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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기는 힘
저   자 : 이지훈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18년 07월




  • 키루스 대왕부터 스티브 잡스까지, 인류의 고전 속 영웅들과 우리 시대 경영의 대가들은 고난의 순간을 어떻게 돌파했을까? 전작 『혼창통』으로 50만 부 판매 신화를 기록한 이지훈 저자가 후속작 『결국 이기는 힘』을 통해 날카로운 조언과 깊이 있는 통찰을 선사한다. 과거와 현재, 인문과 경영을 넘나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 결국 이기는 힘의 정체를 밝히는 책이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리더들의 진정한 성공과 성취를 향한 여정이 펼쳐진다. 


    결국 이기는 힘


    내 안의 영웅을 깨우는 힘

    소명_도저히 견딜 수 없으면 떠나라 - 마음의 노래를 들어라,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 주어진 일을 사랑하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보람도 느끼고 기쁨도 느낄 텐데, 지금 하는 일이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면 어떻게 하지?" 또 젊은 학생들은 이런 질문도 할 것이다. "다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들 하는데, 사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이런 질문에 이나모리 가즈오는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 평생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1000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다"라고 대답한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기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무언가 시원한 대답을 기대했는데 맥이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 일단 좋아하라니. 그러나 이나모리 가즈오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말이니 괜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도 못했고, 원하는 직업을 얻지도 못했다. 교수의 소개로 어렵사리 취직한 회사는 도산 직전이었고, 일에도 재미를 붙일 수 없었다. 탈출구가 없던 그는 변명과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다니던 자신을 버리고, 눈앞에 놓인 일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그는 회사 연구소에서 파인세라믹이라는 신소재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날부터 그는 연구소 한쪽에 냄비와 솥을 갖다 놓고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했다. 자신의 전공과는 분야도 달랐고, 경쟁 대기업에는 그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도 많았기에 사실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일에 몰두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자신도 놀랄 만한 실험결과가 연이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괴롭히던 앞날에 대한 의구심과 방황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면서 일이 재미있어졌다. 그는 그 순간에 대해 "내 인생 최초의 가장 큰 성공이 다가왔다"라고 말한다.


    그는 TV 브라운관에 쓰이는 절연 재료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 원료인 포스테라이트라는 분말을 성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그 분말은 너무 부드러워서 모양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여느 때처럼 분말 문제를 고민하면서 연구소 안을 서성거리는데 발 끝에 무언가 끈끈한 게 느껴졌다. 실험에 사용하는 파라핀 왁스가 바닥에 묻어 있던 것이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반짝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분말에 파라핀 왁스를 넣고 열을 가해 잘 섞은 뒤 틀에 넣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모양이 잡혔다. "신의 계시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 기술로 회사는 기사회생했고, 그 일은 이나모리 가즈오가 독립해 교세라를 창업하는 밑거름이 됐다.


    마음이 부르는 나만의 노래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때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고개를 쳐드는 순간이 있다. 생각이 무르익고, 피부에 각인되고, 심장에 파고들 때다. 그러면 비로소 마음속 깊은 곳의 노래가 되살아나 울려 퍼진다. "네 노래를 다시 불러라."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 노래를 파인세라믹을 굽는 화로 앞에서 들었다. 그 노래들은 모두 웅혼하고 강렬했다. 마음을 뒤흔드는 힘이 있었다. 그 노래를 경영학에서는 ‘야성적 충동’이라고 한다. 아무리 치밀한 비즈니스 모델도 이런 마음속 노래가 없으면 실현되지 않는다.


    거부_ 누구나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 전통과 혁신 사이의 선택, 전 국립극장장 안호상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과감한 개혁

    나를 감탄하게 한 인물 중 한 사람은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이다. 그는 30년간 공연 기획을 해온 문화행정가다. 예술의전당에서 조용필 콘서트를 열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오늘날 오페라를 유행 장르로 변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베테랑인 그가 국립극장장으로 부임한 지 며칠 만에 후회를 했다고 한다. 국립극장을 바꿔보겠다던 다짐이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은 단순히 공연이 열리는 장소가 아니라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같은 전속 예술 단체를 둔 기관이다. 남이 만든 제품에 공간을 내주는 백화점 같은 공간이 아니라 내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제작 극장’인 것이다.


    문제는 창극, 무용, 국악이 모두 비인기 장르라는 데 있었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지난 20년간 시장이 10배 이상 급성장했지만 창극, 무용, 국악은 20년 전에 비해 40%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물가를 감안하면 오히려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공연을 해도 관객이 오지 않아 봄, 가을에 한 차례씩 2회 공연이 전부였다. 자체 공연이 별로 없으니 공연장은 대부분 외부에 대관했다. 문제는 공연을 하든 안 하든 늘 많은 단원들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원들은 저마다 각종 대회에서 입상을 한 대단한 기량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런 단원들이 놀고 있거나 외부 기관에서 공연이나 강습을 했다.


    국립극장은 그 나라 문화의 자존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극장이 유명무실해졌다. 국립이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게 외국 작품에 자리만 내주는 극장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더불어 훌륭한 인재들의 재능이 썩고 있었다.


    안호상 전 극장장은 부끄러움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것은 창작 DNA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칼을 쓰지 않으면 녹스는 것처럼 재능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연마된다. 관객이 들지 않으니 작품을 안 만들고, 재능은 더 녹슬고, 작품은 신선하지 않고, 그러니 관객은 더욱 외면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했다.


    국립극장이 제작 극장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대관을 하지 않고 국립극장의 창작품으로만 무대를 채우기로 했다. 그는 세 개의 단체에 각각 7~10개의 작품을 새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처음 반응은 싸늘했다. 새로운 작품을 7개씩이나 만들어내려면 하루 종일 연습을 해도 부족했다. 외부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스타 단원들이 사표를 들고 찾아왔다.


    스타 단원들의 사표를 수리하자 단원들은 밤 10시까지 연습에 매달렸다. 그렇게 해서 나온 창극 <장화홍련전>이 매진되자, 그 뒤에 예정되어 있던 <베비장전> 출연진도 자발적으로 연습 시간을 연장했다. 창극단뿐만 아니라 무용단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부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공연 작품이 늘어나면서 단원들의 출연 기회도 확대됐다. 주연을 못 했던 단원들이 주연을 맡게 되고, 각 단체마다 10명 정도의 단원을 추가로 뽑기도 했다. 새로 만드는 작품이 늘어나다 보니 내부 인력만으로는 진행이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콜라보레이션을 도입했다. 외국 연출가에게 창극 연출을, 패션 디자이너에게 무용 연출을 맡겼다. 그러자 작품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에 수출까지 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30개 정도의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졌고, 이 중 12개는 언제 내놓아도 흥행에 문제가 없는 고정 레퍼토리가 됐다. 그러면서 늘어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다음 시즌의 공연 일정을 미리 구성해 관객들과 공유하는 ‘레퍼토리 시즌제’도 도입했다.


    개혁의 결과는 놀라웠다. 2011년만 해도 연간 12편에 그쳤던 국립극장 전속 단체의 공연 편수가 2015~2016년에는 23편으로 늘어났고, 전속 단체 공연을 관람한 관객 수도 연간 4만 명에서 7만 3000명으로 약 80% 늘어났다. 1년에 300일 이상 쉼 없이 공연이 열리는 극장으로 변한 것이다.



    한 차원 높이 도약하는 힘

    멘토_ 나를 이끌어줄 단 한 사람 -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는 나영석 PD의 창조법

    당신이 상품기획자이고 나영석 PD에게 멘토링을 받는다면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혼, 창, 통의 관점에서 그의 창조의 비결을 들여다보았다.


    나영석의 창, 미시감과 기시감의 연결

    나영석 PD는, 성공하는 프로그램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가 만나 스파크가 터질 때 나온다고 말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의 만남의 예로 <꽃보다 할배>가 있다. 이순재, 신구, 백일섭, 박근형 등 노령의 배우들이 모여 해외여행을 가는 이 프로그램은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영석 PD는 좋은 TV 프로그램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움, 재미, 의미가 그것이다. 그 세 가지 요소들을 모두 갖추면 10년 이상 가는 대박 프로그램이 되고, 셋 중 두 가지만 갖추면 몇 년은 가는 프로그램이 된다. 그리고 셋 중 한 가지만 있더라도 그해는 석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된다.


    나는 『혼창통』에서 창의성의 비결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 적이 있다. 연결, 질문, 관찰, 실험, 네트워킹이 그것이다. 나영석 PD의 사례는 그중 연결과 맞아떨어진다. 그의 남다른 점은 전혀 TV프로그램이 될 것 같지 않은 소재로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 모은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바로 새로운 연결에 있다. 그는 새로운 것만을 좇지 않는다. 새로우면서 보편적인 것을 추구한다. 기발하지만 외면당한 제품이 얼마나 많은가.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새롭되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보편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나영석 PD는 할아버지라면 새로우면서도 보편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배낭여행을 간다는 설정은 새롭지만 이순재나 신구 같은 배우는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히트 상품은 미시감(낯선 느낌)과 기시감(이미 본 듯한 느낌)이 모두 필요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어떤 부분이 온통 미시감으로 도배되어 있다면 소비자는 외면할 것이다. 어딘가에는 친근하고 편한 부분도 있어야 소비자가 다가온다.


    나영석의 혼, 본질을 바탕으로 한 소명의식

    내가 생각하는 혼이란 일에 목적의식, 소명의식을 갖는 것이다. 혼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나영석 PD는 혼을 다해 <꽃보다 할배>를 만들었다. 그 혼은 원대하고 거창하진 않았지만 프로그램의 성공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나영석 PD와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칠판에 명심해야 할 내용 한두 가지를 써놓고 내내 지우지 않는다고 한다. <꽃보다 할배>를 만들 때 써둔 말은 "어르신들이 행복하면 모두가 즐겁다"였다. 그것이 바로 나영석 PD의 혼이었다. 칠판에 써둔 그 한마디는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방향타 역할을 했다.


    나영석의 통,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리더십

    이번에는 나영석의 ‘통’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본인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회의 때 나오는 이야기들을 흘려듣지 않는 것, 또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이 장점 덕이다. 그는 주변의 창의적인 인물들을 끌어모아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어 최선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리더로서 최고의 능력이다.


    나영석 PD는 부하를 잘 키우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리더십의 철칙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작가와 좋은 PD를 키우는 일이 결국에는 자신의 성공률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후배를 데려올 때도 굉장히 고심한다고 한다.


    나영석 PD의 남다른 성취의 이면에는 혼창통이 작용하고 있다. 그는 신선함과 보편성,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하나로 버무리는 지혜가 있으며, 일의 목적과 핵심 콘셉트를 정한 뒤 흔들리지 않고 집중한다. 또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겸손함과 후배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

    시련_ 나약한 나와 대면하라 - 버티는 힘,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혹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여행해본 경험이 있는가? 없다면 한번 해보기를 권유한다. 나도 도쿄 여행 때 이용했는데, 아주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주택가 한가운데서 일반 시민과 똑같이 먹고 자고 돌아다니고 하는 것은 정형화된 호텔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체험이다.


    에어비앤비는 창립한 지 10년도 채 안 된 기업이다. 그러나 이용자 수가 지금까지 8000만 명에 이르고, 아직 상장은 안 되었지만 기업 가치가 30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처음 빈 집을 빌려준다는 사업 아이디어를 듣고 멍청한 생각이라고 말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은 에어비앤비의 세 명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자 현재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의 할아버지뿐이었다. 옛날에 호텔이 없던 시절에는 다들 여행할 때 남의 집을 빌리곤 했으니 말이다.


    창업 초기에 지인이 7명의 투자자를 연결해주었는데, 그들로부터 돌아온 응답 역시 전부 거절이었다. 투자자들은 개인적인 공간을 낯선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아이디어가 정말로 이상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마치 방사능 물질처럼 취급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10년도 안 되어서 공유경제의 전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전설이 될 수 있었을까?


    2017년에 『에어비앤비 스토리』와 『벼락부자』 등 에어비앤비를 취재한 책들이 출간됐다. 그 책들이 분석한 에어비앤비의 성공 비결은 바로 ‘바퀴벌레보다 강한 생존력’이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개설했지만 아무도 접속하지 않고 빚만 떠안자 세 명의 창업자는 부업에 나섰다. 시리얼을 새롭게 포장해서 파는, 숙박 공유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다. 아침식사를 표준화해 에어비앤비 회원들에게 보급한다는 아이디어는 창업 초기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그 아이디어를 별도로 사업화해 일반인에게 팔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착안해 ‘오바마 오즈’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시리얼 박스를 디자인해 ‘변화의 아침식사!’, ‘모든 그릇에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삽입했다. 그들은 박스에 번호를 붙여 ‘수집가용 한정판’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인터넷을 통해 50달러에 팔았다. 가장 싼 시리얼을 판매하는 곳을 찾아 샌프란시스코의 슈퍼마켓을 모조리 뒤졌다. 광고 음악을 만들고, 언론에 무료로 배포했다. 그들은 핵심 비즈니스로는 5000달러도 벌지 못했지만 시리얼 판매로 2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훗날 에어비앤비가 도약한 결정적인 계기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회사인 와이콤비네이터가 에어비앤비를 ‘제자’로 받아들여 도와주고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이콤비네이터가 에어비앤비를 낙점한 이유는 결코 숙박 공유라는 아이디어가 신선해서가 아니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며 시리얼 판매에 도전한 그들의 생존력 때문이었다.


    처음에 세 명의 창업자와 인터뷰를 할 때 와이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 대표와 파트너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브라이언 체스키가 시리얼 박스를 꺼내 보여주며 설명하자 그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폴 그레이엄은 이렇게 소리쳤다. "와우! 당신들은 정말 바퀴벌레 같군요.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폴 그레이엄 대표는 그때를 이렇게 회고한다. "5달러짜리 시리얼을 50달러에 사도록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집에서 잠을 자는 일도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버티는 힘,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 다 같은 말이다. 브라이언 체스키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다. 조지 버나드 쇼가 한 말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킨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나를 뛰어넘어 결국 이기는 힘

    부활_ 결국 나는 나로 설 것이다 - 『일리아스』에서 발견한,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맞서는 법

    인공지능 분야의 대가인 앤드류 응 교수는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라고 말한다. 마치 전기처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고 급속히 보급될 것이며, 비용 역시 가파르게 떨어져 결국 인공지능 없이는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기술의 발전을 인간의 적응 능력이 따라잡기 힘들다는 점이다. 급류를 만나서도 계속 노를 저어보지만 마음이 좌불안석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문제는 기술뿐만이 아니다. 정치나 외교 등 대외 환경은 또 얼마나 불투명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10년 만에 간신히 넘어서고 나니 이번에는 북핵이다 중국이다 해서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해오던 한 중견기업 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이제부터는 버티는 게임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빚이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는 비단 경영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7년 미국심리학회는 미국인들이 정치, 변화의 속도, 세상의 불확실성 때문에 유례없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내 앞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때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리아스』가 주는 위안

    그럴 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트로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스토리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싸우는 유명하고도 뻔한 이야기가 묘하게 위안을 준다.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기 위해 끈질기게 쫓아가던 그날, 12신은 올림포스 산에서 그 장면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제우스가 헥토르를 불쌍히 여겨 이렇게 말한다. "아아! 내가 사랑하는 인간이 성벽 주위로 쫓기는 꼴을 내 두 눈으로 보아야 하다니. 헥토르 때문에 나는 마음이 아프구나." 그러자 핵토르를 미워했던 전쟁의 여신이자 제우스의 딸 아테나가 반발했다. "번쩍이는 번개를 치시고 검은 구름을 모으시는 아버지시여!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이미 오래전에 운명이 정해져 있는 한낱 필멸의 인간을 가증스러운 죽음에서 도로 구하려 하시다니요."


    딸이 의외로 강하게 나오자 제우스가 한 발 물러서며 말한다. "안심해라. 내 딸이여! 내 진심에서 한 말은 아니며, 또 너에게는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구나. 그러니 네 마음에 좋을 대로 행하고 더 이상 주저하지 마라."


    여기서 헥토르의 운명이 갈린다. 헥토르가 죽은 것은 아킬레우스보다 무공이 뒤져서가 아니다. 아테나가 술수를 쓰며 간섭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킬레우스가 던진 창을 헥토르가 피하자, 아테나는 그걸 집어 몰래 아킬레우스에게 돌려주기까지 한다. 이렇게 트로이 전쟁의 고비고비마다 신들은 교묘하게 간섭하고 방향을 튼다. 그들은 그리 진지해 보이지도 않으며, 엉뚱한 방식으로 행동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런 장면들이 묘하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역설적으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모든 것이 원인과 결과로 설명된다는 사고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신들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의 운명을 마치 공깃돌 다루듯 갖고 논다.


    그걸 보면서 ‘그래, 그럼 어디 마음껏 갖고 놀아보라지’ 하는 반발심도 들고, ‘이러나저러나 운명에 메인 신세라면 한번 맘껏 아우성이나 쳐보고 죽어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알베르 카뮈는 『시시포스 신화』에서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긍정을 발견했는데 아마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려는 반항적 의지 말이다. 오직 인간만이 운명이라는 저주를 한몸에 받아들여 감수하면서도 씩 웃으며 절망을 뛰어넘는다.


    1990년 콜롬비아 정부는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이동식 도서관 제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대출해준 책이 반환되지 않은 사례가 단 한 건 발생했다. 바로 『일리아스』였다. 마을 사람들이 그 책을 돌려주려 하지 않아 결국 도서관은 그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도서관 직원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그 책을 간직하려는 겁니까?" 마을 사람들은 『일리아스』가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라고 대답했다. 『일리아스』는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놓은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그 전쟁에서 도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언제 행복해질 수 있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정신이 나가 신들과 뒤섞여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이 바로 자신들의 삶과 같다고 공감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신 혹은 운명이 공깃돌처럼 나를 갖고 노는 세상에서 내가 살아야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이는 선조들 또한 수천 년 동안 고민해온 문제이니 정답은 없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달성이 아니라, ‘오름’을 절대 쉬지 않아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삶에 숭고함과 단일성을 부여한다."


    알프레드 테니슨은 이렇게 노래한다.


    배를 저어라, 줄지어 앉아서 / 소리치는 파도 이랑을 만들며 가자.

    나의 목표는 내가 죽을 때까지, 석양 저 너머로, / 모든 서녘별이 자맥질하는 저 너머로 항해하는 것.


    ‘심연이 우리를 삼킬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노를 저어야 하지 않겠는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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