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지은이 : 박주용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20년 03월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가 10여 년간 서울대 학생들과 함께한 글쓰기 수업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 보고서나 논문 또는 당장 글쓰기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대학생뿐 아니라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자료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쳐야 하는 논술 수험생, 더 나아가 머릿속에 흩뿌려져 있는 복잡한 생각들을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글로 써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실전 교과서’이다.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왜 우리는 글을 쓰는가?

    도구로서의 글쓰기, 도구 이상의 글쓰기

    공부의 수단이자 목적으로서의 글쓰기

    문자를 기반으로 출현한 학문은 체계화된 지식과 기술을 가리키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주로 수식이나 그 밖의 상징을 포함하는 광의의 언어로 서술된다. 따라서 학문의 세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를 익히는 한편 적절하게 구사하여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은 시인들이 새로운 비유를 통해 시적 대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견줄 수 있다. 학자들은 같은 주장이라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그 폭을 넓히거나 깊이를 더해야 한다.


    글쓰기는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학생들에게 학습 자료를 제시하고 이를 공부하게 하는 집단과 그 자료를 요약하게 하는 집단, 그리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모종의 주장을 펼치는 글을 쓰게 한 집단에게 모두 똑같은 시험을 보게 하면 누가 가장 잘할까? 요약을 하거나 주장을 펼치게 한 집단 간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두 집단 모두 시험을 위해 공부한 집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글쓰기가 기억력과 이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이다.


    스마트하게 일하는 도구로서의 글쓰기

    글쓰기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일할 때도 글이 중요하다. 스마트하고 창의적으로 일하려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하면서 일해야 한다. 글쓰기는 “생각을 나누기 위한 도구 이상으로 우리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다듬을 수 있게 하는 도구다.” 즉 정연한 글쓰기가 수반될 때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글을 쓰면서 업무를 처리하면 일한 흔적을 남길 수 있어 업무 과정과 결과를 축적하여 조직의 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업무에 따라 그 형식이나 양은 다를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주차별 혹은 월차별로 한 페이지 이상의 보고서에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를 담도록 하는 것이다. 주 업무가 아니라 지원 업무나 다른 사람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날짜별로 간략한 메모 형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록하게 할 수 있다.


    글쓰기는 리더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기도 하다. 록히드마틴의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노만 어거스틴에 따르면 8만 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포함한 총 18만 명의 직원 중 “경영진까지 승진한 직원들에게서 확인되는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명확히 표현해내는 능력이었다.” 그의 말을 뒤집어보면 리더란 생각할 줄 알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인데, 이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글쓰기라는 것이다.


    글쓰기 습관을 위한 몇 가지 조언

    꾸준히 쓰는 사람이 잘 쓴다

    그렇다면 글쓰기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성장 태도와 함께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필요하다. 의도적 연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1. 다른 사람에 의해 어느 정도 효과가 확인된 방법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그 난이도를 높여간다.

    2.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함께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진행한다.

    3. 효과적인 심적 표상(글을 쓰는 목적이나 그 목적을 이루는 방법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을 만들고 활용한다.

    4. 피드백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키되, 기존에 습득한 기술의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여 고도화한다.


    이런 원리를 보다 구체적으로 글쓰기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글쓰기를 반복한다. 처음에는 단편적인 생각을 나열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20분 혹은 30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에는 자료를 찾아보거나 다른 활동을 삼가면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렇게나 적어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가능하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하는 게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두 개의 주제를 서로 다른 페이지의 노트나 다른 파일에 써나가도록 한다. 만일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명확하다면 굳이 이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막막해서 뭘 해야 좋을지 모를 때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둘째, 한 번에 많이 쓰는 대신 가능하면 매일 같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쓴다. 글은 느낌이 올 때 쭉 써내려가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느낌이 올 때 많이 쓰는 사람들과 매일 조금씩 쓰는 사람들이 쓴 글의 양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보면 매일 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매일 규칙적으로 쓰기’일 것이다. 건강을 위한 운동처럼 글쓰기도 매일 해야 향상된다. 중간중간에 글쓰기 실력이 정말 느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 때가 없지 않겠지만, 결국 꾸준히 쓰는 사람이 잘 쓰게 된다.


    셋째, 주장이 담긴 논리적 글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쓸 때 더 성과가 좋다. 예를 들어 대학생의 경우 전공 영역에서 배운 지식을 다른 학생에게 알려줄 목적으로 대학신문에 기고하거나 아니면 학술 논문 경연대회에 도전해보는 것이다. 또는 공부하는 분야에 대해 자기만의 주장을 펼치는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이다. 학기말 보고서가 요구되면 이를 제출하면 되고, 요구되지 않더라도 자신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쓴 글을 동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 고치고 축적해놓으면 나중에 읽어보면서 자신의 성장 과정을 추적해볼 수 있다.


    넷째,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잘 쓰려면,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텍스트보다는 글쓴이의 주장이 담겨 있는 글을 읽은 다음 그 주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3장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인간의 사고 능력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논쟁에서 발달했다고 보는 이론이 있을 정도로 논쟁 상황은 사고를 촉진한다. 실제로 중학생 수준에서도 친구들과 꾸준히 논쟁하면 그 시간 동안 글을 쓰게 할 때보다 오히려 글쓰기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많은 정보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주장이 담긴 글을 읽는 것이 적어도 글쓰기에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낯선 시선으로 다시 검토하기

    다섯째, 자신이 쓰는 글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그 목적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이다. 내용을 아는 사람이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말을 해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해보면 하고자 하는 말을 명료하고 쉽게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말하기 쉬워야 글로도 잘 읽히기 때문이다. 글을 다 쓰고 나서 할 수도 있지만 쓰다가 중간중간에 이렇게 해보면 흐름이나 맥락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여섯째,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하면 그 요청을 최대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내 글을 누군가에게 읽게 하려면 그 반대급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부탁하면서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것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하면서 어떤 글이 왜 좋은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생각하다 보면 글을 보는 안목을 발전시킬 수 있다.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첫걸음

    어떤 글이 독창성을 인정받는가

    좋은 글은 결국 인정받기 마련이다

    좋은 글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글을 잘 알아본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 장을 마치고자 한다. 이런 점은 음악이나 음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하다가 나중에 환영받을 때도 있지만, 좋은 글이나 음악 혹은 맛있는 음식은 대중에게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무엇이 왜 좋은지를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안의 많은 요소나 재료가 독특한 배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좋은 글의 특징으로 언급된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제목이 중요하다. 진부한 것보다는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목에서 이어지는 도입부에 흥미로운 이야기나 도전적인 질문, 혹은 예리한 분석 등을 제시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 유치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가능하면 글쓴이만이 알고 있는 개인적 일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일화는 글쓴이의 솔직함을 드러내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수록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넷째,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사례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글쓴이 자신도 그 추상적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일 수 있다. 그 밖에 도표나 그래프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압축해주면 더욱 좋다.



    생각을 담아 글로 반응하라

    논리적으로 글을 읽고 무엇을 할 것인가?

    기존 주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라

    학문은 텍스트, 사회 현상, 자연 현상 등에 대한 이론적이거나 실용적인 주장을 통해 이해와 설명을 도모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이 글쓰기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청출어람’, 즉 다른 사람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거기에서 좀 더 나아가는 주장을 펼치는 활동이다.


    실증적 연구의 경우 분야마다 다루는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대개 ‘서론-방법-결과-논의’의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거의 비슷하다. 다만 공학이나 과학 분야에 있는 글들과는 달리 인문학 분야의 글은 본론에서 논의를 전개하는 방식이 훨씬 다양하다. 텍스트는 물론 예술 작품에 대한 주관적 느낌을 포함하여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나 그 기저의 신념 체계에 대한 평가 등이 망라되기 때문에, 글의 구성 방식도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어느 정도 잘 쓴 글에 대해 우리가 모종의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일 수밖에 없다! 처음 한두 번은 이해하기 위해 읽고, 그런 다음 추가로 핵심적인 부분만 집중적으로 몇 번 더 읽으면서 온갖 궁리를 해도 막막할 수 있다.


    어떻게든 ‘구체적으로’ 반응하라

    그럼에도 특히 학생들은 글을 읽고 나서 선뜻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는다. 어려운 글을 읽느라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라도 하는 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다 낫다. 모른다는 반응도 “잘 모르겠다”보다는 “처음에 나오는 A라는 주장은 이해하겠는데 그다음 주장은 잘 모르겠다”가 더 낫다. “주장 A가 ~ 현상을 ~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점은 알겠다. 그런데 이를 더 확장하여 ~ 도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라는 식으로 모르는 내용을 더 구체화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글에 대해 자신의 이해 수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반응일수록 후속 조치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호한 느낌에 머무르지 말고, 무엇을 배웠는지 말이나 글로 반응하도록 하라. 제대로 알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보다 틀리더라도 현재의 이해 수준을 드러낼 때 다른 사람의 비판과 도움으로 배움의 기회가 생긴다. 배우고 익힌 내용에 대해 자신의 이해 수준과 생각을 솔직히 드러내도록 하자. 아직 그렇게 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자신만을 위한 메모를 남기는 데서 시작해보라. 반응을 기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관대해지려는 경향을 경계하라

    반응할 때에는 어떤 입장을 표명하든 상관없이 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 간의 말다툼이나 많은 정치인들 간의 논쟁에 진전이 없는 이유는 서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시작하여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논의를 전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제가 다른 가운데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면 감정 대립만 증폭된다.


    문제는 우리도 쉽게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근거를 따져보아야 한다. 정치와 종교에 대한 논쟁처럼 각자의 전제가 다르고, 우열을 따질 방법이 없고, 또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이 가능하지 않으면 논의를 해도 진전이 있을 수 없다. 개방적인 태도로 타협의 여지가 있는 상태에서 말이나 글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더 명료히 할 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 상대방은 물론 논의되는 사안 자체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주장을 만들기 위한 사고 활동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지식을 축적하는 즐거움에만 머무르면 발전이 없다. 개인적으로 다른 연구자의 주장을 통해 통찰을 얻을 수 있지만, 학문의 세계에서는 그 이상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이전 연구를 더 심화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한계점을 지적해야 한다. 물론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극복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주장을 재료로 삼아 다양한 지적 가공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활동을 살펴보자.


    의심하기

    학문을 위해서는 건전한 비판 의식이 필요하다. 서로 양립 할 수 없는 두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되면 조심스럽게 비교하면서 우열을 따져봐야 한다. 설사 대립되는 주장이 없더라도, 모든 주장에 대해 일단 의심하는 태도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모든 것을 의심하던 중 자신이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는 새로운 통찰에 이른 데카르트를 본받는 것이다.


    학문의 세계에서 의심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지식이나 믿음이 검증되지 않은 채 관습적으로 습득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자아이에게 파란색 옷을 입히고 여자아이에게 분홍색 옷을 입히는 것은 순전히 문화적 산물이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발행된 육아서에 따르면 흰색이 좋긴 하지만 색이 있는 유아복을 입히고 싶으면 남자에게는 분홍색을 여자에게는 파란색을 입히라고 조언했다. 더 나아가 1970년대만 하더라도 역사 교과서에는 광복 직후 한국에 대해 소련은 찬탁을 미국은 반탁을 주장했다고 실려 있었는데, 확인된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그 반대라는 것이 밝혀졌다. 역사적 사실이 너무 쉽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런 이유로 제대로 알고 싶으면 사실과 주장 모두에 대해 최대한 의심하면 조심스럽게 검토해보아야 한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돌다리가 없는 것이다.


    정의하기

    전문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개념은 일상 언어에 비해서 명확하게 정의된다. 하지만 예를 들어, 기후 변화를 “온실 효과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기후 패턴의 변화”라고 정의하더라도 여전히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혹은 “변화”와 같이 모호하게 표현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측정을 강조하는 심리학에서는 측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중요 개념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불안’을 예로 들어보면, 특정 자극을 가했을 때 다른 자극보다 손바닥에 더 많은 땀이 나서 피부 전도 반응이 증가하고 심장 박동수도 증가하는 상태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측정을 염두에 둔 이런 식의 정의가 아니더라도, 같은 현상이나 개념을 가리키는 표현이 동일한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다를 경우 이를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념들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한 개념에 대해 정의를 내리려면 그와 관련된 다른 개념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면 인간을 털 없는 원숭이로 정의하는 것처럼, 영장류의 다른 동물과의 두드러진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학문 활동에는 주요 개념들은 물론 개념들 간의 관계를 명확히 분석해내는 일이 포함된다.


    물리학이나 화학 등의 자연과학에서는 대개 잘 정의된 개념들을 대상으로 그 관계를 등식이나 부등식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개념적 분석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은 자연과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호하기 때문에 개념들에 대한 세심한 분석이 요구된다. 개념들이 위계적인지, 부분적으로 중첩되는지, 혹은 서로 독립적인 관계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위계적 관계의 핵심은 한 개념이 다른 개념보다 상위 수준인지를, 중첩은 같은 수준 내에서 서로 공유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도출하기

    어떤 주장을 발전시키는 한 방법은 그 주장이 맞다고 가정할 때 어떤 새로운 예측이 가능한지를 검증해보는 것이다. 실제로 대개의 학문은 이전 주장으로부터 도출되는 새로운 주장을 확인하는 방식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물론 도출된 모든 주장이 인정받는 것은 아니고 충분히 독창적이거나 기존의 상식을 깨뜨릴 때 높이 평가된다. 예를 들어 구소련의 스푸트니크호가 지구를 공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존스홉킨스 대학의 물리학자들이 스푸트니크호가 내는 신호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신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관찰한 다음, 그 차이를 이용하여 거꾸로 스푸트니크호의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는 가설을 도출했다. 이어진 연구를 통해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GPS)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만일 ~라면 ~가 일어날 것이다”라는 가설을 도출할 수 있으면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는 것이다.


    적용하기

    어떤 주장을 새로운 대상이나 영역에 적용해보는 것도 유용한 활동이다. 많은 새로운 발견이 한 영역에서의 주장을 다른 영역이나 대상에 적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모처럼 망치를 든 사람이 못질할 데가 더 없는지 찾아보는 것처럼, 새로운 주장을 접한 사람은 그 주장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상이나 영역을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보아야 한다. 포도즙을 짤 때 쓰던 방법에 움직이는 형판을 결합시켜 만든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그 좋은 예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접하고 익숙해지면, 끈질기게 때로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 적용 대상을 넓혀가는 사고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퇴고: 구조와 문장을 다듬기

    퇴고는 글쓰기의 화룡점정

    글쓰기는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다

    『심리학의 원리』를 비롯하여 많은 저술을 남긴 윌리엄 제임스는 자신의 글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끝없이 고쳐 쓴 노력의 결과”라고 자평했다. 비록 학문적 글은 아니지만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수십 번이나 고쳐 썼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제임스 같은 학문의 대가가 자신의 글을 가치를 끝없는 퇴고에서 찾았다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헤밍웨이가 수십 번씩 고쳐 썼다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퇴고하지 않았을 때 어떤 글이 될지는 자명하다.


    초고는 빨리 작성하는 것이 좋다. 전체 모양을 갖춘 초고가 있어야 본격적인 퇴고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예상한 모습과 구체적인 초고 간에는 늘 간극이 있기 마련이고 이 간극을 메워가면서 글이 바뀌게 된다. 바뀐 글은 항상은 아니지만, 대개는 들인 노력만큼 좋아진다. 그래서 글쓰기 교육의 대가인 윌리엄 진서는 글 수정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글쓰기가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가 없다.”


    글쓰기의 절반은 퇴고에 할애하라

    글쓰기 능력은 점진적으로 발달하는데, 인지 심리학자인 로날드 켈로그는 이를 세 단계로 나누었다. 아는 지식을 서술하는 초심자 단계에서 시작하여 자기중심적으로 지식을 변형시키는 중급 단계를 거쳐 독자의 수준에 맞게 지식을 만들어내는 고급 단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즉 글쓴이는 전달자에서 시작하여 주관적 서술 단계를 거쳐 독자의 공감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쓴 글인데도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급 단계에서는 적절한 수준으로 배경을 제시하면서, 명확하고 참신한 방식으로 관련 연구를 소개하며, 다른 개관 방식과의 차이나 인접 분야와의 관련성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생각이 글에 잘 표현되어 있어 읽는 사람이 머릿속에서 가능한 여러 상황을 만들어 그중 어떤 것일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잘 쓴 글인 것이다. 비록 전문가가 썼더라도 독자가 읽으면서 추론을 많이 해야 한다면 잘 쓴 글로 보기 어렵다. 같은 내용이 들어간 글이라도 잘 읽히고 이해되는 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글이 있는데 얼마만큼 독자를 배려했는지에 따른 차이이다.


    글쓰기의 절반은 퇴고에 할애하라

    퇴고를 제대로 하려면, 글을 쓰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퇴고 계획을 포함시켜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글쓰기 모형(213쪽)을 참고하자면, 전체 글쓰기에 필요한 시간을 산정한 다음, 그중 반 이상을 퇴고에 할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 내에 완성해야 하는 2000자짜리 과제가 있고, 그 과제 수행을 위해 6시간을 쓸 수 있다면 3시간 이상을 퇴고에 할당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초고는 3시간 이내에 완성해야 한다.


    물론 많은 선행 연구를 찾아보고 이를 정리하는 보고서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시간을 정보 검색과 자료 정리에 할당해야 한다. 따라서 퇴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라도 퇴고를 위한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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