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문답법
 
지은이 : 피터 버고지언 외(역:홍한결)
출판사 : 윌북
출판일 : 2021년 09월




  •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지혜로 가득한 이 책은 싸우지 않고 품격 있게 상대를 움직이고, 모든 불통의 상황을 타파하는 마법의 대화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한다. 일상 속 갈등부터 사회적 공공 담론까지, 두 저자가 오랜 시간 길어 올린 대화의 내공과 통찰을 들여다보자. 이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은 누구와도 ‘어른의 대화’를 할 수 있다.


    어른의 문답법


    기본: 품격 있는 대화의 일곱 가지 원리

    모든 건 기본에 달려 있다. 복잡하고 화려한 발레 동작도 발레의 기본 기술 위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전문 기술은 탄탄한 기본에서 비롯된다. 원활한 대화 역시 하나의 기술이다. 이 또한 지식과 연습이 필요한 일이기에, 일단 기본 원리부터 배워야 한다. 기본이 몸에 익으면 나중에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능력이 발휘된다. 하지만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계속 대화가 틀어지고, 결국 관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


    예의 있는 대화의 기본은 한마디로, 상대를 적이 아니라 협력 상대로 보는 자세다. 견해차가 큰 대화를 할 때 특히 중요한 점이다. 그러려면 내 목표를 알고 상대의 의도를 너그럽게 해석해야 한다. 또 상대의 말을 들으며 메시지 전달이 아닌 양방향 대화를 해야 한다. 원활한 양방향 대화의 첫걸음은 듣는 법 배우기다. 머릿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타이밍을 잘 판단해 대화를 품위 있게 끝내야 한다.


    이 장에 소개된 기본 원리만 숙달해도, 앞으로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대화가 훨씬 더 바람직하게 흘러갈 것이다.


    #1 목표 인식하기

    대화의 목표에는 다음의 유형이 있다.


    *서로 이해하기: 의견 일치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견해를 이해하려 하는 경우

    *서로 배우기: 상대방이 어떻게 그러한 결론에 이르렀는지 알아보기 위한 경우

    *진실 찾기: 힘을 합쳐 진실을 모색하거나 착각을 바로잡으려 하는 경우

    *개입: 상대방의 믿음이나 믿음 형성 방법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경우

    *감탄시키기: 상대 또는 제삼자의 감탄을 유발하고자 하는 경우

    *강요에 굴복: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대화에 응하는 경우


    #2 협력 관계 조성하기

    안전하고 신뢰감 있는 소통 환경을 만드는 방법은 전혀 어렵지 않다. 한마디로, 서로 ‘대화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화를 협력 작업으로 인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대화를 예의 있게 풀어나가면서 인간관계를 망가뜨리지 않고 돈독히 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3 라포르 형성하기

    라포르는 친근감이라 할 수 있다. 라포르는 대립을 피하고 친목을 지향하는 담소를 나눌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대화를 협력 관계로 보는 자세만 갖추어도 큰 효과가 있지만, 거기에 친근한 분위기까지 보탠다면 더더욱 바람직한 대화가 된다.


    #4 상대방의 말 듣기

    사람은 누가 자기 말을 들어줄 때 큰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진정성 있게 남의 말을 들어주면 엄청난 보상이 따른다. 듣지 않으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듣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어서 연습이 필요하다.


    #5 내 안의 메신저 잠재우기

    충분히 설득력 있게 주장을 편 것 같은데, 상대방이 바로 반박하고 나설 때가 있다. 발신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수신자가 수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설교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효과적인 대화법을 연구한 여러 문헌에 따르면, ‘메시지 전달’은 통하지 않는다. 대화란 주고받는 것인데, 메시지는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다.


    #6 상대방의 의도 파악하기

    상대방이 품은 의도와 동기는 내 짐작보다 좋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가 나쁜 의도를 가졌다고 짐작하면 대화는 숨 막히게 답답해진다. 그 순간 협력은 중단되고, 대화를 통해 진실에 도달할 가망은 희박해진다. 상대방의 의도를 꼭 추측해야겠다면, 하나만 하자. 상대방의 의도는 내 생각보다 더 좋으리라는 추측이다. 사람은 알면서도 나쁜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상대방이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추측하자.


    #7 대화를 끝낼 시점 판단하기

    대화하다 보면, 쓸 수 있는 수단이 동날 때가 있다. 더 할 말이 없을 수도 있고 대화가 뱅뱅 도는 기분일 수도 있으며, 교착점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이럴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대화를 수습하거나 추슬러서 계속 이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그냥 원만하게 헤어지는 편이 가장 낫다.


    지금까지 예의 있게 원활히 대화하는 데 필요한 기본 원리를 알아보았다. 다음 장에 소개하는 기법의 활용에 나서기 전에 이 장의 내용을 실제로 연습해보길 강력히 권한다. 기본 원리를 잘 숙달할수록 고급 기법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대화할 기회를 일부러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 직장 동료, 계산대 직원, 음식점 종업원, 룸메이트, 친구, 가족 등 일상생활에서 누구를 만나든 모두 좋은 기회가 된다. 편하게 일상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를 기다리면 된다.


    누구와의 대화이건 더 친절하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연습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좋은 대화 파트너가 되는 것은 인간관계에도 유익하기 마련이다. 지금 시작하자.



    초급: 생각의 변화를 이끄는 아홉 가지 방법

    #1 본보기 보이기

    내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행동이 있다면, 내가 먼저 본보기를 보이자.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해주길 원하면,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하자. 조용히 들어주길 원하면, 나부터 조용히 듣자. 언성을 높이길 원하면, 내가 언성을 높이자.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길 원하면, 내가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자. 내 말에 귀 기울여주기기를 원하면, 나부터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자. 말로는 쉬워도 실천하긴 어렵다. 하지만 꼭 지켜야 할 원칙이기도 하다. 특히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더욱 그렇다.


    #2 용어 정의하기

    얼핏 보면 내용을 놓고 벌어지는 듯한 논쟁도, 사실은 용어의 의미를 놓고 의견이 달라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화 중 문득 사전을 찾아보고 싶어진다면 그런 상황에 휘말렸다는 신호일 수 있다. 참고로 용어의 의미를 판정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는 일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데, 같은 용어도 사람마다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고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3 질문하기

    “예” 또는 “아니요”로 답하는 단답형 질문보다는 상대방이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하자. 인질 협상 전문가인 크리스 보스는 열린 질문 중에서도 이른바 ‘교정 질문’을 추천한다. 교정 질문은 ‘어떻게’나 ‘무엇’이 들어가는 질문이다. “예”나 “아니요”로 대답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이것 괜찮은가요?”라고 묻는 대신, “이것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것이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어떻게’나 ‘무엇’이라는 의문사를 넣어 질문하자.


    #4 극단주의자와 선 긋기

    우리 편의 극단주의자와 분명히 선을 긋는다면, 내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다. 상대방은 나를 보며 ‘다른 편 사람이긴 해도 그쪽의 터무니없는 문제를 인지하고 반대하는구나. 광신자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내가 나의 ‘도덕적 부족(moral tribe)’과 분리되는 동시에 상대방과 나의 중요한 공통점이 드러나면서 도덕적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5 소셜미디어 신중하게 이용하기

    우리 두 저자는 소셜미디어에서 실수를 숱하게 했다. 소셜미디어에 도발적 질문을 올리고 예의 있는 논의를 기대하는 건 순진함을 넘어 아둔한 짓이다. 우리 둘도 그랬음을 고백한다. ‘도발’과 ‘예의’는 소셜미디어 세계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도발’을 벌인 결과 의도했던 목적(사람들에게 더 깊이 따져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전제를 의심해보게 만드는 것)을 이루지 못한 것은 물론, 정반대의 역효과만 일어났다. 우리는 완전히 ‘꼴통’으로 취급받았다.


    #6 기여 요인 논하기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라는 하버드대학의 협상 기술 연구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탓하기’보다 훨씬 효과적인 대화 방법이 있다. 상대방을 탓하는 대신 ‘기여 요인’을 함께 찾아보자고 독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로 협력하여 사태를 더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노력함으로써, 문제의 모든 측면을 두루 다루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7 인식 원리에 주목하기

    우리가 대화할 때 굉장히 흔히 하는 실수가 있는데, 알게 된 과정보다 결과에 주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무엇을’ 안다고 주장하는지(믿음이나 결론)에 주목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추론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찰스는 낙태가 살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찰스의 그런 믿음 자체를 놓고 논쟁하거나 동의하거나 하기 쉽다. 그러고 싶은 유혹을 떨치자. 그 대신 이렇게 자문해보자. ‘찰스는 어떻게 해서 그리 믿게 됐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찰스에게 본인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교정 질문 형태로 묻는다. “낙태가 살인이라는 걸 어떻게 알게 됐어?” 하고 물으면 된다.


    #8 배우기

    누구나 이념가가 될 때가 있다. 배움을 거부할 때가 있다. 누구나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어떤 대화에서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가진 비장의 카드다. 그 카드를 활용하면 거의 실패 없이, 주제가 무엇이건 훈훈하고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상대방과 함께 진실을 모색하는 작업이 여의치 않고 상대방의 사고에 개입할 방법이 없으며 예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면,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전환하면 된다.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그럼으로써 상대방의 사고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배우는 모드를 활용하면 거의 모든 대화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 무언가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화를 좋게 끝낼 수 있다.


    #9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 / 화내기 / 상대의 말 끊기 / 조롱하거나 탓하기 / 비웃기 / 상대방의 견해를 제대로 이해하기 못하고 비판하기 / 자신의 진짜 생각을 속이기 /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기 / 모르는데 ‘모른다’고 말하기 않기 / 상대방의 문법 실수 지적하기(짜증을 유발하는 행동이다.) / 대화를 강압적으로 요구하기 / 대화 중에 휴대전화 보기 / 자랑하기 / 대화 중단을 거부함으로써 관계 악화를 초개하는 행동



    중급: 상대의 마음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

    이 장에서 배울 것은 개입 기법이다. 상대방의 인지에 개입해 믿음을 수정하도록 이끄는 전략을 배운다. 그중엔 내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상대방이 설령 혐오스러운 믿음을 갖고 있다 해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한다. 또 상대방이 부담 없이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해주려면, 나만이 옳다는 생각이나 으스대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야 한다. 상대방이 옳을 때 내 생각을 기꺼이 바꿀 수 있으려면, 자존심도 잠깐 내려놓아야 한다.


    이 장에서 소개하는 기법 가운데는 지적인 기교가 필요한 것도 있다. 그중 가장 간단한 기법은 숫자 척도를 이용해 개입 성과를 수치로 나타내보는 것이다. 숫자는 쟁점을 명확히 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의 믿음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인위적이거나 조작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기법을 잘 활용하려면 세련된 기교가 필요하다.


    #1 친구가 잘못 알고 있게 놔두기

    누군가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간단하다. 상대방이 잘못 알고 있게 놔두자. 특히 친구 사이면 더더욱 그렇게 하자. 고쳐주거나 따지고 싶어도 그냥 가만 놔두자. 사실 나와 친구가 둘 다 조금씩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 ‘상대방이 잘못 알고 있게 놔둔다’는 정신은 언뜻 보이는 것보다 심오한 의미가 있기도 하다. 상대방이 현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기껏해야 내 ‘생각’일 뿐이지, 확증된 ‘사실’도 아니다. 고작 내 생각 때문에 관계에 금이 가게 할 이유가 없다.


    #2 퇴로 만들어주기

    ‘퇴로(Golden Bridge)’란 상대방이 생각을 기꺼이 바꾸고 창피를 면할 수 있게 해줄 방법을 가리킨다. 퇴로는 성공적인 대화의 필수 요건이다. 퇴로를 만들어주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 “실수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틀리고 깨닫는 사람이 전문가지.” 아니면 간단히 “괜찮아”, “아무렴 어때” 같은 말도 좋다. 이런 말들은 상대방에게 무안이나 망신을 피할 탈출구를 마련해준다. 더 나아가, 내 과거 행동에 비추어 이번에도 퇴로를 열어줄 것 같다 싶으면 상대방은 생각을 더 쉽게 바꿀 수 있다.


    #3 표현 익히기

    *협력적 표현을 쓴다: ‘우리’라는 말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신기한 효과가 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우리’를 기본으로 하자.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거나 어색하면 주어를 굳이 밝히지 말고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지?”처럼 중립적으로 말하면 된다.

    *중립적 표현을 쓴다: ‘네 생각’이나 ‘네 말’ 대신 ‘그 생각’이나 ‘그 말’이라고 하자.

    *사람보다는 그 사람의 생각과 믿음을 놓고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이 가진 믿음 중 일부 또는 하나만을 가지고 그 사람에게 어떤 딱지를 붙이지 않도록 특히 주의한다. “찰스는 사회주의자”라고 하는 것보다 “찰스는 세금으로 전 국민 무상 의료를 실현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라고 하는 게 훨씬 더 정확하고 공정하며 구체적이다.

    *“난 생각이 달라”보다는 “난 수긍이 잘 안 되네”라고 한다: 상대방의 견해에 대놓고 반박하면 상대방이 적대적으로 나올 위험이 있다. 상대방의 견해에 마음은 열려 있지만, 아직 동의하지는 못한다는 식의 표현이 바람직하다.


    #4 프레임 바꾸기

    ‘프레임(틀)’을 바꾼다는 말은 표현 방식을 바꾸어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 사안에 뭔가 다른 방식으로(이를테면 거부감이 덜 드는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어떤 대화건 프레임을 바꾸어 새롭게 제시할 수 있다.


    #5 내 생각 바꾸기</P> 대화 중에 언제든지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으면 “지금 생각하니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네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라고 말해보자.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기에, 상대방은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여기엔 물론 주의할 점이 있다. 그런 말은 반드시 진심을 담아서 해야 한다. 이는 라포르를 형성하는 최강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6 척도 도입하기

    대화에 척도(점수)를 도입하면 여러 장점이 있다. 대화의 교착점을 해소할 수 있고, 새로운 사고와 생각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개입의 성공 정도를 가늠할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물어보자. “[X]가 옳다고 얼마나 확신하세요? 1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기면 몇 점인가요?” 이런 식으로 척도를 도입하면 상대방이 어떤 믿음을 확신하는 정도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개입의 효과를 가늠하고 사안을 넓게 바라볼 수 있다.


    #7 아웃소싱

    아웃소싱이란 한 마디로 외부조달이다. 다시 말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외부 정보로 관심을 돌리는 전략을 뜻한다. 이 전략의 목표는 상대방의 궁금증을 발동시켜 ‘내 주장이 옳다는 걸 어떻게 보여주지?’ 하며 방법을 찾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 또는 ‘내가’ 미처 몰랐던 정보원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상급: 논쟁적 대화를 풀어나가는 다섯 가지 기술

    이 장에서 소개하는 기술을 상급으로 분류한 이유는 대화 습관을 완전히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감정도 다스려야 한다. 중급 기술도 그랬지만, 이번엔 한층 더 어렵다. 그리고 상급 기술은 우리의 평소 대화 본능에 반하므로 처음에는 직관에 어긋나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느 기술처럼 얼마든지 배우고 연마할 수 있으며, 결국에는 본능처럼 익숙해질 것이다.


    #1 래퍼포트 규칙 지키기

    게임이론가 아나톨 래퍼포트는 대화 중 반대나 비판을 제기하기 전에 지켜야 할 규칙을 제시한 바 있다. 오늘날 ‘래퍼포트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규칙은 철학자 대니얼 데닛에 따르면 “상대방의 견해를 왜곡·과장하는 버릇을 고쳐주는 최고의 처방”이다. 데닛은 자신의 저서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에 래퍼포트 규칙을 간결하게 요약해놓았다. 대화를 잘하려면 다음의 규칙을 순서대로 따르자.


    *규칙1: 우선 상대방의 견해를 명쾌하고 정확하게 재정리해 상대에게서 “고마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나보다 잘 정리했네”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규칙2: 내가 동의하는 점을 조목조목 밝힌다. 특히 상대방의 견해가 일반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게 한다.

    *규칙3: 상대에게서 배운 점을 모두 언급한다.

    *규칙4: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다음에야 한 마디라도 반박하거나 비판할 자격이 생긴다.


    #2 사실 언급 피하기

    도덕적, 사회적 믿음이나 정체성 차원의 믿음을 바꾸려고 할 때, 근거나 사실을 제시하는 행동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믿음에 반하는 근거를 제시받으면 믿음을 오히려 더 확신하게 되는, 역화 효과가 있음을 잊지 말자. 역화 효과가 일어나면 상대가 기존 믿음을 한층 더 고수하면서 대화가 교착되고, 결국 노력은 헛수고가 되기 쉽다. 역화 효과를 유발하는 주범은 다름 아닌 ‘사실’이다.


    #3 반증 모색하기

    의심을 불어넣고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기법은 다음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X]라는 믿음이 잘못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믿음을 반증할 수 있는 조건을 묻는 것이다. 이것을 반증 질문이라고 한다. 가상적으로든 원칙적으로든 어떤 믿음이 반증 가능하다고 하면, ‘그 믿음이 잘못일 수 있는 조건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반증 불가능한 믿음은 어떤 조건에서도 잘못일 수 없다. 절대적인 불변의 진리다.


    #4 그래, 그리고...

    ‘하지만(but)’라는 말은 아예 쓰지 말자. 대신 ‘그리고(and)’라고 하자.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습관을 가리켜 ‘그리고 자세(and stand)’라고 부른다. “그래, 그리고...”라고 하면 생각을 자연스럽게 연결해나갈 수 있다. 상대방의 의견과 내 의견이 (설령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동시에 타당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5 화 다스리기

    대화 상대 혹은 대화 그 자체에 따라서, 답답하거나 화나거나 격노가 치밀 수도 있다. 만약 어른스럽게 행동하기 어려울 만큼 심기가 불편해지면 그냥 대화를 끝내고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화가 치밀 때 입을 열면 평생 후회할 말을 남기게 된다는 말도 있다. 화를 피하거나 이겨내려면 나 자신과 대화 상대의 화를 알아차려야 한다. 빨리 알아차릴수록 좋다.



    에필로그 _ 불가능한 대화는 없다

    이제 우리에게는 내 생각을 말하고 남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킬 수 있는 도구가 쥐어졌다. 아무리 어려운 대화도 풀어나갈 수 있는 방책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배운 것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의 기법들은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할 마음의 준비를 하자. 꾸준히 정진한다면 성공의 빛이 보일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기법 중 일부는 여러분의 주 무기가 될 것이다.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활용도가 낮은 대목을 다시 읽어보고 더 많은 기법을 자기 것으로 만들길 강하게 권한다. 기초부터 달인까지 모든 기법을 소화하고 나면, 까다로운 대화에도 당당히 응할 만반의 준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급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시작하자. 보유 기술을 차곡차곡 늘리고, 무엇이 통하고 통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연습하고, 말하고, 듣고, 배우자. 무엇보다, 주도적으로 나서자. 움츠러들 이유도, 의견 표명을 꺼릴 이유도, 의견 차이를 두려워할 지유도 없다. 검증을 마쳤고 근거에 기반한 대화 기법이 우리 손안에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시작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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