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지은이 : 저우신위에(역:박진희)
출판사 : 미디어숲
출판일 : 2021년 03월




  • 저자는 실험을 통해 돈을 세기만 해도 진통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자와 그의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돈을 세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불안감을 덜고 자신감을 되찾게 된다고 한다.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심리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돈은 인간 외적인 물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존재다. 그렇게 돈은 우리 인생의 다양한 장면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인간과 더불어 존재한다.


    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돈과 심리 _ 돈에도 감정이 있다

    돈 때문에 상처받지 않는 법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돈과 애정은 언뜻 보면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감정 상하지 않고 돈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친한 사람과 돈 문제로 엮이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친구가 이사하는 것을 도와줬다고 해 보자. 감사의 표시로 밥 한 끼 사주거나 선물세트를 주는 것은 괜찮지만 지갑에서 현금 몇 장을 꺼내 건넨다면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귀기 전에 반드시 상대의 금전적 여건을 고려하고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에는 ‘맞선광장’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공원에 자신의 신상이 적힌 종이들을 붙여 놓고 결혼 적령기의 상대를 찾는 사람이나 자녀를 결혼시키고픈 부모들이 이를 통해 만남을 성사시킨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재산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돈과 심리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나는 관계에서는 되도록 돈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떻게 감정 상하지 않고 돈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돈은 연인 관계나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때로는 우정을 망치기도 한다. 돈의 심리학에는 ‘일방통행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형성한다. 관계는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감정적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관계다. 친구나 연인과는 감정을 기반한 관계가 성립되는 반면, 회사 상사나 동료 혹은 동업자는 금전을 기반으로 관계가 성립된다.


    일방통행이론이란, 감정적 관계가 경제적 관계로 바뀔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친구와 함께 사업을 시작하거나 친구를 자신의 회사 직원으로 고용할 때 감정적 관계는 경제적인 관계로 바뀐다. 이는 실제 생활에서도 사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관계가 틀어지는 사례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그들이 걸어간 길은 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이기 때문이다. 


    돈을 좇다 보면 재미없는 인간이 된다

    2010년 스페인 UPF대학교 쿠아드박 교수의 연구진은 ‘돈이 정말로 사람을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까?’ 라는 주제로 실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374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생각해 보게 했다. 예를 들면 아주 중요한 일을 끝마치고 간 주말 산행에서 멋진 폭포를 발견했던 일 등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곤 그 이야깃거리가 얼마나 재밌을지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보게 했다.


    결과적으로 재산이 많은 참가자일수록 재밌는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데이트나 당일치기 여행 혹은 새로 출시한 치킨을 먹어 보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깃거리지만 가진 재산이 많은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 도대체 돈은 어떻게 사람들에게서 흥미를 앗아갈까?


    돈은 흥미를 잃게 한다

    돈이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평범한 사람이라면 쉽게 가지지 못하는 물질적 경험이다. 쿠아드박 교수는 2015년 ‘풍족함의 이면에 감춰진 대가’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은 일반 사람이 느낄 만한 흥미를 쉽게 느끼지 못한다. 바로 소위 말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을 느낄 만한 것을 남겨 놓지 않기 때문이다.


    큰 돈이 생기고 나면 소소한 행복은 만족감을 얻는 데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계속해서 더 강렬한 자극을 받아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 같은 롤러코스터를 열 번 타면 무섭기로 소문난 롤러코스터라도 더는 짜릿함을 느끼기 힘들어지는 것과 같다.


    착시 현상이 만든 부자들의 행복

    수입의 증가는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

    40년 전의 생활상을 그려 보자. 지금 우리는 40년 전에 비하면 매우 풍족하고 발전된 삶을 누리는 여건을 갖추었다. 하지만 정말 그로 인해 40년 전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국가가 길게는 10년의 기간 동안 조사한 결과 평균 생활 수준은 전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을 나타내는 지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수입의 증가는 행복감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넘겨짚는 것일까? 이 모든 게 다 착시 현상이 초래한 환각 때문이다. 여기서 착시 현상이란 우리가 어느 하나에 집중할 때 그 부분이 극단적으로 과장되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유명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자신이 그 일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TV나 신문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얘기로 들썩일 때면 대중의 관심은 부동산에 집중된다. 이때 행복한지를 조사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부동산 보유 여부를 행복의 기준점으로 삼게 된다. 양자간에 실질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착시 현상 때문이다.


    돈은 거의 매일같이 우리 생활 속의 주요 화두다. 수많은 사람이 돈을 이야기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돈에 관련된 소식들을 찾아본다. 이렇듯 돈은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돈에 과도하게 관심을 둔 사람들은 행복에 관해 물을 때 돈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를 재산이 대신 판단하는 것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것이 행복을 판단한다. 어떤 것에 내 행복을 맡길지 스스로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돈과 사회생활 _ 돈을 알면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보인다

    SNS 스토리에서 나는 가장 가난한 사람일까

    메신저 스토리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다 보면 어느샌가 상대적 박탈감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스토리 속 부자들은 내가 감히 사지도 못할 옷을 사고, 얼씬도 못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사진을 찍는다. 지금 사는 동네에서 나보다 돈이 더 적은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상상해 보자. 혹,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사람은 가진 돈이 적다고 느낀다.


    나는 SNS 스토리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일까?

    사람들은 왜 남들이 자신보다 돈이 더 많을 거라고 착각할까? 그 주요 원인은 SNS나 TV 같은 매체의 영향 때문이다. SNS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궁핍한 생활상을 구태여 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새로 뽑은 차와 명품 지갑 같은 것은 자랑하고 싶어 한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 매체들은 가장 자극적인 기사로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이런 이야기들에 장기간 노출되다 보면 사람들은 어느새 이 세상에 부자들이 많다고 느낀다. 이 세상에 가난한 사람은 나 하나뿐인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이다. 나보다 돈이 많은 친구를 떠올려 보자. 아마 나보다 돈이 적은 친구를 떠올리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우리가 남들보다 가진 게 적다고 느끼는 주요 원인은 부자들에 관한 소식이 범람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회적 비교’에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물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인 것에서 비롯된다. 사물과 사물을 비교하여 그것만의 특징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쳐 그 사물에 대한 인식이 만들어진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춥다든가. 비행기가 기차보다 빠르다든가 하는 것이 바로 상대성에 기반한 인식 과정이다. 따라서 비교에 익숙한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인식조차 남과 비교하여 확립한다.


    왜 구세군 모금함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걸까

    2008년 캘리포니아대학교 그니지 교수는 놀이공원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어떤 놀이기구에는 탑승객이 눈치를 채지 못하는 구간에 사진을 찍어 주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왔을 때 커다란 스크린에 모두가 눈을 감고 소리 지르는 표정이 찍히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만약 이 사진이 마음에 들면 돈을 내고 사진을 구매하면 된다. 이런 경우 가격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놀이공원에서는 다른 지불 방식을 택했다.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내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사진의 가치가 천 원이라고 생각하면 천 원을 내고 사진을 가져가고, 오백 원이라고 느껴지면 오백 원만 내면 되었다. 원하는 만큼 내는 것은 같지만 낸 돈의 절반은 중병을 앓는 환우들을 돕는 공익 기관에 기부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이 실험은 이틀 동안 진행되었고 총 25,968명의 탑승객이 놀이기구를 타고 사진에 찍혔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전보다 더 많은 고객이 사진을 구매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그리고 사진값으로 얼마를 낼까? 그런데 결과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탑승객이 낸 돈의 평균값만 따졌을 때 기부한다는 조건이 추가된 경우 실제로 그 값이 올라갔다. 이전에는 인당 평균 0.92달러를 냈던 반면 절반을 기부하는 조건에서는 그 값이 5.33달러로 올라갔다. 즉, 실제로 돈을 기부한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자신이 낸 돈이 남을 돕는 곳에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 많은 돈을 내길 원했다.


    하지만 사진을 사는 사람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평소 8.39퍼센트에서 실험이 진행된 이틀 동안에는 4.49퍼센트로 떨어졌다. 지불하는 금액 일부분이 기부에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사진을 가지지 못할지라도 이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렇게 사진을 포기하는 비율은 평소 91.61퍼센트에서 95.51퍼센트로 상승했다. 나쁜 사람보다도 인색한 사람이 되는 것을 더 싫어한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구세군이라는 유명 자선 기구가 있다. 구세군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빨간 모금함을 들고 나와 모금 활동을 한다. 2009년 겨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임스 안드레오니와 예일대학교 교수 한나 트래츠먼은 구세군과 함께 진행한 실험을 통해 ‘기부 회피’ 행위를 다시금 증명했다.


    이 실험은 월요일에서 목요일 사이 매일 오즌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보스턴의 한 쇼핑센터에서 진행됐다. 1호 문 앞에 선 구세군은 두 방식을 섞어 모금했다. 조용히 서 있다가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소극적인 방식’, 그리고 종을 울리거나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라며 기부를 격려하는 ‘큰소리 내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추가로 진행된 보충 실험에서 안드레오니 교수는 사람들이 모금을 피하지 못하도록 두 문에 모두 구세군을 매치했다. 그 결과 ‘소극적인 방식’일 경우 1,2호 문을 드나드는 횟수의 합은 4,682회였고, ‘소리내는 방식’일 경우에는 4,084회로 감소했다. 사람들은 멀리서 모금 활동 중인 것을 보고 힘들게 돌아 들어가는 것을 감수해서라도 모금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며 천성적으로 남을 돕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바로 내주는 것도 무척 어렵게 생각한다. 못 본체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놀이공원에서의 사진을 포기하는 것도, 굳이 힘들게 돌아서 후문으로 쇼핑센터에 들어가는 것도 모두 기부금 상자 앞에서 “싫어요”라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과 소비행위 _ 합리적 소비일까, 함정에 빠진 걸까

    말뚝 효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속아 넘어간다

    원가 부풀리기라는 영업 수법은 꽤 오래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속아 넘어간다. 원가를 한 줄로 긋고 현재 판매가격을 쓰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판매 수법이다. 이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대비를 줘 할인 후 저렴해진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많은 판매자가 허위로 원가를 쓰는 술수를 쓴다. 원가보다 높게 적은 뒤 거기서 다시 할인하면, 소비자들은 오히려 돈을 번 것 같은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돈을 번 것 같은 착각을 한다

    198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비어덴 연구진은 말도 안 되게 비싼 판매가를 가지고 실험을 하게 했다. 111명의 소비자들은 TV의 원래 가격과 시장 최고 판매가를 추측하게 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TV의 원래 가격을 419달러, 시장 최고 판매가는 799달러를 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연구진은 또 168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두 번째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는 419달러라는 합리적인 가격과 과장된 가격인 799달러를 동시에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원래 가격이 함께 써 있지 않았을 때는 19퍼센트의 소비자들만 구매의사를 보였던 반면, 799달러라는 과장된 가격이 함께 적힌 경우에는 구매의사를 밝힌 비율이 그보다 훨씬 높았다.


    2017년 탈러 교수가 제시한 ‘교환 효과 이론’은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한다. 교환 효과란 사람들이 교환 과정에서 큰 할인을 받는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원래 가격과 현재 가격가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교환의 효용은 커지고 할인가가 더 합리적이라고 느끼게 된다는 교환 효과의 핵심 내용이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 JC Penney는 이렇게 원래 가격을 높이는 할인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이 백화점은 할인 행사를 하지 않고 매일 최저가에 판매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이윤만을 덧붙인 가격은 백화점의 고객에 대한 약속을 의미했다.


    “저희는 원가로 사기 치지 않습니다. 언제나 최저가를 보장합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JC Penney는 이러한 결정으로 오히려 고객을 잃었고, 1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회사의 주가는 43달러에서 14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고객들은 참고 가격을 잃고 할인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게 되자 자신들이 구매하는 상품이 실제로 할인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JC Penney는 이 개혁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가(참고가격) 부풀리기라는 오랜 수법을 쓰는 것으로 돌아갔다. 


    온라인 쇼핑에서 판매자의 함정 피하기

    홈쇼핑에서 판매상품 가격을 ‘하루에 천 원’이라고 하면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비싼 전자제품 광고를 보다 보면 하루에 얼마씩 몇 달을 쓰는 것과 같은 가격이라며 홍보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75만 원짜리 상품을 하루에 5천 원씩 5개월만 쓰면 된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같은 값이라도 여러 날로 나눠 계산하면 훨씬 저렴하게 느껴지는 전략이다.


    매일 돈을 나눠서 내면 돈을 적게 쓴다고 느낀다

    미국 중서부의 한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 153명이 참여했다. 5가지 인터넷 정기 구독 서비스(예를 들면 <워싱턴 포스트>지)에 대한 구매 의사를 물었다. 그중 한 조의 학생들에게는 기간가격 책정방식으로 (매일 0.26달러), 나머지 조 학생들에게는 총액 책정방식으로 (연 95달러) 가격을 알려 주었다. 그 결과, 기간가격 방식으로 책정된 구독료를 들은 학생들 중 24.5퍼센트가 구독 의사를 밝힌 데 반해 총액 방식으로 책정된 구독료를 들은 학생들은 9.9퍼센트만이 구독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의 한 음식 배달 회사와 공동으로 진행됐는데, 5주의 실험 기간에 15,127명의 소비자가 이 회사 사이트에 방문해 게재된 광고를 보았다. 그중 절반은 음식 가격이 매일 16달러라는 광고를 보았고, 나머지 절반은 매주 99달러라는 광고를 보았다. 실험 결과 매일 16달러라는 광고를 본 소비자가 매주 99달러라는 광고를 본 소비자보다 배달 서비스를 77퍼센트나 더 많이 이용했다. 매일 구매하는 경우가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기간가격 방식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부추겼다.


    매일 돈을 나눠서 내는 것은 돈을 적게 쓴다고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훨씬 장점이 많은 것으로 생각한다. 매주 99달러라는 가격을 본 사람들은 할인 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하루에 16달러라는 가격을 보았을 때는 매일매일 할인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통상적으로 이성적인 소비자라면 물건을 살 때 각종 가격 비교 사이트를 드나들며 제일 싼 가격에 산다. 하지만 판매자는 물건 가격 자체에도 약간의 함정을 파고 비이성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한다. 연 35만 원의 총액 책정방식보다 하루 천 원이라는 기간가격 책정방식은 교묘하게 돈을 더 벌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구매 유도 수단이다.



    돈과 가정생활 _ 비극의 80퍼센트는 모두 돈과 관련 있다

    돈을 낭비하게 하는 뜻밖의 주범

    사는 지역의 성비가 소비를 부추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성비가 그 사람의 소비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2020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남녀 성비는 약 100.4:100이다. 지역에 따라서도 성비는 다르게 나타난다. 미네소타대학교 블라드 그리스케비시우스 연구진은 이처럼 지역별로 다른 성비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먼저 미국 120개 도시의 남녀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성비는 0.78에서 1.63까지 모두 다르게 나타났다. 그리고 도시별로 주민들이 보유한 신용카드 개수와 개인 채무 금액을 조사했다. 그러자 성비와 개인 채무 금액의 크기, 신용카드 보유 수량이 정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더 큰 소비 욕구를 느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남성이 여성보다 이성을 유혹하려는 경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여성의 비율이 낮아질 때 남성은 더 많은 돈을 사용해 배우자를 얻기 위한 경쟁에 참여하게 된다. 사회에서 돈은 곧 실력의 증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많은 돈을 소비해 매력을 어필하려고 한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성비의 변화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돈 낭비를 줄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영향을 받을 때 그 이유를 찾기가 힘들 수 있다.


    돈이 많다고 더 좋은 부모는 아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생각보다 많다.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급상승하고 있는 양육비의 영향이 적지 않다. 이는 대다수 국가가 비슷한 상황이다. 2011년 영국 주민 조사에 따르면, 42퍼센트의 직장인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

    트웬지 교수는 부유한 사람은 부모가 된 후에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한다고 말하면서 이는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에서 배우자와 마찰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아이를 낳기 전엔 돈만 많이 벌면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어도 정작 부모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모순이 생긴다.


    아이는 행복의 원천이라고들 한다. 부모는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기쁨을 느끼고 인생에 대한 만족감도 올릴 수 있다. 플로리다대학교 바이마이스터의 이론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더 알아가고 배우게 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유한 사람들은 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걸까? 이는 돈이 개인적 목표를 중시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개인적 목표를 이루는 데 치중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자녀마저도 중요 목록에서 순위가 밀려난다. 여기서 관건은 아이를 키우는 데는 시간이 아주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원래 자신만을 위해 써야 하는 시간을 아이와 보내야 하니 그 시간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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