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디스럽션 X
 
지은이 : 추동훈 (지은이)
출판사 : 매일경제신문사
출판일 : 2023년 10월




  • 전기차 대중화, 자율주행 자동차, 우주선 개발, 로켓 재사용 등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영역에서 기적 같은 성공스토리를 써가며 전 세계 초일류 기업들을 위협하는 일론 머스크의 핵심 사업들을 분석해, 그의 극한의 성공법칙을 엿봅니다.


    일론 머스크 디스럽션 X


    전기차와 배터리

    오토파일럿과 자율주행차

    테슬라는 전기차라는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파괴하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들었고 소프트웨어 기술적으로는 궁극의 자동차 기술이라 불리는 자율주행기술 역시 주도하고 있다.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선보임과 동시에 ‘오토파일럿’이라 불리는 자율주행기술을 함께 도입하며 어느 자동차 회사보다 앞선 기술을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직접 운전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운전자는 주변에 사람과 장애물은 없는지, 주변의 수많은 차량들과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 신호등과 표지판의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면서 순간순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수많은 운전자들은 공통된 규칙 아래 운전을 하며 상호 작용하지만 운전자마다 인지능력과 판단능력 등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고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찰나의 실수가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자동차 주행의 숙명이다. 자율주행은 이러한 인간의 오류나 오판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없애 가장 효율적인 운전에 기반한 교통 흐름의 형성과 더불어 균일하지 않은 운전자 변수를 없애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 자율주행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어쩌면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이에 대한 고민은 시작됐을지 모른다. 1960년대 처음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개념이 본격화됐고 이후 조금씩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개념 정리와 방식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다만 기계공학에 기반해 만들어진 자동차가 인간의 발을 대신하는 건 쉬웠지만 인간의 인지능력과 감각적 판단까지 대신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기에 그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일단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 기술, 주변 차량과 사람, 장애물들 간의 거리와 위치를 파악하는 센서 기술을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속도를 높일지, 줄이거나 멈출지 등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 기술과 슈퍼 컴퓨팅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했다. 결국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반도체 기술은 본격적으로 자율주행기술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자동차기술학회에 따르면 자율주행기술은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레벨0부터 사람이 운전석에 앉을 필요도 없는 완전 자동화 단계인 레벨5까지 총 6개 단계로 자율주행기술을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기술은 어느 단계쯤 와 있을까. 최근의 기술혁신의 속도를 생각해보면 레벨이 높을 것 같지만 현재 수준은 레벨2정도로 봐야 한다. 일부 레벨3를 달성했다는 자동차 제조사들과 관련 기술기업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자율주행기술이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불리는 테슬라는 어떨까. 전기차 시장을 선도했던 테슬라답게 한발 빠른 자율주행기술의 도입으로 누적된 자율주행 운행 데이터가 경쟁사를 압도한다. 2020년 2월까지 오토파일럿 운행 거리가 무려 48억 킬로미터가 넘는다. 전 세계 곳곳의 도로와 각종 운행 상황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직접 경험하고 습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학습해 자율주행기술을 발전시키도록 선순환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전 차량에 기본 탑재되는 레벨2단계의 오토파일럿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scc)이라 불리는 정속 유지, 앞 차와의 간격 유지, 차로 유지 기능 등을 포함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으로 작동한다. 이와 더불어 테슬라는 향상된 오토파일럿(Enhanced Autopilots), 풀 셀프 드라이빙기능(FSD) 등 2개의 유료형 자율주행기술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향상된 오토파일럿은 자동차로 변경, 자동주차, 차량 호출 기능 등이 포함됐고, FSD는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뿐만 아니라 더 복잡하고 판단할 게 많은 시내 주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을 지원하고 있다. 테슬라의 FSD가 레벨 5단계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확실히 다른 경쟁사를 압도하는 자율주행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관점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도 완전히 바꾸었다.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는 사실 한 번 판매할 때 생기는 매출이 전부다. 또다시 신차를 판매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기술인 오토파일럿을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향상된 오토파일럿과 FSD를 유료옵션화한 것인데 FSD는 1만 5,000달러를 내면 구매할 수 있다. 이는 그간 차량 판매 외에 수익을 낼 수 없던 자동차 업계에 또 다른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테슬라는 한발 더 나아가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을 다른 완성차 회사에 라이선스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레이더나 라이더 등 센서 기술이 아닌 카메라 기술에 기반한 자율주행기술을 보유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다른 차량에 탑재하려면 그만큼 많은 카메라가 필요하기에 실질적으로 어떤 방식의 판매가 가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행을 위해 시작된 자율주행기술 경쟁은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미래지만 완전한 자율주행기술이 도입된다면 사람들은 이제 차 안에서 운전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야 할 상황이 늘어난다. 그렇다 보니 차 안에서 즐길 거리, 놀 거리가 충족돼야 하며 그를 위해 각종 엔터테인먼트와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사업이 접목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가 하나의 휴식공간이자 노는 공간이 된다면 그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기술에 투자하는 이유 역시 이처럼 자동차를 더 이상 모빌리티나 운송수단이 아닌 하나의 공간 개념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기술 그리고 AI

    AI데이에서 선보인 테슬라봇

    껍데기만 바꿔도 새로운 사업이 된다

    2021년 8월 테슬라의 개발자 회의 ‘AI데이’에서는 모두를 경악하게 만드는 깜짝 발표가 있었다. 매번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머스크지만 이번에도 상상을 뛰어넘었다. 바로 인간형 로봇 ‘테슬라 옵티머스’를 공개한 것이다. ‘테슬라봇’이라고도 불리는 로봇의 첫인상은 우스꽝스러움 그 자체였다. 멋지게 소개된 PT자료의 이미지와 달리 무대에는 실제 사람이 테슬라 옵티머스의 쫄쫄이 옷을 입고 이상한 춤을 추며 등장했다. 혁신 기술을 선보여야 할 AI데이가 광대옷을 입은 댄서의 무대가 된 것이다. 행사 직후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전기차 경쟁력을 더욱 고도화시키기에도 부족한 마당에 쓸데없이 로봇 개발에 에너지를 쏟는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또 머스크 개인의 호기심과 흥미가 만든 엉뚱한 발명품이 아니냐는 지적과 더불어 실제 무대에서 선보인 익살스러운 댄스만 온라인을 타고 전 세계로 알려지며 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머스크는 진심이었다.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봇에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완전자율주행(FSD) 칩을 두뇌로 탑재하고 테슬라에 장착되는 비전AI기술이 적용된 카메라가 두 눈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또 당연히 이족보행을 하며 사람 평균 시속의 2배인 시속 8km로 걷게 될 것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테슬라 자동차에 장착된 자율주행기술과 AI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옮겼을 뿐이고 구현 방식과 기술은 큰 차이가 없다.


    그로부터 1년 뒤, 2022년 AI데이의 메인 포스터에는 하트 모양을 한 로봇팔이 그려졌다. 머스크가 포스터에 강조할 만큼 테슬라봇의 손을 주목하면서, 사람의 손과 기능적으로 흡사한 수준으로 정밀한 조작과 동작이 가능한 손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이 단순히 인간의 형태를 닮아 걷고 뛰고 오르내리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을 사용하는 능력을 통해 사람을 동물과 구별하는 결정적 차이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테슬라 옵티머스’는 이날 처음 공식석상에 데뷔했다. 직원 3명의 도움을 받으며 등장한 테슬라 옵티머스는 양손을 흔들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자유자재로 이족보행을 해내거나 현장에서 각종 시연을 해보이진 못했지만 1년 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이날 공개된 시연 영상 속에서 테슬라봇은 이족보행을 하며 공간을 인지하며 이동했고 무겁거나 들기 쉽지 않은 짐을 양손을 이용해 정교하게 들었다. 또한 물통을 들어 꽃에 물을 주고 종이박스를 들어 옮기는 등 일상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과 유사한 모습을 구현했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과 접점이 없던 기업이 1년 만에 보여준 성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수준이었다.


    특히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된 첨단 기술의 응집체인 로보틱스 기술을 단기간에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테슬라라는 기업이 가진 특성 덕분이다. 테슬라는 무엇보다 테슬라봇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테슬라의 전기차에서 껍데기만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갈아끼우면 그게 바로 테슬라봇이다.


    탈자동차 꿈꾸는 자동차 업계, 자동차 노리는 타 업계

    로봇 기술에 회사의 미래가 달렸다는 테슬라, 의료용 로봇에 이어 달 탐사 로봇까지 만들겠다는 현대차. 이처럼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 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반면 애플, 소니와 같은 전자제품의 대명사격인 기업들은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구글은 자율주행기술에, 엔비디아와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며 오히려 자동차 시장으로의 침투를 택했다.


    최근 기술의 발전 트렌드는 ‘탈경계’로 요약할 수 있다. 로보틱스로 대표되는 로봇 기술 역시 AI, 머신러닝 기술과 더불어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히 처리하는 반도체, 각종 장비들과 소통하는 네트워크 기술 등 각종 최첨단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불가결하다. 결국 이제는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각자 잘하는 기술을 다른 산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주요 산업에서 1등 또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포화된 기존 시장을 벗어나 새롭게 개척하고, 다시 시장 점유율을 장악해나갈 수 있는 신규 산업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로보틱스가 활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현대차가 공장 근로자들을 보조하기 위해 개발된 각종 웨어러블 로보틱스 장비들은 이동약자들의 근력 보조용 기술로 쓰이며 의료용 로보틱스 시장으로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허리와 다리에 착용해 사용하는 휴마(Huma)는 보행 근력을 비약적으로 늘려준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착용 로봇 통합 브랜드 ‘엑스블(X-ble)’을 상표로 등록하고 의료 산업에서 기술력을 십분 발휘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여기에도 머스크가 사랑하는 X가 보인다.


    최근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는 음식 서빙 및 배달 로봇들 역시 AI에 기반한 딥러닝 기술과 자율주행기술이 결합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달 탐사, 우주개발 등 지구 밖으로 나가는 데도 이러한 로보틱스 기술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분야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로보틱스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사업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플랫폼의 미래

    플랫폼 앱, X 꿈꾸는 머스크

    돌고돌아 다시 온 X.com, 슈퍼앱의 기회

    머스크의 슈퍼앱에 대한 구상은 놀랍게도 1999년 X.com을 창업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실제 그는 2022년 테드(Ted)컨퍼런스 연사로 참여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22년 전에 구상한 X.com의 계획을 이제 행동으로 옮길 때다. 2000년 7월 상품계획까지 다 세워두고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금융기관을 만들려 했다.”


    상상의 공간에 머물던 슈퍼앱의 구상을 이제는 실현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가 찾아왔다는 뜻이다. 20년 전 인터넷이 이제 막 태동하던 시기에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마땅한 어플리케이션도 전무했다. 당시에는 생각조차 못하거나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했던 앱과 서비스가 등장했고 스마트폰의 보급은 누구나 접근가능한 인프라 환경 제공으로 이어졌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사이 머스크는 매일 성장하고, 기회를 엿봤으며 누구보다 냉정하고 계산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갔던 것이다. 어쩌면 즉흥적이고 가벼워 보였던 그의 언행과 의사결정들도 수많은 그의 계획의 일환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여러 사업을 통합해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한 모회사격인 지주회사를 두고 자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아이디어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여러 사업을 거미줄처럼 펼쳐나가던 그는 결국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의 ‘재편’과 흩어져 있던 각 사업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슈퍼앱으로의 ‘통합’을 순차적으로 준비해온 것이다. 무려 20년 넘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그의 시작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담은 ‘X’다.


    1등만 하는 기업가, 슈퍼앱은 추격자 신세

    머스크가 그려나갈 금융 서비스

    일론 머스크는 7월 25일 슈퍼앱 전환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는 트위터 글을 올려 “트위터가 140자 텍스트 안에 갇혀있는 신세였다면 모든 것을 의미하는 X에서는 몇 시간짜리 비디오도 자유자재로 올릴 수 있는 서비스”라며 콘텐츠 확장성을 강조했다. 또한 수개월 내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기능과 통합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텍스트기반 SNS, 파랑새와의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에브리씽 앱 또한 슈퍼앱 X의 실체가 몇 개월 안에 드러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기존 트위터가 수행해왔던 커뮤니케이션 분야와 달리 금융 서비스가 무엇이 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공개 전이라 구체적인 그림은 알 수 없지만 일론 머스크의 혁신이 금융 산업에 어떤 신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실 금융이야말로 슈퍼앱의 정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사용자의 재무 구조, 소비행태를 파악하고 어떻게 돈을 관리하고 사용하며, 저축하고 대출하는지 파악하고 DB화할 수 있다면 다양한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플랫폼 서비스의 발판으로 주목받는 이유 역시 사용자가 그 서비스에 하루 종일 머물며 사용하고 수많은 DB화 가능한 데이터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 서비스의 경우 그러한 사용자 데이터 중 특히 돈과 관련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다 사업 친화적이고 수익 친화적인 서비스로의 매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 사용자들 대상을 금융 서비스를 내놓아 그들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파악하고 이들을 플랫폼에 머물게 해 이를 벗어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락인(Lock-in)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를 보면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후 카카오페이를 필두로 송금, 결제, 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로 확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 플랫폼 안에서 쇼핑하고 주문하고 식당을 예약해 돈을 쓸 수 있게 발전했다.


    SNS 서비스 트위터를 인수한 뒤 여기에 각종 금융 서비스를 붙이겠다는 머스크의 계획은 무척이나 정석적인 슈퍼앱 공식이라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트위터에 ‘종합 커뮤니케이션’과 ‘금융 서비스’를 추가하겠다고 올린 한 문장에 담긴 머스크의 함의다.


    전문가들은 X의 금융 서비스가 입출금, 송금 등 은행 업무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트위터의 금융부문 서비스의 경쟁사가 전통적 금융기업이나 핀테크 기업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업계에서 이러한 금융관련 사업으로 주목받는 기업은 다름 아닌 애플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은 애플페이를 시작으로 BNPL(Buy Now Pay Later), 그리고 애플 예금계좌를 출시하는 등 최근에는 마치 금융기업처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에서 보기에는 트위터나 애플 모두 기존 경쟁자가 아니었지만 기존 사업 방식을 ‘파괴’하고 ‘혁신’하는 새로운 금융 산업 게임체인저로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주개발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줄 우주개발 사업

    세계 최대 비상장회사 스페이스X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세계 최대규모의 비상장기업으로 불린다. 2023년 6월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를 1,500억 달러(한화 약 197조원)로 평가받았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주당 80달러로 평가받으며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 이상을 말하는 ‘헥토콘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헥토콘 기업으로 불리는 기업은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 댄스와 스페이스X가 유이하다. 머스크는 기업의 안정적인 수입과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가져가기 위해 당분간 비상장 회사로의 운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역시 인수 직후 비상장회사로 전환하며 장막 뒤의 경영을 택한 바 있다. 머스크는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이자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과 미래가치를 보유한 스페이스X의 퀀텀 점프를 은밀하게 고도화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창사 이래 첫 흑자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이 수익 구산으로 진입한 만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언제쯤 스페이스X가 상장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스타링크를 분사해 별도 상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기업공개(IPO)시점에 따라 스페이스X의 미래 투자 전략과 마스터 플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 역시 최소 3~4년 이상은 상장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좀 더 인내심을 갖고 바라봐야 할 듯하다.


    오히려 스페이스X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을 내세워 여유를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무리한 상장에 나설 만큼 급할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사들을 도와주고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캐나다의 위성통신업체 텔레샛의 인터넷용 위성 ‘라이트스피드’를 자사의 발사체로 쏘아주는 계약을 맺었다. 스타링크를 일주일에 두 차례씩 쏘아 올리느라 바쁜 스페이스X지만 경쟁사의 위성도 함께 올려주는 너그러운 모습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 입장에서 보면 잘 만든 로켓발사체 하나가 밖에 나가 요긴하게 돈벌이를 해오는 효자노릇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로켓 발사체 기술에서는 스페이스X를 따라갈 민간 기업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 만큼 해당 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독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텔레샛은 2027년부터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인데, 이미 50여 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링크 입장에서 겁날 이유가 하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전쟁

    점점 확대되는 반도체 전쟁

    현재 전 세계에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2022년 8월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발표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설비투자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에게 총 52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용인시에 415만 제곱미터 규모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개별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다. 화웨이는 반도체칩 개발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한눈에 받고 있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자체 제작 AP의 한계로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이런 반도체 경쟁은 스마트폰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 산업분야별로 스스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개발하고 생산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테슬라도 애플과 같이 자체적으로 차량의 두뇌가 되는 컴퓨터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기업이다. 테슬라에 반도체 설계 기술이 중요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자율주행기술 때문이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자동차 전체를 봤을 때는 소프트웨어 기술이지만 이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하드웨어 기술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게 바로 테슬라가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고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려는 이유다. 이 기술 개발에 외부의 힘을 빌리거나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테슬라의 성장성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체 AP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는 것처럼 테슬라도 자율주행기술 등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반도체개발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2021년 AI데이에서 테슬라 옵티머스 발표와 더불어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인 도조(Dojo)를 처음 공개했다. 완전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각종 데이터를 신속한 속도로 처리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해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고 슈퍼컴퓨터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로 도조는 일본의 유도 경기가 열리는 ‘도장’의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팬으로 유명한 머스크의 일본 사랑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이제 테슬라를 전기차 기업이라고 부른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테슬라가 전기차로부터 시작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반도체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이를 통해 AI기술을 고도화해 뛰어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종합 IT기업에 더 가깝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기가팩토리라는 자동공정화된 공장을 잘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바로 테슬라인 것이다.


    AGI를 향한 발걸음

    이러한 테슬라의 행보는 궁극적으로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으로 수렴될 확률이 높다. 아직까지는 자율주행기술에 특화된 AI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테슬라지만 D1칩과 도조의 등장은 모든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두루 쓰일 수 있는 AI, 즉 AGI기술로의 확장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 이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착한 AGI를 구축하는 것이 x.AI의 목표다.”


    머스크는 2023년 7월 x.AI 설립을 기념해 가진 온라인 세션에서 x.AI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오픈AI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한 머스크의 ‘착한 인공지능’의 필요성은 앞으로 머스크가 강조해나갈 본인의 신념이자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될 반도체 경쟁력을 본인의 모든 사업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을 선언하며 사실상 탈전기차를 선언했는데, 이제 그 목표는 로봇을 넘어서 플랫폼과 우주개발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컴퓨터 기술은 현재 테슬라가 인수한 SNS 서비스 X에도 적극 활용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슈퍼앱으로 나아가는 데 기술적 지원을 할 것이다.


    또한 x.AI를 설립한 취지에 맞게 무한대의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정리하고 처리해 생성형 AI서비스를 비롯해 테슬라 고유의 AI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다.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 불리는 우주개발 기술의 고도화에도 슈퍼컴퓨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테슬라의 반도체 투자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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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