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저   자 : 라나 포루하(역:이유영)
출판사 : 부키
출판일 : 2018년 01월

도서정보

■ 책 소개

 

고용에서 4%만 책임지고 경제에서 7%의 역할만 하면서
전체 기업 수익의 25%를 가져가는 금융의 연금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의 경제 시스템은 치유되지 못한 채 병들어 있다. 그 질병의 이름은 바로 ‘금융화’다. 금융화란 금융과 금융적 사고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게 되어 버린 현상을 뜻한다. 이 시스템 속에서 ‘만드는 자(maker)’들은 ‘거저먹는 자(taker)’들에게 예속되어 있다. ‘만드는 자’란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일군의 사람, 기업, 아이디어다. ‘거저먹는 자’는 고장 난 시장 시스템을 이용하여 자기 배만 불리는 이들로, 여기에는 다수의 금융업자와 금융기관은 물론, 금융 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힌 CEO, 정치인, 규제 담당자까지 들어간다. 이 책은 금융화를 초래한 월가와 워싱턴의 밀월 관계, 부자와 대기업에만 유리하도록 설계된 세법, 1970년대 말부터 누적된 여러 정책적 실책 등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제시하며, 금융과 실물 경제 사이의 힘의 균형을 되찾을 것을 역설한다.

 

■ 저자 라나 포루하
저자 라나 포루하(Rana Foroohar)는『파이낸셜 타임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칼럼니스트이자 부주필이며, CNN의 글로벌 경제 애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2년 컬럼비아 대학교 바너드 칼리지를 졸업하고, 『뉴스위크』에서 13년을 일하면서 경제 및 국제부장, 유럽과 중동 특파원을 역임했다. 당시 유럽 문제 보도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마셜 기금의 피터 와이츠 상을 수상했다. 이후 『타임』지에서 6년간 편집차장 및 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존스 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이스트 웨스트 센터 같은 여러 기관에서 각종 상과 펠로십을 수여받았다. 미국 외교협회 종신 회원이다.

 

이 책에서 포루하는 심층 취재 및 월가 및 워싱턴 고위급 인사들과의 독점 인터뷰를 바탕으로, 금융화 추세가 저성장과 임금 정체, 빈부 격차 확대를 조장하고 경제적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실태를 파헤친다. 지난 100여 년간 진행된 금융화의 중심에 자리했던 로버트 맥나마라나 잭 웰치 같은 실존 인물과 시티그룹, 포드, 화이자 같은 기업들에 얽힌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사례를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월가와 워싱턴의 밀월 관계에서부터, 부자와 대기업에만 유리하도록 설계된 세법, 1970년대 말부터 40여 년에 걸쳐 누적된 여러 정책적 실책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이 수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까닭을 살핀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를 뒤집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중대한 과제임을 알려 준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바로 금융과 실물 경제, 즉 ‘거저먹는 자’와 ‘만드는 자’ 사이의 힘의 균형을 되찾는 것임을 역설한다.

 

■ 역자 이유영
역자 이유영은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공부했으며,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와 MSFE(금융공학 석사)를, 캘리포니아 주립대 미헤일로 경영경제대학원에서 MST(기업세무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자산 운용사 TCW와 모기지 은행 인디맥, 컨설팅 펌 언스트앤영에서 일했으며, 현재 조세정의네트워크의 동북아 챕터 리더로 노르웨이 정부의 NORAD 그랜트를 받아 국제 조세 및 금융 분야 제도 개선에 참여하면서, 브리오 컨설팅 대표로 기업 재무 분야 컨설팅도 하고 있다.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를 함께 저술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긴축』, 『보물섬』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성장의 원동력을 되살리는 길

 

서론 애플의 혁신은 왜 멈추었는가
이상해져 버린 기업들 | 왜 이렇게 되었는가 | 금융의 생명줄 | 종잣돈까지 거덜 내는 금융 | 멈춰 버린 성장, 커져 가는 불평등 | 문제의 근본 원인 | 책임 전가하기 | 금융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잇따르는 피해 | 시스템 바로잡기 | 이 책의 구성

 

1장 금융의 부상: 시티그룹을 위시한 대형 은행의 탄생에서 금융 위기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미국 | 복잡성의 대가 |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다 | 현대적 은행가의 탄생 | 금융, 길들여지다 | 백만장자 은행가의 등장 | 인플레이션 속의 불만 | 레이거노믹스와 금융의 성장 | 부채와 신용: 대중의 아편 | 대마불사 | 추락하는 영광 | 21세기 자본

 

2장 기업의 몰락: GM에서 벌어진 숫자놀음꾼과 자동차맨의 싸움
숫자놀음꾼의 등장 | 측정하라, 그러면 관리할 수 있다 | 과학적 (부실) 관리의 탄생 | 맥나마라와 똘똘이들 | 똘똘이들, 정부에서 기업으로 들어가다 | 품질을 외면한 기업의 운명

 

3장 MBA가 가르쳐 주지 않는 것: 경영학 교육은 어떻게 기업을 망가뜨리고 있는가
문제 해결법을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 | 왜 경영 교육은 금융에 끌려다니게 되었을까 | 누구를 위한 가치 극대화인가 |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경영 교육 | 상품으로 변하는 학문 | 계량 분석 전문가의 부상 | 돈보다 인적 자본이 우선이다 | 경영 교육의 미래

 

4장 문 앞의 야만인들: 애플과 칼 아이칸, 그리고 주주 행동주의
창의적 회계 기법의 등장 | 줄이고 배분하라 | 기업공개의 변질 | 이제는 모두가 행동주의 투자자 | 야만인들이 경기 부양책을 강탈하다 | 주주 행동주의와 기업의 미래 |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5장 이제 우리는 모두 은행가다: GE 같은 기업은 왜 은행을 흉내 내게 되었는가
만들지 않는 기업들 | 돈 놓고 돈 먹기 | 리스크에 시달리는 기업들 | 고용 문화의 붕괴 | 어떻게 경쟁력을 회복할 것인가

 

6장 금융발 대량살상무기: 원자재와 파생상품, 그리고 식량 위기
식량 가격을 주무르는 자들 | 상품시장 들쑤시기 | 시장을 휘젓는 투기 | 이기는 쪽은 언제나 도박장 | 단순화가 답이다

 

7장 월가가 메인가를 장악하다: 사모펀드는 어떻게 주택시장 회복의 열매를 빼앗아 갔는가
마을의 새로운 주인, 사모펀드 | 그들이 돈을 버는 법 | 왜 부동산을 노리는가 | 기업형 집주인의 득세 | 지역사회를 붕괴시키는 주택 정책 | 주택시장을 다시 생각하자

 

8장 은퇴의 종말: 월가가 시민들의 노후를 삼키다
퇴직연금 제도의 3요소가 무너지다 | 돌변한 자산 운용업 | 줄어들고 사라지는 퇴직연금 | 연금 생활자와 월가의 대결 | 퇴직연금 보호하기

 

9장 조세 회피의 달인들: 거저먹는 자들을 거드는 세법
납세자를 배반한 기업들 | 비뚤어진 인센티브 | 세법의 구멍을 메워라

 

10장 돌고 도는 회전문: 정치와 금융의 은밀한 관계
금융권 로비의 위력 | 최상위 1퍼센트만이 노니는 회전목마 | 연준의 금융화 |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과 금융화 | 금융과 법 | 감옥에 넣기에는 너무 크다고? | 구제하느냐 마느냐 | 내부자들만의 세상 | 만드는 자와 거저먹는 자의 대결

 

11장 금융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법
복잡성을 없애고 레버리지를 줄이자 | 부채는 줄이고 자기자본은 늘리자 | 기업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자 |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마련하자 | 내러티브를 바꾸어, 만드는 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자

 

감사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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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요약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애플의 혁신은 왜 멈추었는가

스티브 잡스가 지금의 상황을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2013년 봄,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CEO 자리에 오른 팀 쿡은 회사가 170억 달러를 차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체 왜 돈을 빌리기로 했을까? 당연히 당시 애플이 현금이 약간 달렸다거나, 쌓아 놓은 현금 더미에 손을 댈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차입이 더 수월하고 비용 효율성도 뛰어난 방법이라고 애플의 재무 전문가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플 같은 블루칩 기업은 저리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쓰면 은행 계좌에 손을 댈 필요도 없다. 애플의 은행 계좌는 전 세계에 걸쳐 실로 다양한 지역에 흩어져 있다. 만약 이 돈을 미국으로 들여오려 한다면 상당히 높은 세율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애플은 늘 이를 피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하여 애플은 결국 170억 달러를 차입했다.


이는 결코 스티브 잡스의 방식이 아니었다. 생전의 잡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일상을 바꾸어 놓는 제품을 만들어 놓는 데 전념했다. 그렇게 하면 돈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확신했다. 이와 달리 쿡은 돈 자체에 주의를 기울였고, 점차 돈을 정교하게 굴리는 수법에 관심을 가졌다. 왜 그랬을까? 2011년 잡스가 사망한 이후 애플이 판을 바꿀 만한 기술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그 한 가지 이유다. 이 때문에 이따금 주가 하락 압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장기적 전망에 대한 우려로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이 실물 경제 활동보다 금융공학에 집중하게 되면, 점점 더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되기 쉽다. 그러나 애플은 현찰을 손에 들고 있기에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이를 염두에 두면 왜 170억 달러를 빌렸는지 이해할 수 있다. 공장을 신설하거나 신규 제품 라인을 개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사주 매입과 두둑한 배당금 지급을 통해 지지부진한 주가를 부양하여 투자자들을 흡족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 수법은 잠시이기는 했지만 먹혔다. 애플의 주가는 치솟아 올랐고, 그 덕에 애플의 이사회 구성원과 주주들은 수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쿡 자신이 애플의 거대 주주 중 한 명이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아인혼은 애플이 쌓아 놓은 현금을 주주들과 충분히 나누지 않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불평해 왔던 인물이다. 아인혼을 비롯한 수많은 업계 인사들이 보기에 금융 기법의 창의성은 제품 생산에서의 창의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애플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이자 가장 선망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그런 곳이 전통적인 기업 활동이 아니라 ‘금융’ 공학을 통한 돈벌이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거대 기업들의 우선적 관심사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음을 시사한다. 그런 행각을 부추기는 조세 제도의 배후에 정치권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또한 두말할 나위 없다. 이는 미국의 본질과 정신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 병에는 이름이 있다. 바로 금융화다. 이는 월가와 월가의 사고방식이 미국을 지배하게 되면서 금융업뿐만 아니라 기업계 전반에 뻗쳐 있는 상황을 집약하는 단어다. 금융화는 단기적이고 리스크가 높은 사고방식을 강화한다. 이것은 2008년에 글로벌 경제를 무너뜨리다시피 했고, 오늘날에는 빈부 격차를 더 심화하고 있으며, 경제 혁신을 저해하고, 아메리칸 드림의 미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화의 양상을 몇 가지 들자면, 경제 내에서 금융 및 금융 활동의 규모와 범위가 비대해지고, 생산을 위한 대출보다 부채에 기댄 투기적 행각이 기승을 부리며, 기업 지배구조 모델로 주주가치 우선주의가 득세한다. 또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할 것 없이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하고, 금융업자들과 이들이 배를 불려 주는 CEO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는가 하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일으킨 주범임에도 여전히 ‘시장이 가장 잘 안다’는 이데올로기가 건재하다. 금융화는 심지어 우리의 언어, 시민으로서의 삶,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전환이다.


애플의 사례는 금융화의 여러 폐해 중 하나일 뿐이다. 금융화라는 단어는 상황을 꽤 적절히 드러내 주므로, 여러 학자들이 전도된 경제, 즉 ‘만드는 자(maker)’들이 ‘거저먹는 자(taker)’들에게 예속되어 버린 경제를 지칭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만드는 자’란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일군의 사람, 기업, 아이디어다. ‘거저먹는 자’는 고장 난 시장 시스템을 이용하여 사회 전체보다는 자기 배만 불리는 이들을 말한다. 거저먹는 자들의 범주에는 다수의 금융업자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그릇된 사고에 젖어 있는 민간 및 공공 부문의 리더들, 그러니까 금융화가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심지어 민주주의도 좀먹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CEO, 정치인, 규제 담당자까지 들어간다.


금융화에 저항하는 첫걸음은 당연히 그것을 당연히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금융화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광범위한 현상으로 은행업계에서 시작되었다. 금융업이 경제에서 담당했던 전통적인 역할은 가계의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중요한 연결 고리는 끊어졌다. 오늘날 금융은 대부분 일종의 연금술에 몰두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대출을 발생시켜 ‘메인가(Main Street: 한 마을이나 도시의 중심 상업가를 가리키는 말로, 금융의 중핵인 월가와 대비되는 미국 일반 대중과 기업 등의 실물 경제를 지칭하기도 한다)’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자체의 이런저런 부문들로 흘려보낸다. 간단히 말해, 금융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올려 주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지 않고 주택, 주식, 채권 등 이미 존재하는 자산을 증권화해서 돈을 굴리는 데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모두 은행가다: GE 같은 기업은 왜 은행을 흉내 내게 되었는가

만들지 않는 기업들

2015년 4월 초, 규모로 보나 명성으로 보나 미국 최고의 복합기업으로 손색이 없는 GE의 CEO 제프리 이멀트가 미국 경제의 이정표가 될 만한 선언을 했다. 소비자 금융 대출에서부터 신용카드,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키워 온 금융 부문을 완전히 정리한다는 것이었다. 이 선언을 그저 한 시대의 종언이라 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GE는 120년 전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가 등장한 이래 지수를 산정하는 표본 기업에서 빠져 본 적이 없는 유일한 미국 기업으로 언제나 미국 경제의 지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토머스 앨바 에디슨이 창립한 GE는 수십 년 동안 혁신 기업의 원류이자 가장 넓은 의미에서 ‘만드는 자’였다. 그러나 지금의 GE는 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GE를 전구와 전자레인지를 만드는 회사로 생각할 뿐, 1980년대 들어 금융 부문을 급격히 확장하면서 미국 제조업체의 성격 자체를 재설정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GE는 세계 최대의 금융 서비스 업체 가운데 하나로 성장해 갔다. 미국 최대의 대마불사형 비은행 금융기업이었지만, 월가 은행 같은 공식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규제와 감독은 받지 않았다. GE의 금융 부문인 GE 캐피털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한 주역이기도 했다. 이멀트는 바로 이 GE 캐피털을 완전히 분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본연의 산업계 자리로 돌아가, 금융 활동을 완전히 청산하고 오로지 제조업에만 몰두하겠다는 말이었다. 이멀트는 GE가 금융업에 깊이 몸담는 것은 "정말 사리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높은 인수가를 쳐주는 상대를 물색해 GE 캐피털의 분리를 가능한 한 빨리 매듭지을 거라고 공언했다. 미국 기업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급진적인 전략 전환이었다.


이는 회사 자체로서도 180도 방향 전환을 한 셈이었다. 전임 CEO 잭 웰치가 이끌었던 GE는 미국 기업의 금융화를 대표하는 곳이었다. 훗날 「포춘」지에서 ‘세기의 경영자’라는 칭송까지 받게 되는 웰치는 1981년 GE의 CEO자리에 올랐다. 그 당시만 해도 GE의 매출 대부분은 제트 터빈, 핵발전소 원자로, 채굴 장비, 복합 재료, 전자 제품 등에서 나왔다. GE는 엑스레이 기기, 전구, 강화 플라스틱 등을 개발한 혁신 기업으로 이름이 높았다. GE는 거대했고, 1970년대를 거치며 순익을 세 배로 키울 만큼 성장도 빨랐으나, 정작 증시에는 이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는 풍요로웠던 1980년대의 초입이었고, 월가는 대기업들에게 연 성장률 7~8퍼센트를 넘어 두 자릿수 성장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웰치가 바로 그 일을 해냈다. 재임 중 그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마치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증권을 사고팔 듯이 GE의 사업 부문들을 가지고 수백 차례나 기업 인수와 매각을 했다. 금융업, 특히 시티뱅크와 전 CEO 월터 리스턴이 개척한 도매 자금 융통은 GE의 주요 업무가 되었다. 부채는 매일매일의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소비자 신용과 대출 부문은 두 배로 커진 반면, 제조 부문은 정체되었다. GE캐피털은 일종의 단기 차용증서라 할 수 있는 기업 어음의 세계 최대 발행자로 등극하여, 2008년에는 정상적 기업 활동을 꾸려 가기 위해 무려 880억 달러를 빌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8년 이전, 월가는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돈을 이리저리 굴려서 수익을 얻는 GE 같은 기업을 좋아했다. 물론 여전히 GE는 전구부터 기관차까지 온갖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GE의 금융 부문은 1932년 고객의 편의를 위해 출범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GE 자체가 은행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 대출을 일삼고, 진정한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보다는 자본을 교묘하게 처리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리고 당연히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졌을 무렵, GE는 미국의 일류 공학 박사들을 평생 고용하는 기업에서 악명 높은 구조조정 기업으로 바뀌어 있었다. 덕분에 그는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성자탄이 사람 목숨은 쓸어 가 버리지만 건물은 고스란히 남겨 둔다는 것에 착안한 별명이었다. GE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아니라 금융 수완에 기댔다. GE가 거두는 수익의 주요 거점인 GE 캐피털은 만들기보다는 거저먹기에 집중했고, 장비 대여와 차입 매수, 심지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래에 이르기까지 금융업 전반에 손을 댔다.


그런데 바로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시원하게 망해 버렸다. 2001년 3710억 달러였던 GE 캐피털의 총자산 규모는 금융 위기 즈음에 70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부풀어 올랐지만, 미국 부동산시장의 붕괴와 함께 무너져 버렸다. 결국 GE는 납세자들의 돈으로 구제받아야 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는 GE에 1390억 달러에 달하는 보증 대출을 해주었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금융 위기 몇 년 전에 웰치에게서 CEO 자리를 물려받은 이멀트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로 달려가 워런 버핏에게 공손한 태도로 30억 달러를 빌려달라고 간청해야 했다.


GE를 구해 준 버핏에게 이멀트는 그 대가로 GE를 재정비하여 복잡한 금융 거래와 결별하고 제조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조를 했다. 다시 말해 GE는 미국 전체가 해야 할 일, 즉 경제의 균형을 바로잡고 근본으로 돌아가는 일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14년 말, GE의 CFO 제프 본스틴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정리해 주었다. "우리는 세계가 당면한 난제들을 풀어 가는 기술 기업이 될 것인지, 아니면 만드는 것이 몇 가지 없는 금융회사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은퇴의 종말: 월가가 시민들의 노후를 삼키다

퇴직연금 제도의 3요소가 무너지다

사회보장연금, 연금 펀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401(k)같은 민간 운영 퇴직연금이라는 세 발로 지탱되는 솥 같은 미국의 퇴직 연금 제도는 이미 망가진 채로 메인가가 아니라 월가의 배를 불려 주고 있다. 뱅가드 그룹 설립자이자 금융업계 내의 ‘만드는 자’로 불릴 만한 인물인 존 보글은 이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보기 드문 업계 내부자다. 보글의 저서 《문화 충돌: 투자 대 투기》는 바로 이 문제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퇴직연금 제도의 3요소가 모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글은 "미국의 퇴직연금 보장 시스템은 심각한 탈선 사고가 터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보장연금은 현재 수많은 노년층이 빈곤에 빠지지 않게 된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립금이 부족한데다가, 보수 진영은 물론이고 일부 진보 인사들에게도 공격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이 일에서 손을 떼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제공했던 종신 퇴직연금인 확정급여형 퇴직연금도 규모가 현격히 줄었다. 기업 CFO들은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금 제도를 점차 축소해 왔다(그런데 이런 수익은 대부분 부유층의 주머니만 채우며, 이는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연금 제도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곳은 대부분 공공 부문이지만, 여러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연금 가입자들에게 지나치게 낙관적인 약속을 남발한 바람에 이제 붕괴 일보 직전이다. 현재 미국의 공공 연금 제도 가운데 대다수는 적립금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를 이용해 월가는 정부와 연금 제도들에서 수익을 뽑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간 영역의 제도인 개인퇴직계좌와 기업이 운용하는 401(k) 같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미국인이 의지하고 있는 이런 제도들의 총자산 규모는 14조 20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에 비해 투명하지 못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여기서 혜택을 보는 계층은 미국 사회의 상위 3분의 1, 즉 근로자가 퇴직계좌에 납입하는 만큼 기업도 납입하는 프로그램을 갖춘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조차 월가가 수십 년에 걸쳐 투자자들을 인덱스 펀드에서 뮤추얼 펀드로 갈아타도록 꾀어내면서 자기 몫을 야금야금 털리고 있다. 뮤추얼 펀드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시장 수익률보다 떨어지는데, 이는 막무가내식 투자 탓이기도 하지만 뮤추얼 펀드가 고객 기업들로 하여금 장기보다는 단기 계획에 초점을 맞추도록 압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으로는 한 분기, 또는 운이 좋으면 한 해 정도밖에 실적을 거두지 못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단기 실적의 대가로 엄청난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보글은 이 문제를 계산해 보았는데, 액티브 펀드의 낮은 수익률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재설정 비용으로 생기는 숨은 수수료, 투자 자문료 등을 모두 감안했다. 보글은 2014년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장기적으로 볼 때 뮤추얼 펀드 투자로 발생하는 높은 비용은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쉽게 거둘 수 있는 수익의 ‘65퍼센트 이상’을 앗아 갈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 퇴직연금 제도의 고질병 가운데 상당 부분은 비대한 금융업체가 엄청난 비용을 전가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퇴직연금과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전체 미국 기업 수익의 거의 25퍼센트를 차지하면서도 정작 전체 일자리의 4퍼센트밖에 창출하지 못하는 금융업계의 버블을 꺼뜨려야 한다. 이는 펀드 업계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과업이다.



금융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법

복잡성을 없애고 레버리지를 줄이자

우선 금융 시스템을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대한 문제는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너무 복잡해서 관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기관의 가장 똑똑하다는 글로벌 리스크 관리자조차도 자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 81조 7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금융 시스템 내에서 매일 벌어지는 수백만 건의 금융 거래를 그 누가 완벽히 감독할 수 있겠는가?


2008년 붕괴 이후에 대중이 단순한 법을 상당히 선호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법은 금융기관이 정부가 보증한 자금으로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쉽게 이해되도록 규정해 놓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성이야말로 규제를 만들어가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다. 루이지 칭갈레스가 자신의 저서 《민중을 위한 자본주의》에서 지적하듯, "미국은 대표 없이는 세금도 없다는 원칙 위에 세워졌다. 따라서 대표 없이는 어떠한 규제도 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규제가 너무 복잡하면 민중은 이를 이해할 길이 없으며, 따라서 민주주의에 제대로 참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규제 단순화는 민중을 위한 자본주의의 건설에 필수적이다."


은행의 구조와 관행 외에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규제 당국과 정치인들은 계속 투쟁하면서, ‘모든’ 파생상품 거래가 규제하에서 이루어져 어떤 시장 참가자든 언제 무엇이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바꾸어 가야 한다. 또한 그림자 은행업을 더 철저히 규제하고, 역외 은행업을 근절해야 한다. 그리고 세제와 기업 공시의 허점을 제대로 메움으로써, 대차대조표의 실상이라든가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스톡옵션 규모를 감추는 창의적 회계 기법을 방지해야 한다. 이 조치는 금융 투명성 제고는 물론이고 단기 실적주의 문제의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금융업계의 ‘전문가’ 숭배 풍조와 결별해야 한다. 현재 금융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목적에 관한 논의는 금융 중심적 경제관을 공유하는 금융인, 정치인, 규제 당국자로 구성된 소규모 폐쇄적 집단이 독점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욱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논의의 장을 개방해야 한다. 《은행가의 새 옷》에서, 리스크 대비 자기자본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등 은행을 개혁하고 단순화할 여러 좋은 방법을 제시한 스탠퍼드대 교수 아나트 아드마티는 "더 이상 은행업을 여타 업종과 전혀 다른 것인 양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금융업은 실물 경제의 조력자로서, 다른 업종보다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업계는 고위험 거래를 할 때 고작 5퍼센트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라는 연방예금보험공사와 연준의 새 규정에 대해서까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나머지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자기자본 대비 95퍼센트는커녕 50퍼센트의 대출도 꿈꾸기 힘들다. 잊지 말하야 할 것은 은행가들이 ‘현금’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은 거개가 부채, 즉 고객의 예금이라는 것이다.


아드마티는 은행이 투자 자금의 20~30퍼센트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은행이 트레이딩 업무를 하고 싶어 한다면, 자기 돈을 가지고 도박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여러 개혁적 금융 전문가들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은행의 거래가 잘못될 경우 레버리지(쉽게 말해, 금융기관이 수익을 늘릴 요량으로 빚을 지는 것)가 경제에 얼마나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기업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자

기업은 오로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관념은 이제 재검토되어야 한다. 주주들, 특히 단기적인 시야로 분기 실적에 집착하는 행동주의자들은 기업의 장기 생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들의 주관심사는 투자 기업의 주가를 단기간에 띄워 가급적 빨리 수익을 챙겨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기업이 투자를 회피하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금융기관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부채 상품을 안겨 주는 데 열을 올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그 최종 결과물은 지극히 위험한 금융 버블로, 주기적으로 터지면서 모두를 희생시킨다. 하지만 이런 가공할 여파를 경감하기 위해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상당히 많다. 가령 자사주 매입 규모를 제한한다든지, 자본이득세율을 인상하는 방법이 있다. 금융 자산의 보유 기간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기업의 보수로 지급되는 스톡옵션의 규모를 제한하는 방법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미국 기업들이 일군 부를 누가 누려야 하는지 같은 좀 더 높은 차원의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나는 그 부가 모든 사람, 즉 재능과 노력을 쏟아 기업을 키운 노동자, 그리고 수많은 미국 기업들의 성공을 뒷받침한 정부의 지원 활동에 자금을 대 준 납세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밋 롬니의 말마따나 기업이 국민이라고 한다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더 큰 몫을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에 만연해 있는 주주가치 우선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보면 지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의 경우 기업 이해관계자의 개념이 훨씬 넓다. 여기에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노조, 나아가 시민사회 지도자와 비영리 조직까지 포함된다. 미국에서도 가족 소유의 비상장 기업 가운데 이런 모델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유사한 규모의 상장 기업에 미해 이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두 배나 많이 투자하여, 지속 가능하고 많은 이가 공유하는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경영 모델 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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