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의 지각변동
 
지은이 : 박종훈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19년 07월




  • 경제 위기는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다. 벤 버냉키, JP모건 등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2020년에 대규모 경제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경제 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제 위기가 찾아오려고 하면 경제주체, 정부가 대책들을 내놓아 경제 상황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0년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2020 부의 지각변동


    2020 위기설, 이번엔 진짜일까?

    어디까지가 위기이며, 무엇이 진짜 위기인가

    불확실한 미래, 위험한 확신

    2000년대 초반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부채담보부증권이라는 투자 상품을 출시했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부채담보부증권은 그저 높은 이윤과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수많은 금융 신상품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새로운 금융상품이 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순식간에 금융회사들의 주력 상품이 됐다.


    금융회사들은 전례 없이 안전한 고수익 상품이라며 투자자들을 유혹했지만, 사실 이 부채담보부증권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금융회사들은 미국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이 위험한 상품을 안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집값이 폭락하자 이 상품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주택담보부증권의 대규모 부실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들을 경제 위기로 몰아넣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부채담보부증권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이처럼 시장의 아주 작은 변화가 경제 주체들 사이의 수많은 상호 작용을 거치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향력이 큰 경제 전문가들이 일제히 2020년을 특별히 지목해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면, 시장이나 정책당국은 실제로 어떻게 반응할까?


    우선 경제 주체들이 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자제할 것이다. 가게는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고 현금성 자산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가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더욱 앞당길 수도 있다.


    또한 반대로 경제 위기를 우려한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에 나서면서 일단 경제 위기의 위험에서 벗어나거나, 경제 위기가 도래하는 시기를 뒤로 미룰 수도 있다. 이처럼 경제 주체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미래가 끝없이 변해가기 때문에, 결코 현재 주어진 조건들을 가지고 판단한 경제 예측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아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내는 시장에서 정확한 시그널을 골라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시그널을 활용하기 위해 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조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무의미한 정보인 노이즈나 우리를 현혹하는 가짜 시그널에 속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진짜를 가려내야 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거대한 경제 흐름을 읽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한계는 ‘2020년 위기론’에서도 나타난다. 유수의 경제 전문가들과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2020년을 위기의 해로 지목했지만,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의 예측이라 해도 2020년 위기설을 확신해서는 안 된다. 물론 지금 세계 경제 상황이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거대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임계 상태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 위기설 자체가 새로운 상호작용을 일으켜 경제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도 있다.


    실제로 경제 위기론이 대중에게 확산되면 그 자체가 가계나 기업등 경제 주체들의 소비활동이나 투자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경우, 그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언론이 말하는 가짜 시그널에 속지 않는 법

    언론은 믿음이 아니라 냉철한 분석의 대상이다

    2003년 4월 4일 MBC는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 피살”이라는 커다란 자막과 함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한 행사장에 참석했다가 총 2발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숨진 것으로 판명됐다”며 구체적인 사망 원인까지 속보로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를 보고 SBS와 YTN, 인터넷 한겨례, 조선일보 인터넷뉴스 등 주요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빌 게이츠 피살’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이 소식이 나오자마자 코스피지수가 급락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 관계에 있던 한글과컴퓨터 주가는 9%가 치솟는 등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이윽고 이 보도는 어이없는 오보로 밝혀졌다. 미국의 한 네티즌이 만우절을 맞아 재미로 만든 가짜 CNN 사이트가 원인이었다. 이 네티즌이 장난삼아 만든 빌 게이츠 피살 뉴스에 속은 MBC가 속보를 내자 다른 언론사들은 이를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썼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매일경제》가 이미 3월 29일에 이 가짜 CNN사이트가 미국에서 재미있는 만우절 우스갯소리가 됐다고 보도했는데도 엿새나 지난 4월 4일에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무더기로 오보를 냈다는 점이다.


    MBC는 방송이 나간 지 10여분 쯤 뒤에야 오보라는 것을 깨닫고 사과했다. 뒤이어 다른 언론사들도 사과 방송을 하거나 사과문을 개재했다. 첫 보도를 낸 MBC가 “중대한 과실임은 분명하다”고 인정했지만 빌 게이츠 사망 소식을 듣고 패닉에 빠져 급히 주식을 투매했던 사람들의 손실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었다.


    언론의 오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오리건대학교 마이어 교수는 미국 언론 기사의 60%에 오류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므로 이미 언론에 나온 기사라 하더라도 상식에 반한다면 합리적 의심을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언론은 왜 이렇게 종종 잘못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매일 속보 경쟁을 하느라 완벽한 검증능력을 가질 수 없는데다가 철저히 검증해야 할 유인도 크지 않아서다. 더구나 빌 게이츠의 사망 같은 큰 뉴스가 아니라면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첫 오보를 쓴 언론사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당장 솔깃한 뉴스를 하나라도 더 보도하는 편이 정확한 뉴스보다 구독률을 올리는 데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언론사나 기자가 취재원이나 광고주와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기사에 대해서는 그러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 9.13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부동산시장은 ‘거래 절벽’이라고 부를 만큼 거래 자체가 중단됐다. 그런데도 신문사들이 그다음 달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제는 모두 아는 사실이 됐지만 9.13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은 실제 얼어붙었다. 그런데 왜 당시 기사들은 그렇게 나온 것일까? 그 비밀은 주택거래 신고제도에 있다. 당시 주택거래 신고제도에 따르면 집을 거래한 다음 60일 이내에만 등기를 하면 되기 때문에, 10월에 신고된 주택 거래 물량에는 8월이나 9월에 거래된 경우가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9.13 대책 이전에는 주택 거래가 폭등하고 있었기 때문에 10월에 신고된 주택 거래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10월에 거래된 물량을 확인하려면 적어도 11월 이후의 통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경제부 기자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심지어 <조선비즈> 기사는 이 같은 신고제도에 시차가 있다는 것을 자세히 소개해놓고도 10월 거래량이 늘었다며 “쓸데없는 거래 절벽 우려...서울 아파트 실거래 오히려 늘어”라는 제목을 달았다.


    더 큰 문제는 신문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것처럼 직함이 다양하지만, 사실 부동산 개발을 하거나 금융회사에서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전문가들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세 번째 문제는 언론사가 같은 사안을 갖고도 그 시기나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2004년과 2005년 소주 판매량 관련 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4년 소주 판매량이 줄어들자 <동아일보>는 “불황 장기화... 서민 술 소주도 안 팔린다”라는 기사를, 또 <조선일보>는 “소주도 돈 없어 못 마셔...내수불황 끝 안 보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불황으로 가계소득이 줄어들면 소주를 많이 못 마실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어 제법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2005년에 소주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같은 언론사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동아일보>는 “불황 시름 소주, 담배로 달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또 <조선일보>는 “(불황 때문에) 홧김에 술.담배 더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결국 소주 판매량이 줄어든 것도 불황 탓, 소주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불황 탓이라는 거다.


    실제 경제 상황은 어땠을까? 사실 불황이 찾아온 것은 2004년이 아니라 신용카드 대란이 일어났던 2003년이었다. 소주 기사가 처음 나왔던 2004년에는 경기가 급속히 회복세를 타면서 성장률이 4.6%까지 회복되어 굳이 분류하자면 호황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불황으로 돈이 없어서 소주를 못 마셨다거나 홧김에 소주를 더 마셨다는 것은 당시 경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 언론은 경제기사조차도 보도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사실을 끼워 맞추는 일이 허다하다. 따라서 언론에 나오는 관점과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가는 상황을 오판하여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소중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자신을 지키고 싶다면 언론이 전달하는 객관적 지표와 그들이 덧붙이는 해석을 분리하여 철저히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의심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문제와 같은 복잡한 문제는 가짜 뉴스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우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7가지 시그널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금리 시그널: 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순간을 주목하라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미국 연준은 1994년, 1999년, 2004년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경제가 불안해졌다. 과거에는 대체로 달러 외채가 많은 신흥국이 위기의 진원지가 됐지만,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조차 금리 인상의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1994년 미국은 물가를 잡겠다며 당시 연리 3%였던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갔던 자금이 금리가 높아진 미국으로 다시 되돌아오면서 당장 멕시코의 외환위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지 2년 만에 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외환위기가 일어나 우리나라까지 큰 고통을 받았다.


    1999년에도 미국이 물가를 잡겠다고 연리 4.75%에서 1년 만에 6.5%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고작 1.75% 올렸을 뿐인데, 이 금리 인상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IT기업의 주가가 모두 폭락한 ‘밀레니엄 버블 붕괴’의 도화선이 됐다. 그 결과 1999년 11,500대를 돌파했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년 만에 35%나 폭락하여 7,400대까지 추락했다. 나스닥지수는 4,300대에서 1,100대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세 번째 금리 인상기는 2004년이었다. 집값이 유례없이 폭등하는 등 자산시장에 과열 현상이 일어나자, 연준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무려 17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 끝에 2004년 초 연리 1.0%였던 기준금리가 2006년 7월에는 연리 5.25%까지 뛰어올랐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난 뒤 정확히 1년이 지난 2007년부터 미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이 조금 하락했을 뿐인데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가계가 급증하면서 급기야 대규모 금융 부실 사태로 번졌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장이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신흥국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세 번의 금리 인상기마다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자산 가격 버블이 붕괴되거나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파국을 맞았다. 과연 2015년부터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상기에는 과거와 달리 위기를 피해 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부채 시그널: 규모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

    빚더미로 만든 가짜 호황에 속지 마라

    우리는 흔히 현재 빚이 얼마나 많은가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특히 국가 간의 부채 비율을 비교하며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가 더 위험하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실제로는 부채의 절대치보다 최근 빚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했느냐가 더 중요한 시그널이다.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대표인 루치르 샤르마와 그의 팀은 1960년부터 150개 나라의 민간부채 비율의 변화와 경제 위기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경제 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하나같이 위기 직전 5년 동안 민간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급등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루치르 샤르마 팀이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을 조사한 결과, 5년 동안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최소 40%포인트 이상 높아진 30개 나라 가운데 18개 나라가 5년 안에 금융위기로 고통을 받았다. 특히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2008년 이 기준을 돌파하자마자 국가 부도 위기를 겪었다. 일단 부채위기가 시작되면 5년 동안 GDP 성장률이 절반 이상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IMF도 부채의 증가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IMF는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5년 안에 30%포인트 이상 빠르게 증가한 43개 나라 가운데 38개 나라가 금융위기나 성장 둔화를 겪었다고 밝혔다. 또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연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그 나라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0.4%씩 높아진다고 추정했다. 결국 과거 5년 동안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30~40%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은 위기를 예고하는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환율 시그널: 돈의 흐름을 한 발 먼저 읽는 기술

    우리는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실제로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다. 일단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 워낙 속도가 빨라 제대로 대응할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환율 급변이 시작되기 전에 한발 먼저 환율의 시그널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경제의 기초체력에 걸맞지 않게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가가 환율을 통제하려고 무리한 시도를 하다가 통화 가치가 급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중국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대체로 환율은 그 나라의 외환 정책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제 미국의 연준이 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세계 자본시장의 국경이 허물어지면서 연준의 경제 정책이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과 저개발 국가의 금융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외 투자를 할 때는 그 나라의 통화 가치를 내다보는 힘이 중요하다.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자 할 때도 환율의 변화를 전망하는 힘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환율은 전문가들조차 내다보기 힘든 분야여서 일반인들이 환율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지금 통화 가치가 고평가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해외 투자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환율 관련 리포트를 내놓고 있어서 이를 눈여겨보면 도움이 된다.


    쏠림 시그널: 한국 사회, 지나치게 쏠리면 반드시 터진다

    한국 경제의 위험을 알리는 시그널, ‘쏠림’

    한국 경제의 심각한 증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쏠림’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투자 수익이 전반적으로 낮아져서 경제가 한 곳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역동성이 사라진 것이라면 ‘쏠림’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인 셈이다.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분야가 수출이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2011년 이후 급격히 약화되어 특히 2015년에는 수출이 8%, 2016년에는 6% 급감했다. 수출에만 매달렸던 우리 경제에서 수출마저 둔화된 것은 총체적 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중국에만 매달렸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수출의 26%를 대중국 수출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새로운 시장 개척 대신 중국으로의 쏠림을 택한 대가로 중국 경제가 조금만 흔들려도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정도로 연관성이 커졌다.


    또 다른 수출의 문제는 반도체 쏠림이다. 반도체산업이 세계 최고라는 점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은 철강이나 조선, 자동차 등 다른 주력 산업과 달리 아무리 수출이 잘되어도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반도체산업의 경우 최종 산출액 10억 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 효과를 나타내는 취업 계수는 1.4명에 그친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 평균인 6.6명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해외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국내에 남기는 부가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경제 전반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또 다른 쏠림은 자영업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중 25.4%나 된다. 4명 중에 1명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셈이다. 이 같은 자영업 비중은 그리스나 터키, 멕시코, 칠레에 이어 5위에 이르는 수치다. 관광대국인 그리스나 터키의 경우 자영업 비율이 높은 게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나라에서 이 정도로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영업자 비중은 일그러진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를 가중시켰고 대기업 임금이 중소기업의 1.7배나 될 정도로 노동시장을 양분했다. 이 때문에 한 번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예전처럼 ‘괜찮은 직장’으로 재취업이 어려워 자영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 증상은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가구 순자산의 80~90%를 부동산에 올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부동산 광풍이 또다시 일어났다. 이렇게 부동산 쏠림이 강해진 이유는 우리 경제에서 역동성이 사라져 더 이상 투자를 해도 부동산 말고는 돈 벌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성장을 동반하지 않은 부동산 가격 폭등은 마치 촛불이 꺼지기 직전에 잠깐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소득 증가와 경제 성장을 동반하지 않은 과도한 부동산 가격 급등은 ‘쏠림’ 현상의 시그널로 보고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부의 지각변동에서 승자가 되는 법

    피할 수 없는 미래, 향후 3가지 시나리오

    2020년 이후 세계 경제는 거대한 변화의 변곡점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가 처한 상황을 기반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워 두고 향후 2~3년 동안 경제의 다양한 시그널을 관찰하면서 세계와 우리 경제가 어떤 시나리오를 향해 나아갈지를 점검해보자. 앞으로 세계와 대한민국 경제가 겪게 될 미래는 다음 3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지금의 미국 호황이 상당 기간 계속되는 시나리오다. 2018년 가을에 수많은 경제 석학들과 저명한 투자자들의 ‘2020년 미국 경제 위기설’이 쏟아져 나오자 2019년 미국 연준은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의지를 천명했다.


    만일 이 같은 경기 부양책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2018년에 제기된 ‘2020년 위기설’이 오히려 미국의 호황을 더욱 연장하는 나비 효과를 일으킨 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호황은 끝나가고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 경제가 흘러가려면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모두 건재해야 하는데 미국은 몰라도 단 한 번의 위기 없이 지난 40년 동안 거품을 부풀려온 중국 경제가 2020년대에도 아무런 조정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리라 예상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서 위기가 시작될 경우 중국에 의존해 성장해온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2020년을 전후해 세계 주요 국가의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극단적인 부의 쏠림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부풀린 버블로 10년을 버텼지만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에는 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미국과 세계 주요 국가의 금융당국이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 위기를 반복하는 것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현명하게 대처한다 해도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파국만 막을 수 있을 뿐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와 일본식 장기불황까지 피해 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가장 섬뜩한 시나리오다. 지금처럼 세계 각국의 빚이 한없이 불어난 상황에서는 신흥국이나 선진국 가릴 것 없이 그 어떤 나라라도 위기의 진원지ㅏ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미국의 경기 둔화가 중국의 경제 위기나 유로존의 경기 침체와 겹칠 경우 세계 경제를 초유의 위기로 몰아넣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 2개의 태풍이 만나면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처럼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위기가 일어나면 그 여파를 가늠하기 힘들어 대응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다. 그런데 아직 3차 산업혁명이 끝났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시점에 벌써부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섣부른 예측이다. 1차 산업혁명 당시 1700년대를 살았던 영국인들이 산업혁명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처럼 현재 시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언제 새로운 경제 도약의 기폭제가 될지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혁신적 기술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연히 탄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기 때문에 혁신의 등장과 발전 과정을 미리 예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산업혁명은 한두 개의 기술개발로 촉발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기술이 서로 끝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이끌어주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인공지능이나 3D프린터 같은 몇몇 기술이 등장했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4차 산업혁명을 과도하게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상술이나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언젠가 반드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과신하고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 곧바로 시작되든 아니든, 적어도 과거의 파동이 끝나가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변화의 시기는 언제나 그렇듯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대역전이 벌어진다. 이제 격변에 대응할 준비가 갖춰진 경제 주체만이 차세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도약에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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