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워
 
지은이 : 데이비드 브라운(역:김태훈)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21년 09월




  • 2018년도 시즌1으로 시작으로 지금까지 시즌4를 이어가며 경제경영 부문 팟캐스트 누적 청취시간 1위, 2019~2020년 최고의 비즈니스 부문 팟캐스트상을 수상을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인기 팟캐스트로 자리매김한 ‘비즈니스 워’가 마침내 책으로 출간되었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팟캐스트에서 소개했던 수백 가지의 이야기 중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기억될 만한 27개의 기업 스토리를 엄선해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심층적인 조사를 통해 마침내 그들이 결정적으로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공통 요소들을 뽑아 9가지 승리의 법칙으로 재구성해냈다.


    비즈니스 워


    전장 진입

    당신이 과감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현하려는 불타는 욕구를 가졌다면 결코 따스한 환대를 기대하지 마라. 어떤 종류든 변화는 기성 체제를 위협한다. 변화가 클수록 저항도 거세진다. 그러니 미리 생각하라. 누가 핵심 플레이어인가? 당신이 이득을 볼 때 누가 손해를 보는가? 신제품의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광범위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발짝을 떼기 전에 꼼꼼하게 전장의 지도를 그려라. 당신이 시작하려는 전투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라.


    연체료: 블록버스터 VS. 넷플릭스

    현대의 가장 두드러지고 치열한 비즈니스 전쟁 중 하나로 미국의 소파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지금도 계속된다. 현재 애플,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대기업들은 스트리밍의 미래를 놓고 엄청난 돈을 걸고 있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오락 산업의 모든 측면을 바꿔놓고 있다. 미래가 흐릿할 때 기민한 리더는 과거에서 유용한 비교 대상을 찾는다.


    과거에는 일반적인 인터넷 연결 속도가 우표 크기의 30초짜리 동영상을 전달하기에도 벅찼다. 금요일 밤이 되면 사람들은 전 세계에 흩어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꾸며진 수천 개의 블록버스터 비디오 매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진열대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신에게 딱 맞는 영화를 찾았다. 지금 남아 있는 블록버스터 매장은 단 한 곳뿐이다. 오리건주 벤드(Bend)에 있는 이 매장은 한때 비디오 대여 시장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망한 기업과 아무 관련이 없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이 이제는 고전이 된 ‘혁신 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설명한 대로 파괴적 혁신은 하나 이상의 핵심 영역에서 현재의 제공물을 뛰어넘음으로써 기존 범주를 뒤흔든다. 대개 기성 업체들은 처음에는 이 혁신을 무시한다. 일부 측면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지 품질이 나쁘다고 디지털카메라를 무시하던 카메라 및 필름 제조사들을 생각해보라. 기성 업체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신기술을 추구함으로써 기존 사업이 잠식당할 가능성에 직면한다. 그들은 이 딜레마에 갇힌 채 갈수록 혁신이 큰 위협을 가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게 된다. 블록버스터의 경우 연체료 없이 DVD를 우편으로 보내고, 고객이 인터넷으로 다음에 볼 영화를 고르게 해준다는 아이디어가 그런 혁신이었다. 결국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기술의 성공은 기성 기업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사업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종종 적응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다.


    손자는 블록버스터가 직면한 바로 그 문제를 일찍이 기원전 6세기에 이해했다. 넷플릭스는 자신의 영역에서 블록버스터를 공격했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적을 약탈하라. 군량 한 수레를 약탈하면 20수레의 군량을 얻는 것과 같다”라고 조언한다. 본국에서 군량 한 수레를 수송하려 해도 엄청난 자원이 소모된다. 마찬가지로 우월한 제공물로 기존 고객을 뺏어 오는 것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쉽다.


    넷플릭스는 바로 적 진영을 약탈하는 일을 했다. 블록버스터는 거의 20년 동안 미국인들이 영화를 빌려 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공을 들였다. 랜돌프와 헤이스팅스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 더 나은 전반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모델로 바꾸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기만 했다. 이 접근법으로 넷플릭스는 실질적인 위험부담을 전혀 지지 않은 채 갈수록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반면 블록버스터는 훨씬 큰 난관에 직면했다. 고객들을 새로운 모델로 바꾸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을 약탈하고, 기존 사업을 굶주리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는 손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혁신을 이루려는 모든 기성 기업이 불가피하게 직면하는 문제였다. 리더들은 거대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거듭 기성 사업을 잠식해야 했다. 또한 그렇게 하기를 거듭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록버스터의 경영진이 이 전략적 실수를 깨달았을 때 5,000만 달러에 넷플릭스를 인수할 기회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2002년에 60만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한 랜돌프와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를 상장시켰다. 넷플릭스는 곧 S&P 500에서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종목 중 하나가 됐다.


    전장에 들어서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감한 비전을 구상하고 고수하는 것이다. 위대한 리더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꿈을 품는다. 그리고 포기하라는 말을 아무리 크게, 또는 자주 들어도 쉼 없이 외부 환경을 자신의 의지대로 바꿔가면서 그 꿈을 꽉 붙든다. 그들은 지도에서 하나의 지역을 확보한 뒤에도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2배의 노력을 기울인다. 손자가 ‘손자병법’에 쓴 대로 “기회는 잡는 만큼 늘어난다”.


    물론 전장에 들어서는 일은 전쟁의 시작일 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경쟁자를 흔들었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려면 리더는 새로운 영역을 지키면서 확장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전쟁 수행

    ‘선점 효과(first-mover advantage)’라는 개념은 단순하다.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을 먼저 제공하는 기업은 엄청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당신이 최초이면 당신의 브랜드는 그 제품과 동의어가 된다. 심지어 대안으로 바꾸는 일을 어렵게 만들어서 고객을 고착시킬 수도 있다. 선점 효과가 제공하는 이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많은 기업들은 경쟁자에게 치명타를 입히려고 제품 출시를 서두르다가 큰 대가를 치른 뒤에야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피드백 고리: 깁슨 VS. 펜더

    음악가들은 전기가 발명된 이후부터 전기적으로 소리를 증폭하는 방법을 실험했다. 1930년대에 최초의 상업용 전기기타가 등장했다. 당시 미국 가구의 70퍼센트만 전기를 쓸 수 있었다. 수요는 혁신을 추동한다. 전기기타에 대한 수요는 처음부터 높았다. 당시의 대형 밴드들은 갈수록 더 크고 시끄러워졌다. 그래서 기타 소리가 점차 묻히고 말았다. 증폭의 잠재력은 악기 제조사들이 무시하고 넘기기에는 너무 컸다. 적응하든지 죽든지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전기적 증폭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바로 피드백이었다. 기타의 픽업이 자체의 증폭된 음향을 다시 증폭하면 피드백 고리가 형성돼 귀를 찢는 소음이 발생했다. 앰프의 소리가 커지면서 피드백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창업자에게 올바른 아이디어에 대한 잘못된 실행을 파악하는 것은 이상적인 사업 기회를 말해준다.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준 다음 그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그들을 뒤따를 놀라운 기회가 생긴다. 전기적 증폭이라는 근본적인 혁신은 이미 이뤄졌다. 잠재적 시장도 검증됐다. 이제는 그저 혁신이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문제만 남았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피드백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회사가 포상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장에 들어가 획득한 영역을 지키려면 승자는 그 통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다른 측면에서도 탁월한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대규모 청중 앞에서 무대에 서는 프로 음악가가 쓸 수 있는 제품 말이다. 청중들은 기타를 들을 ‘뿐 아니라’ 보기도 한다. 기능과 형태가 모두 중요하다. 그러려면 공학 이상의 요소가 필요하다.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악기뿐 아니라 연주자와 청중 사이에도 전기가 통하게 만들어야 한다.


    신기술을 대중 시장용 제품에 통합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결점을 다듬기 위해서는 시제품, 테스트, 사용자 피드백을 거치는 개선 작업이 필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같은 분야에서는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 즉 MVP를 선보이기가 비교적 쉽다. 최소 기능 제품은 실제 소비자가 사용하는 동안에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라는 비교적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세계에서는 대개 첫인상을 만들 기회를 두 번 갖지 못한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전장에 진입해야 한다. 시장에 나온 첫 제품이 종종 가장 빠른 이유는 제조사들이 개선 과정을 거치기에는 너무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획득한 영역은 인내심을 갖고 세부적인 측면을 공들여 다듬은 경쟁자에게 쉽게 빼앗긴다.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정말로 당신이 제공하는 제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기 전에 시장으로 진격하는 것은 당신을 취약하게 만든다. 현명한, 또는 운 좋은 리더는 시장이 준비됐을 때 주요한 신제품을 내세워 전장에 진입한다.


    신기술의 도입은 하나의 패턴을 따른다. 먼저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 문제에 적용하면서 실험한다. 뒤이어 기업가들이 잠재력을 간파하고 서둘러 규모를 키워서 대중 시장에 제공한다. 일부는 경쟁에 직면하기 전에 선점 효과를 통해 해당 영역을 획득하려 시도한다. 종종 그렇듯이 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 군비경쟁이 뒤따른다. 많은 경우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이 우위에 선다. 뒤이어 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같은 주기가 다시 시작된다.


    손자는 거듭 먼저 행동하라고 말한다. 그는 “설령 이기고 있더라도 오래 전쟁을 지속하면 군대가 둔해지고 날이 무뎌진다”라고 썼다. 각각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되 정말로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라. 준비되기 전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기회를 잃고 만다.



    지저분한 술책

    실로 따분한 산업에서 벌어지는 비즈니스 전쟁도 당사자들에게는 생사를 건 혈투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역사는 리더들이 회사에 우위를 안기기 위해서라면 넘지 못할 선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 장에서는 미워하는 라이벌을 넘어뜨리기 위해 활용된 뻔뻔한 전술들을 살필 것이다. 비열한 계략은 때로 추문이나 법적 처벌로 이어진다. 그러나 전투의 열기에 휩쓸리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기 십상이다.


    손자는 가차 없는 기만전술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그가 보기에 진정한 죄악은 양쪽의 세력을 약해지게 만드는 지리한 전투로 전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교전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끝내는 편이 낫다. 비열한 계략이 상호확증파괴를 이긴다. 손자는 “상대가 쉽게 흥분하면 도발하라. 상대가 오만해지도록 약한 모습을 보여라. 상대가 휴식하면 몰아붙여라. 상대가 뭉치면 분리해라. 상대가 대비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고, 예측하지 못한 곳에 나타나라”라고 썼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라는 말이다.


    비즈니스 전쟁은 범죄까지는 가지 않는 교활한 술책으로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뛰어난 리더들은 강하게 공격하되 선을 넘기 전에 물러서는 본능을 갖고 있다.


    하늘을 향한 경주: 크라이슬러 빌딩 VS. 월스트리트 40번지

    H. 크레이그 세버런스(Craig Severance)는 승리에 도취해 있다. 유명 건축가인 그는 격렬한 공개적 경쟁 끝에 전 파트너인 윌리엄 밴 앨런(William Van Alen)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층 건물을 짓게 됐다. 그가 설계한 71층짜리 신고딕 스타일의 마천루는 이제 세계 최대 도시의 금융 심장부에 완성된 모습으로 서 있다. 세버런스와 밴 앨런 사이의 경쟁은 도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라이벌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이 건물을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러나 무려 283미터의 높이에서는 이제 경쟁 상대가 없다. 월스트리트 40번지는 어느 건물보다 높이 서 있다.


    세버런스는 흡족해하며 북쪽으로 난 창을 내다본다. 그때 그의 입이 쩍 벌어진다. 저기 밴 앨런이 설계한 크라이슬러 빌딩의 돔 위로 솟은 게 뭐지? 햇빛에 반짝이는 걸 보니 설마......?


    1928년부터 1933년까지의 기간은 미국 건축의 신시대를 열었다. 얼마 전에 가장 인구가 많은 대도시로서 런던을 제친 뉴욕시는 단기간에 전체 스카이라인을 바꾸었다. 5년 동안 빅 애플은 뉴욕 라이프 빌딩, 라커펠러 플라자 30번지, 월스트리트 40번지, 크라이슬러 등 일련의 랜드마크 빌딩들을 갖게 됐다. 대공황으로 국가의 부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상징적인 건물들이 솟아올랐다. 각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명성도 같이 높아졌다.


    근면은 보상을 안긴다. 그러나 역사는 부나 권력 또는 이 경우에는 높이 측면에서 정상에 오른 사람 중에서 전적으로 공정한 플레이를 한 사람은 아주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무대를 정복하려면 때로는 규칙을 무시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 어겨야 한다. 리더의 지혜는 어떤 규칙을 어느 정도로 무시해도 되는지 아는 데 있다.


    손자는 기만의 가치를 크게 신뢰했다. 그는 “공격할 수 있어도 못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병력을 움직일 때도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근처에 있을 때도 멀리 있다고 믿게 만들고, 멀리 있을 때도 근처에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썼다. 건축 자체가 건물, 그리고 종종 그 건물이 대표하는 기업을 실제보다 거창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기만의 기술이다. 건축적 기만에 있어서 선견지명을 갖고 뉴욕시의 유명한 크라이슬러 빌딩을 설계한 윌리엄 밴 앨런보다 명민한 사람은 드물었다.


    이 뾰족탑 덕분에 크라이슬러 빌딩의 높이는 319미터가 됐다. 이로써 크라이슬러 빌딩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됐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높이가 283미터인 월가 40번지의 경쟁자보다 36미터나 높다는 것이었다. 손자는 “미끼로 유인하고, 혼란스러운 것처럼 꾸며서 적을 무찔러라”라고 썼다.


    걸린 대가가 충분히 크면 어떤 리더들은 적을 물리치고 회사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속임수나 거짓말, 심지어 폭력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대외적 망신이나 법적 대가가 따를지도 모르지만 정부는 기업의 범죄를 개인의 범죄만큼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는다. 특히 지저분한 술책을 부리는 쪽이 성공적인 기업일 때는 더욱 그렇다.


    좋은 의도로 제정된 새로운 규제책이 앞으로 기업들이 심하게 나쁜 수단을 쓰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범법 기업이 부당 이득의 대부분을 반환하도록 강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기만의 문화는 계속 유지된다. 특정한 리더들은 언제나 새로운 책략을 찾는다. 모든 산업에 걸쳐서 개인적인 삶에서는 비도덕적 행동을 결코 고려하지 않을 리더들이 지저분한 술책을 쓰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비즈니스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공정하다.



    마음을 사는 기술

    마케팅, 광고, 홍보 등을 통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만들고 그것을 들을 만큼 사람들의 주의를 충분히 오래 확보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견줄 데 없는 우위를 누린다.


    모든 기업은 설득술을 활용한다. 자라처럼 전통적인 광고를 하지 않는 것도 강력한 메시지를 내보낸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거를 만큼 배짱 있는 기업은 입소문만으로 팔 수 있을 만큼 뛰어날 것이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전략이 장기적으로 통하려면 굉장한 제품이 필요하다.


    실제로 탁월한 실행은 메시지 전달을 수월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거듭 확인한 대로 처음 뭔가를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러나 최고가 되는 것이 더 낫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분명한 혜택을 지닌 익숙한 제품도 도움이 된다. 소비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적을수록 단순한 메시지를 만들어서 퍼뜨리기 쉽다.


    앞으로 살피겠지만 최고의 마케팅은 고객, ‘그리고’ 직원에게 그들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한 다음 그들이 그 믿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참된 신도 만들기: 파타고니아

    큰 성공을 거두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일부 기업은 고객과 강한 유대를 맺음으로써 번성한다. 이 관계는 제품의 일관된 가치뿐 아니라 가치관에 대한 일관된 소통을 토대로 삼는다. 재능 있는 리더와 마케터들은 조직 내부에서부터 소통을 시작한다. 그들은 먼저 직원들이 회사의 사명에 공감하게 만든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참된 신도가 되면 고객들은 그 믿음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그들은 최고의 영업 인력이 될 수 있다.


    직원들이 이런 헌신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려면 이익 추구를 초월한 가치관을 지닌 리더가 필요하다. 제품이 단지 제품 이상의 의미를 지닐 때, 당신이 하는 일이 원대한 비전에 기여할 때 올바른 사람들이 어디든 당신을 따를 것이다.


    관습을 깨부수는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원료 수급, 제품 생산, 고객과의 소통에서 양심적이지만 불편한 선택을 거듭함으로써 아웃도어 의류 산업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이처럼 선의를 알릴 뿐 아니라 스스로 책임 의식을 갖는 데 대한 엄격한 일관성은 견줄 수 없는 수준의 고객 신뢰도를 쌓은 브랜드를 구축했다.


    홍보는 모든 기업에 대단히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거기에는 제품을 팔고 싶은 욕구를 넘어서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재활용 음료수 병을 원료로 플리스를 개발했을 때 500만 달러 가치의 무료 홍보 효과를 누렸다. 쉬나드는 이렇게 썼다. “홍보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은 공격적이다. 우리는 뉴스거리가 있으면 활용한다. 우리는 신제품이든, 환경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든 또는 우리의 아동 보호 프로그램이든 우리의 이야기를 기자들에게 전달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다만 우리는 화려한 PR 키트를 제작하거나 박람회에서 공들인 프레스 파티를 열지는 않는다. 우리는 언론에 소개되는 최고의 방법은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갖는 것이라고 믿는다.”


    눈길을 끄는 메시지를 전달해 고객과 직원의 충성도를 구축하는 일은 언제나 입지를 강화해준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지금까지 여러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듯이 강력한 의사소통은 모든 조직이 가장 추구하는 속성인 끈기의 핵심 요소다. 다음 분기에 파산한다면 한 분기의 뛰어난 실적은 의미가 없다. 파타고니아, 타파웨어, 켈로그가 어려운 시기를 견딘 이유는 특정한 제품이 성공해서가 아니라 광고, 마케팅, 홍보를 명민하고 끈질기게 활용한 덕분이다. 이 회사들은 좋은 때든 나쁜 때든 결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끈기

    모든 기업의 성공은 온갖 외부적 힘에 좌우된다. 유행은 왔다가 간다. 시장은 상승했다가 하락한다. 경기는 활황과 불황을 거친다. 때로는 여건이 너무 좋아서 아무리 부실하게 운영된다 해도 어떤 기업도 망하지 않는다. 리더들은 언제나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위협에 대응한다. 그러다가 한 세대에 한두 번씩 더 큰 사태가 세계를 휩쓴다. 전쟁, 팬데믹, 정치적 격변은 모든 것을 뒤바꾼다.


    그러나 정치적, 경제적 변동에 따른 실패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잘 운영되는 기업들은 좋은 시기와 나쁜 시기에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종종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견뎌내고 심지어 번성하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 수준의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와중에도 일부 기업들은 위험을 완화하고 기회를 활용해 살아남는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그저 질식당할 뿐이다.


    끈기 있는 조직과 그 리더들의 특성은 무엇일까? 왜 어떤 기업들은 난관을 딛고 더 강해지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쇠약해질까? 왜 회사가 파도 아래로 침몰하는 동안 그 리더들은 핑계를 대기 바쁠까?


    레벨 업: 미국을 정복한 닌텐도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콘솔 제조사들은 가장 진전된 부품들을 가장 작고 날렵한 기기에 쑤셔 넣어서 가정용 게임 시장을 장악하려 들었다. 그들은 게임 라이브러리의 크기와 규모를 통해 기기를 차별화한다. 게임 자체를 제외하고는 근본적으로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든 컴퓨터인 콘솔을 차별화할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은 인기 게임을 확보하려고 시도한다. 독점 제공을 위해 아예 게임사를 인수해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를테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에 새로운 엑스박스(Xbox) 라인을 뒷받침하기 위해 75억 달러를 들여서 베데스다(Bethesda)의 모회사를 인수했다. 베데스다는 폴아웃(Fallout)과 엘더 스크롤(The Elder Scrolls) 같은 인기 게임 프랜차이즈의 개발사다.


    이 모든 경쟁에서 일본의 닌텐도는 특이한 존재다. 닌텐도의 게임기는 첨단 부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저렴하고 풍부한 부품을 활용해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러면 새로운 게이머들도 닌텐도의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고, 보다 창의적인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다. 1980년에 요코이 군페이는 LCD 스크린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소형 게임 앤드 와치(Game & Watch) 기기를 만들었다. 이 기기는 소형 계산기 붐 덕분에 제작 단가가 저렴해졌다. 닌텐도는 업계 최고의 성능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게임 방식에 독창성을 적용함으로써 살아남는다.


    그들에게 일시적으로 업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프레임 재생속도를 달성하는 일은 중요치 않다. 그보다는 화면에 나타나는 적을 향해 쏠 수 있는 총인 재퍼(Zapper)나 플레이어의 동작을 게임에서 구현해주는 컨트롤러 위(Wii) 또는 특수 유리 없이 3차원 그래픽을 표현하는 기기(3DS)가 더 중요하다. 닌텐도의 끈기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전략에서 기인한다. 닌텐도는 게임 디자인, 플레이 스타일, 마케팅, 그리고 사업의 다른 거의 모든 측면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한다. 덕분에 대개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입지를 확보한다.


    닌텐도는 오늘날 비디오게임과 동의어가 됐다. 닌텐도가 문을 연 것은 최초의 비디오게임이 나오기 69년 전인 1889년이었다. 닌텐도는 창립 이후 줄곧 전쟁, 시장 붕괴, 팬데믹에 따른 격변기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시장의 유행을 맹목적으로 쫓기보다 독창성과 실험을 추구하는 일관된 자세는 닌텐도를 세계에서 가장 불경기에 강한 기업 중 하나로 만들었다.


    버진그룹의 창립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경은 “걷는 법은 규칙을 따라서 익히는 것이 아니다. 해보고 넘어지는 것을 통해 익힌다”라고 썼다. 끈기 있는 기업은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실 그들은 가끔 비틀거리면서 충분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어떤 실패보다 더 빨리 회사를 죽인다.


    힘든 시기에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안전하게 플레이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핀 대로 뛰어난 리더들은 좋을 때나 힘들 때나 계속 베팅을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현재의 역경을 헤쳐 나가는 와중에도 계속 한 눈으로는 미래를 주시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대한 베팅을 작게 줄여서 리스크를 완화한다. 그러나 ‘결코’ 업계의 고난이나 불경기, 심지어 전쟁 같은 어려운 여건 때문에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베팅이 가망성을 보이면 회사가 가진 모든 것을 투입한다. 그들은 신중과 절약이 자신을 구원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팔지 못하면 죽음뿐이다.


    지름길은 없다. 길을 걷기가 쉬울 때가 아니라 지금 출발하라.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나중에 자원이 넉넉할 때 그냥 매입할 수 없다. 수많은 기업들이 일찍 대응했다면 해결했을 문제에 돈을 쏟아붓다가 무너졌다. 회사의 미래를 건설할 적기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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