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탈레브 스킨 인 더 게임
저   자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19년 04월

도서정보

■ 책 소개


불확실한 세계 경제에 존재하는 19가지 보이지 않는 위기와 극복의 실마리!


리비아, 이라크 등 제3국의 정권 교체를 왜 미국이 결정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아마존 주식을 논하는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실제 그 주식을 샀는가? 복잡한 사회문제에 복잡한 셈법을 제안하는 교수나 학자는 연구실 밖 실제 사회구조의 역동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경험해봤는가? 저자 나심 탈레브는 자신의 핵심 이익을 걸지 않은 채 그럴듯한 말만 해대는 사람들을 향해 “당신이 실제 그 문제의 리스크를 얼마나 감수하고 있는지 보여라!”라고 강도 높게 지적한다.


이익만 챙기고 손실은 회피하는 전문가와 가짜 지식인, 권력이 어떻게 대중을 기만하고 있는지 그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그들의 무책임함이 낳을 ‘제2의 블랙 스완’을 경고하는, 『인세르토』 마지막 시리즈 『스킨 인 더 게임』은 불확실한 세계 경제에 존재하는 19가지 보이지 않는 위기와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이 가져올 위험한 미래를 경고하며, 저자만의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 극복의 실마리는 무엇인지 전한다.


■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저자 나심 탈레브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상가’, ‘월가의 현자’로 묘사되며 현 시대 가장 주목받는 논객으로 꼽힌다. 1960년 레바논에서 태어났으며,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후 프랑스 파리 제9대학에서 금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1년간 월가의 파생상품 트레이더ㆍ위기관리 전문가로 일해오다 확률을 공부하며 확률 이론을 통해 철학, 수학, 그리고 세상의 문제들을 해석하게 되었다. 2007년 철학 에세이스트로 전향하여 『블랙 스완』을 시작으로 『인세르토』 시리즈를 통해 운, 불확실성, 가능성에 관한 철학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문제 현상들을 다룬 글을 써왔다. 25년간 집필해온 이 시리즈는 전 세계 36개국에 번역ㆍ출간되었으며, 다섯 권 모두 화제의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현재 뉴욕대학교 폴리테크닉연구소의 리스크공학 특훈교수로, 자신의 연구와 실험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불투명성 하에서의 의사결정과 확률의 수학적ㆍ철학적 문제,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인간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이해하고 극복해내는 방식에 대한 독창적이고 대담한 관점을 제시한다. 일찍이 ‘스킨 인 더 게임’이라는 개념을 강조해온 그는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얘기하고자 했던 ‘책임이라는 것은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면서, 우리 사회 모든 측면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가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외 저서로는 『행운에 속지 마라』 『안티프래질』 『블랙 스완과 함께 가라』 등이 있다.


■ 역자 김원호
역자 김원호는 서강대학교 공과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마케팅)를 받았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 프로젝트 사업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누텔라 성공의 법칙』 『멤버십 이코노미』 『에센셜리즘』 『스타트업처럼 생각하라』 『불황을 넘어서』 『전쟁 반전쟁』 『경제심리학』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코카콜라의 진실』 『월마트 방식』 『 IBM 부활의 신화』 『기업 스파이 전쟁』 등을 비롯하여 70권이 넘는 외서를 번역했다.
 
■ 차례

들어가며. 일상 속 보이지 않는 행동과 책임의 불균형
『인세르토』 시리즈 소개


제1부 서론
서론 1 안타이오스의 죽음
지금의 리비아에 투영된 현실 세계 / 간섭주의자, 생명을 가지고 놀다 / 행동하는 군주는 여전히 존재한다 / 책임지는 행동이 신뢰를 만든다 / 부적합한 부분을 소거하는 시스템 학습


서론 2 행동과 책임의 균형
함무라비법을 다시 생각한다 / 은율과 황금률의 차이 / 보편율은 잊어라 / 칸트에서 뚱보 토니까지 / 사기꾼과 바보 / 실제 경험과 지식은 다르다 / 언제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모더니즘의 영향 / 조명과 강연자 / 단순한 해법의 추구 / 핵심 이익이 걸려 있지 않을 때 두뇌 활동이 무뎌진다 / 규제와 사법제도 / 책임과 존엄성 / 기능 장인들 / 진짜 혁신가와 가짜 혁신가 /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 이익만 취하려는 사람들 / 영웅은 책상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 세계화와 소극적 보호주의 / 사회 지도층의 책임


서론 3 『인세르토』 시리즈
이 책에 담긴 이야기 / 지식인의 거짓말 / 출판계 이야기 / 이 책의 구성에 대한 정리 / 부록 1. 우리 삶과 세상에 존재하는 불균형


제2부 대리인 문제
제1장 거북이를 잡은 사람이 거북이를 먹어라
새로운 고객은 매일 태어난다 / 로도스의 옥수수 가격 / 불확실성의 평등 / 라브 사프라와 스위스인 / 보편적인 윤리가 존재할 수 있는가 /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우리의 것 / 당신은 어느 쪽인가 / 같은 배를 탄 사람들 / 실제 투자하지 않은 자의 조언을 경계하라 / 의료계가 가진 불균형 / 다음 장의 이야기


제3부 심각한 불균형 문제
제2장 양보하지 않는 소수가 주도하는 사회
땅콩을 제공하지 않는 항공사들 / 재규격화 집단 / 가장 안전한 선택지 / 영어는 어떻게 국제 공통어가 됐는가 / 유전자와 언어 / 종교의 원리주의 / 결국 분권화다 / 소수가 주도하는 가치관 / 소수에 의한 장악이 더 안정적인가 / 포퍼와 괴델의 모순 / 시장과 과학 분야에서 엿보인 소수에 의한 장악 / 의지가 있는 소수의 힘 / 다음 장의 이야기 / 부록 2. 집단의 움직임에 관한 몇 가지 상식에 반하는 현상들
제4부 늑대와 개
제3장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소유하는 방법
조직에 길들이는 법 / 더 이상 회사 인간은 없다 / 회사의 존재 이유 / 복잡성의 증가 / 해외 주재원은 본사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 / 자유는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늑대와 개 / 손실 회피 성향에 대하여 / 예카테리나 대제의 재림? / 고위 관료들의 문제 / 다음 장의 이야기


제4장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
영웅에게도 약점은 있다 / 비트겐슈타인의 자 / 자살 테러 공격을 수행하는 사람들 / 다음 장의 이야기


제5부 삶 자체가 리스크와 함께하는 것이다
제5장 가상의 경험이 실제가 될 수 없는 이유
예수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인간이었다 / 파스칼의 도박 / 꿈은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 / 도널드 트럼프가 선택된 이유 / 다음 장의 이야기


제6장 똑똑해 보이는 바보들
과학과 과학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지식인 / 공부를 했지만 교양이 없는 사람들 / 바보 지식인들의 특징 / 이 장의 결론 / 다음 장의 이야기


제7장 불평등과 책임
정적 불평등과 동적 불평등 / 피케티 그리고 만다린 계층의 반란 / 질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향한다 / 불평등, 부, 사회계층 / 공감대와 집단의식 / 호도의 수단으로 전락한 데이터 / 공직자들의 윤리 / 다음 장의 이야기


제8장 린디 효과와 진짜 전문가
누가 ‘진짜’ 전문가인가? / 고대의 린디 효과 / 누가 누구를 평가하는가 / 영국 여왕과의 티타임 / 논문 출판사로 전락한 학문 기관들 / 자신의 핵심 이익을 건 주장 / 엉터리 연구를 걸러 내는 법 / 과학 분야의 린디 효과 / 실증적 혹은 이론적? / 할머니 대 학자 / 인류의 오래된 지혜들 / 성공의 역설


제6부 다시 대리인 문제
제9장 의사는 의사처럼 보이면 안 된다
그린 럼버 팰러시 / 화려한 사업 계획서 / 화려한 옷을 입는 주교들 / 고르디우스의 매듭 / 인간은 그렇게까지 이지적인 존재는 아니다 / 복잡한 해법으로 생기는 문제 / 쌀과 비타민 / 평가의 왜곡 / 사치품으로서의 전통적 교육 시스템 / 대학의 명성 / 진짜 체육관은 체육관처럼 보이지 않는다 / 다음 장의 이야기


제10장 독약은 금잔에 담겨 나온다
비싸 보이는 해법에 치르는 대가 /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것 / 사교 목적의 관계를 위한 조언 / 진보가 항상 발전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 다음 장의 이야기


제11장 말보다는 행동하라
테러리즘의 두 가지 유형 / 아사신 조직 / 메시지 전달을 위한 공격 / 민주주의와 암살 / 카메라는 강력한 무기다


제12장 사실이 진실이고 뉴스가 가짜다
언론 분야의 대리인 문제 / 토론의 윤리 / 다음 장의 이야기


제13장 도덕을 팔다
공적 모습과 사적 모습 / 도덕을 이용한 장사 / 내실과 겉모습,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 도덕의 거래 / 도덕적 행동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 비난받는 도덕적 행동 /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업을 하라


제14장 역사 기록상의 평화와 전쟁
대리전이 아니다 / 사자는 극소수일 뿐이다 / 응급실이 북적여도 대부분 평화롭게 살아간다 / 다음 장의 이야기


제7부 종교, 믿음, 그리고 대리인 문제
제15장 사실 그들도 믿음에 대해 잘 모른다
종교의 역사 / 믿음 대 믿음 / 교회 없는 종교 그리고 자유 지상주의 / 다음 장의 이야기


제16장 신앙에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신들은 값싼 제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 희생을 상징하다 / 종교의 힘


제17장 교황은 무신론자인가
누가 신앙인이고 누가 무신론자인가 /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 / 다음 장의 이야기


제8부 리스크와 합리성
제18장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우리 눈이 만들어내는 착각 / 우선은 생존이다 / 사이먼에서 기거렌처까지 / 선호도 표출 / 종교의 이유 / 보여주기 신앙과 진짜 신앙 / 고대의 합리성과 현대의 합리성 / 보여주기 신앙의 존재의 이유


제19장 위험 감수의 논리
현실 세계의 확률을 잘 이해하는 법 / 에르고드 상태 / 반복적인 시도 / ‘당신’은 누구인가? / 용기와 분별력 / 테일 리스크는 회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그래도 일반적인 리스크라면 사랑하라 / 리스크에 대한 너무나도 단순한 해석 / 이 장의 정리


마치며. 린디 효과가 알려주는 것
해제. 지금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이야기


용어 설명

기술 부록
참고 문헌
찾아보기 

 

도서요약
나심 탈레브 스킨 인 더 게임


대리인 문제

거북이를 잡은 사람이 거북이를 먹어라

“거북이를 잡은 사람이 거북이를 먹어라.” 이는 고대의 금언이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일화에서 유래했다. 어떤 마을의 어부들이 거북이 여러 마리를 잡아 요리했는데, 막상 먹으려니 거북이 고기가 너무 맛이 없었다. 간신히 몇 사람만 꾹 참고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때마침 헤르메스가 어부들 옆을 지나갔다. 그리스신화에서 헤르메스는 상업과 풍요, 전령, 행운을 관장하고, 망자들을 지하 세계로 안내하며, 도적들을 수호하는 신으로 나온다. 헤르메스를 본 어부들은 그에게 거북이 고기를 권했다. 어부들이 버리려고 했던 고기를 자신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헤르메스는 그들 모두에게 거북이 고기를 먹으라고 명령했다. 여기서 다른 사람에게 주려는 음식은 자기 자신도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제시된 것이다.


한때 순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위의 이야기로부터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당신에게 좋은 일이면 그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당신에게는 손실이 되는데도 그에게는 아무런 손실도 생기지 않는 그런 행동을 취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의 말은 항상 경계하라.”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춰 볼 때, 타인이 나에게 좋은 일이라고 먼저 제안한 일은 언제나 내가 아니라 타인에게 좋은 일이었다. 이런 이들보다는 옵션 거래하는 사람들이 더 솔직하다. 이들은 자기가 이익을 내기 위해 투자할 계획인데 관심이 있으면 함께하자는 수준의 제안을 한다. 기억해라. 조언하는 것처럼 가장해서 무언가를 팔려고 접근하는 사람은 무조건 피해라. 자기는 먹을 수 없는 거북이 고기를 남에게 내주는 유형의 거래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온 거래 방식이다.


실제 투자하지 않은 자의 조언을 경계하라

자신의 유명세나 공신력을 이용해 투자 수익을 내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전망 있다고 판단한 주식을 매수한 다음, 자신이 그 주식을 왜 매수했는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주식의 전망이 좋기 때문에 직접 매수했다는 근거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준다.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어떤 종목의 주식을 매수한 다음 해당 기업이 얼마나 좋은지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시장 조작으로, 이해의 충돌을 수반하며 사회 전체의 이익을 저해한다. 언론인들이 자신이 투자한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 것을 요구받는 이유는 바로 이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나는 시장 조작이나 이해 충돌보다도 나쁜 조언을 방치하는 것이 훨씬 더 부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인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면, 이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언론계에 형성된 일반적인 여론을 따라 기사를 작성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하나의 시각만 갖게 될 것이고, 사회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일에 직접 관여하면 그에 따라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발생한 손해보다는 어떤 일에 직접 관여하는 책임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 이해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유발하는 쪽에서 손실의 리스크를 함께 부담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심각한 불균형 문제

양보하지 않는 소수가 주도하는 사회

복잡계에서는 구성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복잡계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체로서 개미들의 행동을 전부 파악하더라도 개미 군집체의 움직임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개미 군집체는 개미들의 단순한 합, 그 이상이다. 복잡계에서는 구성 요소들 사이의 예기치 못한 상호작용으로 전체의 움직임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장에서 논하려는 것은 바로 이런 현상이다. 특히 이 장에서는 소수에 의한 주도를 논할 텐데, 나는 이 현상이 사회의 모든 불균형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체 인구의 3~4퍼센트 정도만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믿음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은 듯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서 나머지 전체 인구가 그들의 방식을 따르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일단 이런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별다른 생각이 없던 사람들은 소수의 행동 양식이나 믿음을 다수의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과학적 직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의 행동 양식이나 믿음이 다수를 장악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복잡계에서는 우리의 과학적 직관이나 학식과 판단력이 작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복잡계에서는 할머니의 오랜 지혜가 올바른 판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소수가 주도하는 가치관

한 사회의 가치관은 대다수의 의견인 ‘여론’이 진화한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한 사회의 가치관은 완고하면서도 비타협적인(양보하지 않는) 소수가 만들어 내는 경우가 더 많다. 시민권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종교나 도덕적 가치관 역시 재규격화 과정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한 사회의 준법 의식 역시 소수에 의한 장악의 결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법을 준수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법을 따르고, 준법 의식이 약한 사람이 언제나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 앞서 할랄 식품이 어떤 식으로 확산되는지 이야기했는데, 할랄에 반대되는 것으로 하람이라는 개념이 있다. 하람은 법률과 도덕률 등 여하한 종류의 법을 어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부정한 음식을 먹는 것, 이웃의 아내와 동침하는 것,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는 것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손해를 의미하지만), 살인하는 것 등은 모두 하람이다. 하람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로, 그 행동이 이뤄졌을 시 불균형을 수반한다.


일단 어떤 도덕률이 형성되면, 지리적으로 고르게 분산되어 있으면서 절대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의 존재만으로 그 도덕률을 사회 전체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인류가 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선하고, 더 예의 바르고, 더 상냥해질 수 있다고 믿지만 선하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한 사회의 도덕률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런 믿음이 실현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삶 자체가 리스크와 함께하는 것이다

똑똑해 보이는 바보들

현재 심리학 연구 결과의 40퍼센트 가량은 과거에 이뤄진 연구의 반복에 불과하다. 일례로 영양학 분야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지방이 나쁘다’고 말해 왔지만 최근 들어서 지방에 대해 다른 관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학의 예측은 그 정확도가 점성술보다 낮다(이 점에 대해서는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자세히 다루었다). 2010년 벤 버냉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재신임받았는데, 그는 재정 위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바 있는 인물이다. 그런가 하면 의약 분야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지식인들의 말을 듣는 것보다 조상들의 직관을 따르고 할머니의 조언을 듣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옛날 지식인들의 지식을 따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과학과 과학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지식인

실제 현실의 삶을 살아 본 적 없는 현 시대의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들은 전혀 똑똑하지 않다. 이들은 과학과 과학주의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과학주의를 과학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여긴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이나 리처드 탈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자신의 원칙을 강요하는 사람의 대표격이라 할 만하다. 이들은 무엇이 합리적인 행동이고 무엇이 비합리적인 행동인지 그리고 무엇이 일탈 행동인지 분류했는데, 이 같은 분류 자체가 너무 피상적인 논리와 일차원적 모델에 근거해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현 시대 지식인 중 대다수가 이처럼 어느 한 부분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전체로 확장시키는 오류를 일상적으로 범하고 있다. 특정 집단의 구성원 중 일부의 행동을 집단 전체의 움직임으로 생각하고, 시장 일부의 움직임을 전체 시장의 움직임으로 생각하는 식이다. 이는 개미 몇 마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개미 전체 집단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생각이다.


바보 지식인들의 특징

바보 지식인들은 여행을 다닐 때 어떤 특전이 주어지기를 바라면서 여기저기 가입한다. 사회과학 분야의 바보 지식인들은 통계치를 인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통계치가 어떤 식으로 도출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스티븐 핑커를 비롯한 상당수의 심리학자들이 그렇다. 바보 지식인들은 영국을 방문할 때면 꼭 문학 행사에 참석하고, 입맛에 맞지도 않는 오이 샌드위치를 먹는다. 이들은 스테이크를 먹을 때 꼭 레드와인을 곁들이면서 스테이크에 화이트와인은 절대로 안 된다고 고집한다. 한때는 지방이 위험한 식품이라 생각해서 기피했으나, 지금은 필수 요소라 생각하며 기꺼이 챙겨 먹는다. 물론 지방이 위험하다고 말한 사람도 식품영양학자고, 지방이 필요하다고 말한 사람도 식품영양학자다. 이들은 자신의 주치의가 스타틴을 복용하라고 권하면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복용한다.


이들은 직접 책임지고 현실에 참여하지 않는 한 ‘가짜 지식인’과 ‘지식인’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물리학과 전혀 상관없는 주제에 대해 대화하면서 양자역학을 언급하는 바보 지식인들을 마주한 일이 지난 5년간 최소한 두 번은 있다. 바보 지식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주제와 무관한 과학계의 유행어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주제에 관해 대화할 때 너무 과도하게 이론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린디 효과와 진짜 전문가

누가 ‘진짜’ 전문가인가?

오래된 선문답이 있다. ‘그가 전문가인지 누가 판단하는가?’, ‘감시자를 감시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판관을 판결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린디 효과는 이런 질문들에 답을 제시한다. 바로 ‘살아남는 자들’이다.


우리의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는 시간이 말해 준다. 위험에 노출됐는데도 살아남는 것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철저하게 위험을 회피해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다. 취약성 이론의 검증을 받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는 많은 부수적인 피해가 동반되게 마련이다.


린디 효과를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존재의 생존이 유지될 경우, 이 존재의 기대수명은 지금까지의 생존 기간에 비례해 길어진다.”


린디 효과를 고려할 때,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영원히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전문가를 평가한다는 초전문가들의 존재 역시 필요하지 않다. 끝없는 질문을 유발하는 “거북이 아래 다른 거북이가 있다.”라는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린디 효과는 시간이 흐른 뒤에 생존해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본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는가

지금은 사임했지만, 내가 출강하던 대학의 학장이 내게 이런 말을 해 준 적 있다. “트레이더로서, 저술가로서 당신은 다른 트레이더나 저술가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학자로서 다른 학자들에게 평가를 받지요. 이렇듯 인생은 동료들로부터 평가받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역겨운 소리다. 나는 인생에서 아무런 리스크도 지지 않는 이런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지금도 익숙하지 않다. 이들은 실제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고, 실제 세상 사람들을 움직이는 방식이 무엇인지 모른다.


트레이더들이 왜 다른 트레이더들의 평가를 의식해야 한단 말인가? 트레이더들은 오로지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돈을 벌면서 법과 윤리 규정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된다. 법과 윤리 규정을 지키는 한, 오히려 다른 동료 트레이더들에게 긍정적인 평가가 아니라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편이 더 낫다. 나와 오래 알고 지낸 한 트레이더가 나에게 해 준 말이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자네를 좋아한다면, 그건 자네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동료들의 평가에 자신의 운명이 크게, 혹은 직접적으로 영향받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자유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저술가로서 나는 다른 저술가들과 편집자들, 서평가들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의식하는 것은 오직 독자들의 평가다. 그것도 오늘의 독자들이 아니라 내일의 독자들, 모레의 독자들의 평가를 의식한다. 다시 말해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다. 나는 미래 독자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만 의미를 둔다. <뉴욕타임스>의 서평을 기준으로 요즘 유행하는 책들을 골라서 읽는 독자들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현실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시간의 흐름에만 관심을 갖는다.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지, 누가 진짜 전문가인지는 결국 시간이 밝혀 준다.


다시 대리인 문제

의사는 의사처럼 보이면 안 된다

어떤 병원에 직급이 똑같은 외과 의사 두 명이 있었다. 첫 번째 의사는 드라마에 나오는 유능한 외과의의 전형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다. 마른 몸에 얇은 은테 안경을 끼고, 피부는 하얗고 손가락은 얇으며, 말투와 몸짓은 정제되어 있고 은발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빗어 넘겼다. 그의 책상 뒤 벽에는 아이비리그 졸업장이 걸려 있다. 학부와 메디컬스쿨 모두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왔다.


두 번째 의사는 푸줏간에서 일할 것만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다. 뚱뚱한 몸에 손마디는 투박하고 말투는 거칠며 머리는 텁수룩하다. 셔츠 한쪽은 바지에서 삐져나와 있고, 목에 살이 너무 쪄서 셔츠 윗단추를 잠그지도 못한다. 말할 때 억양에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심한 충치가 있었는지 금니까지 있다. 벽에 졸업장을 걸어 놓지 않은 것을 보면 유명한 대학교를 나온 것 같지도 않다. 두 번째 의사 같은 외모의 배우가 있다면 사설 경호업체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중년 남자, 혹은 뉴저지의 음식점에서 삼대째 요리사를 하고 있는 중년 남자 역할 정도가 딱 어울릴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나의 치료를 담당해 줄 의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선입관을 극복하고 두 번째 의사를 선택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의사가 첫 번째 유형의 의사들뿐이라면 나는 두 번째 유형의 의사를 찾아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이다. 왜 그럴까? 두 의사의 직급이 똑같다면 두 번째 유형의 의사는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의 선입관을 극복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직업군에서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의 사람이 성공한 위치에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실력이 정말로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 온 것이 분명하다. 일의 성과는 그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않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나 고객들만이 그의 외모를 보고 선입관을 갖는다.


그린 럼버 팰러시</P>이 장의 주제 역시 린디 효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에 관한 라틴어 속담을 소개한다. “예쁜 사과가 맛이 더 좋은 건 아니다.” “반짝인다고 해서 전부 금은 아니다.” 이런 고대의 지혜가 전해지고 있는데도 살아가면서 우리가 이런 지혜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는 50년도 넘게 걸리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겉만 번드르르한 상품들에 속아 넘어간다. 나에게는 ‘옷을 멋들어지게 빼입은 금융 트레이더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는 일종의 규칙이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규칙도 있다.


“분명한 실적을 내 왔으면서 남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트레이더에게 일을 맡긴다.”


내가 『안티프래질』에서 소개한 ‘그린 럼버 팰러시’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그린 럼버’는 베어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목재를 뜻한다. 어떤 사업가가 목재 판매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는 평생 동안 ‘그린 럼버’가 베어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목재가 아니라 초록색으로 색칠한 목재라고 알고 사업을 해 왔다. 반면 ‘그린 럼버’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자신이 판매하는 다른 목재들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던 다른 목재 사업가는 파산에 이르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실제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성인의 소양이 아니라 성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물론 지성인의 소양이나 사업에 관한 꼼꼼한 지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바보 지식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독약은 금잔에 담겨 나온다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것

부동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택 밀집 지역에 거주할 때 더 행복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주택 밀집 지역에 거주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더 큰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많은 돈을 벌면 독채로 떨어져 지어진 거대한 저택에 살아야 한다는 압박 아닌 압박을 받는다. 그런데 그런 저택에 살다가 어느 날 저녁, 주위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감을 실감하고 나면 여기가 과연 사람이 사는 곳인지 하는 의문마저 든다.


프랑스의 윤리학자 보브나르그는 ‘작은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개인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큰 것은 좋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로마가 작은 도시였을 때는 모든 사람이 로마를 사랑했지만, 거대한 제국이 되자 그 누구도 사랑하기 어려운 곳이 됐다는 글을 남겼다.


자신의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선택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팔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에게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가난한 편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사우디아라비아도 석유가 발견되기 이전의 가난했던 시절이 더 나았다.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에는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외국인이 너무 많이 살고 있다. 석유와 함께 그런 이방인들이 사라진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곳이 될 것이다.


부자가 됐는데 전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었다면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라. 부는 우리에게 더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교 목적의 관계를 위한 조언

진짜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돈부터 숨겨야 한다. 자신의 학식이나 학벌도 숨길 수 있다면 숨겨야 한다. 순수한 사교 목적의 친구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서로 재산이나 학식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거나 열등감을 갖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사교 목적의 대화를 하는 데 있어 기본은 상호간의 불균형을 감추는 것이다. 중세 이탈리아의 외교관이었던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는 적어도 대화할 때는 대화 참여자들이 서로 평등해야 한다며, 평등이 깨지면 대화도 깨진다고 말했다. 사교 목적의 대화와 인간관계에서는 서열이 나뉘면 안 된다. 세상에 누가 대학 교수와 저녁 식사를 하고 싶어 하겠는가? 그 대학 교수가 대화의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도덕을 팔다

도덕을 이용한 장사

도덕적 활동을 광고하지 마라. 도덕적 활동을 투자 전략으로 삼지도 말고, 비용 개념으로 접근하지도 말고, 영업 활동처럼 행하지도 마라. 옛날 기록을 보면 누가 도덕적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도덕적 활동이 좋은 거라면 린디 효과에 비춰 생각해 봤을 때 분명히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기록이 남겨졌어야 한다. 그런데 왜 별로 없는 것일까?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도덕적 활동을 공개적으로 행하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6장 1~4절에 언급된 예수의 가르침을 생각해 보라. 선행이 은밀하게 행해져야 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가져온 보편적인 인식이었음이 분명하다.


“선행을 행할 때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선행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였다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보상받지 못할 것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때 위선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회당과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서 요란스럽게 행하지 마라. 분명히 말하는데 그들은 그들이 받을 보상을 이미 다 받았다. 그러니 너희들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은밀하게 행하라. 그러면 그 모든 일을 다 보고 계시는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보상해 주실 것이다.”


도덕의 거래

누군가가 어떤 자선단체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가정해 보자. 분명히 그 돈의 일부는 100만 달러가 기부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홍보비로 지출될 것이다. 또한 자선단체는 그 돈의 일부를 자신들의 업무비, 행사비로 지출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 심각한 지진 피해가 발생했으니 기부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우편물을 발송하는 비용으로도 쓸 것이다. 중세 시대에 성직과 면죄부를 사는 행위와 오늘날 공개적으로 기부하는 행위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나는 중세 시대에 성직과 면죄부를 사는 행위가 오늘날에 이르러 자선단체에 대한 공개 기부 행위로 되살아났다고 생각한다.


소정의 금액을 내고 만찬을 즐기거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분명히 자기 자신을 위한 행위인데도 그 앞에 ‘자선’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에 기여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굳이 공개적으로 기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세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기부한다. 어떤 부자들은 기부의 대가로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도 한다. 1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0~200만 달러 정도 돈을 쓰는 것은 별일 아니다. 그 정도 돈을 공개적으로 기부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길 수 있다니 남는 장사가 틀림없다. 그것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착한 사람으로 말이다. 공개적으로 기부하는 모든 사람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주변인의 참견이나 사회적 압박을 못 이겨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도덕은 장식품이 될 수 없다. 거래나 장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도덕을 행하려면 자신이 직접 책임과 리스크를 지고 현실에 뛰어들어야 한다. 특히 도덕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평판을 높이고 싶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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