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스토리텔링
 
지은이 : 신현한
출판사 : 에프앤가이드
출판일 : 2022년 01월




  • 재무관리에 인문학적 소양을 담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습니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가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재미 없는 관리라고 불리는 재무관리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드립니다! 최소한의 재무관리 기본개념 익히기!


    파이낸셜 스토리텔링


    재무관리의 기초 이야기

    ESG와 기업의 목적

    최근 들어 기업은 주주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를 ESG라고 하는데 E는 Environment로 환경을 의미하고, S는 Social로 사회를 의미하고, G는 Governance로 지배구조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좋은 지배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환경 보호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주 부를 극대화’하는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ESG는 어떤 관계일까?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려면 환경도 파괴하고 사회적 책임도 회피하여야 하는 걸까? 답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


    주주의 부를 극대화한다고 종업원에게 월급을 안 준다면 불법을 저지른 것이 되어 경영자가 감옥에 갈수도 있고, 그런 기업의 주가는 당연히 폭락할 것이다. 착취 수준의 월급을 준다면 제대로 된 인력이 남아 있을 리 없으니 역시 주가는 떨어질 것이다. 비용을 절감한다고 공해물질을 강과 바다에 방출한다면 결국은 환경오염으로 경영자가 감옥에 갈 수도 있고, 주가는 폭락할 것이다.


    이처럼 소극적인 수준의 ESG만 위반하여도 기업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기업가치 극대화의 목적은 달성할 수가 없다. 따라서 기업의 목적인 주주 부의 극대화를 이루기 이해서는 당연히 소극적인 수준의 ESG는 열심히 달성을 하여야 한다.


    지금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ESG는 단순히 이전과 같은, ‘공장의 오폐수를 강과 바다에 버리면 안 된다는 수준’ 이상이다. 대표이사와 종업원이 가끔씩 지역사회에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 이상이다. 환경과 관련해서는 2050년까지 전 지구상의 공기 중에 탄소 농도가 더 이상 높아지지 않기 위해, 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제품에서, 생산과정에서, 물류에서 발행하는 탄소의 양을 측정하고 줄여 나가는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들은 탄소 배출이 덜 되는 원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생분해가 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며, 심지어는 협력업체의 에너지 사용에서 나오는 탄소까지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종업원들의 건강한 삶을 장려하고, 협력업체의 정상적인 경영도 함께 걱정해주는 그런 책임을 갖게 되었다. 결국 적극적인 ESG활동은 주기적으로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될 것이다.


    도대체 재무관리란 무엇인가?

    재무관리란 간단히 말해서 ‘자금의 조달과 배분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말로는 재무상태표의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항목을 만드는 일이다. 재무관리란 재무상태표의 오른쪽에 해당하는 ‘자본’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왼쪽에 해당하는 자산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조달된 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을 의미한다.


    재무관리의 조금 더 넓은 영역은 조달된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사용되었는가를 보는 ‘성과평가’와 성과에 따른 보상을 결정하는 ‘평가보상 시스템’의 관리를 포함한다.


    내 돈이 있어야 남의 돈도 빌린다-자본구조

    먼저 자본을 살펴보자. 자본에는 두 가지 종류의 자본이 있다고 했다. ‘내 돈’과 ‘남의 돈’, 즉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이 있다. 또 다른 말로는 (회계항목으로서) 자기자본은 그냥 ‘자본’이라고 부르고, 타인자본은 ‘부채’라고 부른다.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을 ‘부채비율’이라고 한다.


    사업을 위한 자산을 준비하기 위해 자본이 필요하며, 재무관리 담당자는 자본을 조달하는 데 있어서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각각 얼마만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한다. 즉, ‘내 돈’ 대비 ‘남의 돈’의 비율(부채비율)을 얼마로 가져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재무관리에서는 부채비율을 ‘자본구조’라고 부른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보통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종업원들을 정리해고하는 등의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구조조정’에는 ‘자본구조의 조정’도 포함되어 있다. 구조라는 말은 구성 요소들의 비율을 의미하는 용어로 이해하면 된다.


    부채는 크게 보면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와, 1년 이상 사용할 목적으로 빌린 장기 부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유동부채는 물건을 사고 아직 주지 않은 물건 대금인 외상매입금(매입채무)과 서비스 제공받고 아직 용역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금, 만기가 1년 이내인 회사채/차입금 등을 포함한다.


    투자의 결과-자산구조

    재무관리는 자본의 조달뿐만 아니라 배분, 즉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포함한다. 조달된 자본은 기업의 투자에 사용되고, 투자의 결과는 기업이 소유한 자산이 된다. 즉, 기업의 자산 구성을 보면 기업이 어떤 곳에 투자하였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지만,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얼마나 현금화가 쉬우냐에 따라 ‘유동자산’과 ‘고정자산’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유동자산과 고정자산의 비율을 ‘자산구조’라고 하며, 자산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재무관리 담당 임원이나 CEO로서는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이 된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현금을 포함하여 현금성 예금이나 투자, 외상매출금, 재고자산 등이 주요 항목이 된다. 반면에 고정자산은 1년 이상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한 자산으로서 건물, 기계, 토지 등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을 의미하며, 또 다른 말로는 ‘비유동자산’이라고 한다. 자회사에 투자하여 보유하게 된 유가증권은 ‘투자자산’으로, 1년 이상 보유를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고정 자산의 일부가 된다.


    DELL Computer의 성공요인-효율적인 유동자산 관리

    한때 전 세계 PC판매 1위를 하였던 DELL이라는 미국 컴퓨터 조립판매회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초창기 DELL은 고객의 컴퓨터 주문을 전화로 받고 고객이 원하는 사양이 컴퓨터에 필요한 부품을 구입, 조립하여 고객에게 배송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컴퓨터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즉시 고객으로부터 물품대금을 받기 때문에 DELL에는 외상매출금이라는 것이 없었다. 또한 필요한 부품을 그때그때 구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재고자산도 없었다. 반면 DELL이라는 회사가 처음 미국 전역으로 판매망을 넓혀 많은 사람들이 회사 이름을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무렵,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PC판매 1위의 컴퓨터 판매회사는 COMPAQ이었다.


    COMPAQ은 컴퓨터를 조립하여 대리점으로 배송하고 대리점에서는 이를 전시하여 고객이 컴퓨터를 시험해 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COMPAQ의 장부에는 DELL에는 없는 외상매출금과 재고자산이 발생하게 된다.


    DELL에는 외상매출금과 재고자산을 유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영업상의 문제점이 없음을 물론 재무관리 관점에서 보았을 때, DELL은 외상매출금과 재고자산의 유지에 필요한 자본도 필요 없다.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모두 자본이 투입된 것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이용하여 조달된 부분을 제외한 투입된 자본을 ‘운전자본’ 또는 ‘순운전자본’이라고 하는데, 많은 경우 임원들조차도 유동자산에 투입되는 순운전자본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순운전자본 = 유동자산 - 유동부채


    COMPAQ은 열심히 팔면 팔수록 더 손해가 커지는 생산, 판매 구조 때문에 결국 HP라는 회사에 합병이 되었던 반면, 2010년 DELL은 HP와 함께 전 세계 PC판매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되었다. 이는 DELL의 ‘공정혁신과 유동자산 절감을 통한 투하자본의 절약’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산구조, 자본구조, 위험의 관계

    자산구조는 자본구조와 관계가 있다. 고정자산이 많으면 고정자산을 담보로 부채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자본구조는 자본비용, 수익성과도 관계가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으면 자본비용을 낮출 수 있고, 수익성은 높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고정자산의 비율을 높이고 부채비율을 높이면, 기업가치는 계속 높아질 수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고정자산의 비율이 높아지면 결국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생산원가 중 고정비가 커지게 된다. 생산량에 상관없이 고정자산에 투입된 원가의 일부분을 감가상각비라는 비용으로 처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브라질에 ‘브라마’라는 커피전문점은 경쟁사인 ‘앤트안티카’ 커피전문점보다 낮은 고정비를 가지고 있었다. 브라마의 CEO는 성과, 투명성, 비공식성,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를 들어, 임원을 위한 식당이나 주차장이 따로 없어서 중요한 것은 타이틀이 아니라 성과라는 것을 암시하였고, 개인과 팀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여 경쟁의식을 북돋은 반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나 팀에게는 압박을 가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브라마는 2007년 여름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불황으로 커피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었고, 오히려 절약한 고정비로 경쟁사인 앤트아티카를 합병할 수 있었다. 고정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 이유이다.


    하지만 고정비를 줄일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GM은 경제가 안 좋아도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변동비가 될 수 있었던 인건비를 고정비로 만드는 효과가 있고, GM의 이익은 경제상황에 대한 민감도가 높게 된다. 반면 똑같이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도요타의 경우 경제상황이 안 좋을 경우 종업원 스스로 회사 내의 다른 일감을 찾아 이동을 하거나, 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으로 기업 전체의 위험을 축소시키는 노력을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고정비가 높으면 높은 고정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경영의 어려움을 종업원들이 함께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가? 부채에 대해서는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이자는 영업이익의 크기에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채권자에게 지급되어야 하는데 영업이익이 지급해야 할 이자보다 충분히 크지 않으면 기업은 도산할 수도 있다. 다라서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재무위험이 크다고 하며 재무 레버리지가 높다고 한다.


    고정자산의 비율과 부채의 비율이 높으면 자본비용이 낮아지고,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동일한 자본으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고정자산의 증가는 고정비를, 부채의 증가는 이자 비용을 크게 하여 매출액의 변동에 따른 파산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고정자산과 부채의 증가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고, 부채의 효과는 극대화되고 비용은 최소화되는 최적 자본구조가 있게 된다.



    고급 재무관리 이야기

    M&A와 구조조정

    기업간 M&A는 세계사 책 속에 나오는 각국의 왕조들이 서로 침략하고, 침략당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많은 제국 중에 특히 몽골의 칭기즈칸이 세운 대몽골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시피 한 나라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인구 100만 명밖에 되지 않는 몽골이 인구 1억 2,000만 명의 중국을 정복하여 ‘원’나라를 세우고, 중동을 정복하고, 유럽을 떨게 하였다는 것은 세계사에서 놀랄 일이었다.


    칭기즈칸은 포위전을 펼 때 늘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고 한다. 먼저 방어시설이 없는 성 주변 농촌 마을을 공격하고 불을 지른 후 포로를 잡아들이고 수많은 주민을 학살했다. 그는 포위된 도시의 백성들에게 다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투항한 백성들은 관대한 처분을 받고 투항을 거부한 백성들은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


    당연히 무수히 많은 성의 백성들은 몽골 군대에게 성문을 열고 무릎을 꿇었다. 함락된 성의 귀족, 행정관, 저항했던 병사들은 대부분 처형되었다. 그러나 성직자, 수도자는 보호를 받았고, 기술자는 어떤 기술을 가진 자라도 적극적으로 채용되었다. 몽골은 문자도, 학자도, 기술도 없었다. 그래서 정복한 나라의 병사뿐만 아니라 기술자, 학자, 고급관리, 시인, 악사, 가수, 무용수, 봉제사, 약사, 통역사, 도공, 보석 세공사, 점성가, 화가, 대장장이, 의사들을 등용하였다.


    칭기즈칸이 다른 나라를 공격하면서 몽골 민족의 우수성을 널리 알이고자 하거나, 민족 우월주의로 피지배국가의 백성을 무시하거나, 기술자를 무자비하게 죽였더라면 세계사에 몽골제국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칭기즈칸은 몽골이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인정하였다.


    그래서 칭기즈칸의 아들이 중국을 정복하였을 때도 몽골인은 중국과 같은 큰 나라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중국이나 해외의 관료를 데려다가 중국을 관리하게 하였다. 칭기즈칸은 종교에 관하여 어떤 종교도 인정하는 관용을 베풀었다. 종교에 대한 관용은 피지배국가의 이교도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칭기즈칸은 몽골인의 부와 권력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몽골이 제국을 만든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업이 M&A를 통하여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피인수기업의 종업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관용이 필수일 것이다. 피인수 기업의 종업원들이 성문을 열고 인수기업의 경영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도록 해야 제국적인 글로벌 기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사례로 본 재무관리 이야기

    글로벌기업의 의무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중동 국가들은 원유라는 전 세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자국에서 생산하는 물건은 원유 외에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온 국민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은 모두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중동 국가에서는 자원의 고갈이 곧 국가의 종말과도 같을 것이다. 이를 두고 자원의 저주라는 말을 한다. 즉, 자원이 있는 국가는 자원을 팔아서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환율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높아질 것이다. 환율은 한 나라의 제품과 서비스를 다른 나라의 국민이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환율은 전 세계 사람들의 원유에 대한 수요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즉, 원유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은 유가가 높다는 것이고, 이는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화폐의 가치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달러와 같은 외국 화폐의 가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높은 화폐 가치는 해외에 물건을 팔아 달러를 받는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이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화폐와 달러의 환율이 2대 1인 경우와 1대 1인 경우를 비교하여 보면, 같은 제품을 팔아 1달러를 벌 경우 이를 사우디아라비아 화폐로 환전할 때 2를 받는 것이 1을 받을 때보다 유리한 것이다.


    이와 같이, 원유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화폐 가치가 높아지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조기술은 수출을 통하여 받을 수 있는 달러를 사우디아라비아의 화폐로 환전을 할 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중동의 자원보유국에는 제조업이 생존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천연자원이 없지만 글로벌 기업이라는 자원이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은 원화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고, 글로벌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지 못한 기업은 수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은 기업의 의지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 경제 전체의 지속성을 위한 의무를 갖게 되었다. 즉,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이 갑자기 고갈되더라도 한국에서 또 다른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기업 생태계를 유지시킬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가 중동의 자원부국처럼 자원의 저주를 받지 않으려면 글로벌 기업은 국가 전체의 기업경쟁력을 동반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요즘 재계가 직면한 대·중소기업 상생이 필요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주도형이 아닌 민간주도형 상생으로 ‘한국형 자원의 저주’를 피하였으면 한다.


    복지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기업의 능동적 대응

    복지포퓰리즘 정책이 만든 금융위기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해결되기도 전에 2012년에는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또 다시 몸살을 앓았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반면 유럽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정부의 조세 수입을 초과하는 복지정책이었다. 양 대륙의 금융위기가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두 금융위기는 모두 대중이 원하는 바를 해주려던 정부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라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90년대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서민도 집이 있어야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서민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신용이 낮거나 아예 소득이 없는 사람(비우량 신용등급자)들에게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기 시작한 것이 금융위기를 자초하였다. 반면 유럽의 경우,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보편적인 복지를 제공하려던 것이 유럽발 금융위기를 초래하였다. 좋은 뜻으로 시작하였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된 것이다.


    한국의 정부와 정치권도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데 여념이 없다. 야당이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반값등록금·일자리·주거 등등의 정책을 내놓으면, 여당도 비슷한 정책을 내놓는다. 거기에 노인 일자리와 고등학교 무상교육, 군인 월급 인상 등등 정치권에서 제공하겠다고 하는 모든 복지가 실현된다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치권의 노력이 결국 망국병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었던 것은 패니메이나 프레디맥을 이용한 정치권의 지원 덕분이었고, 이는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 복지포퓰리즘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득불균형

    문제는 대다수의 학자나 경제인들이 이런 망국병의 조짐을 아무리 이야기하여도 대중과 정치권은 이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그리스에서도 과도한 복지정책이 그들의 후손들에게 엄청난 짐을 지우리라는 것을 지적한 사람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의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학자와 기업인들, 몇몇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전직 관료들이 무분별한 복지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하고 있으나, 정치권은 정권 창출을 위한 것이라면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바꾸어야 한다고 하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면한 우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복지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의 금융위기를 진단한 경제학자들은 복지정책이 소득불균형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었다는 데 대부분 동의를 한다.


    소득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해결하려는 정치권을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다. 영국의 사회학자 Richard Wilkinson은 소득불균형이 큰 국가일수록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여주었다. 건강, 수명, 행복, 정신병, 자살, 폭력, 범죄 등등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국민총생산(GNP)보다는 소득불균형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복지를 추구하는 정치권을 무조건 탓하기보다는 어떻게 함께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할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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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