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회사 사장입니다
 
지은이 : 강덕호 (지은이)
출판사 : 몽스북
출판일 : 2024년 02월




  •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영 상식들은 대기업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나마도 많은 것들은 틀린 것으로 판정 받았습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게 전부 담아냈습니다.


    나는 작은 회사 사장입니다


    사장의 첫걸음

    대기업 회장님 자서전 읽지 말라 도움 안 된다

    ‘주역’에는 큰 부자를 대축(大畜), 작은 부자를 소축(小畜)으로 설명한다. 대축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을 해낸 사업가를 말한다. 현대를 만든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일 것이다. 굳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대에 재벌급 부를 완성한 분들을 대부분 대축이라고 보면 된다.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 네이버나 카카오 등 신흥 IT기업의 회장들도 모두 대축이다. 소축은 작은 것을 기르는 것으로 원만하게 가정을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작은 성공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소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가정이다. 이에 비해 대축은 가정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주역’에서 설명하는 대축의 두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불가식(不家食). 가족을 먹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망한 사장들과 큰 성공을 한 사장들, 둘 다 이혼한 사례가 많다. 망한 사장들이야 충분히 이혼 사유를 알겠지만 큰 성공을 한 거부들의 이혼 사유는 선뜻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은 집에 안 들어간다. 대축에게는 낮과 밤이 따로 없다. 일과 관련된 사람과 저녁을 먹고 밤을 보내는 것이 집에 가서 쉬는 것보다 더 익숙한 사람들이다. 몇 년 전 이혼한 빌 게이츠도 일중독이 이혼 사유였지 않는가. 뉴스에서는 그의 변태 성욕자 친구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그 기자가 일중독에 걸린 사람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대축의 특징은 올인 베팅을 잘한다. 가족들 먹고 살 정도는 남겨두고 챙기는 것 자체를 못한다. 신경도 안 쓴다. 그러니 전 재산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사는 집까지 담보로 해서 자신의 사업에 투자한다. 웬만한 아내는 그 옆에서 맨 정신으로는 못 버틴다. 당대에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린 회장들은 거의 반 미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행운의 신이 같이 하면 대축의 반열에, 그렇지 못하면 돈키호테 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한다. 정말 백지 한 장 차이다. 그러니 같이 사는 가족들은 밥을 먹지도 잘 넘기지도 못한다.


    둘째, 섭대천(涉大川)의 모험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큰 강을 건너다’이나 남들이 감히 시도도 하지 못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선뜻 감해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정주영 회장의 조선소 사업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삼성의 반도체 사업도 이병철 회장이 펼친 섭대천의 모험이 없었다면 시작할 수 없는 일이다.


    지인의 이야기만 듣고, 아니면 뉴스를 보거나 논문 하나 읽고 전 재산을 투자해서 우여곡절 끝에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은 있다. 시작부터 절체절명의 위기와 고비를 거쳐서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만든 것이다. 이런 기사회생을 거치면서, 대축들은 스스로 자신의 성공을 설명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사업은 ‘운칠기삼’도 아니고 운이 99%란 말을 곧잘 한다.


    그렇다고 소축이 별거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소축을 이루는 것도 매우 어렵다. 결혼해서 가족들 건사하고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평생을 사는 것,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이라도 하려고 다들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주변의 작은 회사 사장님들,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소축이다. 대기업 회장들의 성공 이야기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도움 안 된다. 소축을 먼저 이루고 대축을 나중에 이루는 그런 계층적인 부의 조직도는 없다. 대축을 이루는 돈키호테형 인간들은 따로 있다. 우리 같은 소축 지망생들은 대축들이 하는 무모한 짓을 어설프게 흉내 내지 않는 게 좋다.


    이 대목에서 억울하게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다. 역발산의 기개로 칼을 뽑고 세상에 나왔는데, 기껏 토끼처럼 가족과 오순도순 살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부자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돈이 많지 않다. 2021년 초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대출 제외한 가구 순자산이 26억 원이면 상위 1%에 들어갈 수 있다. 73억 원이면 0.01%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부의 기준을 세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면서 10억을 벌 수도, 100억을 벌 수도 있지만,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사업을 견고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부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의사이자 경제 전문가인 시골의사 박경철이 말한 부자관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에 따르면 부자란 절대 금액이 기준이 아니다. 스스로 돈을 더 필요로 하고 결핍감이 들면 은행에 잔고가 얼마나 있든 그는 부자가 아니다. 이에 비해 내가 가진 부를 더 늘리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우선인 사람들이 부자란 것이다.



    돈을 물로 보라

    가벼운 이자는 없다

    사업의 성공을 가로막는 것 중 하나는 과도한 대출이다. 시중 금리를 가볍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사업이 아무리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것이라도, 장기적으로는 업계 평균 이윤율을 초과하기 어렵다. 각 산업의 평균 이윤율이 취합되어 한 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된다. 그리고 성장률은 궁극적으로 금리로 수렴된다. 결과적으로 금리는 우리가 사업을 통해 거둘 수 있는 미래 성과까지 먼저 알고 있다.


    금리를 훌쩍 넘는 이익률을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면 당신의 사업은 엄청나게 성공적이다. 시중 금리 수준의 이익률은 얻기 쉽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금융 가본이 어떻게 산업 자본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라. 금융 가본의 돈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고, 밤에도 일요일에도 작동한다. 산업 자본이 이길 수 없다.


    초보 사장들은 대출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부가 가치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루 24시간 쉬는 날 없이 한결같이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사업체가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평균 능력을 사장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직원 수를 조정한다. 많은 사장은 사업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항상 유지 가능할 거라는 착각을 한다. 단기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으나 장기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사업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영적인 것이 아니다.


    자영업자들 가운데에 다중 채무자의 증가는 이제 뉴스도 아니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심지어 두 자리 금리의 카드론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라면 당신은 이미 당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금융 회사들의 중요한 고객은 VIP룸에서 영접받는 슈트 차림의 노신사가 아니다. 은행마다 만들어 놓은 VIP룸은 그저 쇼다. 그들의 실제 최고 고객은 돈을 어떻게 해서든 빌리려고 하는, 그 가운데에서도 연체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꼬박꼬박 은행 창고에 바치는 다중 채무자들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외상 매출이 생기기도 하고,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또 돈을 빌려와 회사 규모를 크게 키우고 싶기도 하다. 수출 업체라면 무역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출을 통한 매출액이 커질수록 거래 은행으로부터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이런 돈을 흡사 원래 내 돈인 양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마진 없는 매출이라도 일으켜 무역 금융을 더 받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이런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것처럼 보인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저금리도 2022년 한순간에 예상치 않게 올랐다. 한쪽 방향의 베팅은 투자자로서도 위험하지만 사업가로서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작은 회사 ‘조직론’

    직원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상장된 주식회사가 아니라면 회사의 주인은 솔직히 사장이다. 집기 하나에도 사장의 손길이 가지 않은 것이 없다. 창업자이기도 하고 오너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인의식이 없다고 직원을 탓하는 사장이 많다.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명동의 중국인 관광객에게 왜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없냐며 탓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많은 사장이 이런 환상을 직원에게 심으려고 하고, 심지어 강요한다.


    직원에게 있어 주인의식을 진짜 발휘해야 할 때는 자기 스스로의 삶을 위해서다. 주체적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에 회사에서 직원들 스스로가 성장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들의 삶이 녹아들면서 역사는 시작되고 결과적으로 회사는 성장을 하게 된다.


    개개인의 성장 여부는 돈으로 확인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분배를 하는 사장이나 배분을 받는 직원 모두에게 임금 인상만큼 간결하고 강력한 메시지도 없다. 흔히 이런 걱정을 한다. 직원들 월급은 계속 오르고, 회사가 버는 것은 그대로인데 늘어나는 고정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역지사지해 보자. 물가 상승률만큼도 회사가 직원들에게 보답을 못 하면서 어떻게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건 직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직감적으로 회사 사정을 쉽게 파악한다. 직원들은 최소한 회사 현황에 대해서는 사장보다 더 현명하고 냉철하게 파악을 하고 있다.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라는 주인의식 판타지는 블랙 코미디가 될 수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직원들 흔들지 말라, 멀미한다

    작은 회사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불안하다. 대기업에서는 흔히 직원들의 군기를 잡는다며 위기 의식을 고취하는 행사와 활동을 정기적으로 한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이런 활동들이 적합하지 않다. 생존을 고민하고 내일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이기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하는 것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고취하는 게 더 유리하다.


    상당수의 직장인은 출근해서 틈만 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업 사이트에 접속한다. 이런 현상을 구직 중독이라고 한다.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만연한 구직 중독이 개인의 단순 일탈은 아니다. 즉, 탐닉성 중독이 아니라 습관적 도피에 가깝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에 다니는 직장인조차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진정 찾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니 작은 회사 직원들의 빈번한 퇴사는 당연하다. 남의 떡이 커보이듯이, 좀 더 많은 보수를 주고 좀 더 유명한 회사의 주위를 우리 직원들은 기웃거린다. 심지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싫어 그저 탈출하고자 지금 직장보다 조건이 더 안 좋은 회사로 옮겨 가는 충동적 퇴사도 잦다.


    직원을 다그치는 사장의 말 한 마디는 결과적으로 직원이 업무 시간에 잡코리아 사이트를 한 번 더 클릭하도록 독려한 꼴이 된다. 가끔 안일한 태도의 직원들 때문에 사장들은 화가 날 때가 있다. 직원들에게 강한 자극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제까지 분주하게 일하던 직원들은 그날그날의 업무량에 따라 항상 해오듯이 일을 하고 있다. 일이 많을 때와 적을 때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사장 마음이 그날 아침에 초조해진 것뿐이다.


    직원들은 사장의 눈치를 본다. 회사 상황이 조금만 안 좋아져도 불안해하는 사장을 직원들 역시 지켜보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 사장은 외부 파동을 내부로 증폭하는 역할을 하면 안 된다. 조직이 작은 만큼 몰아치는 파동을 사장이 막아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회사의 이익이 된다.



    비즈니스로 풀어보는 세상

    사장에게 장사와 사업의 차이란

    회사를 운영할 때 사장 개인 노동의 의존도와 사장이 어떤 수준의 의사 결정까지 개입하는가에 따라 흔히 장사와 사업을 가른다. 직원들이 사장의 지시만 기다리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서 회사가 굴러간다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기업과 비슷한 사업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이다. 작은 회사는 게릴라, 해적 집단이다. 그래서 고비 때마다 사장의 빠른 개입과 순간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장의 매 같은 눈길은 어떤 관리 방식보다 효율적이다.


    장사든 사업이든 상관없이 사장의 절대 과제는 살아남는 것이고, 그다음 과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은 선이고 귀하다. 최소 비용과 적은 수의 직원으로 최대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작은 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장사와 사업, 두 가지의 내용과 외형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회와 능력이 된다면 사업화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사장 본인이 가진 변동성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사장의 변덕스러운 입만 지켜보는 것은 사장을 포함해 임직원을 지치게 한다. 사업화는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 가능성을 높여준다. 물론 위험도 같이 커진다. 사업 시스템은 개별 회사, 업종별로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사장 개인의 관점에서 사업과 장사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시공간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사장의 눈.


    사업은 시간적 연속성을 가진다는 특성이 있다. 영원한 비즈니스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사업을 자기 일생 동안 장기적으로 끌고 갈 의지가 있다면 당신은 사업가다. 이에 대비되는 장사의 특징은 치고 달리기이다. 사업은 자신의 업종, 업계의 시간적 파동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사업의 공간은 고정되지 않는다. 취급하는 품목이나 서비스가 동네 상권에서 벗어나 전국 단위, 세계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을 찾아낸다면 그 비즈니스는 사업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길 건너 맛집, 테이블 몇 개 놓인 어묵집이 매일 저녁 단골손님으로 가득 찬다. 이것으로 사장이 만족하면 장사다. 하지만 이 어묵을 전국의 불특정 다수가 먹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사업이 된다.


    둘째, 자기 사업에 대한 태도, 마음가짐.


    사업이 가지는 또 다른 특성은 새로운 시도를 통한 확장성이다. 대자본의 증식은 자본의 습성대로 자연스럽게 커져간다. 하지만 작은 회사는 사장이 모험 정신과 청년다운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성장이 가능하다. 사업체를 물려받은 2세가 선대의 사업을 새로운 시도 없이 그대로 답습해 운영한다면, 비록 외형은 중견 기업일지라도 2세 본인은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확산과 성장은 수렴, 쇠퇴보다 사업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비즈니스의 기본 참여자는 그 사회의 젊은이들이다. 사업이라는 단어는 젊음을 은유적으로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변화와 성장보다는 안주하고 싶은 본성이 강하다. 대부분 최악의 가정으로 최소 행복만을 선택하는 방어적 비관주의자이다.


    익숙한 것만 열심히 해서는 조금 바쁜 동일한 삶을 살 뿐이다. 이것이 우리 대부분이 하는 실수이다. 왜 안주하려 하는가? 성장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근육도 운동을 통해서 생긴 근육의 상처들이 아물면서 만들어진다. 점진적 과부하를 사업가는 흔쾌히 받아들여야 한다.


    장사꾼이 아니라 사업가가 되려면 유고 출신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tina Abramovich)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는 언제나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갑니다. 이것이 당신이 변화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저의 해결책은 제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잘 알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뭔가를 하고 있지만,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살다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사업과 인생, 기나긴 여정

    느리지만 우아한 발걸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우리는 도시 봉쇄,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각국 정부의 긴급 정책들, 중앙은행의 돈 풀기, 자산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건과 그 영향을 공포스럽게 목격했다.


    세상을 조절할 힘이 우리에겐 없다.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냥 대응하기에도 벅차다. 그러나 어떤 사업을 하든지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밥은 먹고 살 정도는 된다. 세상은 아주 혹독하지도, 그렇다고 관대하지도 않다.


    가끔 돌이켜본다. 무엇이 나를 사업으로 몰아세우게 했는지. 내 기억 속의 나는 한결같았다. 돈이 절실했다. 그래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머리를 들이밀었다. 어린애처럼 서툴렀지만 농부처럼 열심히 했다. 돌이켜보면 사업도 돈도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사업이 왜 힘들게만 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세상이 강요하는 시간표, 그리고 흔들어대던 공간 속에 나를 끼어 맞춰 살았던 것 같았다. 단거리, 장거리 상관없이 주위 사람이 뛰면 나도 그냥 뛰었다. 몸만 힘들었고 성과를 내기는 아주 어려웠다.


    “모든 공을 잡을 필요가 없다. 다급한 전화도, 니가 선택해라. 인생에 대한 전망을 좀 더 차분히 발전시키는 데는 자기 스스로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란 소설에 나오는 대목이다.


    야구로 비유하면, 나는 날아드는 모든 공을 움켜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 품목, 바이어, 직원 관리.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홈런도 펜스에 몸을 부딪치더라도 무작정 공을 보고 뛰어갔다. 그리고 다시 번트 친 공을 잡기 위해 홈으로 몸을 날렸다. 열심히 하면 뭔가 될 것 같았다.


    이제 말하고 싶다. 모든 공을 다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 알았다. 내가 서 있는 곳은 메이저 리그가 아니었다.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메이저 리그의 연봉과 그들의 퍼포먼스가 나의 의사 결정과 행동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공 한두 개 놓쳐도 된다. 아니, 한두 개만 잡아도 된다. 잡을 수 있는 거세만 집중하면 된다. 우리의 퍼포먼스 판단 기준은 다름 아닌 우리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세상 눈치 볼 필요 없다. 그러면 부족하던 시간이 늘어나고 여유가 생긴다. 삶에도 적당한 평화가 찾아온다.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글로 작은 회사 사장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탈레브가 맨해튼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지하철 시간을 맞춰 허둥거릴 때 느낀 생각이다.


    “운명을 무시하라. 그 이후 나는 시간표에 맞춰 살겠다고 달음박질하지 않으려 애썼다. 친구의 충고는 사소한 것이지만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떠나는 기차를 쫓아가지 않게 되면서, 나는 우아하고 미학적인 행동이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고, 자신의 시간표와 자기 인생의 주인 됨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놓친 기차가 아쉬운 것은 애써 쫓아가려 했기 때문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들이 생각하는 방식의 성공을 이루지 못한다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남들의 생각을 추종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택할 수만 있다면 경쟁의 질서 바깥이 아니라 그 위에 서도록 하라. 자신이 설계한 게임에서는 쉽게 패배자가 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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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