 fast follower(추격자)가 아니라 first mover(선도자)가 되려 노력해야 한다. 과거의 fast follower 전략은 조직 리더의 결정에 따라 빨리 쫓아가는 데서 성패가 갈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견이 없는 동질성이 중요했다. 한마디로 말 잘 듣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말 잘 듣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오픈AI의 챗GPT처럼 이제까지 없던 것을 만들어내며 세계 1등이 되려면 0에서 1을 창조할 수 있는 창의성이 꼭 필요해진다. 마찬가지다. 세계 첨단 일류국가로 가려면 first mover를 양성하는 교육, ‘좋은 질문을 하도록 만드는 교육’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대신 존중해야 한다. 기업도 다른 의견을 내는 직원을 높게 대우해야 한다. 누구도 못 하는 질문을 하는 사람을 많이 등용하는 기업 혹은 국가가 세계 1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한국도 다양성을 갖춘 문화의 힘을 갖춰야 미래가 보장되는 시대를 맞았다. 특히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제각각 다른 나라에 상품을 팔기 위해서라도 개방되고 오픈된 문화를 하루빨리 정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영익-침체하는 미국, 숨 고르는 중국, 부활하는 일본, 한국의 앞날은?

    한국 경제, 위기이지만 기회는 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중국 수출 부진, 일본의 부활… 한국 경기에 드리운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의 우울한 예측처럼 한국은 과연 경기 침체에 빠져들까, 아니면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 우리 민족 특유의 기질로 활로를 모색할까?


    홍사훈 : 2024 한국 경기, 하락인가 상승인가?


    그동안 체감 경기는 정말 어려웠다. 특히 중소기업 경기, 내수기업보다는 수출기업 경기가 안 좋았다. 그러나 앞서 살핀 대로 9월 수출 동향을 보면 수출이 늘고 있다. 그동안 수출 감소의 주요인이었던 반도체를 위주로 한 대중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가장 큰 관심사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인데, 4월 최저점을 찍고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장단기 금리 차도 커지고 있고, 건설 수주도 마이너스 폭이 축소될 조짐이다. 따라서 현재 경기는 어렵지만 빠르면 4분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홍사훈 : 경기가 회복된다면 투자자로서는 채권, 주식, 현금 흐름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현재는 주가가 전체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조정받는 중이라 판단된다. 그동안 단기 조정이 올 거라고 판단한 이유도 코스피가 10% 정도 앞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9월 기준으로 코스피가 8% 정도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고 판단된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10월 들어 미국 주가가 떨어지며 코스피도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저평가 영역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투자할 때는 단기와 장기를 잘 구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는 저성장·저금리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역시 2%로 떨어졌다. 명목 잠재성장률도 잘해야 4%다. 그러면 코스피 연간 상승률은 연평균 5% 정도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사이클을 고려해야 한다. 사이클상으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며 주가를 전망할 수 있는데, 4월에 저점을 찍었기에 주가도 오르리라 전망하는 것이다.


    요약해보자. 전체적으로 수출 증가로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서고 있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다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기에 주가에도 탄력성이 붙을 전망이다. 내가 올해는 지수가 떨어질 때마다 오히려 비중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라면 주식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 좋을 시기이며, 주가 상승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자산을 적정하게 배분해 투자한다면, 은행 예금보다는 주식 및 채권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



    빈센트-미국발 위험이 한국을 강타한다

    2024년의 미국, 중국, 일본 경제는 어떻게 변화할까?

    2024년 글로벌 경제 상황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이 성장을 잠식한다’라고 바꿔 얘기할 수 있는데, 2024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물가는 어느 정도 내려가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테니, 자칫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홍사훈 : 미국의 2024년,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리더로 역할하겠지만,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미국의 여러 행보 속에 숨은 전략적 함의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해가 바뀌고 2024년이 되면 미국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제2차 대선 전쟁으로 끓어오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이 아무리 극과 극을 달려도 AI와 테크놀로지, 로봇에 투자를 집중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은 공통일 것으로 전망한다.


    ‘차이메리카’는 2008년 GFCGlobal Finance Crisis(금융위기) 이후 부각된 단어로, 간단히 설명하면 미국이 부채를 일으켜서 중국산 소비를 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차이메리카 모델에서 바이아메리칸, 즉 ‘미국의 것을 사라’로 바뀌었다. 바이아메리칸은 공급망 재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값싸게 공급받고 있던 물건들이 여러 이유에서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확실히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인플레이션 압력’이라고도 한다.


    또한 노동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1990년대 중후반에 미국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노동생산성의 증가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도 이에 대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데, 큰 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기에 어디에 집중할지 유추해볼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AI와 로봇이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은 노동생산성의 제고를 위해서 이와 관련된 산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관련 산업과 기업에 유동성 자금이 흘러들어갈 테니 내년부터 분명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다.


    다음으로 리쇼어링과 FDI 확대 전략을 살펴보자. 리쇼어링은 결국 ‘미국 내에서 무엇을 만들어라, 미국에 설비 투자를 해라, 미국의 일자리를 증가시켜라’라는 뜻이다. 차이메리카에서는 미국의 부채가 증가하고 중국산 제품의 소비가 높아지고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다양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바이아메리칸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미국 내 일자리가 증가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혹시 예기치 못한 나비효과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소비는 아직까지는 탄탄하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압력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끝나가고 있지만, 장기간 지금의 금리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과거 사례를 보면, 기준금리 동결 구간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금리를 정상화하기 전에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소비 판매지수가 긍정적으로 나오며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금리와 동결 구간에서 나타나는 침체 확률 상승으로 경제성장률의 상승 폭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홍사훈 : 중국과 일본의 2024년은 어떻게 보는가?

    동아시아를 보면 1980년대는 일본이 패권국가였고, 2002년 WTO에 가입한 뒤로는 중국이 패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2024년부터는 일본과 중국의 위상이 뒤바뀌거나 비슷해지는 리플레이스먼트 형국이 나타날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있다.


    우선 중국을 보면, 2023년 3분기 경제성장률이 4.9%였다. 시장의 기대치인 4.6%를 뛰어넘었지만, 여전히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진국 함정이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7~8%씩 성장하던 경제가 3~4%로 낮아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4%대 성장 고착과 위안화 포치(7위안의 고착화) 상황이 오면, 중국의 위상이 하락하는 2024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24년에는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며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그동안 ‘캐리 트레이드’* 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를 떠올렸다. BOJ(일본 중앙은행)가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함으로써 싼 엔화를 금리가 높은 나라로 들여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에 투자되어 있던 엔화(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으로 회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흥시장 국가들의 경기 침체에는 이런 원인이 숨어 있다. 정리하면 엔화는 강할 것 같고, 위안화는 좀 약해지는 시대가 올 것 같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BOJ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중국 중앙은행인 PBOC는 지속적인 완화정책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일본을 살펴보자.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하기 직전인 1985년부터 1986년에 미·일반도체협정, 플라자합의 등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다. 알다시피 미·일반도체협정으로 일본의 기라성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무너졌고,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곳이 한국이었다.


    2024년의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과거 미국과 일본의 데자뷔를 떠올리는 것은 나만의 상상일까? 미국과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계 재설정을 위한 협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때 반사이익을 얻을 곳은 어디일까? 여전히 한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대만이나 다른 국가가 될 것인가?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 중에 하나는 일본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좋고, 라피더스라는 반도체 파운드리 드림팀이 결성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일본이 잃어버렸던 헤게모니를 되찾으며, 중국과 일본의 위상이 뒤바뀌는 2024년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반도체 부분에서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홍사훈 : 우리나라의 2024년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좋지 않을 것 같다. 한국과 비슷한 국가인 독일이 최근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일은 유럽을 이끄는 선두 국가였지만, 이제는 ‘유럽의 병자sickman’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몰락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첫째, 에너지 자원의 높은 해외 의존도 문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둘째, 고용의 질적 하락 문제다. 독일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데, 이주민을 유입하지 않는다면 인력의 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 역시 한국도 겪고 있는 문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국가다. 한국도 이제는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독일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셋째, 중국 경제에 종속된 문제다. 독일은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입 물품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독일 다음으로 중국 경제에 종속된 국가는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이다. 여전히 한국 수출의 1/4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독일 경제의 몰락이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경제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하고, 고용시장의 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2024년의 한국 경제는 이런 난제들을 고쳐나가며 자생력을 키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소위 통과의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경제 구조의 리모델링이 잘 진행된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한번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한문도-부동산 시장, 역대급 조정이 온다

    PF 대출, 지원보다 정리가 우선이다

    2023년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22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며 미분양 급증, 고환율에 의한 공사비 급증, PF 대출 부진 등으로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홍사훈 : 건설사들이 위험하다는 시그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11월까지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가 490곳이 넘었다. 작년보다 67% 증가한 수치로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다 폐업이다. 지방 미분양 문제도 심각하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관리하는 사업장만 전국에 90곳이 넘는다. 미분양, PF 대출, 공사비 급증, 저조한 입주율이 중소 건설사를 넘어 점점 대형 건설사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건설사 한 곳이 무너지면 연결된 하청회사들에도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류로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인데, 안타깝지만 사업성이 없다면 회사를 정리하는 것이 옳다. 그러면 토지가격이 내려가고, 분양가가 내려가며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다시금 수요가 생기게 된다. 이게 바로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100%를 넘었다. 한국은행이 이런 경우 우리 경제에 위기가 닥칠 확률이 70%~80% 이상 높아진다고 보고서를 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경제 펀더멘털을 개선하기 위해 시급히 긴축을 해야 될 상황인데, 정부 정책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 3월까지는 가계 대출이 조금 줄어드는가 싶었지만 4월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6, 7월에는 주택담보대출이 6조 원, 7조 원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내한한 BIS(국제결제은행) 사무총장이 한국은행장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한국은 부동산 집값을 낮추고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미 4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와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주관하는 글로벌 스트레스 테스트GST, Global Stress Test에 참여해 향후 3년간 국가별 거시경제변수 시나리오(경제성장률 등) 및 테스트 실시 기준을 제공받기로 했다. 12월 정부가 발표 예정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DSR’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닌 것이다. 결국 BIS 사무총장의 내한과 12월 정부의 가계 부채에 대한 긴축 방향 전환은 심각한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한 궁여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현 정부는 PF 대출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소로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PF 대출이 터지면 금융권으로 번져 경제 전체가 다 무너질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올 하반기나 (정치적인 해석일 수도 있지만) 4월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부동산 시장에 돈을 퍼붓고 있다. 당장 고통스럽더라도 썩은 부위를 빨리 도려내야 하는데,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걱정하는 만큼의 최악의 상황이 올까? 앞서 말한 것처럼 2011년 11개 저축은행이 부도가 났지만, 우리나라에 무슨 큰 일이 벌어졌는가? 물론 저축은행 부도로 피해를 본 국민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대한민국은 굳건하게 경제를 이어갔다. 도리어 부동산 버블과 PF 부실이 정리되면서 토지가격이 하향 정상화돼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가계 부채가 감소하는 등 경제 펀더멘털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더 많았다. 별 탈 없이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처럼 우리 한민족의 저력은 이미 IMF 외환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잘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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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