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에게 모든 것을 걸어라
 
지은이 : 앤 하이엇(역:신솔잎)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22년 11월




  •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누구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생을 바꿀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일과 삶에 투지와 열정을 불어 넣어준 책과 만나보세요!


    지금 나에게 모든 것을 걸어라


    주어진 환경에 지지 않고 불가능을 꿈꾸다

    꿈이 아닌 안전한 길에 투자하지 마라

    나는 몽상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모두 감자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양몰이를 하며 자랐다. 스칸디나비아와 스위스 출신의 조부모님은 더 나은 기회와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삶을 꿈꾸며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신세계로 이주했다. 내 아버지도 큰 꿈을 지닌 분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한 회계학이 가족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책임져줄 확실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자신의 열정과는 조금 다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열정을 가진 일은 회계보다는 비행이었다.


    전투기 조종사는 조종사 훈련에서 낙오하지 않은 엘리트 졸업생만이 될 수 있었다. 남들보다 뒤늦게 뛰어들어 전투기 조종사가 될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낮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그 확률을 뚫겠다고 결심했고 또 자신 있었다. 그의 여정은 대담함, 목적의식, 용기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모험을 시작해야 했고 결국 그 꿈을 이뤘다.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예상할 수 없는 일정과 임무, 여러 일들을 거치며 동생들과 함께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자립적이며 용감하게 자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같은 비행 중대 동료를 여럿 잃었다. 우리 가족이 관사에 살던 당시 훈련 중에 사고로 군인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어머니는 정복을 갖춰 입은 장교들이 관사를 찾아올 때마다 느꼈던 공포를 이야기하곤 했다. 자신의 차례가 아니길, 정복의 장교들이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길 바라며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들이다. 어머니의 경험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시간을 어떻게 쓸지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동기를 내 안에 심어줬다. ‘단 하루도 허투루 낭비해선 안 된다.’ ‘매일 아침마다 나누는 입맞춤과 포옹일지라도 빠짐없이 소중히 여겨야 한다.’


    어린 시절에 나는 엄청난 도전뿐만 아니라 더없는 모험을 여럿 경험했다. 내 성격은 타고난 성향과 유년 시절의 양육 환경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공군 아버지 밑에서 자란 환경은 내 성격과 본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거주지를 자주 옮겨 다니며 낯선 환경과 한정된 자원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법을 깨우쳤다. 높은 적응력과 어떤 일에도 쉽게 동요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낯선 무언가에 겁을 먹는 대신 탐험하는 법과 모험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성격상 완벽하게 정리된 의견이 아니면 생각을 말하지 않았지만 자라면서 이를 고쳐나갔다. 이렇듯 타고난 성격 중에는 강점인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적극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약점들도 있다.


    희생과 성장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우리는 훗날 더욱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바람으로 현재 갖고 있는 것을 포기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안전함을 희생하는 대가로 더 좋은 것을 보상받으리라는 기대를 갖기보다 익숙하고 덜 위험하다는 이유로 불만족스러운 일, 관계, 책임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할 때가 많다. 손에 무언가를 가득 움켜쥔 채 자유를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때가 너무나 많다. 게다가 과거의 영광에 너무 오래 빠져 있다 보면 기쁨과 기회는 사라진다. 기억하라. 한곳에 정체돼 있을 때는 운동 에너지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때로는 머리가 아닌 직감을 따라라

    작은 시도는 성공의 연료다

    나도 내가 구글에서 12년이나 근무하게 될 줄은 몰랐다. 구글을 떠나 전 세계의 CEO 고객들을 상대하는 CEO 컨설팅 기업을 세우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당시에는 사소해 보였던 터닝 포인트들을 거치며 배운 모든 것이 내 삶의 경로를 변화시켰다.


    내 삶과 커리어를 특별하게 만든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나와 함께 일했고 또 내가 모셨던 최고의 인재들이다. 꼭 억만장자인 CEO 밑에서 일하거나 일류 테크 기업에서 일해야만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사람들 곁에서 함께 일할 것인지 자신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나는 직함이나 연봉 등 그 무엇보다도 어떠한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런 상사야말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내가 되고 싶은 리더로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주변,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관리자와 CEO를 보면 이들 역시 명석하고 호기심 많고 친절하고 협동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일류들로 팀을 꾸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위한 두 가지 질문

    나는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 커리어를 향상시키기 위해 두 가지를 꾸준히 지켜왔다. 첫째, 내가 따르고 싶은 커리어를 밟고 있고 내가 갖고 싶은 리더십의 자질을 지닌 관리자를 찾는 것을 우선시했다. 둘째, 일류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성장해나갈 기회가 주어지는 자리를 선택했다. 물론 편한 자리에 머물며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와 괴로움을 피할 수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장기적인 성장과 행복을 희생해야 했을 것이다.


    일터에서 지내는 오랜 시간을 안전지대에서만 머문다면 일에서 에너지를 빼앗기고 지루함만 느낀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배웠다.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익히거나 활력을 얻는 일은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내가 업무 시간의 80퍼센트 이상을 안전지대에서 머문다는 생각이 들 때면 새로운 프로젝트나 역할을 찾아다녔다. 스스로에게 ‘커리어의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다 보면 커리어의 경로가 쉽게 그려졌다. 만약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거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일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주는 역할과 프로젝트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아마도 내 관리자나 팀이 내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곧장 일을 그만뒀을 것 같다. 다행히도 지금껏 내가 속했던 팀들은 내가 모험을 시작하도록, 나 혼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들을 성취하도록 도와줬다.


    지난 커리어의 궤적을 돌아보면 내게 성장의 경로와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내 상사들이었다. 그들이 상황을 조성하고 환경과 조건을 만들었으며 목표를 세웠다. CEO든 아니든 내 상사들은 협조적인 환경 속에서 내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를 끊임없이 시험하며 내 능력을 개발시켰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들은 무엇보다 결과를 바랐고 나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각오가 돼 있었다.


    나는 두 번 다시 없을 혁신의 시기에 여러 기업에서 일하는 특권을 누렸다. 인터넷의 태동기에 아마존에서 일하며 베이조스가 이커머스를 발명하는 과정을 지켜본 일은 다시 못 할 경험이다. 그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비록 대학에서는 그리 멋지지 않은 일들을 했지만 핵심 기술을 배우고 자신감을 키운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구글에서의 경력도 마찬가지였다. 구글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나는 그곳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구글의 프로덕트들이 기획과 론칭을 거쳐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부로 자리 잡는 전 과정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렸다.


    만약 일을 하며 지치고 소모된다면 자신의 에너지를 높여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다. 자신을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곁에 둠으로써 일로부터 얻는 나쁜 영향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일터에서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 없었던 커리어 초기 시절에는 개인적인 시간에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또 내게 성취감을 주는 프로젝트를 그들과 함께 가능한 한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나만의 성공 사이클을 만들어라

    한걸음 더 뛰어봐야 어떻게 뛸지 안다

    아마존 프라임 공개 이후,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해야 할 일도 많았고, 개발과 관련된 업무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모두를 이끌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굉장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존의 미래는 롤러코스터처럼 무서운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CEO실의 젊은 직원이었던 나를 비롯해 베이조스와 CEO실 팀원은 달리는 롤러코스터가 탈선하지 않도록 정신없이 선로를 만드는 기분을 느꼈다. 우리는 직급을 떠나 팀원들끼리 서로를 굳건하게 믿어야만 했다.


    당시에 커리어 초기였던 내게 중요한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진행시킬 능력은 없었다. 그래도 핵심 구성원들이 기적을 행하는 과정에서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도울 눈치는 있었다. 나는 팀원들이 내게 묻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워 룸(war room)’을 지휘하는 방법을 배웠다. 워 룸은 테크 기업에서 론칭이 시급한 시점에 팀들이 모두 모여 밤낮없이 일하는 회의실을 뜻한다. 워 룸에서 배운 것들은 훗날 구글에서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나는 워 룸에서 내가 맡은 일의 중요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든 소매를 걷어붙이고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었다. 대부분 인턴 수준에서 할 법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베이조스와 수석 부사장들이 워 룸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 얼마나 값진 경험이었는지 훗날 셀 수 없이 많이 느꼈다.


    2005년, 베이조스가 이사회에 아마존 프라임에 대해 소개하자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사회로서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연 79달러에 100만여 종이 넘는 상품을 무제한 2일 배송으로 제공한다면 회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조스는 이것을 ‘무제한 급행 배송’이라고 말했다. 만약 고객이 3달러짜리 칫솔을 무료 익일 배송으로 주문한다면 기업은 수익을 낼 수 없었다. 무언가가 더 있어야 했다.


    베이조스는 당장의 분기별 성과가 아닌 향후 수십 년의 성장에 초점을 두었다. 그는 실제적이고 획기적인 발전에 무게를 두었고, 주주들에게 당장의 만족감을 안겨줘야 한다는 데 사로잡히지 않았다. 그는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인 게임을 했고 그의 표현대로 고객들 주변으로 전략적으로 해자(moat)를 파놓았다. 또한 훗날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현재의 작은 성과를 희생하려는 쪽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터진 닷컴 사태로 거의 모든 것을 잃은 투자자들은 베이조스와 다른 타임라인에 서 있었다.


    아마존 프라임 시스템을 시작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송비와 공급망 최적화였다. 한 이사회 회의에서 베이조스는 15층 회의실의 통장으로 내려다보이는 시애틀의 지평선을 배경으로 화이트보드 몇 개를 빽빽이 채우며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그는 배송 업체와 적정한 가격선으로 협의하면 아마존 프라임의 고객 서비스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운영 수석 부사장인 제프 윌크(Jeff Wilke)는 일반 배송보다 항공 배송이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항공 배송을 최대한 배제하는 공급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이사회는 여러 단서를 붙이는 조건으로 아마존 프라임을 허락했다.


    절반 정도 허락을 얻은 베이조스는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노력은 페덱스 때문에 좌절됐다. 페덱스는 베이조스의 터무니없는 제안을 어떤 배송 업체에서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베이조스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아마존의 배송 물량을 페덱스가 아닌 다른 배송 업체로 전환했다. 페덱스가 자신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얼마나 큰 손해를 감당해야 할지 보여준 것이다. 실로 겁 없는 처사였다. 페덱스에서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버텼다면 아마존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조스는 두 기업의 운명을 하나로 묶어야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도박은 성공적이었다. 아마존 프라임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 페덱스와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프로그램 론칭 후, 프라임 회원이 일반 고객보다 더 오래 아마존 사이트에 머물고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존의 장기적 고객 보상 프로그램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아마존 프라임 론칭 이후 물류 센터 프로토콜에서 주문 과정의 비효율성은 줄어들고 배송 속도는 빨라지는 한편 총비용은 낮아졌다. 주문 배송 시스템을 조직화하기 위해 개발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굉장한 성과를 거뒀다. 어떤 경쟁사도 특허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아마존만큼 효율적으로 주문과 배송을 처리할 수 없었다. 이후 아마존은 획기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의 배송 정보를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원클릭(1-click) 배송을 론칭하고 특허까지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간편한 주문 시스템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고객 경험을 할 수 없었다. 아마존의 혁신적인 기술은 카운트다운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비로소 실현됐다. 베이조스가 탐과 프로젝트의 비전을 온전히 신뢰했고 팀 또한 베이조스를 완벽하게 믿었기 때문에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내놓을 수 있었다. 리더급 뿐 아니라 조직의 모든 사람이 함께 힘을 모을 때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내가 앉을 자리에 직접 의자를 가져가라

    중요한 곳에 앉을 자격을 보여주다

    개별 기여자였던 나는 항상 자신의 영향력을 더욱 확장하려 애쓰는 최고 CEO들과 함께하며 한 번씩 주눅 들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자신감이 저하되거나 동반되는 감정들 때문에 내게 주어진 특권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누구나 역량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항상 두려움 또는 불편함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당신이 잘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조금씩 기여의 범위를 넓혀가기 위해 절차를 능률화하고 업무를 위임하고 새로운 파트너와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가며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콘텐츠 실무에 집중할 여유를 만들었다. 단순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어색하고 불편한 순간들도 있었다. 나는 구글 내에서 그리고 구글을 넘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었고 점차 내 영향력을 떨칠 기회가 늘어갔다.


    슈밋은 중요한 자리에는 항상 중립적인 사람을 동반해 간략한 의견과 앞으로의 방향을 묻는 것으로 유명했다. 스페인 국왕과의 면담이 있던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기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만석인 테이블에 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경험이 내 자신감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굉장한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 공간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그 공간에 나를 위해 준비된 자리를 얻고 싶었다.


    슈밋의 벤처 캐피털 회사인 이노메이션 인데버스(Innovation Endeavors)는 매년 세계적 명성의 과학자, 학자, 기업인들을 초청해 텔아비브 투어 행사를 진행한다. 그때마다 내 역량을 확장함과 동시에 위축되는 감정을 경험했다. 유명 박물관과 연결된 개인 저택에서 열린 저녁 식사 자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나는 참석자들이 주고받는 용어들과 주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찾아보려고 적은 내용이 몇 페이지에 이를 정도였다. 잔뜩 주눅이 들어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앉아 있기도 벅찼다. 나는 내 자신을 가로막는 생각들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려고 노력했다. 보통 공식적인 모임에서는 자기소개로 자리가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나는 내 이력이 행사에 참석할 만한 자격이 안 되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지만 나는 똑똑한 슈밋이 나를 여러 행사에 동석시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나 역시도 내가 어떠한 가치를 더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동안 대화가 이어지고 난 뒤 슈밋은 국왕과의 면담 때 그랬듯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생각을 묻거나 질문 내용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덕분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슈밋은 비전문가의 의견이 대화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자신들이 해결하려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회의 장소도 참가자들도 하나같이 대단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싶고 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다. 중요한 결정이 오가는 공간으로 진입하는 길은 멀다. 게다가 그곳에 참여할 자격을 얻기 위해 당신이 들이는 노력을 아무도 몰라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당신이 하는 일에서 드러난다. 당신이 노력해서 얻은 자신감을 밑거름 삼아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손을 들어야 한다. 현재 당신에게 주어진 일 이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점점 더 중요한 장소로 자신을 이끌 수 있으며 또 그 장소에 당신이 직접 의자를 챙겨갈 수 있다. 당신을 위해 마땅히 준비된 빈자리는 없다.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는 내 손으로 만든다

    최고의 인생가이드는 내 안에 있다

    나는 처음부터 내 일을 수습직에 가깝다고 여기며 매일같이 가능한 많은 것을 배우려고 했다. 즉 내 일상에 멘토십이 이미 내재돼 있었다. 내 경험을 나와 비슷한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한 후부터 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콘퍼런스 무대에 서는 것을 즐기고 열정적인 사람들을 코칭하고 힘을 북돋워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내가 배운 것들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데 보람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멘토가 돼줄 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학습을 얻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탁월한 인재가 아니지만 리더가 된 사람들을 전 세계 곳곳에서 봤다. 그들은 굉장한 자신감으로 일단 나서서 손부터 들었다. 만약 당신이 리더처럼 보이고 싶다면 초점을 기여에서 영향력으로 옮겨야 한다. 슈밋도 진정한 리더와 관리자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 자주 말하곤 했다. 그에 따르면 리더는 영감을 주고 관리자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한다. 아주 단순했다. 당신에게도 언젠가 스포트라이트 안에 서야 할 때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 무대 위에서 대담하게 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나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선정된 기업에서 12년간 내가 꿈꾸던 일을 했다. 2018년 9월 1일에 구글을 퇴사해 이후부터는 혼자 새롭게 일을 시작했다. 언뜻 보기엔 말도 안 되는 결정이었다. 나 또한 아직도 한 번씩 내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 자문하곤 한다. 구글은 10년 넘게 내 집이자 가족이자 정체성이자 안전지대였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는 게 아니라 내 꿈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구글에서 나는 내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갔다.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언어로 말하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도 있었다. 압도당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나를 붙잡아준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배웠던 성공의 원칙들과 내 북극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멘토들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 세상에 유익한 것을 창출하도록 영감을 주는 데 내 삶과 커리어가 기여하길 바란다. 나 역시 내 가치와 열정의 목표를 알기에 혼란스럽고 두렵고 힘든 기업인의 길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나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기보다 남들에게 따뜻함을 더욱 전하던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나 문제, 도전을 넘어선 의미를 내 일에 부여하고 그 의미를 타인에게도 전하고 있다. 내가 얼마나 오래 일하는지 또는 최종 결과가 무엇인지보다 내 업무의 질과 의미를 더욱 중요시하게 됐다. 또한 내 고객들이 진정으로 해결하고 창출하고 기여하고 싶은 것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 본질에 곧장 파고들었다. 다른 사람의 여정에 멘토 역할을 하면서 나 스스로도 깊이 성장했다.


    나는 미래를 만드는 능력이 사실 내 안에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성장하며 마주하는 압박감에 대처하고, 힘든 일을 맡아 내 권한을 키워가고, 알맞은 안내자를 찾고 따를 때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누군가의 안내자가 되어주는 경험을 한 후에 비로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더 이상 테이블에 앉을 자격을 얻기 위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길고도 고통스러운 터닝 포인트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도구는 나란 사람을 다시 만들어나가는 데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 안에 숨어있던 본질을 드러내는 데 필요했던 도구였다. 마침내 나는 충분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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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