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9
 
지은이 : 김난도 외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일 : 2018년 10월




  • 김난도 교수는 2019년의 소비 흐름을 “원자화·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컨셉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1인 마켓(세포마켓)’으로 빠르게 세포분열이 진행되고 있는 시장에서 개인과 기업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는 ‘컨셉력’을 갖춰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가는 신(新) 가족풍속도인 ‘밀레니얼 가족’의 등장이다. 밥 잘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가 지금 시장을 바꾸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9


    2018년 소비트렌드 회고

    What’s Your ‘Small but Certain Happiness’?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2018년 한국 사회에서는 작지만 확실한 나만의 행복을 찾자는 소확행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됐다. 각종 SNS에는 ‘#소확행’을 달고 자신의 행복한 순간을 기록한 사진들이 넘쳐났다.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 역시 너도나도 자신만의 소확행이 무엇인지 고백하며 시청자의 주목을 끌었다. 서점가에선 나만의 행복 담론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기업조차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곧 너의 소확행”이라는 식의 갖가지 마케팅 구호를 쏟아냈다.


    이렇듯 2018년, 하나의 큰 목표만이 정답이라고 여기기보다는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자는 소확행의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정받는 직업과 부러움을 살 만한 재력 등,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것만이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했던 우리 사회에 소확행 트렌드가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이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셀러만 도서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이지 않은 취향의 하위문화 서적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고, 대기업 제품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아이디어에 기댄 중소기업 제품도 얼마든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히트상품의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자율성을 갖게 된 것이다.


    향후 전망 _ 자포자기로 이어지지 않는 확실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삶에 대한 이상적 모습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사회가 욕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한국 사회에서는 하나의 커다란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2018년 소확행 트렌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소확행은 당신만의 작고 소박한 행복도 충분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가지의 행복과 정의가 존재하는 것이 맞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물론 소확행 트렌드가 대한민국 경제의 오랜 저성장 기조와 그 안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기 어려워진 젊은이들의 좌절이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소확행이 가져온 긍정적 취지는, 내 행복의 기준이 남들과 다른 만큼 타인의 다름도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8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소확행 트렌드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무엇보다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강요된 소확행에 따른 피로감 때문에 더 큰 다양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이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고 소박한 행복의 추구를 장려하고 거대한 꿈이나 야망을 비하하는 식의 침체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경계해야만 한다.


    2018년 한국 소비 시장의 화두가 되었던 소확행 트렌드가 한국 사회의 그늘이 아닌 새로운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작지만 확실한’ 성찰과 전략이 필요한 때다.



    Generation ‘Work-Life-Balance’ ‘워라밸’ 세대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저녁’은 극적으로 변했다.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하며 하얗게 밤을 불태우는 번아웃의 일상이, 퇴근 후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소위 “저녁이 있는 삶”으로 변하며 워라밸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제도의 시행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크고 경제적 효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변화의 조짐은 이미 여러 분야에 번지고 있다.


    향후 전망 _ 한국의 워라밸 지수는 아직 10점 만점에 4.7

    워라밸 트렌드의 확산은 직장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퇴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기업들의 인력 운영 방식도 크게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19년 이후로도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작용 없는 워라밸 문화의 정착을 위해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들도 남아있다.


    먼저 소득 감소에 따른 문제점을 함께 풀어야 한다. 근무시간 축소로 임금이 줄어드는 직종의 경우 노동자의 타격이 크다. 때문에 이들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투잡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투잡을 아르바이트나 겸업이라는 관점에서 본래 직장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투잡을 조성하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근로자의 투잡 선택을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두 번째로는 저녁 시간 재구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제도 변화로 인해 직장인들의 저녁 시간이 물리적으로 확보는 되었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노동 시장 감축만을 추구하기보다, 노동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 일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근무시간만 줄어들어 퇴근 후 집이나 카페에서 근무를 이어가는 이들도 많다. 또한 과또한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라는 새 근로기준법만 기계적으로 따르는 기업에서는 각종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우리의 워라밸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겠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사실은 시간과 행복은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무시간 단축이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되거나 그림의 떡이 되지 않고, ‘워라밸 소외계층’이 없도록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할 때다. 제도를 넘어 근무 환경의 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단순히 근무시간을 단축해 워라밸을 끌어올리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삶, 워라밸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2019년 소비트렌드 전망

    You Are My Proxy Emotion. 감정대리인, 내 마음을 부탁해

    자기 감정을 스스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나 화났다”는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고, 연애나 여행을 액자형 관찰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신 경험하며, ‘대신 욕해주는 페이지’에 들어가 차오른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으로 감정을 외주 준다. 본능적이고 삶에 필수적인 감정 표현을 대리인에게 맡기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가까이 상호작용하며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더 힘들어하는 디지털 원주민들, 온갖 걱정을 안겨주고 동시에 행복을 강요하는 감정 과잉 사회 속에서 정작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감정대리인을 찾고 있다.


    등장 배경_ 감정 과잉 시대, 감정의 ‘해피밀’을 찾아서

    정보 과잉의 시대, 우리는 정보라는 이름의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의 대부분은 감정을 동반한다. 미세먼지가 심해질 것이라는 기상정보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욱 불안을 증폭시키고,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을 교통사고 영상은 막연한 공포감을 준다. 에메랄드빛 해변을 강조하는 여행 광고는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부채질하고, 습관적으로 접속한 SNS에서는 여유와 행복이 넘치는 주변인들의 일상이 우리를 둘러싼다. 한마디로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감정의 과잉을 필연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자극이 많을수록, 감정이 격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탈감정사회』의 저자 메스트로비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감정을 쉽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감정의 맥도널드화’가 진행된다. 그는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감정이 먹기 편한 한입 크기로 만들어진 ‘해피밀’과 같다고 말한다. 연애 리얼리티를 통한 대리 연애는 간질간질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실연으로 정신 못 차리게 할 일이 없다.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이 죽으면 펑펑 울 수 있지만 영화관을 나서면 없던 일이 된다. 감정대리인을 통해 적당히 소비하는 감정은 적당히 즐겁게 식사를 해결하는 해피밀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얕은 감정이 오가는 사이에 부정적 감정은 갈 곳을 잃게 된다. 해피엔딩의 드라마와 같이 갈등은 금세 해소되고 늘 행복감으로 마침표를 찍는 감정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슬픔도 거부하고 있다. 이렇게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고

    발설되지 못한 감정들은 쌓이고 쌓여 자연히 감정대리인의 몫이 된다.


    시사점 _ 감정 관리 산업의 성장 가속화

    감정대리인에 대한 현대인의 니즈가 계속되는 한 이와 같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의존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언택트 기술의 편리함에 의존하고 관계가 프로젝트화 될수록 사람들의 감정 근육은 약해지고 이에 따라 감정을 다루는 일이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디지털 기술에 의탁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관련 산업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영국에는 문화별로 달리 해석되는 이모티콘의 미묘한 차이를 알려주는 ‘이모티콘 번역가’가 등장했고,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에서는 이모티콘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앱, 위모지를 출시했다. 나아가 감정의 근육이 약해져가는 다음 세대를 위해 감정을 가르쳐주는 게임도 나왔다. 페피팔이라는 게임은 영유아들이 친구들과 놀거나 싸우기도 하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의 표정을 보면서 상황에 맞는 감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감정 큐레이션이 한층 더 발전하게 되면 소비자가 굳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입력하지 않아도 먼저 감정을 감지하고 분석하여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주는 서비스로 진화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감성 컴퓨팅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부정적인 감정도 수용하는 마음 근육을 키워야

    감정대리인에 점차 의존하게 되는 것은 부정적이거나 슬프거나 불안정하거나, 뭔가 불편한 감정을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약한 마음 근육에 원인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란 늘 편안하고 안심되는 상태에 있을 수만은 없고, 또 그런 상태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쁘고 행복한 감정도 중요하지만 삶이 더 풍부하고 가치 있으려면 모든 감정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해피밀이 지금 당장은 맛있지만 영양가는 떨어지듯, 감정의 해피밀도 우리의 마음 건강을 지켜줄지 자신할 수 없다. 감정 관리에 대한 많은 책들이 말하는 바는 하나다.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라.” 무엇이든 공유하고 빌려 쓰는 시대라지만, 감정만큼은 즐거움이든 슬픔이든 자신만의 색으로 칠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Emerging ‘Millennial Family’ 밀레니얼 가족

    ‘밀레니얼 세대’란 누구인가?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로 정의한다. 현재 나이로 계산하면 대략 20대부터 30대 후반까지의 나이대를 아우른다. 밀레니얼 인구를 계산해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 수준인 18억 명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 밀레니얼 세대의 숫자가 그들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를 앞지르는 시기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2020년이면 시장에서 구매력이 가장 높은 고객군이 된다. 이 때문에 밀레니얼이란 단어에 한국만이 아니라 온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 역시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그들만의 문화적 공통분모를 가진 집단이다. 풍요와 향유에 익숙한 반면, 경제적 위기 대처 능력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절대 빈곤이 거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수시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평등하며 민주적이지만, 이기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면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무조건 옳은 것은 없으며, 가치란 항상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소비자로서 밀레니얼 세대는 가치 체계를 새로이 정립해가는 집단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며 각자의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편화된 개인으로 평가받던 밀레니얼 세대가 드디어 그들만의 가족을 형성하면서 기성 고객군을 서서히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밀레니얼 가족이 사는 법

    그들은 기성세대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던 기본값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그들만의 새로운 삶의 모습을 씩씩하게 써내려간다. 그들에게 가사란 가성비 있게 처리해야 할 노동일뿐이다. 가족 간은 동등하며, 개인의 시간과 공간은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독이라 평가될 만큼 자기계발에 집착하고, 따르기 힘든 전통은 현명하게 조정해 수용하는 지혜도 갖추고 있다.


    시사점_ 밀레니얼 가족에게 가정은 ‘적정 행복’의 장소

    베이비붐 세대가 자라온 시대에는, 가정이란 더 나은 삶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장소였다. 저성장기를 살아가는 밀레니얼의 시대, 가정이란 더 이상 절대적인 희생의 장소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개인의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발휘하며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적정 행복’의 장소다. 한국 소비 시장의 새로운 장을 막 쓰기 시작한 밀레니얼 가족은 우리 사회에 어떤 기회와 도전을 요구할까?


    첫째, 밀레니얼 가족이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상품·서비스·기술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밀레니얼 가족이 아무리 가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길 원한다 해도 만약 로봇청소기, 빨래건조기 등의 제품이 수십 년 전의 기능에 머물렀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효율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가족이 반대로 그들의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 하는 영역이 어디인지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습과 자기계발은 밀레니얼 세대가 시간을 투자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이런 특성을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밀레니얼 가족을 중심으로 발현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은 향후 다른 세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새벽 배송, 밀키드, 로봇청소기 등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각종 신상품과 서비스를 가장 먼저 채택한 주역은 밀레니얼 가족이지만, 향후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는 베이비붐 세대나 시니어 가족 등 다른 집단에까지 확산될 것이다.


    밀레니얼 가족이 만드는 새로운 시장, 바로 지금이 그 태동기다. 기업에서 사회에서, 정부에서 이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 제도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는 21세기형 욕망과 20세기형 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기억하라. 당신의 주요 고객층으로 성장하고 있는 밀레니얼 가족은 웬만한 물건이라면 모자람 없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단지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Manners Maketh the Consumer. 매너 소비자

    매너가 소비자를 만든다. 일부 소비자들의 직원에 대한 갑질이 늘어나면서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와 고객 갑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소비자의 비매너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근로자들의 ‘감정노동 보호’ 논란도 심화되고 있다.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경쟁의 과열로, 기업이 근로자에게 고객에 대한 무조건적 맹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심리적 부조화를 겪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시달리며 정신건강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과 유통 현장에서 고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매너와의 균형을 도모하자는 워커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배너 고객 뒤에 숨은 문제들

    갑질의 문화적 뿌리

    갑질은 매우 한국적인 개념으로 ‘화병’, ‘재벌’처럼 영어로 번역이 안 되는 한국 단어들 중 하나다. 그만큼 한국에서만 고질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철저한 계약 사회인 서구에서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해서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은 드물다. 갑과 을은 계약상 존재하는 명칭일 뿐이다. 계약상 갑, 을이라고 하면 계약상 갑이 갖는 공식적인 권리만 행사할 수 있다. 계약을 위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을도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서구 사회는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되고 사회복지 정책이 발달되어 있어 부의 분배 왜곡이나 자국민들 사이에의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고 제도적으로도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고 계약에서 정한 바를 넘어서는 갑질 행위는 기본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갑질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직장 내 ‘상사-부하’, ‘발주회사(직원)-수주회사(직원)’, ‘군대 선임-후임’, ‘영화감독‧,PD-배우’. ’‘교사‧교수-학생’ ‘아파트 주민-경비원’ 등 서로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두 요소가 짝을 이루는 ‘이항대립적 위계관계’가 있다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갑질이 발생하면 갑의 횡포를 비난하고 을의 어려움을 동정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지만, 현실에서는 을의 위치에서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조차도 갑의 위치가 되면 또 다른 을에게 갑질을 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유독 갑질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희대 송재룡 교수는 이러한 갑질 문제가 개인 차원의 심리나 정서적 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적 경향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갑질 문화의 뿌리가 유교의 차등적 윤리 규범에 기초한 형식적‧위계적 권위주의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갑질을 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무조건 ‘위계관계’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의 갑질 심리에는 불신과 불안 심리도 어느 정도 내재하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객들은 때로는 자신이 갑질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호갱’으로 무시당할 수도 있다고 염려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공공연한 진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살면서 수없이 이러한 사례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갑질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게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목소리가 큰 사람은 매너 없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거나 무시당하기 쉽다. 막무가내로 고함치고 떼쓰는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줄수록 사회 상규와 규칙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조용히 질서를 지키고 규칙을 따르는 사람만 바보가 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절차와 규칙 준수가 상호 간에 지켜질 때, 갑질의 악순환은 끊어질 수 있다.


    시사점

    무조건적으로 ‘손님이 왕’인 시대도 지났고 그렇다고 덮어놓고 소비자가 ‘을’인 시대도 아니다. 소비자는 갑도 을도 아닌 거래 관계의 한 당사자이자 성실한 생활자일 뿐이다. 소비자는 경제주체로서 공정거래, 계약 준수, 시장질서 준수 등의 기본적 의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노쇼가 만연한 것도 이러한 계약상 의무, 소비자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결과이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려면 책무의 성실한 수행도 필수적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지킬 때 사회 전체의 매몰 비용을 줄이면서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보다 큰 이익이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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