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2
 
지은이 : 김난도 외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일 : 2021년 10월




  • 극도로 세분화되고 파편화된 ‘나노사회.’가족과 공동체가 파편화된 세상에서 오롯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돈을 좇고(머니러시) 부를 과시하는 ‘득템’에 올인한다. 누구는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며 시골스러움에서 위안을 얻고, 바른생활 루틴이로 살면서 소소한 자신감과 미세 행복을 찾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2

    2021 대한민국

    반전의 서막

    모든 것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없지만, 코로나19 이후를 예감하게 하는 경제/사회/환경 영역의 분위기 변화가 조심스럽게 감지된다. 이를 반전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을까?


    2021년 대한민국을 뒤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코로나19다. 2020년 벽두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집어버렸다. 2021년에도 팬데믹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사뭇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와의 공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소비자들의 코로나19 관련 감정어에서 ‘기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고 ‘싫음’, ‘슬픔’은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물론 모든 것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코로나19 이후를 예감하게 하는 경제·사회·환경 영역의 분위기 변화가 조심스럽게 감지된다. 이를 반전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트렌드 코리아> 선정 2021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① 백신: 코로나 19로 인해 ‘백신’에 대한 관심과 대중의 지식이 급격히 증가. 예방접종 관련 적극적 탐색과 의약품, 제약회사, 의료기관에 대한 능동적 관여로 연결.

    ② 중고거래 플랫폼: 구매 환경의 온라인 전환과 언택트 환경에 기인. 현실 세계에서 제약된 체험을 누리고 지역 생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추세의 지속.

    ③ 전기자동차: 전체 자동차 판매는 감소했으나 다양한 신차가 출시된 전기차는 판매량이 증가. 친환경으로의 소비자 인식 성장, 규제 완화, 경제적 유인 등 전기차 구매로의 전환 가속화.

    ④ 공모주 청약: 개인투자자와 투자금이 증가하면서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 증가. 저금리와 마땅한 투자처의 부재, 작지만 확실한 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

    ⑤ K-푸드: 놀이 겸 콘텐츠로서의 매운맛 챌린지, 간편조리식품. 전 세계인의 먹거리 문화 콘텐츠로의 성장 가능성.

    ⑥ 역주행 콘텐츠: 문화 콘텐츠 분야의 핵심 키워드. 인기 상품의 결정권을 소비자가 쥐게 된 상징적 흐름. 콘텐츠의 본질은 과거 그대로지만 소비 방식은 현재에 맞춰짐.

    ⑦ 디자인 가전: 가전의 우선 선택 기준을 디자인이 차지. 집 안 정주 시간의 증대와 기술의 상황평준화. 보기 좋은 디자인 제품 선택이라는 차별화.

    ⑧ 수제맥주: 독립성과 다양성을 특징으로 함. 편의점 중심의 ‘홈술’ 문화 중심. 규제 합리화와 대기업 진출 등 선택권 확대.

    ⑨ 여행·숙박 앱: 국내여행 수요의 증가와 모바일을 이용한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한 세대가 동인. 여가의 즉흥성과 개인화가 기반.

    ⑩ 이색 농산물: 신품종의 제철형 농산물. 달고 강한 맛 선호 풍조. 1~2인 가구 증가, 농산물의 인터넷 쇼핑 활성화가 원인.



    2022 트렌드

    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 나노사회

    동네 가게 주인이 나를 알아보는 것이 부담스럽고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이 불편한 현대인들에게 ‘사회’란 더 이상 국어사전상의 뜻처럼 “무리를 짓거나 공동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기본단위”가 아니다. 이제 현대인의 터전은 공동체가 개인으로 조각조각 부스러져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파편화된 새로운 사회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한국 사회가 극도로 미세한 단위로 분화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현상을 ‘나노사회(Nano Society)’라고 명명한다. 사회가 공동체적 유대를 유지하지 못하고 유기체의 기본단위인 분자 혹은 원자, 즉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쪼개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최근 트렌드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일정 기간 유지되는 다수의 동조”라고 정의할 수 있는 트렌드가 최근 근본적인 양상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동조자의 범위가 크게 줄어들고 그 유지 기간도 짧아졌다. 이제 트렌드는 모두가 함께 공동으로 느끼는 커다란 흐름이 아니라, 작은 지류들과 같이 소수의 단위에서 갈라지고 모였다가 다시 퍼지고 있다. 자신이 소속된 준거집단 위주로 형성되던 전통적 ‘우리 의식’이 취향 위주로 재편되는 나노사회에서 트렌드가 세밀하고 다양하게 빨라지는 것이다.


    개인화의 원인으로 흔히 스마트폰과 코로나19 사태를 지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나노사회하의 흐름은 오랜 기간 계속돼온 흐름이자 하나의 ‘메가트렌드’다. 최근 보이는 많은 트렌드 변화의 기저에 바로 나노사회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시대, 한국 사회의 파편화 현상은 위기일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Incoming! Money Rush 머니러시

    19세기 미국 서부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대륙을 건너서까지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금이 나온다는 이 새로운 엘도라도를 향해 서쪽으로 향했던 이 폭발적 현상을 ‘골드러시(Gold Rush)’라고 부른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더 많은 수입을 찾아 고군분투하며 몰려드는 모습을 골드러시에 빗대 ‘머니러시(Money Rush)’라고 부르고자 한다. 머니러시는 투잡과 투자를 통해 수입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다변화‧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칭한다.


    두 직업을 병행한다는 의미의 투잡이, 요즘엔 3~4개의 직업까지 소화한다는 의미에서 ‘N잡’이라는 용어로 진화했으며, 이렇게 N잡을 뛰는 사람을 ‘N잡러’라고 부른다. 머니러시 트렌드 속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마련하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투잡‧쓰리잡을 넘어 N잡러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넓히는 데 왜 이렇게 열심인 것일까? 사실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다. 돈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돈이 더 필요한가? 이 대답도 쉽다.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는 크게 높아진 반면 개인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의 통 큰 씀씀이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 <포춘>지는 이미 20년 전인 2003년에 수억 원의 연봉에도 불구하고 늘 돈에 쪼들리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HENRYHigh Earner Not Rich Yet’라는 용어를 소개한 바 있다. 이는 고학력자에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사치스러운 라이프스타일, 학자금대출 상환과 높은 월세로 인해 부를 축적하지 못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이 용어는 실제로 벌어들이는 소득의 대부분을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쓰느라 목돈을 모으지 못하는 밀레니얼의 세태를 잘 드러내준다. 이들이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끊임없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만약 오늘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바로 수입이 끊기는데, 축적해놓은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한국인의 소비수준이 양적/질적으로 높아졌다. 사실 요즘 젊은 세대는 학창 시절부터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릴 만큼 값비싼 브랜드의 옷을 구매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급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고가 브랜드들 역시 아이돌 앰배서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브랜드 뮤즈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가에서 긴급 재난지원금을 풀어야 할 만큼 심각한 경제 상황을 비웃듯, 최근 소비의 고급화 현상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가 고급화되는 이유에는 시장에 돈이 과도하게 풀렸고,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이 불가능한 가운데 지출예산의 쏠림 현상이 심해졌으며, 코로나 블루로 인한 보복소비의 경향이 존재한다. 소득 수준이나 제품 가격에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자들을 ‘앰비슈머(양면적 소비자)’라 부르는데, 평소에는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지만 무언가에 꽂히면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요즘 소비자들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2021년 5월,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90% 이상이 5월과 6월 사이에 모두 소진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재난지원금의 사용이 한우/미용과 같은 ‘선택재’에 몰렸다는 점이다. 가욋돈이 생겼을 때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필수재’보다는 가지고 싶었던 선택적 품목으로 지출이 이어지는 현상은 머니러시 시대의 단면이다.


    한번 고급 소비를 경험하고 나면, 그 소비수준을 낮추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소비는 하방경직적이다. 소비수준을 올리기는 쉬워도 낮추기는 어려운 모양을 그래프로 그리면 톱니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를 ‘톱니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고급화 경향은 톱니 효과를 전국적으로 발생시키고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머니러시 트렌드를 더욱 가속시킨다.


    Revelers in Health - ‘Healthy Pleasure’ 헬시플레저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헬시플레저’는 건강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하나의 ‘업글인간’ 전략이다. 힘들고‧어렵고‧엄격했던 건강관리가 쉽고‧재미있고‧실천 가능한 건강관리로 변모하고 있다. 무병장수를 원하는 어르신들의 건강관리가 아닌, 행복한 내 모습을 찾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건강관리다.


    건강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 잡은 시대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헬시플레저는 우리 사회가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첫걸음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즉, 눈앞에 보이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사회의 전반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예방적 의료체계’ 또한 필요한 시점이 됐다.


    얼리케어 신드롬이란 최근 2030세대들이 기존 장년층의 건강 고민이었던 다양한 질병적 문제들을 사전에 미리 예방하는 모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대표적인 예로 탈모 관리를 꼽을 수 있다. 과거 40대 이상의 장년층의 실질적 고민이었던 탈모는 최근 2030세대에게 ‘미리미리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과거 40~50대 중년 위주였던 탈모 샴푸의 소비층도 20~30대까지 확대되고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탈모 관련 제품 매출은 매년 40%씩 급증하는 중이며, 특히 20대 여성 고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5년간 고혈압 때문에 병원을 찾아온 환자의 증가율 역시 2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요즘 젊은 세대는 장년층에게 발병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싶은 나머지 병원을 미리 방문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건강 관련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기대수명은 점차 증가하지만 건강수명은 짧아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젊은 세대들의 바람이 ‘얼리케어 신드롬’으로 발현되고 있다. 이는 소비 시장의 주축이 된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하나의 거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Routinize Yourself 바른생활 루틴이

    내 삶을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시대,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외부의 통제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자신만의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요즘 사람들을 ‘바른생활 루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루틴(routine)’은 매일 수행하는 습관이나 절차를 의미하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용례를 살펴보면 ‘공부루틴’/‘운동루틴’/‘업무루틴’처럼 특정 행위와 관련된 활동을 지칭하기도 하고, ‘아침루틴’/‘저녁루틴’처럼 특정 시간대에 하는 일련의 행동 묶음을 루틴이라 부르기도 한다. 루틴은 매일 혹은 규칙적인 주기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습관’과 유사하지만 습관에 비해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평범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루틴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그동안 세상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사실은 예전부터 존재하던 ‘일상’의 가치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 일상을 ‘스스로 잘 설계해보겠다는 루틴이의 가치관이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 왜 바른 생활 루틴이들이 늘어나는가?


    역설적이게도 높아진 일상 자유도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높인다. 사람들은 구조화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스로 시간을 잘 통제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한 이들은 무심히 흘려보내는 시간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바라본다. 나만 뒤처지는 느낌, 나만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통제감을 상실한 사람들은 다시금 자신의 통제감을 확인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바른생활 루틴이로 변신해 나름대로 구조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면서 나의 삶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생산병 걸렸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강박적으로 일상을 채우려하는 루틴이들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귀차니즘’보다 가만히 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심심이즘’이 더 견디기 어렵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고용 시장의 구직단념자는 약 58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6,000명 가량 증가했다. 2014년 관련 통계를 개편한 이후 6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는데 그중 약 절반이 2030세대라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불어 닥친 고용 시장의 한파로 인해 청년들은 더욱 좁아진 취업문을 넘기 위한 끝없는 경쟁에 지쳐가고 있다. 과거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는 기성세대의 눈에는 요즘 세대의 불만이 먹고살 만한 시대의 배부른 투정 정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느끼는 기회의 부재에서 오는 박탈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큰 성공이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효용감을 일상에서 찾기 시작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8』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제 사람들은 미래의 큰 만족보다 현재의 작은 기쁨을 더 소중히 여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희망의 밀도가 옅어진 나노사회에서 즉각적인 기쁨을 주는 소소한 루틴에 몰입함으로써 일상 속 ‘미세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란다의 식물을 돌보고 반려동물의 밥을 챙기고 오늘 먹을 한 끼를 요리하는 것, 매일 좋아하는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두는 것, 내 최애 연예인이 출연한 영상을 모조리 찾아 한 땀 한 땀 편집해 소장하는 것……. 남들이 알아줄 리 없는 나만의 소소한 일상을 매일 성실하게 보내는 것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바른생활 루틴이 트렌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행복은 일상의 성실함에 온다”라는 당연하고도 실천하기 어려운 명제다.


    Connecting Together through Extended Presence 실재감테크

    현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가상을 현실로 실현하고 있다.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사이버가수 ‘아담’이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이 1998년이다. 키 178센티미터, 몸무게 68킬로그램의 체격에 김치찌개를 좋아한다는 나름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등장했지만, 누가 봐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캐릭터임이 분명했던 아담은 결국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이제는 판도가 달라졌다. 전술한 로지 외에도 롯데홈쇼핑 ‘루시’, LG전자 ‘김래아’ 등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출현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담과 로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20년이 넘는 시간을 달려온 기술 혁신이 뛰어넘은 담장은 무엇이었을까?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나 ‘가상 카데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기술의 핵심은 바로 “얼마나 가상을 실재에 가깝게 구현해낼 수 있는가”를 가리키는 ‘실재감(presence)’이다. 과거의 가상세계가 현실을 그럴 듯하게 모사한 공간이었다면, 오늘날 진화된 가상세계는 진짜 ‘실제(real)’라고 느낄 만한 실재감을 만들어낸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의미 없게 만드는 가운데 맞닥뜨린 코로나19 사태는 시공간에 대한 심리적 장벽마저 넘어서게 했다. 어느덧 ‘언택트’가 일상의 당연한 일부로 자리 잡은 시대,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실재감테크(Extended Presence Technology)’라고 부르고자 한다. 현실과 가상의 연속성을 구현하는 일련의 기술들을 아우르는 이 키워드는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며, 디지털 데이터와 아날로그 방식을 혼합하는 등 인간 생활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고 있다.


    메타버스는 확장된 가상세계를 뜻하는 말로, 초월 혹은 가상을 뜻하는 ‘meta’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를 합친 신조어다. 이는 과거 세컨드라이프로 대표되던 가상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3차원의 온라인 세계로서, 사용자의 오감 정보를 실감나게 구현하여 가상과 실제의 구분을 없앤다. 실제 세계를 온라인상에 거의 그대로 재현한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상품이나 자산을 생성하거나 거래하고, 이는 새로운 가상경제를 낳는다. 교육과 오락, 상거래 등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것이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다(The Matrix is everywhere).”고 선언했던 영화 <매트릭스>에서 현실과 대조적으로 존재하는 가상세계 매트릭스는 현실을 유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반면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를 뜻하지만, 현실을 보조하고 강화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풍부하고 유의미한 현실을 보장한다.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놀랄 만한 수익을 거둔 성공담이 들려오자 너도나도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재감테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이 실제와 메타버스 사이에서 매끄러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최근 디지털 플랫폼은 단순한 웹사이트가 아닌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구축할 것임을 밝혔다. 금융 서비스로는 게임 형태의 가상 투자 시뮬레이션 자산관리 서비스/오프라인 영업점과 연계한 상담 서비스/고객 대상 강의/상품 안내 등을 제공할 예정이고, 비금융 서비스로는 아바타 간 커뮤니케이션/각종 미션 수행과 보상/야구 콘텐츠/대학별 특화 서비스나 커뮤니티 콘텐츠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공간도 별도로 만든다. 기존 은행의 모든 업무가 가상공간에서도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영업점과 메타버스가 서로 다른 곳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점이 되는 셈이다.


    Actualizing Consumer Power - ‘Like Commerce’ 라이크커머스

    “1000명의 진정한 팔로워만 있으면 사업이 된다.”


    이제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큰 숫자가 필요하지 않다. 10만 달러 투자금이나 10만 명의 고객도 필요 없다. 진정한 팔로워, ‘당신이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사주는 사람들’ 1,000명만 있으면 된다.


    과거에는 제조자가 생산하고 소비자가 구매하기까지 복잡한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을 창출하려면 대량생산-대량소비가 전제됐다. 생산 설비와 유통망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조 기반의 비즈니스란 실상 거대한 기업들만이 할 수 있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의 영역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온라인 이커머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프라인보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줄기는 했지만, 온라인상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높여 많은 유저를 확보한 기업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새로운 시장은 늘 거대 플랫폼의 주도하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장구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의 선호를 기반으로 누구나 제조/판매/유통에 나설 수 있는 판이 짜이고 있다. 이러한 생산과 유통의 새로운 과정을 소비자들의 ‘좋아요(like)’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라이크커머스’라고 명명한다. 다시 말해, 라이크커머스는 고객의 선호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온라인 리테일의 총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친구나 지인의 SNS 피드나 커뮤니티를 방문했다가 관심 가는 상품을 발견해 구매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 특정 상품이 필요해서, 혹은 TV나 잡지의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소셜 피드’가 상품을 발견하는 첫 번째 창구가 되고 있다. 일부러 시간을 내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쇼핑하는 것’으로 바뀐 셈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구매 과정이 전통적인 의사 결정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사결정 모델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을 인지하면 검색을 하고 나서 구매하기 때문에 기업은 찾아온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쇼핑몰 웹사이트 고도화에만 주력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쇼핑이 일상화/상시화된 시대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재미있고 공감할 만한 콘텐츠 속에 상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노출돼야 한다. 특히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찾기 전에 먼저 추천이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차별화된 취향과 소비 패턴을 지닌 세대의 부상으로 더 극대화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도 불리는 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위험을 쉽게 감수하며 이를 재미로 받아들인다. 또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라이크커머스의 의사결정 과정은 유명 브랜드보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상품을 더 선호하고 SNS나 유튜브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는 것을 즐기는 Z세대의 성향에 부합한다. 점차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를 이들의 행보는 라이크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더욱 견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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