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의 미래
저   자 : 엘렌 러펠 셸(역:김후)
출판사 : 예문아카이브
출판일 : 2019년 06월

도서정보

■ 책 소개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 그리고 심화되는 양극화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에 대비하라!”

 

현재 세계 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일자리’다. 경제발전은 물론 개인의 소득과 정부의 세금은 모두 일자리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글쓰기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엘렌 러펠 셸 교수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상용화로 촉발되고 있는 일자리의 자동화가 특히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세계화와 디지털 경제가 자연스러운 지금,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어떻게 계층의 사다리를 걷어치우고 있는지 살핀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일자리 대란을 분석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일과 일자리가 갖는 ‘정체성’의 비밀을 파헤치고 일의 ‘보람’과 ‘의미’의 실체를 밝힌다. 이어서 과거에 교육 격차가 임금 격차를 낳는 과정을 탐구한 뒤, 이제는 단순히 대학 학위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노동시장의 안타까운 현실을 짚어낸다. 직업훈련에 매진하는 지역대학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고,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실직자 재훈련의 민낯도 그대로 보여준다. 고용창출의 해법을 찾고자 핀란드의 교육 현장과 스페인의 거대 협동조합 기업 MCC의 성공 사례를 들려주면서, 메이커(maker) 운동과 21세기형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근로소득세 개편, 기본소득제도 확립,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사회적·제도적 합의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도 촉구한다.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준비하고, 만들어내고, 유지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우리의 일자리를 조망하고, 미래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에 관한 공개적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 저자 엘렌 러펠 셸
미국 보스턴대학교 저널리즘 교수이자 시사월간지 〈애틀랜틱(Atlantic)〉 세계 특파원이다. 세계 경제, 소비자 문화, 환경 문제, 과학 기술, 공공정책에 대한 연구결과와 실행 제안을 꾸준히 진행하는 저널리스트로 명망이 높다.
 
셸 교수의 글은 ‘미국 최고의 과학 기사(The Best American Science Writing)’로 선정돼 미국잡지협회 기사대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슬레이트(Slate)〉 〈LA타임스〉 〈보스턴글로브〉 〈사이언스〉 〈사이언티픽아메리칸〉 등의 유수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1조 달러의 사회적 질병’으로 불리는 비만의 원인을 심층 분석한 《배고픈 유전자(The Hungry Gene)》, 자본주의가 ‘싼 가격(cheap)’이라는 개념을 통해 얼마나 극적인 성장과 쇠퇴를 경험하고 우리의 생각과 생활 그리고 사회 구조까지 장악하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가격(Cheap)》 등이 있다.


■ 역자 김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및 대우조선과 대우통신에서 일했다. 이후 독립연구가로서 역사·문화·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 및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활이 바꾼 세계사》(제43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수상작)와 《불멸의 여인들》 《불멸의 제왕들》이 있으며, 옮긴책으로는 《밀수 이야기》 《전쟁 연대기》(전2권) 《몬스터 스토리》(전5권)《세상이 버린 위대한 폐허 60》 《설명할 수 있는 경제학》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_ 소득 격차가 우리 사회를 위협한다
일자리 지수|점점 위협받는 중산층 일자리|전세계적인 일자리 위기|승자독식 사회|근로자의 삶을 통해 찾아보는 가능성|일자리 창출이라는 숙제

프롤로그_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마리엔탈에서 공장과 함께 사라진 것들|자본주의 몰락의 생생한 현장|굴하지 않는 사람들

 

제1부_일자리 대란
제1장_어쩔 수 없는 고통인가
시스템이 아닌 자신을 탓하는 구직자들|스펙 게임과 인간관계의 케미스트리|고용주의 권한이거나 입맛에 맞거나|게임으로 채용하는 리쿠르테인먼트|일자리를 소유할 수 있는가|워커홀릭, 초과근무를 즐기는 사람들|수평적 기업구조의 함정|일이라는 거대한 쳇바퀴

제2장_일자리 되살리기
욕망이라는 전차에 올라탄 사람들|노동계급과 지배계급이라는 이분법|새로운 일자리냐 좋은 일자리냐|임시직을 양산하는 긱 경제|일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제3장_ 로봇도 세금을 내야하나?
산업의 이동과 일자리 격차|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모시기|인공지능과 로봇의 위협|임금이 높을수록 자동화되기 쉽다

제4장_디지털 시대, 앱으로 먹고살기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의 빈약한 고용|디지털 시대의 고용문제는 누가 해결할 것인가|스타트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논리|스타트업은 과연 혁신적인가

 

제2부_내가 선택한 일
제5장_열정 패러독스
열정이 없어도 자부심은 생기는 일자리|일에 대한 사랑과 몰입|일의 보람과 동료애|일의 의미와 만족은 별개

제6장_마음의 습관
일의 심리학|소명감을 느낄 수 있는 일과 ‘좋은’ 일자리|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고용주와 감시자들|일자리를 내게 맞출 수 있을까|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제3부_노동을 위한 교육
제7장_ 교육 격차와 임금 격차
오직 ‘일할 준비’를 위한 교육|21세기에도 적용되는 교육에 관한 공장 이론|평균소득을 왜곡시키는 빌 게이츠 효과|소득 불평등은 교육때문이 아니다

제8장_개인의 역량 격차를 줄여라
삶은 많이 남았는데 일은 없고|복지로 작용하는 소득세 환급 |스킬 갭이라는 핑계|구인공고에 올라오는 유령 일자리|설명을 듣지 못하는 구직 실패자|미래에 대비한 노동인력 만들기

제9장_먼 곳을 바라보는 눈동자들
기회를 만드는 지역대학|직업훈련으로 얻게 되는 좋은 일자리의 실체|직업훈련이 인력과잉을 초래하는 경우|외국기업 유치가 일자리 해법이 될까

제10장_쇠퇴한 지역경제 살리기
일과 봉사를 병행하는 근로대학|애팔래치아 지역의 광부들|예술과 수공업, 창조적 문화경제|사람을 끌어들이는 선구적인 학교

 

제4부_새롭게 생각하기
제11장_핀란드의 방식
가난하고 침체됐던 핀란드의 변화|핀란드의 기적을 만든 교육|당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시오|돈이 아니라 믿음을 주는 최저생계비|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적 신뢰|테크놀로지가 발전할수록 사다리는 높아진다

제12장_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
유토피아 사회주의자의 꿈|노동자들이 미래를 꿈꾸게 하는 협동조합|책임 있는 자본주의와 MCC|노동자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의 연대|보장되지 않는 고용안정|종업원 소유 기업의 전망

제13장_누구나 생산자가 되는 메이커 운동
몰락한 조선소를 살려낸 뉴욕|제조업에서의 고용 없는 성장|제조업 일자리의 허상과 잠재력|디지털 시대의 맞춤형 생산방식|생산수단을 소유하는 힘

제14장_호모 파베르
회사 단위가 아닌 동종업계의 연대|같은 직업을 가진 이익단체들|21세기형 노동조합과 공유오피스의 효과|주주이익 중심주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나쁜 일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직원에게 신뢰를 보내는 회사|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초적인 조건|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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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요약
일자리의 미래


일자리 대란

어쩔 수 없는 고통인가

시스템이 아닌 자신을 탓하는 구직자들

만약 ‘아메리칸 드림’을 인간의 형태로 포장할 수 있다면, 에이브 고어릭(Abe Gorelick)이야말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사람일 것이다. 신성하고 젊음이 넘치며 정열적이고 명랑한 그의 머리는 이제 막 회색빛이 감돌기 시작했으며 그의 미소에는 겸손함과 매력이 멋지게 섞여 있었다. 그는 좋은 학교들 덕분에 집값이 100만 달러를 넘어가는 동네에 멋진 집을 갖고 있다.


고어릭의 이력을 대충 훑어보면 그가 재산을 어떻게 모았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는 아이비리그에 속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친 뒤 ‘수석부사장’, ‘총지배인’, ‘수석고문’과 같은 직책을 역임했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지식에도 빠삭하고 항상 한 발 앞서 생각하는 그는 모든 면에서 인생의 승자였고 이 지식경제에서 상위 4퍼센트나 5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모두 지난 이야기다. 그가 쉰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다. 나와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그는 택시 운전과 유기농 식품 체인점 홀푸드(Whole Foods)의 현금출납원으로 일하면서, 로드앤테일러 백화점에서는 매장 판매원으로 넥타이를 팔고 있었다. 그는 바로 직전까지 유수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혁신을 담당하는 부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회사에서 ‘감축’ 대상자가 됐지만 그 사실에 집착하거나 억울해하지는 않았다. 그는 스스로 ‘밝은 측면’이라고 부르는 요소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 해보였다. 그는 홀푸드에서 고객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즐겁다.


그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감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순진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전까지는 나이가 결정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 고어릭이 직업적으로 성공에 이르렀던 자리는 대부분의 평균을 훨씬 능가한다. 지금 택시를 운전하거나 식료품을 봉투에 담아주는 일에도 전혀 부끄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어릭의 일자리 이야기는 뭔가 친숙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그런 감정을 느껴봤거나 아니면 주변의 누군가가 그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직위 따위로 사람을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눈을 감고 쉰여덟 살 먹은 슈퍼마켓 캐셔, 택시 운전사, 백화점 판매원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려보기 바란다. 그런 다음에 다시 쉰여덟 살의 마케팅 수석부사장을 상상해보자. 이들이 진짜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가?


비록 그가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반응은 지극히 전형적이어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모든 잘못된 점에 대해서 자기 자신을 탓하지 이 사회의 시스템 자체를 탓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가 직업적인 경력에 대해 개인적으로 철저히 통제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되면 비참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만약 공공정책까지 이런 헛된 믿음에 기초한 것이라면 그 정책은 역효과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매우 위험한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자리 되살리기

일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어떻게 해야 우리 스스로를 일자리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는 이 시대와 양립시킬 수 있을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뿐더러 일반화시키기도 어렵다.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며 확실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작업은 나에게 올바른 일, 즉 일자리가 나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일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를 일자리에 맞춰 넣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과감히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데이튼 출신의 컨설턴트 에이미 코터먼은 그녀의 남편이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을 때 급작스럽게 세상을 떴다고 말했다. 남편의 죽음 직후 그녀는 깜짝 놀라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댈 곳도 없고 삶의 목적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하던 대로 계속하려고 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고향인 데이튼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거나 기존에 했던 일을 다시 하려고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만들려고 하는 삶은 성공에 이르는 일자리가 중심이 아닌 그 일 자체가 모든 것이 되는 삶이었다. 이후 대학으로 돌아가 조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전공은 제빵이었다. 졸업 후에는 제과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전에는 바라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삶에 뛰어들었지만 이제는 그게 바로 자신이 원하던 삶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의식이 화려한 경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로부터 나오는 삶, 그녀는 평생 처음으로 마음의 평화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배우는 모든 것들은 결국 성공에 관한 것들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우리가 막상 성공했을 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어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그냥 하면 되고, 내 나름대로 잘하면 되거든요. 물론 고백컨대 과거의 나로부터 벗어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짜릿했어요. 난생 처음으로 내 삶을 내가 통제한다는 느낌이 뭔지 알게 됐으니까요. 일이 아니라 내 자신이 됐어요.”



내가 선택한 일

마음의 습관

소명감을 느낄 수 있는 일과 ‘좋은’ 일자리

듀이의 이론에 흥미를 가지게 된 에이미는 이를 실험하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핵심적인 질문은 ‘소명을 받았다’라는 경험이 어떤 특정 종류의 일자리에 수반되는 역할인지 아니면 듀이의 말처럼 그 일을 수행하고 있는 개인의 역할인지 하는 것이었다. 에이미 연구 팀은 대학교와 인근 보건소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도서관사서, 보건교육자, 분석가, 행정보조원, 사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200여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의 질문을 포함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그녀가 발견한 점은 조사 대상이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일이 일자리, 경력, 소명 중 어디에 속하는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분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행정보조원이라는 일에 대해 살펴보면 에이미의 연구에서 응답자의 약 30퍼센트는 이 일을 단순히 ‘일자리’로 분류했고, 30퍼센트 정도는 ‘경력’으로 분류했으며, 나머지 30퍼센트는 ‘소명’이라고 답했다. 에이미의 연구와 이와 유사한 다른 연구 결과도 다수의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균등하게 이 3가지 범주 중 하나에 든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각 개인은 어떤 직업에서건 ‘소명’을 느낄 수 있다.


초밥을 만드는 요리사를 예로 들면, 어떤 사람에게는 긴 시간을 들여 생선을 얇게 도려내 조각으로 만드는 일이 매우 지겨운 것으로 생각될지 모른다. 그저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Jiro Dream Of Sushi)> 의 주인공인 85세의 일본인 오노 지로는 스키야바시 지로라는 초밥의 주인이자 주방장이다. 일본에서 지로는 유명한 쇼쿠닌이다. 쇼쿠닌은 자신의 기술을 통해 완벽함을 추구하는 장인을 일컫는다. 이 쇼쿠닌은 한줌밖에 되지 않는 음식이지만 단 20여 분 동안 즐기는 미각적인 황홀경에 기꺼이 수백 달러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들을 위해 자신의 기술을 최대한 발휘한다. 지로는 자신의 일을 성취하고 거기에 만족할 뿐 아니라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스스로의 입장에서는 소명을 다하는 영웅이다. 그가 자신의 소명을 찾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로의 경우는 어떻게 소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지로는 어떤 면에서는 ‘폭군’이다. 그는 절대 거스를 수 없는 규칙과 요구조건을 세워놓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기준에 따르기를 강요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는 고객들이 자신의 초밥을 반드시 최상일 때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는데, 그 최상의 타이밍이란 초밥이 만들어지는 바로 그 순간이라서 고객들은 초밥 20개로 이뤄진 400달러짜리 코스를 30분 이내에 허둥지둥 먹어야 한다. 더욱이 누군가 초밥을 한입에 통째로 먹지 않고 조금만 씹는다면 그는 지로의 조수들이나 때에 따라서는 지로 본인에게 질책을 받게 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지로의 친자식들조차 그가 나타나면 위축된다.


지로는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넣었으며,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의 희생이 그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했는지 여부는 알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그와 부인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적은 것이 명백한데, 자신들도 부모의 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이렇다면 소명은 소명을 받은 사람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제프리 톰슨(Jeffry Thompson)은 모르몬교의 공식명칭인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가 운영하는 미국 최대의 신학대학교 브리검영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만약 여러분이 뭔가 ‘소명’을 채우기 위해 이 땅에 왔다고 믿는다면, 여러분이 어떤 이유에서건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이를 도덕적인 실패로 믿을 것입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직업에 대해서 자신의 소명을 받았다고 믿으면 믿을수록 그 직업과 함께 오게 마련인 어려움을 참거나 아예 무시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런 식으로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탁월함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비현실적인 기대와 착취로 스스로를 이끌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을 위한 교육

교육 격차와 임금 격차

오직 ‘일할 준비’를 위한 교육

내 딸 앨리슨이 여덟 살이었을 때 나는 아이 아빠와 함께 학교에 불려가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먼저 앨리슨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다가 곧바로 핵심으로 들어갔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문제를 돕기 위해서 정작 자신의 문제는 건성으로 빨리빨리 건너뛰고 있었다. 앨리슨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공부에 정진해야 할 때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야 누워서 떡 먹기라고 해도, 중학교도 있고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우리 아이가 자랑스럽고 그 아이의 관대한 정신세계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아이의 선생님이 옳다면? 여덟 살 나이에 벌써 미래가 꽉 막혀버렸다면? 결국 나는 굴복했다. 나는 아이에게 엄격한 엄마는 아니었으나, 앨리슨에게 다른 아이들을 돕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자신의 일부터 먼저 챙기는 것이 영리한 것이라고 주의를 주었다.


나는 그 당시에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포심이 내 딸의 천성과 나 자신의 가치를 억누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시절 1990년대에는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공포에 빠져 있었다. 그보다 한 10년 쯤 전에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행정부의 우수교육위원회(Commissionon Excellencein Education)는 이렇게 경고했었다. “미국은 한때는 도전자가 없었던 상업, 산업, 과학 및 기술의 우위를 전 세계의 경쟁자들에게 따라잡혔기 때문에 이제 위기에 처해 있다.”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이런 위협은 대부분 당시 경제적ㆍ기술적인 면에서 거인이었던 일본으로부터 왔다.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던 경제개발위원회(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는 미국의 어린이들이 오늘날의 일, 특히 미래의 일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1996년 거스트너는 뉴욕 주 뉴욕 주 팰리세이즈(Palisades)에 위치한 IBM의 대회의장에서 전국교육위원회(National Education Summit)를 주최했다. 이 회의에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41개 주의 주지사들과 미국 최대 기업 49개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다. 이 회의에는 많지 않은 수의 교육 ‘전문가’들이 보조적인 역할을 했던 반면, 학생이나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교사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극히 소수의 입장이 돼버린 이들이 손쉬운 먹잇감이 됐다. 대중문화로부터 갖가지 비유가 언급되면서 이들에 대해 신랄한 공격이 가해졌다.


미국 대통령이 선두에 섰던 첫 번째 교육 관련자들의 모임에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으며, 이 나라의 대표자들이 지원 방안과 공동의 목표를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기회를 모색한 행사였다. 하버드대학교 교육학과 잘 메타(Jal Mehta)교수는 연설을 통해서 이 회의가 소박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신념으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가는 1898년도 영화 <꿈의 구정(Field of Dreams)>과 같은 낙관주의를 반영하며, “우리가 목표를 세우면 학교들이 그 목표에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의 최종보고서의 결론은 이랬다. “교육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세계 경제에서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기업가들이 아이들이 ‘일할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에서 그들이 말하는 ‘준비’란 그것이 어떤 사람의 생각이라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누가 이런 ‘개혁’에 필요한 재원을 부담하느냐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교육경제학자 노턴그러브(Norton Grubb)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보다 높은 기준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배정해주지 않으면서 그 필요성만 주장하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는 일입니다.”


개인의 역량 격차를 줄여라

미래에 대비한 노동인력 만들기

직업에 대한 전망에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스킬이 아니라 기회일 것이다. 우리 시대의 상징처럼 돼버린 엄청난 소득 격차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경쟁력도 없고 그들을 대변한 노동조합도 없기 때문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실제의 스킬을 내보일만한 정치적 힘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이에 대한 해결책 중 한 가지 접근방법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 99 디그리 커스텀(99 Degree Custom)이라는 회사를 둘러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99 디그리 커스텀은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Lawrence)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의류 회사다. 로렌스는 1912년 발발했던 성공적인 노동운동 ‘빵과 장미의 파업(Bread and Roses strike)’의 현장이다. 그때 대부분 여성 이민자들인 수천 명의 의류공장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내걸고 2개월 동안 파업과 시위를 벌여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뒀던 장소였다. 이 회사는 2014년 브레나 난 슈나이더(Brenna Nan Schneider)가 설립했는데 그녀는 스스로를 ‘사회적 기업가’라고 지칭했다. 그녀는 이 도시에서 생활고와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첨단 제조업이라는 기회를 접목시키겠다는 희망을 품고 99 디그리 커스텀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나는 포괄적인 혁신의 미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회사를 방문한 날 상당수가 이민자들로 구성된 50여 명의 직원들이 저마다 맞춤형으로 디자인된 의류의 패턴 뜨기, 재단, 바느질 등 복잡한 작업이 지시되고 있는 워크스테이션 앞에 앉아서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나는 놀라운 손재주와 스킬을 보여주는 능숙한 재봉사들과 장비운용자들을 보면서, 그들 중 일부는 수십 년의 경험을 갖고 있고 유명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라는 설명을 듣고 별로 놀라지 않았다. 놀라게 만든 것은 그들이 받고 있는 임금이었다. 이에 대해 슈나이더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시간당 12달러와 각종 보험혜택이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나는 이 사실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게는 이 사업이 계속 굴러가는 것 말고는 다른 동기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나를 믿으세요. 나는 부자가 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내가 쓰는 비용을 간신히 충당하고 있는 정도예요. 우리 기술자들은 자본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높은 스킬을 갖고 있지만 낮은 임금을 받아요. 베트남은 상당히 고급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죠. 또한 우리는 미얀마, 방글라데시, 멕시코와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미국에서 만들었다고 더 비싸게 사주지 않죠.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벌여야 해요. 세상에는 가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들이 계속 가난 속에서 살도록 하고 있는 일자리가 많다는 뜻이에요.”


“우리의 도전과 기회는 최고의 테크놀로지와 최고의 인력을 접목시키는 게 아니에요. 우리 직원들에게 기업가나 엔지니어들처럼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 마땅한 보상을 해주는 거죠. 나는 이것이 이곳 로렌스에만 국한된 미래 일자리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도시들의 미래 일자리라고 믿고 있어요. 음, 그러니까 그런 미래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모두 우리에게 달려 있는 셈입니다.”



새롭게 생각하기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

책임 있는 자본주의와 MCC

MCC의 탄생 비화는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옛날 옛적 스페인에서 잔혹한 내전이 막 일어나려고 하던 때,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사제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가 대주교의 명을 받아 피레네 산맥 깊숙한 곳, 몰락하고 있던 제조업 마을에 파견됐다. 그곳의 빈곤함에 놀란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는 지역사회를 소집해 기술학교를 세우기 위한 자금을 모았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가 세워지고, 10년도 더 지난 1956년 이 학교 졸업생 5명이 모여 작은 회사를 설립한 뒤 수제 등유 난방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시기 스페인 경제도 전쟁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었는데, 협동조합이 번창하자 비슷한 모델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업체가 합류했다.


오늘날 MCC는 스페인 최대의 상업적 기업 집단 중 하나로, 자전거 제조사 오비아(Orbea)에서 슈퍼마켓 체인점 에로스키(Eroski)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120개가 넘는 협동조합을 품고 있다. 이 기업들은 약 8만 3,0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기에 수만 명의 포르투갈, 프랑스, 독일, 브라질, 중국 등의 국가에 산재해 있는 자회사를 통해 추가적으로 고용돼 있다. MCC는 ‘네트워크 자원 공유’라는 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이 정책은 동료 지원 시스템으로서 어떤 협동조합이 어려움에 빠지면 다른 조합들이 즉시 달려들어 융자나 여타 지원책을 통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사업체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세전 이익의 10퍼센트를 중앙자금으로 적립함으로써 새롭게 생성되는 조합에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스페인의 실업자 수는 370만 명 늘어난 데 반해 MCC는 직원 숫자를 그대로 유지했다.


MCC는 수십 년 동안 노동운동과는 다른 진보적인 운동의 성지였다. ‘책임 있는 자본주의’의 살아있는 증거를 살펴보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견학했다. 협동조합들은 전체적으로 연간 약 15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바스크 지역이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으로 변화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 MCC는 자체적으로 고등학교, 대학교, 과학기술 연구소와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스페인에서 가장 큰 은행도 보유하고 있다.


MCC는 철저하게 분권적인 전략으로 운영된다. 회사들은 합동해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변덕스러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 채워지지 않은 틈새시장이 발견되면 노동자들은 무거운 경영 조직이라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관리자를 유지하기 때문에 군살이 없으며, 특히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MCC는 투자자의 욕망이 직원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현대의 기업 모델에 경종을 울리는 명백한 사례다.


클리블랜드의 에버그린 세탁소에서 8킬로미터 정도 자동차로 이동하면 그린 시티 그로워즈가 나온다. 이곳이 에버그린을 구성하는 3개 협동조합 중에서 가장 최근에 세워진 곳이며, 설립하고 유지하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연간 약 300만 묶음의 상추, 13만 6,000킬로그램의 고수와 파슬리 그리고 바질 등의 작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재배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클리블랜드는 식품을 재배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완벽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이곳에는 수천 채의 비어 있는 건물이 수천 에이커나 되는 공지에 둘러싸여 있다. 연구에 따르면 농업은 모든 빈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이다.


그린시티 그로워즈는 클리블랜드의 빈곤층을 위한 식량배급소 푸드 뱅크(Food Bank)에 수확물의 약 1퍼센트를 기증한다. 따라서 그린 시티의 노동자겸 소유자들은 더 이상 푸드 뱅크의 수혜자가 아닌 셈이다. 내가 에버그린의 설계자 테드 하워드와 처음 이야기를 나눴던 때 그는 미국 내 소고기의 25퍼센트를 생산ㆍ공급하는 텍사스의 아마릴로(Amarillo)에서 연설을 한 뒤 돌아온 길이었다. 하워드는 연설에서 병원, 대학, 심지어 육류 포장 회사들과 같은 아마릴로의 거점 기관들이 협동조합으로부터 운송, 청소, 식자재 공급과 같은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가 연설을 마치자 공화당 출신인 시장이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하워드는 심한 비난을 각오했지만 시장의 말은 그를 놀라게 했다. “모든 사람들이 파이 한 조각씩 나눠 갖는다는 그 말씀, 내가 보기에 정말로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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