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지은이 : 마이클 쿠수마노 외(역:오수원)
출판사 : 부키
출판일 : 2021년 03월




  • 세계 10대 기업 중 하나인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 성장세를 기록한 카카오,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2020년 동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해외 기업 테슬라.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제 비즈니스의 중심은 제품 경제에서 플랫폼 경제로 이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플랫폼 생태계가 우리의 일상과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더 크게 성장하고 더 오래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플랫폼 사고: 전통 경제와 플랫폼 경제, 양쪽에서 살아남으려면

    플랫폼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나

    지구상에서 최고의 시장 가치를 기록하는 기업들과 조 달러 수준의 가치를 넘어서는 최초의 기업이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은 업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18년 말 시장 가치를 살펴보면 최상위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었다. 또 다른 주역들로는 페이스북과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있다. 당시 이 7개 기업의 시장 가치를 전부 합치면 거의 5조 달러에 가까웠다. 게다가 지금까지 등장했던 200곳 이상의 유니콘 기업(1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기록한 스타트업) 중 60~70퍼센트가 플랫폼 기업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선두 기업으로는 알리바바 소유의 핀테크 회사인 앤트파이낸셜, 우버, 디디추싱, 샤오미, 에어비앤비, 그리고 다른 유명한 비상장 기업(그중 여럿은 조만간 상장할 계획이다)들이 있다.


    자,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어쩌다 소수의 기업이 세계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개인 생활, 직업 생활, 심지어 정치 생활에까지 그토록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을까? 시장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시장은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무대다. 하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전혀 다른 존재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 그토록 많은 상품과 서비스와 정보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을까? 이 새로운 기업들은 우리가 과거부터 보아 왔던 강력한 기업들과 무엇이 다르고 같은가? 우리가 전혀 보지 못한 방식으로 각국 경제 체제들의 규모와 범위를 좌지우지하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초거대 디지털 괴물들의 시장 장악과 팽창에 과연 한계란 존재하는가?


    앞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그저 단순한 미사여구식 질문이 아니다. 세상에는 기존의 플랫폼 기업들과 새로 부상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각축장이 그야말로 넘쳐난다. 이들은 우리가 향유할 미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서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뿐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를 통해 인공 지능,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사물 인터넷, 보건 정보, 심지어 양자 컴퓨터 등의 새로운 정보 기술을 재편하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개인 간 상거래 플랫폼이 종래의 기업들을 대체하거나 이들과 경쟁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유 경제 혹은 긱(Gig) 경제가 확산되고 신기술이 퍼져 나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해독이 불가능할 만큼 완벽하지는 않아도 안전성을 극대화한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인 블록체인과 은행이나 정부와는 독립된 디지털 화폐인 암호 화폐가 사용되면서 종래의 은행과 공급망 거래, 모니터링 등 수많은 서비스의 필요성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경쟁 시대에 종래의 비즈니스 규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플랫폼 전략, 비즈니스 모델,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머신 러닝, 그리고 게임의 새 규칙처럼 보이는 것들을 모르는 이들은 당연히 불행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고 말이다. 우리도 이러한 단언에 상당한 진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에 관한 오해 또한 적지 않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성공법은 결코 쉽거나 보장된 길이 아니며, 과거의 길과 전혀 다른 길도 아니다. 왜 그럴까? 오늘날에 존재하는 많은 플랫폼 기업은 지속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든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궁극적으로는 경쟁업체보다 실적을 더 올려야 한다. 경쟁사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든 종래의 기업이든 상관없다. 기업은 채무, 사회적 반발, 정부 규제, 세계 무역 전쟁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정치적,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해야 할 뿐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는 재무 실적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플랫폼 열풍이라 불릴 만큼 과도한 디지털 플랫폼 광고 한가운데 있다 보면 상식은 잊어버리기 쉽다.


    사안은 간단치 않지만 우리의 주장은 복잡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의 경영자와 창업자는 디지털 경영, 혁신 그리고 권력의 미세한 지점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모든 기업과 모든 시대에 적용되는 비즈니스와 좋은 거버넌스의 근본 원칙도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하거나 다면화된 마케팅 전략을 영리하게 구사하거나 모든 직원을 긱 경제에 따라 계약직으로 고용하면 이윤을 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플랫폼 기업이 시장의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부문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판매를 지속해 연명하는 경우, 그리고 계속 손실을 내는 경우 이러한 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액도 더 커진다. 요컨대 디지털 시대의 경영인과 창업자는 전통 경제와 플랫폼 경제, 양쪽 세계 모두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두 세계에서 살아남는다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러한 생존 전략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이야말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플랫폼 전략을 실행할 때 필요한 것들

    더 상세한 이야기를 풀기 전에 플랫폼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두자.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수많은 맥락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혼동을 일으킬 때가 많다. 정치가들이 플랫폼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고 할 때의 플랫폼이란 이데올로기 강령(Ideological Platforms)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생각이나 정책을 뜻한다.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기차를 탄다고 할 때도 플랫폼이라는 말을 쓴다. 이때의 플랫폼은 특정 운송 수단을 타는 사람들이 서있게 만들어 놓은 물리적 공간을 뜻한다. 기업들이 제품 플랫폼(Product Platforms)을 만든다고 할 때 역시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이때의 플랫폼은 기업 내 상이한 기획 집단들이나 자동차, 비행기 제조업체 같은 공급자들이 제품을 만들 때 보다 더 효율적으로 관련 제품 ‘군(Family)’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공통 요소들과 하위 시스템들을 뜻한다.


    플랫폼은 대체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공동의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 개인과 조직들을 연계한다. 이 책의 주요 관심사는 PC와 인터넷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술 이후 등장한 산업 플랫폼 기업 (Industry Platforms)이다. 이 산업 플랫폼 기업들은 그 기업의 내외부에서 구성체나 공동의 사용 기능을 만들어 낸다. 이 기능은 산업이나 플랫폼 생태계 층위에서 작동한다. 더 중요한 것은 플랫폼 기업들은 다른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혁신과 상호 작용을 위해 개인과 조직을 연결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결은 효용과 가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흔히 네트워크 효과라 불리는 현상은 상이한 사용자들과 시장 참여자들을 한데 연결시킴으로써 생기는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다. 이 피드백 루프는 생산자, 공급자, 사업 파트너, 그리고 다른 이해 당사자들의 넓은 연계 체제인 전체 플랫폼 생태계를 가로질러 확장될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사업을 구축하려면 종래의 비즈니스와 상이한 방식의 시장 역학과 경쟁 전략에 관한 사고가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들은 독립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돈을 버는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플랫폼 기업들이라고 해서 죄다 디지털 시대 이후에 등장했거나, 전통 비즈니스 논리를 한물간 것으로 만드는 혁명적인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기업이 상이한 시장 행위자들을 한데 연결시켜주는 단순한 중매쟁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역시 유용한 사고는 아니다. 물론 이러한 연결 기능은 많은 플랫폼 기업의 공통적인 기능이기는 하다.


    물론 모든 업종이 플랫폼 전략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대개 경쟁자를 물리치거나 최고의 수익을 달성하는 최상의 방법은 독립 상품이나 서비스다. 그러나 플랫폼 전략이 독립 상품 전략보다 우세할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부 기업들의 혁신 역량을 활용할 기회가 있을 경우다. 둘째, 자산을 소유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거래를 가능하게 해 주는 편이 더 경제적일 경우다. 경영인과 창업자는 제품 전략과 플랫폼 전략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언제 각각의 접근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추진요인: 승자 독식을 실현할 최강의 무기들

    플랫폼 기업은 폭발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특정 기업이 시장 전체나 대부분을 장악한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지난 30년 동안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비교적 단기간에 70퍼센트 내지는 그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 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 세트, 인텔의 PC 및 스마트폰용 ARM 마이크로프로세서, 구글의 인터넷 검색 기술과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 체제,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셜 네트워크 분야의 페이스북, 온라인 경매의 이베이, 마이크로 블로그라 일컬어지는 짧은 소셜 미디어의 트위터, 숙소 공유 분야의 에어 비앤비처럼 세계적으로 위상이 매우 커진 기업들도 여기에 속한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온라인 쇼핑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텐센트의 위챗은 10억 명의 사용자를 통해 소셜 네트워크뿐 아니라 문자 메시지 부문까지 지배하고 있다. 시나 웨이보는 중국 최대의 마이크로 블로그용 플랫폼이며 디디 추싱은 차량 공유 서비스 부문에서 대부분의 경쟁사를 제거하거나 흡수했다.


    플랫폼의 위력은 네트워크 효과에서 비롯된다

    플랫폼 시장에 대한 논의 대부분은 네트워크 효과에서 출발한다. 한 곳의 플랫폼 기업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거나 소프트웨어 앱이나 디지털 콘텐츠 상점 같은 보완 혁신재가 늘어나면, 네트워크 효과 같은 긍정적 피드백 루프가 발생해 이용자나 보완재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피드백 루프가 더욱 강력해진다. 네트워크 효과는 증가하는 이용자와 보완 업체들을 끌어들임으로써 해당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킨다. 그러나 네트워크 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례로 비교적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플랫폼 기업이라 하더라도 시장을 장악하거나 이윤을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네트워크 효과가 시장의 역학과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망해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PC, 인터넷, 스마트폰 덕에 물리적으로도, 가상으로도 연결된 플랫폼과 네트워크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을 자극하는 네트워크 효과는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기업과 정부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추진하고 업계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올바른 전략 및 정책 관련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철도 회사들이 궤간을 표준화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해 보라. 이들의 물리적 플랫폼은 단일 기업들만 사용했을 것이고, 운송과 경제 발전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전력 체계 발명가들이 전자 기기 생산을 통제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전기를 이용하는 혁신적 상품의 수는 매우 적었을 것이다. 대체로 네트워크 효과는 경영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내리는 전략적인 결정을 통해 그 혜택을 누린다. 따라서 경영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네트워크 효과는 시들어 사라진다.


    전화 통신망은 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가세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입증하는 가장 친숙한 과거 사례다.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단순한 전화기 장치로 특허를 냈다. 아날로그 기술을 이용하여 소리를 복제한 다음 전기 임펄스로 변환해 구리선으로 전송하는 장치였다. 몇 년 내로 벨과 동업자들은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에 본사를 둔 지주 회사를 설립했다. 아메리칸 벨 전화회사(American Bell Telephone, ABT)였다(1899년 ABT는 아메리칸 전화 및 전신회사(American Bell Telephone & Telegraph, AT&T)로 이름이 바뀐다). ABT는 결국 벨의 전화를 영리화하기 위해 독립 투자자들이 돈을 댄 4000여 개의 지역 기업과 협업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전화 시스템은 필수적인 소통 플랫폼으로 남아 수십억 명의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팩스 기기 같은 다른 수단을 통해 소통하도록 해 주고 있다. 특히 초창기 몇 년간 전화는 강력한 직접 네트워크 효과의 이득을 보았다. 전화기가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들도 전화기를 원했던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새 전화기 사용자들이 친구들과 가족과 사업 관련자들로 하여금 전화기를 구입하도록 독려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초창기 전화 서비스는 전문 용어로 단면 플랫폼 (One-Sided Platform)이었다. 전화기를 이용하는 개인들만 영업 대상으로 삼고 이들 간에 별다른 구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화 사업은 아주 급속히 상이한 부문-대부분 시내 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 장거리 전화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 집 전화 대 사업상 전화-을 찾아냄으로써 다면 형 시장이 되었다. 상이한 시장 부문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사업은 성장했고 이익도 늘어났다.


    전화 사업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애초에 사람들이 신기술을 이용하게 만드는 방안이 문제였던 것이다. 전화를 소유한 사람이 소수일 경우 긍정적 피드백 루프는 약했다. 그러나 멧커프의 법칙을 몰랐던 전화 회사들도 신규 전화 사용자가 네트워크상에서 다른 사용자들과 연결되면 네트워크 효과의 강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지리라는 것은 예상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은 1885년 하위 투자자 집단이 AT&T를 ABT의 자회사로 설립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증대시키고 이를 수익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 자회사는 수천 개의 시내 통화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수익성 있는 장거리 서비스(여기에는 벨 회사들이 소유하지 않은 소수도 포함되어 있었다)를 제공했다. 도시 간, 그 다음에는 먼 도시와 농촌 지역, 그리고 결국 외국과의 전화 서비스까지 도입한 것이다.


    미국에서 벨의 휘하에 있는 회사들은 개인과 사업체들에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들은 모든 가정과 단체가 전화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설득하려 애썼다. 전화는 아직 값이 비쌌기 때문에 전체 미 국 소비자와 기업 중 10 퍼센트가 전화를 도입하는데 무려 25년이 걸렸다. 미국 시장 인구의 40퍼센트가 전화를 들여 놓는 데는 39년이 더 필요했다.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보다 훨씬 느린 속도였다. 그러나 결국 미국 내,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개인과 단체가 유선 전화와 무선 전화를 쓰게 되었다.


    멀티호밍, 차별화 및 틈새 경쟁, 진입 장벽

    플랫폼 충성도를 높여 멀티호밍을 막아라

    전통 업종이든 플랫폼 업종이든 자사의 고객이 경쟁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반기는 기업은 없다. 경제학자 마이클 포터 식대로 이야기하자면 경쟁사가 많을수록 경쟁도 심해진다. 극심한 경쟁은 대개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모든 기업이 이윤 하락에 시달릴 수 있다.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들은 자사 고객들이 컴퓨터 작업, 휴대폰 이용, 서비스, 온라인 쇼핑, 숙소 대여, 혹은 차량 공유 등 모든 면에서 하나의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를 원한다.


    전통 기업들과 달리 옐로페이지, 구글 서치, 빙 서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페이스북 혹은 위챗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돈을 직접 청구하지 않는다. 이런 플랫폼 기업의 경우 사용자들이 멀티호밍을 한다고 해서 매출이 바로 떨어진 적은 없다. 그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팔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티호밍은 네트워크 효과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이 플랫폼 기업들은 다른 시장 부문을 끌어들이기 위해 광고주나 보완 혁신재 생산자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들의 멀티호밍은 강력한 동일면(직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이 교차면(간접) 네트워크 효과로부터는 온전히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트위터를 예로 들어 보자. 트위터는 강력한 직접 네트워크 효과의 전형적 사례다. 인기 있는 트위터 사용자들은 팔로워들을 끌어 들였고 이로 인해 트위터 사용자와 팔로워가 더욱 증가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트위터 역시 광고를 팔아 무료 서비스를 수익화했다.


    그러나 아주 최근까지 트위터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거나 아예 내지 못했다. 높은 운영비와 신규 고객 유입 비용, 그리고 비교적 낮은 광고 수입 때문이었다. 트위터의 문제 중 하나는 많은 트위터 사용자가 멀티호밍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와츠앱에서 시간을, 그것도 대개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휴가 계획이나 음악, 영화 취향 같은 개인적인 문제에 관해 소통하고 있었다. 그 결과 트위터 사용자들의 개인적 세부 사항뿐 아니라 시간, 관심, (제 3자 업체들의 광고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이들의 구매력은 트위터의 강력한 직접 네트워크 효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충성도가 다양한 탓에 사분오열되고 말았다.


    요컨대 멀티호밍은 네트워크 효과에 영향을 끼치며 그럼으로써 결국 플랫폼 기업의 잠재적 수익과 이윤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모든 플랫폼 기업에게 중요한 목표는 멀티호밍을 제약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물론 해결책이 늘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일부 혁신 플랫폼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나 애플 iOS처럼 특허 표준을 마련하거나, 구글 안드로이드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스마트폰 기본 앱으로 연동시키는 것처럼 보완 서비스를 플랫폼에 연동시키기도 한다. 익스피디아 같은 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은 항공사와 신용카드 회사의 선례를 따라 로열티 프로그램(포인트나 마일리지 등 보상 제도를 통해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 –옮긴이)을 만든다. 그러나 실수를 저지르거나 피하는 게 상책이었을 법한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도 있다. 특히 시장의 올바른 부문에서 저가 정책을 이용하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지만, 잘못된 부문에서 저가 정책을 쓰면 멀티호밍을 부추겨 교차면(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차별화 및 틈새 경쟁에서 승산을 찾아라

    기업은 상품의 질을 개선하거나 특정 유형 고객의 필요에 부응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두각을 드러내는 경쟁 업체를 두려워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팔지 않는 플랫폼 기업들도 차별화 된 틈새 경쟁사들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멀티호밍이 초래하는 난관들과 마찬가지로, 틈새 주자들이 있는 파편화된 시장에서는 네트워크 효과와 승자 독식 가능성이 줄어든다. 시장의 동질성이 클수록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다수의 사용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장은 특정 플랫폼 기업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라. 얼핏 생각하면 초창기 시장 점유율 면에서 선두를 달렸던 주자쪽으로 시장이 기울어지리라 예상할 수 있다. PC 시장이 1980년대에는 도스 운영 체제로 쏠렸다가 1990년대에 윈도 운영 체제 쪽으로 쏠렸듯이 말이다. 애플은 2007년 6월 아이폰을 내놓은 후 현대적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시장의 초기 선두 주자였다. 그러나 결국 시장을 장악한 것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쓰는 스마트폰이었다.


    구글이 시장의 기울기를 바꾸기 위해 내렸던 중대한 결정은 200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글은 개방형 휴대폰 동맹을 결성해 애플과 경쟁하고 싶은 휴대폰 업체들을 동원했다. 네트워크 운영자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동맹에 참여하여 개방형 표준(가령 다수의 기업들이 무료로 라이선스를 받아 쓸 수 있는 기술)을 촉진시키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가령 안드로이드 라이선스를 받은 기업)이 호환 불가능하거나 파생(Forked) 버전을 만들지 않기로 합의만한다면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구글은 운영 체제를 계속해서 장악함으로써 휴대폰 업체들과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이 검색, 브라우저, 지도 제작 기술 등의 구글 서비스, 즉 구글이 광고를 팔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을 계속 사용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럼에도 파생 버전의 안드로이드가 일부 등장했다. 그러나 구글의 전략은 대체로 통했다. 왜냐하면 애플이 자사 기술의 라이선스를 누구에게도 팔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무료인데다 질도 충분히 좋고 개선 가능성이 열려있는 매력적인 대안을 제공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도입한 다음 잠깐 장악했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고급 제품을 소비하는 고객만큼은 빼앗기지 않았다. 고도로 차별화된 상품과 앱 개발자들의 생태계가 성장한 덕분이었다. 분석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2015-2017년 동안 애플은 18퍼센트도 안 되는 시장 점유율로도 휴대폰 업계 전체 이윤의 90 퍼센트 이상을 가져갔다. 아이폰을 제품이면서 플랫폼으로 차별화하는 역량 덕에 애플은 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었고, 구글이 스마트폰 전체 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막아 냈다(물론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경쟁자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세워라

    기업이라면 신흥 경쟁 업체가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 전환 비용이 낮아 진입이 쉬운 시장은 대체로 수익성도 낮은 경향을 보인다. 진입 장벽이 낮은 경우 경쟁이 심해지고 가격이 하락해 시장에 속한 모든 기업의 수익이 낮아지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시장의 수요 부문에 전략적으로 주력한다. 고객 기반을 늘릴 가능성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통적 진입 장벽이 낮을 경우, 기업들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덕에 안전하다고 느끼는 시장이라 해도 신규 기업들이 공급 부문을 통해 시장으로 진입해 사용자 기반을 나눠 먹기 때문에 시장의 승자 독식 구조가 나타나지 않게 된다.


    많은 플랫폼 기업이 당면한 독특한 딜레마는 디지털 기술의 진보 덕에 시장에 진입할 때 들어가는 초기 비용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업체들이 신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새 플랫폼을 개발 및 생산해 세계에 유통시키는 데 소요되는 자본금은 10~20년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긱 경제에서는 핸디나 태스크래빗처럼 이런저런 잡일을 해주는 핸디맨 서비스 같은 새로운 상거래 플랫폼을 시작하기가 특히 쉽다. 마찬가지로 수십 개 기업이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 기업 간 거래 시장에 진입했다. 대부분은 진입 비용이 비교적 낮았던 덕이었다.


    전통 업계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플랫폼 시장 고유의 진입 장벽도 있다. 첫째, 네트워크 효과다.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플랫폼 주위에 보완재를 구축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장벽을 만든다. 특정 플랫폼 기업이 안드로이드나 iOS나 윈도나 AWS나 페이스북이나 위챗에서만 돌아가는 수백만 개의 앱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 앱들은 소비자들이 신흥 경쟁 기업의 플랫폼으로 갈아타지 못하도록 장벽을 높인다. 둘째, 또 다른 진입 장벽은 첫째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규 진입 업체들이 대체로 플랫폼 생태계를 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보완재 제공 기반을 인터넷상에 확립해 놓은 업체들이다. 이때 보완재 제공 기반이란 안드로이드, 아이폰, 페이스 북 혹은 위챗 개발자 네트워크에 합류한 수천 개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혹은 빌려줄 방이 있거나 운전할 자동차가 있어 이미 에어비앤비와 우버와 리프트와 디디추싱에 등록한 사람들이다. 보완재 제공자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신흥 기업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해 플랫폼의 공급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셋째, 네트워크 자체는 복잡한 전환 비용을 낳는다. 플랫폼 기업의 가치가 보완재, 그리고 보완재와 직접 연결된 이용자의 수에 의지하는 경우 전환 자체가 극히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가령 사람들이 링크드인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구인 및 구직 네트워크로 옮겨 가고 싶어하는 경우, 이들은 자신과 접촉하는 다른 구직자들이나 고용자들에게도 함께 가자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플랫폼은 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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