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친구
 
지은이 : 데이비드 버커스(역:장진원)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02월




  • 지금까지 알고 있던 네트워킹에 대한 전통적이고 통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라! 


    친구의 친구


    약한 유대관계의 힘을 활용하라

    왜 당신의 옛 친구가 새 친구보다 나은가

    사람들은 가장 친한 친구들이 마치 자신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인 양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사회적인 지지나 신뢰할 만한 정보의 문제라면 그것이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기회의 관점에서 보면 딱히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기회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일 좋은 경로는 ‘약한 유대’ 또는 ‘휴면 상태의 유대’라고 부르는 관계라고 한다. 이는 자주 만나지 않거나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말한다. 다시 말해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길 원하거나 이직을 하고자 할 때, 지금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연락해서 ‘친한 친구들끼리만’ 알고 있는 것보다는 옛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잊힌 네트워크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면 대체로 익숙하고 신뢰할 만한 조언을 찾는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할 때 대개는 자동으로 가까운 인적 네트워크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한다. 친구나 가족에게 말한 뒤, 자신이 가진 약한 유대관계는 그냥 건너뛰고 아이러니하게도 곧장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 구인 공고에 의존한다. 어떤 중요한 문제에 대해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즉 자신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 편안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인적 네트워크 내에서 강한 유대관계는 대부분 이미 서로 연결되어 있다. 보통 너무나도 촘촘하게 집단화되어 있어서 한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는 그 집단 내의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게 마련이다. 그에 반해 약한 유대관계는 줄곧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다리를 만들며, 따라서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돕고자 하는 의지는 강한 유대를 가진 지인들이 더 강할 수 있겠지만, 연구는 약한 유대관계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정보가 강한 유대관계들이 가진 강한 의지보다 더 유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관에 반하는 이런 연구 결과는 이제는 고전으로 자리 잡은 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의 연구에서 처음 발견됐다. 1970년 당시 하버드대학교의 박사 과정 학생이었던 그는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 대해 연구하기로 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할 때마다 혹시 친구가 현재 직장을 알려주었는지 물어보곤 했다. 그러면 대부분이 “친구는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 정도”라거나 그 비슷한 답변을 했다. 그래서 그래노베터는 연구를 더 깊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보스턴 교외 지역에 살고 있는 수백 명의 전문직, 기술직, 관리직 분야의 이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취직하게 된 일자리를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특히 일자리 정보를 얻을 당시 그 사람과 얼마나 자주 연락했는지를 물어봤다. 그래노베터는 다음의 세 가지 카테고리를 사용했다. 첫째는 빈번히(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둘째는 종종(1년에 한 번 이상,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미만), 셋째는 드물게(1년에 한 번 또는 그 미만)다. 수집된 설문 결과에서 그래노베터는 17% 미만의 이직자들이 정보를 제공한 인맥과 빈번히 만난다는 결과를 얻었다. 5% 이상은 종종 봤다고 대답했으며, 드물게 만났다는 응답은 무려 27%에 달했다.


    ‘1년에 한 번’과 ‘일주일에 두 번 미만’은 차이가 얼핏 커 보이지만, 이는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약한 유대관계를 아주 잘 표현한다. 즉, 일부러 계획하고 만나지는 않았지만 쉽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관계를 뜻한다. 그래노베터는 1973년 이 데이터를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분포 곡선은 확연히 약한 유대관계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약한 유대관계의 힘’이라는 제목의 그 논문은 이후 사회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 중 하나가 됐다.


    그래노베터의 이런 놀라운 연구 결과는 대부분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직면하거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거나, 갑자기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할 때 취하는 행동과 정확히 반대다. 당신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친구들이나 가족, 신뢰하는 동료들과 주로 공유할 것이다. 그들은 당신을 가장 잘 알고, 당신을 돕고자 하는 의지 역시 가장 크다. 그러나 그래노베터가 발견한 것처럼, 그들이 당신이 미처 모르고 있는 유용한 정보나 실마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오히려 그들은 비슷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슷한 조언을 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왜냐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대체로 지인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약한 유대관계의 인맥은 대체로 다른 인맥 집단에서 활동하며, 그 때문에 정기적으로 꾸준히 만나지 않는 사이다. 그들은 당신의 측근 집단과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른 정보를 얻는다. 그 결과 당신이 처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최상의 정보 창구가 된다.


    약한 유대관계가 일자리 정보를 찾는 데에만 강력한 것은 아니다. 그래노베터의 연구에서 영향을 받은 많은 연구자가 약한 유대관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새롭고 가치 있는 정보와 시회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듀크대학교 교수인 마틴 루프는 벤처 기업가들이 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관계에 어떻게 의지하며, 이것이 그들의 혁신 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했다.


    루프는 새로 사업을 시작한 7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사업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으며 얼마나 참신한지, 팀의 구조는 어떤지, 원하는 어드바이저나 파트너는 누구인지, 특허 신청 상황은 어떤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중에서도 팀들의 사업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와 아이디어들의 혁신성 간 연관성을 눈여겨봤다. 그런 연관성의 강도를 판단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사업 아이디어의 출처를 다음 보기에서 선택하라고 했다.


    ① 가족이나 친구들 간의 이야기에서 나옴(강한 유대관계)

    ② 사업 관계자나 고객, 공급자와의 대화에서 나옴(약한 유대관계)

    ③ 방송이나 산업계 또는 현재 경쟁 업체를 관찰하는 데서 나옴(그는 이를 ‘일방적 유대’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정보가 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혁신성을 평가하기 위해 루프는 두 가지 지표를 사용했다. 하나는 특허와 트레이드마크의 출원이라는 객관적 측정지표였고, 또 하나는 혁신 카테고리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통용되어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 팀의 아이디어를 주관적으로 비교한 것이었다.


    그 결과를 표로 만들자 약한 유대관계들과의 대화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팀들이 두 가지 판단 기준 모두에서 더 혁신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 많은 특허와 트레이드마크를 출원했다는 것은 아이디어가 더 독창적이고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는 혁신의 카테고리에서도 더 뛰어났으며, 이는 그 사업 모델 자체가 강한 유대관계에 의존한 사업들보다 더 혁신적임을 의미한다. 루프는 결론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약한 유대관계들은 전혀 다른 출처에서 유래한 아이디어를 조합함으로써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게 하며, 강한 유대관계들보다 사회적 관심이나 대세에 따라야 한다는 부담이 덜합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루프의 연구 결과는 그래토베터가 처음 발견했던 ‘약한 유대관계의 힘’과 정확히 들어맞는다. 구직자들이 가진 약한 유대관계가 좋은 일자리 정보를 제공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벤처 기업가들이 가진 약한 유대관계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다. 또한 강한 유대관계에 의지하는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잠재적 고용주들을 설득하는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한 유대관계에 의존하는 창업자들은 자신의 사업을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난의 길을 견뎌야 한다. “우리 연구 결과는 창업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다변화함으로써 대세 추종이라는 함정을 피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라고 루프는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가장 다양한 정보를 얻고 가장 많은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강한 유대관계의 인맥을 넘어서야 하고, 약한 유대관계의 인맥이 제공하는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약한 유대관계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강한 유대관계의 인맥은 친숙하고 신뢰하는 관계로서 대체로 우리를 돕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하다. 그런데 약한 유대관계 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우리를 돕고자 하는 선의가 강한 유대관계만큼 강할 수도 있다. 과거에 끈끈했던 유대관계의 경우가 그렇다.


    연구자들은 과거에는 강했으나 현재는 약해진 유대관계에 ‘휴면 유대관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이런 종류의 약한 유대관계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실제로 증명했다.


    대니얼 레빈, 호르헤 월터, 키스 머니건은 거의 10년 동안 휴면 상태였던 유대관계가 어떤 힘을 가지는지 연구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업 임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과거의 인맥을 재활성화하도록 요청하고 그 결과를 관찰했다. 지금까지 그 결과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 연구자는 한 실험에서 경영자 MBA 과정을 밟고 있는 4개 반 224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연구팀은 적어도 3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지만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에 조언을 해줄 만한 두 사람을 골라 다시 연락을 하도록 참가자들에게 지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락이 끊기기 전에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던 한 사람과 약한 유대관계였던 또 한 사람에게 연락하도록 했다. 그리고 회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조언을 구한 바 있는 두 사람의 현재 인맥(한 사람은 강한 유대, 또 한 사람은 약한 유대)을 고르게 했다. 그런 다음에는 네 사람 모두의 조언을 그 가치(실행 가능한 지식인가), 참신성, 신뢰성 그리고 공감의 정도를 기준으로 평가하게 했다.


    당신도 상상할 수 있겠지만, 이들 임원의 상당수는 옛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한다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 결과 밝혀졌듯이, 그 옛 동료들이야말로 엄청난 도움이 됐다. 한마디로, 휴면 상태의 유대관계에서 얻은 조언이 현재의 인맥에서 얻은 조언보다 가치가 있을 확률이 더욱 높았다. 또한 예상치 못한 통찰력이나 참신한 조언을 해줄 확률 역시 휴면 상태의 인맥 쪽이 현재 인맥보다 훨씬 더 높았다. 레빈, 월터, 머니건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우리의 연구에 참여한 거의 모든 임원은 자신들의 휴면 상태 인맥과 다시 연락을 취함으로써 엄청난 가치를 얻었다고 답변했다.”



    호모필리의 유혹을 뿌리쳐라

    왜 같은 성향이 그토록 매력적일까

    커다란 인맥을 가지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시각을 자동으로 얻게 될 거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인적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고, 우리가 만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고 더 좋은 기회를 찾는 데 필요한 폭넓은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이런 접근 방식은 심지어 재앙을 초래하는 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호모필리는 1950년대에 폴 라자스펠드와 로버트 머튼이 지어낸 용어로, ‘유유상종’이나 ‘끼리끼리 모인다’ 같은 표현을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다. 개인적 관계 차원에서 이 이론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사회적 네트워크 차원에서 이 이론은 개인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질적으로 분리되고 밀집되어 ‘클러스터’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 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에 걸쳐 많은 자료가 작성됐다. 사회학자들은 이 현상을 사방 어디에서나 보아왔다. 부부에서부터 직장 동료, 단순히 얼굴만 아는 사람, 심지어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호모필리를 거시적 차원에 적용하면 집단 이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적 설득에 관한 한 호모필리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뿐만 아니라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와 ‘무엇을 읽을 것인가’라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8년 10월, 조직 분석학자 발디스 크레브스는 고객들이 구입한 책에 대한 데이터를 연결점으로 하여 아마존닷컴을 통한 책 구매 활동의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그가 분석한 네트워크는 실제 사람이 아니고 책과 그 안의 견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책 역시 사람이 사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분석 결과는 구매 도서들이 3개의 서로 다른 클러스터로 확연하게 갈린다는 점을 밝혔다. 공화당의 정치적 사상들에 관한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민주당의 정치적 사상들에 관한 책을 구입한 사람들과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민주당 성향의 서적을 사는 사람들이 버락 오바마에 관한 책을 구입한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크레브스의 이런 분석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유권자들과 연합하고 끌어모으는 오바마의 능력을 미리 예견했지만, 이와 함께 대통령으로서 하원과 일하면서 겪게 될 어려움도 예견했다.


    사회학자들과 네트워크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호모필리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무엇이 그것을 촉발하는지를 연구할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관계를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인가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사람들이 자기 주위의 꽤 한정된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의 친구들과 친한 동료(예를 들어, 함께 일하는 사람들 또는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의 친구)를 선택하는 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따라서 관계의 유사성은  사회적 네트워크상 위치에 따른 결과물일 수도 있다.


    이것이 덩컨 왓츠와 대학원생인 게오르기 코시네츠가 답을 찾고자 했던 바로 그 질문이다. 우선 그들은 연구를 위해 커다란 네트워크를 필요로 했다. 시간을 두고 관찰할 수 있는 네트워크여야 했다. 왜냐하면 긴 과정 중 단지 한순간의 스냅샷만 보고 어떤 것의 기원을 연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전의 학자들이 해결하는 데 애를 먹었던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코시네츠와 왓츠는 운 좋게도 신기술이 해결책을 제공해주었다. 코시네츠와 왓츠는 어떤 조직이나 커뮤니티 안의 연결에 대한 개략적인 모습을 그리는 데 이메일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호 간에 주고받는 이메일은 대부분 실제적 관계를 나타낸다. 이메일의 교환을 그 한 가지 방법으로 사용해서 그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관찰할 수 있다.”라고 왓츠는 썼다.


    그들은 미국에 있는 대형 대학교의 학생, 교수, 교직원 등 3만명 이상에 대한 자료를 한 학년도에 걸쳐 수집했다. 그리고 누적된 이메일 자료뿐만 아니라 개인의 특성에 관한 자료(예를 들면 성, 나이, 근속연수)와 수강 신청 기록을 수집했다. 그들은 통틀어 700만 개가 넘는 메시지 기록을 수집했는데, 물론 단체 메시지는 모두 제외한 것이었다.


    코시네츠와 왓츠는 이 모든 데이터를 취합한 후 사회적 네트워크의 모델을 설정하고, 그것이 270일(한 학년도)의 기간에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구성했다. 특히 네트워크 내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성된 새로운 유대관계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모델을 통해 그들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누가 누구와 관계를 형성했는지를 ‘호모필리’ 개념으로 예측해낼 수 있었다. 즉, 서로 비슷하지만 안면이 없는 사람들은 서로 비슷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훨씬 컸다. 또한 대학교의 인적 네트워크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 역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아냈다. 대부분의 경우 사회적 네트워크의 구조에서 서로 가까이에 있는 개인들은 관계를 맺기 전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들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았다. 종합해보면, 네트워크 내에서 어디에 있느냐가(즉, 잠재적 관계들에 얼마나 가까운지가) 누구와 관계를 맺을지를 선택하는 데 순전한 유사성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코시네츠와 왓츠가 발견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유사한 사람들을 가깝게 해주고 관계를 맺을 확률이 높도록 네트워크 구조가 점진적으로 바뀌면서 초기에는 약했던 유사 개인들 간의 선호도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연구 결과는 호모필리에 한번 빠지고 나면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를 ‘나선형 하향 국면’이라고 한다. 초기 단계에 약간의 선호도가 중요하긴 하지만, 앞으로의 선택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외적으로 드러나는 호모필리의 정도를 강화하게 된다.


    연구 결과들은 호모필리가 정말 얼마나 당혹스러운 문제인지도 밝혀주었다. 유사한 목소리, 의견, 성향을 가진 네트워크 안에서 클러스트화된 채로 머물 경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자신과 조직을 위한 최상의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정말로 방해받을 수도 있다. 더욱이 그렇게 촘촘하게 클러스터로 묶인 네트워크는 보다 정확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의견, 새로운 성향을 찾는 것들을 더더욱 어렵게 한다. 결론은 ‘당신이 누구를 아는가’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다시 ‘당신의 친구의 친구 중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인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간에 말이다.



    다면적 관계에서 기회를 찾아라

    왜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얼마나 잘 아는지를 포함하는가

    자신이 가진 인맥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때 사람들은 지인들을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는 친구들이고, 일부는 일로 아는 사람들이고, 또 다른 일부는 무엇인가 활동을 공유하며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적 네트워크는 그런 카테고리들이 의미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복잡하다. 사회학자들은 ‘다면성’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어떤 두 사람의 관계가 한 가지 이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다면적 관계는 두 사람 간의 유대를 더욱 강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그런 단순화는 많은 경우 인적 네트워크의 진정한 가치를 놓치는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


    2006년 6월, 워런 버핏은 자선 세계를 놀라게 하는 발표를 했다. 그는 평생 모은 재산을 자선활동에 계속 쓸 계획이지만, (록펠러 재단, 포드 재단 등) 다른 거물 기업인들이 전통적으로 그랬던 것과는 달리 단순히 자기 이름의 자선재단을 설립해 독자적으로 운영하진 않겠다고 발표했다. 재산 대부분을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에 맡겨 각자 따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빌 게이츠와 기부금을 합치겠다는 것이었다. 일반인들에게 버핏의 이 결정은 꽤 이상해 보인다. 그렇게 큰 기부금이 기부자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하는 데 사용되지 않은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기 돈을 스물 다섯이나 젊은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얘기 아닌가.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버핏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이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게 쓰일 것이라고 믿는 이유가 수십 년에 걸친 신뢰와 협력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이야기의 유별난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게이츠와 버핏의 관계는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적어도 처음에는 말이다. 그 관계의 토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바로 ‘브리지’라는 게임이었다.


    20여 년 동안 두 사람이 서로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업무와 자선활동에서 협력해온 이유 중 상당 부분은 그들이 똑같이 카드 게임을 즐겼기 때문이다. 게이츠와 버핏은 1991년 7월 5일 처음 만났다. 게이츠의 어머니 메리 맥스웰 게이츠는 가족별장에서 버핏을 포함한 몇몇 친구가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 게이츠도 불렀다.


    그러나 게이츠는 일하는 시간을 덜어내면서까지 버핏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그냥 종잇조각을 사고팔 뿐이에요. 그건 진정한 부가가치 창출이 아니잖아요”라고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게이츠는 잠시 들르기로 약속했고, 버핏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둘은 금방 친해졌다. 게이트는 자신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문들을 버핏에게서 받았다. 그렇게 ‘잠시 방문’하기로 한 것이 몇 시간의 긴 대화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아마 둘 다 브리지 게임을 즐긴다는 공통점도 알게 됐을 것이다.


    그날부터 그들은 우정을 키우고 사업적 관계도 넓혀나갔다. 줄곧 브리지 게임을 하면서 말이다. 게이츠 어머니의 파티에서부터 수없이 함께한 브리지 게임, 그리고 버크셔해서웨이의 미래를 위한 사업 이야기, 나중에는 세상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전략에 이르기까지 게이츠와 버핏의 관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하지만 사실 거의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사업적으로 아는 모든 지인을 한 카테고리에 넣고 개인적으로 아는 모든 지인을 또 다른 카테고리에 넣는 것이 쉽기는 하겠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업무와 개인적 친분,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관계가 섞인 여러 개의 경로를 통해 인연을 맺는다. 사회학자들은 두 개인 간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여러 사회적 관계의 수에 ‘다면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다면성은 꽤 최근에 연구됐지만, 사업 관계에서의 이런 사례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설적인 생활용품 기업인 프록터 앤 갬블의 탄생 배경에 대한 유별난 이야기를 고찰해보자. 윌리엄 프록터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으로 그의 첫 번째 아내는 신시내티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어 사망했다. 양초 제조공으로 정식 직업교육을 받았던 그는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면서 양초를 만드는 1인 사업을 시작했다. 제조와 판매, 배달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그가 신시내티에서 유명한 양초 가게의 주인이었던 알렉산더 노리스를 만나게 된 것도 이 사업을 하면서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록터가 노리스의 딸 올리비아를 만나게 된 것이다. 프록터는 곧바로 청혼하고 노리스와 결혼한다. 그즈음, 아일랜드계 이민자인 제임스 갬블이 올리비아의 여동생 엘리자베스 앤을 사귀고 있었다. 갬블은 비누 제조 수습생으로 일했고 오래지 않아 비누와 양초 가게를 열었다. 새로운 기회를 알아본 사람은 두 사람의 장인인 알렉산더 노리스였다. 사위들이 똑같은 원재료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는 것을 눈여겨본 그는 혹시 두 사람이 그냥 힘을 합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그리하여 1837년 10월 31일, 그들은 정식으로 합작하여 P&G를 설립했다.


    그들의 파트너십이 시작된 지 150여 년간 P&G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여전히 비누와 양초를 만들지만 그 외에도 의약품, 화장품, 기저귀, 식기 세척용 액체 세제 등을 생산한다. 이 모든 것은 두 사람이 서로의 사업 역량을 높이 사서가 아니라 다면적 유대관계로 발전하게 된 개인적 인연이 출발점이었다.


    150년 이상을 앞으로 돌려 아이스크림의 세계로 눈을 돌려도 비슷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스크림의 전설이며 벤앤제리의 공동설립자인 벤 코헨과 제리 그린필드는 중학교 시절의 우정으로부터 시작해 다면적 관계가 됐고 다국적 기업을 함께 운영했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 시절에도 아이스크림 가게를 낸다는 생각은 두 사람 중 누구도 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마냥 사이좋은 친구일 뿐이었다. 그린필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하이오주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고, 코헨은 뉴욕주 북부에 있는 대학에 갔지만 중간에 그만두었다. 코헨이 친구를 보러 오하이오로 갔고 거기서 한 달 동안 머물게 됐다. 그 한 달 동안 그는 그린필드의 기숙사 방에서 지냈는데, 밤에는 기숙사 근처에서 샌드위치를 팔며 돈을 벌었다.


    코헨은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린필드가 졸업을 한 후 코헨의 아파트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친구로서 더욱 돈독해졌고, 각자 일하면서 아파트 임대료를 마련했다. 코헨은 택시를 몰며 자신이 만든 도자기들을 팔아보려 애썼고, 그린필드는 의대에 들어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험실 기술자로 일하게 됐다. “우리는 둘 다 인생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둘이 함께 무엇인가를 시작해보기로 했죠.”


    그들은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고 약간의 조사를 거친 뒤 아이스크림으로 정했다. 필요한 장비가 가장 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함께 아이스크림 제조에 관한 통신 강좌를 등록했다. 강좌를 이수한 그들은 버몬트주의 벌링턴을 시험 장소로 골랐다. 경쟁해야 할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가게가 없는 대학 도시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낡은 주유소를 뜯어고쳐 다양한 레시피와 사업 모델들을 가지고 실험을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회심의 배합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는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업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우정이 동업 관계로 바뀐 지 20여 년이 지난 2000년, 두 사람은 벤앤제리 브랜드를 유니레버에 3억 2,600만 달러에 팔았다. 아이스크림 제조 강좌 수업료에 5달러를 투자했던 것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수익이다.


    역사는 유사한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을 단순하게 일과 사생활로 분류하고 싶은 유혹을 받겠지만, 실제 인적 네트워크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그것이 우리에게 득이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다면성은 우리가 현실 세계의 기회를 더 잘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터에서의 업무 성과를 향상시킨다고 한다. 심지어 조직 전체의 업무 성과도 향상시킬 수 있다. 


    과학에서 실천으로

    당신이 창업자이든, 회사 직원이든 간에 인적 네트워크의 다면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인맥이 어떻게 분류되는지에 대한 통상적인 생각과 놀라울 정도로 상반된다. 업무적으로 아는 지인을 개인적인 지인과 분류하면서 ‘그 사람과는 개인적 관계가 아니야. 단지 업무 관계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계가 업무적인 관계로 바뀐 경험을 누구라도 해봤을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을 구분해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그런 생각을 바꿀 때다. 친구들과 동료들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열린 마음을 갖는 데서 출발한 다음 유대관계를 점차 넓혀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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