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8월 1주차

BOOK SUMMARY
 인문 

휴식의 철학

저자 애니 페이슨 콜(역:김지은)
출판 책읽는귀족
출간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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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철학


우리 몸에 작용하는 자연의 섭리, 그 위대함

우리 몸을 돌보는 방법에 관한 글은 이미 넘칠 만큼 많다. 어떤 음식이 우리 몸에 적합한지,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옷으로 몸을 보호해야 하며, 신체를 더욱 발달시키는 방법의 최선은 무엇인지에 관한 글은 수두룩하다.


사실 우리가 몸을 오용하는 현실에 주의를 환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휴식을 외면한다거나, 몸을 과도하게 긴장시키는 등 똑똑한 인간들은 비뚤어진 창의력을 발휘하며 몸을 오용하는 방식을 참으로 무궁무진하게 많이도 고안했다. 그런데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그 ‘긴장’이라는 것, 가벼운 긴장이든 극심한 긴장이든 어떤 경우라고 해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고 또 반드시 벗어나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근육의 힘을 키울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간단한 단계부터 시작해서 점차 복잡한 단계로 나아가는 훈련을 규칙적으로 실시하면 얼마든지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게 살아온 세월은 벌써 여러 세대를 지나도록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면서 거스른 법칙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 진실을 차츰 깨우쳐 나간다면 많은 보상을 얻을 것이다. 우리 몸에 작용하는 자연의 섭리, 그 위대함을 아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지극한 기쁨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신경계에 숨겨진 힘, 그 경외감

근육은 신경의 지시를 받는다. 그러므로 근육을 잘 쓰는 법을 훈련한다는 것은 신경이 가진 힘을 잘 사용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경계가 보여주는 능력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참으로 놀랍다. 잠재된 힘 또한 대단하다.


많은 사람이 특히나 신경계에 대해 잘 모를수록 그 주제를 회피하는 것 또한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교사들은 자기 학생에게 이야기할 때나 학생에 관해 이야기할 때 대다수 같은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이제껏 사람들이 신경을 들먹일 때는 대개 신경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이상 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도를 넘어설 만큼 오래 고민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건강에 이로울 리 없을 것이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그 주제를 회피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최고의 휴식, 그 또 다른 이름은 ‘수면’

우리는 신경이 가진 능력을 어떤 식으로 오용할까? 먼저 우리 몸이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자. 가장 오래, 가장 완벽하게 쉬는 시간은 밤에 잠을 잘 때이다. 잠잘 때는 정신이나 몸이 자의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잠을 자면서 신경과 근육에 일을 시키는 것은 단순히 부질없는 시도가 아니라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괜히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직접 입는다.


수면은 오로지 휴식을 위한 것이다. 휴식 외에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그리고 수면의 결과로 우리에게 새롭게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면서, 자연이 수면을 통해 우리에게 선사하는 모든 것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온몸을 맡기지 않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침대에 누워 쉬면서 온몸에 힘을 다 빼고 자기 체중을 모두 침대에 싣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말하자면 침대 위에서 버티는 게 아니라, 침대가 떠받치도록 몸을 맡기는 사람이 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극히 드문 경우(다행히 이런 경우도 가끔은 있다)에 속하지 않는 이상, 전신의 근육에 힘이 들어간 채로 침대 위에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설령 전신까진 아니더라도 거의 전신에 가까울 것이다. 이렇게 잠을 청하는 당신이 느끼는 피곤은 전신이 긴장한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올바른 잠을 자는 법은 매우 단순하다

긴장의 중심은 척추에 있는 듯하다. 척추는 끝에서 끝까지 침대에 편히 늘어지지 못하고 양 끝에서부터, 버티고 있는 그 사람의 몸이 허락하는 어느 선까지만 침대에 편히 닿는다. 무릎은 위로 당기고, 다리 근육은 긴장하고 있고, 손과 팔에도 힘이 들어가 있으며, 손가락을 구부려서 베개를 잡거나 주먹을 쥔다.


머리는 베개에 온전히 무게를 싣지 못한다. 그리고 베개 위에서 스스로 지탱하고 있다. 혀는 입천장에 가서 붙어있고, 목구멍 근육은 수축한 상태이다. 게다가 얼굴 근육은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당겨져 있다. 너무 과장이 심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 정말 그렇다.


몸이 긴장한 채로 잠자리에 들어도 일단 깊은 잠에 빠지면,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자연이 조화를 부려서 온몸이 이완될 거라고 믿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서 오랜 기간 우리 몸에 배어 있었던 습관을 자연의 힘만으로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제아무리 자애롭고 친절한 자연이라도 본연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조화를 부리지는 못한다.


올바르게 잠을 자는 법이 얼마나 단순한지 모른다. 우리 대다수가 빠져있는 잘못된 방식에 비하면 생각만 해도 건강한 방식이다. 이런 건강한 방식, 진정한 휴식이 되는 유일한 잠의 방식으로 되돌아가면 막대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사실, 이것만 명심한다면 돌아가는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인간들이 제 발로 지옥을 찾아가니 악마가 더 할 일이 없겠다’

잘못된 시간에 부산스러운 생각에 빠지면 얻는 게 없을 뿐 아니라 손해만 막심하다. 이것을 잘 알고 있어도 멋대로 굴러가는 생각은 막을 재간이 없다. 막으려고 하면 도리어 속이 더 시끄러워지기 마련. 마음에서 시작된 문제는 몸까지 장악하고 있다. 그러므로 먼저 공략해야 하는 곳은 마음이다. 몸이 건강한 마음의 지시에 잘 따르도록 신경을 훈련하자.


잡념을 도저히 멈출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멈추려고 시도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라. 오로지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근육을 풀어놓는 흥미로운(알찬 결실을 얻을 수 있기에 흥미롭다) 과정에 점점 더 주의가 고정된다. 그러면서 잡념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머리는 쓸데없는 작동을 멈춘다. 애초에 머리가 잡념에 사로잡히도록 한 장본인인 마음이 더 가치 있는 일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낮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수면에 적용되는 법칙이 이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렇게 5분간 푹 쉬면 평소 방식으로 두세 시간 쉰 것보다 훨씬 낫다. 잠을 잘 때, 혹은 이와 유사하게 휴식을 취할 때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건강한 어린아이의 잠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다. 완벽하게 쉴 수 있도록 몸이 자유롭게 풀어지면, 온갖 잡념과 근심을 고요히 잠재우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자연이 허락하는 꿀잠을 잘 수 있다. 또 몸이 가뿐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아기 때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도 매일매일 이런 방식으로 기운이 채워졌다. 그리고 성장에 필요한 힘을 얻었다.


이런 잠을 자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근육에 힘을 풀어야 한다. 굳이 피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레 잡념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푹 쉴 수 있다. 덕분에 어떤 근심이 닥쳐와도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운을 얻고 잠을 깬다. 다만, 이러한 습관은 의식적으로 키워서 몸에 배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단번에 얻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기억할 것.


휴식 연습

자연스러운 휴식은 어떻게 취하는가?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필요성만 강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나도 정말 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신경이 많이 곤두서 있는 사람들의 이런 한탄은 진심이다.


훈련이 잘된 곡예사라면 공중그네를 잘 타기 위해 마음은 고요하게, 머리는 맑게 유지하고 근육들은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3단 평행봉에서 뛰어난 민첩성을 자랑하며 체조에서 꽤 유명해진 한 여성이 기억난다. 체조를 시작하기 전에 긴장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해서 혹시 복잡한 체조 동작을 하다가 헷갈리진 않을지, 결국 목이 부러지는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그녀를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을 항상 걱정하게 했다. 그녀가 불필요하게 신경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 그녀의 체조를 관람하는 즐거움도 크게 줄었다.


우리가 신경의 힘을 오용하는 것을 조금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으면 어떨까. 앞에 말한 체조선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더 평온하고, 경제적으로 자기 근육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몸을 이완하는 방법

가장 먼저 할 일은 근육이 필요 없는 순간에 자신의 근육들을 얼마나 풀어놓을 수 있는지 그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 머리를 들고 있느라고 매 순간 애쓴다. 머리는 편하게 놓아주지 못하는 것을 보면 쉽게 증명된다. 근육은 원래 균형이 잘 잡혀 있기에 자연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완벽하게 머리를 지탱해준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근육이 그러하다.


근육이 올바른 습성에 익숙해지려면 우선 바닥이나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서 자신의 체중을 전부 바닥에 혹은 침대에 실어야 한다. 푹 꺼지는 침대보다는 체중이 실려도 변형되지 않는 딱딱한 바닥이 낫다. 일단 바닥에 누우면 가능한 한 몸을 그곳에 내려놓으라. 몸의 긴장을 느끼는 감각이 매일 조금씩 더 예민해질 것이다. 그리고 긴장을 풀고 몸을 내려놓는 능력도 매일 같이 향상될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몸에 힘을 주어 버티는지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오랜 기간 병석에 누워 있던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대부분 시간을 비스듬히 누워 지냈다. 그러면서도 이완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도 배우지 못한 터라, 온몸의 근육에서 긴장을 풀기가 늘 활동하며 사는 사람 못지않게 어려웠다. 그런데 그녀의 하녀가 앞서 설명한 대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하녀가 이 여성에게 여러 번 반복하여 행해주었다. 그러자 언제부턴가 거의 마지막 순서쯤 되면 이 여성은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들곤 했다. 물론 그녀의 병이 완치된 것은 아니다. 다만, 통증과 싸우면서 버티는 대신 통증이 오면 ‘이완’하는 법을 배웠다.


팔, 다리, 머리를 이완하는 연습을 한 다음은 척추와 가슴에 있는 근육들을 이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더 어려울 뿐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근력도 많이 필요하다. 바닥을 디딘 두 발에 힘을 꽉 주고, 다리의 힘으로 들어올려야 한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다.


이 정도로 이완할 수 있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린다. 처음에는 머리와 척추가 쇠막대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로 올라온다. 도우려 하거나 저항하려는 시도도 똑같이 나타난다. 몸은 힘을 빼기를 거부하면서 이렇게 외칠 것이다. “내가 뭘 하길 바라는지 말해주면 내가 그대로 한다니까요!” 몸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당신의 뜻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반항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마인드 트레이닝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신체 훈련은 동시에 정신을 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질적인 의미로는 의지를 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훈련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바탕을 이루는 원칙을 곰곰이 따져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의지의 훈련이라고 해도 맞는 말이다. 모즐리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근육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은 정신을 집중하는 법도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을 잘 사용하기 위한 훈련은 근육에서 시작해서 신경으로 이어진다. 그다음에야 감각과 정신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그다음에 따라와야 순서상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의지로 이루어져야 한다.


창조는 완벽하게 일관적이다. 근육을 다스리는 데 적용되는 법칙은 감각과 정신을 훈련할 때도 똑같이 작용한다. 새로운 움직임은 이전 움직임의 인상을 전부 지우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수월하게 배울 수 있다. 빠르고 예민한 감각은 지금 사용하지 않는 다른 감각들을 잠재운다. 그리고 이것은 사용하는 감각에 남아있는 이전 인상을 지우는 능력에 좌우된다.


진정한 의미에서 정신의 집중이란 생각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대상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 능력을 말한다. 어떤 사람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주면서 그것을 해결할 때까지 정신을 집중하라고 말하면 어떨까.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목구멍을 조이고, 이를 앙다물고, 그 외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신체 곳곳에 있는 근육들을 수축시켜서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수십, 수백 곳에서 에너지를 연소하여 낭비한다.


이것은 집중이 아니다. 집중은 필요한 곳에 힘을 모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뇌에서 수학과 관련된 능력만 동원해야 하는 시점에, 몸의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근육이 불필요하게 노동하느라 힘이 분산된다. 그러면 정작 필요한 곳에 힘을 모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일하는 법을 아는 또 다른 사람에게 같은 문제를 풀도록 하면 어떨까. 그는 본능적으로 그 즉시 근육과 신경에서 ‘이전 인상들을 모두 지우고’, 불필요한 긴장으로 찡그린 얼굴이 아닌, 차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에 집중한다. 문제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의 결과가 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를 풀고 나서 둘의 몸 상태는 현저하게 다를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은 근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은 근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먼저 근육에서 의지를 남김없이 제거하는 법을 배운다. 다음은 한쪽 팔에 의지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몸의 나머지 부분이 전부 완벽하게 자유로운 상태로 이완되는 법을 배운다. 우선 팔을 느리게 가만히 뻗었다가 이완하고, 다음은 주먹을 쥐고 팔꿈치가 접힐 때까지 온 힘을 다해 팔을 당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정도로 자기 근육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열에 하나는 고사하고 백에 하나도 드물다. 한쪽 팔을 수축시킨 상태에서, 자유로운 상태여야 하는 반대쪽 팔을 들었다가 떨어뜨리길 몇 차례 해보면 불필요한 긴장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온몸에 있는 각각의 근육은 다른 근육들이 동조하여 수축하는 일 없이 독립적으로 수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원하는 근육에 의지를 부여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집중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 이것이 집중의 시작이다. 새로운 신체 부위에 의지를 불어넣기 전에 반드시 온몸이 완벽하게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훈련은 해롭다

기억력을 훈련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훈련이 얼마나 해로운지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몸과 마음이 휴식하여 자유로워져야 시력, 청력, 기억력 등 모든 능력을 더욱 잘 활용하는 길이 열린다. 그러면 교사는 그 어느 때보다 명민하게 깨어있는 자세로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도록 말이다. 글자에 담긴 뜻과 정신을 볼 수 있도록.


그러려면 첫째, 암기할 가치가 있는 뭔가를 신중하게 골라서 학생에게 제시해야 한다. 둘째, 구체적인 단어보다 의미를 먼저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단어는 상징이다. 그 사실이 생각의 바탕에 늘 깔려 있으면 하나의 단어를 듣고 연상되는 내용은 점점 더 풍부해진다. 이런 습관이 잘 길러지면 시를 한번 슬쩍 보기만 해도 남들이 여러 번 읽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줄 안다. 아주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그 시를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력을 키우는 훈련은 우선 열중하는 법부터 훈련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상상력을 키우는 훈련과 연상하는 사고력을 키우는 훈련 순서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들을 열어주어야 참된 기억력을 키울 수 있다. 긴 글을 한 번 듣고 줄줄 외우는 기계적인 암기력은 위험할 수 있으니 경계하는 게 좋다. 시나 다른 글을 읽을 때 학생들에게 우선 머리로 그 내용을 그려 보라고 한 다음, 머리에 그린 내용을 학생 자신의 말로 묘사하도록 해 보라.


단지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반드시 강조하고 싶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다스리기 위한 연습은 우리가 마땅히 순응해야 하는 자연의 섭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마음에 새기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그 결과를 몸소 느끼는 경험은 성장에 꼭 필요한 양분이다.


타인과의 관계

마음 편히 일하려면 타인과의 관계가 평탄해야 한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조용하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일이 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법칙이 있고, 신경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법칙이 있고, 남들에게 정직하고 친절하게 행동하기 위한 법칙도 있다. 그러나 우리와 자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어린아이건 노인이건 상관없이 그들과 더불어 일하고 함께 노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앞서 언급한 모든 법칙에 순응한다고 해도 맹목적인 복종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를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으로 이끌어주지도 못한다.


예술이 그러하듯이, 인생도 무슨 일을 하건 사랑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힘이 없다. 겉보기에 그럴싸한 일도 사랑의 반짝임이 없으면 속 빈 강정이다. 주변에 있는 이들과 행복한 관계를 맺지 못하면 인생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러니 평화로운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법칙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깨달음이 깊을수록, 일상에서 이 법칙을 따르는 행동이 많을수록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변함없는 친절이 빠르게 몸에 배고, 조만간 똑같은 친절이 보답으로 돌아온다. 이런 우호적인 관계는 서로 다투며 느끼는 건강하지 못한 자극보다 훨씬 깊은 맛이 있다.


모든 이들이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살도록 하며, 자신의 구원을 위해 자기 방식대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법칙에서 비롯된 첫 번째 실천 사항인 듯하다. 다른 사람의 방식이 틀렸다고, 혹은 무지하다고 배척하는 이기적인 자세를 버리면 그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할 때 더 나은 길을 찾아가도록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은 강요하고 강요당할 때이다.


모든 위대한 법칙은 단순하다

모든 위대한 법칙은 단순한 형태로 뜻을 명료하게 전달한다. 자유롭고 건강하게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보다 더 좋은 예는 없다. 출발부터 더없이 충만한 이 관계는 서로 호혜적인 건강한 관계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하이디는 아직 돌이 안 된 아기인데, 하루 중 혼자 있는 시간이 제법 길다. 아무도 이런저런 놀이를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하이디는 자기 방식대로 혼자 노는 습관이 길러졌다. 그러다가 사람을 보면 너무나 귀여운 옹알이로 반갑게 인사한다. 하이디는 쓸데없는 참견에 방해받지 않는다. 그러면서 최상의 보살핌을 받는다. 하이디가 울면 무엇이 문제인지 찾으려고 온갖 수단이 동원된다. 문제가 해결되면 하이디도 울음을 뚝 그친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어린 친구는 그렇게 주고, 받고, 자란다.


페기도 하이디와 같은 또래이다. 페기는 공연히 안거나 어루만지는 손길에 익숙한 아기이다. 하루에 백 번쯤 받는 키스는 다정함과 애정이 담겼다고 오인하지만, 실은 애착의 과격한 표현이다. 페기는 위와 아래로 둥둥 흔들어주거나, 빙그르르 돌려주는 사람이 많다. 페기는 깨어있는 시간은 줄곧 ‘사랑 어린’소음에 둘러싸여 있다. 페기의 가족은 페기를 사랑한다는 본인들의 감정에만 푹 빠져있다. 페기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페기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페기가 자기 자신으로 있을 기회를 잠시도 허락하지 않으니 말이다. 가여운 페기는 잠을 안자고 울어대고 평소에도 상태가 조금씩 안 좋아져서 짜증을 내기 일쑤이다.


의사를 불러보기도 하지만, 모두 왜 페기가 자꾸 아픈지 이유를 몰라 의아해하고 페기를 걱정한다. 그러나 페기를 안고 만지고 요란하게 애착을 표현하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이 두 아기가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은 유전과 기질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명한 부모와 어리석은 부모라는 차이점이 대단히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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