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
 
지은이 : 빌 게이츠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22년 06월




  • 코로나19는 우리의 디지털 미래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포스트 팬데믹’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빌 게이츠는 ‘넥스트 팬데믹’을 이야기합니다. 정부, 과학자, 기업과 개인은 또 다른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봅니다.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


    우리가 코로나에서 배운 것들

    혁신이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1월에는 mRNA(messenger RNA)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가 7월에는 그에 대한 수많은 글을 접하고 그것을 사용한 백신을 맞은 사람이라면, 아이디어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은 순식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훨씬 많이 겪은 과학자들이 인내와 집요함으로 보낸 수년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자금 조달, 현명한 정책, 아이디어를 연구소에서 시장으로 끌어내는 기업가의 사고방식이 있어야 한다. 미국 정부를 비롯한 여러 조직들이 수년 전 mRNA나 바이러스벡터(viral vector)라고 불리는 접근법을 사용한 백신 연구에 투자하지 않았더라면 코로나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전해진 백신은 약 60억 도즈에 이른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상황은 훨씬 더 나빴을 것이다.


    팬데믹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과학적 식견, 새로운 진단 도구, 치료법, 정책, 심지어는 이 모든 것을 전 세계에 전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방법에 관련된 수십 가지 구체적 사례를 만들어냈다. 연구자들은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염이 팬데믹 첫해 동안 본질적으로 멈추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이제 코로나가 인플루엔자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래에 인플루엔자나 다른 질병의 발생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좋은 징조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혁신에 있어서 무시해서는 안 될 사실을 알게 됐다.


    연구를 상업적 제품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인재 대부분은 민간 부문에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방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윤 추구라는 동기는 새로운 제품을 빨리 만들게 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인일 때가 많다. 한편 중요한 혁신으로 이어지는 기초 연구에 투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성할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하고, 시장과 인센티브 즉, 미국이 신속한 코로나 백신 개발, 배포, 접종 사업인 워프스피드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백신 연구를 가속시켰던 방식을 창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시장이 생명을 구하는 도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구할 능력이 없을 때라면, 정부, 비영리단체 재단이 민간 부문과 일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음으로써 그 격차를 좁히는 일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에 대한 세계의 대처는 역사상 다른 어떤 질병의 대처보다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작고한 교육자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이 말했듯 ‘상황은 나아지면서 동시에 나빠질 수 있다.’ 나아진 쪽이라면 나는 세계가 기록적인 시간 안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꼽겠다. 나빠진 쪽이라면 가난한 나라에서는 백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나 적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나쁜 쪽에 들어갈 또 다른 항목이 있다. 전 세계가 팬데믹에 대한 대비나 팬데믹을 막기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화재, 자연재해, 전쟁과 같이 상해나 사망을 유발하는 사건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고 있다. 위험을 파악하고, 필요한 자원과 도구를 마련하는 전문가를 두고 비상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연습한다. 군은 전투 준비를 확실히 하기 위해 대규모 훈련을 한다. 공항은 비상시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습을 한다. 도시, 주, 연방 정부는 자연 재해에 대비한 연습도 한다. 학생들도 소방 훈련을 받는다. 미국에 사는 학생들은 사람들이 많은 행사장이나 쇼핑몰 등에서 살인을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총기를 사용하는 범죄자인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에 대응하는 훈련도 받는다. 하지만 팬데믹에 있어서는 이런 준비가 사실상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새로운 질병에 대한 경고를 수십 년에 걸쳐 들어왔으면서도 세상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화재, 태풍, 다른 인간의 공격에 대비하는 데에는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가장 작은 적의 공격에는 진지한 대응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질병에 대해서 조기에 질병을 확인할 방법, 대응 방법,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이다. 세계는 팬데믹에 대응하는 데에 필요한 도구나 팬데믹에 대한 적절한 대비에 전혀 투자하고 있지 않다. 그런 대비를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어떻게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할 것인가

    불은 전 세계로 번지지 않는다. 하지만 질병은 전 세계로 번진다. 팬데믹은 한 건물에서 시작되어 몇 주 만에 전 세계의 모든 나라를 불태우는 화재나 다름없다. 따라서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소방서에 준하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팬데믹을 예방하는 일을 하는 정규 전문가 조직이 필요하다. 이 조직은 아웃브레이크의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하면 경보를 발령하며, 억제에 도움을 주고, 확진자 수를 비롯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이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책 권고를 표준화하고, 새로운 도구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전 세계의 역량을 평가하고, 교육을 실시하며, 시스템 내의 약점을 찾기 위한 훈련을 해야 한다. 나아가 전 세계에 걸쳐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전문가와 시스템을 조직화시켜야 한다. 이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력을 적절히 공급하는 등 부유한 국가 정보들의 적극적인 헌신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도출하기도 어렵겠지만 적절한 수준의 자금 조달도 힘든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애들에 대해 알면서도 나는 이런 팀을 마련하는 것이 전 세계가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란 생각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대규모 아웃브레이크에 대처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많은 조직들이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가장 잘 알려진 단체로 국제유행경보대응네트워크(Global Outbreak Alert and Response Network, GOARN)가 있다. 지역과 국가의 대응팀은 인력도 자금도 부족하며 어떤 단체도 국제 사회로부터 세계적인 통합 작업을 위한 지시를 받지 않는다. 그런 종류의 권한을 가진 유일한 조직인 WHO조차 자금이 넉넉지 않고, 팬데믹 전담 인력이 거의 없으며, 많은 부분을 자원봉사단체인 GOARN에 의존한다. 아웃브레이크를 감지하고 대응하며 팬데믹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만한 규모와 활동 범위, 필요한 자원과 권한을 가진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웃브레이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란 어떤 것일지 차례대로 생각해보자. 우선 환자는 병원에 가야하고, 그곳의 의료종사자들은 적절한 진단을 해야 한다. 적절한 보고체계를 따라 사례가 전해져야 하며 분석가는 비슷한 의심 증상이나 검사 결과를 보이는 이례적인 환자군을 식별해야 한다. 미생물학자는 병원체의 샘플을 받아 이전에 본 것인지 판단한다. 유전학자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을 합친 말로 생물이 갖고 있는 모든 유전정보를 뜻하는 유전체, 즉 게놈(genome) 지도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전염병학자는 전염성이 얼마나 강하고 심각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지자체의 리더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고 공유해야 한다. 격리를 강제해야 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진단 검사, 치료제, 백신을 만드는 일에 즉시 돌입해야 한다.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지 않을 때 훈련을 하는 것처럼 이들 팀도 연습을 통해서 시스템의 약점을 찾고 고쳐야 한다.


    모니터링-대응 시스템에 필요한 ‘요소’들은 모두 존재한다. 나는 이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을 여럿 만나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 팬데믹을 막기 위해 애쓰는 똑똑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없어서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런 똑똑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 세계가 미리 준비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필요한 모든 분야의 상근 전문가들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와 권한을 갖고 있으며, 팬데믹 예방이라는 소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동시에 자금이 넉넉한 세계적 조직이다. 나는 그것을 GERM(Global Epidemic Response and Mobilization), 글로벌전염병대응·동원팀이라고 부른다.


    GERM은 세계를 아우르는 강력한 긴급상황실이 되어야 한다. 긴급상황실이 소아마비와 같은 엔데믹 질병과 싸우는 한편 새로운 질병이 나타났을 때 초점을 전환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GERM 역시 초점에 따른 이중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질병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지만 팬데믹의 위협이 없을 때라면 소아마비, 말라리아, 기타 전염성 질병의 퇴치를 도우면서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


    GERM의 업무 내역에 빠져 있는 활동이 있다. 바로 환자 치료다. 이는 의도적인 것이다. GERM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응급의료전문가들을 대신할 필요가 없다. GERM 직원의 일은 질병 모니터링, 컴퓨터 모델링, 기타 기능을 통해 의료진의 업무를 조정하고 보완하는 것이므로, 환자를 돌볼 책임이 없다. GERM은 적절한 모니터링 및 대응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질병 모니터링, 즉각적인 대응 조정, 연구 의제에 대한 자문, 약점을 찾기 위한 시스템 테스트 등 팬데믹 예방의 모든 측면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피나는 도전들

    초기에는 코로나에 대한 소문과 오정보가 병 그 자체보다 빨리 퍼지는 것 같았다. 2020년 2월, 코로나 팬데믹이 선언되기 한 달 전 WHO는 이미 병을 치료 혹은 예방한다는 다양한 물질에 대한 잘못된 주장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WHO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에피데믹과만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포데믹(infodemic)과도 싸우고 있다.”


    여기서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논란 혹은 사건과 관련하여 입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들이 입소문으로 전해진, 현대 의학보다는 민간요법에 가까운 치료법에 끌리는 이유도 알 것 같다. 무섭고 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으며 휴대전화를 통해 매일 혹은 매 시간 최신의 무서운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상황에서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즉각적인 해법을 찾으려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치료의 필요성을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이 없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집 안의 약 상자나 주방 선반에 이미 대안이 있을 때라면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이 쉬운 치료법에 헛된 희망을 품고 매달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마도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죽음을 막을 방법을 찾으면서부터 그런 식의 희망을 가져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학적인 오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이다. 정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멀리 이동할 수 있어서 그릇된 정보를 믿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확인되자마자 많은 연구자들이 치료제의 성배, 즉 값싸고 투약이 쉽고 여러 변종에 효과가 있으며 중증이 되기 전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찾기 시작했다. 2021년 말, 이런 노력 중 몇 가지가 성과를 냈다. 이상적이라고 할 만큼 빠른 시기는 아니었으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점이었다. 2021년 말 이러한 발표가 나올 때쯤에는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한 번 이상의 예방접종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사실은 코로나나 다른 모든 아웃브레이크에서 치료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백신을 주인공으로, 치료제를 건너뛰어도 그만인 단역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 팬데믹의 진행 과정을 생각해보라. 다음 팬데믹이 선언되었다고 가정하면, 100일 안에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구 대부분에게 백신이 보급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보호를 위해 2회 혹은 그 이상의 접종이 필요한 경우라면 특히 더 그렇다. 해당 병원체가 유난히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적이라면, 치료제가 없어 수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백신이 존재해도 좋은 치료제는 여전히 필요하다. 코로나를 겪으며 경험했듯이 백신이 있다 해도 모든 사람이 접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또 백신이 돌파 감염을 완전히 막지 않는 한, 예방접종을 하고도 병을 앓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백신으로 막을 수 없는 변종이 나타난다면, 백신이 수정될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약학적 개입과 함께 치료제가 있어야 병원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병원의 수용력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환자가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다.


    좋은 치료제가 있다면 중증과 사망의 위험이 감소할 것이고, 이를 통해 각국이 학교와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교육과 경제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검사와 치료를 연계하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면 사람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코로나로 의심되는 초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 세계의 모든 약국이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양성인 경우 집에서 복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받아올 수 있게 된다. 이때 공급이 부족하다면 심각한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들이 우선권을 갖게 될 것이다.


    다음의 대규모 아웃브레이크 때는 코로나 때보다 더 나은 치료 방법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열쇠는 약물 배합에 대한 대규모 자료실이다. 자료실을 통해서 기존 치료제들이 새로운 병원체에 대항할 수 있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이런 자료실이 있기는 하지만 더 많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 업계, 최신의 소프트웨어 도구들을 한데 모으기 위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발전으로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병원체들의 약점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병원체가 등장했을 때도 이런 약점 확인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기술을 통해 병원체의 약점을 공략하는 새로운 화합물을 탐색하는 연구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금이 적절하게 지원된다면 표적이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자마자, 에피데믹으로 악화되기 전에 여러 연구자들이 유망한 새 화합물들의 1상 실험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치료제가 우리를 코로나로부터 구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고 미래의 아웃브레이크가 의료 시스템을 마비시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세계 각국이 연구와 시스템에 더 많이 투자해서 치료제를 훨씬 더 빠르게 찾고, 어디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전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우리가 다시 아웃브레이크에 직면했을 때 혼란을 최소화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를 마지막 팬데믹으로 만드는 액션 플랜

    코로나로부터 얻은 많은 교훈 중 하나는 우리 모두가 질병의 진행을 예측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바이러스는 많은 예상을 깨고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앞을 내다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질병과 그 변종들에 대해서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2022년 여름이면 세계가 팬데믹의 심각한 국면에서 벗어나리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이 실현된다고 해도 코로나는 십중팔구 엔데믹이 될 것이다.


    중·저소득 국가는 여전히 진단기기와 치료제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세계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영향을 줄 두 가지 핵심 질문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첫째, 면역이 얼마나 형성되는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런 면역 결정요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수록 치사율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둘째, 코로나의 장기적인 영향은 어떤 것인가? 일련의 증상에 대해 많이 알수록 의사들이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테고, 공중보건 관리들은 해당 질병이 전 세계에 걸쳐서 어떤 부담을 유발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더 쉽게 전파되거나,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거나, 이전의 변종들보다 면역을 더 잘 피하는 위험한 변종이 출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백신과 자연면역으로 그런 변종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세계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위협이 진화할 경우에 대비해 각국 정부, 학계, 민간 부문이 코로나로 인한 최악의 영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새로운 도구 혹은 개선된 도구를 만드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코로나의 특성이 장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감안한 전략을 사용해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코로나의 새로운 물결이 얼마나 넓은 범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방접종을 했는지 혹은 감염됐는지에 좌우된다. 보건 관리들은 데이터에 따라 해당 영역에서 가장 효과적일 만한 전략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의 영향 범위에 대한 더 나은 정보를 얻으려 노력해야 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코로나 데이터가 한정된 수의 임상시험과 의료진이나 헌혈자와 같은 특정 인구에 대해 실시한, 얼마 안 되는 설문조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질병 감시가 진행돼야 각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앞당기면서도 비약학적 개입을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중요한 식견을 얻을 수 있다.


    기후변화와 생물학 테러 공격의 가능성을 포함한 팬데믹은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다행히 이 두 가지 모두 10년 안에 큰 진전을 이룰 기회가 있다. 기후 변화의 경우, 다음 10년 동안 그린테크를 개발하고 적절한 금전적 유인책을 마련하고 적절한 공공정책을 만든다면, 우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0으로 가는 궤도에 오를 것이다.


    팬데믹에 있어서는 전망이 더 밝다. 다음 10년 동안 각국 정부가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증거 기반의 정책을 채택한다면, 우리는 아웃브레이크가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도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대비에 필요한 돈은 기후 재앙을 피하는 데 필요한 돈보다 훨씬 적다.


    이런 것이 너무 먼 일처럼 보이는가? 팬데믹의 진행에 영향을 줄 능력이 전혀 없다고 느껴지는가? 불가사의한 새로운 질병의 가능성에 공포감은 물론 좌절감까지 드는가? 하지만 우리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 팬데믹의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필요한 경우 과학을 기반으로 한 현명한 결정을 내릴 리더를 뽑아야 한다.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 거리두기 등 그들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 가능하다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 넘쳐나는 오정보와 고의로 유포한 허위정보인 역정보(disinformation)를 걸러내야 한다. 공중보건에 대한 정보는 WHO나 미국의 CDC, 그에 대응하는 각국의 기관처럼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얻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세상이 잊게 놔두지 말아야 한다. 팬데믹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황 상태와 도외시하는 상태를 계속 반복하는, 한동안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취급했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일상을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열망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 되돌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팬데믹에 대한 안일한 태도로는 절대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는 실수에서 배움을 얻고 이런 재난을 다시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을 시작할 기회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꿈을 꿀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의 기회를 누리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꿈을 말이다. 안주(complacency)의 반대는 두려움이 아니다.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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