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도 모르고 경제 공부할 뻔했다
 
지은이 : 이낙원
출판사 : 원앤원북스
출판일 : 2019년 11월




  • 이 책에서는 현직 외환딜러가 실무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환율 지식을 풀어냈다. 전공을 불문하고 환율과 경제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했다. 또한 외환투자에 관심 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외환담당자가 읽어도 도움이 될 만큼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양질의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시장의 움직임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익히고, 보다 현명하고 안전하게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환율도 모르고 경제 공부할 뻔했다


    환율, 기초부터 제대로 알아보자

    환율이란 무엇인가?

    환율은 한자로는 ‘바꿀 환(煥)’에 ‘비율 율(率)’자를 쓰며, 영어로는 ‘Exchange Rate’라 한다. 즉 양국의 통화를 서로 맞바꿀 수 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의지만 막상 “그래서 환율이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쉽게 답하지 못하고는 한다.


    사실 환율이 무엇인지 묻는 원론적 질문은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 ‘환율은 항상 오를까, 내릴까?’,  ‘오르면 얼마까지 오르고, 내리면 얼마까지 내릴까?’라는 질문이 더 유의미하다. 이러한 질문은 환율의 방향, 레벨과 연관이 있으며, 좀 더 들어가 ‘그럼 과연 언제쯤 오르내릴까?’라는 질문을 통해 시간개념과도 엮이게 된다.


    국내외 경제ㆍ금융 스케줄과 대내외 이슈, 이벤트 등 상승ㆍ하락재료들을 조합해 추정하지만, 언제 오르내리고 얼마나 지속될지는 4차원의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광활한 문제다. 수많은 재료들을 조합해 답을 낸다고 해도 정확하게 답을 맞히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환율을 예측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이유

    환율 몇 십 원에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손실이 좌우되는 우리나라 수출입기업부터 일상생활에서 원유ㆍ가스ㆍ원자재를 비롯해 수입된 재화를 쓰고 있는 우리들, 자산 증식을 위해 해외 금융자산 또는 외화에 투자한 투자자들, 그리고 자녀의 유학자금을 보내야 하는 부모와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개인에 이르기까지 환율은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환율 변동의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떠올려보자. 너무 먼 일처럼 느껴진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기억해보자. 50%가 넘는 환율 폭등으로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 우량 수입기업이 존폐 위기에 처했고, 엔화 대출을 받았던 개인 사업자들의 빚이 2배가 되었으며,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던 시절이었다. 이러한 고통은 몇 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히지만 언제고 다시 예고 없이 찾아온다.


    환율은 날씨와 같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 있거나 다소 날이 흐릴 때는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전에 날씨를 예측하지 못하면 큰 변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작은 징후에도 경계하고 대비해야 폭풍우를 피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들을 인지하고 충격에 대비해보자.


    환율 관련 상품에 투자해보자

    과거 필자가 느낀 환율에 대한 어려움을 독자들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무엇부터 보아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진다. 때로는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거나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그냥 넘어가고 다음 내용을 보면 된다. 어떨 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끝까지 보다 보면 퍼즐조각처럼 맞춰질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의 의지다.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환율을 접하는 실무자라면 모르지만 개인이라면 공부할 의지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가 추천하는 것은 적은 금액이라도 좋으니 일단 환율 관련 상품에 투자해보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걸려 있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품에 투자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은행에 가서 100만 원만 환전해 외화예금통장에 예치하는 방법도 좋다. 손실이 생기더라도 수업료라고 생각될 정도의 금액만 넣으면 충분하다. 일단 투자하면 환율에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미국 달러는 어떻게 기축통화가 되었나?

    세계 각국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무엇일까? 정답은 미국 달러다. 미국 달러는 전 세계에서 각국의 통화와 다이렉트로 거래되고 있다. 사실 통화뿐만이 아니다. 산업의 근간인 석유와 철, 구리ㆍ알루미늄ㆍ니켈 등의 비철금속, 옥수수ㆍ밀 등의 농산물까지 국제거래소에서 미국 달러는 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럼 왜 전 세계 통화가 미국 달러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축통화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기축통화(key currency)’란 국제 외환시장에서 금융거래나 국제 무역결제를 할 때 기본이 되는 통화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쟁으로 인해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지 않을 정도로 군사 강대국이어야 하고, 고도로 발달된 금융ㆍ자본시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원활한 대외거래를 위해 규제나 장벽이 없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해 내수 기반이 확고해야 하며, 산업 전반적으로 균일하게 고도로 성장된 국가여야 한다. 미국이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증빙 자료 없이도 대부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최근 고도성장으로 기축통화의 지위를 넘보고 있는 중국 위안화는 금융ㆍ자본시장 시스템이 폐쇄적이고, 제2의 기축통화라 불리는 유로화는 관련 국가들의 성장 편차가 고르지 못해 기축통화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하더라도 기축통화가 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전 세계 주요국의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통화와 위험한 통화

    그렇다면 기축통화가 아닌 통화들의 지위는 어떠할까? 흔히 통화에도 안전한 통화와 위험한 통화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안전통화와 위험통화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바로 ‘글로벌 위험 요인들이 부각될 때 강세를 보이는지, 아니면 약세를 보이는지’ 여부다. 만약 금융위기나 글로벌 경제 둔화와 같은 충격이 왔을 때 해당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안전통화’, 약세를 보이면 ‘위험통화’로 구분한다. 반대로 글로벌 경제가 완만한 성장기(회복기)에 있고 정치ㆍ사회ㆍ금융ㆍ경제 등에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을 때 강세를 보이면 ‘위험통화’, 약세를 보이면 ‘안전통화’로 구분한다. 이러한 안전통화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 달러화와 엔화다.


    유로화도 초저금리ㆍ초저인플레이션 통화이기는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기술 중심의 2차 산업 기반이 취약해 안전통화로 구분할 수 없다. 현재 위험통화라고 해서 영원히 위험통화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 안전통화로 재구분될 수 있다.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구분하는 이유

    전 세계 경제가 불안할 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해되지만 엔화는 무엇 때문에 강세를 보일까? 엔화가 안전자산인 이유는 일본 경제가 탄탄한 이유도 있지만 초저금리ㆍ초저인플레이션 통화이기 때문이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일본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금리는 제로에 가깝게 되었다.


    물가라도 높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데 엔화는 그럴 위험도 아주 낮았다. 즉 엔화를 들고 있어도 가치 하락의 염려가 없었던 것이다. 엔화는 장기적으로 저금리ㆍ저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 있고, 산업 전반적으로 일본의 기술경쟁력 역시 글로벌 최상위 수준이다. 또한 무역 흑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발행한 국채의 대부분을 국민이 보유하고 있어 대외채무로 나라가 부도날 위험도 없다. 그래서 엔화는 캐리 트레이드 통화가 될 수 있었다.



    환율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①

    경제의 기초 체력, 펀더멘털

    환율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용어가 바로 ‘펀더멘털(fundamental)’이다. 사실 환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어 중 하나인데 정작 정확한 뜻을 모르고 쓰는 경우가 있다. 환율에 있어서 펀더멘털은 말 그대로 한 나라의 경제를 평가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의미한다. 즉 그 나라 경제의 건강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건강하다는 것은 그 나라 경제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완만한 물가 상승이 동반됨을 의미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입보다 수출이 많아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면 우리나라에 외화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기업은 재투자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때 주식, 채권과 같은 원화자산 매입을 위한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유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를 팔아 원화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해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펀더멘털 개선으로 인해 달러원 환율의 중력이 아래쪽으로 작용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반대로 펀더멘털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경상수지가 축소 또는 적자가 되어 외화 유동성이 악화되고, 외국인의 원화자산 이탈 압박으로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우리는 환율의 방향을 알기 위해 펀더멘털이 건강한 상태인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환율은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ㆍ중국ㆍ일본ㆍ유로존 등 교역관계에 있는 주요국들과의 지표 비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펀더멘털과 환율과의 괴리

    펀더멘털이 좋으면 무조건 해당 통화가 강세로 갈까? 그렇다면 환율 예측이 훨씬 수월해질 테지만 실상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펀더멘털이 가진 상대적이면서 예측적인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금은 항상 펀더멘털이 더 좋거나 또는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이동한다.


    만약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거나, 여러 경제지표 및 기타 여건으로 봤을 때 미국의 펀더멘털이 우리나라보다 향후 더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투자자들은 원화자산을 팔고 달러자산을 매입할 것이다. 우리 펀더멘털이 비교적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즉 달러원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주변국의 펀더멘털이 원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 펀더멘털이 견조하더라도 우리와 교역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될 기미를 보이면 향후 교역 감소로 이어져 펀더멘털이 악화될 거란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실제로 우리나라의 현재 펀더멘털이 양호한 수준이더라도 원화는 약세 압력(달러원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펀더멘털적인 측면 외에도 금융당국의 정책적 요소, 정치ㆍ사회적 요소, 지정학적 리스크, 역외 투지세력 등 환율을 균형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요인들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펀더멘털을 근간으로 환율의 방향을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결국 그 나라의 펀더멘털을 반영해 균형환율로 수렴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펀더멘털 동향을 함께 모니터링하면서 현재의 환율을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펀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국내 외환시장에 등장해 시장을 뒤흔드는 세력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 채권 운용기관인 ‘핌코’를 비롯해 미국 최대 뮤추얼펀드 운용사 ‘뱅가드’, ‘템플턴’ 등의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이다. 이들 펀드, 그리고 크고 작은 헤지펀드들까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자금의 흐름이 이따금씩 변동됨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는 한다.


    뮤추얼펀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투자자금을 모집한 후 운용사를 통해 주식ㆍ채권 등의 유가증권 중심으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고, 해당 지분만큼 수익을 배당하는 펀드를 말한다. 포트폴리오 운용 스타일이나 전략 등이 변경되면 투자자들에게 공시해 자금 흐름의 추적이 가능하다. 반면 헤지펀드는 소수의 기관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 등으로부터 비공개적으로 자금을 유치하며, 운용 스타일이나 투자 대상에 대한 제약이 없어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또한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운용하지 때문에 자금 추적이 어렵다.


    대형 뮤추얼펀드의 경우 전통적으로 주식ㆍ채권에 투자를 해왔는데 국가부도 등급과 수익률이 낮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의 선진국(low risk low return)과 국가부도 리스크와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한민국ㆍ중국ㆍ베트남ㆍ인도 등의 신흥국(high risk high return)을 혼합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펀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 속도에 따라 투자 비율을 조정하는데, 신흥국 내에서도 또 다시 국가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즉 글로벌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 속도에 따라 비율이 1차적으로 나뉘고 신흥국 중에서도 다시 비율을 배분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환율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②

    주식, 채권, 원자재의 가격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주가와 금리, 그리고 실물경제의 수요를 대변하는 원자재시장은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환율을 움직인다. 따라서 우리는 환율 동향과 전망을 확인하기 위해 자본시장과 원자재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주가지수와 환율과의 관계

    우리나라 기업이 기술이나 가격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수출 확대 및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간다면 우리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여기서 무역 흑자로 인한 달러 유입으로 달러원 환율은 먼저 하락 압력(원화 강세 압력)을 받게 된다. 실적 호조로 기업의 가치는 증가하고 원화의 가치 또한 올라간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야 하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은 또다시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이처럼 국가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어 주가지수가 오르게 되면 원화는 강세 압력을 받게 되고, 달러원 환율은 하락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달러원 환율과 주가지수는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채권 가격(금리)과 환율과의 관계

    한편 우리나라가 견조한 경제성장을 이어나간다면 주식뿐만 아니라 원화 채권에 대한 수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금리)이 높고 신흥국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면 당국은 버블을 방지하고자 금리 인상을 준비할 것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대되면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물론 금리 인상이 반드시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채금리(가격)와 달러원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상관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상관성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정리하면 우리나라 채권 가격(금리)과 환율의 상관성은 사실상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환율은 내외 금리차와 외국인의 시장해석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 따라서 환율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채권시장을 참고할 때는 시장금리 동향보다 외환시장에 실수급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인 채권 매매 동향을 참고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원자재의 가격과 환율과의 관계

    원자재의 가격은 실물경제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경제 회복과 더불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원자재 수요도 늘어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원자재는 수요 증가가 예측되면 투기세력이 가세해 가격 변동성을 키우기 때문에 신흥국 통화와 함께 위험자산으로 구분된다. 국제 비철금속 등의 원자재들은 미국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수요증가와 별개로 시장이 위험자산 선호심리 상태이거나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도 가격이 상승한다. 즉 달러원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할 때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다만 원유와 비철 등은 수요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생산국의 채굴량 변화 등의 공급 이슈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요 요인이나 달러화에만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 환경 변화에 따라 환율과의 상관관계가 깨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환율, 반드시 중국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

    “작년(2017년)에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5천억 달러를 잃었다, 이제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우려했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었다. 2018년 3월 초까지 달러 대비 사상 최고로 상세를 보이던 위안화는 미 정부의 조치에 가파르게 급락했고, 4개월여 만에 약 8% 절하(약세)되었다. 이 기간 주가는 약 18% 하락했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

    과거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를 거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기술 격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 등 기술선진국의 신기술 발전 속도는 더딘 반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2차 산업기술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렴한 임금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과거 우리나라가 1970~199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성장 속도가 둔화된 것처럼 중국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성장 둔화가 중국과 교역관계에 있는 여타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수입과 수출의 약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중국이 대외 의존 수출주도 성장에서 내수 중심 성장으로 정책을 옮겨가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중복되는 중공업ㆍIT 부문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국 경제 동향은 글로벌 펀드자금의 이머징마켓 배분 비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령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글로벌 펀드의 아시아 포트폴리오 비중을 축소시켜 외국인의 원화자산 이탈로 이어지고, 이는 곧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중국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나라와 교역의 동반자이자 경쟁자로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와 위안화 동향에 각별히 주목해야 할 때다.


    위안화와 달러원의 관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위안화 환율 고시를 통해 달러원 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는데, 일반적으로 위안화 약세 고시는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동반 약세를 유발하고, 강세 고시는 동반 강세를 유발한다.


    하지만 반드시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달러원 상승)’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가 높기는 하지만 위안화 고시를 압도할 만한 대외 이슈가 시장을 주도했을 때, 또는 대내 수급적 이슈가 부각되었을 때는 위안화와 원화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안화는 약세 고시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되어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재개되거나, 우리나라 경상흑자 확대나 외국인 원화자산 매입세가 지속된다면 위안화와는 다르게 원화가 강세로 갈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는 유의미할 만큼 높기 때문에 원화의 방향을 예측하는 데 위안화의 움직임은 놓쳐서는 안 될 고려 요인이다. 달러위안과 달러원 환율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비슷한 동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율의 향방을 읽어라

    모든 재료가 녹아 있는 차트

    만약 외환시장에 투기세력이 존재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외화의 수급과 경제ㆍ금융 변동 요인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컴퓨터에 의해 계산되어 적정 환율이 산출된다면 어떨까? 아마 환율의 급격한 변동과 쏠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외환의 모든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종 지금 당장 펀더멘털이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재료가 아닌데 기대심리를 자극해 먼저 환율을 움직이기도 하고, 환율에 영향을 줄 만한 재료라도 선반영되었다는 생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심리가 재료를 지배하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우리는 재료뿐만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시장심리를 함께 봐야 한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쉬우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고하는 자료가 바로 차트다. 차트는 시장의 모든 재료와 참가자들의 심리가 녹아 있는 요약정리본이기 때문이다.


    차트로 시작해 차트로 끝난다

    간혹 차트를 보지 않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환율을 전망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시장에서 여러 재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칠 때 이를 인지해 분석하고 향후 환율의 방향과 레벨을 예상한다. 문제는 이런 감각이 선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선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환율을 접하는 사람이나 경험이 짧은 사람의 경우 환율 변동 요인들과 반응폭이 머릿속에 함께 계산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차트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의 환율이 중장기 평균과 비교해 어느 레벨에 있는지, 그리고 과거에 비슷한 재료와 이벤트로 환율이 어느 레벨까지 올라갔는지를 차트로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예정된 이벤트와 이슈, 재료들이 현 상황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 가늠할 수 있다. 환율을 모니터링하거나 예측하기 위해서는 늘 차트와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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