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의 왜 주식인가
 
지은이 : 존 리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22년 02월




  •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식 전문가 중 한 명인 존리. 그의 30년 경험에서 얻은 투자 철학과 전략! 주식시장이 흔들릴수록 되새겨야 할 그의 원칙과 조언.


    존리의 왜 주식인가


    주식투자는 꼭 해야 하는가?

    보통 사람들의 유일한 ‘부의 창출’ 기회

    2021년 초 기준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는 무려 1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주식투자 인구가 많은 만큼 주식투자에 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개인 투자자는 많지 않다. 기관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식이 어떤 것이고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잘못된 상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기만 한다면 주식투자만큼 보통 사람들을 큰 부자를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이 부를 창출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샐러리맨이라면 특히 그렇다. 복권이라도 당첨되면 모를까, 매달 월급으로 생활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큰 돈을 벌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남대문에서 30년째 순댓국 장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이분 아드님이 일류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아주머니가 결혼한 아들 부부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머니는 열심히 장사해서 매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수익이 늘지만, 월급을 받는 아들은 다니는 회사의 매출이 늘어나도 수입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회사 주인과 직원의 차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라면 어느 나라 경영자든 마찬가지다. 따라서 평범한 샐러리맨이 부자가 되려면 월급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주식을 가져야 한다. 꼭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주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샐러리맨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고용주의 입장에 선 것이다. 회사의 성과는 무한히 증가할 수 있고 이는 주주의 몫이다. 기업의 주식을 사면 누구나 주주고, 주주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주식을 갖는 순간부터 그 회사의 모든 경영진과 직원이 나의 부를 늘리려고 밤새 일한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노후를 생각한다면 젊을수록 특히 주식투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샐러리맨이 월급만 모아 20년, 30년 후 은퇴에 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월급의 일정 부분을 떼어 주식에 투자한다면 적어도 은퇴 후 재정적인 곤란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의 차이가 큰 부의 차이를 만든다

    쓰고 남은 것이 아니라 쓰기 전에 떼어놓은 돈이 여유자금이다

    보통 주식투자라고 하면 적어도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의 목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거창한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듯 일상생활에서 쉽게, 자주 주식을 사라. 주식은 1주에 보통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 정도로, 마음만 먹으면 매일 주식을 살 수 있다.


    여유자금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열심히 저축해서 마련한 종잣돈 정도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고 하면 그런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유자금은 꼭 이런 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목돈일 필요도 전혀 없다. 그냥 내가 안 써도 될 돈을 모으면 금액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여유자금이 된다. 펀드는 몇 천 원만 있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해야 제대로 장기투자를 할 수 있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 워런 버핏은 증권거래소가 10년간 문을 닫아도 그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행복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그 주식을 사지 말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여유를 가져야 투자에 성공한다.


    주식(펀드)은 오를 것 같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싶어서 사야 한다. 주식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시장에서 여유자금의 위력은 크다. 저평가됐다고 생각되는 가격대에서 주식을 산 후에 기다리는 것은 말은 쉽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유자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마켓 타이밍은 없다

    항상 투자되어 있어야 한다

    시장이나 개별 종목의 모멘텀을 좇아 가장 적절한 시기에 주식을 사고팔려고 노력하는 것을 ‘마켓 타이밍’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시장을 예측해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고, 올랐을 때 팔아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그럴듯하고 합리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문제는 타이밍을 맞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가능한 것을 맞히는 게임에 몰두하고, 매매를 잘하는 사람들이 전문가라고 착각한다.


    사람들이 마켓 타이밍을 찾는 이유는 주가의 오르내림을 순간순간 맞혀 번 돈이 큰돈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으로 돈을 버는 진짜 방법은 주가가 오르내림을 거쳐 10년, 20년 후에는 100배, 200배가 되는 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다

    주식투자는 기업의 동업자로서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동업자로서 주주의 권한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회사의 경영진은 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햐는 의무가 있다. 가끔 경영진이 대주주들의 이익만 중시해 일반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훼손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주식가격의 하락을 가져오고, 회사의 시가총액도 영향을 받게 된다, 더 나아가 해당 국가의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주주의 권리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다. 당연히 회사에 대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권리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금전적인 권리이고, 또 하나는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투자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같이 누리거나 경영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주는 자신이 투자한 돈의 과실을 회수하고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먼저 금전적인 권리를 보자. 가장 일반적인 것이 배당을 받는 것이다. 회사는 벌어들인 이익에서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한다. 배당은 매년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자와 유사하지만, 회사가 주주에게 투자에 따른 수익을 분배한다는 측면에서 이자와 다르다.


    경영 참여와 관련된 부분을 보자.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금전적 권리에 대해서는 이해가 높지만 경영참여권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주주총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지 않고 회사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도 무덤덤하다.


    주주의 경영 참여 권리는 보유 주식 수에 따라 다르지만 소액 주주도 주주로서 많은 권리를 갖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누려야 한다. 주식이 1주만 있어도 주총에 참석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본적인 권리다. 보유 주식 수가 많아지면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주주들은 뭉쳐서 이사를 해임할 수 있고, 회사를 대신해 이사에게 회사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권도 행사할 수 있다. 주총에서 의결할 안건을 제안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주로서 회사의 주인임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사회를 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개인 주주들이 회사와 실력대결을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회사와 주주들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이런 기업에 투자한다

    성공하는 종목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만일 내가 어떤 기업에 10년, 20년 투자했는데 그 기업이 망해버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실제로 망한 기업에 투자해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다. 그런데 기업의 평균수명은 고작 13년이다. 이 말은 아무리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를 잘한다 해도 애초에 투자할 기업을 잘못 고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래 살아남아 큰 수익을 안겨줄 투자 대상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어떤 기업이 불경기나 경제위기에도 건강하게 살아남아 내가 노후자금이 필요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선택해야 성공적인 기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나와 우리 팀이 투자 대상을 고려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공유하려고 한다.


    첫 번째, 경영진의 자질을 살펴라. 기업 경영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결국 회사의 흥망은 경영진과 직원들이 기업이 성장하도록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영진의 자질을 영어로 ‘management quality’ 라고 한다. Management quality에는 도덕성, 자질, 능력 등 경영진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 주식투자에서 어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경영진의 자질이며,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두 번째, 기업의 확장성에 주목하라. 비즈니스 확장성이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시가총액 증가 속도가 빠를 것이다. 사업을 한다고 가정하면, 소매상을 하는 것보다 도매상을 하는 것이 매출의 증가 속도를 높이는 원리가 될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주식가격이 크게 증가한 이유도 미래의 확장성 때문이다.


    세 번째, 경쟁자가 들어오기 힘든 산업에 속한 기업에 투자하라. 진입장벽이 높은 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진입하기 쉬운 업종은 경쟁자가 많아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고 이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특허를 소유하고 있거나, 높은 브랜드파워가 있는 기업들이 진입장벽이 높은 예다.


    네 번째, 트렌드에 주목하라. 관심이 가는 종목이 있다면 우선 그 기업의 과거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매출 증가 여부, 마진율 변화, 기업지배구조 변화 등이 해당 기업의 미래를 유추할 수 있는 요소다. 점점 더 좋아지는 기업을 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저평가된 기업들

    투자자들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한국 주식시장이 과거 20년 전보다는 발전했지만 많은 주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주가지수 산출 시 대기업의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현재 주가지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20대 기업을 빼고 나면 나머지 기업의 주가지수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이 말은 많은 기업이 아직도 제 가치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즉 저평가된 숨은 진주가 많다는 것이다. 또 현명한 투자자들에게는 그만큼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남아 있고, 투자해서 얻을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하라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 기회가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시장이 아직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주식시장이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시장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아서 주가가 낮은 기업,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 성장기의 회사들은 배당금을 줄 여력이 없다. 주주들도 배당을 원하지 않는다. 투자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배당을 받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수익을 배당금으로 받는 것보다 그 자금을 회사가 투자함으로써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해 주가가 오르는 편이 금전적으로 더 유리한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고속 성장할 수 없는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회사의 이익금을 가능한 한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기업은 현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회사 내에 쌓아두고 있다.


    회사가 투자도 배당도 하지 않고 현금을 적정한 수준보다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 ROE가 낮아진다. 기업이 수익금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쌓아둠으로써 ROE가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주가 상승 여력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ROE가 낮아졌거나, 주가가 상승해 기업의 적정가치에 수렴했거나, 기타 이유로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오버슈팅되는 등 저평가가 해소돼 주가 상승 여력이 줄어들었다면 매도를 하고, 기업가치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좋은 기업은 너무나 많다

    지금 주식시장은 지난 30년처럼 저평가된 주식이 여기저기 널려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현명한 투자자들이 많아져 10년 후 수십 배, 수백 배 오를 종목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지 모른다. 지배구조에 관한 한 지금은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니지만 앞으로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한 번 시작된 흐름이 후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구조가 좋아지면 기업은 당연히 주가가 크게 오르게 된다.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들은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주가를 억누르는 나쁜 요인들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이 잦은 회사는 투자 유보

    나는 기업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 사채등 잠재 주식이 있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사채들은 발행될 때마다 불필요한 가격 급등락으로 기업의 가치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경영자나 대주주는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은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자본의 형태로 자금 조달을 함으로써 재무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일부 대주주나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면, 전체 주주와 대주주 사이에 이해 상충이 발생하게 된다. 일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또는 대주주 특수관계자에게 주식을 저가로 편법 양도하기 위해 이러한 행동이 이뤄진다면 주주의 이익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 주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면 이러한 특수사채의 발행은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한다. 사업을 위해 자금 조달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주식 수를 증가시키지 않는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좋고, 재무 건전성을 좋게 하고 싶다면 투명하게 신주를 발행하는 편이 이런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방법이다.



    한국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주식투자는 국민 노후 대책의 필수조건이다

    우리나라에서 노후에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려면 4억~5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금액은 자녀 양육비와 사교육비를 비롯한 학자금, 혼인비용의 대부분을 부모가 책임지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손쉽게 모을 수 있는 돈이 결코 아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를 하고 상당수는 노후 대비를 목적으로 장기투자를 한다는 사실이다. 개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연기금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은퇴 이후를 대비해서 기업연금을 도입하고 있고, 미국에서 이미 성공을 입증한 바 있는 401K식 기업연금을 도입하는 회사도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어떻게 봐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의 고갈을 염려한다. 이러한 염려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출산율 저하로 인해 연금 수령 기간은 길어지고 연금을 내는 사람들은 줄어들기 때문에, 연금은 고갈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 연금보험료는 인상하고 지급액을 줄이는 방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그것은 고갈되는 시기를 늦추는 것일 뿐이다.


    미국의 뮤추얼펀드가 활성화된 것도 1980년대 중반이다. 투자 마인드로 무장된 베이비부머 세대가 너도나도 뮤추얼펀드에 가입하면서 증시는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상승곡선을 탈 수 있었다. 보통 한국은 15년 뒤늦게 미국을 따라간다고 한다. 기업연금이 도입되고 펀드투자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측면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과 통계로 미루어볼 때, 한국의 주식시장 역시 미국 증시처럼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연기금의 일정 비율을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더욱 절실하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실 미국만큼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는 없다. 미국의 중산층이 부를 축적하게 된 가장 큰 수단이 바로 주식이었다. 미국의 가정을 보면 금융자산의 60~70%가 주식이다. 노후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꾸준히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의 연금들은 모두 기업지배구조를 지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한 기업에 대해 주주행동주의를 취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이제야 미미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를 경영 간섭이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기업지배구조는 국민의 노후와도 직접 연결돼 있다. 국민 연금 법률에 의한 의무 가입으로 직장에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표준소득월액의 9%를 연금으로 내고 있다. 현재 많은 연기금이 주식에 투자돼 있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면 연기금의 투자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노후가 위험해 지는 것이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국민들까지 말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에 관해 무관심하다면 직무유기인 것이다. 


    일본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일본의 침체는 30여 년간 지속돼왔고, 앞으로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무서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엄청난 국가 부채를 감수하면서까지 돈을 찍어냈지만 인플레이션의 기미가 없다. 고령화, 인구 감소, 빈부 격차 등 산적한 문제가 있고 국가 경쟁력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1991년 스커더에 입사했을 때 일본에 관한 논의를 격렬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스커더의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이 앞으로 오랜 기간 심각한 경제침체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노동력과 자본의 유연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도 비슷한 문제점이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IMF는 한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고금리 정책, 긴축통화, 재정긴축, 변동 환율, 엄격한 시장 퇴출 제도, 금융산업 구조조정, 금융개혁을 통해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기반으로 경영하는 것을 제재하고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제고할 것을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서도 돈이 많은 덕택에 지금까지 버텨왔다. 하지만 ‘잃어버린 30년’ 이라는 침체기를 겪었고,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던 부동산 가격은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은 대신 많은 변화를 이뤄왔고,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거나 완화되었다.


    일본 기업들은 지배구조 또한 열악하다. 일본의 기업들은 경영진이 주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주가가 자신의 월급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 나쁜 것은 일본은 아직도 변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일본의 경제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직도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안고 있던 문제들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를 답습하고 있는 일본은, 한국이 따라 할 만큼 성공한 경제 모델이 아니다. 일본을 따라 해선 안 된다. 일본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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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