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저   자 : 새라 케슬러(역:김고명)
출판사 : 더퀘스트
출판일 : 2019년 02월

도서정보

 

■ 책 소개


직장이 없어지는 시대, 실리콘밸리가 새롭게 만들어낸 ‘긱 경제’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현재 미국 노동자 3명 중 1명은 프리랜서다. 독립계약자, 프리랜서, 임시직 등의 대안적 근로 형태를 일컫는 ‘긱 경제(gig economy)’의 성장세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과연 이 같은 변화가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 책은 우버 택시운전사 겸 웨이터, 뉴욕에서 정규직장을 그만두고 긱스터에 합류한 잘나가는 프로그래머, 아마존이 만든 인력중개 플랫폼을 통해 소득을 버는 캐나다의 워킹맘 등 다양한 인물들을 좇으며 이미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직장이 없어지는 시대’는 누군가에게 자유와 유연성,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는 삶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실업에 대한 차악의 선택일 뿐이다. 저자는 긱 경제를 체험 중인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과 경제 전문가들을 전방위 취재하며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중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간다.

 

■ 저자 새라 케슬러
저자 새라 케슬러는 노스웨스턴대학을 졸업하고, <매셔블>에서 스타트업 보도 전담 편집자로, 이어서 <패스트 컴퍼니>에서 선임기자로 활동하며 긱 경제를 전문적으로 다뤘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디어 스타트업인 <쿼츠>의 부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일의 미래에 관한 기사를 꾸준히 쓰고 있다. 저자는 아마존이 만든 인력중개 서비스인 ‘메커니컬터크’와 이케아가 인수한 인력중개 플랫폼 ‘태스크래빗’ 등에 직접 가입하여 작업을 할당받아 일해본 경험 등 실제로 긱 경제에 대한 생생한 체험담을 이 책에 싣기도 했다. 저자의 글은 <워싱턴 포스트>, <와이어드>, <뉴욕 매거진>, NPR 등에도 실리고 있다.

 

■ 역자 김고명
역자 김고명은 음식에 얹는 고명처럼 원문의 멋과 맛을 살리고 싶은 번역가이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선배 번역가들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에서 실무 능력을 뒷받침하는 학문적 기초를 다졌다. 현재 출판 번역가 모임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마이크로트렌드 X』 『우리 대 그들』 『다시 일어서는 힘』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말』 『리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판을 바꾸는 질문들』 등이 있다.
 
■ 차례
서문_ 노동을 사고파는 시대

 

1부 직업의 종말
1장 아주 오래된 새로운 생각
2장 교대근무도, 상사도, 제약도 없다
3장 누군가에게는 차악의 선택
4장 ‘OOO계의 우버’가 유행이다

 

2부 독립성, 유연성, 자유로움
5장 마치 주머니 속의 현금지급기 같다
6장 긱 경제 프리덤

 

3부 긱 경제의 세부 항목들을 확인하세요
7장 상충하는 이야기
8장 회사로는 전화하지 마세요
9장 좋은 일자리 전략

 

4부 역풍
10장 미디어를 통한 저항 운동
11장 사회적·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다

 

5부 노동의 미래
12장 인식과 제도의 전환
13장 매우 심각한 이슈

 

후기_ 직업의 안정성뿐 아니라, 삶의 안정성도 필요하다
주석 

도서요약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직업의 종말

교대근무도, 상사도, 제약도 없다

2014년 말까지 우버는 파리, 시드니, 런던으로 세력을 넓혔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경제 전문지 <패스트컴퍼니>에 ‘우버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실릴 정도였다. 이제 5주년을 맞은 스타트업이 거의 이틀에 하나 꼴로 새로운 도시에 진출하고 있었다. 국외로만 뻗어 나가는 게 아니라 미국 내에서 미시간주 플린트, 위스콘신주 밀워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처럼 기존에 택시가 별로 많지 않던 도시로도 진입했다.


우버는 오프라인 사무실이 거의 없고 차량을 직접 보유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도시에 새로 진출할 때 승객과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하는 게 사실상 영업활동의 전부였다. 우선 승객들을 겨냥해서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는 ‘최대 2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최대 20회’ 식으로 무료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지역의 유명인사들과도 손을 잡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NBA 스타 브랜든 나이트를 최초 탑승객으로 초청한 것이다.


기사들에게는 무료로 뭔가를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을 제안했다. 그 골자는 이 회사가 의도적으로 뉴욕시 택시리무진위원회 사무소 인근에 설치한 옥외 광고판에 잘 요약되어 있다.


교대근무 X. 상사 X. 제약 X


이 짧은 문구에 이후 긱 경제 기업들이 노동자를 유혹하기 위해 내세운 메시지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9시부터 5시까지 꼼짝없이 직장에 붙들려서 상사의 폭거를 참으며 일해봤자 어차피 받을 수 있는 임금도, 누릴 수 있는 기회도 제약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 삶에서 탈출하라’라는 메시지다. 우버 기사가 된다는 것은 ‘자유’의 몸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냥 자유롭기만 한 게 아니라 ‘사업가’가 된다는 뜻이었다.


우버는 옥외 광고로만 메시지를 퍼트린 게 아니다. 제휴마케팅 프로그램도 개시했다. 기사가 지인을 기사로 영입하면 보통 200달러 정도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런 보너스 체계가 얼마 안 가 긱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보너스가 있기에 이 일에 더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너스로 요금 외의 수익을 챙기는 동시에 남들에게 소규모 사업가, 기술 업계의 일원으로 자신을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버 입장에서는 쥐꼬리만 한 비용으로 열렬한 영업 인력을 확보하는 셈이었다.


사람들이 갑갑하고 순응을 요구하는 일로부터 해방되기를 꿈꾼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버가 기사를 영입하기 위해 내세운 독립성, 유연성, 자유로움이라는 장점은 새롭게 대두하는 인구 집단의 취향에 특히 잘 부합하는 것 같았다. 그 집단은 세대교체에 주목하는 마케터, 트렌드 분석가, 사회학자가 모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경에 태어난 세대)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현금 보너스보다 자기계발과 유연성을 중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며, 노동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긍정적인 업무환경 · 직업 안정성 · 업무 흥미도 등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흥미로운 종’의 출현 앞에서(동물 다큐 특유의 내레이션 톤으로 읽어주시길) 기성세대는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을 전복하기 위해 작당 모의 중이라는 불신을 갖게 됐다. <포브스>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뜻이 관철된다면 9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는 직장이 과거의 유물이 될 수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칼럼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스> 칼럼은 한술 더 떠서 “밀레니얼 세대가 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켜 더 좋은 업무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기업이 그들의 말을 들을 배짱이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라고 자문자답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 노동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이 부모 세대와 전혀 다르게 나왔다는 게 딱히 놀랄만한 사건은 아니다. 자, 당신이 밀레니얼 세대라고 가정해보자. 물론 당신이 이미 미국 노동계의 최대 집단인 밀레니얼 세대의 일원이라면 굳이 가정이 필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당신도 유연하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당연히 그러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결과는 전혀 충격적인 게 아니다. 기성세대 중에도 젊었을 때 더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현시대에 전문 능력을 갖춘 당신, 그러니까 밀레니얼 세대인 당신은 인터넷 덕분에 전통적인 풀타임 직업을 포기하는 게 한층 쉬워졌을 뿐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통상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자기 사업을 할 때 생기는 소득의 증가분보다 물건을 팔고 재정을 관리하고 고객을 상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다면, 사람들은 직접 뭔가를 팔기보다는 로펌 · 병원 · 기업에 들어가는 쪽을 택한다.’ 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그런 비용 중 많은 항목이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져버렸다. 예컨대 음성사서함과 이메일을 이용하면 안내와 접수를 담당하는 직원을 둘 필요가 별로 없다. 필요하더라도 시간당 5달러 정도에 가상 비서를 둘 수 있다. 회계는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면 되고, 온라인으로 일하는 전문직이라면 대부분은 굳이 사무실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직업 외의 방식으로 소득을 올리고자 할 때 예전만큼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긱 경제 플랫폼에 각종 화이트칼라 직업이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끝까지 독립노동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 중 하나가 무너졌다. 바로 일감을 찾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다. 독립노동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흔히 긱 경제를 젊은이들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나이 든 사람들도 많이 합류했다. 유럽과 미국의 청년 중 각각 46퍼센트와 60퍼센트가 이런저런 형태로 독립노동을 하지만 그들은 전체 독립노동자 중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4분의 3이 그 나머지 연령대라는 뜻이다.



긱 경제의 세부 항목들을 확인하세요

상충하는 이야기

시간이 흐르면서 긱 경제도 독립성, 유연성, 자유로움만이 그 특징은 아니고 모든 사람이 기막힌 경험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충격적인 것은 2014년 9월에 <워싱턴포스트>의 리디아 데필리스 기자가 보도한 독립계약 청소원 앤서니 워커의 사연이다. 기사에 따르면 워커는 네 살배기 딸을 어린이집에 맡긴 후 청소 도구가 가득 든 가방을 끌고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2시간을 넘게 가서야 청소할 집에 도착했다. 그가 긱 경제 기업 홈조이를 통해 의뢰받은 그 일은 보수가 51달러로, 오가는 데 걸리는 5시간을 제하고도 시간당 약 10달러짜리 일이었다. 그나마도 세금을 떼기 전 금액이었고 산재보상, 실업급여, 유급휴가, 퇴직연금 같은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실리콘밸리가 말하던 긱 경제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2014~2015년을 거치면서 이런 사례가 속속 등장하자,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서 긱 경제가 양질의 주문형 일감을 제공할 것이라던 이상론을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우버로부터 다짜고짜 활동 정지 처분을 받은 기사들의 이야기도 보도됐다. 홈조이 소속 청소원 중에는 월세 낼 돈조차 못 버는 사람들도 있었다. 포스트메이츠와 딜리버루 같은 긱 경제 배달 업체에서 일하는 배달원 중 일부는 최저임금도 못 벌었다.


긱 경제의 많은 노동자들은 비할 데 없이 가난하다. 미국인 전체와 비교할 때 긱 경제 노동자는 연간 3만 달러 이하를 버는 사람의 비율이 2배 정도 많았는데, 연간 3만 달러는 MIT에서 계산한 미국 4인 가족의 최저생활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4인 가족 최저생활임금이 연간 4만 6,000달러인 뉴욕의 경우, 차량 호출 서비스 종사자 5만 명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단체에서 <뉴욕타임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회원 중 5분의 1 이상이 1년간 3만 달러도 벌지 못했다. 이것도 각종 경비를 제하기 전 금액이라고 한다. 일찍이 야심 찬 비전을 표방했던 긱 경제의 리더들은 비교적 희소성이 큰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그래픽 디자이너, 기자, 영화 스태프, 프로그래머)의 현실과 희소성이 작은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청소원, 운전기사, 메커니컬터크 노동자)의 현실을 분간하지 못했던 것이다.


긱 경제의 투사들은 노동자가 유연성을 좋아한다는 취지의 장밋빛 데이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노동자가 유연성을 임금, 직업 안정성, 복지, 안전 등의 요인과 비교해서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전미경제연구소에서 노동자가 단순히 유연성을 좋은 것으로 보느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느냐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있었다.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알렉산더 마스와 하버드대 경제학자 어맨다 팰레이스가 콜센터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3,000명 이상의 지원자에게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통상적인 근무 조건, 그리고 그와 직무는 똑같지만 좀더 유연한(그 형태는 다섯 가지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적용했다) 근무 조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연구진은 무작위로 두 조건 사이에 임금 격차가 생기게 했다. 두 조건의 임금이 같은 경우도 있고, 유연한 근무 조건의 임금이 통상적 조건의 임금보다 조금 많거나 훨씬 많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를 통해 압도적으로 많은 노동자가 유연성에 실질적 가치를 거의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통상적 조건과 유연한 조건의 임금이 같은 경우에는 절반을 조금 넘는 지원자(60퍼센트)가 후자를 택했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볼 때 근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대가로 임금을 시간당 0.48달러 포기할 의향이 있었지만, 몇 시간씩 근무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대가로는 단 한 푼도 포기할 의향이 없었다. 다시 말해 유연성에 어느 정도 가치를 두긴 했지만 그 가치가 아주 크진 않았다.


회사로는 전화하지 마세요

전통적인 프리랜서 업무에서는 의뢰인과 노동자의 관계가 꽤 명쾌하다. 독립노동자가 작업을 의뢰받아 말 그대로 독립적으로, 즉 고용자의 개입 없이 작업을 한다. 긱 경제에서는 업워크 같은 기업이 이런 형태의 노동을 알선한다. 의뢰인이 업무를 맡기면 노동자는 업워크의 지시나 도움을 받지 않고 그 일을 완수한다.


하지만 우버와 ‘OOO계의 우버’ 스타트업이 등장한 이후 필연적인 갈등이 불거졌다. 이들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탁월한 서비스로 정평이 나기를 원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변호사들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만일 회사가 독립계약자에게 교육, 유니폼, 복지혜택, 규칙적으로 교대 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다시 말해 기업에서 직원의 업무 능력과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쓰는 방편을 이용한다면 나중에 직원을 독립계약자로 오분류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긱 경제 기업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싶지만 독립계약자를 직원처럼 대우했다고 빌미를 잡히고 싶진 않으니 말이다. 노동자를 전혀 교육하지 않거나 아무런 지침도 제시하지 않으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매주 같은 노동자가 같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근무 일정을 짜고, 의욕을 북돋기 위해 양질의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능력을 증진할 방법을 지도하면 소송에 휘말려 자칫 독립계약자를 직원으로 전환해야 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미국에는 노동자를 독립계약자와 직원으로 구별하는 단일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기준은 주마다 다르고 법마다 다르다. 유럽에서도 법이 너무 복잡해서 노동자의 독립 여부를 명쾌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볼 때 독립계약자는 어떤 식으로 일을 완수할지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일로 인해 이득을 보거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사업자와 계약할 때 어느 정도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노동자가 직원처럼 취급되고 있는지 아닌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아마 법정까지 가야 할 것이다.


이런 회색 지대가 있기 때문에 직원의 분류 기준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한편으로는 기업에서 빈틈을 최대한 이용해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할 수 있다. 심하면 사기라고 해도 무방할 편법의 유혹도 받는다. 명목상으로만 ‘독립계약자’라고 부를 뿐 직원을 대할 때와 같은 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이 이런 식으로 오분류한 노동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냥 모든 사람을 직원으로 재분류하면 오분류 혐의를 면할 수 있을 텐데 긱 경제 기업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기업이 직원에게 독립노동자와 같은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을 금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2015년 <포천> 분석 기사에서는 만일 우버가 모든 노동자를 직원으로 재분류할 경우, 매년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자그마치 4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우버 대변인은 <포천> 측에 그렇게 강제적인 조처가 있을 경우 사업 모델이 변경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산출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2016년에 차량 호출 기업 리프트가 피소되면서 시작된 재판의 기록을 보면 이 회사가 기사를 직접 고용했을 경우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직전 4년치 임금으로 1억 2,600만 달러를 더 지불했어야 할 것으로 계산됐다(리프트 측은 이 금액이 모든 기사를 직원으로 상정했을 때의 추정치이지만 많은 기사가 그 4년간 60시간 이하로 운행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긱 경제 기업이 책잡힐 말과 행동을 피하며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다시 말해 노동자를 직원으로 대우하지 않으면서 앞에서 예로 든 기발한 문답을 쓰는 것 같은 전략으로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를 관리하려 한 것이다. 이런 행태에 대한 자백을 끌어내기까지 나는 신중하게 상대방의 눈치를 살펴가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윙크하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그런 노력 끝에 이제는 폐업한 긱 경제 청소 업체 홈조이에서 뉴욕 지점장을 지낸 케이티 셰이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넌지시 에둘러 말하는 거죠. 어떤 청소원에게 뭘 하라고 지시할 수는 없어도 다른 청소원들이 어떻게 하니까 5점 만점을 받았다더라 같은 말은 할 수 있잖아요.” 이런 편법은 긱 경제 기업들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여기는 법, 다시 말해 스마트폰으로 일을 찾는다는 개념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옛날 옛적에 만들어진 법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긱 경제는 기업이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으로 서비스 사업을 확장할 묘안으로 탄생했다. 초기에는 경제적 재난에 대한 해법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2014~2015년을 거치면서 긱 경제는 혁신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경영계에서 진행되어온 인력구조 개편 작업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 ‘해법이 필요한 문제’로 인식됐다.


임시 노동자와 독립계약자 같은 범주가 생기면서 기업과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사이에 틈이 생겼다. 긱 경제 앱은 그 틈을 더욱 벌려놓았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람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면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처럼 기업 또는 고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인간적 교류가 소멸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메커니컬터크가 아닐까 싶다. 원래 ‘메커니컬터크’란 명칭은 18세기에 ‘자동으로’ 체스를 두는 기계를 가리키는 말인데, 사실은 그 기계 뒤에서 사람이 몰래 한 수 한 수를 놓았다. 현대의 메커니컬터크는 체스를 두진 않지만 기술의 능력이 과대포장되어 있다는 점은 그때와 마찬가지다.



노동의 미래

매우 심각한 이슈

더위가 시작된 2017년 5월의 어느 날, 뉴욕 FDR고속도로 인근의 창고형 행사장에서 테크크런치 디스럽트가 열렸다. 매니지드바이큐의 댄 테런을 위시해 전 세계의 스타트업 사업가가 몰려들었다. 반은 기술박람회이고 반은 투자금 유치를 위한 기술선전회의 성격을 띠는 디스럽트는 1년에 세 번 개최되는 스타트업 행사다. 이 자리에서는 해피피케이션, 바이너리망고, 블레이즈소프트 등 이색적인 이름을 가진 스타트업 관계자가 한데 모여서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기술 전문 블로거의 주목을 받기 위해 공을 들인다.


댄은 그곳에 매니지드바이큐를 선전하러 간 게 아니다. 핸디의 오이신 한라한 CEO와 함께 기조연설 겸 토론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다. 두 사업가는 청소 및 잡역 서비스의 운영법이 판이했다. 댄은 기업을 주 고객으로 두고 직원을 썼으며, 핸디는 가정을 고객으로 하고 청소원과 잡역부가 독립계약자로 분류됐다.


이처럼 운영법은 극명하게 갈렸지만 사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 어느 회사가 더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매니지드바이큐는 고객사 3,000개를 둔 중기업이었고 수익성이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보였다. 핸디는 2016년 11월을 기준으로 영업 도시가 28개 이상, 벤처캐피털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이 총 1억 1,000만 달러 이상이었다. 핸디가 초기에 고객과 노동자의 이탈을 막느라 고생한 이야기가 기사를 통해 보도되긴 했지만 그게 사형선고는 아니었다. 경제 월간지 <Inc.>의 2016년 11월호에 실린 기사는 핸디가 선택한 그 길이 “수익으로 가는 가시밭길”로 표현되어 있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의 토론장은 두툼한 흑색 커튼이 차음벽처럼 쳐져 있었음에도 곳곳에서 낙천적인 사업가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청중이 귀를 쫑긋 세워야 무대 위에서 오가는 말이 간신히 들릴 정도였다. 댄과 오이신을 인터뷰할 사람은 <테크크런치>의 존 시버 기자였다.


존이 “긱 경제가 여전히 이 사업 모델에서 유효합니까? 아니면 이제 다 지나간 얘기, 흘러간 노래, 저물어버린 태양이 된 건가요?”라는 물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일리가 있는 질문이었다. 한때 긱 경제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던 기업 중에서 우버, 리프트, 핸디 정도를 빼고는 대다수가 사업 모델을 변경하거나 폐업했다. 그리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미국의 고용률이 6년째 상승하자 앱으로 단편적인 일감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도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JP모건체이스인스티튜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긱 경제 플랫폼 참여율은 2014년 6월을 기점으로 계속 줄고 있었다. 그리고 긱 경제에서 일을 시작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1년 내에 긱 경제를 이탈했다.


노동자들이 긱 경제에서 발을 빼던 시기에 법적인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긱 경제의 사업 모델은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무서운 판결도 몇 가지 있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 우버 기사 한 명을 직원으로 인정한 판결이 있었다. 하지만 법정 소송이 끝까지 가자면 몇 년이 걸리기 마련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쏟아부을 자금이 충분한 쪽(그러니까 사업 모델이 와해되는 것을 피하려 하는 기업과 돈을 벌고 싶어 하는 변호사)에서는 패소의 위험을 무릅쓰느니 합의를 보는 게 이익이라고 여길 만했다. 우버는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서 회사에 그 어느 때보다 큰 타격을 입힐만한 오분류 소송에 휘말렸을 때 기사들에게 1억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봤고(이후 법원에서 불충분한 합의라는 판결이 나왔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집단소송에 대한 합의금으로 1,225만 달러를 제시했던 리프트는 결국 기사들에게 2,7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를 봤다. 수백만 달러가 날아가는 것을 누가 좋아할까마는, 시쳇말로 이들 기업의 ‘군자금’ 규모로 보자면 이런 합의금 때문에 사업이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의 판결은 한층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2017년에 뉴욕주 노동부는 전직 우버 기사 세 명을 비롯해 “비슷한 상황에 있는” 기사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직원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수용했다. 그 직후 영국에서는 런던교통국이 우버를 “정당하고 적합한” 사설교통 서비스 업체가 아니라고 판단해 영업권을 박탈했다. 당시 우버는 기사가 자영업자가 아니며 유급 휴식 시간과 최저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진행 중이었는데, 런던교통국의 발표가 있고 얼마 안되어 이 항소심에서도 패배했다(우버는 각 건에 대해 이의 제기와 항소 절차를 밟았다). 이렇게 악재가 겹치는 와중에 유럽연합 최고법원도 우버를 단순히 기사와 승객을 중개하는 기술 회사가 아니라 택시 회사로 규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회사에 큰 타격을 입혔다.


애초 실리콘밸리가 만들었던 긱 경제는 이제 한물간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그런 풍토가 우리 삶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긱 경제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실리콘밸리 밖의 대기업은 직접 고용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우버 같은 스타트업은 그런 행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전략과 기술을 새로이 선보였을 뿐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노동을 단편적인 작업으로 세분화해서 자동으로 노동자에게 배정되게 하고, 앱을 관리 도구로 쓰는 기법을 정착시켰다. 스타트업 외의 기업이 따라 할 만한 모델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120개국 40개 업계에 고객을 둔 전문직 서비스 기업 액센추어의 북미 사업부 대표 줄리 스위트는 2016년 6월에 내게 조만간 CEO, CFO 등 최고경영진만 고용하는 기업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각종 부서를 외주화할 수 있는 여건이 아주 잘 갖춰져 있어요. 우리 회사의 주요 인력만 해도 긱 경제로 돌리려면 돌릴 수 있죠.” (다만 그녀는 액센추어가 “단순히 거래만 하는 기업”이 아니라 “관계 기반 경영”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 구조에 근접한 기업이 긱스터다. 앞서 소개했듯, 뉴욕에 사는 커티스가 직장을 그만두고 일감을 구하기 위해 이용했던 스타트업 말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이 회사의 직원은 서른 두 명이었고 그중에서 단 네 명이 500개의 고객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그 밖의 작업은 모두 자동화와 프리랜서를 통해 이뤄졌다.


업워크의 스테판 카스리얼 CEO 역시 기업이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쪽으로 변화하는 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봤다. 2015년 6월에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에는 각자 열 명의 프리랜서를 관리하는 프리랜서들이 있고, 보안 코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는 프리랜서들이 있고, 10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 프리랜서들이 있습니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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