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지은이 : 천위안(역:이정은)
출판사 : 리드리드출판
출판일 : 2022년 12월




  • ‘삼국지’에는 개인의 처세부터 국가 경영 전략까지 2천 년의 역사를 관통하며 깨달음을 주는 모든 인간사가 담겨 있습니다. 천하의 주인이 없는 혼란 속에서 제갈량이라는 막강한 상대에 맞서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자신의 왕국을 세운 조조를 통해 선택과 결단을 배웁니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조조 불굴의 투지 효과

    자신이 불리한 정보에는 물을 타라

    조조의 명령을 받은 유엽은 장수의 모사 가후를 찾아갔다. 지모가 깊은 데다 풍부한 경험까지 쌓은 모사 가후는 과거 이각과 장수를 위해 신출귀몰한 계략을 내놓았다. 조조도 가후의 계략에 걸려 두 번이나 장수에게 패하고 맏아들 조앙과 조카 조안민을 잃었다. 또 아끼던 맹장 전위를 잃었으며 조조 본인도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러니 아무도 도량이 바다같은 사람이라도 자수에게 맺힌 한을 뒤로 하고 먼저 손을 내밀 수는 없었다. 그러나 조조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었다. 이 행동은 가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이때 원소도 장수에게 사람을 보내왔다. 동시에 두 세력가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장수는 마땅히 원소를 선택해야 했다. 원소의 세력이 조조보다 확실히 강하고 장수와 조조는 과거의 원한이 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수가 대답하기도 전에 가후가 원소의 편지를 찢고는 원소의 사자를 향해 말했다.


    “그대는 돌아가 원소에게 전하시오. 제 동생과도 힘을 합치지 못한 위인이 어찌 우리 장군 같은 분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장수는 깜짝 놀랐다. “나와 조조가 철천지원수라는 사실을 잊었단 말이요? 조조가 나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주겠소?”


    가후는 조조에게 투항해야 하는 세 가 지 이유를 말했다. “첫째, 조조는 천자를 모시고 있어 행동마다 정당한 명분이 있습니다. 둘째, 원소는 세력이 강대하니 우리가 투항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나 조조는 매우 기뻐하며 주공을 중히 쓸 것입니다. 셋째, 조조는 천하를 노리는 야심가이니 사사로운 원한은 잊고 그 덕을 사방에 떨칠 것입니다. 그러니 장군께서는 망설이지 마십시오.”


    그제야 마음을 놓은 장수는 가후와 함께 유엽을 따라 허도로 갔다. 직접 마중까지 나와 기다리던 조조는 장수가 계단 아래 엎드리자 직접 일으켜 세웠다. “내 지난 잘못은 모두 잊어주시구려.” 조조는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잘못을 시인한 적이 없었다. 조조는 장수가 자신에게 투항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예전에 장수가 항복했을 때 조조는 그의 숙모 추씨에게 반해 장수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장수가 투항하자 조조는 큰 은혜를 입은 셈이 되었다. ‘호혜의 원리’에 입각하여 조조는 지난날의 잘못을 더욱 부끄럽게 생각했다.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과를 한 것이다. 만약 가후가 결단력을 발휘해 장수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한편 조조가 유표에게 보낸 사자는 아무 소득 없이 돌아왔다. 그러자 유표와 친한 장수가 조조에게 보답하고자 입을 열었다. “제가 잘 아는 예형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학식이 대단합니다. 다만 성정이 오만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탈이지요. 진작부터 승상께 추천해 올리려 했으니 이 사람이 무례하게 굴까 두려워 그러지 못했습니다. 예형도 유표와 아는 사이니 그를 보내면 일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공융은 진작부터 예형을 관직에 앉히고 싶었으니 워낙 성격이 특이하고 안하무인이라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조조가 사람을 찾자 이때다 싶어 예형을 천거한 것이다. 그는 ‘물타기 효과(또는 희석효과)’라는 심리적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공융은 먼저 예형의 재주와 학문이 뛰어난 인재로 소개했다. 긍정적인 첫인상(초두효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만약 ‘입만 열면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자입니다만’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면 조조는 더 들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융은 칭찬부터 한 뒤 나쁜 점을 슬쩍 꺼내고 그가 유표와 아는 사이라는 것까지 덧붙였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샌드위치처럼 엇갈려 놓아 상호 간에 희석작용하도록 한 것이다. 공융의 말을 들은 조조는 예형을 데려오도록 했다.


    천사도 지옥에 떨어지면 악마가 된다

    헌제는 동귀비의 임신을 이유로 조조에게 사정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선택이었다. 오히려 조조는 동귀비를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만약 동귀비가 아들을 낳는다면 헌제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된다. 그런데 ‘천명’이 자신을 가리킨다고 믿는 조조에게 헌제의 후사는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헌제는 동귀비의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해달라고 애걸해야 했다. “그 부탁은 들어드리지요.”


    조조는 동귀비에게 흰 비단을 주며 직접 목을 매어 죽도록 했다. 헌제는 눈물만 흘릴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천하의 주인인 황제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 하나 지켜주지 못한다니 이보다 애통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동귀비까지 죽인 조조의 행동은 과거 동탁이 저지른 만행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조조는 정말로 제2의 동탁이 되어버린 것일까? 동탁도 자신을 죽이고 한실을 일으키려 했던 젊은이가 몇 년 후 자신의 훌륭한 후계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인간은 상황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착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고,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될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상황에 따라 성향이 변하는 현상을 가리켜 ‘루시퍼 효과’라고 정의했다.


    루시퍼 효과는 ‘착한 사람이 악마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빛의 수호자로 신의 총애를 받던 천사 루시퍼가 지옥에 떨어지면서 악마 사탄이 되었다. 이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 성격까지 바꿔놓는 근본적인 원인임을 보여준다.


    1971년, 짐바르도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으로 루시퍼 효과를 입증했다. 짐바르도는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과 건물 지하실을 감옥으로 꾸며놓고 실험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했다. 짐바르도는 그중 24명을 선발하여 무작위로 ‘죄수’와 ‘교도관’으로 분류했다. 짐바르도 본인은 교도소장 역할을 맡았다.


    실험 초반, 경찰 놀이처럼 가볍게 시작한 실험참가자들은 빠른 속도로 자기 역할에 빠져들었다. 교도관은 죄수의 옷을 벗기거나 몇 시간 동안의 감금, 베개와 이불 압수, 식사 금지, 손으로 변기 닦기, 팔굽혀펴기, 수면시간 줄이기, 한밤중에 죄수들을 불러내 인원확인을 하거나 각종 모욕적인 활동을 시키며 죄수들의 ‘기선’을 제압했다.


    실험이 시작된 지 이틀이 채 안 되어 ‘심리적으로 건강한’ 학생들은 다른 ‘심리적으로 건강한’ 학생들의 억압에 괴롭힘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가장 먼저 죄수 번호 8612가 처음으로 다른 죄수들을 이끌고 교도관들의 권리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짐바르도는 교도관들이 심하게 괴롭히지 않도록 해주겠다며 8612를 달랬다. 대신 감옥으로 돌아간 후 스파이가 되어 감옥 안의 상황을 몰래 알려주라고 덧붙였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제안이었다. 그는 ‘실험 시작 전 교도관과 죄수들은 모두 똑같은 학생이었지만 실험이 일주일째 접어들자 두 그룹은 완전히 다른 집단이 되었다’라고도 털어놓았다.


    실험 6일째, 짐바르도의 약혼자 크리스틴이 실험실에 찾아왔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심리학박사 학위를 갓 취득한 크리스틴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실험 시작 전, 참가를 신청한 한 남학생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굉장히 예의 바르고 사교적인 아주 재미있는 친구였죠. 그런데 그 학생이 모의 감옥에서 ‘악명 높은’ 교도관이 되어 있더군요. 내가 보았던 친절한 남학생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요.”


    크리스틴이 방문했을 때는 목욕시간이었다. 욕실은 실험실 밖에 있었다. 교도관들은 죄수들의 발목에 사슬을 채워 일렬로 줄을 세운 다음 머리에는 용수를 씌워 밖을 전혀 볼 수 없게 한 다음 욕실로 데려갔다. 그 광경을 본 짐바르도가 크리스틴에게 말했다. 그는 흥분에 차 있었다. “봤어? 정말 대단하지 않아?” 크리스틴은 이런 약혼자의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착하고 부드러웠던 그가 어느새 잔혹하고 폭력적으로 변해 있었다. 과연 이 악마 같은 남자와 함께 살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결국, 실험실을 나온 두 사람은 처음으로 심하게 싸웠다. 약혼녀와 다투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짐바르도는 다음 날 바로 실험을 중지했다.


    교수를 포함한 실험참가자 모두 이것이 ‘실험’임을 알고 시작했다. 그럼에도 모의 감옥은 성공적으로 ‘악마’를 만들어냈다. 문명사회에 사는 인간은 세련된 이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잔인하고 동물적인 야성의 발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증명이다.


    조조가 동착이 되어버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병권을 손에 쥐고 천한를 좌지우지하게 되자 조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더 이상 한나라의 부흥을 꿈꾸는 열혈청년이 아니었다. 조조의 상황은 권력에 대한 욕망을 부풀려 천하의 주인이 되도록 이끌었다. 자기 욕망을 이루는 데 장애가 되는 사람들은 더욱 혹독하게 몰아세우고 잔인하게 괴롭혔다. 그것이 조조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조조나 동탁에게 인간성 상실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누구든 그들의 상황이 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조조를 도덕적으로 질타할 수만은 없도록 만든다. 조조는 동귀비를 죽이고 나서도 안심하지 못했다. 헌제가 언제 또다시 외부세력과 결탁할지 몰랐다. 그는 조홍에게 군사 3천 명을 주어 궁의 경비를 맡겼다. 이제 헌제는 사실상 궁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조조의 상호작용 원칙

    아름다움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가꿔라

    유비는 유표에게 상객으로 대접 받았다. 하지만 채모 등 유비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등쌀에 결국 신야로 거처를 옮겼다. 한편 조조는 원소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병력을 기주에 집중시켰다. 조조의 맹렬한 공세를 이기지 못한 원소는 붉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유부인은 죽어가는 원소에게 원상을 후계자로 정하겠냐고 물었다. 한때 천하를 움직이던 영웅은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마지막 결정이 결국 원씨 집안을 벼랑으로 몰았다.


    장남 원담은 아버지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집안싸움이 시작되었다. 원담은 조조에게 투항했다가 배신했다. 화가 난 조조는 자신의 딸과 혼인하기로 되어 있던 원담을 죽여버렸다.


    이때 갓 열여덟 살이 된 조조의 아들 조비도 아버지를 따르고 있었다. 혈기왕성한 청년 조비는 아버지와 함께한 첫 출정에서 공을 세우고 싶어 몸이 잔뜩 달아 있었다. 그래서 기주를 함락시키고 성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곧장 원소의 집으로 달려갔다.


    원소의 저택은 조조의 병사들에 둘러싸여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조비는 소리를 질러 그들을 물리치고 후원으로 달려갔다. 후원에는 원소의 후처 유씨가 젊은 여인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젊은 여인이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소리를 듣자 조비는 가슴이 뛰었다. 그의 나이 열여덟, 이제 한창 젊음이 꽃필 나이였다. 머리는 산발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옥처럼 고운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이다. 원소의 둘째 아들 원희의 부인 견씨였다.


    외적 매력은 어떤 경우에도 과소평가될 수 없다. 뛰어난 미모의 유혹은 더더욱 견디기 어렵다. 철학자 루소는 ‘여자는 남자의 성격과 사랑에 빠지고, 남자는 여자의 외모와 사랑에 빠진다’라고 말했다. 여자의 외모가 남자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심리학자 앨리엇 아론슨과 진델 시걸은 실험을 통해 매력적인 여성은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아론슨과 시걸은 미녀를 섭외한 다음, 매력적인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으로 꾸며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이 여성은 피부색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불구불한 금발의 가발에 촌스러운 옷을 입었다.


    실험 결과, 여성이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일 때 남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그녀의 평가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좋은 평가를 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모두 그녀에 대해 비슷한 정보의 호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아름다운 본래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좋은 평가를 받은 그룹은 그녀에게 처음보다 높은 호감도를, 불리한 평가를 받은 그룹은 처음보다 낮은 호감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어진 실험에서는 후자 역시 그녀와 말 한마디라도 더 나누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실험은 참가한 모든 남학생이 여성의 미모에 취약하다는 점을 증명한다.


    어쨌든 조비는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죽이려고 빼 들었던 검은 이제 그녀를 지키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조비는 얼른 표정을 바꾸고 제법 근엄하게 말했다. “나는 조승사의 아들이다. 내가 너희들 보호해줄 테니 안심하라.” 조비는 ‘권력자의 2세’라는 것을 앞세워 눈앞에 있는 연약한 여인에게 은혜를 베풀려 했다. 그러나 사실 두 여인은 조비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았다. 조조가 벌써 엄명을 내려 원소의 저택을 철통경비하고 그 가족을 해치지 않도록 조치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한편 성안의 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조조가 입성했다. “안으로 들어간 자가 있느냐?” “공자께서 안에 계십니다.” 그 말을 들은 조조의 얼굴이 굳어졌다. 일개 도위에 불과하던 시절에도 법과 원칙을 칼같이 지키던 그였으니, 한나라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된 지금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조조는 망설이지 않고 조비를 끌어내 군령대로 처리하도록 했다.


    그것을 보자 순유와 곽가가 황급히 나섰다. 순유와 곽가는 조조를 말리며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었다. 최대의 적수로 여기던 원소를 물리치고 기주를 손을 넣은 지금, 조조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천명’을 느끼고 이었다. 그런데 조비를 앞에 두니 불현듯 조비가 태어났을 때 도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드님은 참으로 귀하게 될 상입니다. 누군가의 신하에 그칠 인물이 아니지요!”


    평생 온갖 일을 겪으며 수많은 사람을 보아온 유씨는 원소가 죽고 난 후 자신의 삶도 순탄치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 순간, 유씨는 젊디젊은 조비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포착했다. 그것은 미인을 보고 혼이 나간 사내의 모습이 분명했다. 유씨는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가 조조에게 말했다. “공자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집안은 끝장났을 것입니다. 부디 공자님께서 이 아이를 거두도록 해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조조가 고개를 돌려 견씨를 보니 과연 뛰어난 미인이었다. 조조는 감탄을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조비의 ‘첫눈에 반한 사랑’은 완벽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조조 경쟁과 도전의 기술

    먼저 터트린 샴페인에 취하지 마라

    조조가 배들을 큰 사슬로 연결하자 과연 평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배 위에서 무기를 휘두르고 말을 달릴 수 있게 되자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조조는 매우 기뻐하며 이 계책이 반드시 승리를 안겨주리라 생각했다.


    건안 13년 11월 15일, 하늘은 맑고 물결도 잔잔했다. 조조는 배 위에서 연회를 열었다. “오늘 밤에는 장수들과 함께 흠뻑 취하겠다.” 한평생 전쟁터를 누빈 조조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는 먹고 마시며 마음껏 즐겨도 큰 전쟁을 앞두고서는 절대로 경계를 풀지 않던 조조였다. 어차피 승리하게 되어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의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가 의로운 군사를 일으킨 이래, 나라를 위해 흉악한 세력을 없애고 사해를 깨끗이 하여 천하를 평안케 하기를 바랐으나 아직 강남을 손에 넣지 못했고, 이제 100만 대군이 있고 공들이 있으니 두려울 게 뭐가 있겠소. 강남을 수복하고 청하가 평정되면 제공들과 부귀와 평화를 함께 나눌 것이오. 내 오늘의 이 말을 잊지 않을 테니 다들 기억하시오.”


    조조는 부하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니 취기와 함께 기분도 잔뜩 고조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남쪽을 가리키며 크게 말했다. “주유와 노숙은 천시를 모르는구나. 오늘 내게 투항한 자가 너희에게는 큰 화근이 될 것이다. 하늘이 나를 돕는다!” 순유는 조조가 취했다는 것을 알고는 급히 나섰다. “승상께서는 말을 아끼십시오. 일이 새어나갈까 두렵습니다.


    역시 본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조조는 득의양양해지면 선을 지키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부하들이 있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욕정을 숨기지 않았다. 달콤한 꿈에 빠져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기분이 최고조에 달하자 절로 시흥이 솟아 ‘단가행’을 읊기 시작했다. 그때 양주자사 유복이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섰다. “대군이 서로 목숨을 걸고 맞선 상황에서 승상께서는 어찌 그리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유복은 조조가 신임하던 인물로 충심에서 바른말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흥을 깬 사람은 의도와 상관없이 늘 결과가 좋지 않은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조는 크게 화를 내며 고함을 쳤다. “네가 감히 내 흥을 깨느냐!”


    알코올에 취해 자제력을 잃은 조조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손에 든 창을 던져 그대로 유복의 가슴을 꿰뚫어버렸다. 화기애애하던 연회는 그렇게 끝나버렸다. 이것만큼은 확실히 불길한 징조였다.


    다음 날 아침, 조조는 지난밤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떠올리며 후회를 금할 수 없었다. 동오와의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방종에 빠져 군대의 사기를 어지럽힌 결과는 끔찍했다. 충성스러운 공신을 죽인 것도 장졸들을 경악하게 했다.


    조조는 유복의 아들 유희를 불러 눈물까지 흘리며 정중히 사과했다. 유복의 시신을 허도로 운반하여 후한 장례를 치르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유희는 적벽대전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유목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아들을 살린 셈이다.


    한편 수군도독인 모개와 우금이 조조를 찾아와 마지막 점검을 요청했다. 서북풍이 심하게 불었지만 쇠사슬로 단단히 연결된 배 위는 평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사기가 오른 군사들이 배 위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도 용맹해보였다. 전후와 좌우의 각 군대가 질서정연했고, 작은 배 50여 척도 대영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조조는 모사들에게 말했다. “하늘이 나를 돕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묘책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사슬로 배들을 연결하니 강을 건너는 것이 마치 평지를 달리는 것과 같구나.” 조조의 ‘천명’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때 모사 정욱이 치명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배들을 연결하니 흔들림은 없어졌지만, 만약 적이 화공을 쓴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사실 조조도 진작부터 그 문제를 염려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은 방통이 조조를 쉽게 속였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전쟁에서는 주유가 승리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예지력만큼은 조조 쪽이 훨씬 나았다.


    “모름지기 장수라면 먼저 천시를 알고 지리를 살펴야 군사를 움직일 수 있소. 패배보다 승리의 가능성을 높게 셈한다면 아예 셈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지금은 겨울이라 서북풍이 있을 뿐 남풍이나 동풍은 없소 우리는 서쪽에 있고 주유는 남쪽에 있으니, 화공을 한다면 자기 군사들이나 태워죽일 텐데 걱정할 것이 무엇이오? 지금이 만약 시월이거나 초봄이었다면 나는 벌써 거기에 대비했을 것이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조조의 묘수에 탄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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