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약품이 인간을 더 똑똑하게 만들까
투약이란 환자에게 처방하고 치료를 위해 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 투약이란 환자에게 처방하고 치료를 위해 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투약의 범위가 병원을 넘어 직장과 교육 현장까지 파급되고 있다면? 이러한 투약의 개인적, 사회적 의미와 효과는 무엇일까? 스마트 약품은 과연 보편화될 것인가? 스마트 약품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자.


    경영자와 기업가들은 그들의 업무능력과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새로운 도구를 적용하는 일에 결코 망설이지 않는다. 스프레드시트에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기술들은 최근 수십 년간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다.


    회의, 프레젠테이션, 브레인스토밍 과정 등에서 각성 효과를 주는 합법적 약물(카페인)을 제공하는 이유도 최고·최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성과를 내게 하기 위함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스마트 약품Smart Drugs’으로 불리는 항치매제Nootropic Drugs가 생산성의 혁명을 주도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용도로 승인받은 약품들을 경영자, 실리콘밸리 기업가, 변호사, 은행가들이 사용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그 약품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대학교수들까지 이런 사용자들에 포함되어 있다.


    칼 세데르스트룀Carl Cederstrom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 약품은 다음과 같다.


    ▶ 모다피닐Modafinil - 프로비질Provigil이라는 제품명으로 세파론Cepharon사가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기면증으로 인한 과도한 수면, 폐쇄수면무호흡증, 교대근무 수면장애에 대한 처치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 애더럴Adderall, 리탈린Ritalin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처치제로 알려져 있다.


    각종 연구에 의하면 수면장애나 ADHD와 전혀 상관없는 미국 대학생들이 학기말 리포트, 시험공부, 기말시험 등에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 약품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비리그에 속한 616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거의 5명 중 1명꼴로 더 높은 학점을 얻기 위해 이러한 약품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4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적어도 8번 이상 투약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졸업 이후 취업한 후에도, 중요한 보고서 작성이나 발표를 앞두고 업무능력을 향상해 줄 수 있는 약품에 의존하리란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스마트 약품을 사용한 사람들이 동료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업무성과를 내게 되면, 직장 내의 다른 모든 사람들도 남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약물 사용에 대한 유혹을 받게 되리란 점도 자명하다.


    사실 이미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각종 매체에 보도된 다음의 내용들을 살펴보자.


    ▶ <파이낸셜타임즈>는 스마트 약품이 이미 변호사, 은행가, 그 밖의 전문직 세계에 만연해 있다고 보도했다. 경쟁자나 동료를 넘어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 미국 최대의 IT 온라인 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모다피닐을 ‘기업가들의 기호 약품’이라고 지칭했다. 또 매일 20시간 동안 일하기 위해 이 약품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가들이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 <뉴욕>지는 모다피닐 덕에 하루를 넘겨 그 다음날 저녁까지도 일하는 한 스타트업 기업의 경영자 이야기를 다뤘다. 작은 흰색 알약 하나를 섭취한 뒤 오래지 않아 그는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수준의 집중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사업가는 “시각적 기능이 탁월해진 반면 청각적인 감각은 무뎌져서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한 가지 일에 시각적으로 집중하여 업무를 수행하기가 너무나 수월했다.”라고 했다.


    ▶ 과학 저널 <네이처>지는 1,400명의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1/5이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을 위해, 즉 치료 외의 이유로 약품을 활용한 경험이 있음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약품 사용자 중 62%는 리탈린을, 44%는 모다피닐을 복용했다고 응답했으며, 15%는 프로프라놀올Propranolol과 같은 ‘베타 수용체 차단제Beta-blockers’를 복용했다고 답했다. 즉, 일부는 둘 이상의 약품을 복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응답자들이 복용한다고 답한 다른 약물들로는 애더럴, 센트로페녹신Centrophenoxine, 피라세탐Piracetam, 덱세드린Dexedrine 등이 있었다. 약물 사용의 주된 이유는 대개 집중력 향상이었다.


    이런 스마트 약물 사용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한 말 같지만, 일하기 위함이다.


    하버드 의과대학과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1990년 1월부터 2014년 12월 사이에 발표된 모다피닐에 대한 24종의 연구자료들을 전부 검토했다. 이들의 체계적인 검토는 <유럽 신경약리학 저널>에 발표되었는데, 모다피닐은 학습, 계획 수립, 결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특별한 부작용도 없어서 불면증, 두통, 메스꺼움을 호소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대조군에서도 나타난 증상이었다. 연구자들은 결국 이렇게 결론지었다. “모다피닐은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약품이라고 할 수 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연구결과도 위의 결론을 뒷받침한다. 이들은 평소 수면이 부족한 외과의사들이 모다피닐을 복용하고 집중력, 계획 수립 및 의사결정 능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학잡지 <바이오메드센트럴BMC Medicine>이 1,145명의 외과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인지기능 향상을 위해 한 번 이상 약물을 복용했다고 답한 외과의가 무려 20%에 달했다.


    미군은 스마트 약품에 대한 자체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슬레이트닷컴Slate.com에 보도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공군연구소, 미 육군항공의학연구소, 미 육군의료연구물자사령부, 월터리드 육군연구소, 미 특수운영사령부 생체의학 운영위원회에서 스마트 약품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일례로, 미군은 88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깬 상태로 비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F117 전투 조종사들에게 모다피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외 다른 국가들도 군인, 조종사, 항해사, 공수부대원 등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실험을 해오고 있다. 적극적으로 이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진 국가에는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인도, 네덜란드, 싱가포르, 대만을 비롯해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슬레이트닷컴에 따르면, “거의 모든 실험에서 모다피닐이 잠을 자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고 있다.”


    이런 능력은 전투 현장이나 회사 회의실 어디에서나 명백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히 하자. 이 스마트 약품이 당신의 지능을 높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잠을 자지 않고도 더 오랫동안 일하게 해 줄 뿐이다. 또 날카로운 집중력으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게 하고 미뤄왔던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러나 두뇌 크기를 늘려주거나 뇌의 신경세포 수를 증가시켜 주지는 않는 것이다.


    또 업무에 창의성이 필요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관련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스마트 약품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일을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버드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다피닐을 복용할 경우 창의력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얻은 한 연구를 간단히 다룬 바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모다피닐을 복용한 어느 계산 뇌과학자가 모다피닐이 사고능력의 확산에 방해가 된다고 진술했다. 다시 말하자면 스마트 약품은 한 곳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하지만, 집중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직업이나 직무에서는 단지 집중력을 높이기만 해도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창의성과 혁신이 필요한 업무나 직업의 경우, 스마트 약품은 오히려 당신을 더 바보로 만들지도 모른다.


    이러한 스마트 약물의 전망은 어떠할까?


    첫째, 스마트 약품을 허용하면 경영자, 대학, 개인들 간에 여러 중요한 윤리적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칼 세데르스트룀 교수도 이런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사용하는 운동선수가 부정행위자로 간주되는 것처럼, 스마트 약품 사용도 부정행위인지 여부가 하나의 문제다. 듀크 대학은 최근 정책을 변경하여 “학문적 성취를 높이기 위해 허가받지 않은 약품을 사용”하는 것을 표절이나 “각종 과제와 시험에 허가받지 않은 도구나 장비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직한 행동이라고 공표했다. 반면 스마트 약품이 커피와 별다를 것 없다는, 한 명의 듀크 대학 교수가 포함되어 있는 반대 측 입장도 있다.


    스마트 약품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쉽게 약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계층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소외계층의 학생들에게 이 약품을 공급하면, 점수를 잘 받아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더 나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마지막으로 경영자들이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 약품 복용을 요구하거나 권장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얼핏 부적절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이미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이 건강하게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운동하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급여를 주거나 건강검진을 활용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완전히 먼 얘기만도 아니다.


    둘째, 동료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과 경쟁자로부터 뒤처지지 않으려는 욕구가 학교나 직장에서 스마트 약물의 확대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네이처>지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16세 이하의 건강한 어린이·청소년들에게는 스마트 약품이 제공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의 경우 응답자의 1/3은 “다른 아이들이 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인지기능 향상 약물을 먹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비슷하게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생들에 대한 연구결과도, 학교 대표로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동시에 사교 클럽에 속한 학생들이 둘 중 하나만 하거나 둘 다 하지 않는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이 각성제를 오남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약을 복용하는 학생들 중 37%는 전체 학생들 중 30% 이상이 그런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반면 복용하지 않는 학생들 중에서는 단지 14%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명백히, 같은 팀이나 사교 집단의 규범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마트 약물의 사용에 대한 저항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다 하는데’ 같은 생각이 다수를 따르려는 동기를 자극하여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군대의 경우 모다피닐 같은 스마트 약품이 병사와 조종사들에게 훈련·전투 상황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능력을 제공할 것이다. 슬레이트닷컴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군대는 이미 카페인 껌 같은 각성제를 제공해오고 있으며, 실제 작전 수행 중인 대부분의 비행 조종사들은 각성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다피닐은 능력을 증폭시키는 약이 아닌 일종의 강화제에 불과하다. … 맨 처음에는 군인들이 몇 시간 정도 잠을 자지 않고 버티게 해주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험은 점점 대담하게, 잠자지 않는 시간을 40, 60, 나아가 90시간까지 늘리는 데까지 진행되었다. 관련 잡지들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모다피닐을 이용하면 군인들이 단지 하루 4시간의 취침만으로도 몇 주 동안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 군사적 목적으로 모다피닐을 연구하는 다수의 국가 간에 ‘잠을 자지 않는 군인’은 이미 경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미 공군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그 이유를 적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서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효과적인 무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약 하루 중 20시간 내내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절반의 시간만으로도 피곤해질 적군에 비해 확실히 훨씬 강한 전투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


    References List :
    1. Harvard Business Review, May 19, 2016, “Like It or Not, ‘Smart Drugs’ Are Coming to the Office,” by Carl Cederstrom. ⓒ 2016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All rights reserved.
    https://hbr.org/2016/05/like-it-or-not-smart-drugs-are-coming-to-the-office


    2. Financial Times, June 4, 2015, “‘Smart Drugs’ Offer the Ambitious an Extra Edge,” by Gill Plimmer. ⓒ 2015 The Financial Times Ltd. All rights reserved.

    http://www.ft.com/cms/s/0/0ac52ea2-fd4e-11e4-9e96-00144feabdc0.html-axzz4GrZK15PB


    3. TechCrunch, July 15, 2008, “How Many Silicon Valley Startup Executives Are Hopped Up on Provigil?” by Michael Arrington. ⓒ 2008 AOL Inc.  All rights reserved.
    https://techcrunch.com/2008/07/15/how-many-of-our-startup-executives-are-hopped-up-on-provigil/


    4. New York Magazine, May 31, 2013, “The Real Limitless Drug Isn’t Just for Lifehackers Anymore,” by Robert Kolker. ⓒ 2013 New York Media LLC.  All rights reserved.
    http://nymag.com/news/intelligencer/modafinil-2013-4/


    5. Nature, March 3, 2016, “Smart Drugs: A Dose of Intelligence,” by Amber Dance. ⓒ 2016 Macmillan Publishers Limited, part of Springer Nature.  All rights reserved.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31/n7592_supp/full/531S2a.html


    6. European Neuropsychopharmacology, November 2015, “Modafinil for Cognitive Neuroenhancement in Healthy Non-Sleep-Deprived Subjects: A Systematic Review,” by Ruairidh Battleday and Anna-Katharine Brem. ⓒ 2015 Elsevier Inc.  All rights reserved.
    http://www.europeanneuropsychopharmacology.com/article/S0924-977X(15)00249-7/fulltext


    7. BMC Medicine, April 9, 2013, “Use of Illicit and Prescription Drugs for Cognitive or Mood Enhancement Among Surgeons,” by Andreas Franke et al. ⓒ 2013 BioMed Central Ltd.  All rights reserved.
    http://bmcmedicine.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1741-7015-11-102


    8. Slate, May 29, 2013, “The War on Sleep,” by William Saletan. ⓒ 2013 The Slate Group LLC. All rights reserved.
    http://www.slate.com/articles/health_and_science/superman/2013/05/sleep_deprivation_in_the_military_modafinil_and_the_arms_race_for_soldiers.html


    9. Ibid.


    10. Harvard Business Review, May 19, 2016, “Like It or Not, ‘Smart Drugs’ Are Coming to the Office,” by Carl Cederstrom. ⓒ 2016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All rights reserved.
    https://hbr.org/2016/05/like-it-or-not-smart-drugs-are-coming-to-the-office


    11. Nature, April 9, 2008, “Poll Results: Look Who’s Doping,” by Brendan Maher. ⓒ 2008 Macmillan Publishers Limited, part of Springer Nature.  All rights reserved.
    http://www.nature.com/news/2008/080409/full/452674a.html


    12. Slate, May 29, 2013, “The War on Sleep,” by William Saletan. ⓒ 2013 The Slate Group LLC.  All rights reserved.
    http://www.slate.com/articles/health_and_science/superman/2013/05/sleep_deprivation_in_the_military_modafinil_and_the_arms_race_for_soldier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