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소멸한다
저   자 : 전영수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18년 02월

도서정보

■ 책 소개


“한국 경제 사상 초유의 인구 붕괴가 시작된다!”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사회 변화를 읽어내고 경기흐름을 전망하는 경제학자 전영수 교수가 쓴 《한국이 소멸한다》는 인구 변화로 인해 한국 경제가 겪게 될 미래를 보여준다. 단순히 인구 변화로 인한 거시경제 측면의 전망에서 나아가 실제 청년, 중년, 노년이 겪게 될 생애의 변화까지 알려준다. 이들이 겪게 될 변화를 언급하면서 개인과 가계, 정부의 역할까지 짚어본다.

 

■ 저자 전영수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사회 변화를 읽어내고 경기 흐름을 전망하는 경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이다. 국제금융과 일본경제를 전공했으며 주요 관심사는 고령사회의 변화를 둘러싼 제반양상과 대응체계, 복지환경 등이다. 지금은 한국 사회의 건강한 발전경로를 찾기 위해 사회적 경제와 사회혁신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안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 후 연구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일본 게이오대학(경제학부)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하기 전 《한경비즈니스》의 기자였던 저자는 그 이력을 바탕으로 현재도 경제 및 금융평론가,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취재 전담 분야였던 금융과 자산운용에서 시각을 넓혀 시대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KBS ‘명견만리’, ‘아침마당’, ‘지식콘서트 내일’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한국일보〉, 〈브릿지경제〉, 《한경 비즈니스》 등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피파세대 소비심리를 읽는 힘》, 《인구 충격의 미래 한국》, 《이케아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세대전쟁》, 《은퇴위기의 중년보고서》, 《장수대국의 청년보고서》,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카페라테 효과》, 《오랜 생각과 새로운 메스》,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누구든 인덱스 펀드는 사둬라》, 《한국경제 프리즘》 등 30여 권이 있다.

 

■ 차례
시작하며_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사상 초유의 변화

 

제1장 한국 경제가 멈추는 날
미래를 읽어내는 결정적 힌트
왜 지금 ‘인구’를 말하는가
세계 최고령자, 한국
일본의 해법이 한국에도 통할까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구와 일자리
인구가 미래를 바꾼다
인구 오너스의 시대가 온다
본질은 인구 이동에 있다
한국 경제에 찾아온 세 번의 기회

 

제2장 2018년 일하는 사람이 사라진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의 의미
고용불안이 불러온 거대한 변화
현재 일본은 취업 천국
직장을 골라가는 미래가 올까
인구 오너스를 부추기는 선택들
어떻게 청년증발을 막을 것인가
해가 지면 서울이 멈춘다
기성세대와 다른 삶이 필요하다

 

제3장 2020년 사상 최대의 인구 변동
1,000만 중년이 움직인다
은퇴가 사라지는 한국
호황만 경험해본 세대의 딜레마
중년 심리에 주목하라
가족 경제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중년 파산을 막아라
한국 경제의 사각지대를 지워라

 

제4장 2030년 1,700만 인구를 부양하라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사회
앞으로 30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고령인구의 90퍼센트는 하류노인
강남 3구로 노인이 몰려든다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의료와 간병 비용
노인복지가 줄어든다
인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
한국적 자본주의를 향해

 

마치며_ 인구부총리를 제안한다

도서요약
한국이 소멸한다


한국 경제가 멈추는 날

세계 최고령자, 한국

한국이 늙어간다

서서히 인구문제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구나 인지할 만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둘러보면 늙은 사회를 뜻하는 각종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끌어와 설명하지 않고 우리나라 지방 곳곳만 들여다봐도 고령추세로 채색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령자가 동네의 주력자로 부상했고 환갑세대가 만년 청년회장 자리에 있다. 고령인구를 위해 현대판 보부상이 생필품을 배달하고, 읍면동엔 고령질환에 특화된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물며 이대로라면 한국 농촌의 모습은 곧 서울의 내일 모습이다.


반면 후속인구(출산과 관련되어 새롭게 공급된 인구집단, 대개 20대까지의 유아‧청소년‧청년 집단을 일컫는다)의 공급체계는 망가졌다. 농촌에 청년이 없는 건 오래된 일이다. 노는 땅과 빈 집이 흘러넘치고, 그러다 보니 상권은 자연스럽게 붕괴되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면서 학교는 휴교와 폐교가 잇따른다. 과소마을(인구가 지나치게 적은 마을)을 넘어 한계취락(존속이 어려운 공동체 또는 마을)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서히 나타나는 신호들

인구 변화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모시켰는지 생활 주변의 몇몇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먼저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사업체와 단체가 증가했다. 어디를 가든 노인정이 붐빈다. 농촌에선 손자를 여럿 둔 부녀회장이 새댁으로 불리고, 65세 어른이 청년회 회원으로 활동한다. 충청북도 보은군에는 80세 이상만 출입이 허용되는 경로당까지 생겨났다. 농촌 지역은 이미 ‘노인천하’다.


이런 실정이니 지방의 결혼시장은 사실상 개점폐업 상태다. 예식장 중에서 장례식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실제 장례식장은 2000년 465개에서 2015년 1,037개로 급증했다. 납골당을 포함한 봉안시설은 2005년 188개소에서 2015년 380개소로 늘었고, 상조회사도 동일 기간 70개에서 201개로 늘어났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전국의 요양병원도 740개에서 2017년 5월 1,512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인구 집중률이 높은 경기권역은 137개에서 307개로 늘며 광역 단위 중 1위에 랭크됐다. 한의원은 동일 기간 1만 1,311개에서 1만 4,047개로 증가했다. 고령산업의 전형적인 변화다.


반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강남 지역의 웨딩홀은 2016년 6월 152개에서 1년도 안 된 2017년 4월에는 34퍼센트나 줄어 100개만 생존했다. 산부인과는 2010~2015년에 걸쳐 새로 개업한 곳이 296개인 데 반해 폐업한 곳은 520개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산부인과는 2012년 900곳에서 그 수가 줄어 2017년에는 740곳이다.


상황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2030세대의 경우 결혼 소식은 물론 출산 소식도 뜸해졌다. 취학 아동이 줄어드니 학교나 학원도 구조조정의 태풍에 노출된다. 일부 인기 학군이 아니면 저학년으로 갈수록 반 숫자가 줄어든다. 한강권역 아랫동네의 대학은 정원 축소가 현실적 문제로 떠올랐다. 학원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활황 업종이었던 독서실과 진학 학원은 임대료조차 못 내면서 그 자리를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내주고 있다.



2018년 일하는 사람이 사라진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의 의미

15~64세에 해당하는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은 쉽게 넘겨 버릴 일이 아니다. 조만간 펼쳐질 미래사회의 기본적인 동력이 절감됨을 의미하기에 심각하다. 오죽하면 생산가능인구의 하락과 그에 따른 성장지체를 오너스(Onus)란 단어까지 써 가며 경계할까?


생산가능인구가 하락추세로 전환하리라는 것은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었다. 생산가능인구의 범주 안에서도 단연 가장 활발한 활동인구인 핵심생산인구(25~49세)가 이미 최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10년 핵심생산인구는 정점(1,953만 명)에 도달한 이래 지금껏 계속해서 규모 축소를 반복해왔다. 핵심생산인구의 숫자가 하락한다는 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대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경제의 토대가 무너짐을 뜻한다. 이는 노동의 절대 투입량이 줄어들고 생산성도 약화되는 동시에 소비 중추의 여력까지 망가뜨린다.


이렇게 된 원인은 간단하다. 생산가능인구에서 베이비부머 선배세대의 이탈이 시작된 반면, 새로 유입되는 후속인구가 그 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핵심생산인구에 이어 생산가능인구의 하락 전환은 청년세대가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핵심생산인구가 줄어든 2011년 인구통계적인 경고가 있었고, 2017년 생산가능인구마저 줄어들면서 이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가 됐다. 청년이 줄어들고 노인이 늘어나는 사회가 본격화되었다.


한국 경제가 처음 직면한 변화

2018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자면 인구 증감뿐 아니라 경제 성장의 모습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보너스와 오너스 효과는 한 사람이 태어나 언제 생산가능인구(15~64세)에 진입했는지, 그리고 그 시점에 경제 상황이 어땠는지에 따라서 생활의 품질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비록 가난하게 태어났어도 경제활동 개시 시점이 호황이었다면 이후의 생활수준은 안정적이다. 반면 돈 걱정 없이 태어났어도 사회에 진출할 때 불황을 만나면 상황은 한껏 꼬여간다.


게다가 이러한 인구 변화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겪는 사회구조의 변화다. 경제체제는 물론 각종 제도와 운영 원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기 때문에 정부, 기업, 개인 등 대응에 있어서도 얼마간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인구구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등의 변화를 단순화할 수 없다. 우리가 처음 맞닥뜨린 이 변화가 저성장과 맞물리면서 상상 이상으로 문제 증폭될 수 있다.


현 시점에 가장 큰 문제가 청년 이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에 따른 충격이 고스란히 청년세대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세대를 막론하고 전체적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중년 이상의 세대는 고도성장기 때 사회에 진입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확장적인 소득 확보가 가능했기에 일정 부분 충격을 흡수할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년 세대는 그렇지 못하다.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시간도 길다. 그래서 2018년, 지금이 청년세대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인구 오너스를 부추기는 선택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처럼 돈을 벌기 어려운 것이 한국 청년의 현실이다. 기성세대와 출발부터가 다르다. 부모보다 가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청년증발을 암시하는 경고 양상은 다각적이고 구조적이다. 선배 세대는 공부를 끝낸 후 ‘취업→연애→결혼→출산→양육→교육’의 연결고리를 마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의 자동공정처럼 자연스럽고 무난하게 걸어왔다. 그와 달리 청년세대는 1차 관문인 취업부터 막혀버림으로써 이후의 생애주기에 올라타기 힘들어졌다. 일본처럼 경기 회복과 취업 기회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장의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청년세대는 똑똑하다. 시대의 세파에 휘둘리며 일방적인 충격과 상처를 받고만 있지는 않다.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전략을 짜며 학습하고, 경로를 탐색해서 효과적으로 배워간다. 학력 인플레의 수혜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지식과 의지는 물론 자질과 공분까지 갖췄다. 기성세대가 기획, 주관, 주최, 협찬하며 만들어 놓은 무대의 꼭두각시로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고안해낸 생존카드는 현실타협적인 행복추구권이다. 선배세대가 걸어온 전통적인 인생 흐름을 거부하고, 본인들만의 새로운 생애 모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출산파업이라는 역습

출산파업이 가져온 인구 감소가 있기 전까지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의 외침을 인식하지 못했다. 심각성을 대변하는 통계와 사건이 등장해도 대체로 무관심했다. 그렇게 출산율 1.3명의 초저출산 사회,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으로 인한 인구 오너스 시대에 직면했다.


‘기득권을 위한 노예 공급은 거부할 것’이라는 낯선 카드에 선배세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울 터다. 청년세대의 출산파업이 결국 기성세대들을 옥죄는 올가미로 다가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2018년의 문제는 이런 상황을 공유한 상태에서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2020년 사상 최대의 인구 변동

2020년은 2018년과 함께 인구 변화의 중대 기점이 될 확률이 높다. 2018년에 청년세대를 필두로 한 인구 변화가 예견된다면 2020년은 중년 세대의 이동으로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왜 2020년일까? 740만 명에 이르는 제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선두자인 1955년생이 2020년이 되면 딱 65세에 진입이 시작된다. 그리고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이 9년 안에 제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65세에 진입한다. 이것을 평범한 인구 현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그 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무려 1,700만 인구가 다음 생애주기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65세일까? 65세가 현역과 은퇴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정년제도가 존재하는 조직을 보면 은퇴 연령이 60세, 최대한 늦춰도 65세다.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도 65세부터 적용된다. 연금수령 시점 또는 은퇴로 지정된 나이라는 점에서 65세는 일할 가능성이 그 이전보다 현저히 낮고 그래서 고용불안이 현실화되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2020년은 740만 명의 중년인구가 은퇴를 맞이하는 첫 해인 것이다. 이는 출발에 불과하다. 제2차 베이비부머까지 포함한 거대한 인구 보너스 집단인 광의의 베이비부머(1955~1975년생)가 중년위기의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은퇴가 사라지는 한국

한 사회에서 40~60세에 이르는 중년세대는 국가의 기둥이자 허리를 담당한다. 개별적으로도 인생의 최전성기라 하는 연령대다. 부담도 큰 반면 금전적인 과실도 크게 얻는 때다. 중년 세대가 갖는 가장 큰 화두는 거의 비슷하다. 주택, 교육, 승진, 노후 등 가족구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자녀들을 공부시켜 대학 보내고, 저축을 열심히 하면 전세에서 벗어나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룰 수 있다. 옛날엔 물 흐르듯 지나갈 생애 단계였다.


하지만 더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저출산, 저성장의 시대에 이 중년그룹이 직면한 문제 상황은 청년 세대의 상황과 또 다르다. 청년세대는 사회 진입부터 가시밭길에 내몰렸다. 태어난 이후 청소년기까지는 빈곤을 모르고 자랐지만 20대 이후부터 불황에 익숙해졌다. 반면 중년세대는 출생 직후 극한 빈곤을 경험하며 고생했으나 그 후로 5060대까지 쭈욱 호황 경제를 맛봤다. 경제활동의 주역으로 있으며, 호황 경제만 경험한 탓에 급변하는 상황에 취약하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빠른 이들은 50대 직후, 늦어도 60대 직전이면 대부분 적자 인생에 빠진다. 이유는 2가지다. 먼저 고용 단절 탓이 크다. 퇴직 후에도 돈이 필요해 일해야 하지만 일할 자리가 없다. 그리고 50대부터 본격적으로 가계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녀 결혼(교육 포함), 부모부양에 본인들의 노후 대비와 의료 대응 등 돈 달라는 곳이 부지기수다. 퇴직과 함께 적자생활이 시작되는데 가계살림의 유지 임무는 그대로니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중년인구의 인생계획표에 없던 변수다. 가족구성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중년을 넘어 고령시기(70~100세 이상)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자녀는 독립하지 않고, 연장된 평균수명만큼 부모부양의 기간도 점점 길어지기 때문이다.


58년 개띠의 인생

2017년 출생자는 겨우 40만 명에 그쳤다. 그러나 베이비부머가 태어났을 시기는 그 출생자 수가 매해 100만 명에 달했다. 그게 무려 15년이나 지속됐다. 입시정책부터 주택정책, 복지정책 등 백만 출산의 생애주기에 맞춰 수정됐을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났다. 다가올 2020년에는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1,700만 명의 인구(1955~1975년생)가 생산가능인구에서 빠지게 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다시 그들을 인식하고 검토해야 한다. 먼저 ‘58년 개띠’를 대표로 상정하여 중년인구의 삶을 조명해보자.


1958년생 개띠는 현재 59세에서 60세에 걸쳐지며, 이들 중 80만 9,540명(2017년 7월, 59세 기준)이 생존해 있다. 1958년 개띠는 고학력 노동공급의 주체답게 고도성장과 맞물려 취업, 결혼, 출산에 이르는 생애 흐름을 문제없이 지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승진하면서 소득이 오르자 소비가 늘어났고 이에 경제가 성장하는 자연스런 선순환을 이끌었다.


매년 월급은 뛰었고, 평균만 유지하면 내 집 마련은 물론 평수를 넓혀가는 것도 가능했다. 가장 혼자 벌어도 4인 가족 정도는 무난히 교육‧의료‧주택 비용을 커버했다. 이들은 30세가 되면서 결혼 대열에 합류했다. 100만 출생자가 앞 다퉈 가족구성에 뛰어드니 신접살림에 필요한 200만호 건설 계획은 당연지사였다. 그래도 집은 부족했고, 그래서 또 집값이 뛰었다. 58년생 개띠가 한국의 아파트 값을 정한다는 말은 이때부터 유용했다.


200년대가 개막하며 소득은 정점을 치달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은 짭짤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중대형 아파트에 살며 강남 진입을 목표로 더 열심히 일했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에 올라타려는 자녀교육의 열기는 부동산 차별화까지 낳았다. 그럼에도 58년생 개띠의 노후 불안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일할 수 있고 돈을 버는 데다 쟁여둔 부동산은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58년생 개띠를 다른 연령 그룹보다 부유한 집단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물론 구조적인 압박이 있기는 했지만 버텨낼 걸로 내다봤다. 그러나 2008년, 58년생 개띠가 50대에 진입하면서 그것은 오판이었음이 드러났다. 선배세대의 인생 경로처럼 무난할 걸로 기대했던 행복한 은퇴는 이들의 것이 될 수 없었다.


1958년생 개띠의 삶에 변화가 필요해진 건 이전세대와는 크게 달라진 상황, 그리고 그로 인해 일해야 하는 기간이 약 30년 정도 늘어난 탓이 크다. 선배세대의 인생 경로로 보자면 은퇴 시점이어야 할 60대에 이들은 새롭게 근로를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시적 구조조정이 고 착화되면서 중년인구의 고용불안은 가속화됐다. 결국 58년생 개띠는 은퇴는커녕 일을 찾아 방황하는 신세가 됐다. 재산이 많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자녀의 독립은 요원하고, 부모부양은 다가온다. 쟁여둔 돈은 백세시대를 대비해 본인을 포함한 부부만 쓰기에도 부족한데 자녀와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니 비용 부담은 천근만근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더 들어올 돈은 없다. 연금은 받는다 해도 푼돈에 불과하다. 믿을 건 결국 근로소득뿐이다. 그럼에도 58년생 개띠까지 품어 안을 일자리는 없다. 더 젊은 중년실업자마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58년생 개띠의 중년 서사는, 비극적인 애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예고편이지만, 2020년은 본방이 개시되는 시점이다. 이때가 되면 한국 사회에서 단 한 번도 이렇다 할 주목과 관심을 받지 못한 중년인구의 생활 갈등이 본격화된다. 1,700만 광의의 베이비부머가 30년 중년 시기의 한가운데(45~60세)에 들어선다는 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슈다.


2020년을 시작으로, 베이비부머 막내세대(1975년생)가 70세가 되는 2045년까지 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책 대상이 아니라고 소외시키기엔 인구비중이 너무 크기에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2030년 1,700만 인구를 부양하라

한국적 자본주의를 향해

“그건 니들 문제야!” vs. “자기들 것만 챙기고!”


세대갈등의 기본논리를 정리하면 이럴 듯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방적이고 고질적인 대결구도다. 다분히 착각일 수도 있고, 편견일 수도 있다. 사회구조를 뒤바꿀 인구구성의 대폭적인 변화를 앞두고 세대갈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세대갈등을 정치프레임으로 채택해 전선을 확대하는 시도도 마찬가지로 지양해야 한다. 인구문제는 세대 간의 연결을 전제할 때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청년, 중년, 노년’을 한 세트로 보고 접근해야 문제의 영구적 해결책이 확보된다.


각각 30년씩 할당된 청년, 중년, 노년이 합쳐져 90년 인생이 완성된다. 청년은 금방 중년이 되고, 중년은 또 순식간에 노년에 접어든다. 내가 걸어왔거나 걸어가야 할 인생 경로다. 따라서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비난해본들 누워서 침 뱉기다. 오히려 서로 힘을 합쳐 다른 세대의 생명력과 존재감을 강화해줄 때 비로소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존환경도 개선된다.


연대가 답이다

스페인에는 ‘야요 플라우타’라는 독특한 집회가 있다.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노년인구의 거리집회다. 이들은 정치권을 향해 청년들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모인다. 청년실업이 개별 청년들의 문제가 아닌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인식하에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유니폼을 입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녀손자를 위해 거리에 나왔다고 밝힌다. 한국 사람들에겐 낯선 광경이다. 야요 플라우타는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고국을 버리는 청년들이 생겨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떠난 게 아니라 쫓겨난 것’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목표는 청년인구에게 정규직이라는 유토피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은 비난 대신 응원을 택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 법이다’라거나 ‘부당해도 쓴 경험으로 받아 들여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연결성’을 강조한다. 청년과 노년은 결국엔 연결된 존재라는 인식하에, 청년이 잘돼야 연금도 잘 받는다는 다분히 실리적인 상생의 카드를 고른 셈이다. 청년의 월급 상실이 노년의 연금 붕괴로 이어지므로, 청년을 웃게 해야 본인도 웃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데서 나온 선택이다.


노년인구의 생존전략을 세대연대에서 찾아낸 사례는 또 있다. 일본의 ‘후쿠이’ 모델이다. 열도 서쪽에 위치한 후쿠이는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손꼽힌다. 지금은 없어진 풍요지표(신국민생활지표)에서 5년 연속 1위(1995~1999)를 기록했고, 행복도에서도 단골 1위인 지역이다. 근로자세대 실수입, 맞벌이 비율, 정규직 비율, 보육원 수용정원 비율 등이 모두 1위다.


일본에선 후쿠이의 행복구조를 세대의 융합과 교류를 바탕으로 한 상생 모델로 규정한다. 공식적으론 ‘맞벌이를 통한 가치창조 모델’로 규정되지만, 노인과 청년의 연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정규직 맞벌이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부모세대의 육아 지원을 비롯해 세대를 연결하는 상생부조 덕분이다. 직장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며 양립할 수 있게 되니, 자연스럽게 자녀양육, 부모봉양, 본인 노후의 연쇄위기가 사라졌다. 출산이든 간병이든 세대연결로 갈등을 해결한 셈이다.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

이제 필요한 건 자본주의의 재검토다. 지향은 한국적 자본주의다. 자본주의의 장점과 한국적 특수성을 엮어내 차별적인 게임 원칙을 만들어보잔 얘기다. 한국적 특수성이란 과거 한국 사회에 존재했던 세대 간의 행복 교환을 뜻한다. 지금처럼 한정된 자원을 두고 세대간에 경쟁하기보다는 연대와 조화를 통해 개별 세대가 맞은 위기를 근원적으로 풀어보자는 얘기다.


자본주의와 한국 사회의 결합은 고도성장으로 그 효용성이 일단락됐다. 앞으론 피할 수 없는 저성장의 시대다. 자본주의의 성과를 발휘하기 힘들어지는 만큼 한국 사회 특유의 가족주의적 역할 갈등은 심화된다. 한국적 자본주의의 지향점은 이러한 불행 교환을 과거의 행복 교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서구 사회의 지적처럼 과도한 온정주의, 정실주의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처럼 인간관계를 비롯해 모든 것을 계약과 경쟁으로만 보는 것도 무리다.


노년위기의 극복은 청년위기, 중년위기를 극복할 때 가능해진다. 위기 주체만을 생각해서는 근원적 처방이 어렵다. 노년인구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과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노년위기를 극복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온다.


한국은 전통사회에서 벗어난 뒤에는 모든 걸 기업에 떠넘겼다. 좋은 회사만 다니면 자신의 노후 준비는 물론 부모의 의료 혜택까지 얻었다. 그런데 고용불안이 확산되니 노년위기가 단 한방에 가정경제를 녹다운시킨다. 기업에 많은 걸 의존하다 보니 일자리 유무가 인생을 뒤흔든다. 그러니 어쨌든 일자리가 중요하다. 고용불안의 해소가 작게는 청년위기와 중년위기를 경감하고, 크게는 노년위기를 사전에 예방,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적 자본주의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구조적인 약점도 일정 부분 커버한다. 새로운 일자리가 내수 확대의 힌트가 되기 때문이다. 노년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연결시키면 실업 해소와 소득 발생으로 내수 성장의 기촉제가 된다.


가능성은 많다. 세대 간의 표면적인 갈등은 불편, 불안, 불만으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잘만 기획하면 한국 사회 안에서의 새로운 순환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존 주체가 반발하거나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이 방법만큼 적절한 게 없다. 한쪽에선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출산을 미루는데, 한쪽에선 일이 없어 공원을 배회한다면 이는 모순이다. 유치원과 양로원을 가까운 공간에 두면 서로가 좋다. 예상되는 갈등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현명하게 잘 활용하면 작게는 노년위기를, 크게는 세대위기 전체를 해결할 수 있다.


하류노인으로 갈무리되는 노후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물론 정부만 믿을 사람은 없겠지만, 각자도생의 대책 마련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2030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생존전략은 부동산, 자녀교육, 건강관리, 평생직업, 가족관계 등이 핵심이다. 연쇄적으로 불행의 길을 걷지 않도록 하나하나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그리고 혹시라도 불행이라는 함정에 빠졌다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위험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년위기와 관련한 복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동시에 사회 안전망을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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