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지은이 : 도리스 메르틴(역:배명자)
출판사 : 다산초당
출판일 : 2020년 08월




  • 누구나 한 번쯤 습관과 관련한 책이나 영상을 보고 자기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금연, 다이어트, 영어 공부, 말투 등 우리가 바꿔야 할 습관 목록은 끝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심은 오래 가지 못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 같지도 않기에 금세 좌절하고 포기하고 만다. 습관만 바꾸면 된다는데, 그 습관을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의 저자인 도리스 메르틴은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것이 아비투스다. 


    아비투스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

    아비투스는 아우라처럼 인간을 감싸고 있다. 협상할 때, 데이트할 때, 어린이집을 고를 때, 사업상 접대 자리에 나갈 때, 심지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드러난다. 아비투스는 인생 설계, 명성, 사고방식 및 생활방식, 식습관, 말투, 만족감, 신뢰, 사회적 지위, 성숙한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 구실을 한다.


    아비투스란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아비투스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아비투스는 일부에게만 평평한 길을 만들어주고, 누군가에게는 날개가 되어주기는커녕 날아오르는 것 자체를 방해한다. 하지만 이런 아비투스는 바꿀 수 있다. 이 책에서 그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높은 신분으로 태어난다는 것

    점박이하이에나는 복합적인 사회에서 생활한다. 강한 암컷들의 지배 아래 최대 100마리에 이르는 하이에나들이 서열 집단을 구성한다. 점박이하이에나의 미래는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다. 어미 하이에나가 상류층에 속하면 그 새끼들은 최상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함께 삶을 시작한다.


    왕자와 공주로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의 살뜰한 보호 속에서 상장한다. 서열이 높은 암컷들은 직접 사냥하지 않고, 서열이 낮은 암컷에게 사냥을 시켜 필요한 것을 얻는다. 이런 특권이 새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고귀한 태생의 새끼들은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보호받고, 더 좋은 먹이를 더 많이 얻으며, 더 빨리 자란다. 또한 어릴 때부터 상류층의 전형적인 행동 방식을 보고 배운다. 그 결과 서열이 높은 어미의 딸들 역시 지도층이 된다.


    인간도 각자 다른 조건을 갖고 삶을 시작한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우리는 성공에 유리한 아비투스를 많이 혹은 적게 몸에 익힌다. 행동 방식과 생활방식, 지위와 언어, 자원, 성공 기회, 삶에 대한 기대에서 추진력을 얻느냐 제동이 걸리느냐는 아비투스에 달렸다.


    모든 게 돈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누가 최고일까? 더 나아가 누가 과연 최고 중의 최고일까? 소득이 가장 높은 사람일까? 기업 상속자? 로또 당첨자? 의학, 디지털, 교통 분야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해내는 사람? 정치인이나 판사 같은 권력자?


    아무튼 돈으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다른 자원들도 의미 있는 삶, 영향력, 만족감 등에 돈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부르디외(프랑스 사회철학자)는 탁월함의 전제 조건을 자본이라고 보는데, 그가 말하는 자본에는 돈과 능력 이외에 많은 것이 포함된다. 출신 배경과 인맥도 자본이다. 교육, 관계 맺는 방식, 미적 감각, 달변과 적합한 목소리 톤, 당당한 자세도 자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낙관주의와 안정적인 정신도 자본이다. 그러므로 남들과 자신을 구별짓고 돋보이게 할 수단은 아주 많다.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 이 모든 자본이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상류층은 보통 모든 자본 유형을 넉넉히 갖고 있고, 그런 가정의 아이는 삶의 출발선부터 더 많고 좋은 자본을 쥐고 있다. 그러므로 비슷하게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비슷한 아비투스를 갖는 건 아니다. 상류층의 자손들은 자본 유형 대부분을 부모와 조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 그들에게는 큰 포부를 갖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부유한 가정 출신이더라도 자기 힘으로 경제, 정치, 문화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이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엘리트 채용에서는 유사성 원리가 지배한다. 결정권자가 되려면 결정권자와 닮은 것이 가장 좋다. 물론 전문성도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고급 아비투스가 몸에 밴 사람은 평균적으로 두 배 더 빨리, 더 쉽게 최고가 된다.



    심리자본: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회복탄력성의 중요성

    상실, 질병, 스트레스 등 압박을 받을 때 필요한 능력과 인생이 잘 풀릴 때 필요한 능력은 확연히 다르다. 인생의 힘겨운 구간에서는 신랄한 비판 견디기, 실수 허용하기, 허황된 소망 버리기, 좌절하지 않기 등이 필요하다. 이때 유전자가 부분적으로 도움을 준다. 그중 하나가 5-HTT라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의 운송을 조정하는데,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 긴 5-HT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세로토닌을 전달받게 되므로 어려움을 더 잘 이겨낼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마다 우리는 회복탄력성을 훈련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는다. 극심한 정체, 슬럼프, 열두 번째 거절…. 우리는 이런 역경에서 많은 것을 훈련할 수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안드레아 우치(Andreas Utsch)는 실패 경험 후의 행동력을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봤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역경이 닥치면 괴로워하고 심지어 원망하는 반면, 행동력 높은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재빨리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들은 그런 정신력을 요정으로부터 탄생 선물로 받은 게 아니다. 그들은 위기 때 그냥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고 버틴다. “플랜 A가 실패하면 당황할 필요 없다. 플랜B, 플랜C… 알파벳은 아직 25개나 더 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은 어렸을 때 배우는 게 가장 좋다. 안정적인 가정의 자녀들은 양육 과정에서부터 유리하다. 친구들과 종종 다툼이 있고 학교 성적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직접 경험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는 기회를 얻는다.


    거절 견디기, 실수 해결하기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계에 부딪히거나 일을 엉망으로 망쳤더라도, 스스로 돕는 법을 배우면 재앙으로부터 안전하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는 사사건건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 대신, 고난을 견디고 그 속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여유로운 동행자가 필요하다.


    관대함이 품위와 부를 끌어당긴다

    상류층은 보통 칭찬을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그들에겐 고급 취향과 탁월한 성과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정상에 있는 누군가를 칭찬하는 사람은, 이 논리에 따르면 사람 대하는 법을 제대로 모른다고 자백하는 셈이다.


    하지만 칭찬에는 교묘한 암시가 숨어 있다. 칭찬하는 사람은 칭찬하는 대상과 자신을 같은 수준에 둔다. 폴리에스테르 스카프를 맨 사람이 부자 친구의 캐시미어 원단을 칭찬하는 건 살짝 기이해 보인다. 그러나 지위나 경제력 차이가 감사, 존중 감탄의 표현을 금지하진 않는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늘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도 정확한 지침을 준다. “칭찬은 향수와 같다. 향을 내되 코를 찔러서는 안 된다.” 감탄과 인정은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다.


    당신의 사회적 위치가 어디든 쩨쩨하게 굴지 마라! 관대함은 늘 효과를 얻는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 취향을 인정받으면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애가 앞서서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가졌을 때도 기뻐할 줄 알아야 좋은 성품이다.


    관대함은 누구나 보일 수 있다. 관대함에는 여러 면모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신뢰, 시간, 관심을 주는 사람은 관대하다. 다른 사람의 권리도 존중하는 사람은 관대하다.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모른 체하는 사람은 관대하다.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이익을 챙길 기회가 있더라도 그것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관대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은 관대하다. 역설처럼 들리지만 관대함은 사소함에서 시작된다.



    문화자본: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부유층이 갖는 우월한 감정은 매너, 가치, 고급문화에 대한 감각을 먹고 자란다. 유행은 변하더라도 전통과 우아함, 모임, 자산행사는 대중 앞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여기에 시대정신의 트렌드가 새로운 휘장으로 더해진다. 자전거, 환경 의식, 명상, 시야를 넓혀주는 경험과 그것에 대한 선망.


    문화와 교양의 기회는 불평등하게 분배되었다. 이런 불평등은 부분적으로만 돈으로 상쇄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예술 작품이나 호화 요트 같은 객관적 문화자본을 가질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문화자본의 예술 이해 혹은 어렸을 때부터 즐긴 수상 스포츠 취미는 속성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 그것은 몇 년에 걸친 경험을 전제로 하므로 상류층과 똑같은 취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예전부터 훈련된 취향뿐 아니라 현재는 어떤 취향이 선망받는지 꿰뚫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문화자본이 경제자본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된다.


    가장 갖기 어려운 자본

    취향, 취미 활동, 자발적인 인간관계 등 문화 아비투스가 그 어느 때보다 자세히 그 사람을 설명하다. 마세라티, 롤렉스, 대저택은 좋고 아름답다. 하지만 소유자가 브랜드명을 잘못 발음하거나 잭슨 폴록의 그림을 보며 “우리 애들도 저 정도는 그리겠다”라고 평가하거나, 재래식 토마토와 온실 토마토를 구별하지 못하면 다음 사실이 명백해진다. 돈은 있지만 품격은 없다!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을 모두 풍족하게 가진 사람만이 최고의 사회적 명성을 누린다. 이때 취향이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런 중심 이동은 교육과 소득 수준은 높지만 슈퍼리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중상위 중산층에게는 좋은 일이다.


    교양 있는 사람은 취향을 드러내되 절대 거기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전시회 입장권은 놀이공원 입장권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점점 분주해지는 세계의 반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상류층은 대중도 돈을 주고 살 수 있거나 가짜인 지위 상징, 라벨, 이벤트를 경멸한다. 고급 생활양식에 속하며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일상의 문화적 노련함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


    문화자본은 어떤 자본보다 사회적 경계를 더 많이 만들고, 이 경계는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넘을 수 없다. 하룻밤 사이에 비트코인으로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을 타고나 멘토와 결정권자를 매혹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상류층의 생활양식을 오래전부터 경험한 사람만이 게임 규칙과 관습을 알아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무엇이 고품격이고 무엇이 열등한지 무의식적으로 안다. 또한 코드를 알더라도 일부러 무시해도 된다는 사실도 안다.


    또한 경제, 문화, 정치, 고품격 디자인과 스타일을 다루는 잡지와 도서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문화자본을 확장할 수 있다. 이것들은 커피 테이블 위에서 사물화 된 문화자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세계관이 넓어지고, 레퍼토리가 다양해지며, 적합한 언어가 자리 잡는다. 한마디로 내면화된 새로운 문화자본이 생긴다.


    소탈해 보이는 기술

    문화자본이 많을수록 부유함이 덜 드러난다. 돈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류층의 사치 개념이 아주 낯설게 느껴진다. 숲 캠핑의 무엇이 수상 비행기, 인피니티풀이 있는 호화 리조트보다 더 멋지다는 걸까? 성취한 것을 맘껏 즐기는 대신 의식적으로 엘리트 티를 내지 않으면 뭐가 좋은 걸까?


    이미 소유한 것의 가치는 금세 떨어지고 습관화는 재미를 줄인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는 사람은 집에서 혹은 휴가지에서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한다. 경직된 에티켓과 고루한 격식이 없는 소박한 안락함을 지칭하는 새로운 마케팅 단어가 바로 ‘맨발의 사치’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스타일 있는 명문가 출신은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


    상류층은 대중보다 더 사생활을 보호하며 살지만 그렇다고 진공 상태에서 사는 건 아니다. 상위 중산층은 지성과 문화 아비투스에서 최상층 부자 뒤에 바짝 붙어 있다. 그들 중 다수가 주요 담론을 결정하고, 혁신을 이끌고, 트렌드를 만든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맘껏 누리지는 못한다.


    자산가는 웬만하면 중요한 역량을 발휘하는 중산층에게 자산격차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를 꺼린다. 대를 이어 부를 축적해온 최상층은 삼가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눈에 띄는 소비나 취향으로 우월성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만큼 그들은 월등히 높은 곳에 있다.



    경제자본: 얼마나 가졌는가

    돈을 다루는 방식이 품격을 결정한다

    돈은 좋다. 오래된 돈은 더 좋다. 대를 이은 부자들은 재산만 물려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투자하고 운용하는 방법을 저절로 배운다. 하지만 행운이나 우연, 이상한 방식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은 갑자기 많아진 돈을 다루기가 훨씬 힘들다. 이때 그들의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난다. 금시계, 화려한 파티, 고급 세단, 명품 옷….


    20년 노동 끝에 소규모 공장을 히든 챔피언으로 도약시킨 기업가는 다르다. 한 회사가 두각을 나타내면 책임과 함께 통장 잔고도 올라간다. 그러나 재정적 지위에 맞는 품행을 익힐 시간과 동기가 부족하다. 그러면 몇 년 뒤에는 문화와 미학, 고유한 경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 파트너, 최정상 리그 소속감 등이 부족함을 자각하게 된다. 최고급 리무진, 수영장 딸린 저택, 휴양지의 여름 별장을 가졌음에도 최정상 리그에 있는 것이 어쩐지 불편하다.


    미국 심리학자 스티븐 골드바트(Stephen Goldbart)는 예기치 않은 금전적 행운이 낳는 심리적 결과를 ‘벼락부자 증후군’이란 단어로 요약한다.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긴 사람이 옛날 관계를 쉽게 잃어버리는 현상을 뜻한다. 벼락부자들은 과하게 소비를 하거나 심하게 인색해지기 쉽다. 또한 옛날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고 새롭게 속하게 된 부자 그룹에서도 겉돌아 사회적으로 고립된 기분을 느낀다. 처음에는 다 어렵기 마련이다. 부유함도 학습이 필요하다.


    부자로 인정받으려면 그에 맞는 품격도 갖춰야 한다. 재산 총액보다 그걸 다루는 방식이 훨씬 중요하다. 얼마나 넓고 깊은 안목으로 자산을 투자하고 격에 맞게 소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전문가의 조사에 따르면 로또 당첨자의 80퍼센트는 2년 뒤면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더 가난해진다. 수학자 크리스티안 프리츠(Christian Fritz)는 “(재정적) 성공의 길은 과정이지 이벤트가 아니다” 라는 문장으로 이 현상을 깔끔하게 설명했다.


    백만장자처럼 생각하라

    가진 자의 사회와 가지지 못한 자의 사회는 매우 다르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은 명확한 경계를 두고 마주 서 있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과도기 같은 넓은 중간지대가 존재한다. 그러나 슈퍼리치를 제외한 모두가 똑같이 갖는 감정이 있다. 다름 사람이 항상 나보다는 재정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어떤 모임에서는 나보다 잘사는 사람이 항상 있다는 사실에서 이런 왜곡된 인식이 생긴다. 자신도 재정적으로 풍족하고 실제로 불평할 것이 없더라도 주변에 큰 재산을 물려받은 이웃, 스타트업으로 거액을 번 형제, 흉내 낼 수 없는 성실함으로 저축하고 투자하는 친구 부부 등이 언제나 있다. 더 풍족한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은 인간적이지만 자칫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상위 3분의 1에 속하는 고소득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탁월한 능력에도 극소수의 슈퍼리치 리그에는 진입하기 힘들다. 우연의 일치가 도와준다면 모를까.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행운 없이는 막대한 경제자본을 얻을 수 없다. 물론 지성, 노력, 능력도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뒤에서 밀어주는 순풍이 필요하다. 그러나 돛을 펼쳐야 순풍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실에 적용해보자. 평균 소득자라도 평생을 보면 거액을 만진다. 그것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 부자 순위에 오르기에는 넉넉지 않을 테지만 그 안에 여유 자금이 있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열쇠는 모두에게 있다. 그것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된다.



    언어자본: 어떻게 말하는가

    계급의식이 강한 영국에서는 언어 아비투스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증명서였고 지드도 그렇다. 많은 곳에서 언어가 출신, 교육 수준, 지위를 드러낸다. 누구나 완벽하진 않지만 틀린 어순이나 맞춤법은 대화 상대자에 따라 위신을 땅에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일은 순식간에 발생하고 언어에 서툰 사람과 언어 전문가 사이에 격차가 생기며, 그것은 종종 사회적 격차가 된다. 상류층은 억양과 표현 방식의 미묘한 차이에서 누가 자신과 같은 수준이고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말하지 말고 보여라

    독일의 경우 약 5700만 명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지위 상징의 가치로 보면, 스마트폰은 완전히 평범하다. 이들 중 42퍼센트가 아이폰을 가졌고, 16세에서 25세 사이에서는 60퍼센트가 아이폰을 쓴다. 지위 상징의 가치는 생각보다 그리 대단하지 않다.


    밀레니엄 전환 후 약 20년이 흐른 지금, 사물이 명확한 언어를 말하고 소유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품과 지위 상징의 인플레이션과 함께 고급 포도주, 비싼 자동차, 명품이 조건부로만 구별 짓기에 적합해졌다. 이런 지위 상징은 적은 돈을 내고도 비슷한 형식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든 가정이 물건들로 질식할 지경이다. 그러므로 서구 세계에서는 차고 넘치는 하찮은 물건들에서 자유로운 것이 물질 소비보다 더 많은 선망을 받는다. 물론 애초에 그런 걸 사지 않으면 더 좋다. 사물의 과잉 속에서 소박한 인테리어와 엄선된 소비가 새로운 형식의 고급스러움으로 각광받는다. 자발적 금욕은 가장 풍족한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을 보면 누구나 우리의 취향과 사회 계급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인정을 받으려는 과장된 노력은 헛되다. 소탈한 외형이 고급 아비투스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위 표시를 너무 노골적으로 내보이는 사람은 스스로 수준을 떨어뜨린다. 심리학에서는 성공한 사람의 겸손한 자세를 ‘카운터시그널링(countersignaling)’이라고 부르는데, 한 문장으로 기술하면 이렇다.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한다.”


    톱클래스는 절제할 줄 알고, 말로 하는 평가 없이도 사물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 톱클래스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누가 톱클래스인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를 이은 엘리트는 구별에 신경 쓰지 않는다. 왜일까? 큰 동물은 작은 동물에게 얕잡아 보이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내용은 명료하게, 목소리는 정중하게

    꼭대기에 앉은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와 위치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비슷한 직책의 동료로부터, 특히 컨설턴트, 직원, 서비스업 종사자로부터.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충성심과 조심성이다.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용기는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어떨 땐 태도로, 어떨 땐 말로 실수를 저지른다. 까다로운 상황에서 입을 여는 사람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반드시 보상을 받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수술실에서 수석 의사의 떨리는 손을 지적하는 레지던트, 비행기 조종실에서 기장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기장, 공공기관의 절차상 오류를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공무원은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한다.


    자신의 신념과 불만을 표현하는 것은 개인의 정직성 문제다. 그러나 정직하게 뭔가를 말할 때는 자신의 위치를 고려하여 적합한 표현을 찾아야 한다. 부르디외는 이런 노력을 완곡화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계급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먹을 만하게 요리하여 진실을 밝히면, 비록 전부는 아니더라도 꽤 많은 말을 전달할 수 있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대할 때는 올바르면서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입장을 명확히 밝히되 상대의 권력을 인정하고 민감성을 고려해야 한다. 균형 잡힌 수사학에는 어느 정도의 정신적 민첩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단호한 언어 방식이 점점 입에 붙고, 심지어 그런 방식이 당신의 환경을 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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