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는 CEO
 
지은이 : 고두현
출판사 : 더숲
출판일 : 2022년 07월




  • 자연이 가장 중요한 미래 가치인 시대입니다. 자연의 상징 나무는 성장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파종부터 발아, 개화, 결실까지 지속가능한 성장의 표본이니까요.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 요구되는 시대, 자연이 리더들에게 주는 많은 의미를 인문학적 통찰과 지식으로 풀어냈습니다.


    나무 심는 CEO


    호르메시스 효과와 다빈치의 ‘거꾸로 발상’ _ 역발상

    약초와 독초는 한 뿌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똑같은 풀이지만 쓰임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투구꽃의 덩이뿌리인 부자는 조선시대에는 한약재로 활용되었지만, 독성이 너무 강해 사약으로도 쓰였다. 독의 양에 따라 삶과 죽음이 왔다 갔다 했다.


    독성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위스 의학자 파라셀수스는 500년 전 “어떤 물질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여부는 용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를 실험 과정에서 확인하고 호르메시스(hormesis, 자극)이라는 용어로 개념화한 것은 독일 약리학자 후고 슐츠다. 그는 1888년에 소량의 독성이 효모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20세기 들어 미국 학자 에드워드 캘러브레스가 페퍼민트 식물 연구에서 이 효과를 입증했다. 페퍼민트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서 포스폰을 투여했더니 성장이 억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인 식물보다 40퍼센트나 더 크고 잎도 무성해졌다.


    호르메시스 효과는 건강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적은 양의 독성이 인체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마늘에 함유된 알리신과 카레에 들어 있는 커큐민, 블루베리 속의 폴리페놀 등은 독소인데도 몸속 세포를 자극하면서 면역력을 키운다.


    최근에는 복어의 독을 이용한 진통제와 치료약 개발이 한창이다. 일제강점기에 의친왕이 독성 강한 비상을 조금씩 먹으며 독살의 위험에 대비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현미와 통곡물을 둘러싼 논쟁도 흥미롭다. 어떤 학자는 식물의 껍질 속에 있는 자기방어용 화학물질인 렉틴이 위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소화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독일 진화생물학자 리하르트 프리베는 “염증 유발 요인보다 항암, 면역증강 등 긍정적인 역할이 크고 몸속의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효과까지 있다”며 통곡물을 옹호한다.


    스트레스 역시 심신을 이롭게 해준다고 한다. 적절한 압박과 자극이 생체의 재생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세포에 활력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점은 최적의 용량이다. 니체도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다빈치의 창의성은 거울형 글쓰기에서 나왔다

    르네상스형 인간의 상징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왼손잡이였다. 글을 쓸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자를 좌우로 뒤집어서 썼다.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그의 글은 거울에 비춰봐야 해독할 수 있었다. 이런 필기 형태를 사람들은 거울형 글쓰기(mirror writing)라고 불렀다.


    학자들은 그의 글쓰기를 남다른 발상법과 연관 짓는다. 우선은 ‘거꾸로 쓰기’와 역발상의 연관성이다. 남과 다르게 뒤집어보는 다빈치의 사고법은 그의 예술 세계 전반을 아울렀다. 당시엔 금기로 여기던 인체 해부와 자궁 속 태아 관찰도 다빈치 특유의 역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지만 끈기는 부족했다. 대형 기마상을 만들다가 금방 신형 대포를 제작하고, 얼마 안 가 새로운 물감을 개발하는 등 딴짓을 했다. 거대한 대리석을 얻고도 쉴 새 없이 아이디어가 밀려오는 바람에 방치하다가 미켈란젤로에게 뺏기기도 했다. 이는 여러 가지를 동시다발적으로 생각하는 입체사고의 한 전형이다.


    끊임없는 실험적 사고도 그의 특징이다. <최후의 만찬>에서는 기존 방식과 달리 물감을 벽에 칠하고 열로 녹이는 템페라 기법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디테일을 묘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지속성이 없어 결국 색이 바래고 말았다. 그런데도 그의 실험 정신은 그칠 줄 몰랐다. <인체비례도>를 그릴 때는 고대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람 몸을 눈금자로 실측하며 완성했다. 기하학적 관점과 수학적 계량화는 자동차, 비행선, 헬리콥터, 잠수함, 대포 설계로 이어졌다. ‘위대한 설계자’라는 그의 업적은 이런 사고력의 확장에서 나왔다. 우리 주변에도 거울 글씨에 능한 사람이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돈 되는 나무와 브라질너트 효과 _ 창의

    산림청은 매해 전국에 5,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다. 지역별 중점 수종을 골라서 조림 효과를 높인다. 기후 조건에 맞춰 남부에는 편백나무, 소나무, 참나무류, 삼나무, 가시나무를, 중부에는 낙엽송, 잣나무, 백합나무를 심는 방식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림을 통해 삼림자원을 키우려는 것이다.


    전국의 산 주인들도 유실수 위주에서 벗어나 ‘돈 되는 나무’를 찾고 있다. 산림 경영 개념이 도입된 이후로 달라진 현상이다. 전국 삼림의 68퍼센트 이상이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이들의 호응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1~2년 만에 수익이 나는 두릅, 오가피, 오미자나 5~6년이면 되는 산수유, 살구, 산벚 등 수종이 다양해졌다. 고로쇠, 호두나무 재배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백합나무와 벚나무는 소나무보다 성장 속도가 2배 정도 빠르고, 경제성은 5배가 넘는다. 치유와 휴양의 의미까지 보태면 부가가치는 더 커진다. 산림 경영에 레저, 휴식을 융합하면 그게 곧 6차산업이다.


    한국콜마 같은 기업들도 해마다 개간지에 나무를 심으며 산림 경영에 나서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는 28.3헥타르에 2044년까지 소나무 숲을 조성해 1만 3,31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약 2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산림 면적은 국토의 68.4퍼센트나 된다. 천연자원은 적지만 산은 많으니 우리 미래가 숲에 달려 있다. 탄소 중립과 ESG 경영의 시대에 산림 경영은 더할 나위 없는 중요한 미래의 해법이 되고 있다.


    견과류 통을 열 때 브라질너트가 위에 보이는 이유

    브라질의 아마존 밀림에 ‘숲의 천장’으로 불리는 나무가 있다. 키가 50~60미터에 이르고 몸통 지름은 3미터를 넘는다. 열매도 아주 크다. 하나에 2킬로그램이나 된다. 그 안에 굵은 아몬드처럼 생긴 씨가 20여 개 들어 있다. 바로 브라질너트다.


    별명은 ‘천연 셀레늄의 보고’, ‘슈퍼푸드의 강자’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 셀레늄 함량이 높은 식물이 드물기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 등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브라질너트 효과’라는 용어가 생겼다. 이 용어는 여러 종류의 견과류가 들어 있는 통을 열 때마다 다른 것보다 굵은 브라질너트가 위에 보이는 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알갱이들이 흔들릴 때 큰 입자가 위로 올라오고 작은 입자는 틈새로 내려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로또 추첨 기계에도 이 원리가 적용된다. 공의 크기가 조금만 달라도 자주 뽑힐 수 있기 때문에 공기압으로 뒤섞는 방법을 사용한다. 조직 관리에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생산 시스템을 견과류 통처럼 적절하게 흔들면서 각각의 성취 동기를 자극하면 역량 있는 인재가 서서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우리 마음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브라질너트처럼 도드라지는 큰마음은 숨길 수 없다. 거기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 또한 감추기 어렵다. 때로는 밑바닥에 깔린 작은 마음의 입자에 주목해야 할 일도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열매 하나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숲의 시인이 말하였네…“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_ 관계

    덩굴식물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줄기를 감고 오른다. 칡은 대부분 왼쪽으로 감고, 등나무는 주로 오른쪽으로 감는다. 개중에 좌우를 가리지 않는 것도 있지만, 칡과 등나무가 다른 쪽으로 감고 오르다 얽히면 싸우게 된다.


    이런 모습의 ‘칡 갈’과 ‘등나무 등(’에서 유래한 말이 곧 갈등이다. 갈등이 심해지면 자기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까지 망치고 만다. 칡에 감긴 나무가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등나무 줄기에 목이 졸린 나무가 숨을 쉬기 어려운 것과 같다.


    레바논 출신의 미국 시인 칼릴 지브란은 조언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그의 대표작 《예언자》의 <결혼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으니”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고 권했다.


    사람이든 나무든 밝은 햇빛을 받고 잘 자라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간격이 필요하다. 인간이라는 말부터가 ‘사람 사이’라는 의미다. 물리학에서도 두 개의 입자가 가까울수록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커지는 만큼 밀어내는 반발력 또한 커진다. 반발력을 줄이려면 입자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두어야 한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나면 남녘에서 어린 칡 줄기가 봄 마중을 먼저 나올 것이다. 느티나무 햇가지도 연녹색 꽃자리를 꿈틀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나무를 준비하고, 어느 숲에서 어느 만큼의 간격으로 내 그림자를 유지할지 벌써부터 곰곰 생각하고 생각한다.


    나무의 생태인문학과 골든 에이지 _ 생명

    나이 먹을수록 나무가 달라 보인다. 봄나무는 빨리 성장하지만 무르고, 겨울나무는 더디 자라지만 단단하다. 꽃 피고 질 때의 밀도도 다르다. 계절마다 바뀌는 나무의 생장 과정에 우리 삶을 비춰 본다.


    나무 목은 뿌리와 줄기의 형태를 본뜬 글자다. 대지에 뿌리를 깊게 박고 하늘로 가지를 펼친 모양이다. 뿌리에 가로줄을 그으면 근본 본이 된다. 나무의 근본이 뿌리라는 의미다. 가로줄을 가지에 짧게 그으면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다는 뜻이 아닐 미, 길게 그으면 가지 꼭대기라는 뜻의 끝 말이 된다.


    또 다른 한자로 나무 수가 있다. 목이 죽은 나무(고목)나 재료(목재)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데 비해, 수는 살아 있는 나무(가로수)나 생물학적 분류로서의 나무(활엽수, 침엽수)를 가리킨다. 나무의 액체를 수액, 나이를 수령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무 목이 둘 모이면 수풀 림, 셋이 모이면 수풀 삼이다. 많은 나무가 늘어선 모습이어서 숲을 삼림이라고 한다. 우주의 모든 현상을 의미하는 삼라만상도 이 한자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는 목과 공을 합친 글자다. 진시황이 태산에 올랐다가 큰 소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한 뒤 ‘오대부’라는 벼슬을 내린 데서 연유했다.


    소나무는 옛날부터 궁궐과 집만이 아니라 배 만드는 재료이기도 했다. 2005년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에서 발굴된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배도 소나무로 건조했다. 임진왜란 때 우리 수군의 승리 또한 소나무로 만든 병선 때문이었다.


    나무의 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뿌리는 물을 빨아들인다. 숲 1헥타르(1만 제곱미터)가 연간 16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2톤의 산소를 뿜어낸다. 하루에 필요한 1인당 산소량이 0.75킬로그램이라니 숲 1헥타르의 산소로 45명이 1년간 숨 쉴 수 있다.


    해마다 촘촘해지는 나무의 나이테는 우리 인생의 여정과 같다. 그 무늬와 결에 따라 꽃과 열매가 달라지는 이치도 닮았다. 오늘 나무를 삶의 스승으로 모시기로 한다.


    귀산촌 인구와 햄릿 증후군 _ 준비

    귀농, 귀어에 이어 귀산촌을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 ‘삼림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자가 76.4퍼센트나 됐다. 자연에서 호흡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데다 삼림자원과 휴양, 치유, 체험 등 연관 아이템까지 풍부하기 때문이다. 땅값이 농지의 10~20퍼센트에 불과하고 농약이나 비료를 뿌려야 하는 농사만큼 힘들지도 않아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귀산촌을 준비하려면 가족 합의부터 작목 선택, 영농기술, 정착지 물색, 주택 및 땅 구입, 영농 계획 수립 등 단계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런 정보는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의 귀산촌 지원 프로그램에서 얻을 수 있다. 산림청은 추경예산으로 귀산촌 창업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귀촌 5년 이내 임업인’ 또는 ‘산림 분야 교육을 40시간 이상 이수하고 2년 이내 귀산촌 예정인 사람’에게 융자 혜택을 준다.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동네 부인회와 노인회 등 지역주민과의 불화라고 한다. 작목 선정에서도 현지 여건과 기술, 자본력, 품목별 출하 지역 등을 고려해야 한다. 농작물은 다음 해 바꿀 수도 있지만 산작물은 5~10년이 걸린다.


    최소 5년 전부터 준비를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인생 2막을 누리는 것이야 모두가 꿈꾸는 일이지만, 그럴수록 막연한 기대감으로 덤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귀거래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햄릿처럼 생각하고 돈키호테처럼 실행하라

    귀산촌이든 뭐든 심사숙고 후 결정을 내린 뒤에는 실행이 중요하다. 망설이기만 하다가는 자칫 햄릿증후군에 빠지기 쉽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시간 회의를 거듭한 뒤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6~8시간이나 걸리는 때도 있다. 창업자 빌 게이츠가 얼마나 심사숙고하는 인물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앉아서 생각하라고 월급 준다”는 말까지 했다. 워런 버핏도 자신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기업, 20년 뒤의 흐름까지 보이는 기업이어야 확신을 갖고 투자한다. 전형적인 햄릿형이다.


    반면, GE의 잭 웰치와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등은 신호가 켜지면 곧바로 방아쇠를 당긴다. 1970년대 말, GE가 5,000만 달러를 들여 수명이 10배 긴 전구를 개발하다가 실패했을 때, 잭 웰치는 프로젝트팀을 칭찬하며 몇몇을 승진까지 시켰다. 과감하게 모험을 하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보여 준 것이다. 말하자면 돈키호테형이다.


    인간 유형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나눈 것은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다. 약 400년 전인 1616년 4월 23일, 같은 날 세상을 떠난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작품 속 캐릭터가 어쩌면 이렇게 대조적일까. 햄릿형은 사색과 회의에 몰두하는 우유부단형, 돈키호테는 생각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돌진형이다. 물론 우리는 이 극단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정보 과잉 시대에 햄릿족은 이것도 괜찮은 듯한데 아닌 것 같고, 저 사람도 좋은 듯한데 아닌 것 같아 결국 선택을 못한다. ‘아마도, 어쩌면…’을 연발하는 메이비(maybe) 세대,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서도 모든 결정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마마보이, 식당 메뉴에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글쎄요족’ 등이 다 같은 범주다.


    정보 과잉이란 곧 선택 과잉을 뜻한다. 독일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가 말한 결정장애세대는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선택과 비선택 사이의 회색 지대를 배회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지금이야말로 햄릿증후군 대신 키호티즘(Quixotism, 돈키호테적 태도)을 얘기할 때다. 실패할지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돈키호테의 정신 말이다. 모험하는 사람이 큰일도 한다. 옛사람들도 훌륭한 뱃사람은 거친 바다가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산수유와 생강나무와 김유정의 ‘동백꽃’ _ 분별

    김유정 단편 <동백꽃>의 한 부분을 보면, 노란 동백꽃의 알싸한 냄새에 온 정신이 아찔해진다는 대목이 나온다. 웬 ‘노란 동백꽃’이며 ‘알싸한’ 냄새인가. 동백이 자라지 않는 강원 지방에서 동백, 동박나무는 생강나무를 가리킨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의 올동백도 마찬가지다. 가지를 꺾으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고 부른다.


    산기슭에 소보록하니 깔린 이 꽃무리를 산수유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봄 초입에 노랗고 작은 꽃잎들이 촘촘하게 뭉쳐 피니 둘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도 하다. 자세히 보면 산수유꽃은 길이 1센티미터쯤의 가는 꽃자루 끝에 달려 있고, 생강나무꽃은 그냥 가지에 붙어 있다. 꽃을 피운 줄기 끝도 산수유는 갈색이고 생강나무는 녹색이다.


    몸통이나 줄기로도 구분할 수 있다. 키가 큰 산수유는 줄기가 거칠고 껍질이 벗겨진 부분도 많지만 생강나무는 작고 매끄럽다. 열매 색깔도 산수유가 빨갛고 생강나무는 까맣다. 용도 또한 산수유는 약용(과육), 생강나무는 미용(씨앗기름)으로 다르다. 산수유는 재배하지만 생강나무는 자생한다. 도시나 마을 근처에는 산수유, 산에는 생강나무가 많다.


    산수유 열매는 술과 차, 한약재로 쓴다. 강장에 좋다. 산수유 산지로는 구례 산동면과 산내면이 유명하다. 산동은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시집 오면서 산수유 묘목을 갖고 와 심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1,000년 넘은 ‘할머니 나무’가 그곳에 있다.


    수천 그루가 한꺼번에 피우는 꽃무리는 더없이 화사하다. 꽃말이 ‘영원불변의 사랑’이어서 꽃과 열매를 연인끼리 선물하곤 한다. 박목월 시처럼 ‘산수유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을 지나 가을이 오면 꽃 진 자리마다 빨갛게 열매가 익는 걸 보면서 누구나 그런 사랑을 꿈꾸리라.


    또 한편으론 강원도 산자락 어디쯤에서 노란 동백꽃무리가 알싸한 향기를 내뿜고 있을 것이다.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알로 내려간 점순이와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는 더벅머리 총각을 슬쩍 훔쳐보면서.


    단풍나무는 따로 있다

    단풍 물든 가을숲에선 누구나 마음이 순해진다. 바알간 잎을 만져 보면 금세라도 손바닥에 단물이 묻어날 것 같다. 이즈음 산과 들은 어딜 가든 아름답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린 만산홍엽의 계절이다.


    단풍은 가을철 붉고 노랗게 물든 낙엽수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타는 듯 붉은 단풍나무는 따로 있다. ‘붉을 단’에 ‘단풍나무 풍’. 단풍나무 종류는 주로 북반구에 150종쯤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수입 단풍나무를 합쳐 20종이 있다. 북미에서 들여온 은단풍, 설탕단풍, 네군도단풍과 중국에서 가져온 당단풍, 일본이 개량한 홍단풍 등이 주를 이룬다. 비가 적당히 오거나 일교차가 클수록 색깔이 아름답다.


    캐나다의 상징인 메이플은 우리나라 단풍과 다른 종이다. 단맛이 많아 사탕단풍이나 설탕단풍으로 불린다. 이 나무에서 추출한 것이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이다. 단풍나무는 목재가 단단하고 질겨서 가구로 많이 활용된다. 특이한 무늬가 있는 나무일수록 비싸게 팔린다. 고급 악기와 야구방망이 재료로도 쓰인다.


    세계적인 단풍 명소는 캐나다 동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퀘벡 시티까지 이어지는 800킬로미터의 ‘메이플 로드’다. 미국 미시간주와 마주하는 수생마리, 나이아가라 폭포, 퀘벡주 로렌시안, 몬트리올 동쪽의 이스턴 타운십, 세인트로렌스 강의 킹스턴 천섬, 퀘벡시티 오를레앙섬도 단풍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동부 뉴햄프셔의 화이트 마운틴이 최고의 단풍 여행지로 꼽힌다. 산악 열차가 있어서 마운트 워싱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일본 훗카이도의 조잔케이 호헤이쿄와 중부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중국 장자제와 타이항산, 충칭 역시 단풍 관광지다.


    우리나라에선 설악산과 오대산, 내장산 같은 전통 명소에 이어 최근 경기도 광주 화담숲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과 청송 주왕산, 해남 두륜산, 포천 국립수목원,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도 만추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당나라 시인 두목은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다’고 했고, 윤동주 시인은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가을 단풍엔 쇠락의 시간을 넘어 부활을 준비하는 색깔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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