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경제대전망
 
지은이 : 이코노미스트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12월




  • 세계 최고의 권위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이슈 등을 심층 분석하여 미래 예측과 트렌드 분석을 시도한다. 이코노미스트 지의 저자들 외에 세계 유수 언론 매체의 편집자들과 정치인, 학자, CEO를 비롯한 세계 유명 인사들이 필진으로 참여한 이번 책은 2020년도에도 구체적이고 소신 있는 의견으로 세계 경제와 금융, 비즈니스의 흐름을 전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2020 세계경제대전망


    비즈니스

    사물 스플린터넷│비제이 바이테스워런

    사물인터넷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배치될 거라는 한때의 맑은 전망은 아쉽게도 <석양의 무법자>에 나오는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2020년 대형 시장 몇 곳에서 대규모로 5G 네트워크가 깔리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는 소식은 긍정적이다. 버라이즌은 2020년에 그들이 미국에서 출시할 휴대폰의 4분의 3에서 5G가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경쟁자인 AT&T는 내년 중반까지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한다. 중국의 통신 장비 대기업인 화웨이는 이미 5G용 키트를 개발하는 데 460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2020년 말까지 중국 도시 수백 개에 걸쳐 약 150만 개의 기지국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분할 때문에 주춤해온 유럽에서는 유럽이사회가 2020년 말까지 유럽연합 전체에 상업용 5G를 설치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한편 5G에 관한 이야기의 어두운 면에는 지정학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 통신 네트워크에 사용되거나 미국 공급 업체가 보유한 핵심적 지적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결정은 시장 리더인 화웨이에게 심각한 일격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화웨이는 잘못된 행위의 어떤 증거도 제시된 적이 없음을 지적한다.


    게다가 미국은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 중국 장비를 거부하라고 강요했다. 호주를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거기에 따랐다. 영국 같은 다른 국가들은 네트워크의 지엽적인 부분에서만 제한적으로 화웨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화웨이가 금지된 국가에서 통신 사업자들은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의 에릭슨, 한국의 삼성에서 만든 더 비싼 비중국산 5G 장비에 의존해야 한다. 기회를 감지한 에릭슨은 백악관의 입맛에 맞는 5G 기기를 만들기 위해 2020년에 텍사스에 제조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러시아에서 말레이시아, 페루까지 전 세계의 방대한 지역이 화웨이에게 개방된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다(지도 참조). 그 이유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의 경우에는 적용이 되겠지만 이 국가들이 중국의 지정학적 궤도 위에 존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화웨이의 5G 기기가 더 앞서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 세계 5G 관련 기술 특허 신청 건 중 중국 기업들의 신청 비중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화웨이 단독으로만 봐도 15%에 달한다. 그리고 화웨이의 장비는 경쟁 회사의 장비보다 더 저렴하다.


    그 결과 사물인터넷은 두 갈래로 나뉘어 중국의 통신 장비를 사용할 용의가 있는 국가들과, 보안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공감하는 국가들로 세계를 갈라놓게 될 가능성이 높다. 5G에 관련된 꿈 중의 일부는 네트워킹에 있어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단일화였다. 일단 그 꿈이 깨지면서 분열은 심각한 두통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선전과 실리콘밸리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은 양쪽 지역에서 동일한 사물인터넷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신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앱처럼 끊김이 없는 5G에 의존하는 사물인터넷 기기를 개발하는 글로벌 회사들은 여러 시장 사이에서 정보처리의 상호 운용 문제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국제

    거세게 몰아치는 분리주의│기드온 라크먼

    전 세계적으로 정체성에서 비롯된 두 가지 유형의 운동이 더욱 자주 충돌하고 있으며, 또 서로에게 동력이 되고 있다. 한쪽은 민족국가에서 독립해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모색하는 분리주의 단체다. 다른 한쪽은 기필코 분리주의를 억압하려는, 분노하고 확신에 찬 기존 민족주의 국가다.


    분리주의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두 나라 중국과 인도에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두 나라에서 중앙정부의 강경책이 역효과를 낳을 위험이 있으며, 그들이 억누르려 하는 바로 그 분리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홍콩의 사회운동가들은 대개 자신을 독립 지지자가 아니라 지역주의자로 소개하고 싶어 한다. 이는 홍콩이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어떤 암시도 베이징의 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명칭을 쓰든 진실은 홍콩에서 수개월간 이어진 소요 사태가 정치적 분위기를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곤경에 빠졌다. 그들은 폭력적인 억압이 (또는 홍콩의 자치권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조차) 베이징과 홍콩의 분열을 가속화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 본토가 시위대의 요구대로 홍콩에서 완전한 민주적 선거를 실시하도록 허용한다면, 머지않아 독립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중국은 1월에 있을 대만의 선거에서도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의 침략 위협은 궁극적으로 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재통합을 원하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친 독립 성향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까지 인도는 지역 자치권 문제에 중국보다 훨씬 느긋해 보였다. 하지만 2019년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강경한 민족주의 후보와 겨뤄 재선에 성공했다. 당선 직후 모디 정부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교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잠무 카슈미르 주의 특별한 헌법적 지위를 박탈했다. 인도의 아룬 자이틀리 재무장관은 "분리된 지위가 분리주의로 이끌었다. 어떤 강력한 국가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놔두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조치를 정당화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권력이 이양되면 분리주의가 진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더 가열된다는 데 동의하는 학자들도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에서는 지방정부의 권력이 커졌고, 그런 움직임이 분리된 정치 문화를 조성하고 독립에 대한 요구를 키우는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전략을 시도하고, 지역주의 정서를 몰아내려 노력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그러한 노력들은 민족주의 운동과 독립 운동의 갈등을 수십 년 동안 끌고 갈 깊은 불만과 쓰라린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


    문화

    스트리밍 시대│개디 엡스타인

    사람들은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한물가고 값비싼 TV 모델이 몰락하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겨우 10여 개의 채널을 시청하면서 200개 채널에 매달 80달러를 지불하려는 사람은 더 이상 (적어도 미국에는) 없을 터였다. 그 대신 그들은 ‘케이블 선을 절단하고’ 15달러를 내며 드라마 <더 크라운>을 스트리밍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20년에는 TV의 새로운 스트리밍 시대가 열릴 테지만 비용은 여전히 만만치 않을 듯하다. 모든 대형 미디어 회사들은 자체 서비스를 출시하며 자신들의 최고 인기작은 넷플릭스에 전보다 훨씬 적게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서비스 제공 집단에 한 달에 거의 100달러가 들 것이다. 게다가 구식 유료 케이블 TV 패키지에는 포함된 (또 남은 장점의 핵심인) 스포츠 생중계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광대역 인터넷과 무선 데이터 서비스 비용도 별도로 든다. 동영상 대식가들이 눈요기를 위해 매달 200달러씩 쓰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대는 TV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예고하기도 한다. 한때 영화 제작사들은 극장 스크린을 지배하기 위해 경쟁했다. 이제 그들은 가장 작은 스크린을 점령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고, 그 탓에 스트리밍 서비스 비용은 저렴하지 않다. 2020년에는 HBO에서 <어벤져스>의 조스 웨던 감독이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공상과학 드라마 <더 네버스>, 디즈니 플러스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디즈니 극장판을 텔레비전 속편으로 만든 <팔콘 앤드 윈터 솔져>를 볼 수 있고, 어쩌면 <스타트렉>과 <스타워즈> 영화를 감독한 J.J. 에이브럼스의 공상과학 드라마 <데미몽드>도 HBO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은 2020년 직후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처음 선보일 예정이며 이 시리즈의 단독 판권에만 2억 5,000만 달러를 들였다.


    하지만 또 다른 지각 변동이 눈앞에 놓여 있다. 소비자들은 10여 군데에 구독료를 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최고의 딜을 제공하는 소수의 회사만 스트리밍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디즈니는 분명 살아남을 것이다. 최고의 영화 프랜차이즈를 보유했고 장난감과 놀이 공원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낮은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 역시 아마존 온라인 쇼핑몰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영상에 두둑이 투자를 할 여력이 있다(또 자체 플랫폼에서 구독료를 떼면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T&T는 HBO맥스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무선데이터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으므로 또 다른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서 세게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소규모 경쟁자들은 실패할 것이다. 2020년 스트리밍 전쟁은 시청자의 채널을 고정시키기 위한 치열하고 값비싼 싸움이 될 것이다.



    미국

    하락세 쪽으로 걸어가기│레오 아브루제스

    2020년 미국 경제는 어려움을 향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지는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두 당사자, 즉 변덕스러운 대통령인 트럼프와 신중한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신뢰하는 거래 파트너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는 트럼프는 2019년 미국의 경제 성장을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약화시켰고, 일시적인 몇 차례의 휴전은 있었지만 무역 전쟁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2020년에 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을 방해할 것이다. 기업들은 경기 확장의 끝에 다가오는 낮은 수익, 높은 노동 비용, 하락하는 주가 속에서 경영을 해야 하는 추가적인 과제에 직면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 경기 확장은 2009년에 시작돼 오래 진행됐다. 2020년에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중국과의 관세 전쟁은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경제에 가해질 가장 큰 위험이다. 무역은 단일 요인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 위협을 제기하기에는 미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충분히 크지 않지만, 기업 신뢰는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 신뢰가 하락하면, 이는 자본 투자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줄일 수 있다. 레이오프와 더 줄어든 신규 일자리는 미국 생산량의 거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을 줄어들게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상업적 연대가 계속해서 단절된다면 그 영향은 거대하고 혼탁할 것이다. 이들은 합치면 2020년 90조 달러 규모인 글로벌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의 두 경제 대국이다.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던 수십 년이 지나고 미국과 중국 사이 쌍방향 무역의 가치는 2019년 초반 8개월 동안 전년 대비 13% 하락하면서 무역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 공급 사슬은 깊게 얽혀 있고 기업에 특화된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앞다퉈 새 파트너를 찾아나서고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연대가 조금만 약화돼도 기업 활동은 둔화된다.


    무역 전쟁은 여러 가지의 다른 걱정들을 키울 것이다. 거의 GDP의 50%에 해당하는 미국 기업 부채가 지금보다 높았던 적은 없었다. 부채는 둔화되는 매출과 높아지는 비용을 포함해 기업들을 파산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최근 몇 년간 이런 빚더미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극도로 낮은 이자율 때문이 아니라 강력한 기업 수익과 높은 자본 가치 때문이었지만, 이 두 가지 모두 2020년에는 타격을 받을 준비가 된 상태다. 자본 시장 역시 신경이 곤두서 있다.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은 2019년 중반에 단기 국채의 수익률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자 경기 침체를 정확히 예측한다고 알려진 변수다. 미국의 파트너들 역시 고전하고 있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타깃인 독일은 2019년 중반에 경기 침체를 겪었을 수도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와 씨름하고 있으며, 아시아 경제 국가들은 둔화된 서구의 수요와 무역 전쟁의 효과를 실감하는 중이었다.


    대개 연속해서 두 분기 동안 GDP가 하락하는 경우로 규정되는 경기 침체는 여전히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9년 실업율은 50년 만에 최저인 4% 미만을 기록하고 소비자들은 타이트한 고용 시장에서 더 높아진 급여 수준을 즐기고 있다. 실업율이 매우 낮을 때 기준금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는 연준은 2019년 중반부터 슬럼프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이자율을 세 차례 낮췄다. 이런 조치는 2020년에 미국 경제가 2009년의 경기 침체 이래 가장 저조한 성과를 보인 2011년과 2016년에 필적하면서, 잘해야 1.6%의 성장률 수준을 근근이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에게 기준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무역 정책을 비난하는 기업들을 모욕할 것이다. 그는 기업들에게 최소한 숨 쉴 틈은 줘도 될 것이다. 2020년에 미국 기업들이 신뢰를 잃는다면 경제는 그들과 함께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분열되고, 손상을 입고, 쇠약해진│애드리안 울드리지

    영국의 정치는 내년은 차치하고, 다음 주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유동적인 상태에 있다. 2019년 12월 12일에 치러질 총선에서 누군가 이긴다면, 그것이 누구인지에 따라 향후 12개월 동안 다음 중 어떤 상황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내키지 않는 브렉시트 딜, 또는 노딜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결과에 따른 브렉시트의 불발, 다수당이 없어 더 심한 마비 상태로 가게 될 국회, 또는 심지어 영국의 분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 2020년에 브렉시트는 영국의 얼굴에 달라붙어 활력을 빨아들이고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대왕오징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브렉시트의 영향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분열시키고, 손상을 입히고, 쇠약하게 만들 것이다.


    브렉시트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영국을 더 심하게 분열시킬 것이다. 노동당 유권자들과 토리당 유권자들 사이의 낡은 분단선은 2016년의 국민투표 이전부터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민투표는 대학 졸업자들 다수를 끌어들이는 대도시 지역과 더 전통적인 가치를 선호하는 지방 사이에 새로운 문화적 분단선 형성을 촉진했다. 새롭게 등장하는 분단선은 (노동 계층에 대한 충성파와 새로운 대도시 엘리트들로 분열된) 노동당과 (전국적으로 포퓰리즘을 실험하고 있는) 토리당 양쪽 모두를 재편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초래할 손상은 더 분명해질 것이다. 브렉시트는 민주주의의 두 가지 경쟁적인 해석, 즉 다수의 의지로서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적 제도 안의 규칙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 사이에서 영국 시스템을 계속 망가뜨릴 것이다. 이런 상황은 때로는 헌법을 구성하는 요소들, 즉 정부와 하원의원들, 하원의원들과 그들의 유권자들, 정부와 의회, 법원 사이의 관계를, 때로는 그들이 파괴되는 지점까지 시험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이 그들이 경멸하게 된 정치 계급과 더 멀어지도록 만들 것이다. 연구 기관인 한사드 소사이어티는 영국인들 중 37%가 이런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하원의원들이 비용 지출 스캔들로 곤경에 처했던 2010년의 기록보다 10%P 더 높은 수치다. 민주주의가 도래했던 1918년부터 2016년의 국민투표까지 영국에서는 대중들의 시위가 비교적 드물었다. 지금은 거의 매주 사람들의 행진을 볼 수 있다. 정치적 폭력이 적다는 사실이 영국을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었지만, 그 분야에 있어서도 충분히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브렉시트는 또한 영국의 실제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미국과의 친밀한 관계가 유럽연합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키웠던 만큼 영국의 유럽연합 멤버십은 미국에서 영국의 비중을 강화했었다. 유럽연합은 다른 수십 개 국가들과의 무역 거래를 가져다주면서 영국의 글로벌 파워를 키우게 했다. 2020년 글로벌 영국에 대한 보리스 존슨의 담화는 영국이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상실하고, 중국이 신흥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움에 따라 전에 없는 시험 대상이 될 것이다. 더 작은 국가들은 탁월한 기민성 덕분에 살아남고 번창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들러붙은 대왕오징어가 있는 상태에서는 그럴 수 없다.


    아프리카

    하나 되어│존 맥더모트

    잠비아 남서쪽 잠베지 강변의 카중굴라 국경 지역,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마을을 나오고 있다. 운전자들은 순서를 기다리며 근처 술집으로 슬그머니 들어간다. 도선 전에 세관을 통과하는 데는 나흘까지도 걸린다. 다행히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2020년 새 교량이 완공되면 이 병목 구간에 모이는 남아프리카의 네 국가,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잠비아, 짐바브웨 간 무역이 용이해질 것이다. 이 나라들의 경제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아프리카의 경제적 통합을 상징하는 건 카중굴라 다리뿐만이 아니다. 2018년 아프리카 55개국 중 54개국의 지지를 받았던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African Continental Free Trade Agreement, ACFTA)이 2020년 발효될 예정이다. 회원국 수로 보면 ACFTA는 1994년 세계무역기구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무역 협정이다. 회원국 간의 관세 인하와 무역 촉진을 목표로 한다.


    ACFTA를 통해 GDP 3조 달러 이상의 단일 시장이 탄생할 수 있다. 이는 세계 5위인 인도의 경제 규모와 비슷하다. 현재 아프리카의 수출 중 아프리카 대륙 내 수출은 15%에 불과하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지역 내 무역은 각각 58%, 67%다. 해외 수출은 석유 및 광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아프리카 내에서는 제조품이 거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ACFTA는 아프리카에서 산업을 육성하는 효과도 있다. 각국 제조업에 도움이 되어 자연히 보수가 좋은 직업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진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경제적 통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ACFTA의 시행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며, 이후에도 유럽의 단일 시장과 관세 동맹만큼 광범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은 기존의 여러 지역 무역 협정과 ACFTA가 어떻게 상호 작용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인 문제도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들은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중심지들이 협정에서 다른 나라를 희생해 이익을 볼 것을 우려한다. 나이지리아처럼 본능적으로 보호주의를 취하는 리더가 지배하는 나라도 있다.


    또한 관세 인하는 시작일 뿐이다. 카중굴라의 운전사들은 잘 알겠지만 아프리카 국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 상황과 경찰 검문소 수 등의 실제적인 장벽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에서 도로로 상품을 운반하는 비용은 다른 대륙 빈곤 국가에 비해서도 5배 높다고 한다. 국경에서의 관료주의 역시 문제를 심화시킨다. 비자 문제는 나아지고 있지만 앙골라,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최대 국가들을 다른 아프리카인이 방문하는 것은 여전히 극도로 어렵다.


    아프리카가 중국의 급속한 성장, 또는 그보다는 덜하지만 인도가 지난 수십 년간 보여준 성장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다양성이 있는 55개국의 대륙은 단일 국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루기 힘들다. 그중에는 부패와 부족 정치에 발목을 잡힌 국가가 너무 많다. 에티오피아 등 주목할 만한 예외를 제외하고 십중팔구 아프리카의 성장은 인구 증가 속도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더 뒤처질 것이다.


    아시아

    무대에 오르다│사라 브라이크

    일본은 1964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무대로 다시 부상하기 위한 기회로 삼았다. 올림픽에서 일본은 군국주의적 권력에서 벗어나 국제 사회의 평화롭고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줬다. 또한 초고속열차 신칸센 등 현란한 새 인프라와 기술을 선보이면서 폐허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기술의 신동이 되었음을 증명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올림픽을 개최하며 그때와 마찬가지로 원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1990년대 초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일본의 전성기는 끝났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압박하는 분열과 싸우고 중국과 같은 비자유 국가의 위상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일본 지도부는 일본이 전후 시대 세계에서 중요했던 자유주의 규범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타국이 이를 인정하길 원한다.


    어떤 면에서 일본은 세계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재집권한 이후 일본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무역을 예로 들면, 일본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후 11개 국가가 조인한 거대 무역 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을 이끌었다. 현재는 동남아시아 국가와 그 무역 대상국을 포함하는 환태평양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Pacific Partnership)에 착수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베 총리는 2020년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노력할 것이다. 평화헌법은 현재 모든 군사적 조치를 하는 일본의 능력에 제약이 되며, 일본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외 파견군이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한다. 아베 총리는 국제적 평화 유지 작전에서 일본이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이미 상정했다.


    그러나 일본이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 사이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다. 일본은 경제 성장과 국가 재정을 위협하는 급속한 인구 감소와 노화로 신음하고 있다. 성평등부터 환경보호까지 많은 면에서 선진국들에 뒤처진다. 조직위원회에서 역대 최고로 환경 친화적일 것이라고 장담한 올림픽 준비 기간에 일본은 과도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할 것이다.


    게다가 많은 일본인들은 특히 해외에서의 군사적 행위가 필요한 경우 일본이 국제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을 우려한다.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의 존재감을 추구한 아베 총리의 임기는 아무리 늦어도 2021년 가을이면 끝난다. 따라서 라이벌들이 권력을 위해 경쟁하면서 2020년에는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와 같은 야망, 영향력 그리고 끈기를 가진 확실한 후계자가 없다. 일본의 거창하기만 한 세계적 야망이 올림픽만큼이나 덧없이 지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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