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지은이 : 오건영
출판사 : 지식노마드
출판일 : 2019년 08월




  • 이 책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적 요소인 금리와 환율에 기반해 세계 경제의 흐름과 방향을 읽는다. 경제는 자본의 흐름이다. 돈의 대내적 값인 금리와 대외적 값인 환율은 돈의 흐름을 읽는 바로미터다. 미국의 금리에 따라 돈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이 돈이 다른 나라의 금리와 환율, 각국 경제의 성장 전망, 경제 펀더멘털과 여러 이벤트에 따라 움직인다. 자본 유출을 겪는 나라의 경제는 침체되고 위기를 맞기도 한다. 펀더멘털이 튼튼한 나라는 버텨내며 오히려 기회를 맞는다. 세계 경제의 결과는 다시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미국의 금리 결정에 반영된다. 이 책은 지난 30년 금융의 역사를 통해 돈의 흐름을 읽는 법을 알려준다.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IMF 외환위기와 한국 경제 체질 변화

    IMF 외환위기는 한국에 어떤 상처를 주었을까?

    외환위기의 진행 과정

    IMF 이전까지 한국 경제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양호한 고용 여건이라는 이 두 가지 효과 덕에 고성장 국면을 보였습니다. 혹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에 회자되었던 표현인데요, 그중 하나가 한국이었답니다.


    그러나 역플라자 합의를 얻어맞으면서 엔화는 빠른 약세로 전환되었고,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답니다. 미국은 성장세도 강한데 이자도 많이 줍니다. 그럼 엔화 약세 및 과잉 투자 등으로 인해 성장의 질이나 강도가 약해진 이머징 국가보다는 미국 쪽으로 글로벌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었겠죠. 네, 이머징에서 돈이 빠져서 미국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태생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이머징 국가들에게는 참 난국이 되는 거죠.


    이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투자를 위해 상당히 많은 대출을 받았는데, 국내 은행뿐만이 아니라 해외 금융 시장을 통해 그 무섭다는 달러 빚까지 내서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빚은 많아졌는데 엔화 약세 때문에 한국의 수출 성장에 먹구름이 낌은 물론 과잉 투자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성장 여력까지 제한됩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한국의 성장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겠죠. 한국의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매각해서 받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럼 달러-원 환율이 급등을 해야 하는데요...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지금과 같은 자유변동환율제가 아니라 관리변동환율제를 적용하고 있었다는 게 그것이랍니다. 관리변동환율제? 이건 쉽게 말해 국가의 외환 당국이 외환 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환율제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이런 개입이 사실상 사라져서 실질적인 자유변동환율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고요. 관리변동환율제 자체만 설명 드리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우실지 모르니 그냥 고정환율제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가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당시 달러당 800원의 환율로 고정환율제를 적용하고 있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다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 후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죠. 그럼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 가치는 상승할 테니 환율은 상승(원화 약세) 압력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냥 변동환율제를 적용 중이었다면 이미 달러당 1,000원까지 상승해야 하는데, 지금은 고정환율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고정환율, 즉 달러당 800원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누군가 대량으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면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상승하겠죠.


    그럼 다들 달러를 사들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누가 달러-원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대량으로 달러를 팔까요? 당연히 외환 당국입니다. 한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대부분 달러입니다), 즉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꺼내 외환 시장에서 매도하는 거죠. 이런 것을 매도 개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매도 개입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외환 보유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지난 2018년 7월 한국의 외환보유고 규모는 4,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 9위 수준이 되었습니다만, 외환위기 직전의 한국 외환보유고는 200억 달러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달러 자금이 마구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보유 외환만으로 환율을 방어한다는 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 외환보유고는 결국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이고, 안정적인 관리변동환율제를 유지하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외국인들이 계속 달러를 사서 빠져나가는데 한국 외환 당국마저도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죠. 무역 대금 지급 혹은 달러 이자 갚기 등 필요한 곳에 지급해야 하는 달러를 국내 어디서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외환의 부족이 현실화되는 상황... 이를 외환위기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누군가로부터 달러화 대출을 받아야겠죠. 네, 그래서 한국은 당시 긴급히 달러화 대출을 받게 되었답니다. 바로 국제통화기금, 즉 IMF에게서였습니다. IMF는 한국에 긴급 대출, 다시 말해 IMF 구제금융을 해주면서 한국 정부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죠. 우리는 이 시기를 ‘IMF시대’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은행의 변화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의 태도는 크게 바뀌었죠. IMF 외환위기의 핵심 원인은 결국 과도했던 기업 대출에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 위해 대출을 크게 늘렸던 상황에서 글로벌 여건이 악화되자 빠르게 위기가 찾아왔던 거죠. 그럼 이후 기업들의 스탠스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네, 투자에 상당히 신중해졌습니다. 가급적이면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고요, 부채를 늘리는 데 있어서도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답니다. 그럼 이렇듯 빚을 내서 하는 투자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것은 누구한테 악재로 작용했을까요?


    우선 구직자들입니다. 많은 기업이 도산함에 따라 실업자가 증가합니다. 문제는 그나마 재무 상태가 양호한 기업들 역시 투자를 하지 않으니 채용도 당연히 늘리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IMF외환위기를 전후로 해서 위축된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채용 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한국은 취업 대란을 겪게 됩니다.


    기업 투자가 줄어들면서 우울해진 주체 중 다른 하나는 바로 은행들입니다. 당시만 해도 은행들의 수익 원천은 기업 대출이었죠. 그런데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은행은 수익성 악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새로운 먹거리라면...네, 가계입니다.


    가계에도 확실한 담보가 존재하죠. 부동산, 그중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공개된(?) 편인 ‘아파트’라는 자산이 그것입니다. 이때부터 은행들의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대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가계 부채 급증의 서막이었죠.


    지속적인 금리 하락과 가계 부채 급증

    투자 실종으로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자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차원에서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시작했죠. 시중 유동성은 큰데, 다시 말해 자금의 공급은 넘치는데 자금의 수요, 즉 설비 투자를 위해 자금을 대량으로 빌리려는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부족합니다. 그럼 돈의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부족하니 돈 가격은 낮아질 텐데요. 이 ‘돈의 가격’이 바로 ‘금리’입니다. 이로써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거죠.


    돈의 가격이 하락하니 수요가 늘어나겠죠? 특히 2000년대 초반에 부동산 가격이 들썩들썩하자 저금리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하는 재테크가 유행하면서 가계 부채는 그야말로 급격한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2002년에 있었던 카드 대란 역시 가계 부채의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고요. 가계 부채의 증가는 여러모로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동반한 가계 부채의 급증은 더더욱 그렇죠. 왜 그런지 잠시 살펴보죠.


    우선, 기업이 대출을 받아서 설비 투자를 합니다. 그럼 무언가 생산적인 제품이 만들어지겠죠?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줄 겁니다. 그런데 가계가 대출을 겁나 받아서 집을 삽니다. 1세대 3주택 식의 투기적인 투자 역시 동반되죠. 그럼 이런 대출 증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주거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을 낮추는 악영향을 끼치죠.


    다음으로,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혹은 인하 결정을 할 때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2004년 카드 대란 당시 한국의 가계 부채는 400조~500조 원 수준이었다고 하죠. 2019년 현재 한국 가계 부채 총량은 1,600조 원을 넘은 상태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고, 그래서 이를 제어하기 위해 똑같이 기준금리를 1% 인상한다고 가정해보죠.


    만약 가계 부채 총량이 지금과 같은 1,600조 원 수준이라면 기준금리 1% 인상 시 국민 가계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 총액이 그만큼 늘어나는 겁니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늘지 않아 가계의 소득도 쉽게 증가하지 않는데 이렇게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한국 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겠죠. 또한 가계의 소비 역시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성장 정체가 훨씬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이런 부작용을 알기에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있죠.


    ‘금리 인상 안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예를 들어 유가 급등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물가도 급등하는 상황이라면 저금리를 유지할 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물가는 10%씩 오르는데 예금 금리가 1%라면 이 시기에 예금을 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돈이 예금으로 흘러가지 않거나, 혹은 예금에서 빠져나와 부동산이나 투자 자산으로 흘러들어 가게 됩니다. 그에 따라 투기성 자산이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데, 이런 현상을 우리는 자산 버블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필요할 때에는 적절히 금리를 인상해주는 것이 좋은 거고요. 그런데 가계 부채 총량이 워낙 크다 보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가 실기(失期)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이는 자산 버블 혹은 물가 급등 등의 실물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한국 가계 부채 문제는 환율보단 금리와 보다 직접적으로 엮여 있는 느낌이죠. 외환위기 이후의 상흔은 기업 투자 실종과 가계 부채의 급증이라는 부작용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중국의 부채위기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중국 부채 문제의 기원

    지금이야 그런 말이 쏙 들어갔지만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중반에는 위안화 절상이라는 말이 상식처럼 통했었습니다. 중국 하면 고성장 국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을 넘어설 수 있는 초대형 국가라는 인식 역시 강했고요.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죠. ‘위안화 절하 위기’ 혹은 ‘중국 경제 경착륙 위기’라는 말이 자주 들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중국 경제 위기설이 계속해서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 부채위기의 배경

    금융위기 직후로 갑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경제가 금융위기의 파고를 맞아 무너졌습니다. 미국은 글로벌리 거대한 수요처입니다. 중국처럼 수출 성장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있어 이는 곧 미국 경제위기가 수출 둔화로, 그리고 자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겠죠.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고 매년 대학을 졸업하는 수백만 명의 젊은 인력들이 취업 시장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이 많은 인력들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내려면 높은 성장률이 필수입니다. 성장률이 낮아져 이들 모두가 실업자로 전락해버린다면 당연히 정치 체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죠. 그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고성장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경제적 이슈임과 동시에 정치적 이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성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금융위기 직후 미국 경제가 수출로 성장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인구 15억에 달하는 중국이 다른 나라의 경제위기 때문에 휘청거리는 이유는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아서겠죠. 수출이 어려워지면 다른 방법으로 성장을 해야 하죠? 그럼 투자 혹은 소비로 성장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소비를 늘리기가... 이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소비력이 강해야 하는데 임금도 많이 낮은 수준이고 축적해둔 자산도 많지 않거든요. 당시 중국엔 가전하향(가전제품을 살 때 보조금 지급), 기차하향(자동차를 살 때 보조금을 제공)과 같은 내수 진작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저 거대한 중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소비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어렵다면 카드는 하나죠. 네, 투자 성장입니다. 투자를 늘리는 거죠.


    문제는 금융위기 직후 경기회복기가 반짝 나타난 뒤 생겼습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전체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게 됩니다. 투자를 엄청나게 늘렸는데 수요가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쪼그라든 겁니다. 투자를 엄청나게 늘렸던 중국은 ‘과잉 설비, 과잉 생산, 과잉 재고’라는 문제에 봉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 하나가 빠졌네요. ‘기업의 과잉 부채’라는 문제 역시 추가해야 합니다.


    ‘부채의 생산성’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한 단위 부채를 투입해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 이 지표입니다. 과잉 생산, 과잉 재고의 상황에서는 물건을 생산하면 할수록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건 가격이 떨어집니다. 재화의 가치가 쪼그라드는 만큼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낮아진다는 의미죠. 생산에 들어가는 부채는 늘어나는데, 생산해낼 때마다 가치가 낮아지는 산출물이 나오는 겁니다.


    부채가 과도하다는 것, 이거 상당한 부담입니다. 부채가 너무 크면 성장에 조금만 스크래치가 나도, 혹은 금리가 조금만 상승해도 해당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거든요. 해당 국가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부담감을 느끼면서 일시에 대규모로 이탈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럼 가뜩이나 빚도 많은데 시중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죠.


    중국 주식 버블 붕괴와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

    위안화 환율이 사흘에 걸쳐 약 5% 가까이 큰 폭으로 상승(위안화의 급격한 절하)하자 글로벌 금융 시장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저 수준으로 갑작스레 위안화 절하를 단행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럼 시장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중국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입장을 상상해보죠. 2005년 7월 이후 2015년 8월까지 10년간 중국 위안화는 안정적인 절상 기조(위안화 환율 하락)를 이어왔답니다. 10년의 관성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갑자기 혼을 빼는 사흘 동안의 5% 절하가 나온 겁니다. 그럼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고 시장에 들어왔었던, 혹은 추가로 들어오려 했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 이건 일시적 상황이니 더 버티자’가 1번, ‘이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니 빨리 도망치자’가 2번입니다. 답은 몇 번이었을까요? 당시 주식 시장의 급락과 함께 금융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었으니 당연히 2번이었겠죠. 중국에서 외국 투자자금이 유출되려는 분위기가 매우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중국은 가뜩이나 주식 시장 붕괴 등으로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돈줄까지 마르는 상황에 처하겠죠. 중국의 위기 가능성이 더욱 부각되기 시작한 겁니다.


    하나 더, 이 상황이 글로벌 시장에 준 메시지 역시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과거 대비 규모가 매우 커진 만큼 현재 세계 경제에서 가지는 비중도 큰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부담감이 첫 번째 메시지였다면, 두 번째 메시지는 글로벌 환율 전쟁에 던지는 경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율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춰서 수출로 먹고살겠다는 겁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이렇게 너도나도 수출만 하려고 하지, 다른 나라의 물건을 사주진 않으려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메시지는 이머징 시장의 불안감 확산입니다. 이머징 국가들은 중국에 물건을 수출하기도 하고 중국과 수출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바꿔 말하면 중국은 이머징 국가들의 물건을 사주기도 하고, 대미 수출이나 대유럽 수출 등에 있어서는 그들과 경쟁을 한다는 얘기겠죠. 중국 위안화가 절하되면 중국의 수입 물가는 상승할 겁니다. 수입품의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는 곧 중국 사람들이 이머징의 수입품을 덜 사준다는 의미가 되겠죠. 또한 위안화 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머징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의미가 되죠. 그렇기에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이머징 국가들 입장에선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가 악재로 작용하곤 합니다. 이 시점을 전후해서 10년을 이어오던 위안화 절상의 관성은 사라졌습니다. 이후 중국 경제에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죠.



    미국 및 글로벌 금융 시장의 흐름과 미래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 낙관론의 근거

    Fed & 트럼프 행정부의 극적인 스탠스 전환

    2019년은 1월부터 드라마틱했습니다. 1월 초, 성장과 금리라는 양 축에서 상당히 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합니다. Fed는 2018년 12월까지만 해도 완고한 표정으로 두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돌연 입장을 선회했죠. ‘미국 경제는 여전히 양호하지만 일부 역풍으로 인해 지금의 강력한 미국 경제 성장이 주춤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금리는 천천히 인상해야 할 것 같다’고 말입니다.


    Fed의 스탠스 변화에 전 세계 중 미국의 주식 시장이 가장 밝은 미소로 화답을 합니다. 특히 버블 논란이 있었던 IT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저점 대비 30%라는 놀라운 반등을 보이면서 불과 4개월 만에 2018년 9월 기록했던 전고점을 다시금 경신합니다. 성장 측면에서 미국은 그야말로 작년의 하락분을 모두 되돌리고 약간의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낸 거죠.


    하나 더, 2018년 4분기, 믿었던 미국 주식 시장의 붕괴를 보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것이 결국엔 미국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트럼프 행정부 역시 절실히 느꼈던 듯합니다. 2018년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들어 매우 전향적인 태도로 바뀌면서 미.중 무역 분쟁이 조속히 타결될 것이란 기대감을 키워줍니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2019년 3월 초엔 자동으로 시행할 것’이라던 대규모 관세 부과를 연기하면서 이런 기대감에 불을 지펴주었죠.


    중국 입장에선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2018년 중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금리는 올라가는데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성장 쪽이 위축되었죠. 그러나 성장을 위해 자국 금리도 인하할 수 없었습니다. 2018년 자국의 주식 시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무너져 내렸음에도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폭주 기관차가 멈춰 섭니다. 이젠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중국 당국에게 생긴 겁니다. 이에 중국은 바로 2019년 1월에 지준율을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섰습니다. 추가적인 미국 금리 인상 부담이 낮아진 만큼 부채를 조금 더 늘리더라도 성장이 빠르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중국 지방 정부들이 과감한 인프라 투자에 나서게 됩니다. 이는 중국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인프라 투자 성장으로 중국의 성장률 위축을 떠받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그 결과 미국뿐 아니라 2019년 1분기 중국의 성장 역시 시장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양호한 모습을 보이기에 이릅니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걷힌 만큼 이들 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기타 이머징 국가들 역시 한숨 돌릴 수 있었겠죠. 이에 따라 이머징 국가들에 대한 전망도 극도의 비관론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2018년 말 금리 면에서는 미국의 금리가 추가로 올라갈 것이고, 성장 면에서는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중국 경기는 경기부양도 제한되는 만큼 거의 답 없는 수준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강했습니다. 따라서 투자 관련 이자 비용은 오르는데 투자 수익률, 즉 성장은 위축될 것으로 보이니 주가가 급락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2019년 들어 두 가지 호재가 터집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되고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춘 거죠. 성장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고, 점차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던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도 멈추니 지난해 시장을 억눌렀던 악재들이 상당 수준 해소되기에 이릅니다. 2018년 성장 측면에서는 무역 전쟁 및 환율 전쟁으로, 그리고 금리 측면에서는 예상외의 강한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흔들렸다면 2019년에는 무역 전쟁 가능성의 완화와 금리 인상 중단이라는 이슈가 시장의 상승을 견인한 겁니다.


    향후 금융 시장의 전망 _ 종합

    2019년 상반기, 우리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빠른 회복세를 목격했습니다. 여기서 ‘2019년 고점 대비 추가 상승이 가능한가?’에 대한 제 기본적인 답변은 “네”입니다. 미국의 성장은 다소 둔화되더라도 중국 및 이머징 국가들, 그리고 Non-US 국가들 전반의 강한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다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단기로는 한두 차례의 강한 시장 충격이 있을 듯한데요,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옛말처럼 이런 충격 이후 다시금 전 세계 국가들의 강력한 공조가 뒤따르고 그로써 2017년과 같은 강한 상승장을 다시 한 번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존재하는 것이고요, 제가 말씀드린 낙관적 스토리 역시 그중 하나일 겁니다, 제가 경험했던 지난 15년 동안에도 세계 금융 시장에는 많은 위기가 있었습니다. 위기가 하나하나 터질 때마다 시장에선 마치 종말론을 맞이한 것처럼 비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곤 했고요. 그렇지만 실제 그런 비관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던 거죠. 오히려 미국 주식 시장은 이미 100년 이상 이어져왔고 그 과정에서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기를 여러 차례 맞닥뜨렸던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 세계 국가들은 전쟁과 공조를 반복하면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저는 낙관론을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앞으론 주가가 쉬지 않고 오를 것이다’와 같은 말씀을 드리지는 않습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는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있어 왔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에선 당연히 강력한 충격 역시 존재하겠죠. 이런 충격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을 자극할 것이고, 그 자극은 그들의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공조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더불어 이렇게 만들어진 공조가 전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을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요.


    이런 낙관론을 바탕으로 저는 ‘달러 약세 공조’라는 시나리오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미래는 반드시 이러이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제 능력으론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제가 말씀드린 전망을 ‘이렇게 시장을 보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관점에서 바라봐 주시고, 이 책의 근본 취지처럼 ‘환율과 금리라는 변수를 적용하면 이런 식으로 과거뿐 아니라 미래의 시장 움직임을 그려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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