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지은이 : 비카스 샤(역:임경은)
출판사 : 인플루엔셜
출판일 : 2021년 08월




  • 이 책은 역사학자부터 예술가, 노벨상 수상자, 기업가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오늘의 세계를 움직인 이들의 다채로운 생각이 담긴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폭넓게 조망한다.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오늘날의 문제들을 되짚어보는 한편,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삶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식견을 전한다.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정체성: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

    정체성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흔한 소재 중 하나는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한 것, 즉 ‘직업’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늘 재미있다고 생각해왔다. 누군가가 “본인 소개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 상대방은 대부분 “사업을 합니다” 또는 “변호사입니다”라는 식으로 직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첫 사업에 실패한 이후 문득 직업을 기준으로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는 직업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서 훨씬 더 다양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직업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배우이자 사회활동가인 로즈 맥고완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그는 명함에 적힌 직업보다 자신이 스스로 열정을 쏟는 활동이 자신을 더 잘 규정해준다고 말했다.


    로즈 맥고완: 언젠가 저는 명함에 적힌 직업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실제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규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과 열정을 쏟는 활동이 있다면 그러한 일도 직업만큼이나, 어쩌면 직업보다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두 가지 일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그 밖의’ 활동은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취미 내지 ‘쓸모없는 재능’으로 치부됩니다. 실제로는 그러한 재능이야말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죠.


    제 경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저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사회 발전에 힘을 보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4년 전 미투(#Me Too)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바로 이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미투 운동은 우리가 사고 구조 전체를 바꿈으로써 반복되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시험대였죠. 미투 운동은 문화적 ‘초기화’ 내지 ‘재설정’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삶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행복’이다. 정말 많은 사람이 삶의 의미와 목표를 행복에서 찾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걸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도 할 수 있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쓴 조던 피터슨에게 “어떤 인생을 살아야 잘 살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던 피터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만일 이 세상의 문제들, 즉 자신과 가족을 비롯해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요. 누구나 주변에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거나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보면 심적으로 동요되기 마련입니다. 인간으로서 피하기 어려운 이러한 도덕적 부담을 덜어낼 유일한 방법은 그 문제에 맞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어렵고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란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행동을 할 때야말로 우리는 내면의 힘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은 헛된 바람입니다. 삶이란 본래 불안, 고통, 실망, 상처를 주는 복잡한 것이거든요. 만일 누군가와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속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한다면, 그 사람이 매일매일 얼마나 많은 문제와 씨름하며 힘들어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비교적 큰 걱정거리 없이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가 아는 한 흔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충동적인 만족감과 ‘행복’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생각은 그다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인생이 실망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건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가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정체성과 관련해 커다란 변화를 예고했다. 인간이 우주에서 가장 우월한 생명체로서의 지위를 넘어서 신의 위치로 올라서려 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기술의 발전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시각을 들려주었다.


    유발 하라리: “장차 인간은 기술을 사용해 신의 영역으로 간주했던 능력들을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비유법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조만간 인간은 각자 취향대로 생명체를 설계해서 창조하고, 머릿속과 직접 연결된 가상현실을 넘나들고, 수명을 과감히 연장하고, 원하는 대로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개조할 것입니다. 그간의 역사에서 수많은 경제적·사회적·정치적 혁명이 일어났지만 오직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죠. 바로 인간입니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로마 제국이나 고대 이집트의 조상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거의 변화를 겪지 않았죠.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 자체가 급진적인 혁명을 겪게 될 거예요. 인간의 육체와 정신도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의해 변화될 겁니다. 육체와 정신이 21세기 경제를 대표하는 상품이 될 수도 있어요.


    대개 미래라고 하면 우리와 생김새가 같은 사람들이 레이저건, 지능형 로봇,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우주선 등 지금보다 더 발전한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세상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미래 기술의 혁신적인 잠재력은 우리 몸과 마음을 포함한 호모 사피엔스 자체의 탈바꿈에서 나타날 거예요. 미래의 가장 신기한 기술은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선에 타고 있는 생명체가 될 거란 의미입니다.”



    문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

    훌륭한 글의 조건은 무엇인가

    어떤 이야기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이야기는 우리의 내면을 한층 성숙하게 해주고 외연을 확장해주지만, 역시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에 끌리는 걸까?


    “열 명의 삶을 살다 간 사람”이라고 표현할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마야 안젤루는 유년기에서 사춘기까지 13년 동안의 삶을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라는 자서전에 담았다. 그녀가 2014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나는 그녀로부터 좋은 이야기와 훌륭한 글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마야 안젤루: “훌륭한 글의 조건이요? 그건 바로 ‘진실성’입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글은 별 쓸모가 없어요. 진실이 담긴 이야기는, 그러니까 인간과 삶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하는 이야기는 백인 노인, 아시아계 여성, 농장 주인까지 모두 ‘그래,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자서전은 매우 매력적인 문학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알기로 모든 소설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이 사랑에 관한 것이든, 모험에 관한 것이든 상관없이 모든 소설은 결국 인생의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이야기하자 얀 마텔은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글의 조건에 대해 들려주었다.


    얀 마텔: “훌륭한 글에는 어느 시대에 열어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여행 가방이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일리아드》는 거의 3,000년이 지났는데도 그 절절한 비극적 요소로 인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잖아요. 인생의 비극, 아이러니에 담긴 진실은 시간을 초월해 모두에게 감동을 주니까요.


    그런데 여행 가방에 감동의 여운만 담기는 건 아닙니다. 훌륭한 글은 지적인 충만감도 함께 안겨줍니다. 그래서 독자의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감동의 여운과 지적인 통찰, 바로 이 두 가지가 훌륭하게 결합한 이야기는 시대가 달라져도 신선함을 잃지 않으면서 계속 전해질 수 있습니다.”


    어떤 글을 훌륭하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 문학의 거장답게 간결하면서도 통찰이 담긴 의견을 들려준 마야 안젤루와 얀 마텔에게 “글을 쓸 때 윤리적 혹은 도덕적 책임감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물었다.


    마야 안젤루: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책임감은 필요하죠.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해 도덕적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작가들도 세계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고대 로마의 극작가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페르는 “나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나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백과사전에 기록된 설명에 따르면, 그는 아프리카 노예 출신으로 로마 원로원의 한 의원에게 팔려갔다가 나중에 그 의원 덕분에 해방되었다고 합니다. 로마의 평범한 시민이 되는 것조차 꿈꾸지 못했던 그가 마침내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극작가 중 한 명이 된 거죠. 그의 명언과 일부 희곡은 기원전 154년부터 전해져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마야 안젤루가 도덕적 책임을 강조한 반면에 얀 마텔은 “훌륭한 문학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도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생에는 도덕적이지 않은 진실도 있으며,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지 도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얀 마텔: 예술은 일종의 목격자로서 선한 것과 악한 것을 모두 봅니다. 선한 사람만이 선한 작품을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좋은 책이 반드시 행복한 결말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하는 법도 없고요. 요즘 팝 음악 가사는 속물적이고 선정적이지만,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지요. 때로는 그런 음악이 사람들 마음을 울리니까요.


    확실한 건 글쓰기에는 엄청난 수고가 필요하단 겁니다. 글쓰기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에요. 그런 만큼 삶의 진실을 부정하기 위해 힘들여 글을 쓰는 작가는 없을 겁니다. 저는 문학적 허무주의를 믿지 않습니다. 진짜 허무주의자라면 아예 글을 쓰지 않겠죠. 저는 문학 작품에서의 도덕성은 오히려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기 위해 작가가 선택하는 일종의 ‘딜레마’에 가깝다고 봅니다.



    차별: 타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

    장애는 왜 차별의 대상이 되었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배려와 존중을 한답시고 공공연하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말과 행동들이 범람하고 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필립 크레이븐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필립 크레이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강제적인 법규의 실행 같은 방법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물론 때로는 법규가 필요하긴 해요. 가령 장애인들은 주차 공간이 넓어야 휠체어에서 자동차 앞 좌석으로 올라탈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특정 신념이나 행동 방식을 강요하는 대신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것입니다.


    필립 크레이븐은 “장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필립 크레이븐: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지금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여러분과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이 그동안 어떻게 행동했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들의 도움이 있더라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려는 결단력도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방해한다면 필사적으로 싸우십시오. 인생은 싸움이고 투쟁이기에 그들에게 당당히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문법과 관습법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동체에서 살고 있지만, 삶은 근본적으로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자유를 개척하기 바랍니다.


    시민운동은 차별에 어떻게 맞서고 있는가

    국제자선단체 인플레이스오브워와 함께 활동하면서 나는 전 세계에서 억압, 소외, 차별에 맞서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도구는 ‘시민운동’과 ‘시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는 분명 우리 사회에 많은 폐단을 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기술 발전 덕분에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 것이다.


    주로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영향을 주제로 글을 쓰는 미국의 저술가 L.A.카우프만에게 “시민운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L.A.카우프만: 시민운동은 언제나 정부, 특히 다수가 아닌 소수만을 대표하는 정부에 시정을 요구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기존 체제가 국민의 권리를 훼손하거나 무관심하면 시민들은 행동주의를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거나 가진 것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진화심리학자이며 유튜브에서 <사드 트루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개드 사드에게 “투쟁할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진실을 수호해야 할 의무’에 관해 이야기했다.


    개드 사드: 저는 성격상 헛소리를 듣고만 있거나 진실에 대한 공격을 무덤덤하게 참아내지 못합니다. 진실에 대한 공격은 그저 불편하고 기분 나쁜 경험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잠자리에서 오늘 하루를 돌아볼 때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음에도 겁이 나서 하지 못한 일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할 수 있어야 두발 뻗고 잘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 목표를 아주 높게 잡아야 합니다.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들 모두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진실을 지키기 위해 행동했다는 걸 알 수 있죠. 우리가 진실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서지 않으면 그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들 테고, 우리는 결국 패배하게 될 겁니다.


    “다음 세대의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L.A.카우프만은 “필요한 변화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시민운동이나 시위를 하려거든 ‘지성’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아이 웨이웨이는 다음 세대의 활동가들에게 이런 조언을 남겼다.


    아이 웨이웨이: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고, 다음 세대는 완전히 다른 시험대에 오를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우리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이 없다면, ‘자유’라는 단어는 공허해지고 우리의 삶도 무가치해질 것입니다.”



    민주주의: 2,500년간의 권력 실험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조언

    민주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세계는 2,500년 넘게 민주주의를 실험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인류 문명이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야말로 권력의 관리와 분배 방식에 있어서 다수의 합의에 도달한 최초의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세계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양적인 위기가 아니라 질적인 위기이다. 사법적 정당성을 의심받는 선거 절차, 국가를 전쟁으로 몰고 가는 증거 조작 등 이러한 위기를 보여주는 예는 무수히 많다.


    지금 우리 세계에는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서 현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자의 탈을 쓴 권위주의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러시아의 정치활동가 가리 카스파로프에게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가리 카스파로프: 정치에 관심을 두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여기에는 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이 컸지요. 민주주의는 언제까지나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자유가 소멸하는 데는 한 세대 이상 걸리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우리가 알아서 돌아가겠거니 믿고 있는 동안 결국 민주주의는 크게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입법·행정·사법의 권력분립 등 전통적인 민주주의 원리들이 위험에 처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퇴보가 재발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해결책은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몇 달 만에 그의 무능함으로 인해 전 세계에 퍼져 나갔던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떠올려보세요. 포퓰리즘의 부상에 맞서 싸우게끔 유권자들을 일깨운 것도 그러한 혼란들이었을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집권 정부의 무능함을 꼬집고 노골적으로 비웃었지만, 이미 드러난 것처럼 그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하기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국민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지성적 토론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센테 폭스 케사다는 국민의 정치 참여와 더불어 창조적 혁신을 강조했다.


    비센테 폭스 케사다: 제대로 작동하는 정부를 만들려면 국민이 정치에 깊이 관여해야 합니다. 또 혁신적이어야 합니다. 기존의 개념이나 사고방식을 의심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민주주의 구조는 새롭게 재편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을 말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오늘날 공공 분야에는 속임수와 거짓말이 난무합니다. 우리는 솔직하고 헌신적이며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진실이 통하는 세계, 정당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세계를 다 같이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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