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지은이 : 이재은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21년 12월




  • ‘성실함’과 ‘시간관리’의 아이콘인 헤르미온느처럼 살아가는 이재은 아나운서가 10년간 어떻게 여성 아나운서에게 불모지였던 올림픽 주요 종목의 캐스터를 거쳐 선거 방송, 〈MBC 뉴스데스크〉 등 굵직한 방송들의 진행을 맡을 수 있었는지, 그 밑바탕이 됐던 자기 관리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 꿈에 닿아” : 쉼 없는 주문으로 꿈을 낚아채다

    꿈을 향해 내달린 시간, 헛된 순간은 없었다

    나는 오프라 윈프리를 보며 처음 아나운서를 꿈꿨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진행한 그는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다. 그는 사회의 여러 어두운 문제에 맞서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소외 받고 고통당하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친구이자 변호인이 되어주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말과 삶을 통해 많은 사람을 섬기고 살릴 수 있는, 오프라 윈프리처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방송을 하는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아나운서가 안 됐으면 무슨 일을 했을 것 같아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데, 사실 나에게 플랜B는 없었다. 방향과 목표를 확실히 정한 이후로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대안을 생각하느라 망설일 시간도, 힘들다고 물러설 퇴로도 없었다. 목적이 확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꿈을 이루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시간들을 견뎌내야 했다. 돌밭을 지나고 가시밭도 지나고 허허벌판 광야도 지나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포기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오직 결승선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아갔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목적과 목표가 확실해지니 그다음은 열심히 달려갈 일만 남았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집에 가만히 있었던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아나운서라는 꿈에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방송 동아리 활동부터 인턴 기자, 영상 공모전, 소소한 아르바이트까지. 공고가 뜰 때마다 틈틈이 시험도 보러 다녔다.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찾아다니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했고, 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달려갔다.


    방송 동아리에선 뉴스 피디를 맡아서 기획부터 기사 쓰기, 촬영, 편집까지 하면서 매주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인턴 기자 시절엔 매일 새벽 경찰서와 지구대를 돌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학교에 무슨 행사가 있으면 진행이든 영상 제작이든 뭐든 하면서 동분서주했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아마 너무나 간절한 꿈이 있어서 가능했으리라.


    뉴스 피디와 인턴 기자를 하면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웠고, 여러 학교 행사에 참여하면서 하나의 방송과 크고 작은 행사들이 어떻게 치러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학교 과제로 길거리 인터뷰나 전문가 인터뷰를 자주 했다.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겨우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도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안을 당하기 일쑤다. 마음의 상처만 잔뜩 안고 돌아오는 길엔 ‘이걸 해서 써먹을 일이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하게 된 일이 바로 인터뷰였다. 그것도 거리 인터뷰! 시민들에게 인터뷰 의사를 묻는 일부터 마이크를 어느 방향으로 잡아야 하는지, 시작과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모르면 안 되는 기본적인 것들을 나는 학교 다닐 때 이미 수도 없이 경험한 것이다. 빠르고 거침없이 섭외를 척척 해내고 인터뷰도 완벽하게 해내는 나를 보고 지켜보던 감독님들은 놀라워했다.


    “재은 씨는 신입답지 않게 잘하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마이크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이게 도움이 되겠어?’ 싶었던 일들이 유용하게 쓰이는 경험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쓸모없는 일은 없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경험한 일은 단 하나도 헛되지 않다는 것을, 실제로 일을 하면서 더욱 절감했다.


    꿈을 향해 달릴 땐 머릿속 계산기를 지우자. ‘지금 이 일을 하면 나중에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도 의미가 없다.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모해 보여도 닥치는 대로 해보자. 그리고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보자. 그 상황에 충실했던 모든 경험은 어떻게든 어디서든 반드시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구하여 찾고 두드려야 문이 열린다. 그러니 삼진을 당하더라도 일단 타석에 서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온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둘러보는 거다. 1등은 못하더라도 일단 트랙 위에 서서 끝까지 달려보자.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이 공부할래?” : 나를 성장시키는 매일의 공부

    정보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는 법

    사회인으로서 내가 하는 공부는 학교 다닐 때처럼 누군가 범위나 분량을 정해주지도 않고 시험으로 테스트해주지도 않는 이를테면 독학이다. 뭘 공부할지, 어떻게 공부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테스트는 다름 아닌 현장에서 한다. 그만큼 자유롭지만 이어가기 힘들기도 하다. 내가 터득한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지금부터 소개해보려고 한다.


    대학 시절 <방송 기사의 작성>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방송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 배우고 실제로 뉴스를 만들어 보는 실습수업이었다. 당시 그 수업의 핵심 과제가 신문 스크랩이었다. 매일 신문을 읽고 스크랩을 하고 직접 헤드라인을 뽑아보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게 과제였다. 강의 시작 전에 교수님이 출석 체크 대신 스크랩 노트 검사를 했다.


    당시엔 신문 스크랩이 제일 귀찮은 과제였는데, 매일 신문을 읽고 스크랩을 했던 그 습관이 입사 시험을 준비할 때 가장 도움이 됐다. 꾸준하게 매일의 이슈를 정리할 수 있었고, 따로 시간을 내어 시사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됐다. 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대신 신문을 보고 정리하고 나의 생각을 말하는 연습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그때 밀린 일기 쓰듯이 했던 신문 스크랩 솜씨가 남아 있는지 지금도 신문을 보면 일단 오리고 붙이고 정리하고 싶어진다. 이제 내 스크랩 노트를 검사하고 피드백해줄 교수님은 없지만 오늘도 나는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습관을 실천하고 있다.


    매일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면 책상 위에 아홉 종류의 신문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다. 일곱 개의 일간지와 하나의 경제신문 그리고 영어신문이다. 여기에 오후 2시 넘어 도착하는 석간까지 더하면 총 열 종류의 신문을 읽는 게 나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뉴스를 맡게 된 이후로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습관이다.


    신문을 정독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신문은 읽으면 읽을수록 공부하면 할수록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0분 만에 다 읽을 수도 있고 한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열 종류의 신문을 하루에 다 읽어내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기사를 읽고 공부하고 습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작한 게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신문을 읽으면 그날의 핵심 정보를 정리해주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취사선택해서 읽는 기사 중에 놓친 기사와 정보까지 빼놓지 않고 챙길 수 있다. 한마디로 다양한 정보를 골고루 습득할 수 있다.


    스크랩은 그저 신문을 읽고 오려 붙이는 과정이 아니다.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골라서 취득하고 정리하고 습득하는 시간이다. 수많은 정보를 나만의 방법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해가는 작업이다. 세상에 정보는 넘치지만 대부분은 그저 귓등으로 흘러가버린다. 그것을 붙잡아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바로 신문 스크랩의 의미이자 가치다.


    핵심은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신문 스크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를 매일 조금씩이라도 정리하고 그 과정을 습관으로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세팅이 필요하다. 먼저 신문을 읽는 시간, 스크랩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는다. 언제 신문을 읽을 것인지, 어디서 스크랩을 할 것인지,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정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신문을 읽는다.


    이 과정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고 간단한 일 같지만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꾸준히 같은 일을 한다는 건 사실 엄청난 노력과 끈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요즘처럼 인터넷만 켜면 핵심 기사들을 착착 정리해주는 시대에 신문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정성 들여 기사를 읽는다는 건 보통 정성이 아니고선 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 안에 오늘 할당된 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스크랩할 때는 스크랩을 하는 목표 그리고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주제를 정한다. 몇 개의 신문을 보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한 개의 신문을 좀 더 깊이 보고 분석해도 좋고, 여러 개의 신문을 보며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비교하는 것도 좋다.


    자신의 목적에 따라 신문을 선택하면 된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주제도 정한다. 목표와 주제가 확실하면 스크랩이 훨씬 수월하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주제만 골라 정리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경제 공부에 관심이 있다면 경제 전문지 하나만 봐도 충분하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신문사마다 성향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두세 개의 신문을 함께 보는 게 좋다. 또 특정 이슈나 쟁점에 관해 공부할 때는 여러 개의 신문을 비교하면서 보면 더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정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잘했어. 애썼어. 그만하면 잘하고 있어” :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마음의 힘

    타인의 말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 않도록

    “아침 라디오를 하기엔 목소리가 너무 밝아요.”

    “전통적인 뉴스 진행과는 달라서 어색하네요.”


    나를 평가하고 규정짓는 말들. 아나운서가 된 지 10년 차이자 <뉴스데스크>를 맡은 지 햇수로 4년 차인 지금까지도 자신이 만든 기준과 잣대로 나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게 일상인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인 걸 알면서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한창 스포츠 방송을 많이 하던 때는 경험도 없고 어리기도 했던 터라 사람들의 의미 없는 댓글에도 크게 상처를 받았다. 오늘은 옷이 어떻고 헤어스타일이 어떻고, 살이 쪄 보인다느니 걷는 게 이상하다느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움츠러들었다. 자존감도 바닥을 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곤 했다.


    모르는 사람의 댓글은 그래도 넘길 수 있었다. 더 힘든 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한 주의 스포츠 소식을 전하는 <스포츠 매거진>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였다. 당시 스포츠국에서는 방송이 끝나면 선배 피디들이 모니터링 보고서를 게시판에 올려 공유했다. 내 방송이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을 더 노력해야 할지 알고 싶어서 가끔 들어가서 내용을 확인하곤 했다. 응원과 칭찬만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관심을 가지고 나의 발전을 위해 지적해주는 내용은 정말 감사했고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아주 가끔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재은 아나운서는 진행은 대체로 안정적이나 뭔가 2퍼센트가 부족하다’, ‘스포츠 방송에 안 어울리는 것 같다’ 하는 식으로 정확한 이유 없는 두루뭉술한 비판이다. 그 2퍼센트가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안 어울린다는 건지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어떤 부분이 부족하니 바꾸거나 노력하라고 하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지만 이렇게 애매한 비판을 들으면 어찌할 바를 모르니 스스로가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는 슬럼프라는 깊고 깊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해봤자 나는 2퍼센트가 부족한 사람이니까.’


    방송을 할 때마다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뜻한 대로 살고 있다면 충분하다

    한동안 깊은 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내가 방황을 끝낼 수 있었던 건 그 말을 인정하면서부터다. 사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나도 안다. 2퍼센트, 20퍼센트, 아니 200퍼센트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나의 모든 노력마저 부정하는 것 같아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2퍼센트가 부족하면 어때?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그걸로 충분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겨자씨같이 작고 보잘것없던 나였지만 어느새 푸릇푸릇한 작은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비로소 나에게 주어진 일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든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기준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향한 세상의 평가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가 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을 스스로 세워놓는 것이 좋다. 내가 목표하고 계획한 대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면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겉모습만을 평가하는 이들의 말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런 나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자. 여기서부터 나다움은 시작된다.



    “가벼운 한 걸음부터 시작해” :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하는 사람이 이긴다

    반복되는 일상은 나의 한계를 깨는 과정이다

    나에게 롤모델이 누군지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 선수라고 답한다. 아나운서가 야구 선수를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게 의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어떤 선수인지 알면 이해가 갈 것이다.


    커쇼는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다. 2019년에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가 선정한 지난 10년간 뛰었던 선발투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면 무려 10년 동안이나 꾸준하게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뜻이다. 1년도 아니고 5년도 아니고 무려 10년을! 그뿐 아니라 커쇼는 평생 한 번 받기 어려운 사이영상(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고, 2014년에는 무려 46년 만에 투수로서 내셔널리그 MVP까지 달성했다.


    커쇼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꾸준함’이었다. 커쇼는 평소 자신의 루틴을 가장 잘 지키는 선수로 유명하다. 매일 정해진 훈련량과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히 지켜온 루틴과 반복된 훈련으로 10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커쇼뿐만이 아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 대부분이 매일 꾸준하게 자기의 일에 몰두했다. 현재 MBA 최고의 3점 슈터로 꼽히는 스테판 커리 선수는 하루에 슈팅을 1,000개 이상 던지면서 훈련했다고 한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수천 번씩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하루 20시간씩 연습했고, 그 결과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로 우뚝설 수 있었다. 반대로 타고난 천재성이나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아서 전성기도 누려보지 못한 채 은퇴한 선수도 많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꾸준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최고가 될 수 없다. 이것은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다.


    한 번에 되지 않아도 괜찮아

    2016년 메이저리그 중계 프로그램인 라는 방송을 시작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처음으로 여자 아나운서가 야구 중계방송에 함께하게 됐다. 방송을 하는 우리에게도 그리고 방송을 지켜보는 야구 팬들에게도 매우 생소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많이 부족했다. 매번 방송을 할 때마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허우적거렸다. 당연히 욕도 많이 먹었다.


    방송이 끝나면 혼자 숨어서 울기도 했다. ‘이걸 내가 계속해야 하나’, ‘모두에게 민폐가 아닌가’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처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방송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나 스스로가 미숙한 방송이 용납되지 않았다.


    어김없이 최악의 방송을 하고 좌절에 빠져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던지 중계를 함께하던 스포츠국 선배가 말을 건넸다. “재은아, 네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어. 너는 커쇼 같은 아나운서야. 늘 꾸준히 노력하니까. 한 번에 되지 않는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 너는 꼭 훌륭한 캐스터가 될 거야.”


    커쇼 같은 아나운서라니, 눈물 나게 과분했던 선배의 응원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스포츠 중계를 시작한 지 고작 몇 개월밖에 안 된 내가 좌절할 자격이나 있을까? 그렇게 다시 늘 해왔던 것처럼 시즌 내내 밤을 새워 열심히 공부했다. 이른 새벽부터 진행되는 모든 경기를 다 챙겨보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서 열심히 선배들을 따라다녔다. 사실 아무리 미친 듯이 노력하더라도 한 시즌 만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었고 나도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분명한 건 전보다 확실히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천천히 오래 멀리 나아가자. 지겹도록 꾸준한 커쇼 같은 사람이 되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커쇼도 우승을 거머쥐기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그 정도는 일관되게 노력해본 뒤에 좌절해도 늦지 않다. 이렇게 결심하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지치지 말고 차근차근 정성스럽게 오늘을 살아 내보는 거다.


    꾸준함과 성실함이야말로 재능을 뛰어넘는 최고의 무기다. 평범한 사람도 비범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정확하고 빠른 길이다.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은 어쩌다 흔들리더라도 금방 폼을 되찾는다. 오랜 시간 해온 것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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