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90세 시대, 일자리를 사수하라
인간의 평균수명이 80대 후반에서 90대까지 늘어나면서, 60세 정도에 ...




  • 인간의 평균수명이 80대 후반에서 90대까지 늘어나면서, 60세 정도에 은퇴하고 여생을 즐길 수 있던 시대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앞으로 ‘은퇴’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은퇴자에 대한 사회의 지원과 인식은 어떻게 바뀔까? 또 그것이 인류의 앞날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오랜 경력을 마치고 안락하게 은퇴한다는 개념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하기 전에는 은퇴란 존재하지도 않았다. 한번 농부나 대장장이가 되면 죽을 때도 농부나 대장장이였다. 65세에 이른 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해 주는 미국의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이 제정된 것이 불과 80년 전이다. 하지만 사회보장법이 제정된 상황도 상당히 예외적이었다. 1935년 당시 평균 기대수명은 61.7세에 불과했다. 애초에 사회보장법은 일을 계속 하기엔 너무 늙었지만, 또래들보다 더 오래 살 만큼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구빈원의 대안을 제공해 주자는 취지였다.


    수명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65세 또는 그보다 몇 년 전에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은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점차 생기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평균 기대수명이 78.8세에 이르렀고, 2012년에 65세가 된 사람들은 앞으로 평균 19.3년을 더 살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큰 규모, 그 이후의 출산율 감소, 경제 불안, 빈약한 정책 때문에 더 이상 은퇴란 개념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게 됐다. 사회보장제도(이하 ‘사회보장제도’는 미국 사회보장법에 의거한 제도를 가리킴)의 재원은 충분치 않고 지출이 더 많다. 한때 일반화되었던 기업연금은 생산가능가구 중 45%만이 가입해 있는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와 퇴직연금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정한 401(k) 등의 개인 확정기여형 퇴직예금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미국 퇴직보장제도연구원의 데이터를 보면, 생산가능가구의 평균 퇴직 대비 저축은 3,000달러이고, 은퇴를 앞둔 가구도 1만 2,000달러에 불과하다. 이러니 미국인들의 거의 절반이 은퇴에 충분한 자금이 없다고 걱정한다는 사실도 별로 놀랍지 않다. 고용복지연구소가 진행한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 중 43%가 자신이 은퇴를 감당할 능력이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갤럽 조사에서는 밀레니엄 세대 가운데 단지 20%만이 은퇴할 때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으며, 25%는 전통적인 은퇴 연령을 넘겨서도 계속 일을 하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교육, 연구,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지출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궂은 날 뒤엔 맑은 날이 오는 것처럼 다행히도 사회보장제도를 연장할 수 있는 여러 희망적인 아이디어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확실한 해결책들은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오히려 평생에 걸쳐 일을 했던 산업사회 이전 시대의 퇴직 개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크리스 패럴Chris Farrel이 저서 <<은퇴하지 않기Unretirement>>에서 제안한 것처럼, 중위 소득자들이 62세에서 70세로 은퇴를 미룬다면 필요한 저축률을 약 2/3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은퇴를 늦춘다는 것은 고령자들이 자신을 돌보기 위해 저축분을 사용할 시간이 그만큼 짧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은퇴연구센터’에 따르면 65세에 편히 은퇴할 수 있는 저축을 해놓은 미국 노동자는 절반 미만이다. 하지만 70세로 은퇴를 미루면 86%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은퇴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도시연구소’의 리처드 존슨Richard Johnson과 카렌 스미스Karen Smith가 수행한 연구는, 은퇴를 앞둔 미국인이 5년을 추가로 일해 발생하는 사회보장세로 지불액을 삭감하지 않고도 2045년까지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노동기간이 길고 은퇴기간이 짧으면 경제뿐 아니라 개인의 복지에도 좋다. 미국의 싱크탱크 밀켄 연구소Milken Institute 산하 ‘노화 미래 센터’의 폴 어빙Paul Irving은 “일을 지속하는 것이 당신의 건강과 재정에 좋다. 훌륭한 결정이자, 지금 내려야만 하는 결정이다.”라고 주장한다.


    미국 심리학회가 발간하는 <직업건강 심리학저널>에 보고된 한 연구는, 전일제 근무에서 임시직 또는 파트타임 업무로 전환한 퇴직자가 심각한 질병에 덜 걸리고, 완전히 일을 그만둔 사람들보다 일상적 활동도 더 활발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연구자들은 완전 은퇴를 맞이하기 전에 파트타임 직업, 자영업, 임시직 등이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들은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주관한 “건강과 노후 연구” 자료에 주목했다. 연구를 시작할 때 51~61세 사이였던 1만 2,189명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이 참가자들은 1992년부터 6년 동안 매 2년마다 건강, 재정, 고용 이력, 직장이나 은퇴 생활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연구기간 동안 응답자들의 건강 상태 측정에 있어, 연구진들은 고혈압, 당뇨, 암, 폐질환, 심장질환, 뇌졸중, 정신적 문제에 대해 오직 의사가 진단한 내용만을 고려했다. 그 결과 가교 역할을 해주는 직업으로 일을 계속한 은퇴자들이 완전히 은퇴한 사람들보다 큰 질병에도 더 적게 걸리고 신체 기능의 한계도 덜 경험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미국 경제조사국의 <은퇴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 보고서는, “완전 은퇴를 하면, 은퇴 후 평균 6년간에 걸쳐, 이동성과 일상 활동이 5~16% 어려워지고, 육체적 질병이 5~6% 증가하고, 정신 건강도 6~9% 나빠진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러나 취히리 대학 연구진들이 수행한 또 다른 연구는 조기 퇴직한 남성은 수명이 줄어들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조기 퇴직한 남성은 매년 사망 위험이 2.4% 증가하고, 수명이 평균 1.8개월씩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일터를 떠남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형적인 외로움이 원인으로 보인다. 브리검 영 대학Brigham Young University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홀로 된다는 것은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우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과 동일하게 사망 위험률을 높인다고 한다. 외로움, 사회적 고립, 독신에 대한 데이터를 포함한 연구에 참여한 30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연구진은 또한 이러한 요인들이 사망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비만보다도 건강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향후 3가지를 예측한다.


    첫째, 미디어에 보도되는 것과는 달리, 사회보장제도는 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2033년까지는 현재의 방식으로도 운영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75% 수준으로 지급이 가능하다. 패럴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많은 대안들이 있다. 사회보장세를 내는 소득 최대한도를 2014년 기준 11만 7,000달러에서 25만 달러로 올리면(실제 미국 사회보장국은 2017년 최대한도를 12만 7,200달러로 소폭 올렸다.) 신탁 자금의 고갈 시기를 약 40년 뒤로 더 늦출 수 있다. 만약 이 한도를 완전히 없앤다면 사회보장국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75년이 지나도 프로그램의 재정은 탄탄할 것이다.


    둘째,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인 은퇴의 감소는 베이비붐 세대, X세대, 그리고 밀레니엄 세대에게 모두 거대한 축복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목적 없는 은퇴가 육체, 감정, 정신을 빠르게 고갈시킨다는 점을 점차 깨닫고 있다. 자녀와 안정적인 결혼이 줄고 전자 미디어로 인해 육체적 고립이 증가하는 세상에서 동료애와 목적의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직장 외에는 별로 없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이 동료애와 목적의식은 장수와 행복의 가장 큰 두 가지 요인이라고 한다.


    셋째, 제5차 기술-경제 혁명Fifth Techno-Economic Revolution이 본격화되면 기술 격차가 벌어지면서 경험이 많고 기술을 갖춘 고령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의과대학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의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1만 3,000명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은퇴 자금을 벌기 위해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앞으로 10년은 더 일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경제성장과 기술 격차 덕에 고용 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진보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됨에 따라 새로운 기술 습득의 필요성이 늘어나기 때문에, 모든 세대의 노동자들에게 평생 학습이 최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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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s List :


    1. To access the report “The Retirement Savings Crisis: Is It Worse Than We Think?” visit the National Institute on Retirement Security website at:
    http://www.nirsonline.org/index.php?option=com_content&task=view&id=768&Itemid=48


    2. USA Today, October 21, 2013, “Will U.S. Workers Ever Be Able to Retire? ⓒ 2013 USA Today, a division of Gannett Satellite Information Network, Inc. All rights reserved.
    http://www.usatoday.com/story/money/personalfinance/2013/06/02/americans-prepared-for-retirement/2372839/


    3. Unretirement: How Baby Boomers Are Changing the Way We Think About Work, Community and the Good Life by Chris Farrell is published by Bloomsbury Press. ⓒ 2014 Chris Farrell. All rights reserved.

    4. USA Today, July 4, 2012, “Working Until 70 Could Ease Retirement Finances,” by Susan Tompor.   ⓒ 2012 USA Today, a division of Gannett Satellite Information Networks, Inc. All rights reserved.
    http://usatoday30.usatoday.com/money/perfi/retirement/story/2012-06-26/how-many-years-do-baby-boomers-need-to-keep-working/56018244/1


    5. Fast Company, May 18, 2015, “You Will Not Get to Retire: How Old Age Became Unaffordable and Unhealthy, and How We Can Fix It,” by Ben Schiller. ⓒ 2015 Mansueto Ventures, LLC. All rights reserved.
    http://www.fastcoexist.com/3045214/the-new-rules-of-work/you-will-not-get-to-retire-how-old-age-became-unaffordable-and-unhealt


    6.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October 2009, Vol. 14, No. 4, “Bridge Employment and Retirees’ Health: A Longitudinal Investigation,” by Yujie Zhan, Mo Wang, Songqi Liu, and Kenneth S. Shultz.   ⓒ 2009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
    http://psycnet.apa.org/journals/ocp/14/4/374/


    7. To access the report “The Effects of Retirement on Physical and Mental Health Outcomes,” visit the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ebsite at:
    http://www.nber.org/papers/w12123


    8. VOX, March 25, 2012, “Fatal Attraction? Access to Early Retirement and Mortality,” by Andreas Kuhn, Jean-Philippe Wuellrich, and Josef Zwelmuller. ⓒ 2012 The Center for Economic Policy Research. All rights reserved.
    http://www.voxeu.org/article/fatal-attraction-access-early-retirement-and-mortality


    9.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March 2015, Vol. 10, No. 2, “Loneliness and Social Isolation as Risk Factors for Mortality: A Meta-Analytic Review,” by Julianne Holt-Lunstad, Timothy B. Smith, Mark Baker, Tyler Harris, and David Stephenson. ⓒ 2015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All rights reserved.
    http://pps.sagepub.com/content/10/2/227.abstract