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힘겨운 당신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지은이 : 최광현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20년 12월




  • 코로나19로 인해 전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누군가에게 이 시간은 가족과 단란한 한때를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모르고 지나쳤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면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사랑하고 아껴준다는 착각으로 방치되었던 상처들은 코로나 시대를 맞으며 가족뿐 아니라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관계에서 갈등을 만드는 씨앗이 되고 있다.


    사람이 힘겨운 당신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_관계심리학

    ‘관계’라는 심리학

    이 강의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관계에 관한 문제를 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를 흑백 논리, 즉 가해자와 피해자의 도식으로만 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관계 문제에 언제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고정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이 두 가지가 뒤섞이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지요.


    젊은이들에게 꿈꾸는 미래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하는 대답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어떤 것을 하겠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면 오늘날 젊은이들의 꿈은 ‘소확행’입니다. 비록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그 안에서 알콩달콩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행복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꿈은 사실 그 어떤 꿈보다도 도달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노력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그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 나아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현명하게 갈등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지금부터 살펴볼 관계심리학에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관계에 어려움을 갖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어려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 안에서 아픔과 상처를 경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의 기술』이라는 명저를 쓴 작가이자 정신분석가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문제아 뒤에 문제 부모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걸 다시 말하면 바로 ‘아이의 문제 뒤에 가족 문제가 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부주의한 운전은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높입니다. 하지만 운전을 못한다고 해서 반드시 교통사고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운이 없었던 것이 교통사고의 진짜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필 음주 운전을 하던 차가 지나갈 때 운전을 하고 있던 것이죠. 이걸 어떤 논리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말 그대로 운이 나쁘다고 밖엔 설명할 수 없겠죠.


    하지만 가족의 문제는 운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정말 사랑하던 부부가 서로 미워하고 갈등을 겪고, 그 과정에서 자녀들이 상처받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족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어야 합니다.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원인을 물으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론 해결이 될 수 없지요. 과거에 발생한 상처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에서 회복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내면세계는 우리 스스로가 걸어온 인생의 길에서 얻은 결과물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쌓은 경험과 자의식, 앞서 살았던 선조들과 그들이 남겨준 생물학적·사회적 유산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전이(transference)가 이루어졌는지를 알고, 자기 가족의 과거를 더 많이 알수록 그 고통과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족 또는 대인관계의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 아니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관계 문제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일방적인 문제와 갈등의 원인을 돌리기보다 좀 더 전체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죠. 바로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배울 여러 관계심리학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제해결에 대한 궁극적인 기본 전제로, 우리가 살펴볼 관계심리학의 출발점입니다.


    관계에 기술은 없다

    노자가 쓴 『도덕경』에는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총명한 자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자이지만,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자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노자의 말은 이번 학기 관계심리학이 추구하는 관계 능력에 대한 견해를 반영합니다.


    인간관계를 위한 능력은 기술적이고 기교적인 차원에 속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요령만을 익혀서 그것을 적용한다면 신통치 않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대단히 복잡하고, 또 관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차원의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어서 한 가지 부분만을 개선한다고 결과가 좋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계심리학은 먼저 관계를 바라보는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태도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내가 말을 할 때 주변에서 발생한 소음이나 주의를 끌 만한 일로 인해 만들어진 해프닝으로 볼지, 또는 상대방이 가진 소통 방식의 문제로 볼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대방의 무관심으로 상처받고 고통을 느낄 때 이것이 나의 인생, 인격, 외모, 스펙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하는 방법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우리는 관계 회복의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습니다.



    나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_자아분화

    소화되지 않은 상처

    트라우마는 상처입니다. 그런데 소화되지 않는 상처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잊으려 해도, 해결하려 노력해도, 용서하려고 애를 써도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외상, 즉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는 어디서 만들어질까요? 사랑하고 신뢰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집니다. 어린 시절 우린 의존적일 수밖에 없고 부모의 절대적인 돌봄과 애착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지하고 신뢰하던 사람으로 인해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는 거죠. 결국 대부분의 트라우마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발생합니다.


    상처의 크기에 의해서 트라우마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관계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사랑하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필요로 했던 사람이 나에게 했던 말 한마디, 눈빛, 표정 등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마음속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말씀드린다면 트라우마는 객관적인 것이 아닙니다. 상처가 크다 해도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 사이에 발생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 상처를 잊을 수 있고, ‘망각’이라는 기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 나의 정서적 울타리라 여겼던 가족 안에서 만들어진 상처라면 비록 그것이 남들 보기에는 대단히 작은 것 같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해도 본인의 마음속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고통이 되는 거죠.


    애착, 대인관계의 시작

    보웬은 메닝거(Menninger)연구소에서 그의 중요한 이론의 토대를 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어머니와 아들은 정서적으로 너무나 밀착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며, 마치 공생 관계처럼 뒤엉켜 있는 애증관계라는 걸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과도하게 뒤엉킨 관계는 분열을 비롯한 다양한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것도 발견하죠.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두 가지 애착 유형이 만들어집니다.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이죠. 보웬은 개인의 성격과 기질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상호관계에서 만들어진 친밀감, 애착 유형이 대인관계의 기본적 틀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어머니가 안정 애착을 만들고, 어떤 어머니가 불안정 애착을 만들까요?”


    보웬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불안정 애착을 가진 어머니가 불안정 애착을 만든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아동·유아기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 아이의 친구들 중엔 옛날 부모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골목에서 뛰놀면서 맺어진 친구 같은 건 거의 없습니다. 그 아이들의 어머니끼리 먼저 교감이 이루어져야 해요. 결국 어머니가 다른 아이의 부모와 친해지면서 아이도 자연스럽게 친구 관계를 맺게 되죠.


    보웬은 이후 미국 국립정신보건원으로 옮겨가면서 그의 이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킵니다. 메닝거 연구소에서 관찰했던 모자 공생 관계 가설을 그 유명한 자아분화의 개념으로, 더 나아가서 삼각관계 개념으로 체계화시켰습니다.


    나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이후 보웬은 미국 조지타운 대학으로 옮겨 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정신분열증 환자의 가족들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정신분열증 환자를 만드는 가족에게는 독특한 패턴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아분화(differentiation of self)’입니다.


    보웬은 자아분화의 높고 낮음에 따라 그 사람의 대인관계, 가족관계의 모든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분화’라는 개념 자체는 얼마나 분리가 되었는가를 설명한 개념인데요, 두 가지로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지신을 분리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불안해하고 아버지가 화가 나 있는 경우, 힘들겠지만 가족들로부터 나를 지키고자 해야 한다는 거예요. 물론 가족이기에 당연히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이들로부터 정서적으로 거리를 얼마나 둘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죠.


    두 번째,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감정에 이끌려 말과 행동을 하지 않고 적절한 이성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은 건강한 자아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아분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그 답은 부모에 있습니다. 자아분화가 높은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는 자아분화가 그만큼 높습니다. 반면에 자아분화가 낮고 자존감이 낮은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는 부모처럼 낮은 자아분화를 갖습니다. 즉 정서적 에너지와 삶의 모든 것들은 결국 스스로 만들고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의 상호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한번 따져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그런데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좋은 출발은 내가 나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사람이 타인과 훌륭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대인관계가 원만하다고 해도 늘 눈치를 보고 쭈뼛대거나 자신이 맺은 관계임에도 자기 자신이 없는 그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_자존감

    인본주의 심리학의 핵심 주제는 ‘성장’입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신분석은 결정론적이고, 인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는 전제에 대해서 부정적입니다. 반면에 칼 로저스를 비롯한 인본주의 심리학은 인간이 가진 무한한 창조성과 자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합니다. 오늘 살펴볼 버지니아 사티어(Virginia Satir)도 인본주의 심리학의 영향을 받아서 성장을 중요한 전제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사티어의 이론을 ‘성장 중심 테라피’라고도 부릅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핵심은 증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어려움을 갖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겁니다. 그 사람이 성장하면 그를 둘러싸고 있었던 문제와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사티어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자존감입니다.


    변화시켜야 하는 것

    사티어가 핵심 개념으로 삼았던 것은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제시한 ‘자존감(self-esteem)’입니다. 사티어는 관계의 문제로부터 벗어나서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으려면 자존감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자존감의 개념을 배웠습니다. 바로 보웬의 자아분화가 자존감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 용어거든요.


    사티어는 다른 상담사들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요, 보통의 상담사들은 정신과 전문의였는데 반해 사티어는 독특하게도 사회복지사였습니다. 또 프로이트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지난번에 살펴봤던 보웬도 그렇고, 그 당시 상담사들이 남성이었던 것에 반해 사티어는 여성입니다. 여성은 남성에게 없는 능력이 있는데, 바로 공감 능력입니다. 사티어의 이론이 다른 관계심리학 이론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공감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의사소통을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존감이 성장하면

    사티어가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초점을 맞췄던 것은 자존감의 성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긍정적인 자아입니다. 자존감을 성장시켜 긍정적인 자아상이 회복되면 관계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거죠.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거예요.


    “자존감을 성장시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요?”


    사티어에게 자존감과 더불어 중요한 핵심 개념은 의사소통이었습니다. 자존감과 소통이 연결되고, 그를 통해서 관계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 이게 핵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티어는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개인의 변화를 촉진시켜서 가족 또는 집단 전체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죠. 여기서 개인의 변화란 바로 자존감의 성장을 말합니다. 즉 자존감 회복의 정도에 따라서 관계체계도 변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보웬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보웬도 자아분화라는 개인의 성장을 통해서 가족체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을 사티어는 자존감이라는 개인의 변화가 관계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관계의 규칙

    관계는 개방적이고 희망적이며 선택을 기본으로 합니다. 있는 그대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관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죠. 반면에 상대방을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구속하려 한다면 그 구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관계 규칙을 좀 더 정리해보면 열린 체계와 닫힌 체계의 규칙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근본적인 차이는 내부와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열린 체계입니다. 열린 체계는 구성원들이 상호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구성원들 간에 반응이 예민하며, 체계 내부와 환경에 정보가 잘 유통되는 오픈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체계에서 관계 규칙은 개방적이고 자존감은 적절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죠. 그래서 자존감은 더 높아지게 되고 자기 자신에게도 확신이 있으며, 이러한 확신은 다른 사람을 긍정하고 수용하게 만듭니다.


    반면에 닫힌 체계는 구성원들이 서로 경직된 채 연결되어 있거나 아예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경우에는 구성원들 사이 체계가 바뀌어 있습니다. 안으로나 밖으로 정보가 유통되지도 않습니다. 힘과 업적으로 자기가치를 우선하고, 우두머리의 변덕에 의해서 복종되거나 변화가 거부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자존감은 낮고, 의사소통은 감정적이고 불투명하며 부적절합니다. 개인의 성장도 방해받게 되죠. 한국의 가부장적인 관계들이 대부분 여기 포함됩니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열쇠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티어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자존감과 의사소통의 관계를 중심으로 관계심리학을 설명하였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 의사소통, 관계 규칙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분리된 듯 보여도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해답은 당신 안에 있다 _관점

    단지 관점의 차이만 있을 뿐

    해결 중심 테라피는 밀턴 에릭슨의 영향을 받아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그가 가진 해결자원을 찾습니다. 문제를 분석하고 직면시키기보다는 긍정적 대안을 찾게 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기존 이론들이 갖는 문제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개인에게 있는 자원을 찾아가는 테라피입니다. 이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이 있다고 전제하고 강점이나 긍정적인 점을 찾아내 강화시키죠.


    해결 중심 테라피에서 우리가 꼭 하나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해결 중심 테라피의 이론적 배경은 아까 말씀드렸듯 사회구성주의입니다. 개인에 의해 사회적·심리적으로 구성된 것이 현실이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일어나는 변화에 근거하여 무엇이 진짜인지에 대한 사고 구조를 형성한다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하면 관찰자 중심의 사고이지요.


    다시 한 번 정리해보면, 사회구성주의는 우리가 사는 삶이라는 공간에 진정한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우리가 이해하고 알고 있는 바는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그저 그 현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해결 중심 테라피에서는 이 원리를 갈등이라는 문제에서 어느 게 진리이고, 답안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단지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죠. 근본적인 문제는 존재하지 않고 어떤 시각에서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보는지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인을 찾고 분석하기보다 갈등을 보는 관점이 어떤지 파악하고 그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해결 중심 테라피의 핵심입니다.


    갈등은 인간이 겪는 가장 고통스러운 것 중의 하나이지만, 서로 얽혀 있는 감정과 오해를 하나하나 정리하기보다 갈등 당사자들이 가진 해결 자원을 찾아서 이것을 더욱 촉진하고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바라보던 관점을 바꿈으로써 변화의 시작도 가능합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시작 _변화

    행복과 불행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주역』에서는 행복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그것이 불행으로 넘어간다고 말합니다. 불행 역시 마찬가지고요. 융은 이것을 ‘에난치오드로미아(enantiodromia)’라고 표현했는데 대극의 반전이 일어나서 불행이 행복으로, 또 행복이 불행으로 전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시케가 겪었던 행복 이후의 위기들은 행복이 넘치면 불행이 온다는 시각을 반영합니다. 불행이 가져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 회복의 여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살면서 겪는 모든 일들이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이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프시케처럼 포기하지 않는 인내와 노력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배웠던 여러 이론이 바로 그 여정에서 인내와 노력을 찾아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만 힘들었던 건 아니었군요.”

    이 시간에 다루고 싶은 것은 무의식 차원에서의 관계와 소통 문제입니다. 무의식적 차원에서 부부 갈등과 대인관계 갈등이 발생할 때는 언제나 투사가 발생하게 되죠. 당사자 사이에 객관적인 내용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 투사는 무의식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트라우마와 관련해서 투사가 일어나는 경우 콤플렉스와 연결되어 대단히 혼란스럽고 복잡한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독일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요아힘 마츠(Joachim Maaz)는 관계의 핵심은 상대방에게 욕망을 투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관계의 회복은 투사를 거두는 것이라는 거죠.


    오늘날 관계심리학은 말합니다. 관계는 투사의 전쟁터라고. 상대방을 통해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해결하려면 결국 과거의 문제가 현재 안에서 그대로 재연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투사를 거두고 소통과 관계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의사소통 분야 뛰어난 연구가인 폴 와츠라비크(Paul Watzlawick)는 갈등이 있을 땐 상대의 입장이 되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반응하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껴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고통과 갈등에만 집중하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할 때 관계체계가 변화될 수 있습니다.


    동양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 중에 명나라 말기 육소형이 지은 『취고당검소』라는 낯선 이름을 가진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여러 주제 중에서 저는 한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인간의 결점은 대부분 교제 속에서 드러나고 지적할 만한 점은 사랑하고 아끼는 가운데 드러나며 생활의 어려움은 욕심과 집착 속에서 드러난다.”


    한 사람의 가장 뼈아픈 단점과 약점, 뾰족한 부분은 일반 관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그 날카로운 마음을 숨기고, 사회적 페르소나(persona)를 가지고 살아가죠. 그런데 그 뾰족한 부분은 바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관계에서 드러납니다. 바로 가족 관계죠. 가족이야말로 가장 상처 주기 쉽고 상처받기도 쉬운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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