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여주는 경제학
 
지은이 : 셰종보 (지은이), 하은지 (옮긴이)
출판사 : 더페이지
출판일 : 2023년 10월




  • 충동 소비에서 거주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생 고민과 궁금증을 제시하고 실제 사례를 들어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경제학적 인식의 틀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사건 뒤 숨어 있는 논리를 보다 철저하게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의 선택하도록 돕습니다.


    밥 먹여주는 경제학


    알 수 없는 삶의 ‘이상 기후’ 해석하기

    소득은 늘어나는데 왜 우리는 점점 가난해질까? - 차별적 인플레이션, 캔틸런 효과

    부와 가난은 절대적 개념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예전보다 풍요로워졌을까요, 아니면 궁핍해졌을까요? 사실 정답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사람들은 본인이 전보다 훨씬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는 걸까요?


    흔히들 ‘갈수록 빈곤해진다’, ‘갈수록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건 진짜로 과거보다 생활수준이 낮아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실 ‘수직적’으로 비교해 보면 최근 수십 년간 우리는 물질적으로 눈부신 변화를 겪었습니다. 삶의 질도 놀라울 만큼 성장했지요. 밥 한 끼 제대로 해결하는 게 가장 큰 일이었던 시대를 지나 오랜 세월에 걸쳐 선진국이 이루어 낸 경제발전을 우리는 단기간에 이룩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빈곤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부와 가난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비교 대상을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지요. 쉽게 말해서 사람들은 본인이 부자인지 아닌지, 돈이 많은지 아닌지를 평가할 때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지 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가난하다’, ‘돈이 없다’고 느끼는 건 주변 사람에 비해 내 조건이 좋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진짜 가난한 게 아닙니다. 그저 당신 주변의 친구가, 지인들이 돈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뿐이에요. 그런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착각을 하는 것뿐이죠.


    돈은 곧 구매력? NO!

    과연 우리에게 돈이 많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듭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건 돈이 곧 구매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회’에 돈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가진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집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 세계 대다수 국가 경제 지수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EU, 일본 등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화폐 공급을 늘리는 경기 부양 정책을 실시했어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더 많이 찍어 내기 시작한 거죠.


    이처럼 세계적으로 화폐 공급이 늘어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개인 자산의 대폭 감소입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회의 총수요는 총공급과 늘 균형을 이룹니다. 따라서 수요가 일정하고 공급에도 변화가 없는 한, 자산이 증가한다고 해서 구매력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돈이 많아진다고 해도 실질적인 구매력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론은 그렇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화폐 공급의 증가로 늘어난 돈은 결코 동일하게 모든 사람에게 분배되지 않으니까요. 새롭게 발행된 화폐가 사회로 서서히 흘러들면서 가장 먼저 그것을 손에 넣는 사람들, 즉 ‘선발 주자’들이 먼저 이득을 얻고 자산 자격을 올립니다. ‘후발 주자’들도 잇따라 돈을 손에 넣긴 하지만 자산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이것이 바로 화폐 공급이 늘어날 때 시차를 두고 차별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캔틸런 효과’입니다. 쉽게 말해 소위 업스트림의 ‘선발 주자’들이 먼저 부를 차지하면서 다운스트림의 ‘후발 주자’가 가진 자산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업스트림이 다운스트림을 약탈하며 그렇게 수입과 부의 재분배가 조용히 끝이 납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내 자산을 늘리는 방법

    어떻게 하면 사회의 부가 늘어나는 만큼 내 자산도 늘릴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먼저 지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지출은 ‘소비성 지출’과 ‘투자성 지출’로 나뉩니다. 인플레이션은 두 부분에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요. 소비성 지출의 대표적인 예는 돼지고기입니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다는 건 곧 생활비가 오른다는 뜻입니다. 투자성 지출에는 부동산 가격이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건 자산의 증가를 의미하지요.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인플레이션에 지는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면 당신의 자산을 최대한 투자성 지출에 배분해야 합니다.


    이에 관련해 경제학자들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어요. 비록 인플레이션은 해마다 심화하지만, 시장에는 언제나 고정적인 ‘닻’이 존재해서 그것으로 사회의 전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닻’이란 문자 그대로 배를 한곳에 정박해 두기 위해 줄에 매어 물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기구입니다. 한번 닻이 내려가면 올라오기 전까지는 배는 닾과 연결된 밧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어요. 이와 같은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닻 내림 효과’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닻’이란 무한대로 수위가 오르는 게 아니라 평균치를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최근 부동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10%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당신의 자산 순위는 크게 하락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에 자산을 투자했기 때문에 오름세와 내림세를 다 같이 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닻’을 내린 분야에서 자산 계급에는 큰 변동이 없습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이제 더는 ‘닻 내림’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부동산 투자가 안정기에 접어들며 예전처럼 ‘3년에 2배씩’ 오르던 현상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주식이나 펀드, 적금과 같은 주기가 긴 투자 재테크 상품들의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시장 수익률 역시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1주택 혹은 2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주식이나 펀드 등의 투자 재테크 상품에 ‘닻’을 내릴 거예요. 상대적으로 부동산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풀리지 않는 인생 고민 해결하기

    한적한 시골의 삶 VS. 분주한 도시의 삶 - 당신이 포기해야 하는 것, 기회비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인생은 없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각각의 선택은 전혀 다른 인생으로 우리를 인도하지요. 심지어 잘못 내린 한 번의 결정이 인생의 궤도를 완전히 바꿔 놓는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해요. 기왕에 토끼 두 마리를 동시에 잡을 수 없는 거라면 경제학의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 비용’이지요.


    경제행위에서는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대안을 선택할 기회를 포기해야 합니다. 결국 선택된 하나의 비용은 포기한 다른 것에 대한 기회가 되는 셈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선택의 비용을 ‘포기한 다른 선택에 대한 가치’로 측정하고,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같은 선택이라도 사람마다 기회비용이 다르다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기회비용이 달라지고, 대부분 기회비용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기회비용이 높으면 그만큼 자신이 내린 선택이 인생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영향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기회비용이 높을수록 긍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선택지를 찾는 게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명문대를 졸업하고 유명 대기업에 취업한 사람일수록 고등학교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람에 비해 이직 가능성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말은 곧 기존에 본인이 다니는 직장보다 더 좋은 기회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기회비용이 높아질수록 더 가치가 높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같은 선택일지라도 사람마다 기회비용이 다른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회비용을 쉽게 측량하기 어려운 선택들도 우리 삶에는 수없이 존재하지요.


    지금의 사랑과 연애를 포기하면 기회비용은 얼마일까요? 안정적인 직장의 기회비용은 얼마일까요? 대도시로 떠난다면 기회비용은 얼마일까요?


    이러한 선택들은 숫자로 계산이 어렵고 사람마다 모두 그 결과가 다릅니다. 결국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시끌벅적한 도시의 삶을 선택하면 편안하고 한적한 시골의 삶을 동경하게 될까? 안정적이고 편안한 시골의 삶을 선택하면 북적거리는 도시의 삶을 자꾸만 그리워하게 될까?’


    ‘사랑과 꿈, 둘 중에 뭐가 더 중요할까? 꿈을 위해 나는 대도시에서의 힘겨운 일상을 견뎌낼 수 있을까? 안정적인 삶을 위해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은 자라온 배경, 마음 상태, 세계관이 달라서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과 느끼는 감정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편안한 오늘을 살아가고,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꿈이 있는 내일을 살아가지요. 꿈을 좇는 사람들은 대도시로 올라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습니다. 삶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소도시로 터전을 옮기거나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과 함께하는 무탈한 일상을 추구하기도 하죠.


    대도시로 떠나든, 시골에 남은 틀린 결정은 없습니다. 다만 득과 실을 따져 보고 각각의 기회비용을 계산해 본 뒤,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책임지면 되는 거예요. 그 누구도 당신 대신 결정해줄 수는 없습니다. 사실 답은 이미 당신 마음속에 있거든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남들은 다 잘사는 것 같은데 내 삶은 왜 이리 힘들까? - 확률과 리스크

    확률과 위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확률과 위험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확률로 인한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며, 때로는 확률로 인해 짊어져야 하는 부정적 위험이나 대가를 피해 가려고 합니다.


    보험회사는 사실 사고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서 영업을 합니다. 그들은 ‘거대표본’에 존재하는 질병의 발생률과 사람들이 지불하는 보험료 사이에서 거액의 이윤을 창출하지요. 솔직히 질병 발생의 확률과 당신이 가입하고자 하는 보험 사이에는 명확한 격차가 존재합니다. 이게 바로 보험회사가 이윤을 창출하는 근원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들의 상술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위험을 잘 피해 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아는 것처럼 사고나 위험은 그것이 발생할 확률과도 연관 있지만 그것이 가져올 결과와도 관련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적다고 해도 일단 그것이 발생했을 때 미치는 영향과 손실이 심각하면 여전히 위험성 높은 일입니다. 즉, 우리가 리스크를 분석할 때는 그것이 일어날 확률뿐만 아니라 손실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질병을 예로 들어 볼까요. 부유한 집안이라면 아주 심각한 질병이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는 쉽게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당신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후 치료비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족에게 부담을 주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 병원비가 더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확률만 계산했을 뿐, 그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가져올 영향과 결과는 간과했어요. 그래서 위험 요소에 대한 당신의 평가와 예측은 잘못되었습니다.


    보험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한다는 건 언뜻 보기엔 그 보험회사를 위해 ‘선량한 기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정말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는 그걸 한꺼번에 충분히 감당해 낼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설령 일부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그 걱정을 덜어 내고자 한는 것입니다.


    사실 연말마다 ‘보험 갱신료’ 안내 고지서를 받고 나면 “이번 해도 공연한 돈이 날아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돈만 낸 게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닐까요? 그건 당신의 액운이 줄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매번 보험료를 내고 나면 설령 사고를 당한다고 해도 그것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안심할 수 있습니다.


    인생에는 무수한 확률이 존재하지만 무수한 선택도 존재합니다. 일이든 삶이든 확률을 정확히 이해하고 아름다운 일이 삶에 일어날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일어날 확률의 변동은 ‘운’으로 여기고 계속해서 당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며 올바른 결정을 하길 바랍니다.


    약육강식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 약자의 무기가 되는 게임 이론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비밀, 게임 이론

    ‘전기새마(田忌塞馬)’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손빈이 제나라의 식객으로 있을 무렵 제나라에서 유행하는 경마 경기를 보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왕과 제의 장수 전기의 시합에서 번번이 전기가 패하자, 손빈이 전기에게 필승의 전략을 알려 줍니다.


    “당신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은 하품의 말로 제왕의 상품 말을 상대하고, 다시 당신의 상품의 말로 그의 중품의 말을 상대하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중품의 말로 그의 하품의 말을 상대하면 간단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면 언제든지 2대 1로 승리를 하게 되실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게임 이론(Game Theory)입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정치학과 교수 마이클 최는 『게임 이론가, 제인 오스틴』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게임 이론은 냉전 전략을 해석할 때도 사용할 수 있지만 사회의 약자들에게는 가장 원시적인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의 말대로 게임 이론이 약자들의 무기라면, 어떻게 이 무기를 사용해 전세를 역전할 수 있을까요? 게임 이론에 관련한 또 다른 유명한 예화를 들어 볼게요. ‘똑똑한 돼지’ 이론입니다.


    돼지우리 안에 돼지 두 마리가 있었다. 하나는 몸집이 크고, 하나는 작은 돼지였다. 우리 안에는 기다란 발판 하나가 있었는데, 밟을 때마다 반대쪽에 있는 돼지 먹이통에 사료가 조금씩 떨어졌다. 한 마리가 발판을 밟으면 그 사이에 다른 한 마리는 먹이통에 부어 준 사료를 먼저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작은 돼지가 발판을 밟으면 큰 돼지는 작은 돼지가 먹이통으로 오기 전에 이미 사료를 전부 먹어 치웠고, 큰 돼지가 발판을 밟으면 작은 돼지는 자기 쪽에 떨어진 사료를 먹었다. 그 사이에 큰 돼지는 냉큼 먹이통으로 달려가 나머지 사료를 먹었다.


    -문제: 두 돼지가 각각 취한 전략은 무엇인가?

    -정답: 작은 돼지는 먹이통 주변에서만 편안하게 밥을 먹었다. 큰 돼지는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발판과 먹이통 사이를 미친 듯이 왔다 갔다 했다.


    무슨 의미일까요? 작은 돼지는 아무리 발판을 밟아도 얻는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발판을 밟지 않으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먼저 큰 돼지가 발판을 밟으면 자기 쪽에 떨어진 사료를 앉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큰 돼지가 밟지 않으면 둘은 같이 굶어 죽어야 했습니다. 그럼 발판을 밟을 때나 아닐 때나 결과는 매한가지로 먹이통에 있는 먹이를 먹을 수 없어 결국에는 굶어 죽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체력을 아껴 큰 돼지는 하루 이틀 더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돼지에게는 발판을 밟지 않는 게 밟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전략이었습니다.


    큰 돼지의 경우 자기가 발판을 밟지 않고 작은 돼지가 밟기를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한 전략임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분석을 통해 알아봤듯, 작은 돼지가 발판을 밟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큰 돼지에게는 2개의 선택을 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가 명확했습니다. 발판을 밟지 않으면 자기가 굶어 죽고, 발판을 밟으면 작은 돼지가 먹이통에 부어진 사료를 먹긴 할 테지만, 그래도 나머지 사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굶어죽는 건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큰 돼지에게 최고의 전략은 작은 돼지에게 조금 득이 되더라도 본인이 직접 나서서 발판을 밟는 것입니다. 이로써 작은 이익(떨어진 사료)라도 취하고 보는 것이죠.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무임승차(Free-rider)’라고 합니다.


    경쟁 속에서 약자(작은 돼지)의 경우 강자와 직접 경쟁해서 승리를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면승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위치를 잘 파악한 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전략을 잘 세워 놓았다가 적당한 시기를 포착해 ‘무임승차’ 해야 본인에게 유리하게 형세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복잡 미묘한 사랑 설명하기

    결혼한 후에 자꾸만 옛사랑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 손실 혐오

    사람은 손실을 혐오한다

    사랑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아름답고, 또 아픈 기억들이 있습니다. 과거를 완전히 잊어버릴 수는 없지만, 다음의 경제학적 시각으로 지나간 역사를 받아들이고 상처와 아픔, 기쁨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과거와 화해하고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요.


    과거의 아픔은 왜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따라다닐까요? 지금 정말 행복한데 왜 이따금 과거의 아픔이 생각나는 걸까요?


    경제학으로 풀어보면 이것은 손실을 싫어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사람은 손해와 이익을 서로 다르게 느낍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손실로 인한 아픔을 이익으로 얻는 즐거움보다 훨씬 크게 느낍니다. 똑같은 물건인데 그걸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아픔이 훨씬 더 크다는 말이죠.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손실 혐오(Loss Aversion)’라고 합니다.


    손실 혐오를 사랑이라는 감정에 투영해 볼까요. 사랑의 감정이 끝나갈 때 사람들은 자신의 손실에 연연합니다. 상대에게 쏟아부은 시간과 에너지, 돈 등을 생각하는 거예요. 본인이 상대에게 ‘투자’한 것들이 ‘손실’로 변하는 상황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관계를 이어 갑니다.


    하지만 이렇듯 ‘쉽게 포기 못 하는’ 손실 혐오의 심리가 ‘손실’을 ‘이익’으로 바꿔 주진 못합니다. 게다가 ‘손실’은 갈수록 더해집니다.


    과감하게 매몰비용을 포기하라

    경제학에서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경제성을 생각합니다. 수입에서 비용을 빼고 남은 금액이 ‘+’여야 좋은 결정이었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이익을 계산할 때 모든 비용을 계산에 집어넣지 않습니다. ‘매몰비용’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건 비용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익을 계산할 때 고려하지 않습니다.


    ‘매몰비용(Sunk Cost)’은 이미 지불하여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으로 현재의 의사결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이미 발생했지만 주워 담을 수 없는, 예를 들어 시간, 돈, 에너지 등이 모두 매몰비용에 해당합니다.


    결정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발생한 비용은 현재의 상태를 만들어 낸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지금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건 앞으로 발생할 비용 및 그로 인한 수익이지 과거에 발생했던 비용이 아닙니다.


    손실을 인정하는 사람에게 미래가 있다

    “한때 진심 어린 사랑이 눈앞에 있을 때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잃은 후에야 큰 후회를 했소. 인간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후회하는 것이오.”


    영화 <서유기>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그런데 혹시 이렇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그 사랑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을 때 느꼈던 기쁨과 사랑을 잃어버린 후에 느끼는 아픔이 과연 똑같을 수 있을까요? 지나간 사랑을 놓아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좀 더 쉬운 말로, 이미 잃은 것을 놓아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걸 잃어버릴 거예요.


    그러니 ‘매몰비용’은 생각하지 마세요. 이미 사라진 비용입니다. 무슨 수를 써도 주워 담을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신경 쓰지 않는 게 답입니다. 잃어버린 아픔 위에 서 있지 마세요. 매몰비용은 잊어버리고 앞을 향해 나아가세요.


    비록 지불했지만 당신은 손해를 본 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놓아줄 수 없다면 더 견디기 힘들 거예요. 적절하지 못했던 사랑을 놓아주지 못하면 새로운 사랑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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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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