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
 
지은이 : 최윤식 외
출판사 : 지식노마드
출판일 : 2019년 02월




  • 이 책에서는 앞으로 5년 한국의 상황에 영향을 미칠 대외적 요인과 대내적 요인, 그리고 부동산 시장을 덮칠 큰 변화와 그 속에서 대안적 투자 기회를 잡는 법까지 세밀하게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핵심을 설명하고, 중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그림으로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서 독자들이 미래를 통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외부환경, 신흥국과 아시아의 부채 위기

    한국, ‘잃어버린 20년’ 피하기 어렵다

    먼저 글로벌 시장 경쟁력부터 살펴보자. 한국의 주력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미래 기술에서 일본과 독일, 미국의 반격에 압박을 당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잃는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기술 경쟁력이 아니라 시장 경쟁력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가격 경쟁이나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밀리거나 타격을 받으면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된다. 지금 한국의 주력 산업이 이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상실이 지속되는 미래에 금융위기의 발발 여부를 대입해서 한국의 미래를 예측해보자. 이 경우 4가지 시나리오 매트릭스에서 좌측의 두 가지 가능성만 남는다. 만약 금융위기가 발발하면 그로 인해 한국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하나는 부동산 가격 정상화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업 공동화이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만약 한국에 금융위기가 발발할 경우 1997년의 IMF 외환위기와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1997년의 위기는 상업 영역에 쌓인 막대한 부실채권이 위기의 진원지였다. 그래서 중산층이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대우그룹이 망하는 등 기업 부문의 위기가 컸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가계 영역의 막대한 부실채권이 위기의 진원지이다. 앞으로 위기가 발발하면 대기업들도 부실 계열사를 추가 구조조정하고,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협력사들 중에서 부채 부담이 큰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상당수의 좀비기업도 정리될 것이다.


    그러나 진원지가 가계 영역이기 때문에 1997년보다 체감 경기가 더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 서민층은 물론이고 자영업자와 중산층까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소비시장의 충격과 하락이 1997년보다 더 클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한보 등의 기업이 파산하기 시작하는 위기 진입 시작 구간부터, 중심 구간(본격적 부실 채권 구조조정 기간), 위기 마무리 구간(실물경기 충격이 최고에 달하는 기간)을 지나, 마지막 단계인 위기 수습 기간까지 약 4~5년이 걸렸다. 하지만 곧 겪게 될 위기는 그 기간도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위기는 진원지가 가계 영역이기에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금융위기 후 장기 저성장’을 한국의 기본 미래로 하는 예측 시나리오(브렉시트 등으로 진행 시간이 약 1년 정도 늦춰졌다)를 발표했다. 수천 페이지의 예측 시나리오를 여러 번 검토해 보아도 가장 가능성이 큰 기본 미래의 방향은 ‘잃어버린 20년’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선제적 대비를 통해 위기를 예방하거나 위기를 맞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은 모두 흘러갔다. 2019년부터는 한국의 금융위기라는 다가오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위기에 대한 대응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내부, 고장 난 성장 시스템의 위기

    위기를 알리는 이상 신호

    한국경제 내부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서서히 문제가 움트기 시작했지만, 2017년까지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표면적인 모습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2018년부터는 이상 징후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8년 국내 상장사 1,377곳(금융·분할합병 회사 등 제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3% 늘었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최고의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나머지 기업의 영업이익은 10.5% 감소했다(유가증권시장으로만 한정하면 11.4% 감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0곳 가운데 6곳이 2017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18년 고용시장에서도 신규취업자의 62%가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투입에 의존한 취업자이다. 2018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9월까지 월평균 10만 382명의 신규 취업자 가운데 공공부분 일자리가 6만 2,501명을 차지했다. 2018년 GDP 성장률 예상치 2.5%에서 정부 기여도는 0.8% 이상(전체 성장분의 3분의 1)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19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2.3%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 공장 가동률도 72.8%를 기록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의 경우는 공장 가동률이 60%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한국경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점점 더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고 있으며, 미래 전망조차 낮아지고 있다.


    예견된 위기

    이번 정부 하에서 금융위기가 발발하면 10~15년 동안 서서히 부동산 가격 정상화와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되고, 그 결과 장기 저성장 상태인 ‘잃어버린 20년’의 미래로 간다. 이번 정부 하에서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막대한 가계 부채와 심각한 일자리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내수 소비 약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상실도 현실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 공동화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마저 겹치면 장기 저성장에 빠지고 부의 불균등 분배가 심화하는 미래로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어느 경우이든 정부, 기업, 개인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를 점검해 보고 대응해야 한다.


    금융위기는 그 자체도 두려운 미래이지만 장기 저성장으로 가는 과정의 입구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다. 한국이 더 긴장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가장 두려운 미래는 장기 저성장이다.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 혹은 ‘잃어버린 20년’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장기 저성장이라는 미래가 알면서도 피하기 힘든 ‘예견된 위기’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예견된 위기, 그 원인(2) 패러다임 전환

    장기 저성장, 즉 ‘잃어버린 20년’의 가능성을 한국의 예견된 위기(피하기 힘든 위기)로 만드는 두 번째 원인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판이 변하고 있다. 한국은 추격 국가에서 추격을 당하는 국가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견제를 받는 나라로 바뀌고 있다. 아래로는 주력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에 쫓기고 위로는 미래 산업 영역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견제가 강화되는, 일명 넛크래커 현상에 빠져들고 있다.


    시장 점유율 35~40%로 확고한 세계 1위를 지켰던 한국의 조선산업은 2010년 상반기에 선박수주량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며 밀리기 시작했다. 한국의 조선산업이 중국에게 추월당한 시점은 조선산업 관계자들 생각보다 5년 더 빨랐다. 최근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중국의 조선산업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고, 한국 정부가 무너지는 조선산업을 떠받치기 위해 정부 발주량을 늘린 일시적 결과일 뿐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도 밀리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의 충격 때문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사드 보복 이후 중국 내 한국 자동차의 판매량은 크게 줄었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중국 내 한국 자동차의 브랜드 가치가 오르지 않고 있다. 중국인의 소득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 자동차보다는 일본이나 유럽의 고급차로 관심이 빠르게 전환되는 이른바 ‘한국 자동차 패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 초기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 베이징 등에서 택시 위주로 판매한 전략도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가 필요한 시점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시장점유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9년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은 엄밀히 분석하면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와 도요타 리콜 사태에 따른 반짝 효과였다. 이마저도 트럼프의 무역 공격으로 다시 하락 중이다. 이런 모든 영향이 반영되어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4분의 1로 줄었다. 급기야 20년 만에 글로벌 신용등급마저 하락해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맞을 더 큰 위기와 도전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미래형 자동차인 하이브리드자동차나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은 한국 회사들의 전망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기술력이나 브랜드 평판을 구축하기는커녕 대응 속도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다.


    휘발유 자동차 영역은 중국과 인도가 잠식해 들어오고 있고 미래형 자동차에서는 일본, 유럽, 미국이 앞서 가고 있다. 이미 중국 상하이 자동차 그룹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는 약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의 전기차 기술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앞으로 미국은 하이브리드자동차를 생략하고 전기자동차로 바로 가는 전략으로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붙이려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자동차도 곧 시장에 등장할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1차 타결 후, 다음 타깃은 한국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남은 2년 동안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는 모습을 요란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2020년 재선을 위한 전리품이 필요하다. 둘째, 트럼프의 사업가 기질에 비추어 볼 때 먼 미래에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큰 이득보다는 당장 현실적으로 손에 잡히는 구체적 이익을 확보하며 갈 것이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 중국은 대미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냈고, 트럼프는 이것을 명분으로 삼았다. 일본과 한국 모두 대미 흑자국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는 중국과 1차 무역 협상을 타결한 후에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다음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미국 경제의 호황을 유지하는 데 무기 판매를 중요한 방편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무기 판매에서 한국과 일본은 중요한 시장이다. 그리고 2018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에게 불만을 표했던 러스트벨트의 지지층을 달랠 주요 카드인 자동차와 철강 역시 두 나라와 연관이 깊다.


    일본은 무역과 군사 영역에서 모두 트럼프의 요구를 기꺼이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대신 아베는 일본 우익의 숙원인 군국주의 행보를 한발 더 양보받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대북 핵 협상에서 미국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무역과 군사 영역에서 트럼프의 강압적이고 이기적인 요구를 거의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불가피하게 미국의 요구사항을 내주더라도 일본처럼 무언가를 얻어내야 한다. 과연 한국은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예견된 위기, 그 원인(4) 글로벌 정세의 변화

    장기 저성장, 즉 ‘잃어버린 20년’의 가능성을 한국의 예견된 위기로 만드는 네 번째 원인은 지금부터 2022년까지의 글로벌 정세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미래 흐름은 세 가지다.


    일본과 EU의 긴축 흐름 동참

    유럽이 회복 전략으로 사용할 보호무역주의 경향

    서서히 하방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


    이 세 가지 흐름은 직접적으로는 신흥국들의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고, 간접적으로는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다. 일본의 경제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확장 추세다.


    독일은 계속해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골칫덩어리 국가였던 이탈리아, 스페인은 적자폭이 줄고 있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을 떠받치고 있는 프랑스 정부의 재정적자 비율도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유로존은 지금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 및 중지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그 다음의 행보는 기준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다.(참고로 유로존은 트럼프의 미국과는 다르게 은근한 보호무역주의 태도를 보일 것이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 상황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신흥국들의 위기와 맞물리면서 당분간 글로벌 경기는 하강 추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는 추세라고 해서 2008년처럼 급격한 붕괴나 대침체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더라도 일본과 유럽이 자신들의 행보를 바꿀 가능성은 적다. 지난 2~3년 동안 미국의 행보에서 경험한 것처럼, 이들 국가 역시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신흥국이나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보다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와 국제 물가가 서서히 하강하는 것은 경제가 회복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미국, 독일, 일본 등에게 나쁜 상황이 아니다. 수출 물량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수입 물가가 안정되어 자국 내에서 추가적 투자를 일으킬 수 있으며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한 충격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는 신흥국들과 가계 및 기업의 부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다.



    앞으로 20년, 한국의 미래

    금융위기 이후에 일어날 일들

    고장 난 성장 시스템

    이제 금융위기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앞으로 5~10년 내에 정치, 경제, 산업, 사회 등 국가의 모든 영역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수준의 개혁이 없으면(통일 전까지) 20~30년 동안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나 비중이 계속 줄 것이다.


    한국은 1996년에 OECD에 가입하고 2006년에 1인당 GDP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10년 이상 2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가상승률이나 화폐가치의 하락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현실에 가까울 것이다.

    현실적인 미래 상황을 반영하여 한국경제의 미래를 예측해본 결과, 2050년에 1인당 GDP는 약 4만 4천 달러로 추정된다.(2020년의 1인당 GDP는 2만 3천 달러로 다시 하락, 2030년은 2만 6천 달러, 2040년은 3만 3천 달러) 글로벌 금융위기로 말미암은 경제성장률의 하락, 부동산 버블 붕괴와 넛크래커 현상이 빚은 경제 침체 및 위기 등을 반영하여 2023년까지는 2~3%의 저성장 때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가정했다. 2030년 이후에는 현재 선진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인 2%대를 30년간 지속한다고 가정했다. (물론, 30년간 2%대의 성장을 지속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에 따른 인구 감소 추세도 반영했다. 그리고 2023년까지 ‘단 한 번’의 내부적인 금융위기만을 경험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 예측은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때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짜릿한 성장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위기감을 떨어뜨려서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하는 착각이다.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과 잃어버린 20년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 위험한 생각이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2013년에 이미 한국경제는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정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잘 버텼던 소수의 대기업조차도 정체되기 시작했다. 한두 개의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실질소득이나 생활의 질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체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미래에 대해 냉소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지고, 대규모의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좀비기업의 절반 이상이 파산한다

    금융위기가 한국을 강타하고, 앞으로 20년 동안 한국의 주력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에 고전하면서 세계 시장의 절반을 잃는 과정에서 좀비기업의 절반 이상이 파산할 것이다. 앨릭스파트너스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좀비기업 비율은 2014년 4분기(10~12월) 11%에서 2016년 2분기 (4~6월)에 15%로 상승했다. 참고로, 2016년 기준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좀비기업 비율은 7%이고, 미국의 좀비기업 비율은 5%, 일본은 2%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한국에서 좀비기업 비율이 15%나 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한 국가에서 저금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기가 지나거나 오랫동안 부채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던 기업이 어느 순간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매출과 순이익이 줄어드는 단계에 이르면 좀비기업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막대한 유동성과 저금리를 기반으로 좀 비기업의 규모가 증가했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지연된 덕택에 생존 기간을 늘려왔다. 2008년에 미국, 2010년에 유럽에서 발발한 금융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확장되자, 한국은 기업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들에까지 일괄적으로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좀비기업이 전체 기업의 14.8%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이런 기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돼야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실업사태와 기업파산이 몰고올 금융권 부실과 내수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자금을 계속 수혈하며 생명을 연장시켜 왔다. 하지만 좀비기업이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금을 축내며 연명하는 동안 정작 도움이 필요한 잠재력 있는 기업에게 지원되어야 할 자금이 그만큼 줄게 되므로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져서 좀비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식으로 연명을 시켜도 소생하기는 힘들다. 정부의 자금 지원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저금리라는 두 개의 산소호흡기가 제거되면 좀비기업은 곧바로 사망에 이른다.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다. 한국에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금리가 지속되면 미국, 유럽, 일본처럼 대부분의 좀비기업이 파산에 이를 것이다. 즉 한국의 좀비기업은 앞으로 15~20년 동안 80~90%가 파산하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의 대한민국 20년

    중산층 붕괴의 심화

    앞으로 20년 동안 계속 진행될 또 다른 위험은 내수소비의 허리인 중산층의 붕괴가 점점 심해지는 것이다. 수출 기업의 경쟁력 하락은 일자리 문제를 악화시키고, 이는 다시 중산층 비중의 감소로 이어진다. 중산층 비중이 줄면 국가 전체 GDP가 증가하더라도 내수 소비는 준다. 소비능력이 약화하면 서비스 산업과 제조업의 내수 판매가 부진에 빠지게 되어 소득효과는 더욱 줄고 자산효과(투자에 의한 자산 증식)에 더 집착하게 된다. 결국 내수 기업과 서비스업에서 과도한 출혈경쟁이 오래 지속되며, 그럴수록 부의 불균등 분배는 더 심각해진다.


    앞의 도표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체로 400만원 미만 계층의 중산층이 해체되고 있는데 반해, 400만원 이상 소비지출 계층의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바로 빈부격차의 심화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한국 가계의 빈부격차는 11년 만에 최악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는 5.52배로 2014년의 4.73배보다 높아졌다. 부의 불균등 분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 종류별 증감을 살펴보면, 근로소득이 -22.6%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사업 소득도 2018년 전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에 세금, 이자, 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은 23% 증가했다. 실질소비 여력이 임금감소 비율보다 더 줄어든 이유다.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서 40~50대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평균 실업자 수는 110만 명을 넘었고, 이 중에서 장기 실업자는 15만 3천 명에 이른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51만 6천 명이다. 이들 역시 계속 증가 중이다. 덩달아 2018년 실업급여 지급액은 5조원을 훌쩍 넘어서 전년 대비 23%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은 곧바로 경제 지표상으로도 소비 지출의 위축과 감소로 나타났다.


    사실 지금의 한국 내수시장은 고용 위기, 은퇴 위기, 자산 위기(부동산, 주식가치 하락)에 몰린 중산층들이 장렬하게 전사하며 내놓는 돈으로 움직이는 형편이다. 많은 사람이 직관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이 있다. 수명은 늘어났는데 중산층으로서 자신의 노후가 어떻게 추락할지 모르는 시대, 중산층의 자녀가 중산층으로 재생산되기 힘든 시대로 가고 있다는 두려움 말이다.


    인구구조, 3대 변화의 충격

    3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부작용의 심화도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가 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평균수명 연장이라는 3대 인구구조의 변화는 앞으로 10~20년 동안 지속되고 심화될 사안이다. 2018년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95를 기록하며 1.0의 마지노선마저 깨졌다. 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내수시장이 침체하는 등 ‘저출산의 저주’를 우리보다 앞서서 겪은 일본의 2008년 출산율도 1.34명이다. 일본은 저출산 여파로 소매업, 교육업, 출판업, 물류업, 소규모 서비스업, 자영업 등이 줄줄이 매출 하락의 폭탄을 맞았다. 한국도 2010년에 6~21세의 학령인구가 990만 명으로 1천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2020년에는 743만 명으로 추가 하락하고, 2050년이면 2010년 대비 절반 이하인 460만 명으로 줄어든다.


    한국 사회의 한쪽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는 추세를 견고히 뒷받침해주는 새로운 기술과 사회 시스템의 등장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생명 연장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환경을 개선하고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해주는 장기적 유익이 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새로운 기회 창출이나 장기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사회적 위험의 가능성 또한 갖고 있다. 특히 세대, 지역, 산업 간의 일자리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일자리 갈등에 외국인 노동자와 탈북민까지 가세하여 사회적 갈등을 심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한국의 총인구 감소는 2030~2035년 사이에 시작될 듯하다. 일부에서는 인구 감소가 국가 GDP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인구 감소가 가져올 미래 위기를 애써 부정하려고 한다. 물론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구 감소라는 단 하나의 변수만 움직인다면 맞는 말이다. GDP 성장에 직접 연관된 변수는 국가 전체의 생산성과 한국 기업이 내수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가지는 판매 경쟁력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근로자 1인이 시간당 생산하는 제품 수가 증가하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판매가 늘어 GDP 증가와 임금 상승이 가능해진다. 임금이 상승하면 내수시장과 자산시장이 그만큼 안정적으로 성장한다.


    생산성은 제도와 기술이 좌우한다. 한국은 기술력으로 성장해온 나라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제도와 글로벌 판매 경쟁력이다. 규제가 많을수록 생산성 향상 속도가 낮아진다. 생산성 향상 속도가 느려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제품 판매가 줄 경우, 그 감소분을 국내시장에서 보충해야 한다. 이때 저출산 고령화가 영향을 준다. 인구 감소나 인구 구조 변화가 GDP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글로벌 경쟁력의 하락과 겹쳐서 발생할 경우에는 경제 충격을 증가시키는 시너지 변수로 돌변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프리터의 증가는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준다. 미혼과 만혼의 일상화, 저출산, 저수입으로 인해 세금은 줄고 사회복지 비용은 크게 는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산업경쟁력을 악화시켜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도 준다. 주택시장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부동산 관련 세수도 준다.


    한국은 특히 앞으로 더욱더 많은 복지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핀란드는 교육 지출의 거의 전부를 공공비용에서 충당하지만, 우리나라는 20%에 불과하다. 공공 의료 지출도 핀란드는 GDP 대비 6%를 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3.5%이다. 공공 사회복지 지출도 핀란드는 25%를 넘지만 우리나라는 핀란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앞으로 한국은 곳곳에서 복지비용이 증가할 요인이 생길 것이다. 미래 어느 시점에 정부가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젊은이들의 세금 부담을 빠르게 늘리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개인의 세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노동 기피 현상이 생기고, 높은 세금을 보전하기 위한 세전 임금 인상 요구가 커질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임금 비용이 상승해서 기업 경쟁력은 떨어진다.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하락하면 (지금 정부가 아무리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를 해도) 연금수령 시작일을 늦출 수밖에 없고, 받는 액수도 현저히 줄 수밖에 없다. 이미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연금수령액을 낮추고 연금수령 시작 시기도 몇 년씩 늦추는 법안을 속속 통과시키고 있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엄청난 보유액을 자랑하지만 2030년만 되어도 연금수령액이 연 110조 5,579억 원이 넘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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