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지은이 : 제이미 커츠(역:박선령)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19년 10월




  • 이 책은 더욱 행복한 여행을 도와주는 훌륭한 심리서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의 여행 같은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지침서이기도 하다. 여행자에게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현실적인 방법을, 늘 여행을 꿈꾸지만 당장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해줄 것이다.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여행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무작정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생각해볼 문제

    이 선택이 정말 최선일까?

    일상생활 중에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각각의 선택이 얼마큼의 만족감을 줄지 알고 싶다면 시행착오를 각오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다. 자신이 인도 음식을 좋아하게 될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가까운 인도 음식점에 가서 탄두리 치킨을 먹어보자.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약간의 돈과 시간을 썼다고 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도가 마음에 들지 궁금하다고 해서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직접 인도까지 날아가는 건 그다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혹여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실험해보는 것으로는 이상적인 여행에 대해 배울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기쁨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고 자신의 호불호를 알아내기 위해 큰 시행착오를 감수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그보다는 마음속에 가상세계를 만들어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시간과 장소를 상상하면서 그곳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고 어떤 기분이 들지 최대한 추측해보는 것이다.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진학할 대학이나 파트너, 직업을 고를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마주할 때는 미래에 느낄 감정을 예측하면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사회 심리학자인 팀 윌슨과 댄 길버트는 우리가 미래에 느끼게 될 감정을 예견하는 방식을 20년에 걸쳐 분석해 ‘정서 예측(미래의 일로 촉발될 정서를 예측하는 현상. -옮긴이)’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햄버거? 아니면, 샐러드를 먹을까?’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 사소한 상황뿐이 아니라 ‘포틀랜드와 로스앤젤레스 중 어디에서 직장을 구하는 게 좋을까?’ 같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이 방법을 쓴다. 이렇게 수없이 예측을 하면서 결정하는 만큼 점점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 믿곤 한다. 하지만 윌슨과 길버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실수를 저지른다는 걸 알아냈다. 선거 결과, 승진, 이별, 복권 당첨, 축구 경기 패배 등 미래에 벌어질 사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의 강도와 그 반응이 유지되는 기간을 완전히 잘못 생각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슬프거나 기쁜 감정이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무엇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감정을 비춰주는 마음의 수정 구슬은 절대로 명확한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


    자주 반복되기에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평범한 일상에서도 실수를 저지른다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얼마나 더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게 될지 생각해보자. 여행에 있어 정서 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시공간을 뛰어넘어 미래에 느끼게 될 감정을 예측하려면 상당한 심리적 거리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선택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카리브해에 갔을 때와 마추픽추에 갔을 때의 기분은 어떻게 다를까? 전혀 알지 못하는 굉장히 다른 곳들의 미래 모습을 정확히 그려볼 수 있을까? 주어진 선택지를 서로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을까? 이것은 꽤 심각하게 머리를 써야 하는 문제다. 둘째,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진 객관적인 사실들이 자신의 내면에 뿌리내린 개인적인 신념이나 이론과 다르더라도 편견 없이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우리는 자신의 예측 능력을 과신하면서 문제를 악화시키곤 한다. 지나친 자신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랬을 때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아마도 완벽하지 못한 여행 계획을 세웠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나만의 그곳은 어디인가: 나와 딱 맞는 여행지를 찾기 위한 자아 탐색

    나의 여행 성향 알아보기

    ‘성격’은 평범하게 사용되는 일상적인 용어 중 하나이지만 관광학자와 심리학자에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의 차이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성격 심리 연구자들은 확실하게 측정할 수 있고 중요한 삶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여러분도 지금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간단한 성격 척도를 소개한다. 다음 질문을 살펴보고 여러분의 성격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1(전적으로 반대)부터 5(전적으로 동의)까지 점수로 답해보자.


    _사교적이고 외향적이고 활달하다.

    _상상력이 풍부하고 모험심이 많으며 새로운 경험에 열린 태도를 취한다.

    _쉽게 화를 내거나 불안하고 변덕스럽다.

    _성격이 느긋하고 따뜻하고 동정적이다.

    _양심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조직적이다.


    이것은 다섯 가지 성격 특성 요소 가운데 여러분에게 어떤 요소가 많은지 보여주는 간단한 지표다. 첫 번째는 세상을 향한 에너지에 대한 ‘외향성’과 관련한 질문이다. 두 번째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과 관련한 질문이다. 세 번째는 정서적 불안정과 부정적인 감정 등에 대한 ‘신경증’과 관련한 질문이다. 네 번째는 친사회적이고 협조적 성향에 대한 ‘친화성’과 관련한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성실성/계획/책임, 즉 ‘신중성’과 관련한 질문이다. 5점 척도에서 보는 것처럼 이런 특성은 ‘그렇다’ 혹은 ‘아니다’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이런 정보는 상황과 관계없이 그리고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손쉽게 측정할 수 있고 중요한 인생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그중 최소 두 가지, ‘개방성’과 ‘외향성’을 통해 어떤 여행이 여러분에게 적합한지 알 수 있다.


    개방성과 폐쇄성

    여행할 때 자기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 생각해보자. 다음의 여행 관련 질문을 보고 각 항목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1(전적으로 반대)부터 5(전적으로 동의)까지 점수로 답해보자.


    _계획이나 정해진 경로 없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_문화가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한다.

    _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_교통 체계가 같은 나라를 더 좋아한다.

    _익숙한 음식이 있는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한다.

    _가이드가 동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_현지인처럼 지내려고 노력한다.


    이는 관광학자들이 사용하는 인기 있는 여행 성격 지표인 ‘모험 지향성-안전 지향성 스펙트럼’을 간략화한 측정 방법이다. 모험 지향적인 여행자들은 모험과 새로움을 갈망한다. 지적인 호기심이 많고 사교적이며 활동적이고 단체 여행보다 혼자 여행하는 걸 선호한다. 이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휴가는 지인과 함께 배낭여행을 하거나, 아직 개발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주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에 묵으면서 정통 현지 음식을 먹고 언어와 풍습도 익히려 할지 모른다. 모험 지향적인 여행자의 목표는 도전과 학습,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휴식과 긴장 완화는 그보다 우선순위가 훨씬 떨어진다.


    이 스펙트럼의 반대쪽에는 안전 지향적인 여행자들이 있다. 이들은 친근함, 잘 갖춰진 체계,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상에서의 탈출과 휴식을 갈망한다. 이들에게 여행은 한계를 넘어서는 모험이 아니라 쾌락을 추구하는 경험이다. 이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휴가는 집이 생각나는 편안한 호텔 체인에 묵고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아 모국어로 된 메뉴판과 이국적이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계획된 활동들이 별로 힘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할 것이다.


    외향성과 내향성

    모험 지향성은 여행과 관련한 주요 성격 특성이기는 하지만 여행 성격에 나타나는 모든 차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럴 때는 모험 지향성과는 무관한 두 번째로 중요한 차원을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바로 외향성이다. 보통 외향적인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사교적이다. 이들은 사회적 상황에 맞춰서 살아간다.


    내향적인 사람들이라고 해서 꼭 남들과의 친교를 불편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사교와 자극에 노출되면 에너지가 쉽게 소진된다. 이들은 부산하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과 고독을 철저히 즐기고 풍부한 내면생활을 누린다. 시끄러운 콘서트나 붐비는 파티는 불쾌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이들에게는 조용한 카페와 공원이 훨씬 즐겁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향적인 사람들은 생기 넘치고 바쁜 환경에서 잘 지낸다. 1대 1로 대화를 하거나 집에서 책을 읽으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자극적인 환경을 더 바란다. 사교에 대한 불안감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얼마나 많은 자극을 원하는지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극을 덜 좋아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


    외향성이 모험 지향성과 교차되는 방식을 강조하기 위해 모험 지향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여행자를 상상해보자. 이 사람은 친구들과 함께 도전과 모험을 찾아 나서는 것을 즐기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돋보이며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드는 호스텔이나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얘기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모험 지향적인 여행자 중에도 고독하고 조용하며 사색적인 사람,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 주변을 관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두 유형 모두 새로운 걸 좋아하고 자신의 경계를 넓히려 하지만 추구하는 자극의 양은 다르다.


    이는 안전 지향적인 여행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외향적인 이들은 단체로 다니는 여행을 선호하고 사교와 활동에 초점을 맞춘 계획된 일정을 좋아하며 카지노나 유람선처럼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에서 신나게 즐긴다. 안전 지향적이고 내향적인 이들은 파트너나 친구와만 여행을 다니고 불확실한 것을 피하기 위해 모든 일정을 미리 계획하려고 한다. 또한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찾는 걸 좋아하고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원한다. 다섯 가지 성격 특성 요소와 관련된 용어 중에, 개방성과 외향성은 자신의 여행 성격을 판단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적인 특성이다.



    YOLO!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는 여행을 위한 지혜로운 지출의 비밀

    여행의 시작은 물가가 비싼 곳에서

    나는 매년 여름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몇 주씩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진보적이고 아름다운 동시에 가장 터무니없이 물가가 비싼 나라들이다. 스칸디나비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비싼 물가는 늘 충격을 준다. 환율 변환 앱을 열어서 평범한 와인 한 잔과 샌드위치가 최고 30달러나 하는 걸 보면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동시에 본전 생각에 압박감을 강하게 느낀다.


    지출과 관련된 생각에 사로잡혀서 커피 리필이 가능한지, 곁들일 샐러드가 꼭 필요한지를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극빈자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러니 뭘 하든 흥이 깨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는 스칸디나비아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에 가서 친구 케이트를 만났다. 그곳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비해 모든 게 저렴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리오하(스페인 북부 지방에서 나는 포도주.-옮긴이) 한 병에 12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그것도 식당에서 말이다). 나는 얼른 한 병을 주문했다. 햄을 얹은 핀쵸 한 접시를 더 권하는 직원의 질문에 고민할 것 없이 “네, 얼른 가져오세요”라고 답했다. 산세바스티안은 매우 훌륭한 음식과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음식과 와인을 즐길 때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나 같은 구두쇠가 구속 없는 쾌락을 마음껏 즐기면서 매 순간을 음미했던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현저하게 대조된 덕분에 이 경험이 더욱 즐거워졌다. 만약 스페인의 저렴한 물가를 경험한 뒤에 스칸디나비아에 갔다면 훨씬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스칸디나비아의 비용이 기준점 역할을 해서 이후 가격을 예상하게 되었다. 스칸디나비아가 지극히 높은 기준을 제공하는 바람에 스페인 물가는 놀랍도록 저렴하게 느껴졌다. 마치 하룻밤 사이에 거지에서 공주로 변신한 듯했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해야겠다.


    여러분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정 중에 물가가 엄청나게 비싼 장소가 포함되어 있는지 꼭 확인하자.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도시 지역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그쪽을 먼저 방문하는 게 이치에 맞을 수도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방문 전에 샌프란시스코부터, 캐츠킬산맥을 오르기 전에 맨해튼부터, 코츠월즈 언덕을 구경하기 전에 런던부터 가는 것이다. 다른 어느 지역을 가든 스칸디나비아를 먼저 가야 한다. 그러면 처음부터 높은 기준이 설정되므로 두 번째로 방문한 장소에서는 좀 더 큰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 순서를 반대로 해서 기준점이 낮게 설정되어버리면 재미가 훨씬 덜할 것이다.



    낯선 골목에 들어서서: 나를 위한 여행을 완성하는 기술

    그냥 느긋하게 쉬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가 양반, 난 지금 피곤해요. 도전적인 일 같은 건 관심 없다고요. 내가 원하는 건, 아니 내게 필요한 건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해변을 바라보면서 시시한 소설이나 읽는 거예요.”


    하지만 일상에 지쳐 녹초가 된 사람도 여행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방법을 찾아낸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높은 산에 오르거나 최고 난이도의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거나 민박집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새로운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분이 갈망하는 휴식에 몰입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를 결합한다면 분명히 더 행복해질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몰입해 있는 동안에는 시간의 흐름이 왜곡된다. 대개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자신이 한 경험을 돌아볼 때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웠는지 판단하는 데 시간의 속도가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간이 예상치 않게 빨리 지나가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꽤 대단하다고 평가한다. 재미있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말은 진부한 표현 이상의 의미가 있는 말이다.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판단할 때 유용한 체험적인 방법이다.


    또한 우리는 몰입을 경험할 때 자신이 지닌 기술과 능력을 확장시키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그 활동을 하면서 몰입하는 동안만큼은 최고가 되는 것이다. 모든 관심과 에너지가 몰입하는 일에 집중되는 것이다. 몰입했던 당시를 돌아보면서 ‘좀 더 집중했어야 하는 건데’라고 후회하지 않는다. 집중력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셈이다. 몰입 상태에서는 후회가 남을 수 없다.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행복

    여행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고려하면서 주어진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릴 그리고 여행은 반드시 즐거울 것이라는 믿음까지 더해지면 엄청난 기대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희귀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경험 대부분은 이런 압박이 쌓이기 마련이다. 일부 사람은 그것을 더 예민하게 느낀다. “어떤 순간에 얼마나 행복한지가 내 삶의 가치 정도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에도 행복을 염려한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행복을 느껴야 의미 있는 삶이다” 같은 말에 동의한다면 남보다 행복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겪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더 그렇다. 어쩌면 제법 좋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런 흥미로운 연구는 대부분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실에서 진행되었지만 여행과 관련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은 과도한 자기 점검 때문에 결국 스스로 재를 뿌릴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여행의 비결은 내면의 행복 모니터를 거부하거나 완전히 끄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문화적 몰입, 도전, 경외감, 대인 관계의 자연스러운 부산물로 행복이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게으름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성공적인 휴가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이유이다.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말처럼 “행복은 나비와도 같다. 잡으려고 노력할 때는 손에서 벗어나 달아나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게 날아와 앉을 것이다.” 행복은 강요할 수도,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다. 이것이 행복한 여행의 과제 중 하나다.



    남는 건 사진뿐일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기

    음미할 것인가, SNS에 올릴 것인가

    음미는 폭넓은 개념이다. 자신의 긍정적인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증폭시키는 다양한 방법이 압축되어 있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여러분이 식사, 아름다운 경치, 대화 등을 음미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집중력이다. 주의가 분산되면 음미하는 능력이 심하게 손상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것 때문에 주변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눈앞의 것을 자세히 살펴보고 감사하고 몰두하는 데 필요한 한결같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음미할 가치가 있는 순간에 정작 몸을 사리곤 하는 재미있고 묘한 능력은 대체 어떻게 가지게 된 걸까? 아름답거나 주목할 만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는 몇 가지 상충되는 욕망에 직면한다. 첫째, 정신적/정서적/영적으로 눈앞에 있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그 순간, 그 장소에 머물고 싶어진다. 둘째, 그 순간을 지키고 보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셋째, 그곳에서 그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얼마 전까지는 이런 목표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어느 해변에서 완벽한 일몰을 바라보며 하늘이 분홍/주황/노랑 등 다양한 색으로 물들고 바닷물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보았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처럼 필름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다시 해가 지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훌륭하게 찍혔을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사진을 현상해서 친구와 가족에게 보여주면서 여러분의 경험을 그들도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지금은 음미하고 보존하고 공유하려는 욕구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일몰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조용히 그 아름다움을 누리기보다 거의 반사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뻗어 스마트폰을 꺼내들 것이다. 사진을 몇 장 찍은 뒤에는 손쉽게 원하는 부분만 자르고 필터 효과를 넣어 SNS에 올려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누가 ‘좋아요’를 누르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복해 접속한다.) 이렇게 한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 어느새 해는 다 져버린 뒤일 것이다. 노을의 순간은 디지털 세상에 계속 존재할 수 있겠지만, 여러분이 직접 느끼는 경험은 달라진다.


    음미/보존/공유라는 세 가지 목표는 모두 선의에서 나온 것이다. 음미는 낙관주의, 회복력, 정서적 안정, 행복 같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와 관련이 있지만 특별한 순간을 보존하고 그것을 SNS에 공유하는 일의 효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심쩍다. 



    행복한 여행자: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아가는 기술

    완벽한 하루에서 얻은 교훈

    누군가 여러분에게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완벽한 하루의 계획을 들려달라는 부탁을 한다고 치자. 여러분의 ‘완벽한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 누구와 함께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낼 생각인가?


    이것은 내가 예전에 학부에서 긍정 심리학을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제시한 초기 과제 중 하나였다. 당시 학생들은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하루란 어떤 모습일까?’ 하고 골똘히 생각해야 했다. (‘완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긴 시간 더 깊이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하루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한 뒤, 실제로 그런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나중에 완벽한 하루와 관련해 토론을 해보니 공통된 점이 있었다.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계획의 최상단을 차지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밀린 잠을 보충하겠다는 계획도 못지않게 많았다. 음식도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고급스럽고 특별하며 값비싼 메뉴가 아니라 나를 위해 신중하게 고른 평범한 음식이나 간식이 대부분이었다. ‘뜨거운 물로 장시간 샤워하는 것’도 많이 나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 외로 잠자리에 들기 전 룸메이트와 함께 좋아하는 TV를 보고 싶다는 의견도 조금 나왔다. 시간과 돈이 허락한다면 와인 양조장 견학, 하이킹, 대형 할인점 방문 등 다양한 것을 즐기는 특별한 외출을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공부에 관한 것은 눈에 띄게 적었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완벽한 하루를 실천하려 했을 때 중요한 시험이 있었거나 예기치 못한 폭풍우를 만나기도 했고 긴 아르바이트 근무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아니면 함께 시간을 보내려던 친한 친구가 너무 바빠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도 했다. 장거리 연애로 연인을 쉽게 만나기 어렵기도 했고 가족이나 아끼는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학생도 많았다. 나는 이런 모든 상황이 흥미로웠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즐겁고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마음가짐만 갖추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나친 압박감이나 과도하게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는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즐거움을 앗아간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수강생 전체의 보고를 들으면서 진행한 토론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주제는 각자가 구상한 완벽한 하루의 요소를 일상과 통합하는 방법이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선택한 것 대부분이 유별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주 긍정적이다. 동네 식당이나 주변에 있는 산책로에서도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이나 루브르 박물관에서만큼 최고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생들이 시간을 보낼 때의 의도, 즉 마음가짐이었다. 하루를 습관적으로 보내다가 가끔 즐기는 특별한 음식, 룸메이트, 포근한 잠자리와 숙면, 뜨거운 샤워 등 일상적으로 마주했지만 소중한 것들이 주변에 늘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과제를 위해 시간을 내 목적을 갖고 살려고 노력했다. 평범함이야말로 좋은 감정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집요한 믿음이 하나 있었다. 늘 너무 바쁘다는 생각이다. 당시 한 학생의 반응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는 쉴 틈 없이 수업이 들어찬 마지막 학기를 보내면서 의학 대학원 진학도 준비하던 매우 밝고 의욕적인 4학년 학생이었다. 그가 생각한 완벽한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아파트 발코니에 서서 10분 동안 석양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바쁜 생활 때문에 미친 듯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편안함과 감사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 일을 좀 더 자주 할 수 있을지 묻자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글쎄요, 어쩌면 가능하겠죠. 하지만 지금은 너무 바빠서요.”


    비용도 전혀 들지 않고 또 본인에게 아주 큰 행복을 안겨 주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단 10분의 휴식과 감사의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지 못했던 것이다.


    휴가 때뿐만 아니라 바쁜 일상에서도 이런 순간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건 인생을 행복하게 여행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삶이 기대했던 완벽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과 수북하게 쌓인 할 일들, 온갖 부담스러운 것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도 경이로움과 관계/평화/감사의 순간을 누릴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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