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라이프
저   자 : 최인철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18년 06월

도서정보

■ 책 소개

 

행복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굿 라이프』는 행복에 관한 책이지만 동시에 행복을 넘어선 새로운 인생의 프레임을 고민하고자 하는 책이다.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달콤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의 즐거움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먹는 낭만적인 저녁식사일 수도 있으며, 몇 달 동안 몰두해온 프로젝트를 끝내고 맛보는 짜릿함일 수도 있다. 대체로 순간에 느끼는  ‘좋은 기분’들이다. 이처럼 행복에 관한 개인들의 생각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행복을 ‘순간의 기분’으로만 이해하는 편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행복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삶’의 차원에서 고민되고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에 관한 편향된 생각들은 이뿐이 아니다. 고요함, 몰입감, 유능감 등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이라는 특수한 감정을 느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경향, 내가 불행한 것은 유전적 기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행복은 한없이 가벼운 것이라 여겨 행복을 천시하는 경향, 어차피 제자리로 돌아올 행복감을 위해 애쓰지 말아야 한다는 경향 등 행복에 관한 오해와 염려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행복과 인생에 관한 통찰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인생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점검해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틀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며, 자기만의 행복을 발견하고,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 있는 삶의 기술을 고민해볼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답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자신에게 ‘굿 라이프’란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보게 될 것이다.

 

■ 저자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 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및 국제 학술지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Associate Editor를 역임했다. 2000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부임했고, 2010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설립하여 행복과 좋은 삶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초ㆍ중ㆍ고등학교에 행복 교육을 전파하고 전 생애 행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행복의 심화와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2017년 제8회 홍진기 창조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40만 독자가 선택한 스테디셀러 『프레임』 등이 있으며, 역서로 『생각의 지도』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가 있다.

 

■ 차례
|Preface|
|Prologue| 행복을 넘어 굿 라이프로

 

Part 01 | 행복한 삶
Chapter 01 | 행복의 의미
幸福이라는 이름이 문제다
행복에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가벼운 것이라는 오해
고통이 없어야 행복이라는 오해
행복의 우연성을 허하라

 

Chapter 02 | 행복과 유전에 관한 올바른 생각
행복은 유전이 만들어낸 운명인가
행복은 키 키우기보다 쉽다
변화 가능성과 유전율에 대한 오해
행복한 나라에 가면 행복해진다
행복은 운명이라는 믿음의 역풍
행복은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가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오해

 

Chapter 03 |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1.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2.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3. 비교하지 않는다
4.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5.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6.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7. 돈으로 시간을 산다
8.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9.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10. 비움으로 채운다

 

 

Part 02 | 의미 있는 삶
Chapter 04 | 의미의 의미
무거운 의미와 가벼운 의미
의미를 향한 인간의 의지
의미의 원천, 자기다움
의미형 국가, 영국이 주는 교훈

 

Chapter 05 | 의미와 쾌락의 차이
젊어서는 쾌락 vs. 나이 들면 의미
연약한 쾌락 vs. 강인한 의미
함께하는 쾌락 vs. 홀로인 의미
지금은 쾌락 vs. 나중엔 의미
한 번 사는 인생은 쾌락 vs. 한 번 죽는 인생은 의미

 

Chapter 06 | 소명과 성취
소명이 이끄는 삶
성취를 중시하는 삶
목표가 있는 삶
자기를 절제하는 삶
삶의 4대 의미: 일, 사랑, 영혼, 초월

 

 

Part 03 | 품격 있는 삶
1.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
2. 여행의 가치를 아는 삶
3. 인생의 맞바람과 뒷바람을 모두 아는 삶
4. 냉소적이지 않은 삶
5. 질투하지 않는 삶
6. 한결같이 노력하는 삶
7.“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유혹을 이겨내는 삶
8. 가정(假定)이 아름다운 삶
9. 죽음을 인식하며 사는 삶
10.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

 

|Epilogue| 굿 라이프 10계명
|출처|
|참고문헌|

도서요약
굿 라이프


행복한 삶

행복의 의미

幸福이라는 이름이 문제다

어떤 대상에 대한 이해는 그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름을 통해 그 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이해하고자 하는 행복이라는 실체에 붙어 있는 이름, 즉 ‘幸福(행복)’이라는 이름이 과연 적절한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에 제시된 행복의 첫 번째 정의는 ‘우연히 찾아오는 복’이다. 이 정의는 우연(幸)과 복(福)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행복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두 가지는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마음 상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 상태를 가져오는 조건들의 특성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문제가 우리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30개 국가의 사전을 분석하여 각 나라에서 행복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를 고찰한 한 연구에 따르면, 30개 국가 중 총 24개 국가의 사전에서 행복은 ‘운 좋게 찾아오는 사건이나 조건’이라고 일차적으로 정의되어 있다. 대부분의 언어권에서 행복을 우연히 찾아오는 복이라고 정의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연재해와 질병, 그리고 권력자의 횡포를 미리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었던 인간에게 행복이란 고통과 질병이 다반사인 세상에서 우연히 예외적으로 찾아오는 자연의 축복과 건강, 그리고 권력자의 자애일 수밖에 없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행복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르쳐주지 않는 행복 경험의 실체는 무엇인가? 두 번째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행복이란 자기 삶에 대한 만족과 보람, 그리고 흐뭇한 상태다. 다수의 심리학자들도 행복에 대해 ‘유쾌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라는 정의를 사용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幸福이라는 단어는 유쾌함과 만족이라는 뜻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행복이라는 실체와 幸福이라는 단어는 잘못된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 시선과 기대에 연연하지 않고 내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는 삶의 자세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만족스럽다. 그 만족의 상태를 자겸(自謙)이라고 한다. 겸(謙)은 만족스러운 것이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만족스러운 상태를 바로 쾌족(快足)이라 한다.


중국의 유교 경전『대학』의 ‘소위성기의자 무자기야…차지위자겸(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此之謂自謙)’이라는 문장에 등장하는 겸(謙)이라는 단어를 유학자 주희(朱喜)가  ‘겸쾌야족야(謙快也足也)’라고 해석한 문장을 풀이한 글이다. 여기 등장한 ‘쾌족’이라는 단어의 해석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면 ‘쾌족(快足)’은 글자 그대로 ‘기분이 상쾌하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심리 상태를 지칭한다. 행복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행복의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첫걸음은 행복의 조건과 행복 자체를 구분하는 것이다. 행복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 누군가는 행복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행복 경험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대화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 행복의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幸福이라는 한자의 의미를, 행복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快足이라는 한자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행복에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특수하고 개별적인 감정이 따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긍정적인 감정, 예를 들어 감사, 희열, 뿌듯함, 경외감, 평화로움, 고요함, 이런 것들 말고 행복이라는 또 하나의 개별적인 감정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또한 고요함, 경이로움, 감사와 같은 감정들을 행복과 대비되거나 갈등 관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실수를 범한다. 행복을 쾌족으로 이해하게 되면, 행복한 감정이란 외따로 존재하는 개별적 감정이 아니라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다양한 감정 모두를 지칭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쾌(快)가 단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은 유쾌, 상쾌, 통쾌와 같은 다양한 표현을 보면 자명해진다.


행복한 감정 상태는 본질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감정을 ‘행복’이라는 단 하나의 개별적 감정이라고 좁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행복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미술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는 것,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갖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 등이 모두 행복한 상태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만족하고 이미 감사하고 이미 고요하고 이미 즐거우면서도, 여전히 행복이라는 파랑새 같은 감정을 경험해야만 한다는 숙제를 안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쾌족으로 행복을 이해할 때 얻게 되는 또 하나의 값진 깨달음은 행복이 철저하게 일상적이라는 깨달음이다. 예컨대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내 삶에 만족을 더해주는 것이라면 아이의 웃음소리, 여름밤의 치맥, 시원한 산들바람, 멋진 문장들, 상사의 예상 밖의 유머, 잘 마른 빨래 냄새,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보너스, 모처럼의 낮잠, 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날씨 등등 그 리스트에 끝이 없다. 이것들은 다 우리 일상에 있는 것들이다. 행복은 철저하게 일상적이다.


행복과 유전에 관한 올바른 생각

변화 가능성과 유전율에 대한 오해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과 특성에는 유전이 관여한다. 그러나 ‘관여’한다는 말이 ‘결정’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언론 매체가 연일 “우울증 유전자 발견”, “행복 유전자 발견”, “비만 유전자 발견”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구 성과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특정 질병과 특정 특성이 특정 유전자에 의해 단독으로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이 어떤 유전자가 구체적인 질병이나 행동으로 발현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환경적 요인이 관여한다.


유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큰 이유는 유전율과 변화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유전율이란 ‘어떤 특성에서 나타나는 개인들 간의 차이가 그들의 유전적인 차이에 의해서 설명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이는 철저하게 집단 내의 개인차에 관한 개념이다. 한 개인의 절대 점수에 관한 개념이 결코 아니다. 이와 달리 변화 가능성은 ‘한 개인의 특성이 변화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집단 내 개인차와 유전의 관계를 다루는 유전율과 한 개인의 변화를 의미하는 변화 가능성은 애초부터 전혀 관계가 없는 개념이다.


행복의 유전율이 높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이 행복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보다 높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의 행복 수준 자체는 현재보다 높아질 수 있다. 변화 가능성을 유전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누구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올림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우리가 그런 상대적 행복을 놓고 경쟁하다면 유전율이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남들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시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원할 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변화 가능성이지 유전율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우리는 볼링공 같은 단 하나의 자기가 아니라, 많은 자기로 이루어진 연합체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갈등을 유발해서 내적 평화를 깨트리는 자기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우리 행동과 정서와 동기를 지배한다. 바로 이상적 자기, 현실 자기, 그리고 당위적 자기다.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에 따르면, 우리의 의식은 이 세 개의 자기 간의 공존과 갈등의 장이다. 한 사람의 내면을 이해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 자기, 되고자 열망하는 이상적인 자기, 그리고 되어야만 하는 당위적인 자기 사이의 괴리와 갈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들 사이의 괴리는 개인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 두 괴리 중 어떤 괴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 삶을 전진시키기 위해 이상적 자기라는 엔진을 장착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당위적 자기라는 브레이크를 장착한 사람일까? 우리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그중 한 연구에서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108개의 행동 특성 리스트를 제공하고, 이 중에서 자신이 이상적으로 보유하고 싶은 특성 다섯 가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선택 항목이 서로 중복되어도 상관없었다. 그런 후에 현재 자신이 각각의 특성을 어느 정도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5점 척도에서 평정하게 했다. 이 평정치는 현실적 자기가 이상적 자기와 당위적 자기의 특성을 각각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우선, 두 괴리 점수 모두 행복과 부적(-) 관계에 있었다. 다시 말해 행복한 사람들일수록 두 괴리 점수가 낮았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행복한 사람들은 되어야 하는 자기와 되고 싶은 자기 모두를 더 충족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행복은 현실 자기와 당위적 자기의 괴리보다는, 현실 자기와 이상적 자기의 괴리 정도와 훨씬 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상적 자기와 현실 자기의 괴리를 좁히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자기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상, 비전, 열정, 도전을 중시한다. 반면에 당위적 자기와 현실 자기의 괴리를 좁히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마땅히 되어야만 하는 자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의무, 책임, 예방, 현상 유지를 중시한다. 행복은 역할, 의무, 책임, 조심, 경계, 현상 유지로 대표되는 당위적 자기의 브레이크보다는 꿈, 비전, 이상, 열망으로 대표되는 이상적 자기라는 엔진을 달고 전진하는 사람에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사람은 당위의 영역을 줄이고 이상의 영역을 넓히는 삶의 기술을 발휘하면서 살아간다.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경험의 삶이 곧 무소유의 삶이다. 무소유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그런 삶은 고승이나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체념하며 살아왔다면, 경험의 삶으로 목표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경험하기 위한 소유, 관찰하기 위한 소유, 시간을 사기 위한 소유로 프레임하기 시작하면 소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소유에 얽매이지 않는 무소유의 삶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소유와 경험의 차이에 대한 연구에 천착해온 코넬 대학의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경험이 무소유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소유물은 비교를 불러일으키지만 경험은 비교를 유발하지 않는다. 소유는 본질적으로 ‘물건(thing)’이기 때문에 비교가 쉽게 일어난다. 이와는 반대로 경험은 본질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비교가 쉽지 않다. 경험은 우리를 비교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소유를 모두 버려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무소유의 삶이 부담스러운 우리에게 경험의 삶은 아주 좋은 대안이다.


둘째, 경험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험 목록을 보아야 한다. 경험은 우리의 의식과 철학과 가치를 구성한다. 진정한 행복이란 진정한 자기를 만나는 경험이며, 진정한 자기와의 조우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셋째, 경험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소유가 대화의 주제가 되면 그 대화는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소유는 비교를 유발하기 때문에 소유에 대한 대화는 관계를 위협한다. 반면에, 경험에 관한 대화는 즐거움을 창출한다. 행복에 관한 연구들은 경험을 나누는 ‘수다’, 특히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경험을 나누는 수다가 최고의 행복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돈으로 경험을 산다는 것은 결국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경험하기를 원한다. 설사 혼자서 한 경험이라도 수다를 통해 그 경험을 나누기를 원한다. 경험은 소유보다 훨씬 더 관계 지향적이다. 결정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돈으로 경험을 사서 삶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그들은 장식거리보다는 이야깃거리가 우리를 훨씬 더 행복하게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의미 있는 삶

의미의 의미

무거운 의미와 가벼운 의미

의미를 행복의 핵심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에 회의적인 이유는 의미를 지나치게 무겁게 보기 때문이다. 가볍고 경쾌해야 할 행복이 무거운 도덕과 윤리가 되어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무거운 의미 혹은 큰 의미란 삶에 대한 목적의식과 소명 의식, 자기희생, 대의명분 같은 것을 뜻한다. 만일 의미 있는 삶이 이런 것들뿐이라면, 사람들이 걱정하는 바와 같이 의미 있는 삶은 즐거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자기희생의 삶이자 도덕적인 삶이 될 뿐이다.


그러나 의미에는 무겁고 큰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고 가벼운 의미도 존재한다. 작은 의미란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를 뜻한다. 아침마다 아이들의 밥을 지어주는 것, 연로한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거는 것, 맡겨진 과제를 제시간에 해내는 것, 아이에게 구구단을 가르치는 것, 식사 기도를 하는 것,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 화초에 물 주는 것,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것 등 일상적인 일을 통해서 경험되는 의미다.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학자들이 정의한 의미의 의미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의미란 중요성이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이 모두 의미다. 의미 경험은 철저하게 주관적이어서 아무리 타인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 간주하더라도 자신이 의미를 경험하면 그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둘째, 의미는 유용성이다. 자신의 행위가 쓸모 있다고 느낄 때 그 일은 의미를 갖게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간 낭비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경험이 의미다. 셋째, 의미는 이해다. 인간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왜 나에게!”라고 절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넷째, 의미는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자신의 행위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과 연결되어 있을 때, 즉 자신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사람들은 의미를 경험한다.


의미의 의미를 이렇게 해부해보면, 의미를 경험하게 하는 행위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의미 추구는 엘리트 도덕주의자의 강압적 명령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우리의 본성이다.


의미와 쾌락의 차이

함께하는 쾌락 vs. 홀로인 의미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것이 즐거움과 의미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지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쾌락적 행복과 의미적 행복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행복이 존재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행복이 있다기보다는 행복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쾌락과 의미가 정말로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쾌락 경험과 의미 경험이 어떻게 유사하고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한다. 만일 쾌락 경험과 이미 경험이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서로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면,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쾌락 경험과 이미 경험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알아보려고 18세부터 63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 603명에게 모바일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 연구가 밝혀낸 쾌락과 의미의 차이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나이 효과다. 나이가 들수록 쾌락과 의미경험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의미 경험이 나이와 함께 증가하는 폭이 더 컸다는 뜻이다. 둘째, 결혼 여부는 쾌락 경험과는 큰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의미 경험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기혼자가 결혼으로 얻는 일상적인 이점이 쾌락보다 의미에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셋째, 각각의 구체적인 활동들이 제공하는 쾌락과 의미 경험의 정도가 달랐다. 어떤 경험은 즐거움을 많이 주지만 의미는 주지 못했다. ‘TV 시청, 회식, 게임’이 대표적이었다. 흥미롭게도 ‘아이 돌보기, 요리하기, 운동하기, 기도하기, 자원봉사’는 즐거움과 의미 모두에 정적(+) 관계가 있었지만 의미와의 관계가 더 강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연구는 쾌락과 의미가 상당히 중첩되는 경험이면서 동시에 매우 구별되는 경험임을 보여준다. 기분 좋은 삶을 산다는 것과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분명 서로 중첩되는 지점이 많지만, 동시에 미묘하게 다른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소명과 성취

목표가 있는 삶

소명과 성취는 목표를 전제로 한다. 의미 있는 목표를 성취하고, 그 목표가 자신의 소명이 되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의 핵심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명, 성취, 목표라는 단어가 기피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몇 년 전 어떤 분에게서 항의성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행복에 관한 저자의 강연을 동영상으로 접한 후에 보내온 이메일이었다. 그 강연에서 저자는 행복에 관해 우리가 가진 프레임이 지나치게 협소한 까닭에 행복을 맛있는 것을 먹을 때의 즐거움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어떤 대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거나 호기심으로 충만한 상태 역시 행복이며, 그런 관심과 호기심에 기초하여 의미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함을 제안했다. 그러나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낸 분의 이해는 달랐다. 그분은 대한민국의 불행의 주범이 바로 목표 지상주의이며, 목표 지상주의가 우리 사회를 피로 사회로 만들었다고 항변하면서, 어떻게 행복의 수단으로 목표를 강조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과도한 목표 지상주의는 그분의 지적처럼 행복의 장애물이다. 그러나 목표 지상주의에 대한 경계가 목표에 대한 일방적인 부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 전체를 태우는 것과 같다. 목표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 신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 가문을 빛내는 것 등과 같은 큰 목표도 있지만,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목표도 존재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목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개인적 목표보다는 집단적 목표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대아를 위해 소아를 희생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목표란 늘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목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의 조건이다. 남의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발견해야 한다.



품격 있는 삶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

심리학이 발견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 자기중심성이다. 인간은 자신이 세상의 보편적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한다.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돼?”하면서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행위는 정상성에 대한 강렬한 욕망의 표출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정상과 상식적 인간에 대한 욕망은 관계 편중성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리고 자기들끼리 그룹 과외를 한다. 잘생긴 사람들은 잘생긴 사람들끼리 어울려 다닌다. 우리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 편중성은 지리적 편중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부자들은 부자 동네에 모여 산다. 대학 캠퍼스에는 최소한 대학 재학 이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 많이 가진 자, 높이 오른 자, 많이 배운 자 들과만 평생을 어울려 산 사람은 아무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여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 관계의 지리적 편중과 의식의 편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만나는 사람과 삶의 공간을 바꿔야 한다. 결심만으로 의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지리적 공간을 바꾸는 일이 자신이 접하는 사람을 바꾸는 일이고, 그것을 통해 의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 곁에서 사는 삶은 그 자체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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