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모든 것의 혁명
 
지은이 : 매튜 볼(역:송이루)
출판사 : 다산북스
출판일 : 2023년 06월




  • 메타,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대기업 CEO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디지털 전문가이자, 오랫동안 메타버스 혁명을 예언해온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스승’ 매튜 볼이 메타버스를 말합니다.


    메타버스 모든 것의 혁명


    혁명 전야-미래에 관해 우리가 놓친 것들

    미래의 간략한 역사

    메타버스(그리고 당신)를 지배하기 위한 경쟁

    지난70년 동안 ‘최초의 메타버스’는 텍스트 기반 채팅과 MUD를 시작으로 작은 국가의 인구와 경제 규모에 필적하는 규모를 갖추고 생동감이 넘치는 가상 세계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이어져 가상 세계에 더욱 뛰어난 현실감과 경험의 다양성을 더하고, 더 많은 사용자에게 문화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스티븐슨, 깁슨, 보드리야르 같은 작가들이 상상한 메타버스가 실현될 것이다.


    메타버스 안팎에서는 패권을 다투기 위한 전쟁이 수도 없이 벌어질 수 있다. 하드웨어, 기술 표준, 도구는 물론이거니와 콘텐츠, 디지털 지갑, 가상의 정체성 등을 둘러싸고 빅테크 기업들과 이들에 맞서는 신생 기업 사이에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메타버스의 중심축’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생존해야 할 필요성이나 잠재 수익을 뛰어넘는 다른 여러 요인이 경쟁의 동기로 작용할 것이다.


    팀 스위니는 ‘포트나이트’를 출시하기 1년 전에 2016년,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훨씬 이전에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메타버스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하며 훨씬 광범위하게 침투할 것입니다. 어떤 하나의 기업이 중앙에서 메타버스의 통제권을 거머쥔다면 어떤 정부보다도 강력한 지상의 신이 될 것입니다.” 이런 표현은 과장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인터넷의 기원을 살펴보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오늘날 인터넷의 기본 토대는 정부 기관 연구소, 대학, 독립 기술 전문가, 기관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컨소시엄과 비공식 실무단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비영리단체로 일반적으로 한 서버에서 다른 서버로 정보를 공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개방형 표준을 정립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로써 미래 기술, 프로젝트, 아이디어와 관련해 공동 작업을 진행하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이러한 방식이 불러온 이점은 매우 다양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연결한 사람은 누구나 순전히 HTML을 사용해서 단 몇 분 만에 무료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 지오시티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면 작업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장치, 브라우저, 사용자는 이 사이트의 단일 버전에 접속할 수 있었다. 사용자나 개발자가 탈중개화할 필요도 없었으며, 원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 공통된 표준을 사용하면 더 쉽고 저렴하게 외부 공급업체를 고용하고, 다사 소프트웨어와 앱을 통합하고, 코드를 용도에 맞게 바꿔 쓸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 표준 중 상당수가 무료이며 오픈 소스라는 사실은 개별 혁신이 전체 생태계에 유익하며, 유료로 제공되는 특허 표준에 경쟁 압력을 가하고, 웹과 사용자 사이에 자리한 플랫폼, 가령 장치 제조업체, 운영체제, 브라우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지대추구 경향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인터넷에서 기업이 이익을 얻거나, 부분적으로 유료화를 진행하거나, 독점 기술을 구축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인터넷의 ‘개방성’은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많은 기업을 설립하고, 더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하고, 더 많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인터넷이 도입되기 이전 시대의 대기업들이 인터넷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을 방지했다. 개방성은 인터넷이 정보를 민주화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유이며,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 대다수가 인터넷 시대에 설립되거나 새롭게 거듭난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다국적 미디어 대기업이 위젯을 판매하고, 광고를 제공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수익을 얻거나, 사용자의 엔드투엔드 경험을 제어하기 위해서만 인터넷을 만들었다면, 인터넷이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업 인터넷’은 메타버스를 향한 현재의 기대와 일맥상통한다. 인터넷의 비영리적 성격과 초창기 역사는, 사실상 당시 정부 연구소와 대학만이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역량과 자원을 갖추고 목표를 세운 유일한 기관이었으며 영리 부문에서는 소수만이 인터넷의 상업성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메타버스는 이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이미 상거래, 데이터 수집, 광고, 가상 제품 판매라는 명백한 목적을 위해 메타버스를 개척하고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수직적·수평적으로 통합된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 플랫폼들이 이미 우리 삶과 현대 경제의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바로 이 시기에 메타버스가 등장했다. 이러한 힘은 부분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막강한 순환 고리를 보여준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층과 개발자층을 보호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잠재적인 경쟁업체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10년 동안 자체적으로 폐쇄형 생태계를 운영해왔다. 이러한 전략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와 데이터, 수익, 장치 등을 확보해 얻게 되는 순환 고리와 혼합되어 인터넷의 상당 부분을 폐쇄하는 효과가 있었다. 오늘날 개발자는 기본적으로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고객에게 결제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는 온라인 ID와 데이터 또는 권한에 대한 소유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메타버스 디스토피아에 대한 두려움이 단지 기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시사한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점차 우리의 생활, 노동, 여가, 시간, 부, 행복, 관계의 상당 부분이 단순히 디지털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확장되거나 촉진되기보다 가상 세계에서 소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수십억까진 아니더라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평행 세계가 되어 디지털 경제와 실물경제의 정점에 올라 두 경제를 통합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가상 세계와 그 안에 속한 핵심 요소를 통제하는 기업들은 오늘날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보다도 더 지배적인 위치에 오를 것이다.


    메타버스는 데이터 권리, 데이터 보안, 허위 정보와 급진주의 플랫폼의 영향력과 규제, 남용, 사용자 행복도 등 오늘날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 중 상당수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 시대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의 철학, 문화, 우선순위는 단순히 가상 세계와 보상이 더 늘어나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현재보다 더 좋을지 나쁠지를 결정짓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들과 가장 야심 찬 신생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사용자, 개발자, 소비자, 유권자로서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현재 상태를 재설정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 메타버스는 어렵고 무시무시해 보일 수 있지만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고, 오랫동안 파괴에 저항해 왔으나 이제 진화해야만 하는 산업들을 탈바꿈시키면서, 더욱 평등한 세계 경제를 건설할 기회도 제공한다. 이러한 특징은 우리에게 메타버스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을 보여준다. 오늘날 메타버스가 무척이나 잘못 이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혁명의 풍경-미래로 연결된 7개의 관문

    가상세계엔진-이 세상은 모두 가짜다

    만약 한 기업이 인류의 두 번째 세계를 지배한다면

    메타버스는 ‘실시간 렌더링된 3D 가상 세계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대규모 확장과 상호 운용이 가능하며, 사실상 무한한 수의 사용자가 정체성, 역사, 소유권, 개체, 소통, 결제 등 다양한 데이터의 연속성과 개별적 실재감을 가지고 동시에 영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 정의를 읽고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에 근접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로블록스‘에서는 무한한 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연속적으로 경험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실시간 렌더링된 가상 세계가 없는 셈이다. 그러한 기술이 구현되는 날이 오면 ’로블록스‘에서도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나 ’로블록스‘는 한 가지 핵심적인 영역에서 내 정의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대부분의 가상 작업이 플랫폼 외부에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로블록스‘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메타갤럭시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로블록스’는 진정한 메타버스가 될 수 없을까? 에픽게임즈의 IVWP인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티브’, 게임 엔진인 언리얼, 라이브 서비스 스위트인 에픽 온라인 서비스를 다를 특별 프로젝트와 결합한다면 메타버스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기업들 또는 다를 유사한 기업들이 모든 가상 경험을 포함해 메타버스 규모의 메타갤럭시로 거듭나는 모습을 우리는 얼핏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 중 일부가 ‘스노 크래시’와 ‘레디 플레이 원’에서 나타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적 발전 단계는 또 다른 결과를 시사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가상 세계를 만드는 대형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가상 경험, 혁신가, 기술, 기회, 개발자의 수는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게임이지만, 개괄적으로 볼 때 두 게임이 미치는 범위는 아직 미미하다. 두 거대 기업의 일일 활성 사용자는 전 세계 인터넷 인구 45~50억 명이 극히 일부인 3000~5500만 명이다. 사실상 오래전 메신저 선두 기업이었던 ICQ처럼 가상 세계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수십억 명의 사용자와 수백만 명의 개발자가 아직 두 기업의 서비스를 경험해 보지도 않은 상태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가 이런 성장의 주요 수혜자가 되리라고 가정하기 쉽지만, 섣불리 확신해선 안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수십억 또는 수천만 명의 플레이어가 가상세계플랫폼(IVWP)를 채택하는 한, 더 많은 시장이 출현할 것이다. 한국의 대형 게임 회사이자 처음으로 주류 배틀로열 게임으로서 큰 인기를 얻은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크래프톤은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2020년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작한 라이엇 게임즈는 한때 가장 큰 사설 ‘마인크래프트’ 같은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폐업시켰다.


    많은 새로운 IVWP가 다양한 기술에 근거해 개발되고 있다. 2021년 말 ‘디센트럴랜드’, ‘더 샌드박스’, ‘크립토복셀’, ‘솜니움 스페이스’, ‘업랜드’ 등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기반 IVWP들의 사용자를 다 합쳐도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의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들은 사용자에게 가상 세계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과 플랫폼이 관리되는 방식에 대한 발언권, 수익을 공유할 권리 등을 더 많이 부여함으로써 기존 IVWP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게임과 게임 엔진이 메타버스의 중심에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타버스의 전부를 아우르는 것은 아니다. 다른 대부분의 분야에서도 자체 랜더링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픽사는 자체 개발한 렌더맨 솔루션을 사용해서 애니메이션 세계와 캐릭터를 구축한다. 한편 할리우드에서는 오토데스크의 마야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는 다쏘 시스템의 카티아, 솔리드웍스와 더불어 가상 개체를 구축하고 설계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솔루션이다. 이렇게 설계된 가상 개체는 실제 개체로 만들어지며 자동차, 건물, 전투기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니티와 언리얼은 엔지니어링, 영화 제작, 컴퓨터 지원 디자인을 포함한 비게임 분야에 진출했다. 앞서 언급한 2019년 홍콩 국제공항은 승객 흐름, 유지 관리 등을 모두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평가하기 위해 유니티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여 공항 전체에 있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를 연결했다. 이와 같은 시뮬레이션을 가동하기 위해 ‘게임 엔진’을 사용하면 실재하는 물리적 차원과 가상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메타버스를 좀 더 수월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홍콩 공항의 시도와 그와 유사한 다른 시뮬레이션의 성공은 더 많은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토데스크, 다쏘 등 여러 업체가 자체 시뮬레이션 기능을 추가하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리얼과 유니티가 게임을 구축하거나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제공하진 않는 것처럼 다른 소프트웨어들도 모든 영역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엔진들의 ‘틀’을 가져와 토목/산업 건축가, 엔지니어, 시설 관리자 등에게 알맞은 ‘제품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맞춤형 코드와 기능을 추가하는 소프트웨어 신생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는 디즈니의 자회사인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드 매직(ILM)의 특수 효과 부서를 들 수 있다. ILM은 유니티로 디즈니의 ‘라이언킹’을, 언리얼로 TV 드라마 ‘만달로리안’ 시즌1을 제작했으며 이후 실시간 렌더링 엔진인 헬리오스를 자체 개발했다. ‘스타워즈’의 열렬한 팬조차 ‘만달로리안’ 시즌 2가 언리얼이 아닌 헬리오스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이는 앞으로 수많은 다양한 렌더링 솔루션과 플랫폼이 구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변화의 속도와 기술적 난이도, 다양한 잠재적 응용성을 감안하면, 결국에는 대중적인 가상 세계와 가상 세계 플랫폼 수십여 곳이 생겨나고 기본적인 기술을 공급하는 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좋은 현상으로 보인다. 단일 가상 세계 플랫폼이나 엔진이 메타버스 전체를 운영하는 일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범위에 대한 팀 스위니의 경고를 다시 떠올려보자.


    “메타버스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하고 훨씬 광범위하게 침투할 것입니다. 어떤 하나의 기업이 중앙에서 메타버스 통제권을 거머쥔다면 어떤 정부보다도 강력한 지상의 신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과장처럼 들릴 수 있고 실제로 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기업 가치가 각각 수조 달러에 달하는 5대 빅테크 기업이 우리의 디지털 생활을 관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삶의 대부분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벌어진다. 우리가 메타버스로 이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기업이 인류가 실재하는 두 번째 차원의 물리학, 부동산, 관세 정책, 화폐 정부를 운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제 스위니의 경고가 단순히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순전히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는 단일 플랫폼의 투자와 신념에 얽매여 진화해선 안 된다. 스위니의 경고대로, 어떤 기업 한 곳이 메타버스의 통제권을 쥐고 흔든다면 메타버스를 이루는 경제, 개발자 또는 사용자의 이익보다는 기업 자체의 지배력을 가장 우선시할 것이다. 물론 최대한 많은 이익을 차지하려고 애쓸 것이다.


    하지만 단일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운영업체가 없다면 여러 플랫폼과 기업들의 상호 운용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나무를 떠올려보자. 이제 가상의 나무가 실제 나무보다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으로만 들리진 않을 것이다.



    혁명이 지나간 뒤-단 1퍼센트에게만 허락된 미래

    승자와 패자

    신뢰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

    어떤 기업이 지배권을 거머쥐든 실제로 소수의 수직적·수평적 통합 플랫폼이 메타버스에서 전체 사용시간, 콘텐츠, 데이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자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5대 빅테크 기업이 2021년 전체 디지털 매출의 10퍼센트 미만을 차지했다는 점을 상기하자. 그러나 메타버스의 경제와 사용자의 행동, 현샐 세계의 경제와 시민을 집합적으로 형성하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는 순환 고리에서 이득을 얻는다.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면 더 나은 추천으로 이어지고, 사용자가 많아지면 체류 시간이 늘어나 더 많은 광고주를 확보할 수 있고, 매출이 증가하면 라이선스 지출도 늘어날 수 있으며, 투자 예산이 증가하면 더 많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이 통상적인 원리는 블록체인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에도 이미 수백만 개의 사이트가 있었지만 야후나 AOL과 같은 소수의 웹사이트와 포털이 사람들을 끌어 모았던 것과 같은 이유다. 습관은 그 자체로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웹2.0’ 시대에 비해 사용자나 사용자의 데이터에 대한 블록체인 댑이 갖는 권한이 미미할지라도 벤처 자본가들은 댑의 가치를 수십억 달러로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둘러싼 진정한 전쟁은 주요 기업 간에 또는 이들 기업과 이를 대체하려는 신생 기업 간에 벌어지는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싸움이다. 물론 어느 한쪽도 진정으로 ‘승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틀은 불완전하다. 문제는 메타버스가 양측의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이유로, 또 어떤 방향으로 메타버스의 위치가 바뀌는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2007년 폐쇄형 모바일 생태계를 출시함으로써 기존의 통념과 반대되는 방식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 애플의 성공은 의심할 여지없이 더 크고 성숙한 디지털 경제, 특히 모바일 경제를 불러일으켰고, 역사상 가장 가치 있고 수익성 있는 기업과 제품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로부터 15년 후 미국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2퍼센트 미만에서 3분의 2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 애플의 지배력은 업계 전체의 혁신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개발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개발자에게 대체 결제 솔루션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링크를 앱 내부에 허용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애플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총수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증언했다. 차세대 인터넷은 그와 같은 정책에 크게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탈중앙화와 중앙화의 장점을 두루 이용해서 성장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역시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탈중앙화와 중앙화 사이의 중간 지대는 고정되거나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지점이 아니며 합의된 지점도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과 개발자, 사용자가 탈중앙화와 중앙화 중 하나에만 해당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받아들인다면 몇 가지 명백한 정책적 접근법은 찾을 수 있다.


    나는 메타버스가 ‘신뢰를 쌓기 위한 경쟁’을 불러오길 바라고 있다. 주요 플랫폼들은 개발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플랫폼을 더 간편하고 저렴하고 빨라지게 해 수익성 있는 더 나은 가상 상품과 공간,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배급사나 플랫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음을 정책을 통해 증명할 방법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언제나 훌륭한 비즈니스 전략으로 여겨졌지만, 메타버스 구축에 막대한 투자와 개발자의 신뢰가 필수적인 오늘날에는 가장 우선시되는 중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신용과 허가가 필요 없는’ 블록체인 프로그래밍의 특성이 암시하듯, 웹3 움직임은 대체로 지난 20년 동안 디지털 앱, 플랫폼, 생태계에 쏟아진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웹2.0’시대에 구글 지도와 인스타그램처럼 훌륭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했고, 이러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많은 직업과 비즈니스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환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용자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한 대가로 이러한 서비스에 ‘무료 데이터’를 제공했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수천억에서 수조 달러 가치로 평가받는 기업들을 설립하는 데 사용되었다. 심지어 이러한 기업들은 사실상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소유하므로 데이터를 생성한 사용자가 다른 곳에서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웹3’와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함께 묶이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웹2.0의 철학과 역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술 거대 기업이 평행 세계를 운영할 때, 즉 가상 세계를 이루는 ‘원자’를 작성하고 실행하고 전송할 때 그러한 기업들에 부여될 힘을 생각하면 섬뜩할 것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와 많은 영감이 디스토피아적인 공상과학소설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메타버스를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지만 이러한 가상의 우주(매트릭스, 메타버스, 오아시스)를 통제하는 주체들이 그것을 악용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의 권력은 절대적이며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 스위니의 경고를 다시 떠올려보자. “하나의 기업이 중앙에서 메타버스의 통제권을 거머쥔다면 어떤 정부보다도 강력한 지상의 신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메타버스를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 메타버스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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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