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시나리오 2021
 
지은이 : 김광석 외
출판사 : 더퀘스트
출판일 : 2020년 05월




  • 경제, 산업, 기술, 정책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기구들의 최신 보고서를 분석, 미래를 전망한다!

    세계화와 더불어 급변하는 정보기술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요즘이다. 그리고 2020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강력한 변수인 코로나 19로 촉발된 팬데믹 현상은 세계 경제를 공포에 빠뜨리고 방향성을 찾기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미래의 기회, 신호를 파악하고 위기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 시나리오 2021


    경제

    경제, 패닉에 빠진 2020년과 역동하는 2021년

    세계 경제전망

    2019년에는 다양한 악재가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가 상당히 불확실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세계 경제를 위협했고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라는 새로운 악재도 등장해 한일 간에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여기에다 홍콩의 우산시위가 긴장감을 고조하는 한편 영국의 신임 총리 보리스 존슨이 2019년 10월 말 브렉시트를 강행해 많은 기업이 영국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2020년 초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에 팬데믹 충격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OECD는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 충격에 집중하던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만약 코로나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경제위기가 온다고 경고했다. 특히 세계 경제에 약 -1.5%p 수준의 수정 전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역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지역별 경제 충격을 분석한 결과 주요국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세계은행, OECD, BIS 등 세계 주요 경제기구는 2020년과 2021년을 전망하면서 '2020년 저점을 형성하고 2021년 반등한다'는 기조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한데 재밌게도 이들은 세계 경제성장률은 반등하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이 다른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선진국은 2021년에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미진해 2019년의 수준으로 회귀하지 못하는 반면 신흥국은 2021년에 뚜렷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1년 세계 경제 트렌드

    2021년 세계 경제는 어떻게 바뀔까? 크게 다섯 가지 트렌드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세계 각국의 소프트 긴축(soft contraction)이다. 2020년 세계 각국은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적극 이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0년 3월 4일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다. 이는 0.25%p씩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빅 컷(big cut)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더해 3월 16일에는 기준금리를 1.0%p 추가 인하했다. 2주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내에 역사에 남을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신속하게 강력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어도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이자 연방준비제도는 무제한 양적 완화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여건에 따라 무제한으로 매입하되 그 매입 대상에 회사채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 재고조다. 2018년 본격화해 마치 핵폭탄처럼 세계 경제를 불안에 떨게 만든 미중 무역분쟁은 2019년에 이어 2020년까지 장기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 이 분쟁의 장기화가 뚜렷해지면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2020년 11월 제46대 대선을 치른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을 취하긴 해도 미국 경제 역시 챙겨야 하므로 2020년 미중 무역갈등은 종전보다 격화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0년 1월 미중 1차 무역협상 성사가 그러한 흐름을 방증한다. 한데 주요 국제기구가 대체로 미중 무역분쟁을 양국 간의 패권전쟁으로 여기는 만큼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2021년 이 분쟁이 재고조될 전망이다. 이것은 세계 경제의 중요한 관심사로 주요 변수는 미국 대선 결과와 중국의 대응이다.


    세 번째는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가 격돌하는 모습이다.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비관세 장벽을 높이 세운 2010년대와 달리 2020년대는 거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으로 보호무역 조치에 도전하는 모습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EU 경제동반자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EPA)은 2019년 2월 발효됐고, 미일 무역협정은 2019년 10월 타결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exico-Canada Agreement, USMCA)도 세계 경제의 주목을 받는 영역이다. 2020년부터는 이미 발효됐거나 타결할 메가 FTA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은 2012년 11월 개시 선언 이후 7년 만인 2019년 11월 4일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다. 이것은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2020년 최종 타결과 서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RCEP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세계 최대 메가 FTA로 전 세계 GDP의 약 32%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이다. RCEP 협상 타결로 역내 각국과 양자 간 FTA 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정부의 신남방정책에서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네 번째는 중국발 경제위기 가능성이다. 중국발 경제위기는 '정말' 올까? 만약 중국 경제가 위기에 처한다면 그 영향은 '회색코뿔소(grey rhino)'라 불릴 만큼 어마어마할 것이다. 사실 중국의 실물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면서 많은 기업이 중국을 이탈해 주변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회색코뿔소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중국 부동산시장 버블과 기업, 정부 부채 문제가 해마다 끊이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신흥국의 견실한 성장세다. 이는 2020년의 주요 경제 이슈로 꼽은 '반등신흥국(Rebounding Emerging)'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용이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9년 2.9% 수준에서 2020년 -3.0%로 크게 위축된 후, 2021년 5.8%로 회복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IMF, 세계은행, OECD 같은 주요 국제기구는 하나같이 2020년 코로나19 충격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반영되고, 신흥국들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2021년 들어 신흥국의 반등이 6.6% 수준으로 뚜렷해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본다. 2018년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신흥국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이탈해 위기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이제 세계가 통화정책 완화를 이행하면서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선 양상이다. 더욱이 해외 직접투자가 아시아 신흥국에 집중되고 중국을 상징하던 '세계의 공장'이 중국 이외의 신흥국으로 이동하면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DEEP INSIDE

    2020년 들어 전염력이 상당히 강력한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큰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각국이 전례 없는 봉쇄 조치까지 취하고 있는데 코로나19의 충격으로 2021년 세계와 국내 경제에 어떠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게 될까요?


    첫째, 보건정부가 등장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압 병상, 음압 구급차, 체온계, 마스크를 비롯한 보건과 방역 시스템 수요가 급증했는데 코로나19가 사라져도 그 수요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전망입니다. 코로나19가 안겨준 충격이 상당히 크고 향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전염병 방역 시스템이 공고해질 것입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도 보건과 방역 시스템 고도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치료제 혹은 백신 개발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0년 4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의 외청(중앙행정기관의 일종으로 각 부처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해당 부처와 독립적인 행정업무를 하는 '청급' 기관을 일컬음)으로 승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여당은 이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독립하거나 승격할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둘째, 글로벌 분업구조상의 변화가 가속화됩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리쇼어링(유턴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조업 회귀 현상이 강해지고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해외직접투자 유입액(Foreign Direct Investment Inflow)은 2015년 2만 338억 달러 규모를 기록한 이후 급속도로 감소해 2018년 1만 2,972억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국내 주력 산업은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들어오는 주요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는 분업구조상의 일부 부문을 해외에 의존하기보다 자국에 집중하는 현상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도 리쇼어링 정책으로 이는 구조적 변화에 따라 분업구조가 약화하는 모습입니다.


    셋째, 비대면 서비스(Untact service) 의존도가 높아집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되면서 특히 온라인 쇼핑과 게임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과거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대면 서비스가 거의 반강제적으로 소비자 전체에 확산된 것입니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자 지급결제 서비스가 고도화했고 온라인 교육과 화상회의 도입으로 ZOOM 같은 플랫폼 사용자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공적 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굿닥 같은 플랫폼 사용자 역시 크게 늘었지요. 이렇게 플랫폼을 경험하면서 그 편리성과 유용성을 인식한 사용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넷째, 사회문화가 상당 부분 바뀝니다. 테니스 동호회의 풍경을 예를 들어 볼까요? 테니스 경기는 통상 네트 앞에서 상대편과 악수한 뒤 시작하고 경기 중에는 파트너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응원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는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켓을 부딪치며 인사하고 응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꿨습니다.


    또 승강기 안에서 대화하지 않는 것이 예절로 자리를 잡고, 기침할 때 팔꿈치를 이용하는 교육도 확대되었지요. 앞으로 한국을 상징하던 집단주의 문화가 쇠퇴하고 개인주의로 가파르게 전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조직문화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선 기존과 달리 대면보고와 대면회의가 최소화될 전망입니다. 재택근무 역시 효율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비대면 보고와 재택근무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전사적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ERP) 시스템이 개편되고 고도화될 것입니다. 특히 비대면 회의의 편리성을 경험한 기업은 이들 완성에 적합한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폭넓게 활용할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회식문화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유연근무 제도가 안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

    산업, 제조업과 핀테크 그리고 5G

    글로벌 분업구조의 붕괴와 역글로벌화의 시작

    대세가 될 리쇼어링

    리쇼어링(Reshoring), 즉 해외로 나간 기업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기업 유턴'이 시작되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5년 사이 애플뿐 아니라 GM, 보잉, 포드, 인텔 등 다수의 글로벌 제조업체가 유턴했다. 이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선진국은 연구개발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을 담당하고 노동비가 저렴한 개도국은 주로 생산 영역을 담당하며 이어져온 글로벌 분업구조가 조금씩 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리쇼어링을 추진하는 이유는 축소된 선진국-개도국간 임금격차와 국가별 세제 혜택 때문이다. 최근 많은 국가가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에 나간 기업들의 유턴을 유도하고자 다양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리쇼어링을 추진한 선진국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리쇼어링의 첫 번째 이유는 생산기지가 자국에 있을 경우 선진 기술과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혁신 기대치가 높은 선진국 고객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사항을 연구개발에 반영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물론 임금격차 축소와 세제 혜택도 주요 요인에 속하지만 이 두 가지 이유가 더 결정적이라는 말이다.


    요컨대 20세기 말에 형성된 글로벌 분업구조는 '저임금을 활용한 효율적인 생산'이 주된 목적이었다. 반면 이제는 많은 기업이 저임금보다 기술 확보와 혁신 시장 접근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둔다는 점에서 현재의 글로벌 분업구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글로벌 분업구조 약화 추세에 불을 붙인 격이다. 앞서 언급한 보건 장비, 보건 도구 제조업부터 시작하여 선진국의 제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 자국 혹은 자국이 속한 권역 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영역, 그리고 전략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리쇼어링을 검토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분업구조의 붕괴와 역글로벌화의 시작

    지금껏 글로벌 분업구조에서 소재, 부품, 장비, 연구개발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은 주로 선진국이 담당해왔다. 그 이면에는 비용 측면의 약점은 있지만 핵심 영역에서 선진국의 기술력과 품질이 더 좋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제조업의 많은 영역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의 격차는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선진국은 여전히 원천 기술이나 설계, 디자인 등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이상 유지해온 '선진국은 고품질, 고부가가치, 중간재', '개도국은 저품질, 저부가가치, 조립재'라는 고정관념은 깨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중국과 인도 같은 제조업 중심 국가의 기술력이 상향평준화해 생산 역량이 급격히 상승했다. 둘째, 자동차, 조선처럼 지난 반세기 이상 글로벌 제조업을 주도하던 일부 산업에서 성숙화가 이뤄져 더 이상 드라마틱한 품질 향상이 쉽지 않다. 셋째, 선진국의 제조업 리쇼어링 강화로 개도국이 담당하는 영역과 선진국이 주도하는 영역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


    DEEP INSIDE

    2021년에는 전 세계적 경기 하강 국면의 지속과 함께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분업구조가 더 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20세기 중반부터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글로벌 분업구조는 과연 깨질까요? 그리고 이러한 변화 앞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현재 글로벌 분업구조가 깨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보호무역과 리쇼어링입니다. 트럼프의 정책기조가 보호무역주의다 보니 자유무역주의 시대에서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넘어간 것이지요. 더구나 트럼프는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트럼프는 고용을 우선시하는데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자국으로 제조업을 많이 끌어들여야 합니다.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석유화학발전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석유화학발전으로 고용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해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죠. 고용 창출로 국민소득을 늘림으로써 내수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 경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이 등장한 겁니다. 이것은 글로벌 분업구조가 깨지는 흐름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선진국이 인건비가 비싸도 자국 내에서 생산이 가능해진 이유는 로봇, AI,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덕분입니다. 한마디로 자본을 투입해 생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노동력에 의존해 개도국에서 생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본집약적 콘셉트, 즉 노동집약도가 낮은 콘셉트로 가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제조 기반을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팩토리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이 대세라 글로벌 분업을 하기 어려운 흐름도 있습니다. 서비스는 공급 즉시 소비가 이뤄지므로 공급과 수요가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서비스하는 순간 바로 소비가 일어나지요.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한 대표적인 사례는 의류기업 자라(ZARA)입니다. 과거에 자라는 스페인 근처에 공장을 지어 전 세계에 판매했지만 이제는 아시아 지역은 아시아에서 만들어 판매합니다. 자라가 실시간으로 패션 트렌드에 맞춰 공급할 수 있는 까닭은 서비스의 중요 요소인 적시성을 위해 소비자 근처에서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분업구조는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9년 한일 무역전쟁 이후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영역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 전개하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은 이러한 영역에서 자립화에 성공할까요? 또 'No Japan’ 운동이 벌어지면서 일본 역시 타격을 받았는데 그 영향은 어떻습니까?


    2019년 한일 무역전쟁 결과를 보면 일본의 한국 수출이 더 많이 줄었습니다. 일본은 -14%고 한국의 일본 수출은 -7%입니다. 둘 다 손해를 봤지만 일본의 한국 수출이 더 크게 줄었지요. 한국과 일본 간의 수출 구조를 보면 일본이 흑자국입니다. 50년이나 일본이 흑자국 위치를 유지해온 상태라 일본에게 더 큰 타격이 있었으리라고 보는 거지요.


    기업들은 그런 영역에 적극 투자하고 있고,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활용해 추가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2020년 말이나 2021년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불화수소를 비롯해 이슈가 된 반도체 영역은 몇몇 기업에서 벌써 자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정부 예산에 힘입어 연구개발 부문에 투자할 기회를 더 얻었지요. 실제로 기존 예산안에서 2020년 소재·부품·장비 영역 투자를 30%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는 두 가지 이유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째, 이것을 취급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역량이 20~30년 전에 비해 많이 커졌습니다. 둘째, 한국 대기업이 이들 중소기업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소재나 부품이 매우 중요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공급 받는 것이 중요하고, 협상력도 있는 입장에서는 굳이 공급처를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부품을 공급해주는 외국 기업들이 잘하고 있으니 애써 국내 업체를 알아볼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한데 한일 무역전쟁으로 대기업들이 생각을 바꿔 국내 업체를 알아보니 조금만 도와주면 발전할 수 있는 기업이 있었던 것이죠. 결국 한국은 한일 무역전쟁이라는 자극으로 힘겹게 자립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 이 흐름은 전 세계적인 큰 물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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