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지은이 : 강성호
출판사 : 미디어숲
출판일 : 2021년 05월




  • 이 책은 단순한 경제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에 관한 이야기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경제가 전통 경제와는 어떻게 다른지,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이들은 기존의 기득권자들과 대립하는지, 정보와 데이터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만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식견을 넓혀 주고 우리 사회의 미래와 흐름을 예측하도록 도와준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변화를 몰고 올 네트워크 경제

    네트워크 경제와 플랫폼 기업

    정보혁명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공간

    오늘날 플랫폼 하면 기차역보다는 ‘인터넷 공간’이 먼저 떠오른다. 바로 카카오, 네이버, 쿠팡 같은 기업들인데 이들을 ‘플랫폼 기업’이라고 부른다. 이 기업들도 기차역의 플랫폼과 같이 ‘만남’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하루는 카카오톡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카카오톡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그리고 네이버로 뉴스를 읽는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친구를 만나고,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뉴스를 만난다. 그리고 출근 시간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의 일상을 구경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시청한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와의 만남’들이다.


    만남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연결’이다. 플랫폼은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한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들과 연결되고, 그들과 일상을 공유한다. 플랫폼 기업은 친구 외에도 여러 사람과 우리를 연결하기도 한다. 네이버는 나와 언론사를 연결한다. 쿠팡은 나와 판매자를 연결한다. 에어비앤비는 나와 숙박 제공업체를 연결한다.


    이들은 소비자와의 연결이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간의 연결이다. 신용카드사도 일종의 플랫폼이다. 소비자를 상점과 연결시키기 때문이다. 결혼중개회사 역시 남자와 여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처럼 플랫폼은 전혀 다른 두 시장을 연결하는 도구다. 소비자와 판매자라는 전혀 다른 두 경제주체를 연결하는 기능 때문에 플랫폼을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 일컫는다. 플랫폼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서로 다른 시장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은 서로 다른 고객집단, 즉 양면시장이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구다.


    양면시장이 성립하는 이유는 두 경제주체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양면시장에서는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남자는 여자를 원하고, 여자는 남자를 원하기 때문에 결혼 중개라는 플랫폼이 존재한다. 만약 여자회원은 넘쳐나는데 남자회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그 결혼정보업체에서는 성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쿠팡도 마찬가지다. 구매자가 없는데 판매자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신용카드회사도 동일하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많아야 신용카드 사용자도 많아진다. 만약 신용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부족하면 카드 사용자도 그 신용 카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 즉, 양쪽의 시장 규모가 적당해야 양쪽의 시장참여자들은 플랫폼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는 두 시장은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한다. 한쪽 시장의 고객이 충분히 커져야, 반대쪽 시장의 고객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시장과 시장이 상호작용을 하면 더 높은 혜택을 보는 구조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장의 고객들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cross network externality)’이라고 일컫는다. 집단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의미다.

    전통 경제학 이론과는 다른 작동원리

    플랫폼 경제가 흥미로운 이유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가격’이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공짜를 당연하게 여긴다. 네이버, 카카오톡, 인스 타그램, 유튜브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짜 서비스들이다. 왜 이 인터넷 서비스들은 공짜일까? 우리는 어떻게 카카오톡에 사용료를 내지 않고도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앞서 말한 양면 시장의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공짜로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하여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만 하면, 광고주들은 저절로 몰려들기 마련이다. 가입자만 충분히 확보되면 플랫폼 반대편의 광고 기업들은 기꺼이 값비싼 광고비를 부담하려 한다. 광고주들은 더 많은 가입자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공짜 서비스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후, 사용료는 반대편에 있는 광고주들에게 부담을 시키는 구조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 구조다. 우리는 신용카드를 매일 이용하지만, 결제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오로지 신용 카드 결제의 간편함만 누릴 뿐이다. 우리가 신용카드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이유도 카카 오톡의 작동 원리와 같다. 카드 소지자들을 대신해 카드 가맹점들이 카드 사용에 따른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책정된다. 소비자들이 누리는 혜택이 크면 더 비싼 가격이 부과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은 전통적인 수요-공급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한쪽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음 (-)의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 모으는 전략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쪽의 고객을 끌어모으고, 비용을 모조리 부담시킨다. 공짜로 카카오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플랫폼 반대편에는 광고주, 이모티콘 판매자, 기프티콘 판매자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양면 시장에서는 돈을 내는 쪽(money side)과 혜택을 받는(subsidy side)쪽이 다르다. 카카오 톡의 사례에서는 광고 업체들이 돈을 내는 쪽이고, 일반 메신저 서비스 사용자들은 혜택을 받는 쪽이다. 쿠팡의 경우에는 판매자들이 돈을 내는 쪽이고, 일반 사용자들은 혜택을 받는 쪽이다. 판매자들이 쿠팡 플랫폼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판매자들은 상품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 대가로 플랫폼 반대편의 소비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을 구매한다.


    결혼중개시장에서도 돈을 내는 쪽과 혜택을 받는 쪽이 나뉜다. 결혼정보업체에 돈을 내는 쪽은 주로 여성회원이다. 여성회원에게는 높은 가입비가 부과되는 반면, 남성회원에게는 낮은 가입비가 부과된다. 심지어 일부 남성회원은 공짜로 가입하기도 한다. 그리고 드물게는 특정 여성회원과 선이나 소개팅을 하는 조건으로 차비 정도의 비용을 보조받는 남성회원도 있다. 여성회원에게는 양(+)의 가격을 부과하고, 남성회원에게는 0 또는 음(-)의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공짜 점심이 존재하는 플랫폼 경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위 표현은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즐겨 쓰던 격언이다. 경제기사에 수시로 등장하는 이 표현은 서부 개척 시대의 한 술집에서 유래했다. 당시 어느 술집에서는 술을 마시면 점심식사를 공짜로 제공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집의 술값은 다른 가게보다 비쌌다. 즉,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술값을 내야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파생된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은 어떤 일에는 항상 그만한 대가(기회비용)가 따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네트워크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있다. 앞서 말한 카카오톡, 결혼정보회사와 같은 사례다. 양면 시장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는 쪽(money side)과 혜택을 보는 쪽(subsidy side)이 다르기 때문에 혜택을 보는 쪽은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혜택을 보는 쪽이 받는 돈을 ‘교차 보조금(cross subsidy)’이라고 한다. 양면시장은 다른 누군가가 나대신 사용료(교차 보조금)를 내고 있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양면 시장에서 보조금을 주는 교차 보조 방식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공짜 미끼(loss leader)’다.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는 월정액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회원가입 시 1개월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다(2021년 4월 무료체험 종료). 그리고 전자책 서비스 제공 업체인 밀리의 서재도 회원가입 시 1개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실 이는 공짜가 아니다. 이 무료 서비스는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셈이다. 서비스를 맛본 미래의 나는 유료회원으로 전환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밀리의 서재는 이러한 방식의 교차 보조를 활용하여 회원을 확보한다. 공짜 미끼로 사용자를 늘리면, 콘텐츠 제공업체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 때문이다.


    두 번째 유형은 ‘프리미엄(freemium)’이다. 프리미엄은 무료를 뜻하는 ‘free’와 추가금을 뜻하는 ‘premium’의 합성어로, 기본적인 기능은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되 추가 기능이나 고급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는 유료화하는 전략이다. 이 유형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 유튜브다. 유튜브 앱은 공짜이지만, 광고가 많아 오래보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이를 보완한 것이 ‘유튜브 프리미엄’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가 없으며, 앱을 꺼도 영상을 이어 볼 수 있다. 그 대신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월 9,500원의 사용료를 내야한다. 프리미엄 전략도 역시 미래의 내가 나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프리미엄 사용자 집단이 무료 앱 사용자 집단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세 번째 유형은 ‘대가성 광고(reward advertising)’다. 어느 한쪽의 사용자가 광고를 통해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대화창 위에 광고를 띄우는 카카오톡은 전형적인 사례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네이버로 인터넷을 공짜로 검색한다. 지식백과 서비스도 공짜다. 이는 네이버 검색창 하단에 광고주들이 광고를 띄우기에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의 초록색 검색창 하단의 배너 광고는 시간당 수천만 원을 내야 할 정도로 값비싼 광고판이다. 다음의 이메일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음 이메일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 홈페이지의 로그인 창 하단의 광고 창 덕분이다.



    네트워크가 경제 권력을 재편하다

    경제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다

    경제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

    경제 권력이 정치 권력을 압도하는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을 ‘기업사회’라고 하는데 경제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기업이 사회의 하나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다. 기업사회에서는 기업의 이윤 추구가 사회의 철학이 된다. 그리고 역량 있는 기업이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모든 조직의 이상형이 된다.


    기업은 때때로 정부에게도 갑이 된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일자리는 그 정권의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시 현오석 전 경제 부총리는 이 지시를 몸소 실천했다. 현 부총리는 열병합 발전소 건설에 9,6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기업체 사장을 실제로 등에 업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보여주기 식 퍼포먼스에 불과했지만, 이처럼 정부도 기업인들에게 몸을 낮추고 협조를 구해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CEO를 향한 동경도 커졌다. 과거 우리의 롤모델은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과 같은 위인들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에는 유명 기업의 CEO가 올라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잭 웰치, 정주영, 이건희는 리더십의 아이콘이다. ‘돈보다 정의를 생각하라’는 공자의 철학보다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는)’처럼 일단 돈부터 벌자는 논리가 팽배해졌다.


    언론과 대학도 대기업에 간접 고용된 것이나 다름없다. 우선, 언론사는 광고주인 대기업의 광고 발주에 의지한다. TV든, 라디오든, 신문이든 광고수익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콘텐츠 제작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과 승용차를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철저히 광고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괜찮은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언론, PD, 작가들은 대기업에 간접 고용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대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며, 그들의 월급은 대기업의 돈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대학도 기업사회에 편입된 지 오래다. 취업률은 대학의 순위를 가르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학생들도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 이공계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수들도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다. 욕심이 있는 교수들은 대기업의 사외이사직을 얻기 위해 대기업 주위를 기웃거린다. 기업이 발주하는 연구용역을 수주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연구용역 수주는 그 교수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여 주는 훌륭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플랫폼 경제 시대다

    플랫폼 시대에 통하는 비즈니스 전략

    플랫폼 산업 구조에 담긴 비밀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현상을 ‘멀티호밍(multi-homing)’이라고 부른다. 여러 채의 집을 두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멀티호밍이 나타나는 산업에서는 여러 플랫폼이 공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플랫폼과 플랫폼이 만나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승자독식이 불가능하다.


    멀티호밍 현상은 플랫폼 ‘유지비용’이 낮을 때에 발생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연회비(유지비용)가 매우 저렴하기에 소비자가 여러 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때 ‘전환비용’이 거의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만약, 플랫폼을 갈아타는 데에 엄청난 위약금이 부과된다면 멀티호밍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멀티호밍이 쉬운 또 다른 플랫폼 산업에는 쿠팡, 지마켓, 네이버 쇼핑과 같은 쇼핑 플랫폼들이 있다. 소비자는 가격만 착하다면 쿠팡이든, 지마켓이든, 네이버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러 사이트에 가입해 가장 가격이 저렴한 플랫폼을 찾아갈 뿐이다. 여러 플랫폼을 가입해도 가입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으며, 다른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해서 위약금이 부과되는 것도 아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쇼핑 플랫폼 기업들은 네이버와 쿠팡을 필두로 12~17% 수준의 비슷비슷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은 아마존 독주가 두드러진다. 아마존은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3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위 월마트(5.8%), 3위 이베이(4.5%)에 비해 엄청난 격차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어떻게 멀티호밍의 성향이 강한 쇼핑 플랫폼 시장에서 지배적인 자리를 차지했을까?


    그 비결은 아마존의 ‘차별화된 서비스’에 있다. 철저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으며,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통해 배송기간도 혁신적으로 단축했다. 무료배송과 ‘묻지마 반송’ 시스템도 일찍부터 구축했다. 고객의 리뷰를 토대로 상품에 대한 신뢰성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아마존의 장점이다. 철저한 차별화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스스로 ‘싱글호밍(single-homing)’의 이커머스 시장을 만든 것이다.


    반면 본래부터 멀티 호밍이 형성되기 어려운 시장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은 굳이 2개, 3개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통신 요금이나 단말기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 거니와, 여러 대의 스마트폰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없다. 소비자들은 여러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친숙한 한 가지 제품에 안주하려 한다. 그로 인해 스마트폰 시장은 신용카드나 쇼핑 플랫폼과는 달리 멀티호밍(여러 대의 기기)을 유지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든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라는 두 가지 종류로 고착화된 현상을 보면 이러한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멀티호밍이 어렵다는 것은 후발주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싱글호밍 환경에서 사람들은 기존의 플랫폼에 안주해 시장의 집중도를 높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후발주자로서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OS) 시장에 뛰어든 적이 있다. 2010년, 윈도우 폰(Windows Phone)이라는 OS를 출시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냉정했다. 멀티호밍이 어려웠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까지 인수했으나, 윈도우폰의 판매량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미국 시장점유율 0.01%에 그쳤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모바일 OS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게 바로 ‘멀티호밍’의 힘이다. 플랫폼 시장을 독점 구도로 가느냐, 경쟁구도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플랫폼 시대에 맞는 경영 전략 노하우

    기업 경영 전략도 플랫폼 시대를 맞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과거 ‘파이프라인 산업(pipeline business, 전통적 기업을 플랫폼 기업과 대비해서 부르는 말)’에서 통하던 경영 전략은 플랫폼 경제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파이프라인 산업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제품을 ①더 싸게 만들거나 (원가 절감), ②경쟁자와 다르게 만들거나(차별화), ③특정 소비자만을 겨냥하는(집중화) 전략이 대세였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와 더 큰 갤럭시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짓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애플이나 샤오미보다 더 빠르게 출시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에서 중요한 경영 전략은 소비자들의 ‘멀티호밍을 막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의 상품 구매를 막고,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 기업들의 최우선 전략이다. 고객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 독점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멕스카드 강제사용 의무 부과(Anti-Steering)는 소비자들의 멀티 호밍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전략이었다. 아멕스카드는 선발 주자였던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를 따라잡기 위해 가맹점에 아멕스카드 사용을 강요했으며, 이후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유사한 강제사용 전략을 도입했다. 이는 가맹점이 특정 카드만을 취급하도록 강제하여, 플랫폼 간 대결에서 우위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애플도 안드로이드 견제를 위해 멀티호밍을 적극 저지한 바 있다. 2010년 스티브잡스는 어도비사의 ‘플래시’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본래 플래시는 인터넷에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에도 2000년대 초반 졸라맨, 마시마로, 우비소년 같은 애니메이션이 플래시로 만들어졌으며, 이후에는 간단한 게임을 구동하는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터넷 브라우저의 성능이 좋지 못해 플래시와 같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애플은 굳이 플래시를 아이폰에서 지원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을까?


    애플이 플래시를 금지한 표면적 이유는 안정성과 보안 문제였다. 스티브잡스는 2010년 ‘플래시에 대한 생각’이라는 장문의 편지를 애플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플래시가 보안과 안정성이 좋지 않고 기기 성능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플래시를 거부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플래시가 멀티호밍 현상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플래시는 기기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애플, 안드로이드, 맥, 윈도우를 가리지 않고 플레이된다. 한마디로, 플래시로 만든 콘텐츠는 애플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다른 기기에서도 구동이 된다. 따라서 플래시를 통해 만들어진 앱은 아이폰만의 특수성을 없애버리는 셈이었다. 이는 애플이 만들어 온 고유한 생태계를 위협하는 도전이었다. 그래서 잡스는 표면적으로 보안 문제를 내세워 플래시 프로그램을 거부했지만, 속내는 다른 플랫폼의 부상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쿠팡도 다른 플랫폼의 부상을 막기 위해 장벽을 친 적이 있다. 2016년, 쿠팡은 네이버에서 쿠팡의 상품이 검색되지 않도록 상품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었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쿠팡으로 유입되는 소비자도 많을 텐데, 이를 차단해 버렸다니 말이다. 쿠팡의 이러한 의사 결정 이면에는 네이버라는 초대형 플랫폼에 대한 견제가 숨어 있었다. 네이버가 쇼핑 시장의 플랫폼이 되는 것을 막고, 쿠팡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 직접 고객을 모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장은 네이버를 통한 고객 유입이 감소하더라도, 네이버와 쿠팡으로 양분되어있는 상품검색 시장의 멀티호밍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쇼핑 플랫폼과 검색 플랫폼의 경쟁은 쿠팡과 네이버 사이에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구글은 검색 시장의 최대 라이벌로 ‘아마존’을 지목하고 있다. 사용자가 구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아마존에 접속하여 쇼핑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중국 검색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자사의 제품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차단했다. 고객이 이탈하여 경쟁 플랫폼이 하이퍼플랫폼(hyper-platform,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는 현상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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