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부활했다. 많은 사람이 이제 더는 달콤한 사탕발림 따위는 필요없다는 듯 마치 유행처럼 그의 독설에 빠져들었다. 쇼펜하우어는 실제로 19세기 이후의 근대 철학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그의 철학은 리하르트 바그너와 프리드리히 니체, 레오 톨스토이, 토마스 만, 알베르 카뮈를 포함한 수많은 천재 사상가들에게 영감을 선물했다. 특히 20세기 초의 모든 철학자 중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인기 있고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비트겐슈타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철학은 문학, 음악, 심리학 등 다른 학문과 예술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쇼펜하우어는 냉정하지만 정확하게 인생의 본질을 우리에게 밝힌다. “우리가 살아가는 직접적인 목적은 괴로움이다.” 몇 백 년 전의 철학자가, 각박한 현대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사는 건 원래 괴로운 게 맞다고 선언한다.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차 있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며, 완벽한 인간은 있을 리가 없다고 말한다. 삶이 괴로운 이유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도, 원래부터 못난 놈이어서도 아니라는 위로와 깨달음을 선물한다. 그리고 꼭 즐거움이 있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고통, 괴로움, 그리고 내 의지를 침범하는 것만 없더라도 행복이라는 걸 알려 준다. 특히 저자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삶 속에서 풀어내는 쇼펜하우어의 지혜는 뼛속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통찰과 깨달음을 선물한다. 저자가 삶의 고비에서 쇼펜하우어를 만나 단단한 내면의 힘을 얻었듯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인생과 인간관계의 본질을 깨닫고 평안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강산
법학과를 졸업한 뒤 관련 회사에서 일한 지 19년 차 직장인이자 그림을 독학하고 있는 8년 차 화가, 16년 차 세 아이의 엄마이다. 인간의 일생에서 최대 난제가 인간관계이듯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버려진 성장과정과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겪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정말 컸다. 질릴 대로 질린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결국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그때 한 줄기 빛처럼 쇼펜하우어를 만났다. 쇼펜하우어의 현실적인 통찰에서 길러낸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설명은 크나큰 위로와 함께 단단한 내면의 힘을 길러 주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얻은 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화가로서 세 번의 개인전과 제5회 미르인 예술대전에서 입상했으며 2022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자살예방 강사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꿈꾸는 화가 엄마의 새벽 2시》, 《손톱달의 비밀》 등이 있다.
■ 차례
prologue
쇼펜하우어는 내 인생의 답을 알고 있었다
제1장 관계 속의 우리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자기 의지에서 고통과 괴로움이 싹튼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속고 속인다
복수심을 불태우지 말고 동정의 물잔을 준비하라
제2장 관계 속의 나
질투는 열등의식을 찍어내는 카메라이다
타인의 평가와 인정의 저울은 매정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건 당연하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질투의 대상이다
잘난 사람은 공공의 표적이 된다
제3장 관계에서 벗어난 나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없다
꿈꾸는 현실은 꿈에서만 가능하다
무엇을 치장하며 살 것인가
경험은 나를 키우는 성장통이다
제4장 고통과 함께 살기
과거는 과거일 뿐 미련을 두지 말자
걱정의 출처는 미래다
애쓰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간다
죽음이 없다면 오늘은 의미 없다
스스로 가혹한 형벌을 내리지 마라
제5장 행복과 친해지기
지금 하는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
즐거움을 찾고 싶다면 먼저 쾌활함을 잡아라
고통은 생각할수록 고통스러워진다
정해진 운명대로 살면 싱거운 인생이 된다
제6장 나에게 관심 쏟기
어떤 선택에도 후회가 따라붙는다
끝없는 욕망이 한없는 행복을 끊어낸다
나에게 관심 갖는 사람은 결국 나일 수밖에 없다
epilogue
나의 불행에 쇼펜하우어가 답하다
“나의 불행에 쇼펜하우어가 답하다!” 인생 고통의 8할인 관계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쇼펜하우어의 독한 충고와 만나보세요. 각박한 사회와 인간관계에 질린 사람들을 위해 쇼펜하우어 철학의 지혜와 실전 활용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어차피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관계 속의 우리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는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난다. 그런데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제대로 된 인간은 없기에 제대로 된 동료를 찾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
부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그걸 공론화하여 모두가 추구하는 올바른 선(善)의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동료라면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고, 다른 동료들로부터도 추앙받을 동료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이 곧 정의(正義)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골치 아픈 부류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확신 여부에 따라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머리가 좋으면서 자기 확신이 충만한 사람이다. 이들은 자기 확신을 주변에 강요하고 동조하기를 적극적으로 바란다. 이들은 회사의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위해 싸울 줄 안다. 눈치도 빨라 회사 돌아가는 분위기를 금방 파악하고 어떻게 처세해야 손해 보지 않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잘 안다. 손해를 보더라도 최소한으로 줄일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동료들은 그의 처세를 보며 감탄을 마지않는다. 이들이 양심이나 인성까지 갖추고 있다면 동료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다. 이런 사람과 함께 일하면 좋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두 번째는 머리는 좋지만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이들은 안타까운 부류이다. 머리가 좋음에도 자신감 부재 탓에 그 좋은 머리를 썩힌다. 회사 측면에서도 인력 손실이다. 이런 사람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자책을 많이 한다. 이들이 자신감을 얻는다면 분명, 본인에게나 회사, 동료에게 큰 도움이 될 사람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머리는 나쁜데 자기 확신이 충만하여 주변에 강요하는 사람이다. 동료로 만나면 최악의 부류 중 하나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사람을 ‘어려서 직관을 경험하지 못하고 책으로 개념만 배운 자’라고 했다. 이론을 잘못 해석하여 자기 신념이 인간 세계의 최고선(善)이자 정의(正義)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신념이 최고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부터 모순이다. 선(善)은 절대적일 수 없어 최고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신념이 너무 강해 자신의 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 격정, 증오, 공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그의 격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이 당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더라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런 사람들의 말을 묵살하는 것으로 당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게 낫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문제라고 부르짖는 일에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다면 자신이 이런 부류에 있는 사람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수준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이 설정한 기준으로 모든 것을 해석한다.
흔히 사람들은 큰 인물의 도량을 찬양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도량은 타인에 대한 심한 모멸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는 주위 사람들을 자기와 동등하게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 미련하고 분별력 없는 동물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자기보다 못하고 저속한 사람에게 큰 아량을 베푸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집약체인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이러한 도량이 가끔 필요하다.
관계 속의 나
아는 만큼 보이는 건 당연하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에게 말하라. 오늘도 나는 주제넘게 이 일 저 일 간섭하고 돌아다니는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 제멋대로 교만하게 행하는 사람, 술수를 써서 남을 속이는 사람, 시기심이 많은 사람, 사교성이 없고 무뚝뚝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로마제국의 16대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의 일부이다. 《명상록》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황제가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쓴 글이다. 약 2000년 전, 무엇이든 다 가능하고 어려움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로마 황제도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물며 21세기 평범한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닥치겠는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그러니 당신은 너무나 연약한 육신을 이끌고서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온갖 고생과 수고를 다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인생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다고 그토록 오래 살려고 아등바등한단 말인가.”라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21세기 다양한 인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아량이 필요할까.
백 명의 인간과 대화해 보면 백 명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신기한 것은 아주 사소한 눈짓이나 손짓만으로도 다름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상처받지 않는 것, 설령 상처받더라도 회복할 방법을 알고 익히는 것이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이런 사람도 세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부모, 다른 사회, 다른 국가, 다른 문화에서 살기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쇼펜하우어는 “아무도 자기를 뛰어넘어 세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안목과 수준의 범위 내에서만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한다. 당신이 사귀고 있는 사람이나 동료가 불쾌하게 굴거나 귀찮게 군다면 이와 비슷한 일을 다시 몇 번이고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상대가 당신에게 쓸모 있는 존재인지 아닌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만일 쓸모 있다면 여러 말을 할 필요 없이 경고해주거나 아니면 따끔하게 한번 짚어주면 된다. 그와 반대로 쓸모가 없다면 절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일이 번번이 되풀이된다. 설사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해도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에 같은 일은 여전히 반복될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라고 했다. 인간에게 흥미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그들 자신뿐이고 그밖에는 아무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에서든 먼저 자신부터 생각하는데 자신과 관계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지만, 자신의 흥미나 허영심 만족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아무리 근거가 있더라도 가치가 없이 대한다. 따라서 어떤 문제든 자기 수준으로 세상을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화나게 하는 상대의 언행은 그 사람의 수준이며 그 사람이 세계를 해석한 결론이라고 인정하면 된다.
사람들이 당신을 욕하거나 좋지 않은 말을 한다면 그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살펴보자. 그러면 당신이 전혀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들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고 미워하거나 적개심도 들지 않는다. 그러면 타인의 언행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길을 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일상에서 겪는 번거로운 일이나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마찰과 충돌, 무례, 욕설에 대해서는 불사신인 지그프리트(독일과 북유럽의 오랜 전설에 나오는 유명한 영웅)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것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상종하지 말자. 마치 길가에 널린 조약돌처럼 발길로 차버리고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관계에서 벗어난 나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둘러보곤 배우자, 자녀, 친구들이 자신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면서 그저 열심히 살아왔을 뿐이라며 자신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한다. 여태 열심히 살아온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면 저들은 나에게 더 잘해야 되는 건 아닌지 원망이 솟구친다. 차라리 게으름을 피우고 요령이라도 피웠다면 덜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외로움에 대해 인간은 혼자 있을 때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가 있다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았다. 혼자 있을 때 자유롭고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는 자기 자신의 위대성을 알기에 육체적인 고독이 정신적인 고독에 합치되는 순간을 고마운 일로 받아들인다. 오직 자기만을 의지하고 자기 자신이 모든 것 가운데 모든 것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로 인해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자아(넓은 의미의 인격), 소유물, 표상(명성과 명예)이라는 세 가지 표제에 대해 말했다.
이 중 쇼펜하우어는 첫 번째 표제인 자아를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는 인간이 정한 것이 아닌 자연이 인간을 구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자신의 개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인간에게 고유한 행복의 한도는 그 사람의 개성으로 인해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제아무리 뛰어난 집안에서 태어났거나, 재산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인격적으로 우월한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도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해석을 한다. 외부의 상황은 객관적이지만 그것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표제는 소유물이다. 쇼펜하우어는 재산이 아예 필요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도만 있으면 될 뿐 너무 많으면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한 걱정으로 정신이 어지럽혀질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신을 수양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부의 축적을 위해서는 애써 노력한다. 돈을 위해 개미처럼 일하고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 운이 좋으면 생의 끝에 돈이 쌓이겠지만 대부분은 후손을 위한 것이 되고 만다.
부의 축적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인간적 삶이 공허한 사람들은 의식이 둔해지고 정서적으로 빈약해진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사교장에서 만나지만 결코 정신적인 쾌락이 충족되지 않는다.
앵거스 디턴(Angus Stewart Deaton)은 행복과 재물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그래프로 나타냈다.
그래프를 보면 연 수입별 긍정적 영향(Positive affect), 우울감 느끼지 않음(Not blue), 스트레스 정도(Stress free)를 알 수 있다. 세 항목 모두 연 수입 약 7,500달러(원화 약 994만 원)가량에서 증가추세가 완만해졌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
이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두 번째 표제인 소유물에 대한 이론과 일치한다. 우리에게 물질이 필요하기는 하나 행복의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다만 필요한 만큼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세 번째 표제는 명예(名譽)이다. 좋은 평판이나 명성(名聲)은 다른 사람의 견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페트로니우스는 “부자는 인기가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를 보면 두 번째 표제와 세 번째 표제는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완벽한 명제는 아니지만 “부자가 다른 사람에게 많이 베풀게 되므로 성격이 좋다.”라는 맥락으로 보면 되겠다.
쇼펜하우어는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자기 안에 모든 것을 소유하여 “나는 내 전 재산을 내 몸 가까이에 갖고 다닌다. 나의 지력은 최상의 소유물이다.”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은 만족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말을 늘 명심하라고 했다.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관심 쏟기
나에게 관심 갖는 사람은 결국 나일 수밖에 없다
업무 외에 무엇인가 정말 하고 싶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일등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교육을 받아왔다. 자기 적성도 모른 채 공부에만 매달린 것이다. 시대가 변한 지금도 그런 ‘혹사’는 계속되고 있다. 당연히 일등은 한 명밖에 없고 꼴찌 역시 늘 존재한다. 각 학교의 일등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일등과 꼴찌는 각 단 한 명씩 존재한다.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사회. 오죽하면 어느 개그맨이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을 유행시켰을까.
어느 선배는 학교 공부도 잘했지만 부모를 잘 만나 대치동에 있는 학원에도 다녔다.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할 법한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을 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다. 그냥 공부 좀 하니까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치동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 모두 자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벌써 몇 년째 하고 있지만 지금 하는 일이 자기 인생과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자신을 맡길 뿐이라고 한다. 공부를 잘해도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비극이 현재 진행되는 것이다.
사회적 구조 때문일까. 우리는 어릴 때는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공부로 세월을 낭비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먹고 살기 급급해 아등바등 살고 있다. 힘들지만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사니 그런가 보다 한다. 주변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골프, 테니스, 해외여행 등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데, 정작 당신은 그럴 여유도 없을 뿐더러 뭘 좋아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굳이 비싼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기를 위한 시간을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가지며 만족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동시에 ‘저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지?’라는 의문이 든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를 보면 간절히 원하는 목표를 위해 조급해하지 않으며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한다. 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은 간절함을 느낄 대상을 알지 못한다.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간절히 원하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는 말인가.
너무 오랜 세월 당신은 타의에 의해 아주 성실하게 잘 살아왔다. 그렇게 성실할수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을 묵묵히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당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문제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는 당신의 진정한 소망, 당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채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자신을 모르고 자신을 오해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을 알고 싶어 스스로 성격검사(MBTI)를 해보는 건 아닐까. 자신 안에 여러 성격이 존재하지만 그중 어떤 성격이 강하고 전체적 성향은 어떤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성격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개발하고자 하는 성격에만 치중해야 한다. 하나를 선택해 소유하고자 한다면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 대상에 모두 관심을 두면 자신이 집중하려는 것에서 옆으로 빠져나가고, 뒷걸음질 치며 인생은 지그재그 흔들린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당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다른 것들은 모두 단념해야 한다. 단순한 의욕이 아닌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고 그 욕구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원하는 것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설계도를 한눈에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을 굳세게 하고 분발시키며 활기를 불어넣어 곁길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다른 것은 덮어두고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사리 분별하면서 자기의 경험에 내포된 모든 교훈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경험 속 판단과 지금의 것을 비교하고 계획과 노력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면 종이를 펴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나는 대로 최대한 많이 써보자.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당신이 보는 당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당신의 모습, 그리고 당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기록하여 정리해 보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힌트가 보일 것이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직접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릴 때 칭찬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려 그때 잘했던 것을 먼저 시작해 보면 좋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악기연주, 운동, 요리, 글쓰기, 말하기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만약 어릴 때 칭찬받았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흥미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해 보는 데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면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이 출판되기까지는 저자의 수많은 경험은 물론 관련 전문가의 고민과 노력이 함축되어 있다. 그러기에 간접경험으로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이다. 만약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면 일단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베스트셀러를 통해 최근 트렌드를 알 수도 있고, 책 선택에 실패할 확률도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매일 일과를 기록해 보자. 오늘 하루 무엇을 할 때 흥미로웠고, 무엇을 할 때 하기 싫었는지 조금씩이라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그러면 그 기록이 누적되어 결국 당신조차도 몰랐던 당신에 대한 정보가 된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다.”라고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말했다. 자신을 소우주로 만들고 자신의 안목과 지성을 갈고 닦아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해 보자. 그리고 자기 지성이 지닌 힘과 능력의 범위를 파악하여 삶에 적용하자. 이때 주의할 점은 자신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단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자기 마음의 소리를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기 신뢰가 없어서 실패한다. 당장 효과적인 묘책이 없다면 자기 마음만큼 믿을 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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