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
 
지은이 : 에노모토 히로아키(역:이지현)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21년 08월




  • 일본의 저명한 심리학자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이 책을 통해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맞춤형 심리학 솔루션과 ‘상생’의 기술을 정리했다.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원만하게 지내는 기술을 익히는 편이 결국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가장 현명한 길이라는 것. 쓸데없는 감정 에너지도 소모하지 않을 수 있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직원이 알아서 하면 기분 나빠하는 상사

    평소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검토를 받고 피드백을 반영해서 나머지를 진행하려는데 상사가 무척 바빠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혼자서 서류를 완성해 가져가보기로 한 거죠. 매번 반복하는 일이기도 하고, 이 정도면 오히려 스스로 했을 때 상사가 더 신뢰를 줄 것 같기도 했습니다.


    “팀장님, 일단 제가 작성해봤습니다. 한번 봐주세요.”


    “뭐? 그걸 혼자서 다 했다고? 흠... 이제 뭐 다 알아서 하고, 내 도움이 필요 없었나 보지?”


    아뿔싸. 등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상대방이 바빠 보여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배려한 것인데, 오히려 일이 꼬였습니다. 중간 검토가 없으면 큰일 나는 중대한 서류도 아니고, 이제 이 정도는 알아서 작성해도 될 법한 일인데도 상사는 자신 없이도 잘 해낸 직원을 고깝게 봅니다. ‘나 없이도 잘 하는구나!’가 아니라 ‘나 없이 해보겠다?’ 이런 식입니다.


    이런 상사를 모시고 있는 부하직원은 정말 하루하루가 고역입니다. 기분은 그렇다 치고 기량을 펼쳐볼 기회 자체를 묵살당한 가능성도 있기에, 이직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그렇게 미안하면 애초에 부탁을 하지 말든가요”

    부탁을 해놓고 들어준다고 하면 계속해서 되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미안한데, 1~2시간만 더 남아서 이 일을 같이 해줄 수 있을까요?”


    “알겠어요. 그럴게요.”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해도 “정말요? 괜찮아요? 혹시 부담이 될까 봐 미안해서...”


    괜찮으니 괜찮다고 한 거라고 안심을 시킨 뒤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계속 “어떡해. 나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정말 괜찮아요?” 하고 묻는 거죠. 이제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데 배려한답시고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습니다.


    그래, 그 마음이야 충분히 알겠지만 그런 말을 늘어놓을 시간에 일을 빨리 시작했으면 될 일입니다. “그렇게 미안하면 처음부터 부탁을 하시지 말든가요.”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잠깐, 그렇다고 해서 정말 저렇게 말하면 끝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타입들은 은근히 뒤끝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만일 저렇게 말을 했다가는 “그래요? 알겠어요. 못 들은 걸로 해요. 집에 들어가세요.”라고 말한 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냅니다. 더 악질의 경우, 뒤로 나쁜 소문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조금도 야근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 동료를 돕지 않는 사람 등으로 뒷말을 만드는 거죠.


    그렇다 보니,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계속해서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의 진전은 느리고 짜증만 밀려올 뿐이죠. 쓸데없는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 마냥 피곤합니다.


    ‘또 시작이네…’ 사람 민망하게 만드는 지능형 안티

    정중하고 예의가 바르지만 도가 지나쳐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처음 만났을 때는 좀 어색하지만, 여러 번 만나다 보면 말을 놓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이 흔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어색합니다. 겸손하다 못해 본인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기까지 해서 뭔가 불편합니다.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 입사 동기라서 대응한 관계인데도 둘 중 한 사람이 정중하게 본인을 낮추는 거죠. 정중하게 대해주니 뭐라고 할 순 없지만,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 달리 살짝 불편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 동료가 업무적으로 뭔가 잘 해내기라도 하면, “역시 대단하네요. 영업팀의 1인자!” 이렇게 민망한 말로 구름을 태워줍니다. 주변에 선배들도 많은데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들죠. 물론 칭찬을 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항상 본인의 실적이 더 좋은데 그렇게 말한다면... 이게 지금 칭찬인 건지 뭔지 사실상 헷갈립니다.


    “무슨 말이에요. 저보다 훨씬 더 실적이 좋으면서.”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항상 더 배워야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답니다. 정말 너무 잘하시는 거 같아요. 부러워요.”


    이렇게 끝까지 본인을 낮춥니다. 겸손에도 적당함이 필요한 것이죠. 칭찬과 훈훈한 말이 오고가는데도 불구하고 애매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이렇게 겸손이 도가 지나치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본인은 공격할 마음도 트집을 잡을 생각도 없지만, 상대방이 신경을 쓰게 되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으니 같이 있으면 불편해져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은? 이런 사람은 자연스럽게 피하거나 멀리하게 됩니다.


    본인이 ‘피곤한 사람’인지 본인만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 타입의 사람을 절대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사회생활을 하든, 사적인 대인관계를 맺어나가든 만나면 반드시 나를 피곤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타입과 엮이면 왜 피곤한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질릴 대로 질려서 피곤한데,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거죠. 애초에 본인이 남들에게 ‘엮이면 피곤해지는 존재’라는 걸 전혀 자각하지 못합니다. 분명 누군가 그들에게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그 부분’에 대해 한 번쯤은 이야기해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왜 남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는 거죠. 그러니까 더 성가시고 피곤한 것입니다.


    특히 이런 사람들은 막상 사귀어보면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악의가 있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딱히 큰 피해를 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같이 있으면 견디기 힘들고, 신경이 거슬리고, 피곤해집니다. 맞습니다. 되려 악의가 없고 눈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더 피곤해지는 것입니다. 차라리 대놓고 못됐거나 ‘싸가지가 없기’라도 하면 미워하든 연을 끊든 할 텐데 그게 참 애매한 겁니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려면 매우 골치가 아프죠. 성가시고 피곤한 타입이라서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엮일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혹시 이 글을 읽고 갑자기 불안해지시나요? “아니? 난 전혀 그럴 리가 없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보다는 가능성이 적지만, 그럴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 있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본인만 자각 못 하는 ‘엮이면 피곤해지는 그 사람’일 수도. 어쩌면 당신도 주변 사람들에게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들이 알고 싶다

    마음속 ‘모니터 카메라’가 고장 났다

    남에게 상처가 되거나 상대가 불쾌해할 말을 태연스럽게 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은 어딜 가나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하며 당황한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화제를 바꾸고 분위기를 만회하려고 노력하는데 정작 본인은 “내가 뭘?” 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죠. 주변에 이런 타입이 있으면 매 순간 좌불안석에 긴장이 돼서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이런 사람은 어떨까요? 하는 말마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이죠. 매일 반복되는 자기 자랑을 들어주는 것만큼 곤욕스러운 일도 없을 겁니다. 주변 사람들은 ‘또 시작’이라며 질린 듯한 표정을 짓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잘난 척이 실은 오히려 모자라 보인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합니다.


    이런 타입의 사람을 우리는 ‘자기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심리학자 마크 스나이더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이나 좋게 평가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꾸며서 상대에게 전하는 ‘자기제시’를 조절하는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개인차를 설명하는 ‘자기 모니터링’이라는 개념을 주장했습니다.


    자기 모니터링이 제 기능을 한다면 주변 사람의 반응을 통해 부적절한 자신의 언행을 확인하고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자기 모니터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이 진저리를 치는데도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말만 마구 늘어놓는 사람도 자기 모니터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요.


    물론, 이들에게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들은 본인의 부적절한 언행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고칠 수 없을 뿐이죠. 그러나 몰랐다고 해서 모든 게 용서될 수는 없습니다.


    남에게 관심 없는 사람? 의외로 엮이면 피곤하다

    사소한 일로 불같이 화를 내거나, 악의 없는 조언에 일일이 반발하거나, 적반하장으로 정색을 하는 사람은 상대하기 어렵고 일단 엮이면 피곤합니다. 무리한 일을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며, 본인의 뜻을 밀어붙이는 사람도 상대하기 힘들죠.


    두 경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타입일까요? 전혀 다른 타입 같지만 사실은 아주 큰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이나 입장에 무관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상대방이 나름의 이유로 조언을 해줄 때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불쾌하다’는 본인의 기분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는 펄쩍 뜁니다. 한마디로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이죠.


    공감 능력의 핵심은 ‘관점 취득’입니다. 관점 취득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죠. 이런 관점 취득이 불가능한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관점에 빠져서 상대방의 관점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는 전혀 고려하지 못합니다.


    사람의 공감 능력은 ‘불안의 정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티비 엘하나니와 몇몇 학자들은 ‘대인 불안’과 공감 능력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대인 불안이 약한 사람보다 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기분에 대한 공감 능력이 높고, 상대방의 표정을 통해서 그 내면을 헤아리는 능력도 높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불안감이 높으면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상대방의 입장이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어서 배려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반대로, 불안감이 낮으면 상대방의 입장이나 기분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본인 상황에 따라서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죠.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이 박혀 있는 머릿속

    이쯤 되면, 왜 안 등장하나 싶은 타입이 하나 있죠. 바로 ‘잔소리쟁이’입니다. 이들은 일단 본인이 생각한 기준에서 벗어나면 일일이 지적하거나, 듣기 거북한 비난을 퍼붓거나, 지루한 훈화 말씀을 늘어놓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주변 사람들이 이 사람을 슬슬 피하게 되죠. 이런 타입은 유연한 사고가 불가능해서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여 삽니다.


    예를 들어, 잔소리가 심해서 후배가 피하는 선배는 ‘일은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융통성이 부족하거나, 스스로 해결하려는 독립심이 부족한 후배를 부면 답답함을 느끼죠. 그래서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선배에게 불만이 많은 후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는 후배를 격려해줘야 한다’, ‘선배는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조언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격려해주지 않는 선배나 실용적인 조언을 해주지 않는 선배를 보면 답답함을 느끼죠. 그래서 불만스러운 태도를 보이거나 뒷담화를 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부모도 결국 같은 심리입니다. ‘돈을 많이 쓴 만큼 자식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자식들은 부모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자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오거나 부모 뜻을 따라 주지 않는 모습을 보면 잔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런 사고방식을 우리는 ‘~해야 한다는 사고’라고 부릅니다. 물론, ‘~해야 한다는 사고’는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본인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을 불쾌하고 힘들게 만듭니다.


    그래서 인지 행동 요법에서는 도를 지나친 ‘~해야 한다는 사고’를 조금이라도 내려놓으라고 제안합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하고 조금은 편안하게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죠. 지나쳐서 좋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안 변한다! 바꾸지 않고 내 속 편안해지는 법

    사람은 누구나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길 원한다

    친절한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왜 그런 존재인지를 알려주고 고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려고 하는 경우죠. 마음은 갸륵하지만...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헛수고입니다.


    상대방에게 이런 행동은 참견일 뿐입니다. 습관적인 행동 패턴을 바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지금의 그 사람을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진심 어린 조언을 덧붙인들 ‘지금 당신의 행동은 잘못됐다’라는 말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입니다. 결점을 지적당하거나 ‘너 그러지 마’ 같은 말을 들으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불쾌하죠.


    설령 그런 결점 때문에 본인의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남한테 지적을 받으면 본인이 부정당한다는 생각 때문에 반발심이 생기기 쉽습니다. 인간은 자기애가 강하고 자기방어적인 동물이기 때문이죠. 마음속으로 ‘맞아, 나에게 그런 구석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도 상대방의 지적이 옳을수록 감정적으로 되받아치고 싶어집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 대한 자기방어적인 반응입니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기를 원합니다. 그런 것들을 부정당하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맞아. 그건 고쳐야지’라고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이렇게 남을 피곤하게 하는 성격이 자신에게는 편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은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자기의 콤플렉스를 덮고 자존감을 높입니다. 본인의 열등감을 의식하는 것만큼 불안한 일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자랑질을 하면서 그 열등감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스스로 적확하게 판단할 자신이 없어 규칙이나 순서에 집착하는 사람 역시, 지적을 받게 되면 ‘그래, 맞아’ 하는 생각이 들지만 본인 스스로에게는 나름대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기존의 방식을 버릴 수 없습니다. 본인이 상황에 맞게 판단을 내렸는데 그것이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고 무능함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절차상 그건 인정할 수 없다’, ‘정해진 순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면 책임져야 할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무능함이 들통날까봐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이런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을 피곤하게 할지언정 그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사정 때문에 인간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익숙해진 본인의 행동 패턴을 여간해선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내 자신이 더 피곤하고 성가신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내가 엮이기 싫은 사람은 어떤 타입?

    ‘그 사람, 참 피곤하다’라고 느끼는 감정에는 본인의 가치관과 평상시 모습이 많이 반영됩니다. 어쩌면 피곤하다고 느끼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예를 들어,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하는 부하직원을 피곤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권위주의적이라서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타입일지도 모릅니다.


    상사의 조언을 매번 피곤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향상심이 부족한 타입일 수도 있습니다. 두 타입 모두 이대로는 성장할 수 없겠죠.


    때때로 본인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쉽게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죠?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타입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본인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태로는 편견에 사로잡혀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간관계가 편협해지는 것은 물론, 업무상 참신한 아이디어가 부족하거나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가꾸지 못하는 등 한계에 부딪히기 쉽습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왜 이것도 모르지?’, ‘왜 이렇게 능률이 떨어지는 방법으로 일하지?’ 하며 상대방의 부족한 이해력과 낮은 업무 능률에 짜증을 내는 일이 잦습니다. 본인보다 이해력이 나쁘거나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사람도 열심히 일할 수 있게끔 잘 이끌어 함께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팀플레이는 엉망이 되죠.


    회의시간에 여러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 사소한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하며 짜증이 나거나 업무를 분배할 때 세세하게 주의 사항을 말해주는 선배를 보고 ‘쓸데없이 세심하네. 그런 건 별로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하며 짜증이 나는 경우는 급한 성격 탓에 신중함이 부족한 타입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부분은 분명 개선이 필요합니다. 대충 넘어가려다가 미흡한 판단으로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본인이 어떤 사람에게 쉽게 짜증을 내는지, 본인이 어떤 사람을 피곤하다고 느끼는지를 되돌아보면 자신의 가치관과 스타일을 알 수 있고, 그래서 개선점도 보일 것입니다.


    쉽게 짜증 내는 사람의 마음속엔 ‘이 문장’이 있다

    매사에 불만이 많거나 잘 욱하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눈치를 보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는 인지 행동 요 법을 활용해서 머릿속의 인지 요소를 바꾸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인지 요소’란 알기 쉽게 설명하면 ‘머릿속에 각인된 문장’과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해력이 부족해서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하는 부하직원에게 짜증이 나서 심한 말로 잔소리를 퍼붓는 경우에 이 상사의 머릿속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는 문장이 각인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문장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알아서 움직여주면 좋겠지만 업무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파악하기 힘든 법이다.’


    ‘눈치가 빠르고 이해력이 좋은 사람이 이상적이지만 그만큼 열심히 하려는 태도도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이해력이 부족한 부하직원에게도 짜증내지 않고 일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부족한 부하직원을 호되게 꾸짖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죠.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머릿속 문장을 이렇게 바꿔볼까요?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믿음직스러울까?’


    마음이 한결 편해져서 심하게 꾸짖지 않고도 원만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하직원에게 짜증이 나서 화풀이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하직원은 성과를 내서 상사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문장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것입니다. 문장을 이렇게 바꿔봅시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하직원은 골칫덩어리지만 본인도 그런 스스로가 미울 것이다.’


    놀랍게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하직원을 보다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릿속에 각인된 ‘~해야 한다’, ‘~이어야 한다’라는 문장을 ‘~해주면 좋겠다, 고맙겠다’,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모두 나름의 생각이 있고 삶의 방식이 있으니 존중해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바꾸는 것이 요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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