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적 사고의 힘
 
지은이 : 다부치 나오야
출판사 : 에프엔미디어
출판일 : 2022년 02월




  •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그럼에도 ‘적절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확률적 사고’입니다. 확률적 사고는 다양한 대응 수단을 미리 갖춰두고,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수정하면서 발전하며,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은 방식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실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확률적 사고를 통해 시장과 금융, 역사, 물리학, 진화론,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불확실한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합니다.


    확률적 사고의 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 - 겉보기 우연과 진정한 우연

    우연으로 가득 찬 세계

    언뜻 보면 일상생활은 우연과 그다지 관계가 없다고 여겨질지 모른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전철을 타고, 같은 회사에 가고, 정해진 일을 하고, 같은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또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온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하고 늘 같은 시간에 잔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오고 역시 똑같은 내일이 이어진다. 모든 것은 예정 조화적이며 우연이 비집고 들어갈 틈 따위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미리 정해진 듯 보이는 일상조차 실제로는 수많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째서 당신은 당신 부모에게서 태어났을까? 당신의 성격은 어렸을 때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에서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대학 입시에서 O인지 X인지 머리를 싸매다가 무심코 찍은 문제 하나가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한 이도 있지 않을까? 취직도 우연히 면접관과 성격이 맞아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들어간 회사에서 어쩌다가 옆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결혼하게 된 이도 적지 않다.


    별생각 없이 자동차를 몰다가 아주 사소한 우연이 겹치면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 휘말릴 수도 있으며, 실제 사고를 만난 사람은 작은 우연이 일어났다면 아무 일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우연을 종종 운명이라고 부른다.


    여하튼 일상을 이루는 수많은 일 중 대부분은 미리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100% 어쩌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재의 일상이 우연이 수없이 겹쳐진 결과라고 한다면, 그것은 기적적인 확률로 성립된 것이다.


    월드컵에서 최강팀이 늘 우승하지는 못하는 이유

    1954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5회 월드컵에서 사상 최강이라고 불리던 ‘매직 마자르’, 즉 헝가리 팀이 결승에 진출했다. 상대는 서독이었다. 양 팀은 1차 리그에서 맞붙은 적이 있고 그때는 실력대로 헝가리가 압승했다. 따라서 누구나 헝가리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서독의 첫 우승으로 끝났다.


    이 대회뿐만 아니라 월드컵은 최강팀이 우승을 놓친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1950년 제4회 브라질 대회에서는 축구 왕국 브라질이 자국에서 믿을 수 없는 패전의 고배를 마시고 준우승에 그쳤다. 1974년 서독 대회에서는 ‘오렌지 선풍’을 일으키며 축구 전술사를 새로 쓴 요한 크라이프가 이끄는 네덜란드가 역시 결승전에서 개최 팀인 서독에 패했다. 1982년 스페인 대회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지쿠의 브라질 팀이 결승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확률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결과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의 결승 토너먼트 방식을 전제로 하면, 월드컵에서는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 뒤(승부차기가 되는 경우를 포함해서) 4회 연속 이겨야만 우승할 수 있다.


    네 팀의 토너먼트라는 극히 단순한 경우조차 결과는 우연에 크게 좌우된다. 월드컵처럼 좀더 복잡한 경우라면 최강팀과 우승 팀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분명히 우연이 극적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스포츠 세계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그 결과와 실력이 전혀 관계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실력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너먼트 모형에서 실력은 확률로 나타나게 된다. 실력이 훌륭한 팀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에 당연한 일이다. 요컨대 실력은 확률이라는 필터를 통해서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팀에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결과를 안 뒤 승자의 승인 또는 패자의 패인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 그런 결과론에서는 우연이 담당한 역할이 무시되고, 승자는 이길 만해서 이겼고 패자는 질 만해서 진 것이 된다.


    인과론과 이원론의 함정

    일반적으로 사람은 온갖 다양한 일을 원인과 결과로 판단하고자 하며, 모든 일을 O X로 분류하고자 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일어난 경제위기 때는 인과론과 이원론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한 예로 규제 완화가 경제위기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있다. 분명히 규율을 벗어난 금융기관의 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 그런데 경제위기를 막을 규제를 미리 만들 수 있을까? 규제 완화가 위기를 심각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은 크지만, 기득권익을 배제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규제 완화까지 경제위기의 범인으로 간주해도 될까?


    한층 극적인 것은 시장 원리주의에 대한 비난이다. ‘시장 원리주의가 위기를 초래했다, 시장 원리주의는 파산했다’와 같은 주장 말이다. 우선 시장 원리주의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다. 시장 원리주의의 대안으로 무엇을 제시하려고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무엇인가를 부정하고 소리 높여 비난할 따름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의외로 사람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람은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이원론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애초에 시장 원리주의라는 표현 자체가 이원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시장 원리주의, 즉 정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시장을 절대시한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누구나 정부에는 정부의 역할이 있고 시장에는 시장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즉 모두가 회색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얀 계통의 회색인가, 검은 계통의 회색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나치게 흰색에 다가서면 폐해가 발생하니 이 부분은 검은색 비율을 조금 높이는 편이 좋다’와 같은 균형의 문제로 다가서야 하는데, 이원론에서는 그런 모든 논의를 삼켜버리며 상대의 이마에 딱지를 붙이고 공격하는 것으로 일관한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그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극단적인 인과론이나 이원론에 의한 과잉 반응에 관한 사례를 보여준다. 악천후가 이어진다고 비난받고 때로는 협박까지 받는 일기 예보관과, 승리 소식을 전할 때는 성대하게 환영받고 패전을 보고할 때는 죽임을 당하는 고대 페르시아의 사자 이야기다. 날씨가 좋고 나쁨과 일기 예보관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고, 싸움이 승패와 그것을 전하는 사자의 관계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를 연결해 생각한다.


    치알디니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 대부분은 동물과 같이 자동적, 고정적인 틀에 박혀 있다. A라는 정보가 주어지면 바로 B라는 행동을 취한다. C이면 D다. 이런 고정적인 행동 유형은 인간의 (또는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의)습성이다.


    하지만 그러면 복잡한 현상에 대처할 수 없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해서 파악하는 것은 일종의 뛰어난 능력이다. 복잡한 것을 지나치게 복잡한 채로 파악하면 오히려 사물의 본질을 알 수 없고 대처법도 이끌어낼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극단적인 단순화도 문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복잡한 일은 어느 정도 복잡한 채 이해해야 하며, 고정적인 틀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장과 불확실성 - 주가를 움직이는 우연+알파

    우연+알파가 주가를 움직인다

    랜덤워크 이론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주가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전에 이론적인 가설을 하나 살펴보자 바로 랜덤워크 이론이다. 즉 주가의 움직임은 우연이 축적되어 형성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론적으로는 ① 시장이 정비되고 ② 경제 지표나 기업 정보 등 정보가 잘 전달되고 ③ 시장 참가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시장은 랜덤워크에 가까워진다.


    랜덤워크는 브라운 운동과 같다. 꽃가루를 잘게 부수어 물속에 넣으면 물 분자가 끊임없이 충돌해 꽃가루 입자가 불규칙하게 운동한다. 이것이 브라운 운동이다. 주식도 지금 있는 모든 정보가 현재의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면, 앞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신규 정보뿐이다. 이것이 물 분자처럼 작용해서 주가는 불규칙한 운동을 하게 된다.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또는 어느 정도 움직일 것인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주가가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은 거의 비슷하다. 그 변동 폭을 기록하면 결국에는 정규분포의 형태에 가까워진다.


    랜덤워크 이론은 주가 변동 이론으로 꽤 유력한데,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주가가 어찌 우연에 의해서만 움직이겠는가. 주가는 일단 상승이나 하락이 이어지면 그것이 계속되는 경향이 있고, 장세의 전환점을 나타내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고 수많은 투자자가 믿는다.


    랜덤워크 이론을 부정하는 투자자들은 주가의 움직임이 어떤 법칙을 따르며, 우연만으로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전한 우연의 산물인 가공의 주식시장도 어떤 법칙을 따르는 듯 보이며, 도저히 우연만으로 성립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대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사람은 우연 속에서 필연을 찾아내려고 하며,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연을 우연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연만으로 성립하는 것에도 법칙을 적용한다.


    가공의 주식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주가 전망을 나타낸다고 보는 추세나 특정 패턴(이라고 보이는 것)이 우연의 결과만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어떤 추세나 패턴이 나타났다고 해서 그것이 꼭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이 가공의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추세나 패턴이 나타난 뒤에도 이후 주가가 상승할 확률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확률이 변하는 듯 보였다면 심리적인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랜덤워크 이론을 토대로 시도한 시뮬레이션 주식시장이 실제 주가의 움직임과 몹시 닮았다는 것은 현실의 주식시장 또한 우연이 강하게 영향을 미쳐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실의 주가 변동은 정규분포와 매우 흡사하다. 엄밀하게는 미미하게 다르지만 그래도 정규분포에 상당히 가깝다. 우연은 정규분포를 낳는다. 주가 변동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정규분포에 가깝다면, 전부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꽤 많은 부분이 우연에 영향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연 외에 주가를 움직이는 것

    사실 이미 답은 대부분 나와 있다. 주가 변동은 거의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남은 문제는 두 가지다. 주가 변동이 대부분 우연에 의한 것이라면 그 ‘대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우연 외의 요소는 무엇인가?


    첫 번째 문제에는 그다지 정확하게 답할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주식시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연의 영향을 훨씬 강하게 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사람들이 우연을 우연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주식시장이 우연에 영향받는 비율은 시장의 성숙도와 투자자 등에 따라 변한다.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시장이 성숙할수록, 투자자가 현명하고 다양해질수록 주가는 우연의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


    물론 주가가 완전하게 우연만으로 결정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우연 외에 주가의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의 심리적 구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인지 편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량하고 장래에 이익이 증가할 것 같은 기업이 있다고 하자. 주가는 당연히 상승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만약 인간의 판단력이 합리적이라면 주가에는 그 기업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 주가는 그 이상 상승하지 않는다. 그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사람이 어떤 인지 편향에 의해 미래의 성장을 정당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원숭이와 펀드매니저

    주식시장에서 우연이 미치는 영향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크다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우연은 누구에게도 지배되지 않고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펀드매니저의 성과는 대체로 정규분포로 분포한다. 이것은 펀드매니저의 성과가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펀드매니저의 성과가 정규분포에 가깝다는 점만으로 모두가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은 억지스럽다. 펀드매니저에는 우수한 사람이 조금 있고, 대부분은 평범하며, 뒤떨어지는 이가 조금 있다. 펀드매니저의 능력이 정규분포를 보이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다만 정보가 풍부하고 분석력이 높은 것 자체가 다소나마 주가 예측에 영향을 미친다면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평균했을 때 우수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펀드매니저의 성과 평균이 시장 평균을 조금 밑도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펀드매니저의 성과는 조금도 우수하지 않고 게다가 적당하게 분포되어 있다. 훈련을 쌓은 전문가라고 해도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아마추어보다 성과가 뚜렷하게 뛰어나지는 않다. 원인이 무엇일까? 말할 필요도 없이 우연이다. 우연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확률적인 주식 투자 이론이란

    주식시장은 100%는 아니지만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연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주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고 반드시 돈을 버는 필승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식시장에는 비율적으로 그렇게 크지 않아도 우연 외의 힘이 가해진다. 그것을 능숙하게 이용한다면 주식 투자로 이익을 올릴 수 있다. 단, 쉽지는 않다. 사람은 자신의 심리적 편향을 좀처럼 눈치채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 무의식적 편향이 주식시장의 우연 외의 요소다.


    주식 투자에서 우연 외의 요소로 이익을 올리고자 한다면 우선 인간의 심리 편향을 깊이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자신이 그와 무관하지 않고 편향의 포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 편향에 대항해야 한다. 인지 편향은 거의 본능이기에 그에 대항하는 일은 본능을 거스르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 투자에는 본능을 거스르는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사람들 대부분이 인지 편향을 극복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주식 투자로 이익을 내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대부분이 인지 편향을 극복했다고 하자. 그러면 인지 편향으로 인해 주가가 잘못 평가되는 일이 없고,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우연 외의 요소가 사라지게 된다. 요컨대 사람이 인지 편향을 극복한다면 주식시장은 거의 완전히 불규칙한 시장이 되는 것이다. 얄궂게도 사람이 지나치게 영리해지면 그 영리함을 이용해서 주식 투자로 이익을 올릴 수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인지 편향을 이용해서 주식 투자로 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되어도 여전히 우연의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 우연에 의하지 않고 이익을 내는 유일한 수단은 인지 편향으로 인한 확률의 오판을 피하고 가급적 올바른 확률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 결과 가령 60% 확률로 이익이 난다든지, 기댓값으로 말하면 이익이 00원이라고 계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이익이 오를 확률이 높은 거래만 하게 된다. 


    물론 어떤 현상이라고 확률을 사전에 예상하기는 몹시 어렵다.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지 편향 때문에 한 방향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없으면 결국 이익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단, 그것은 어디까지나 확률적으로 실현된다. 올바른 방식으로 해도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잘못된 방식으로 했지만 쉽게 이익을 내고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결국 불확실성의 성질과 효과를 늘 인식하고, 일시적인 행운과 불운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며, 오랜 기간에 걸쳐 올바른 판단을 축적하는 노력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확률적 사고의 힘 - 불확실한 미래를 ‘적절하게’ 예측하는 방법

    불확실한 세계에서 필요한 것

    우선 첫째, 불확실성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사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상, 무엇이 올바른 방식인지 미리 알 수 없다. 뜻밖의 사태가 일어나면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미래에 일어날 일의 대처법을 미리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성질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바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양한 관점, 다양한 기법, 다양한 재능과 같은 다양성이 예측할 수 없는 사태에 대응하는 힘이다. 계명구도의 일화가 단전으로 보여준다. 개인으로서 능력이 없는 유방이 일기당천의 무장인 항우를 이긴 것은 다양한 인재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는 전쟁 등 긴급 사태에서 의외로 강한 힘을 발휘한다. 시장이 ‘최고의 경제 전문가’라고 불리는 것도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는 기능 덕분이다.


    둘째,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실패를 피할 수 없다. 불확실성은 인과관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올바른 방식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뛰어는 실력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인과관계는 확률적으로만 나타나며, 올바른 방식과 실력은 확률이라는 필터를 통해 결과에 영향을 준다. 요컨대 실패를 완전하게 피할 수는 없다.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실패를 너그럽게 봐주어야 한다. 오히려 그런 실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성공한 사람인 루빈은 실패한 거래가 성공의 출발점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상 최강 국가인 고대 로마와 현대 미국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로 이루어졌다. 불확실성 때문에 실패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에서 배우고 수정하는 힘이다. 오히려 실패하지 않으면 필요한 수정을 할 수 없다.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하고 수정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셋째,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확률을 동반한다.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실력이 있는 쪽이 이기는 것도 모두 확률적인 현상이다. 늘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단기간으로 보면 확률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이 왕왕 있다. 확률은 단기적인 일보다 장기적인 일에서 안정되게 나타난다. 따라서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지녀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연은 통제할 수 없다.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확률뿐이다. 성공 확률이나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 다만 그 확률이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아야 한다.


    보통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증가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확률은 기간이 길어야 의미가 있다. 올바른 방식으로 시도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체로 올바른 결과로 이어진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단기전에서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전에서는 거의 실력대로 결과가 나온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우연이 생겨나 영향을 상쇄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안개가 차츰 걷힌다.


    지금까지 본 대로 불확실성의 세계에는 다양성 확보, 실패의 허용과 활용,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가 확률적 사고의 키워드다. 이런 요소가 갖춰지면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작은 실패를 반복하고 조금씩 전진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성공을 이루게 된다. 이것이 고대 로마와 생명 진화의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시행착오에 의한, 계획이 없는 진보’이며, 그야말로 확률적 사고의 진수다.


    불확실한 미래를 ‘적절하게’ 예측하는 방법

    아무리 세상이 불확실하고 예측이 곤란하다고 해도 미래를 막연하게 대비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미래를 적절하게 예측할지 생각하는 것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요컨대 미래를 알아맞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예상에 빗나갔을 때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적절한 예측의 열쇠는 ‘가설·검증형 사고법’이다. 미래의 일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옳은 예측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예측은 가설이다. 가설은 현시점에서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다(가령 60%)고 여겨지는 가설, 일어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가령 20%) 가설 등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논리적으로 성립한다면 가설은 옳고 그름의 구별이 없다. 있는 것은 확률뿐이다.


    가설은 가설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올바르면 아무리 엉뚱해도 상관없다. 단, 가설에 동반하는 확률은 되도록 객관적으로 예측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심리에는 확률을 잘못 인식하는 편향이 있으니 되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증거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설은 미래에 발생하는 현실의 자료와 시장의 움직임으로 검증해나간다. 가설과 그에 따르는 확률은 완성형이 아니니 자료를 토대로 계속 수정해야 한다. 이런 가설·검증형의 예측 과정은 항상 검증하고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한 번 예측하고 뒷일은 당첨이냐 아니냐를 기다릴 뿐인 복권과는 다르다. 단 한 번 하는 예측이 운으로 들어맞아도 실은 기뻐할 일이 아니다. 그때는 좋지만 이후 ‘올바른 예측’에 의존하는 마음이 강해져 변화에 대응하는 힘을 잃게 된다.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처음부터 올바른 예측도, 간편한 예측 방법도 없다. 시간과 품이 드는 가설·검증형 방식으로 조금씩 예측해나가야만 한다. 불확실성은 예측이라는 개념 자체의 정의를 바꿔버린다.


    물론 가설·검증형 예측 방식이 늘 유효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방식은 시행착오의 과정이기에,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하거나 막다른 골목에 닿으면 새로운 시각과 다른 관점이 필요해진다. 바로 다양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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