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품격
 
지은이 : 김진영 외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06월




  • 이 책은 진실함과 아름다움의 품격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구체적으로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심리학의 아홉 가지 핵심 주제를 통해 이야기한다. 더불어 역사상 최장기 종단 연구인 하버드 성인발달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행복의 기술 네 가지를 제시하며,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이 나아갈 지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줄 행복의 가치를 찾고 행복한 삶을 위해 스스로 추구해야 할 삶의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행복의 품격


    행복에 대한 생각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생각하는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품 중 하나다. 그런데 사진 속 로댕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딘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르겠다면 지금 사진을 보며 <생각하는 사람>과 똑같은 포즈를 취해보라. 이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하는 사람>은 오른손을 턱에 괴는 동시에 오른팔의 팔꿈치를 왼쪽 무릎 위에 얹고 있기 때문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는 사람>은 로댕이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사실,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의 문>이라는 대작의 일부로, 지옥의 문 앞에서 온갖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긴 단테의 모습을 형사화한 것이다. 로댕 자신도 평상 행복의 문제에 관해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1880년에 <지옥의 문> 제작에 착수한 이래 무려 37년간 그 작업에 매달렸음에도 1917년에 사망할 때까지 끝끝내 이 대작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행복한 삶의 문제에 의미 있는 해답을 얻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원하면서도 정작 행복의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오랜 세월 꼭 봐야 하는 전시물로 손꼽혀온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삶에서 숙고하는 것이 중요한 동시에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 Pail Sartre)는 삶과 인생에 관한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그 중 아래의 말은 앞으로 논의할 ‘메타인지(Meta-cognition)’와 관련해 주의 깊게 볼만하다. 메타인지란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점검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메타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행복메타인지는 행복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메티인지는 선택 과정에 관여하는 ‘안다는 느낌(Feeling of knowing)’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이에 대해 “인간은 이해하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많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많은 부분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이러한 안다는 느낌이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기도 한다.


    운전 중 자동차 위치를 한 차선 옆에서 변경하는 과제에 대해서 떠올려보자. 당신이 운전자라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들을 어떻게 조작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핸들을 잠시 오른쪽으로 꺾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한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만약 운전자가 실제로 핸들을 그렇게 조작하면, 자동차는 도로를 벗어나 인도를 향하게 될 것이다. 차선을 오른쪽으로 변경하는 정확한 조작법은 먼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은 다음 다시 중앙 쪽으로 돌렸다가 왼쪽으로 그만큼 꺾은 후 다시 한 번 더 중앙으로 오도록 하는 것이다. 자동차 방향 전환 문제의 경우 대부분 ‘지식착각’에 해당되는 답변을 한다. 지식착각이란 사람들이 실제로는 잘 모르면서도 자신이 잘 안다고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행복의 영역에서도 일어난다. 일명 ‘해피버블(Happy-babble)’이 그 좋은 예다.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바로 이러한 친숙함 때문에 행복에 대해서 자신이 실제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처럼 해피버블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서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복에 대해 알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2007년 세계 금융 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The Bir Short)>의 도입부에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명언이 나온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행복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

    행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문제에서도 ‘무지’보다는‘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 더 큰 걸림돌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만큼 그리고 원하는 만큼 행복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행복에 대해 스스로 잘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떻게 행복을 얻을 것인가를 논의하기에 앞서 자신의 행복에 대한 생각, 즉 ‘행복메타인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행복메타인지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행복한 삶을 위해 항로를 정하는 “방향”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그 항로를 따라 실제로 순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행복한 삶을 기준으로 “내 모습”을 점검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낙관성이란 무엇인가

    유능한 뱃사람들은 순풍이 불 때만 배를 띄우는 것이 아니라 역풍이 부는 상황에서도 삼각돛을 활용해 지그재그 형태로 항해한다. 이러한 점은 인생 항해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인생 항해술에서 삼각돛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학습된 낙관주의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봤을 때 특별히 비관적이지 않으면 자신이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낙관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실제로 낙관적인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낙관성의 심리학

    상식적인 시각과는 다르게 행복, 지혜, 그리고 낙관성은 겉으로는 달라 보여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동일한 대상을 상황에 따라 초점을 달리해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행복하지 않거나 지혜롭지 않은 낙관성 또한 지혜롭지 않거나 낙관적이지 않은 행복한 삶은, 존재하지 않거나 설사 존재하더라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행복과 지혜 그리고 낙관성 이 세 가지가 별개의 현상이라는 정의를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애초에 이것은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떤 설명 방식이 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데 유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낙천성(樂天性)과 낙관성(樂觀性)은 다르다. 낙천성과 낙관성 모두 세상을 즐겁고 좋은 쪽으로 바라보는 특성을 뜻한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낙천성은 타고나는 기질에 해당되는 반면, 낙관성은 학습된 것이라는 점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낙관성을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t)’라고 부른다. 둘째, 낙천성은 지혜와 무관한 반면, 낙관성은 반드시 지혜를 동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낙관성의 심리학적 정의는 ‘좋은 일은 최대로’ 그리고 ‘안 좋은 일은 최소로’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생각을 조직화하는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상 낙관적이기만 하면, 삶에서 좋은 일은 더 많이 일어나는 동시에 나쁜 일은 더 적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는가 하는 점이다.


    겸손의 미덕에 대한 오해

    낙관성에 관한 설명을 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반문 중 하나는 “그렇다면, 낙관적인 사람들은 겸손의 미덕을 모르는 사람인가요?”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겸손’의 정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겸손의 미덕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겸손과 위선을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겸손과 위선을 혼동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겸손과 위선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는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사례를 확인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tvN에서 스타강사들의 공부 비법 특강이 방영된 적이 있다. 그 중 수능 화학과목 스타강사인 백인덕은 방송에서 자신의 일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어린 시절 그의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여섯 식구가 좁은 방 한 칸에 살았는데, 그 방 안에서 모든 식구가 잠을 자기 위해서는 6명이 동시에 차곡차곡 누워 잠들어야만 했다. 추운 어느 겨울 날, 그 단칸방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이 들었던 날 밤, 도둑은 정작 방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방문을 열었을 때, 여섯 식구가 방 안 가득 들어차있어서 발을 들여놓을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린 방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와 놀라 깬 어머니가 “누구요?”라고 물으니 도둑은 잠시 문 밖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냥 가버렸다는 것이다.


    백인덕은 방송에서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금은 다 잘돼서 너무나 잘살고 있어요.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좋은 옷에….” 그리고는 자신이 입은 옷을 손으로 집어 드러내 보이면서 “명품입니다. 안경도 명품이고요. 무엇보다 사람이 명품이지만.” 놀랍게도 백인덕은 당시 교육방송에서 금기시된 표현을 대놓고 사용했다. 하지만 이 방송이 나간 다음에 사회적으로 물의가 일지는 않았다. 오히려 스타강사로서 인가가 더 치솟았을 뿐이었다. 낙관적인 사람이 지혜롭고 유머러스하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는 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낙관적인 사람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 길을 찾아간다.


    백인덕 사례는, 명품을 착용한 사람이 모난 돌이 정 맞을까 봐 아닌 척하는 것은 겸손의 미덕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위선에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개한 것이다.



    사랑과 심리적 동화

    심리학에서 유전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출생 직후에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된 쌍생아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에서는 출생 이후에 헤어져 서로 만난 적조차 없는 쌍생아들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관찰했을 때, 행동 특성상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 이것을 유전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쌍생아들의 행복도 연구

    리켄은 1997년에 행복과 유전의 긴밀한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무려 1,491쌍의 쌍생아를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함께 자라건 아니면 떨어져서 자라건 간에 이란성 쌍생아들의 행복도 점수 간 상관은 매우 낮았다. 반면에 함께 자라건 아니면 떨어져서 자라건 간에 일란성 쌍생아들은 행복도 점수 간 상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켄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행복에서 유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44%에서 52%, 즉 거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경제적 수준, 교육 수준, 가계 소득, 결혼 여부, 종교 등 삶의 다른 요인들은 사실상 행복과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리켄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출생 직후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된 쌍생아들을 연구한 결과가 대중들에게 과도한 인기를 끄는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떨어져서 생활했던 쌍생아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일치’에 있다. 일례로 쌍생아 짐(Jim) 형제를 살펴보자.


    짐 스프링거(Jim Springer)와 짐 루이스(Jim Lewis)는 쌍생아로 태어났지만 스프링거는 친부모와 함께 자란 반면 루이스는 다른 가정에서 자랐다. 39세가 되었을 때 이들은 비로소 재회했다. 놀랍게도 다시 만났을 때 이들은 놀라운 정도로 공통점이 많았다. 이들은 모두 재혼한 상태였는데 둘 다 전 부인의 이름이 린다(Linda) 그리고 현재의 부인 이름이 베티(Betty)였다. 또 두 사람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 둘의 이름은 각각 제임스 알렌(James Alan)과 제임스 알렌(James Allan)으로, 발음이 같고 단지 철자 하나에서만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웠는데 그 강아지의 이름이 토이(Toy)였다. 두 사람이 결혼 후 여행을 간 곳은 모두 플로리다의 동일한 해변이었고, 두 사람이 다 이때 하늘색 시보레를 운전해서 갔다. 더불어 두 사람 모두 다 살렘 담배를 피웠고 밀러라이트 맥주를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심리학자들조차도 이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유전이 빚어내는 신비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인간의 직관은 세상 도처에 존재하는 확률적인 사건들을 알아차리는 데 놀라운 정도로 무디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 놀라운 일치를 보여주는 현상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연히 자리를 함께하게 된 두 사람이 있었는데 둘 다 전공이 간호학이었다. 그리고 둘 다 침례교인이었고 배구와 테니스를 가장 좋아했다. 또 고교 시절 두 사람 다 영어와 수학을 가장 좋아했고 사적지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단지 동일한 심리학 연구 때문에 일시적으로 같은 장소에 머물게 된 연구참여자일 뿐이었다.


    심장의 언어, 긍정감정

    심리적 동화의 자양분은 기쁨, 희망, 믿음, 사랑, 감사, 연민, 용서, 그리고 경외감과 같은 긍정감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감정들은 바로 ‘포유류의 핵심감정들’에 해당된다. 이것은 포유류의 특징인 출산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떠올려보라! 그 벅차오르는 감동의 순간, 산모의 마음속은 그 어떤 때보다 기쁨, 희망, 믿음, 사랑, 감사, 연민, 용서, 그리고 경외감의 긍정감정으로 충만하게 된다. 산모에게 사랑과 감사의 감정이 반영된 영상물을 보여주면 모유 분비와 수유 행동이 증가한다.


    베일런트에 따르면, 관계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긍정감정들은 ‘심장의 언어’에 해당된다. 실제로 최상위의 긍정감정들은 심장의 미주신경 긴장도(Vagal Tone)와 관계가 있다. 미주신경 긴장도는 호흡하는 동안 심박수가 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심장의 정보를 뇌로 보내는 일종의 통신장치 역할을 한다.


    긍정심리학자인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L. Fredrickson)과 동료들은 미주신경 긴장도와 근정정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들은 연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9주에 걸쳐 미주신경 긴장도의 변화와 긍정 및 부정정서 그리고 사회적인 친밀감 수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에 참여하기 전 미주신경 긴장도가 높았던 사람들은 낮았던 사람들보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친밀감과 긍정정서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렇게 증가된 미주신경 긴장도는 사회적인 친밀감과 긍정정서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신의학에서는 미주신경의 활성 수준을 높여주는 미주신경자극요법(Vagus Nerve Stimulation)이 우울증을 비롯해 다양한 정신장애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소통: 말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영역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를 붙들어서 움직이기까지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삶에서는 수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 그것을 가능하게끔 하는 것은 바로 심리학적 연금술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심리학적 연금술은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소통의 기술이다. 소통의 기술을 연금술에 비유하는 이유는, 그러한 삶의 기술들이 마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현실에서 이룰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한 말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는 데 관심이 있다면, 최우선적으로 공감의 기술을 실천해보기 바란다. 공감의 기술은 마음먹기만 하면 누구든지 날마다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다만, 공감의 기술을 지혜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번은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공감과 관련해 무엇을 더 배워야 할까? 이 문제를 확인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다음의 질문에 직접 답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 나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서의 핵심 포인트는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수많은 말들 중에서 오직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발을 찾는 것이다. 예컨대, ‘사랑한다’는 말은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에서는 단순히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 것 이상의 ‘금언(Golden Words)’이 필요하다. TV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 소개된 일화를 살펴보는 것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자옥, 김희애, 그리고 이미연 등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Dubronvik)에 있는 한 여행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일행이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이미연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김자옥이 불쑥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미연은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일이 있은 지 3일 후에 일행은 두브로부니크의 어느 카페에서 처음 보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났다. 그때까지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어느 중년의 여성이 이미연에게 조용히 다가와 손을 잡으면서 “기쁘고 행복하세요. 제가 마음으로 늘 바랐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미연은 뒤돌아서서 자꾸만 쏟아지는 눈물을 연신 손으로 닦아냈다.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 공감

    앞서 소개한 일화에서 김자옥이 이미연에게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것이 바로 전형적인 ‘공감의 기술’에 해당된다.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무조건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고 해서 이것이 모두 공감의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말도 누가 어떤 맥락에서 누구에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김자옥의 말이 이미연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동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김자옥은 과거에 이혼의 아픈 상처로 고통을 받았던 적이 있다. 김자옥은 자신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한 이미연을 심리적 동화의 형태로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미연은 김자옥의 이러한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기 때문에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졌을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공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듣고 싶어 할만한 이야기를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표현할 수 있는 형태로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이다. 정의상 공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서 사람들이 대규모로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경우, ‘일상적으로 공감을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보다 많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이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공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오로지 공감의 기술을 사용할 만큼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의 대화를 실천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의 시인 A. R. 아몬드(A. R. Ammons)는 “오직 침묵만이 침묵을 완전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때로는 침묵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상대방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그것을 간절히 원할 때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제 조제프 디누아르(Joseph A. T. Dinouart)에 따르면, 우리가 말을 할 때는 그 말이 침묵보다는 더 나은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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