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지은이 :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외(역:유영미)
출판사 : 갈매나무
출판일 : 2202년 09월




  •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미생물들이 어떻게 우리 인간의 사소한 일상부터 우주 저 너머까지 영향을 미칠까요? 기초부터 최신 연구까지, 매력적이고 신비롭고 기묘한 미생물의 세계를 통해 바라본 지구와 우주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자연의 모태에서는 경이로운 형상이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진다.”

    분열균- 생명 분류의 어려움

    Schizomycete는 문자 그대로 ‘분열균류(여기서 균류눈 진균, 즉 곰팡이를 의미한다-옮긴이)’라는 뜻이며 오늘날에는 의미가 전이되어 ‘세포분열로 증식하는 미생물’을 의미한다. 미생물이란 무엇일까? 미생물이라는 것은 공식적이고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분야의 주요 교과서인 은 미생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미생물은 아주 미세한 단세포 생물이다. 미세하게 작지만 세포는 없는 바이러스도 미생물에 포함한다.”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지구상의 생물을 분류하고자 애써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을 ‘완벽’의 정도로 분류했고, -아니나 다를까- 인간을 ‘자연의 사닥다리’ 최상단에 위치시켰다. 근대에 들어서 그런 주관적인 체계를 지양하고, 생물을 좀 더 과학적으로 분류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스웨덴의 자연과학자 칼 폰 린네가 18세기에 생물 분류체계를 정립했을 때는 아직 모든 것이 적잖이 조망 가능했다. 우선 식물과 동물이라는 두 ’계‘가 있었고. 그 밑에 강, 목, 과, 속, 종 같은 하위 그룹이 있었다. 그러나 생명체를 단순히 동식물로 나누는 것만으로는 얼마 안가 한계에 부딪혔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새로운 분류체계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단세포생물로 이루어진 ‘원생생물’이 또 하나의 계로 추가되었다. 20세기에는 균류를 식물계로 분리했고, 원생생물을 ‘진핵생물’과 ‘원핵생물’로 나눴다. 미국의 미생물학자 워즈는 원핵생물을 세균과 고세균으로 분류하고 생물 분류 단계에서 계보다 더 높은 최상위 단계인 역을 두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세 가지 역, 즉 진핵생물과 세균 그리고 새로운 고세균으로 분류했다. 나아가 인간과 동식물은 (모두 진핵생물이다) 세균보다는 고세균과 훨씬 더 비슷하다. 생물 분류 문제는 아직 최종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확실히 미생물이긴 한데, 생물로서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지는 않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할로박테리움 노리센스 - 핵폐기물 감시자

    ‘박테리움’이라는 말이 들어 있으니 박테리아(세균)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이 미생물이 이렇게 불리게 된 것은 할로박테리움 속에 속하는 미생물들이 세균이 아니라 고세균에 속한다는 사실이 유전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 전에 이름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2004년 시추를 통해 얻은 물질에서 아직 학명이 등록되지 않은 소금을 좋아하는 고세균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알트아우스제 호수 지역이 이전 로마제국의 노리쿰지방에 속했던 것을 고려해 할로박테리움 노리센스라고 명명했다.


    헬름홀츠 드레스덴-로젠도르프 센터의 동료들이 2018년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이 미생물에 접근했다. 바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쓰레기 가운데 가장 탐탁치 않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말이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많이 배출했다. 이 폐기물들은 굉장히 위험한 물질로, 유감스럽게도 저절로 사라지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지구상에 남는다. 폐기물은 방사능이 사라질 때까지 몇 만 년에서 몇 백만 년이 걸리므로 되도록 지질활동이 없는 곳, 무엇보다 물이 들어가지 않을 곳에 매립해야 한다. 지하 암염층, 즉 암염돔이 최종 저장소 후보로 여겨진다.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 제어되지 못하고 확산된다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여기서 할로박테리움 노리센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미생물은 암염 속에서도 문제없이 서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기물의 확산도 막을 수 있다. 할로박테리움 노리센스가 방사성 입자와 접촉하면 인산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인삼염은 방사성 원소와 결합하면 몇 분 되지 않아 물에 녹지 않는 광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쓰레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여전히 위험하지만 최소한 물에 녹아 널리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카로미세스 칼스베르겐시스 -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팡이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앞에 두고 곰팡이 생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홉, 물, 맥아로 수천 년간 인류와 함께해온 음료를 만들 때 곰팡이는 필수 재료다. 이 곰팡이는 바로 맥주의 효모다. 맥주의 효모는 다름 아닌 단세포 균류다.


    효모가 한 가지인 것은 아니다. 효모의 종류는 몇 백 가지고 효모 균주는 수천 가지로 나뉘며, 이들 모두가 맥주 양조에 사용되지는 않는다. 주변 온도, 효모가 사용할 수 있는 산소량, 사용되는 효모 세포에 따라 이 미생물은 물과 곡물로부터 알코올이 함유된 시원하고 멋진 음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맥주를 양조할 때 효모는 때로는 위로 올라가 맥주 표면의 진한 거품 속에 부유했고, 때로는 아래로 가라앉았다.


    덴마크 식물학자 에밀 한센은 칼스버그 양조장 실험실에서 효모 세포를 분리 추출해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순수 배양된 균주만 사용하면 더 맛이 좋은 맥주를 양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연해졌다. 이 균주 가운데 하나에 사카로미세스 칼스베르겐시스라는 이름이 불려졌다. 바로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필스나 라거와 같은 고품질 하면발효(세포가 함께 뭉쳐서 이산화탄소와 함께 위쪽으로 올라가는 상면 발효 효모와 달리, 하면발효 효모세포는 무리를 짓지 않고 개별적으로 바닥에 가라앉는다) 맥주 양조에 쓰이는 균주다.


    한센과 칼스버그는 그들이 처음 배양한 효모 균주를 무료로 전 세계 양조장에 보급할 만큼 마음씨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몇 천 년 간 인류를 즐겁게 해준 곰팡이를 알게 된 과정이다.


    튤립 줄무늬 바이러스 - 아름다움과 경제위기를 동시에 불러온

    전염병이 창궐해 세계 도처에서 수백만 명이 사망하면 사회와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바이러스가 있고 그 바이러스가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놀랍다. 바로 1637년 네덜란드의 튤립 줄무늬 바이러스가 그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더 예쁘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단색이 아닌 색깔이 깨져 여러 색을 띠는 튤립은 특히나 인기를 누렸다. 점박이나 줄무늬를 띤 튤립도 있었다.


    특정 종류의 튤립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가장 비싼 튤립의 이름은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구근 하나 값이 암스테르담 도시주택 3채 값과 맞먹을 정도로 뛰었다. 도로시 케일리는 색이 깨지는 원인이 바이러스로 인한 식물 병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튤립 줄무늬 바이러스는 튤립 안에서 색을 만들어내는 특정 유전자가 비활성화되도록 한다. 아무리 아름다울지라도, 그 튤립은 병든 튤립인 것이다.


    병들었기에 번식 능력도 강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못하고 멸종해버리고 말았다. 꽃을 병들게 하는 동시에 몹시 아름답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촉발한 투기의 끝은 씁쓸했다.



    역사를 만들기 위해 몸집이 클 필요는 없다

    파이토프토라 인페스탄스 - 미국 대통령과 아일랜드 독립을 만든 가짜 곰팡이

    오랫동안 사람들은 파이토프토라 인페스탄스가 진균(곰팡이)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것은 곰팡이가 아니고 식물도 동물도 아닌, 조류와 친척인 미생물이다. 무엇보다 감자의 땅속 구근이 썩어 들어가게 만든다. 이 병균은 원래 멕시코 출신인데, 1840년경 유럽으로 유입되었다. 그 이후 몇 년간 유럽 여러 지역의 감자 농사가 크게 흉년이 들었는데, 그중 아일랜드가 가장 직격탄을 맞았다. 감자 농사에 흉년이 들었고. 아일랜드에 심한 기근이 찾아온 것이다.


    대기근을 피해 200만 명 정도가 미국을 비롯한 신대륙으로 이민을 떠났다. 존 F 케네디와 조 바이든의 직계 선조도 있었다. 그러므로 파이토프토라 인페스탄스가 없었다면 이 두 사람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운명이 우리 손에만 달려 있다고 자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우리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며, 언제든 우리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비브리오 팍실리퍼 - 다이너마이트와 노벨상을 만든 미생물

    노벨상의 창시자는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이었다. 하지만 매년 연구자들에게 거액의 상금을 희사할 만큼 노벨을 부자로 만든 것은 미생물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18세기 이래 규조류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단세포 생물은 이산화규소로 이루어진 골격으로 싸여 있는데, 종에 따라 굉장히 다른 그러나 늘 인상적인 모양을 이룬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이들 역시 죽게 된다. 하지만 골격은 그들이 살던 바다나 호수로 가라앉아 그곳에서 세월이 흐르면서 두꺼운 퇴적층을 형성한다. 그런 다음 지질학적 과정을 거쳐 물이 없어지고 나면, 죽은 규조류층이 남는다.


    12만여 년 전 당시 빙하기 한가운데에서 온난기를 거치면서 이곳의 물은 규조류가 매우 풍부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빙기로 돌아와 물이 없어졌으며, 다음 온난기가 시작되자 두꺼운 규조류 퇴적층이 남았다. 규조류의 유해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흙을 ‘규조토’라고 하는데 규조토는 특징은 다공성이다.


    노벨은 니트로그릴세린과 규조토를 혼합하니 걸쭉한 반죽이 되는 것을 보고, 액체 니트로글리세린을 규조토와 섞어 흡수시켜 안정화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결과 다이너마이트가 탄생했다. 규조토를 섞은 폭발물은 훨씬 안전하고 다루기가 쉬웠다. 노벨은 이 발명품에 특허를 받아 전 세계에 유통해 부자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노벨상은 학술 분야 최고의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아주아주 오랜 세월 전에 많은 미세한 조류가 살고 죽었던 덕분이다.


    할로코쿠스 하멜리넨시스 - 35억 년의 시간을 간직한 살아 있는 돌

    지구상의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최초의 생명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고 있다. 바로 돌을 만들었다! 독일의 지질학자는 굉장히 다양한 얇은 층으로 구성된 암석을 발견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라 칭했다. 그리스어로 ‘겹겹이 쌓인 돌’이라는 뜻이다. 정말로 생물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가장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35억년이 넘은 것으로 지구상에 생명이 막 생겨났던 시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세균’은 혼자 있기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함께 모여 ‘생물막’을 형성하는 데 이 막은 몇 밀리미터 두께를 이룰 수 있으며, 박테리아 자체와 이 세균들이 분비하는 점액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생물막은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가장 오래된 화석이다. 생물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구체적 흔적이며, 지구상의 생명이 만들어낸 최초의 알아볼 수 있는 구조들이다. 호주의 샤크만이라는 곳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 암석을 발견했다. 놀라운 점은 이 ‘돌’이 아직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 박테리아들은 그 외딴곳에서 35억 년 전에 했던 일을 여전히 하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매우 드물다. 진화 때문이다. 지구에 더 복잡한 생물이 출현해 생물막을 먹어치워버린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먹힐 염려가 없는 곳에서 주로 발견된다. 염도가 높은 물 속 같은데서 말이다. 1센티만 커지려 해도 거의 30년이 걸리며 1미터가 자라는 데는 3000년이 걸린다.


    잉어 헤르페스 바이러스 - 잉어를 잡는 가장 위험한 방법

    잉어에 의도적으로 헤르페스를 감염시킨다고?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섣달 그믐에 잉어 요리를 주로 해 먹는다. 정원의 연못과 수족관에서는 화려한 비단잉어도 종종 눈에 띈다. 이렇게 잉어가 인기 있다 보니, 사람들은 원래 서식지가 아닌 지역에까지도 잉어를 유입시켰고 생태계를 위협하게 되었다.


    호주에서는 잉어가 정말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호주 정부는 ‘잉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물에 살포해 잉어를 말살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개체군에 감염이 일어나면, 보통 80~100퍼센트가 죽는다. 이런 공격적인 바이러스가 골칫덩이 잉어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현재로서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험이 안 되는 것처럼 보여도,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숙주를 바꾸곤 하는 일은 다반사다. 독감이나 코로나19 팬데믹도 그런 ‘신종 바이러스’로 말미암았다. 어떤 바이러스가 숙주를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바꾸는 것은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극히 드물게 일어나지만 포유류가 어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들도 알려져 있다. 우리 인간은 이미 우리 자신에게 작용하는 바이러스를 상대하는 데에도 질려버렸다. 그러므로 팬데믹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새로운 원천을 만드는 위험은 한사코 피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다른 행성에 거주하게 된다면, 미생물과 함께할 것이 틀림없다

    슈도모나스 시링가에 - 스키장에 하얀 눈을 만드는

    물로 눈을 만들어 스키를 탈 수 있게 하려면, 물을 얼려야 한다. 물론 기온이 낮으면 저절로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추가 조치를 해줘야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식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알려진 박테리아인 슈도모나스 시링가에가 도움을 준다.


    슈도모나스 시링가에의 표면에는 물을 수월하게 얼음으로 변하게 하는 구조들이 있다. 그래서 식물이 이 세균에 감염이 되면 영하로 살짝만 내려가도 냉해를 입는다. 이들이 바람에 높이 실려 대기 중으로 날아가서 공중에서 과냉각 액체 상태인 수증기와 만나면, 이제 수증기는 슈도모나스 시링가에 덕분에 얼어서 미세한 얼음 결정이 된다. 그리고 이런 결정에 점점 더 많은 결정이 달라붙어서 우박 덩어리만큼 커진다. 그러면 눈이나 우박으로 내리기도 한다.


    그렇게 땅에 내려오면 박테리아들은 새로운 서식지에서 다시 증식할 수 있다. 제설시설에 들어가는 물에 이 박테리아를 첨가하면 이들 덕분에 평소에는 눈이 만들어질 수 없는 온도에서도 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눈 유도자가 몇 십 년째 사용되는 중이다. 이것이 주변 동식물과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미생물은 별의 죽음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메타노사르시나 바케리- 대멸종을 불러온 미생물

    우리는 시베리아 트랩을 형성시킨 화산 분출이 2억 5200만 년 전에 일어났다는 걸 알고 있다. 이것은 페름기-트라이아스기의 대멸종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그러나 2014년 미국의 지구물리학자 대니얼 로스먼이 이끄는 학제 간 연구팀은 화산 분출 외에 대멸종을 불러온 진짜 원인이 또 있으니 그것은 바로 메타노사르시나 바케리 같은 고세균의 선조들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미생물은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메탄을 생성할 수 있는 유기체에 속한다. 메탄을 생산할 수 있는 생물은 고세균뿐이다. 고세균은 신진대사를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어디서든 서식할 수 있다. 이들은 2억 5200만여 년 전에 그런 능력을 획득했다.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대사를 통해 이 고세균은 빠르게 증식하며 확산되었고, 결과적으로 지구 대기에 메탄이 많아졌다.


    메타노사르시나는 빠르게 증식하며 메탄 형성에 필요한 탄소를 얻기 위해 해저의 유기 퇴적물을 엄청나게 먹어치웠음에 틀림없다. 그리하여 메탄과 함께 이산화탄소도 많이 방출되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볼 때 이들이 바로 전 세계적 온난화와 대멸종이 일어나기 딱 알맞은 환경 조건을 유발한 것이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 더티 더즌,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

    바이러스는 매혹적인 유기체다. 살아 있다고 인정하든, 하지 않든 그들은 정말 유능하게 전 지구를 정복했다. 면역계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바이러스와 숙주 간의 접촉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러면 전염병이 발생하고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다.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만도 충분히 끔찍하다. 하지만 만약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투입해 팬데믹을 조장한다면, 그건 정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잔인한 일일 것이다.


    넓은 의미의 생물 무기는 수천 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빠른 확산과 높은 치사율로 말미암아 전쟁에 투입하기 ‘좋은’ 열두 가지 치명적인 병원체 목록을 작성했다. ‘더티 더즌(The Dirty Dozen)’이라 불리는 이 병원균에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을 괴롭혀온 전염병과 천연두 같은 질병도 들어 있고 훨씬 더 나중에 발견된 병원체도 들어 있다. 이런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는 1967년에 독일 중부에서 발견되었다.


    제약 회사 베링베르케의 직원들 사이에서 갑자기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1차 감염원은 아프리카산 긴꼬리원숭이로 파악되었다. 원숭이 신장 속의 화학물질로부터 홍역과 소아마비 백신을 얻기 위해 우간다에서 이 원숭이들을 수입해 실험실에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숭이들이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독일로 왔던 듯했다.


    이 바이러스가 베링베르케의 직원들 사이에 확산되었고 치사율은 23퍼센트였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얻은 이 바이러스는 콩고에서는 83퍼센트의 치사율을 기록했고 앙골라에서는 90퍼센트가 사망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팬데믹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련이 이 바이러스를 무기로 투입하는 것을 연구했다는 사실은 자못 불안하다.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것에 관한 한 우리 인간은 유감스럽게도 바이러스보다 더 유능하기 때문이다.


    스트렙토코쿠스 서모필루스 - 범인은 미생물 지문을 남긴다

    우리 몸속 미생물들은 피부, 머리카락, 손톱 아래, 귀 등에 서식한다. 미생물에겐 우리가 걸어 다니는 우주와 다름없는 것이다. 어딘가에 앉을 때마다 우리는 반드시 그곳에 박테리아와 균류를 남기며 전에 앉았던 사람들이 남긴 박테리아와 균류 일부를 자신의 신체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우리는 문고리, 전화, 컴퓨터를 만질 때마다 미생물을 교환한다.


    우리가 자신의 미생물을 온갖 군데에 퍼뜨리며-시간당 1000만 여 개- 각 사람마다 고유한 ‘미생물 지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미생물 법의학’ 연구를 태동시켰다. 이 학문의 목표는 바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을 통해 법인을 밝히려는 것이다. 가령 신발 밑창에서 채취한 시료를 도구로 대상자가 전에 어느 곳을 돌아다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박테리아, 곰팡이, 그 외 다른 미생물을 비교하면 명확한 결론이 난다.


    미생물 법의학은 계속 진보하는 중이다. ‘박테리아 증거’를 법정에 도입하려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생물을 조사하는 것이 지문을 수색하는 것만큼 일반적인 일이 될 날이 멀지 않은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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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