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
 
지은이 : 엘라 F. 워싱턴(역:이상원)
출판사 : 갈매나무
출판일 : 2023년 06월




  •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을 넘어서 공정하고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뿌리내리는 것. 이 길이 힘들지만 우리 모두가 ‘가야 할 여정’이라 믿는 이유를 여기 기업들의 이야기로 증명합니다.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뉴노멀 비즈니스 경쟁력

    DEI가 걸어온 여정

    다양성을 넘어 형평과 포용으로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주변화된 집단의 직장 내 지위가 대폭 개선되었다는 인식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21세기의 첫 10년 동안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당선으로 포스트 인종 차별 시대가 열렸다는 논의가 활발했다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이 급증하면서 남녀 평등이 실현되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0년, ‘포춘’선정 500대 기업에서 여성 임원은 14.4%였고 최고 수준 연봉 수령자의 7.6%가 여성이었으며 여성 임원이 한 명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3분의 2를 넘었다.


    하지만 언론 보도 내용과 주변화된 집단의 실제 경험 사이에는 불일치가 존재하는 법이다. 전반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초의 현실은 오늘날과 비슷했다. 백인 남성은 미국 인구의 35%지만 기업 임원진에서는 과다 대표되어 있다. 2000년,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최고 경영자 중 96.4%가 백인 남성이었고 20년이 흐른 후에도 그 비중은 여전히 85.8%에 머물렀다. 다양성 관리 노력으로 조직의 말단 신입 직원 구성은 다양해졌지만 조직도의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여성과 소수민족 비율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분포는 오늘날까지 여전하다.


    다양성 관리는 인구학적 다양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다양한 환경을 이끄는 문화적 요소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초기 노력을 감수성 훈련(sensitivity training)에 치중하는 바람에 여타 비즈니스 활동과 다양성을 통합하는 데 실패했다.


    포용(inclusion)이라는 개념은 누구든 이질적 문화에서 생존을 넘어 번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2000년경부터 사용되었다. 기업들은 다양성과 관련된 노력을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and inclusion: D&I)’이라 고쳐 불렀다. 2010년대에는 몇몇 기업이 여기에 형평(equity)이라는 말을 덧붙었다. 모두에게 공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과정과 정책에 체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덕분이었다. 2020년 말에는 상당수, 아니 대부분 기업이 다양성, 형평, 포용을 합쳐 DEI라 부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용어는 DEI이다. 하지만 소속감, 정의, 참여, 인종 평등 같은 다른 용어들이 합쳐지기도 하고 기업마다 나름대로 작명을 하기도 한다. DEI와 다양성, 형평, 정의를 의미하는 DEJ 사이의 차이점을 규명하려는 이들도 있다.


    DEI는 전 지구적인 개념이고 그 접근법은 각국의 역사, 체제, 문화적 맥락에 크게 좌우된다. 미국의 경우 DEI는 민권운동에서 시작되었고 인종과 성별을 중심으로 한다. 반면 카스트 제도의 문제가 첨예한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사회 계층의 서열이 DEI의 핵심이다. 유럽은 시민권과 이민자 지위가 쟁점이다. 그래서 유럽의 조직 수행 연구를 보면 이민자 구성원의 영향을 다루는 일이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곳에서는 남성의 보호 하에 살아야 하는 여성 권리가 DEI의 초점이다.


    글로벌 기업은 각 지역 색채를 통합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일관된 DEI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글로벌 동료들과 협력해야 하는 각 지역 직원들은 상대 국가의 DEI문제에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이해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미국은 기업의 공식적 DEI 노력에 있어 분명히 선두에 서 있지만 미래의 일터는 글로벌하다. 그러니 DEI도 글로벌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다국적 기업이 아니라고 해도 문화와 지역에 따라 역사, 언어, 규범, 직장의 포용 문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DEI는 직장에서 인간성을 고양하는 일이다. 이 가치 있는 목표는 모든 조직에게, 그 조직 내 모든 개인에게 적용된다.



    스타트업의 분권을 적극 활용하다-슬랙

    ‘감정 휴가’를 권고할 줄 아는 회사

    메신저 및 프로젝트 협업 툴 제공 회사 슬랙의 경험 전문가 글로벌 매니저이자 산업 및 조직 심리학 박사 레이철 웨스터필드(Rachel Westerfield)는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주 동안은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어요. 다른 흑인 동료나 부하 직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저만 이렇게 숨쉬기가 힘든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다들 울음을 터뜨리더군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어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의 흑인들이 400년 동안 견뎌온 고통의 무게를 드러냈고, 세계는 비로소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을 알아차린 듯 보였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이토록 충격적이었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흑인 직원들은 마치 전장의 병사인 양 평소의 업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슬랙은 달았다.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는 흑인과 유색인종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성명을 내고 공감과 애도를 표현하며 심리상담 기회와 회사만의 복지 혜택을 내놓았다.


    웨스터필드를 비롯한 직원들은 슬랙의 ‘감정 휴가’라는 유급 휴가 혜택을 받았다.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에 치유를 위해 주어지는 이 휴가가 얼마나 소중했는지에 대해 웨스터필드는 이렇게 말했다. “팀원들에게 감정 휴가를 쓰라고 권고할 수 있는 것, 누가 감정적으로 취약해 제대로 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낙인을 찍지 않아도 된 것에 정말 고마웠습니다.”


    직원 커뮤니티를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현재 슬랙에는 직원 ERG(Employee Resource Groups)가 일곱 개 있다. 모두 직원들이 시작한 것이다.


    ■ 어빌리티(Ability)-장애(disability)를 지닌 직원들의 커뮤니티

    ■ 어스톤(Earthtones)-유색인종 직원들의 커뮤니티

    ■ 푸에고(Fuego)-라틴계 히스패닉 직원들의 커뮤니티

    ■ 마호가니(Mahogany)-아프리카계 흑인 직원들의 커뮤니티

    ■ 아웃(Out)-성소수자 직원들의 커뮤니티

    ■ 베테랑(Veterans)-다양한 국가 군인 출신 직원들의 커뮤니티

    ■ 위민(Women)-여성 혹은 제3의 성인 직원들의 커뮤니티


    회사 내에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ERG는 더욱 성공적이라고 한다. 슬랙에서 다양성, 형평, 포용을 증진하는 주된 경로가 ERG이므로 회사는 이를 비즈니스 전략과 연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DEB(다양성, 형평, 소속감) 담당 이사 주네 사이먼은 이 과정에서 슬랙이 거친 네 가지 스텝을 소개했다.


    첫째, 사이먼은 리더십 확보가 의사소통에서 온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커뮤니티 생성과 활용을 돌려해야 한다. 그 이점을 설명하고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되, 원치 않는 방식으로 통제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풀뿌리 본성이 만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피드백의 순환이 이루어지게 한다. 리더들은 ERG 대표와 매달 만난다. 이런 관행은 양쪽에 모두 유익하다. 리더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원들이 어떤 우려를 하는지를 듣는다. ERG 커뮤니티들은 회사의 변화 방향을 미리 파악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RG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피드백 과정이 있는 경우 일단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받아보고, 전체에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피드백 체계는 회사의 새로운 사내외 활동이 가져올 예상 밖의 효과를 고려하도록 도와준다. 문화적 둔감함으로 오류를 저지르는 것을 사전에 바로잡을 수 있다.


    셋째, 임원진과 ERG를 연결해주는 스폰서는 슬랙이 ERG 목표를 만들어 나가도록 돕는다. 사이먼은 스폰서들이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주죠.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는 방패 역할을 해주고요.” 나도 고객에게 고위 임원 스폰서를 ERG 구조의 공식 요소로 포함하라고 권고한다. ERG활동이 회사 전체에 더 잘 노출되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한 책임도 ERG와 고위 리더가 공유할 수 있다.


    넷째, 슬랙의 ERG가 매우 효율적으로 진화해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사이먼은 말한다. “한 가지 목표를 정하세요. 커뮤니티로 모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커뮤니티에 최선일지 분명히 하세요. 그리고 ERG 효과를 보여주는 한 가지에 집중하세요.”



    성별 다양성을 출발의 토대로 활용하다-모스 애덤스

    1991년, 회계법인의 파트너가 된 크리스 슈미트(Chris Schmidt)는 사내 여성 인력이 너무나 적다는 사실을 바로 파악했다. 또한 모스 애덤스뿐 아니라 회계 및 컨설팅 업계 전반에서 여성 퇴직률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알아차렸다.


    “저는 1981년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당시 대학 강의실에는 여학생이 아주 많았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했다. “취업 초기에 함께 일했던 팀원은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파트너가 되지 못했습니다. 인력 개발 과정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신입 사원의 55%이상이 여성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똑똑하고 자신만만한 대학생들을 채용했는데 파트너 직위에서는 여성 비율이 10% 초반에 머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논리적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많은 기업이 리더십과 성별에 있어서 규정을 준수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일련의 역사적 성차별 판결에 기인한 것으로 그중 하나가 남성 직원에게는 불임 증명을 요구하지 않은 존슨 컨트롤스(Johnson Controls)의 정책이 여성을 차별했다는 미국 대법원의 1991년 만장일치 판결이다. 기업이 잠재적 출산을 이유로 여서의 취업 기회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이었다.


    여성의 직장 내 경험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예를 들어 대법관 지명 청문회에서 아니타 힐(Anita Hill)이 과거 상사인 클래런스 토머스(Clarence Thomas)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언론에 널리 보도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을 조명해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힐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에게도 이 증언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후 기업은 차별과 괴롭힘 소송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에 치중했다. 하지만 모스 애덤스와 슈미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성별 다양성을 비즈니스 측면과 도덕적 측면 모두에서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회사의 가치 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초기 DEI 이니셔티브로 전환한 진보적인 리더들이 있었습니다.” 2022년 4월, CEO에서 은퇴한 슈미트가 말했다. “성별 격차를 제대로 바라봐야 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고용되어 있었고 그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가치 체계 내에서 여성이 존중받는 곳을 만들어야 했지요. 그러니 우리는 시장 상황과 리더십 덕을 본 셈입니다.”


    책임지지 않는 비전은 공허하다

    행동과 실천의 실제적 변화를 뒷받침해줄 수치나 책임이 없는 DEI 전략은 그저 공허한 비전에 불과하다. 모스 애덤스는 자신의 DEI 여정에서 이 두 가지가 지닌 힘을 명확하게 인식해왔다.


    모스 애덤스는 회계 법인이기 때문에 수치에 익숙하다. “우리는 모든 것에 목표 수치를 설정하고 숫자에 집중하기를 좋아합니다. 포럼 W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여성을 50% 이상 고용한다면 여성 파트너를 15%로 구성해야 합리적이지 않을까?’라는 계산을 했습니다.” 슈미트의 설명이다.


    여기서부터 여성의 커리어를 주제로 많은 대화가 이어졌다. 예를 들어 자녀 양육 때문에 남성과 다른 방향으로 커리어가 움직이는 상황이 다루어졌다. 수치 뒤에 숨은 이유를 파헤치는 과정은 회사의 DEI 전략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 백인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직원 비율이 정체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9~10년 차에 정체가 더욱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슈미트는 모스 애덤스에서 진행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여성 커리어의 다양한 경로를 검토해본 후 수치를 설정했습니다. 리더 직위의 여성 비율 목표치를 35%로 정했습니다. 이어 중기와 장기 목표를 세웠습니다. 목표는 가변적이되 비교 기준을 잡고 인력 공급처도 측정하고자 합니다. 인사 보고서도 살펴봅니다.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향후 커리어 경로를 회사가 설정한 수치와 연결지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업계도 어느 시점엔가는 노동 시장의 여성 분표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법인과 전문직에서 여성의 수를 계속 늘려야 합니다.



    내부 성찰에서 글로벌 포용으로 나아가다-소덱소

    법적 의무를 비즈니스 원동력으로

    64개국에서 42만 명 넘는 직원을 두어 고용 규모 20대 기업에 포함되는 회사에서 당신이 꿈꿔온 직책인 최고다양성책임자, 즉 CDO에 올랐다고 상상해보자. 대략 5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의 직장 생활에 다양성을 통합할 전권을 갖고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불과 6개월 후, 8000만 달러 규모의 집단 소송이 제기되었다. 소송은 다름 아닌 당신이 처리해야 할 업무다.


    바로 이것이 프랑스의 식품 서비스 및 시설 관리 회사인 소덱소의 CDO 로히니 아난드(Rohini Anand)에게 닥친 일이었다. 45년 역사의 이 회사에게 2001년 3월은 회사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였다. 소덱소 흑인 직원 약 3,400명이 승진 배제와 사내 차별을 두고 고용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2000년 당시 10만 명이 넘는 북미 직원 중 흑인은 상위 관리직 700자리 중 겨우 18자리를 차지했고 최고위 직책 188개에는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2005년, 소덱소는 80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당시 인종 관련 직장 불평등 배상금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금전적 합의에 더해 소덱소는 동의의결, 즉 두 당사자가 법적 행동을 중단하기로 하는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일체의 잘못된 행동을 시정하기로 했다. 소덱소는 다양성 관행 개선을 목표로 하는 5개년 계획에도 동의했다. 시스템, 정책 및 관행을 개선하고 판결의 금전 외 부문 실행을 감독하는 독립된 모니터링 패널을 5년 동안 두기로 한 것이다.


    아난드가 새 직책을 맡으면서 느낀 설렘은 거대한 법적 책임을 외부의 감시 하에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곧 압도되었다. 회사 최초 CDO였던 탓에 외부에서 주어진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는 동시에 사내의 DEI전략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매뉴얼도 없었다.


    “로드맵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난드가 회상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법적 의무로 보이는 일이었기에 저항도 컸습니다. 그건 우리가 하루 업무를 수행하면서 최우선에 놓고 처리해야 할 또 다른 숙제였습니다.”


    변화의 토대가 된 순응과정

    성찰 기간을 거친 소덱소가 어디에 DEI노력을 집중할지는 분명했다. 바로 동의의결에 순응하는 것이었다. 순응이 회사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되었고 명확한 계획이 세워졌다. 순응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아난드는 시작이 좋았다고 말했다. 토대가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동의의결에는 열 가지 의무사항이 명시되어 있었고 2010년까지 이행해야 했습니다. 그 동의의결의 각 항목이 우리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순응 단계는 어느 회사에든 좋게 다가오지 않는다. 용어 자체가 최소한만 겨우 맞추겠다는 부정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소덱소를 비롯한 많은 회사가 DEI여정을 순응에서 시작하는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판결에 순응하든, EEOC 법령에 순응하든 말이다. 소덱소의 경우 첫 몇 년 동안에는 감독관들이 요구하는 열 개 항목의 구체적인 요구를 이행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회사 전체의 인재 선발 및 성과 평가 절차를 설계하고 시행하는 일이 중요했다.


    사실 순응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계획이 없는 회사에는 좋은 출발점이 되어준다. 구조적으로 이미 틀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마련되고 집중이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순응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순응은 토대일 뿐이다. 목적지가 아니라 필요한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순응만으로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식한 아난드는 CEO랜델과 함께 동의의결 이행을 넘어서 나아가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순응 구조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에 아난드는 그 너머로 빠르게 성장하는 데 집중했다.


    소덱소는 다양한 교육, 직장 생활 효율화 프로그램, 멘토링 프로그램, 직원 네트워크 그룹, 리더십 교육, 포상 및 표창, 다양성 협의회 등을 만들었다. 또한 회사 웹사이트와 연례 다양성 보고서로 사내외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했다.


    한편 관리직급의 다양성 향상을 측정하고 여성과 소수자 임원직 목표치를 설정하기 위해 다양성 평가표를 보완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포용적 행동도 포함되었다. 다양성 평가표가 도입된 후 첫 7년 동안 소수자 직원은 23%, 여성 직원은 11% 늘었다. 순응 단계의 회사는 순응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조직 번창을 위해 DEI에서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 이해한 후 순응 단계를 넘어선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


    “저는 순응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본이죠. 하지만 변화해야 할 강력한 이유도 필요합니다. 즉, 비즈니스 케이스가 핵심 비즈니스 전략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건 사회 정의의 문제이고 올바른 일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싶겠죠. 하지만 미션, 가치, 핵심 비즈니스에 내재되지 못하는 한 법적인 숭응 범위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아난드의 말이다.



    법적 의무를 회사 미션으로 바꾸다-데니스

    동급 최강으로 과감하게 도약하기


    지난 30년 동안 데니스는 수많은 DEI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왔고 그 결과 이제는 최고의 직장 중 하나로 올라섰다. 돌이켜보면 회사의 발전에 핵심적이었던 요소로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 인재: 채용 편향성 문제 해결, 채용 대상 확대 노력, 승진 후보자 인력풀 구축

    ■ 공급망: 소수자가 소유한 상품 및 서비스 공급업체 발굴

    ■ 지속적인 개선: 외부 파트너의 전문성에서 배울 점 학습


    오늘날 인권 운동가, 지역사회 단체, 다양한 매체가 데니스의 DEI 발전을 성장, 성숙 및 성공의 모델로 높이 평가한다. 회사는 수많은 상을 받았고 앞서 언급했듯 소수자가 일하기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전 직원의 75%가 소수자이고 업장의 58%가 소수자 소유이며 이사회 구성원의 56%가 소수자라는 구성의 다양성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데니스는 1993년에 ‘공급업체 다양화 프로그램(Supplier Diversity Program)’을 만든 이후 약 20억 달러를 과소 대표 공급업체에 투자했다. 2020년 데니스의 총 구매 중 13.2%를 다양한 취약업체가 차지했고, 히스패닉 업체가 340만 달러로 데니스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업체가 그 뒤를 이었다.


    2006년부터 데니스는 연례 다양성 보고서뿐만 아니라 분기별 내부 DEI 뉴스레터를 발행함으로써 직원 인식을 제고했다. 투명성을 추구하고 공공의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DEI에 접근한 것이다.


    종착역은 없다는 깨달음

    차별 소송에 시달리며 DEI순응 단계에 들어섰던 데니스가 그간 이룬 성과를 보면 DEI지평에서 이미 스스로를 증명해냈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데니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점이 데니스가 통합 단계로 성숙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측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목표는 멈춰 서서 휴식을 취할 곳을 찾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하고 전진하는 것입니다 이 업계의 리더는 자신을 비판하고 전략이나 실행의 허점을 찾는 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켈리-드러먼드의 말이다.


    DEI에는 종착점이 없다는 깨달음에 더해 켈리-드러먼드는 리더라면 충분히 겸손한 자세로 자기 노력을 점검하고 전략 조정이나 변경 시점을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하고 다양한 인재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거울을 높이 들고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봐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이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행동해야하죠. 변화를 이끌고 발전을 가속화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지난 몇 년 DEI는 계속 발전해왔지만, 지리적·문화적 경계를 넘어 DEI를 옹호하는 지지자들을 주축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든 리더에게 던지는 질문, 즉 직장 유토피아에 대한 비전을 물었을 때 켈리-드러먼드는 데니스가 단순히 다양성이 아닌, 소재지 지역사회와 비슷한 다양성을 그대로 반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의 궁극적 바람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지역사회의 인구학적 구성을 경영진부터 매장까지 회사의 모든 조직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다양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향후 25년 동안 미국의 절반 이상이 다양한 인구 집단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통계도 많습니다. 또한 우리가 영업하는 많은 도시에서 소수자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데니스는 미국의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싶습니다. 이는 우리의 핵심 사명, 비전, 가치이며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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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