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패권의 미래
 
지은이 : 해미시 맥레이
출판사 : 서울경제신문
출판일 : 2023년 01월




  • 유럽 최고의 미래학자가 30년 이후의 세계를 예측합니다. “과연 세계의 패권은 바뀔 것인가?” UN, 퓨리서치 등 다양한 전문 조사 기관의 자료를 토대로 각국의 인구, 자원과 환경, 무역과 금융, 기술, 정부와 거버넌스 등 다섯 분야를 주제로  과거, 현재의 트렌드, 미래 예측도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2050 패권의 미래


    미래 패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

    자원과 환경 - 세계 경제의 탈탄소화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방법 - 툰베리와 머스크가 그린 미래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분위기에 달라진 점이 있다. 1990년대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환경 문제가 대두됐지만 지금은 기후 변화라는 단일 사안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이전 세대의 환경 전문가는 2020년이면 인구가 70억 명이 넘을 텐데 과연 이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원유 공급이 바닥을 드러내고 생물 다양성과 거주 환경에 가하는 위협, 오존층 파괴 등을 걱정했다. 물론 인간의 여러 가지 활동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린 탓에 기후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도 우려 사항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아직 먼 미래의 아득한 문제로 여겨졌다.


    그런데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해본다. 첫째, 각국 정부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경제 관련 주장이 더욱 확산되며 폭넓은 지지를 얻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고 기업도 환경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눈부신 기술 발전 덕분에 기업은 정부와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를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이 변화의 추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량 및 수자원 고갈 - 빈부 격차에서 시작되는 잠재적 갈등 요소

    물이 있으면 식량을 재배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육류 소비를 줄이도록 설득해도 식량 재배는 가능하다. 하지만 담수가 없으면 식량 재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물은 필수 요건이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은 일상생활에서 물 부족을 겪으며 살아간다. 일부 대도시도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데 케이프타운이나 첸나이가 대표적이다. 호주의 머레이-달링강 유역은 수자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농업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 자리 잡은 악명 높은 아랄해는 목화와 밀의 관개농업에 너무 많은 물을 끌어다 쓰는 바람에 강의 원래 크기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른 상태가 됐다. 하지만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물의 공급량을 늘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담수화 플랜트 운영비는 꾸준히 감소세를 그리고 있으며 해수면 인근 지역이라면 담수화 플랜트로 수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8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는 며칠 동안 상수도 공급을 차단하고 사람들이 급수 시설에서 물을 배급받아 생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비상 사태를 겪은 후에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물을 절약하게 됐다.


    인도, 중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앞으로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 같다. 물론 첨단 기술, 식량 분배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국가 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로 잘못된 정책 때문에 환경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다. 최악의 사례는 아랄해로 흘러들어가는 강의 흐름을 돌려서 목화 재배 관개수로 사용한 것이다. 물론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자 투쟁을 고려할 때는 지난 세기에 기근의 발생 횟수나 발생 지역의 범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각국이 수자원 활용에 대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빈곤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교수는 가난과 기아에 대한 글에서 질적인 식량 공급보다 토지 소유권과 식량 분배와 같은 사안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기 명의로 된 토지나 장기 임대한 토지에 농사를 짓는 사람은 토지가 비옥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잘 관리할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모든 사람에게 윈윈 전략이다. 이처럼 인류는 해결책을 이미 알고 있다. 이제 해결책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무역과 금융 - 신흥 경제 강국과 포퓰리스트의 등장

    국제 무역의 변화 - 상품에서 서비스와 아이디어로 쏠리는 자본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공격한 시점보다 한참 이전인 2010년대 중반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중국 간 무역 전쟁으로 세계 무역의 성장은 이미 둔화하기 시작했다. 무역은 세계 GDP 성장률보다 빠르기는커녕 매우 더디게 증가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크게 보자면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신흥 경제 국가, 특히 중국과 선진국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나 다수의 신흥 국가에서는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운송비를 계산해보면 이제는 생산 설비의 역외 이전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은 생산 설비를 본국으로 되가져오게 됐고 일자리 기회도 예전과 달라졌다. 제조업의 생산 설비를 자국에서 운영하는 ‘온쇼어링(onshoring)’이나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 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과 같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표현도 등장했다. 둘째, 제조업이 달라지고 있다. 공장 근로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자동화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은 증가하고 있다. 제조 비용 내역을 보면 실제 제조 비용은 얼마 되지 않고 디자인과 제작팀의 전문 인력에 대한 지출이 높다. 제조 장소는 가장 비용이 저렴한 곳이 아니라 편리한 곳, 그러니까 시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하기 마련이다. 디자인팀은 보통 해당 기술자를 구할 수 있는 지역에 구성하는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양측의 수많은 기술 허브가 대표적이다. 즉, 전문가는 세계 곳곳에 포진해 있고 재화는 현지에서 만들어진다.


    세 번째 이유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소비자 선택은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분야인데 주로 다른 동인들과 뭉쳐져서 국제 무역의 성장을 제한하는 것 같다. 한 가지 동인은 운송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환경은 젊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농산물 등이 생산지에서 출발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뜻하는 ‘푸드마일(food miles)’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요리사들은 수입 식품보다 현지에서 재배한 제철 음식을 먹으라고 강력히 권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물건을 쉽게 버리고 새로 사기보다는 기존의 물건을 고쳐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푸드처럼 최신 유행과 소비자 취향을 즉각 반영해 빠르게 상품을 기획, 생산, 판매하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가장 고가의 소비자 내구재인 자동차와 같은 특정 제품의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휘발유나 디젤 자동차보다 훨씬 단순해서 더 오래 탈 수 있는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이어서 자동차 수요가 더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자동차 구매 건수가 줄어들면 해외로 배송되는 자동차 물량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구매 패턴이 상품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네 가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제품과 달리 서비스는 소비가 발생하는 장소에서 만들어진다. 자동차는 해외에서 생산한 다음 판매 대리점까지 옮겨 와야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는 바로 식사를 마련해 손님에게 제공하거나 음식이 식기 전에 주문자의 집까지 배달해줘야 한다. 이렇듯 다른 조건이 같다는 전제하에 상품에 대한 지출이 감소하고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면 더 많은 소득을 현지에서 지출하게 된다. 그러면 GDP 대비 상품 교역량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기술 - 인공 지능과 소셜네트워크 이후의 미래

    재택 근무가 바꾼 직업의 미래

    이제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술은 무한대에 가까운 풍부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 점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로 기술 때문에 이러한 정보에 대해 질 높은 토론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3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그때는 미래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다국적 기업의 연구소 못지않게 많은 정보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 예측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검색 엔진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지식에 접근하게 됐다. 교육의 장 또한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정보를 평가하는 능력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하게 되면서 오히려 예전에 없던 불필요한 정보 거래 시장이 생기고 말았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지만 평가를 받는 데는 소극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실재하는 정보 이외에 거짓 정보나 근거 없는 주장이 판을 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교육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 기존의 교육 구조는 오랫동안 교과서, 학교, 대학, 현장 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사실상 정보 혁명은 교육계에 예상만큼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400년 전에 셰익스피어가 ‘인생의 7단계(Seven Ages of Man)’에서 묘사한 것처럼 아이들은 여전히 책가방을 등에 메고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억지로 학교에’ 간다. 일례로 1960년대에 최고 명문대로 손꼽히던 대학이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박사 학위도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학위이며 고등 교육 분야에서 직업을 구할 때 필수 자격 요건으로 간주한다. 전문성이 종종 무시될 때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중시된다. 사실 배경 소음이 커지면 신호를 인식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믿을 만한 교육 및 연구기관이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향후 30년간 교육계와 교육계의 영감을 받은 기업 사이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대학은 기업처럼 변해가고 기업은 대학처럼 변할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연구 성과를 토대로 상업적인 성공을 추구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소위 영리형 대학도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유럽이나 북미보다는 아시아에서 이런 유형의 대학이 가장 먼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영리형 대학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등장하면 서방 국가들도 이를 모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과 취업 시장을 생각해보자. 통신 기술 덕분에 사람들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재택 근무로 처리하게 됐다. 이로 인해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원격 근무자는 업무 결과로 평가받으며 업무 시간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재택 근무를 경험하고서 사람들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자기 일을 하는 자영업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 직업들은 제조업이 약화되고 서비스업이 증가하는 추세라든가, 유연한 수요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노동 가용 인구의 전반적인 고령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택 근무가 미친 영향은 강력하다.


    현재 뚜렷한 두 가지 추세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다. 하나는 고급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근로자가 업무를 보다 탄력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은 더욱 늘어나겠지만 노동자들은 질 높은 교육,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자의 시간을 관리하는 면에서 유연해져야 한다. 팬데믹 기간에 이미 경험한 것처럼 앞으로 가정 생활과 직장 생활의 경계는 더 모호해질 것이다.


    세계는 지금 내일을 준비한다: 미리 살펴보는 2050년의 세계

    아메리카

    지금처럼 계속 글로벌 리더로 활약할 미국

    2050년에도 미국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대한 패권을 쥐고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경제 규모는 중국에 조금 밀리겠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패권을 뺏기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가장 부유한 경제 강국이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지적 리더십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 달러는 지금처럼 가장 중요한 국가 통화로 사용될 것이다. 20~30년 정도 국내외로 긴장감이 높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안정된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전 세계는 많은 문제에 부딪힐 것이며 그때마다 미국이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2020년대 초반에는 많은 미국인이 나라의 장래가 어둡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이 걱정한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물론 예기치 못한 재앙이 발생해 이와 같은 긍정적인 전망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낙관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 가지 확실한 이유가 있다.


    첫째, 앞으로도 각국의 주요 인재가 미국으로 모여들 가능성이 크다. 세계 각국에서 똑똑하고 활기 넘치며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인재들이 부푼 꿈을 안고 미국으로 몰려든다. 급증하는 이민자로 인해 국내 사회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으로 모여드는 이민자들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아니면 그들이 다 어디로 가려 하겠는가? 둘째, 미국의 사회, 정치, 경제적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부터 2050년까지 사회 평등을 이룩하고 더 효율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환경 보존을 통해 국가의 건강을 개선하는 등 현재 미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이 투입될 것이다. 셋째, 글로벌 리더십을 놓고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중국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금과 같은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중국이 겪을 변화는 이번 주제의 후반부에서 따로 다룰 것이다. 현재 각국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과 같은 역할이 미국의 향후 30년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살펴보자.


    확언하기 어렵지만 2040년대가 되면 미국의 인구 구성은 2020년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히스패닉이나 아시아 소수민족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유권자 수에 민감한 정치인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정치는 한마디로 숫자 게임이다. 유권자의 구성이나 규모의 변화를 수용하는 정치인이 더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된다. 미국의 인구 구성은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것이며 고령화 현상도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히스패닉이 늘어나면서 한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체 인구가 고령화되기 때문에 반대쪽으로 다시 균형이 잡힐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2020년대 초반과 달리 2040년대쯤이면 미국 사회는 분열이 가라앉고 더 안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2050년에 미국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집필하고 있는 2021년 초반 미국 사회의 분위기는 다소 침체해 있고 자신감이 부족한 듯하다. 모든 계층의 사람이 미국의 미래를 걱정한다. 특히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젊은 세대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결함과 이를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한 세대가 지나면 미국이 더 부유하고 안정되고 자신만만한 나라가 된다고 예측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심지어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역사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 분위기가 미래의 분위기를 예측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취임 연설에서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며 국가에 대한 봉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3년 후에 밥 딜런(Bob Dylan)은 ‘시대가 변하고 있네(The times they are a-changin)’라는 유명한 반전 시위 대표곡을 발표했다.


    지금처럼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10년에서 20년 정도 혼란의 시기가 이어질 것이다. 국내의 분열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며 중국의 급부상이 미국 사회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두 강대국의 패권 다툼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미국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들이 겹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장래 세대가 확신을 가질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중에서 세 가지 두드러진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째, 미국은 전 세계의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자석과 같은 나라다. 미국은 과거와 힘겨운 씨름을 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다인종 국가로 성장할 것이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첨단 기술을 보유한 혁신 사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끝부분에는 반전이 있다. 여러 합리적인 근거를 고려할 때 2050년이면 중국이 미국의 경제 규모를 앞지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 인구는 분명 감소할 것이나 미국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서 선진국으로 완전히 탈바꿈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보다 더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이를 잘 해결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흥미로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약 30년 뒤에 미국이 경제 규모에서 중국을 추월해 금세기 후반의 어느 시점에는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다시 성장할지 모른다. 자세한 점은 제12장에서 논할 것이다. 일단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성공적으로 재도약할 역량이 있으며 이를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국의 역량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앞으로 30년, 2100년의 미래를 좌우한다

    2050년, 극단적 미래 시나리오

    세계의 미래를 둘러싼 10가지 긍정적 시나리오

    - 중산층이 주류를 이루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집단 중심 사고와 고령화 사회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는 중산층으로서 부유한 삶을 누릴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인류 대다수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와 교육을 누릴 수 있고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며 좋은 음식을 먹고 합리적인 취업 기회를 누리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일 것이다. 통신 기술의 놀라운 발전 덕분에 유례없이 확대된 중산층은 이전 세대가 전혀 누리지 못한 또 하나의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구나 손쉽게 전 세계적 규모의 방대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이 안정감과 자신감을 되찾을 것이다: 젊은 인구 증가, 유능한 인재 유입, 국내 문제의 해결에 대한 희망

    우선, 거의 확실한 결과란 미국 인구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인구가 증가하면 선진국 중에서 가장 평균 연령이 낮은 국가가 될 확률이 높다. 인구 증가는 GDP 증가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말하는 GDP는 1인당 GDP와 조금 다를 수 있다. 아무튼 젊은 인구가 많으면 사회의 분위기는 활기를 띠게 된다. 그 무렵에 중국이 경제 규모로는 미국을 앞지를 수 있지만 미국과 달리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가능성이란 앞으로도 전 세계 각국의 인재가 미국으로 모여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인적 자원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는 나라보다는 활기 넘치고 재능 많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나라가 더 번영할 것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도 본국에 남아 있는 것보다는 미국으로 이주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본국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줄 기회도 생기므로 그들에게 미국은 여전히 꿈의 나라일 것이다. 최고급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미국이 여전히 매력적인 나라일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사실 미국을 빼고 어디로 갈지 고르라고 한다면 그들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것이다. 유럽 경제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유럽을 떠나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으로 흘러 들어갈 핵심 인재들은 주로 중국이나 인도에 있다. 규정이 허용한다면 그들 중 몇몇은 유럽을 선택할지 모른다. 특히 영국에서 유학한 사람들은 영국으로 이민할 것이다. 하지만 절대다수는 미국으로 떠날 것이므로 미국은 지금과 같은 활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미국이 자신감을 가질 만한 세 번째 이유는 직관적인 판단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만 이면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기존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 및 인종 문제를 잘 해결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산출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 영어권 국가가 부상할 것이다: 상호 이익에 기반한 비영구적 비공식 연맹의 등장

    영어권 국가를 확장해보면 신흥 세계 국가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종종 뉴 커먼웰스(New Commonwealth)라고 불리며, 회원국의 정치적, 경제적 격차가 너무 커서 일시적인 상호 이익 추구가 아닌 다른 이유로 결합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적으로 그들은 다양한 집단과 손을 잡고 있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은 중국과 점차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인도는 미국과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인도는 1947년 독립 이후로 내내 어떤 동맹관계도 맺지 않았으나 앞으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지 모른다. 이는 미국인이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인도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으며 국가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굳이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나라들도 언어라는 공통분모를 계기로 가까워질 수 있다.


    -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중국이 협조적으로 돌아설 것이다: 정치 체제의 변화와 대외 협력에 대한 기대

    미국에 발생하는 변화의 일부는 세계의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2030년대에 중국은 상당히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특히 공격적인 성장을 지양하고 노년에 접어든 시민들에게 더욱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큰 그림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인구 통계와 정치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해 중국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중국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50년이면 인구가 빠르게 감소할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는 일본처럼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관건은 인구 노화가 사회적 관념이나 열망에 어떻게 작용하느냐이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 지금처럼 활기 넘치고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노인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점점 확산되고 더 널리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는 중국 정치에서 한두 가지 변화를 유발하게 된다. 어떤 부분은 분열되겠지만 변화를 기점으로 민주주의적 요소가 더욱 강화될지 모른다. 혹은 정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달라진 가치관을 점차 흡수해 공격적 성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일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실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변화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 세계화의 방향과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상품 경제에서 아이디어와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

    많은 사람은 세계화의 후퇴를 일종의 재앙처럼 받아들일 것이다. 1930년대의 보호주의가 재연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무역의 성격이 아예 달라질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원자재는 지금처럼 세계 각지로 운송될 것이나 에너지 무역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다. 석탄, 원유 및 가스와 같은 에너지원을 더는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이 될지 모르나 식량 생산에서 경쟁 우위를 누리는 지역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므로 농산물 무역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제조 상품 무역은 분명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제조업이 현지 위주로 축소되면, 자금은 디자인과 마케팅 쪽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화는 상품이나 사람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나 노하우가 국경 간 이동을 하는 형태로 지속할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갈등이 적고 눈에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생산 시설은 해안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므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느낌도 없을 것이다. 대다수 상품은 현지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련 기술자가 해외로 갈 필요는 없다. 이제는 원격으로 기술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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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